1 00:00:02,000 --> 00:00:07,000 Downloaded from YTS.MX 2 00:00:06,200 --> 00:00:11,040 ‎"NETFLIX 오리지널 다큐멘터리" 3 00:00:08,000 --> 00:00:13,000 Official YIFY movies site: YTS.MX 4 00:00:12,000 --> 00:00:16,040 ‎"공동 제작: 오프 더 펜스 ‎시 체인지 프로젝트" 5 00:00:36,040 --> 00:00:39,200 ‎흔히들 문어는 ‎외계 생명체 같다고 합니다 6 00:00:41,760 --> 00:00:45,560 ‎하지만 희한하게도 ‎문어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7 00:00:45,640 --> 00:00:49,760 ‎인간과 닮은 점이 ‎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8 00:00:54,160 --> 00:00:58,200 ‎이제 전혀 다른 세상이 ‎여러분 앞에 펼쳐집니다 9 00:01:06,160 --> 00:01:08,720 ‎그 기분은 이루 표현할 수 없죠 10 00:01:10,360 --> 00:01:13,720 ‎특별한 경험을 하리라 ‎직감하게 됩니다 11 00:01:21,920 --> 00:01:24,720 ‎하지만 넘지 못할 선이 ‎있다는 걸 깨닫죠 12 00:01:47,120 --> 00:01:50,840 ‎아주 오래전 그날 ‎모든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13 00:02:07,240 --> 00:02:10,600 ‎"남아프리카 공화국 ‎웨스턴 케이프주" 14 00:02:25,040 --> 00:02:29,360 ‎아프리카 끝자락에 있는 이곳은 ‎'폭풍의 곶'으로 유명합니다 15 00:02:35,280 --> 00:02:38,080 ‎제 어린 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16 00:02:38,160 --> 00:02:41,240 ‎바위투성이 해변과 조간대 ‎다시마숲으로 이뤄져 있죠 17 00:02:47,240 --> 00:02:49,320 ‎저희가 살던 작은 목조 방갈로는 18 00:02:50,080 --> 00:02:52,000 ‎최고 수위선보다 지대가 낮았어요 19 00:02:52,560 --> 00:02:54,960 ‎그래서 큰 폭풍이 몰아칠 때면 20 00:02:55,560 --> 00:02:59,600 ‎바닷물에 현관문이 부서져 ‎집 안 바닥에 물이 차곤 했죠 21 00:03:05,200 --> 00:03:07,200 ‎어릴 때는 마냥 신이 났어요 22 00:03:07,280 --> 00:03:11,400 ‎대서양의 막대한 영향력을 ‎온몸으로 느끼며 살았으니까요 23 00:03:20,200 --> 00:03:23,520 ‎어린 시절에는 ‎바위틈의 웅덩이에 살다시피 했죠 24 00:03:23,600 --> 00:03:25,640 ‎얕은 다시마숲에 다이빙하면서요 25 00:03:30,560 --> 00:03:32,360 ‎저한테는 최고의 취미였죠 26 00:03:35,840 --> 00:03:37,960 ‎커서는 그 생활과 멀어졌어요 27 00:03:40,680 --> 00:03:42,800 ‎처음에는 덤덤하게 지냈는데 28 00:03:44,640 --> 00:03:49,040 ‎20년 전쯤 칼라하리 한복판에서 ‎심경의 변화를 느꼈죠 29 00:03:59,880 --> 00:04:03,240 ‎남동생과 '더 그레이트 댄스'를 ‎촬영하고 있을 때였어요 30 00:04:04,600 --> 00:04:05,960 ‎당시에 저는 31 00:04:06,040 --> 00:04:09,440 ‎최고의 사냥꾼이라 할 만한 ‎사람들을 만났죠 32 00:04:12,920 --> 00:04:14,520 ‎그 사냥꾼들이 33 00:04:16,040 --> 00:04:19,960 ‎자연의 경이롭고 미묘한 징후를 ‎살피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34 00:04:20,040 --> 00:04:22,560 ‎제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35 00:04:22,640 --> 00:04:25,520 ‎사냥꾼들은 몇 시간씩 추적하면서 36 00:04:25,600 --> 00:04:27,960 ‎숨어 있는 동물을 찾아내더군요 37 00:04:28,040 --> 00:04:30,400 ‎정말이지 놀라운 광경이었죠 38 00:04:33,240 --> 00:04:36,880 ‎그들은 말 그대로 ‎자연 안에 살고 있었고 39 00:04:39,920 --> 00:04:41,920 ‎저는 외부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40 00:04:45,160 --> 00:04:48,400 ‎자연 속으로 ‎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죠 41 00:04:56,920 --> 00:04:58,840 ‎"18년 후" 42 00:04:58,920 --> 00:05:01,720 ‎2년 동안 끔찍한 시간을 보냈어요 43 00:05:05,760 --> 00:05:08,520 ‎해외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44 00:05:08,600 --> 00:05:09,440 ‎"크레이그 포스터" 45 00:05:09,520 --> 00:05:10,720 ‎너무 지쳐 버렸죠 46 00:05:12,600 --> 00:05:14,720 ‎몇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47 00:05:16,520 --> 00:05:18,160 ‎가족도 힘들어했죠 48 00:05:21,640 --> 00:05:24,200 ‎저는 부담감에 짓눌려 병이 났어요 49 00:05:28,320 --> 00:05:30,920 ‎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되더군요 50 00:05:33,440 --> 00:05:36,960 ‎카메라나 편집실은 ‎다시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51 00:05:37,040 --> 00:05:38,880 ‎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했죠 52 00:05:43,040 --> 00:05:45,400 ‎살면서 품었던 목적의식이 53 00:05:46,640 --> 00:05:47,880 ‎무너져 내린 거예요 54 00:05:52,920 --> 00:05:55,640 ‎곁에는 어린 자식도 있었죠 55 00:05:56,680 --> 00:05:57,640 ‎제 아들 톰요 56 00:06:01,320 --> 00:06:04,520 ‎그 상태로는 좋은 아버지가 ‎돼줄 수 없었어요 57 00:06:10,480 --> 00:06:12,640 ‎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죠 58 00:06:15,440 --> 00:06:17,600 ‎그러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59 00:06:17,680 --> 00:06:21,160 ‎칼라하리에서 함께 작업한 ‎전문 사냥꾼에게서 60 00:06:21,240 --> 00:06:22,680 ‎영감을 얻었습니다 61 00:06:25,720 --> 00:06:27,960 ‎변화를 꾀할 방법은 단 하나 62 00:06:28,800 --> 00:06:29,640 ‎대서양에 가는 거였죠 63 00:06:36,000 --> 00:06:39,360 ‎처음에는 ‎물에 들어가기가 힘들었어요 64 00:06:40,880 --> 00:06:45,200 ‎물살이 거세서 수영하기 두렵기로 ‎손꼽히는 바다니까요 65 00:06:56,120 --> 00:06:59,680 ‎수온은 섭씨 8, 9도까지 ‎떨어지기도 하죠 66 00:07:03,000 --> 00:07:04,680 ‎숨이 멎을 만큼 추워요 67 00:07:10,120 --> 00:07:12,000 ‎긴장을 풀고 기다려야 합니다 68 00:07:15,760 --> 00:07:19,840 ‎그러다 보면 10~15분 정도 ‎아름다운 시간이 찾아옵니다 69 00:07:21,440 --> 00:07:22,400 ‎갑자기 70 00:07:23,840 --> 00:07:25,280 ‎온 세상이 평온해지죠 71 00:07:33,880 --> 00:07:36,960 ‎추위 때문에 ‎두뇌 회전이 빨라집니다 72 00:07:37,400 --> 00:07:39,240 ‎찬 바닷물에 몸을 적실 때마다 73 00:07:39,320 --> 00:07:41,520 ‎뇌에 화학 물질이 ‎쏟아져 나오니까요 74 00:07:45,400 --> 00:07:47,120 ‎온몸의 감각이 살아나죠 75 00:07:50,640 --> 00:07:54,320 ‎몸이 적응해 갈수록 ‎점점 더 편안해집니다 76 00:08:02,440 --> 00:08:03,600 ‎그러다 보면 결국 77 00:08:05,920 --> 00:08:07,240 ‎1년쯤 후에는 78 00:08:08,520 --> 00:08:10,440 ‎그 추위를 갈망하게 되죠 79 00:08:25,920 --> 00:08:28,640 ‎이 바닷속 환경이 멋진 건 80 00:08:28,720 --> 00:08:31,000 ‎입체적인 숲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81 00:08:31,080 --> 00:08:33,760 ‎어디로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82 00:08:35,320 --> 00:08:36,880 ‎훨훨 날아다니는 거죠 83 00:08:41,640 --> 00:08:43,600 ‎다른 행성에 온 기분이 들어요 84 00:08:49,440 --> 00:08:53,640 ‎바닷속에서는 ‎나도 모르게 더 여유로워지죠 85 00:08:56,160 --> 00:08:59,120 ‎숨을 더 오래 참을 수도 있습니다 86 00:09:03,480 --> 00:09:09,160 ‎저는 빽빽한 다시마숲에서 ‎산소통을 메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87 00:09:14,440 --> 00:09:18,000 ‎오히려 양서류처럼 ‎다니기를 좋아하죠 88 00:09:26,400 --> 00:09:30,000 ‎잠수복을 벗어야 한다는 건 ‎본능적으로 알았어요 89 00:09:33,840 --> 00:09:38,520 ‎이런 바닷속 환경을 ‎온전히 체험하고 싶다면 90 00:09:38,600 --> 00:09:42,960 ‎바다와 나 사이의 ‎장애물을 없애는 편이 좋죠 91 00:09:51,680 --> 00:09:56,200 ‎문득 촬영에 대한 의욕이 ‎샘솟는 게 느껴졌어요 92 00:09:57,640 --> 00:09:59,440 ‎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93 00:09:59,520 --> 00:10:02,080 ‎제가 사랑하고 ‎잘 아는 일을 시작했죠 94 00:10:08,120 --> 00:10:10,840 ‎해양 동물은 ‎독특하고 매혹적입니다 95 00:10:27,160 --> 00:10:31,440 ‎어떤 공상 과학물보다도 ‎훨씬 더 기상천외하죠 96 00:10:56,000 --> 00:10:59,080 ‎모든 일이 시작된 그날을 ‎지금도 기억합니다 97 00:11:02,160 --> 00:11:04,400 ‎너무나 특별한 공간을 찾았거든요 98 00:11:05,240 --> 00:11:08,320 ‎이곳은 거대한 다시마숲에 ‎안전하게 둘러싸여 있죠 99 00:11:08,840 --> 00:11:12,080 ‎다시마숲은 큰 물결이 ‎잦아들게 막아 줍니다 100 00:11:21,640 --> 00:11:23,840 ‎그 주변의 다시마숲은 101 00:11:23,920 --> 00:11:26,080 ‎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죠 102 00:11:26,160 --> 00:11:30,120 ‎제가 실제로 잠수해서 ‎관찰할 수 있는 부분은 103 00:11:30,200 --> 00:11:32,880 ‎200m밖에 안 돼요 ‎정말 경이로운 곳이죠 104 00:11:41,920 --> 00:11:45,840 ‎제 왼쪽에 있던 ‎기이한 형태의 무언가가 105 00:11:45,920 --> 00:11:47,240 ‎쑥 내려가더군요 106 00:11:49,080 --> 00:11:52,480 ‎다시 봐도 ‎모양이 정말 독특했어요 107 00:12:11,800 --> 00:12:14,040 ‎물고기도 어리둥절한 것 같았어요 108 00:12:24,320 --> 00:12:25,400 ‎그런데 갑자기... 109 00:12:35,160 --> 00:12:37,040 ‎그때는 몰랐지만 110 00:12:37,120 --> 00:12:39,040 ‎진귀한 광경을 목격한 거죠 111 00:12:41,760 --> 00:12:44,880 ‎모든 상황이 끝날 무렵에 ‎제가 등장한 거였어요 112 00:12:50,040 --> 00:12:52,440 ‎이 동물이 뭘 하는지 ‎모르겠더군요 113 00:12:55,400 --> 00:12:57,680 ‎저 때문에 좀 겁이 났는지 114 00:12:57,760 --> 00:13:00,480 ‎해조류 조각을 집어 올리더군요 115 00:13:01,080 --> 00:13:04,120 ‎미끌미끌해서 ‎손으로 잡기도 힘든 해조류를 116 00:13:04,200 --> 00:13:07,520 ‎이렇게 망토처럼 둘러서 ‎온몸을 가리더니 117 00:13:07,600 --> 00:13:09,800 ‎좁은 틈으로 절 바라보았죠 118 00:13:19,080 --> 00:13:21,920 ‎그러다 순식간에 펑! ‎사라져 버렸어요 119 00:13:44,840 --> 00:13:46,800 ‎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120 00:13:46,880 --> 00:13:49,480 ‎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121 00:13:49,960 --> 00:13:55,080 ‎이 범상치 않은 생명체에게 ‎뭔가가 있다는 감이 오죠 122 00:13:59,160 --> 00:14:00,840 ‎'배울 게 있겠구나' 하고요 123 00:14:04,800 --> 00:14:07,080 ‎특별한 동물이라는 느낌이 와요 124 00:14:17,600 --> 00:14:19,400 ‎어찌 보면 황당한 생각이지만 125 00:14:19,480 --> 00:14:22,280 ‎날마다 와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126 00:14:22,840 --> 00:14:25,720 ‎하루도 빠짐없이 들여다보는 거죠 127 00:14:29,520 --> 00:14:34,960 ‎"1일째" 128 00:14:35,440 --> 00:14:39,440 ‎처음에는 문어가 ‎저를 의식하는 것 같아서 129 00:14:39,520 --> 00:14:41,480 ‎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130 00:14:41,560 --> 00:14:45,000 ‎문어의 생활을 ‎녹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31 00:14:49,680 --> 00:14:52,320 ‎해조 숲에 낯선 물건이 들어오자 132 00:14:58,520 --> 00:15:00,520 ‎방패를 앞세워 다가오더라고요 133 00:15:01,280 --> 00:15:03,840 ‎공격당하면 막을 게 필요하니까요 134 00:15:09,040 --> 00:15:11,640 ‎색다른 느낌이라 신기했을 거예요 135 00:15:13,880 --> 00:15:16,600 ‎더듬더듬 만져 보고 맛도 보더군요 136 00:15:21,840 --> 00:15:25,440 ‎문어가 장난기가 넘칠 때는 ‎카메라를 얼른 치워야 했죠 137 00:15:25,840 --> 00:15:27,600 ‎툭하면 넘어뜨려서요 138 00:15:43,440 --> 00:15:48,680 ‎이 암컷 문어의 생활 환경을 ‎파악하려고 매일 물에 들어갔어요 139 00:15:51,840 --> 00:15:55,640 ‎처음에는 별다른 특징을 ‎찾아보기 힘들었죠 140 00:15:57,480 --> 00:16:01,280 ‎그러다 얼마 후에 ‎다양한 해조 숲을 발견했어요 141 00:16:03,680 --> 00:16:05,200 ‎아주 오래된 숲이었죠 142 00:16:08,640 --> 00:16:12,160 ‎아주 다양한 해조류가 ‎숲 바닥에 자라고 있었어요 143 00:16:14,280 --> 00:16:15,840 ‎숲에는 안개가 자욱했죠 144 00:16:24,160 --> 00:16:27,880 ‎암컷 문어가 사는 굴 주변을 ‎조사하면서 145 00:16:29,640 --> 00:16:32,960 ‎근처에 작은 동굴이 ‎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146 00:16:33,040 --> 00:16:34,840 ‎파자마 상어가 우글거렸거든요 147 00:16:37,120 --> 00:16:40,320 ‎파자마 상어는 ‎문어의 무시무시한 천적이죠 148 00:16:41,960 --> 00:16:45,080 ‎검은 줄무늬가 있어서 ‎'파자마 상어'라 불립니다 149 00:16:48,560 --> 00:16:50,360 ‎파자마 상어는 시각 신호가 아니라 150 00:16:51,880 --> 00:16:55,040 ‎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‎먹이를 찾아냅니다 151 00:16:59,320 --> 00:17:01,280 ‎게다가 굉장히 공격적이죠 152 00:17:11,280 --> 00:17:14,520 ‎작은 틈으로 ‎코를 밀어 넣을 수도 있어요 153 00:17:16,640 --> 00:17:20,000 ‎따라서 작은 문어에게는 ‎치명적인 천적이죠 154 00:17:22,160 --> 00:17:26,160 ‎과연 언제까지 평화가 유지될지 ‎의문스러웠어요 155 00:17:42,560 --> 00:17:45,800 ‎문어를 들여다보는 날이 ‎거듭되면서 156 00:17:45,880 --> 00:17:49,880 ‎분명한 변화가 일어난 ‎기점이 있었어요 157 00:17:51,520 --> 00:17:54,280 ‎두려움이 크게 줄어든 거죠 158 00:17:59,240 --> 00:18:02,440 ‎큰 움직임이 보이면 불안해하다가 ‎저인 걸 확인하고는 159 00:18:04,240 --> 00:18:07,680 ‎밖으로 나와서 ‎이것저것 호기심을 보였어요 160 00:18:12,320 --> 00:18:16,600 ‎무척 관심 있어 하면서도 ‎경솔한 짓은 하지 않더군요 161 00:18:17,840 --> 00:18:21,880 ‎팔이란 팔은 전부 ‎굴에 딱 붙이고 있었어요 162 00:18:21,960 --> 00:18:23,440 ‎빨판도 고정돼 있었죠 163 00:18:35,440 --> 00:18:37,040 ‎바로 그때였어요 164 00:18:38,000 --> 00:18:40,240 ‎제가 손을 조금 뻗었죠 165 00:19:13,280 --> 00:19:16,480 ‎동물과 접촉하면 ‎특별한 일이 벌어져요 166 00:19:29,120 --> 00:19:31,960 ‎그래도 때가 되면 숨은 쉬어야죠 167 00:19:34,640 --> 00:19:40,320 ‎어쩔 수 없이 아주 조심스럽게 ‎빨판을 비틀어 떼어 내야 해요 168 00:19:40,400 --> 00:19:42,400 ‎문어를 괴롭히지 않으면서요 169 00:19:43,400 --> 00:19:46,040 ‎그래야 위로 올라가 숨을 쉬죠 170 00:20:02,880 --> 00:20:04,600 ‎제일 강렬했던 경험은 171 00:20:05,640 --> 00:20:07,480 ‎문어가 굴 밖에 나왔을 때였어요 172 00:20:08,040 --> 00:20:10,760 ‎전적인 믿음이 형성된 ‎순간이니까요 173 00:20:10,840 --> 00:20:14,760 ‎제가 잡아당길까 봐 ‎팔을 뒤로 숨기지도 않았어요 174 00:20:14,840 --> 00:20:17,800 ‎이러는 것 같았죠 ‎'이 인간은 믿어도 돼' 175 00:20:18,520 --> 00:20:20,360 ‎'그러니 굴 밖에 나가서' 176 00:20:21,240 --> 00:20:23,080 ‎'내 할 일을 할 거야' 177 00:20:35,400 --> 00:20:38,440 ‎그때부터 놀라운 광경이 ‎펼쳐지기 시작했어요 178 00:20:40,560 --> 00:20:43,320 ‎피부가 울퉁불퉁했다가 ‎매끈해지기도 하고 179 00:20:46,720 --> 00:20:48,760 ‎머리에 뿔이 자라더라고요 180 00:20:53,400 --> 00:20:56,600 ‎피부의 색깔과 질감, 무늬를 ‎주변에 맞추기도 했죠 181 00:20:57,040 --> 00:20:58,080 ‎아름다웠어요 182 00:21:12,960 --> 00:21:16,080 ‎보통은 쏜살같이 움직이거나 ‎기어 다니고 헤엄치는데 183 00:21:19,280 --> 00:21:22,360 ‎두 다리가 밖으로 ‎나올 때가 있어요 184 00:21:26,440 --> 00:21:27,520 ‎걸어 다니는 거죠 185 00:21:30,360 --> 00:21:32,520 ‎그렇게 성큼성큼 걸어가 버려요 186 00:21:33,120 --> 00:21:34,800 ‎두 다리로 서서요 187 00:21:38,880 --> 00:21:42,680 ‎돌멩이처럼 특이한 자세로 ‎몸을 웅크리기도 하죠 188 00:21:46,920 --> 00:21:51,840 ‎그 상태로 두 팔을 밑으로 뻗어 ‎천천히 이동하는 거예요 189 00:21:51,920 --> 00:21:54,960 ‎돌멩이 하나가 ‎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요 190 00:21:59,920 --> 00:22:01,480 ‎그러다 자세를 바꿔서 191 00:22:01,560 --> 00:22:05,520 ‎긴 드레스 입은 할머니처럼 ‎희한하게 기우뚱거리죠 192 00:22:08,960 --> 00:22:11,240 ‎물결에 흔들리는 다시마나 조류를 193 00:22:11,800 --> 00:22:14,120 ‎흉내 내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194 00:22:15,720 --> 00:22:18,120 ‎그렇게 기우뚱대며 ‎서서히 이동하죠 195 00:22:20,760 --> 00:22:22,600 ‎암컷 문어는 이런 식으로 196 00:22:22,680 --> 00:22:25,920 ‎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 ‎몸을 숨기는 거예요 197 00:22:29,560 --> 00:22:34,720 ‎문어는 진화 과정에서 ‎껍데기가 사라진 달팽이와 같아요 198 00:22:34,800 --> 00:22:37,120 ‎아주 연약하고 ‎물렁물렁한 동물이라 199 00:22:37,200 --> 00:22:39,640 ‎뛰어난 기지가 필요하죠 200 00:22:42,600 --> 00:22:46,160 ‎생존법을 가르쳐 줄 ‎부모도 없어요, 철저히 혼자죠 201 00:22:47,200 --> 00:22:50,880 ‎그런데 문어를 노리는 천적은 ‎종류가 어마어마해요 202 00:22:54,440 --> 00:22:57,040 ‎그래서 문어는 수백만 년 동안 203 00:22:57,720 --> 00:23:01,480 ‎천적의 눈을 속일 ‎놀라운 방법을 찾아야 했죠 204 00:23:06,960 --> 00:23:12,040 ‎살 날이 1년 남짓 남은 이 암컷은 ‎생존법을 얼른 터득해야 했어요 205 00:23:18,080 --> 00:23:21,520 ‎"52일째" 206 00:23:25,760 --> 00:23:30,120 ‎혼자 잠수할 때는 ‎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안 돼요 207 00:23:33,760 --> 00:23:36,240 ‎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208 00:23:36,320 --> 00:23:39,160 ‎본능에 따라 ‎빠릿빠릿 움직여야 하죠 209 00:23:45,120 --> 00:23:49,560 ‎그런데 제가 실수를 ‎연발한 때가 있었어요 210 00:23:53,120 --> 00:23:55,120 ‎그날은 문어가 절 따라오더군요 211 00:23:55,200 --> 00:23:58,800 ‎그렇게 놀라운 경험은 ‎처음이었어요 212 00:23:58,880 --> 00:24:02,040 ‎제가 뒷걸음질 치면서 ‎뒤로 물러나니까 213 00:24:02,120 --> 00:24:04,520 ‎이 경이로운 동물이 다가왔어요 214 00:24:04,600 --> 00:24:07,040 ‎두려워하는 기색도 별로 없었죠 215 00:24:07,120 --> 00:24:10,800 ‎절 믿고 다가오는데 ‎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216 00:24:21,080 --> 00:24:22,160 ‎그러다, 쿵! 217 00:24:23,160 --> 00:24:24,760 ‎제가 렌즈를 떨어뜨렸죠 218 00:24:25,360 --> 00:24:28,280 ‎갑자기 렌즈가 떨어지자 ‎문어가 움찔하더니 219 00:24:29,040 --> 00:24:32,120 ‎몸을 돌려 달아났어요 ‎깜짝 놀란 거죠 220 00:24:39,640 --> 00:24:43,720 ‎스스로 화가 나서 ‎얼마나 자책했나 몰라요 221 00:24:44,400 --> 00:24:48,480 ‎문어와 상호 신뢰 속에 ‎교감을 나눌 수 있었는데 222 00:24:48,560 --> 00:24:49,880 ‎망쳐 버렸으니까요 223 00:24:49,960 --> 00:24:52,640 ‎이대로 끝인가 싶더라고요 224 00:24:53,640 --> 00:24:58,120 ‎신뢰를 회복하지 못할까 봐 ‎문어가 기겁했을까 봐 걱정했죠 225 00:25:01,920 --> 00:25:04,080 ‎그런데 제가 성급하게 다가갔는지 226 00:25:04,760 --> 00:25:08,520 ‎문어가 굴에서 나가 버렸죠 ‎겁에 질린 거예요 227 00:25:11,440 --> 00:25:13,400 ‎그리고 굴에 돌아오지 않았죠 228 00:25:16,560 --> 00:25:18,320 ‎그래서 다 끝난 줄 알았어요 229 00:25:19,440 --> 00:25:20,400 ‎문어가 사라졌으니까요 230 00:25:35,120 --> 00:25:39,960 ‎남아프리카의 전문 사냥꾼들과도 ‎비슷한 일이 있었죠 231 00:25:40,840 --> 00:25:42,480 ‎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232 00:25:42,560 --> 00:25:44,960 ‎'물속에서 ‎추적하는 게 가능할까?' 233 00:25:50,920 --> 00:25:56,640 ‎이 동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‎몸을 숨기는 법을 터득했어요 234 00:26:06,000 --> 00:26:08,840 ‎문어의 흔적을 ‎알아볼 수 있어야 했는데 235 00:26:11,200 --> 00:26:12,920 ‎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죠 236 00:26:13,000 --> 00:26:15,400 ‎흔적을 포착하기가 어려웠어요 237 00:26:15,480 --> 00:26:17,800 ‎문어가 지나간 자리는 ‎어떻게 다른지 238 00:26:17,880 --> 00:26:19,440 ‎극피동물이나 239 00:26:19,920 --> 00:26:21,200 ‎물고기 240 00:26:22,720 --> 00:26:24,200 ‎벌레와 비교해 봤죠 241 00:26:26,240 --> 00:26:27,720 ‎문어의 포식 활동 흔적과 242 00:26:30,120 --> 00:26:31,800 ‎알껍데기까지 243 00:26:34,560 --> 00:26:36,080 ‎전부 공부해야 했어요 244 00:26:49,240 --> 00:26:52,880 ‎그런 다음에는 문어처럼 ‎생각해야 했죠 245 00:27:00,240 --> 00:27:01,840 ‎탐정이 된 것 같았어요 246 00:27:02,600 --> 00:27:05,200 ‎차근차근 단서를 종합했죠 247 00:27:36,720 --> 00:27:38,040 ‎그러다 마침내 248 00:27:38,920 --> 00:27:40,120 ‎돌파구를 찾았어요 249 00:27:46,120 --> 00:27:48,280 ‎문어가 사냥한 동물을 발견했죠 250 00:27:57,000 --> 00:28:01,120 ‎문어의 먹잇감과 ‎모래에 남은 흔적, 구덩이 251 00:28:01,200 --> 00:28:04,520 ‎문어가 이동하면서 달라진 ‎조류의 형태를 살폈어요 252 00:28:05,160 --> 00:28:08,920 ‎그 결과 문어가 가까이에 ‎있다는 걸 알았죠 253 00:28:09,000 --> 00:28:11,800 ‎반경 1, 2m 안에 있는 걸 알고 254 00:28:11,880 --> 00:28:14,760 ‎그 주변을 집중적으로 뒤졌어요 255 00:28:20,640 --> 00:28:21,800 ‎그랬더니, 짠! 256 00:28:22,920 --> 00:28:23,960 ‎문어가 보이더군요 257 00:28:30,280 --> 00:28:34,880 ‎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‎수색 작업을 펼친 끝에 258 00:28:35,880 --> 00:28:37,160 ‎드디어 찾아낸 거죠 259 00:28:42,840 --> 00:28:43,720 ‎뭐랄까 260 00:28:44,440 --> 00:28:48,600 ‎인간 친구가 반갑다고 ‎손 흔들며 인사하는 것 같았어요 261 00:28:53,680 --> 00:28:57,160 ‎저는 거의 즉각적으로 ‎이런 느낌을 받았죠 262 00:28:57,240 --> 00:29:00,440 ‎문어가 저라는 인간을 ‎다시 믿어 주고 263 00:29:01,320 --> 00:29:04,040 ‎문어의 세계로 ‎초대하는 것 같았어요 264 00:29:13,920 --> 00:29:15,480 ‎문어가 다가오길래 265 00:29:16,320 --> 00:29:18,280 ‎저는 본능적으로 266 00:29:19,560 --> 00:29:21,120 ‎조심스레 물러났죠 267 00:29:25,120 --> 00:29:28,720 ‎그러다 가만히 멈춰 있으려고 ‎바위를 붙잡았어요 268 00:29:34,440 --> 00:29:35,720 ‎문어가 계속 다가오더니 269 00:29:37,120 --> 00:29:38,920 ‎제 손을 폭 감싸더군요 270 00:29:39,600 --> 00:29:41,760 ‎저는 잠수 시간이 꽤 오래돼서 271 00:29:42,240 --> 00:29:47,040 ‎문어가 알아서 떨어지겠거니 하고 ‎서서히 수면으로 올라갔죠 272 00:29:49,360 --> 00:29:53,320 ‎그런데 문어가 제 손을 타고 ‎함께 올라오는 거예요 273 00:30:10,480 --> 00:30:14,960 ‎저는 이 놀라운 생명체의 눈을 ‎지긋이 들여다봤죠 274 00:30:40,880 --> 00:30:42,720 ‎처음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어요 275 00:30:42,800 --> 00:30:45,680 ‎문어가 이 관계에 ‎관심을 보일 줄 몰랐죠 276 00:30:45,760 --> 00:30:48,080 ‎제멋대로 행동하는 야생 동물이 277 00:30:48,640 --> 00:30:52,480 ‎이상한 인간과의 만남에서 ‎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? 278 00:30:56,960 --> 00:30:58,960 ‎이 대목이 제 흥미를 자극했죠 279 00:31:04,280 --> 00:31:08,160 ‎문어는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 ‎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280 00:31:15,240 --> 00:31:19,000 ‎저라는 대상이 ‎위험하지 않은 걸 알고 281 00:31:19,560 --> 00:31:22,680 ‎교류해도 괜찮겠다는 ‎생각을 했겠죠 282 00:31:26,040 --> 00:31:30,200 ‎저와의 상호 작용이 ‎놀랍게도 즐거웠나 봐요 283 00:32:01,240 --> 00:32:03,720 ‎이렇게 동물과 친해져서 284 00:32:03,800 --> 00:32:08,120 ‎특별한 경험을 나눌 때면 ‎가슴이 벅차오릅니다 285 00:32:13,920 --> 00:32:16,360 ‎이보다 감동적인 순간은 없어요 286 00:32:24,480 --> 00:32:28,400 ‎문어와 저를 가르는 경계선이 ‎사라진 것 같았어요 287 00:32:30,920 --> 00:32:33,240 ‎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288 00:33:05,320 --> 00:33:08,120 ‎당시에 저는 ‎온통 문어 생각뿐이었어요 289 00:33:09,720 --> 00:33:11,320 ‎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요 290 00:33:14,600 --> 00:33:17,640 ‎문어에 집착하는 수준까지 ‎갔던 것 같아요 291 00:33:17,720 --> 00:33:20,880 ‎매일 찾아가서 ‎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었죠 292 00:33:20,960 --> 00:33:22,680 ‎물에 들어가려고 안달이었어요 293 00:33:39,960 --> 00:33:42,400 ‎문어의 머릿속이 궁금하더군요 294 00:33:44,120 --> 00:33:47,360 ‎문어도 꿈을 꾼다면 ‎어떤 꿈을 꾸는지 알고 싶었죠 295 00:33:59,800 --> 00:34:05,080 ‎살면서 이렇게 강렬한 호기심을 ‎느껴 본 건 처음이었어요 296 00:34:15,120 --> 00:34:17,600 ‎집에 돌아와서 과학 논문을 297 00:34:17,680 --> 00:34:21,040 ‎닥치는 대로 읽은 게 ‎꽤 도움이 됐죠 298 00:34:23,640 --> 00:34:25,320 ‎이 암컷은 왜문어였어요 299 00:34:25,400 --> 00:34:28,400 ‎학명은 '옥토퍼스 벌가리스'죠 300 00:34:30,480 --> 00:34:32,440 ‎왜문어는 인지력의 2/3가 301 00:34:33,600 --> 00:34:36,200 ‎바깥쪽 팔의 뇌에서 나옵니다 302 00:34:38,240 --> 00:34:42,440 ‎생각하고 느끼고 탐험하며 ‎존재의 목적을 실현하죠 303 00:34:44,320 --> 00:34:48,560 ‎문어는 빨판 2천 개를 ‎제각각 움직일 수 있습니다 304 00:34:49,640 --> 00:34:50,640 ‎신기하죠 305 00:34:50,720 --> 00:34:52,720 ‎손가락이 2천 개라고 ‎생각해 보세요 306 00:34:55,520 --> 00:34:58,760 ‎이 문어의 지능은 ‎고양이나 개와 비슷합니다 307 00:34:58,840 --> 00:35:01,680 ‎하급 영장류와도 맞먹는 수준이죠 308 00:35:02,640 --> 00:35:05,920 ‎이렇게 지능이 높은 ‎연체동물은 없습니다 309 00:35:08,280 --> 00:35:12,200 ‎과학 논문을 수도 없이 ‎뒤지고 또 뒤져 봤죠 310 00:35:12,280 --> 00:35:14,480 ‎제가 본 독특한 존재를 찾으려고요 311 00:35:15,400 --> 00:35:18,480 ‎하지만 아무런 자료도 ‎찾을 수 없었습니다 312 00:35:21,400 --> 00:35:23,760 ‎연구가 미흡한 분야에서 313 00:35:23,840 --> 00:35:29,320 ‎거의 매주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‎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죠 314 00:35:35,160 --> 00:35:39,800 ‎"104일째" 315 00:35:46,280 --> 00:35:50,280 ‎문학 작품에 나오는 문어는 ‎예외 없이 야행성 동물이죠 316 00:36:00,920 --> 00:36:02,960 ‎정말 문어는 ‎밤에 더 활동적일까요? 317 00:36:13,520 --> 00:36:15,440 ‎깜깜하니 겁이 나더군요 318 00:36:19,240 --> 00:36:23,760 ‎혹등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‎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319 00:36:29,800 --> 00:36:31,560 ‎이럴 때는 신경이 곤두서죠 320 00:36:49,240 --> 00:36:51,680 ‎굴을 들여다봤지만 ‎문어는 없었어요 321 00:36:53,920 --> 00:36:56,720 ‎포기하는 심정으로 ‎해변으로 올라왔죠 322 00:37:01,880 --> 00:37:05,520 ‎뭔가 신경이 쓰여서 ‎왼쪽으로 살짝 틀었는데 323 00:37:10,240 --> 00:37:11,320 ‎문어가 있었어요 324 00:37:12,720 --> 00:37:14,960 ‎아주 얕은 물에요 325 00:37:17,800 --> 00:37:18,880 ‎뭘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죠 326 00:37:27,800 --> 00:37:30,080 ‎번개처럼 빠르게 공격하더군요 327 00:37:35,120 --> 00:37:37,600 ‎독특한 무기처럼 팔을 휘둘렀죠 328 00:37:40,320 --> 00:37:43,960 ‎눈 깜짝할 사이에 ‎팔을 말아 올렸어요 329 00:37:50,520 --> 00:37:53,240 ‎그렇게 물고기를 3마리나 ‎잡더라고요 330 00:37:54,000 --> 00:37:56,480 ‎낮에는 본 적 없는 모습이었죠 331 00:38:00,080 --> 00:38:03,880 ‎밤에 해조 숲에 깊숙이 들어가면 ‎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332 00:38:04,520 --> 00:38:07,520 ‎이 영리한 동물은 ‎얕은 물로 후퇴합니다 333 00:38:07,600 --> 00:38:09,960 ‎상어가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334 00:38:10,040 --> 00:38:13,560 ‎다채로운 먹잇감을 ‎마음껏 사냥하는 거죠 335 00:38:28,600 --> 00:38:33,040 ‎"125일째" 336 00:38:43,320 --> 00:38:47,440 ‎처음 본능적으로 든 생각은 ‎상어를 쫓아 버리자는 거였죠 337 00:38:48,920 --> 00:38:51,040 ‎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어요 338 00:38:51,120 --> 00:38:55,200 ‎해조 숲 전체 생태계를 ‎교란하는 짓이라는 걸 알았죠 339 00:39:04,120 --> 00:39:08,880 ‎문어는 숲 가장자리 근처에서 ‎돌아다니고 있었어요 340 00:39:16,480 --> 00:39:19,120 ‎그때 저는 상어를 발견했습니다 341 00:39:26,480 --> 00:39:30,520 ‎등을 앞으로 조금 구부린 채 ‎냄새를 뒤쫓고 있었어요 342 00:39:32,600 --> 00:39:33,680 ‎불안했죠 343 00:39:55,400 --> 00:39:58,280 ‎문어가 돌 밑에 숨어서 ‎다행이다 싶었어요 344 00:40:03,040 --> 00:40:05,840 ‎상어 떼가 돌 틈으로 돌진하더군요 345 00:40:12,480 --> 00:40:17,080 ‎상어가 순식간에 ‎문어의 팔 하나를 꽉 물더니 346 00:40:17,160 --> 00:40:19,000 ‎몸을 회전해 뜯어내려 했죠 347 00:40:31,520 --> 00:40:33,160 ‎똑똑히 봤어요 348 00:40:34,120 --> 00:40:35,560 ‎물어뜯긴 문어 팔을요 349 00:40:43,040 --> 00:40:45,440 ‎그걸 보고니 너무 속상했어요 350 00:41:04,720 --> 00:41:07,840 ‎다행히 문어는 돌 틈에 ‎깊숙이 숨어 있었죠 351 00:41:27,320 --> 00:41:32,440 ‎문어는 힘이 쭉 빠져서는 ‎천천히 겨우겨우 움직였어요 352 00:41:40,760 --> 00:41:43,880 ‎문어가 흘린 피 냄새가 ‎바다에 진동했죠 353 00:41:49,920 --> 00:41:52,200 ‎굴까지는 갈 길이 멀었어요 354 00:41:59,640 --> 00:42:01,560 ‎상어가 또 나타날까 봐 걱정됐죠 355 00:42:15,920 --> 00:42:19,440 ‎굴에 돌아가기 쉽게 ‎도와줄까 생각도 했어요 356 00:42:28,600 --> 00:42:30,280 ‎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죠 357 00:42:49,680 --> 00:42:51,040 ‎알 길이 없었어요 358 00:42:52,080 --> 00:42:53,320 ‎그 후로 별일은 없는지 359 00:42:53,400 --> 00:42:55,960 ‎문어가 약해진 틈을 타서 360 00:42:56,040 --> 00:42:58,880 ‎밤새 상어가 ‎잡아먹었는지 알 수 없었죠 361 00:43:05,720 --> 00:43:10,120 ‎그 사건 후에 저는 ‎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362 00:43:12,000 --> 00:43:14,040 ‎내가 문어를 불러낸 건 아닐까 363 00:43:15,680 --> 00:43:17,040 ‎속이 타들어 갔죠 364 00:43:17,600 --> 00:43:22,760 ‎묘하게도 문어의 아픔이 ‎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365 00:43:29,920 --> 00:43:35,000 ‎심지어 문어처럼 ‎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것 같은 366 00:43:35,720 --> 00:43:37,600 ‎심리적 고통을 느꼈어요 367 00:43:38,240 --> 00:43:42,200 ‎내가 얼마나 연약한 인간인지 ‎죽음을 생각하게 됐죠 368 00:43:42,280 --> 00:43:44,680 ‎가족과 자식이 걱정됐어요 369 00:43:47,000 --> 00:43:52,000 ‎그 전에는 동물에게 지나치게 ‎감정 이입 하는 법이 없었는데 370 00:43:52,720 --> 00:43:54,320 ‎그런 제가 달라진 거죠 371 00:43:56,680 --> 00:44:00,600 ‎문어 덕분에 다른 존재에게 ‎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372 00:44:02,520 --> 00:44:04,600 ‎특히 야생 동물에게요 373 00:44:28,960 --> 00:44:32,840 ‎다음 날 새벽 ‎두려운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갔죠 374 00:44:47,160 --> 00:44:50,600 ‎살아 있는 문어를 보니 ‎그제야 마음이 놓였어요 375 00:44:54,440 --> 00:44:58,520 ‎지친 나머지 건강한 문어처럼 ‎몸 색깔이 선명하지 않고 376 00:44:58,600 --> 00:45:00,440 ‎하얗게 질려 있었죠 377 00:45:10,720 --> 00:45:13,680 ‎어떻게 먹이를 구할지 ‎걱정되더군요 378 00:45:20,520 --> 00:45:24,160 ‎동물의 삶에 간섭하는 건 ‎선을 넘는 짓이지만 379 00:45:24,800 --> 00:45:30,520 ‎저는 문어가 너무 안타까워서 ‎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380 00:45:38,160 --> 00:45:39,760 ‎별 도움이 되진 않았죠 381 00:45:42,280 --> 00:45:47,960 ‎문어는 굴 한구석에 자리 잡고 ‎거의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382 00:45:51,240 --> 00:45:54,400 ‎저는 매일 찾아가서 ‎괜찮은지 들여다봤죠 383 00:45:55,000 --> 00:45:57,880 ‎다신 못 보게 될까 봐 ‎불안해하면서요 384 00:46:14,120 --> 00:46:17,520 ‎일주일쯤 지나서야 ‎한시름을 놓았습니다 385 00:46:18,560 --> 00:46:22,120 ‎상처가 아주 빠르게 ‎아무는 것 같았어요 386 00:46:27,160 --> 00:46:31,440 ‎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‎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죠 387 00:46:32,120 --> 00:46:35,920 ‎아주 조그맣지만 ‎완벽한 형태를 갖춘 팔이 388 00:46:36,720 --> 00:46:37,840 ‎다시 자라나고 있었어요 389 00:46:46,720 --> 00:46:49,360 ‎그걸 보니 ‎희한하게도 믿음이 생겼죠 390 00:46:49,840 --> 00:46:54,120 ‎문어가 이 고비를 ‎잘 넘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391 00:46:54,920 --> 00:46:59,080 ‎당시 저도 인생에서 ‎큰 고비를 맞았다고 느꼈는데 392 00:47:01,840 --> 00:47:05,320 ‎묘하게도 저와 문어의 삶은 ‎서로 닮아 있었죠 393 00:47:13,280 --> 00:47:16,800 ‎사람들과 예전과 다른 ‎관계를 맺게 됐어요 394 00:47:21,120 --> 00:47:25,560 ‎당시 제 아들 톰은 ‎물속 세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395 00:47:44,720 --> 00:47:47,240 ‎날마다 톰에게 문어 얘기를 했죠 396 00:47:55,120 --> 00:47:56,760 ‎직접 소개도 했어요 397 00:47:56,840 --> 00:47:58,680 ‎여러 번 만나게 해 줬죠 398 00:48:04,120 --> 00:48:07,840 ‎겨우 반쯤 자라난 팔도 ‎제법 구실을 하더군요 399 00:48:18,880 --> 00:48:22,680 ‎"250일째" 400 00:48:25,080 --> 00:48:28,360 ‎팔이 서서히 자라나면서 ‎문어는 자신감을 되찾았죠 401 00:48:33,240 --> 00:48:37,240 ‎약 100일이 지나자 ‎새 팔은 완전히 성장했습니다 402 00:48:46,000 --> 00:48:49,480 ‎문어가 끔찍한 공격을 ‎꿋꿋이 이겨내고 403 00:48:49,560 --> 00:48:52,960 ‎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‎생각하니 감격스러웠죠 404 00:49:16,520 --> 00:49:17,880 ‎"271일째" 405 00:49:17,960 --> 00:49:22,480 ‎얼마 후에 문어가 ‎평소처럼 생활을 이어 가자 406 00:49:22,560 --> 00:49:26,680 ‎저는 전혀 다른 각도로 ‎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407 00:49:27,160 --> 00:49:30,320 ‎문어의 세상을 ‎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요 408 00:49:37,000 --> 00:49:39,880 ‎평온하고 청명한 날이었어요 409 00:49:41,440 --> 00:49:44,800 ‎문어가 모퉁이를 돌면서 ‎게를 발견했어요 410 00:49:49,160 --> 00:49:50,720 ‎안됐지만 게는 411 00:49:51,560 --> 00:49:54,080 ‎물렁물렁한 동물의 사냥감 신세죠 412 00:49:56,040 --> 00:49:59,360 ‎문어는 작은 틈새에도 ‎몸을 욱여넣습니다 413 00:50:08,320 --> 00:50:10,440 ‎게는 문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414 00:50:10,920 --> 00:50:16,680 ‎독성이 있는 커다란 아네모네 아래 ‎몸을 숨겼습니다 415 00:50:20,320 --> 00:50:22,680 ‎문어도 잠자코 숨어 기다렸죠 416 00:50:46,960 --> 00:50:50,200 ‎이제 안심해도 되겠다고 ‎생각한 게는 417 00:50:50,680 --> 00:50:54,040 ‎아네모네에서 빠져나오는 ‎실수를 저질렀습니다 418 00:52:35,640 --> 00:52:39,320 ‎문어는 지저분하게 배를 채워요 ‎파편이 튀고 냄새도 고약하죠 419 00:52:40,960 --> 00:52:42,400 ‎주위를 둘러보면 420 00:52:42,480 --> 00:52:47,200 ‎거미불가사리 떼가 ‎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421 00:52:47,280 --> 00:52:49,280 ‎문어에게 몰려듭니다 422 00:52:55,800 --> 00:52:58,880 ‎불가사리 떼에 뒤덮여 ‎당황한 문어는 423 00:52:58,960 --> 00:53:02,200 ‎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‎잘 모르는 눈치죠 424 00:53:04,240 --> 00:53:06,360 ‎제가 봐도 골치 아프겠더군요 425 00:53:07,200 --> 00:53:11,480 ‎거미불가사리가 문어의 먹이를 ‎매번 빼앗아 먹을 테니까요 426 00:53:16,480 --> 00:53:19,160 ‎얼마 안 돼서 문어는 427 00:53:19,240 --> 00:53:23,080 ‎거미불가사리가 ‎먹이를 훔쳐 가는 걸 알고 428 00:53:23,160 --> 00:53:26,760 ‎놀라운 방식으로 대처했죠 ‎빨판으로 불가사리를 떼서 429 00:53:26,840 --> 00:53:29,080 ‎굴 밖으로 조심스레 밀어냈습니다 430 00:53:32,440 --> 00:53:34,280 ‎주도권을 잡은 거죠 431 00:53:43,960 --> 00:53:48,560 ‎문어가 이 사냥법을 처음 쓴 건 ‎바닷가재를 잡을 때였어요 432 00:53:52,320 --> 00:53:53,600 ‎난데없이 433 00:53:55,120 --> 00:53:56,800 ‎암초에서 바닷가재가 튀어나왔죠 434 00:54:16,520 --> 00:54:19,560 ‎저는 틀림없이 문어한테 ‎잡힐 줄 알았어요 435 00:54:30,680 --> 00:54:32,760 ‎그런데 몇 번이나 빠져나가더군요 436 00:54:40,560 --> 00:54:42,840 ‎그리고 몇 주 후였죠 437 00:54:43,360 --> 00:54:46,400 ‎문어가 옆으로 ‎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438 00:54:47,600 --> 00:54:53,360 ‎저와 바닷가재 사이에 오려고 ‎저를 한쪽으로 몰더라고요 439 00:54:53,440 --> 00:54:56,680 ‎사냥 전략에 저를 이용한 거예요 440 00:55:00,720 --> 00:55:02,520 ‎무작정 돌진하지 않고 441 00:55:04,800 --> 00:55:07,160 ‎그물처럼 몸을 펼쳐 덮치더군요 442 00:55:10,320 --> 00:55:12,240 ‎사냥감이 옴짝달싹 못 하게요 443 00:55:20,600 --> 00:55:23,000 ‎한 동물이 전략을 세워서 444 00:55:23,520 --> 00:55:29,440 ‎까다로운 사냥감을 재빠르게 ‎효과적으로 잡는 모습이었죠 445 00:55:36,920 --> 00:55:39,480 ‎문어의 지능이 발달한 것은 446 00:55:39,960 --> 00:55:42,920 ‎수많은 먹이를 ‎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447 00:55:43,640 --> 00:55:45,120 ‎먹이의 종류도 다양하죠 448 00:55:46,520 --> 00:55:50,280 ‎문어가 잡는 연체동물은 ‎사냥하기 꽤 수월하지만 449 00:55:50,880 --> 00:55:53,280 ‎단단한 껍데기에 싸여 있습니다 450 00:55:57,520 --> 00:56:02,200 ‎문어는 이런 연체동물을 ‎어떻게 잡아먹는 걸까요? 451 00:56:06,200 --> 00:56:07,960 ‎문어 팔의 아랫부분에는 452 00:56:08,040 --> 00:56:10,720 ‎단단한 껍데기를 뚫는 드릴이 있죠 453 00:56:13,440 --> 00:56:16,880 ‎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‎뱀처럼 독을 떨어뜨려서 454 00:56:17,440 --> 00:56:19,800 ‎연체동물의 반응을 살핍니다 455 00:56:23,560 --> 00:56:26,720 ‎개중에는 힘이 쭉 빠지는 ‎연체동물도 있습니다 456 00:56:26,800 --> 00:56:30,520 ‎껍데기의 꼭대기에 ‎정확히 구멍을 뚫으면 되죠 457 00:56:31,400 --> 00:56:32,600 ‎벌림근에요 458 00:56:36,160 --> 00:56:38,200 ‎문어는 기하학적 구조를 파악해서 459 00:56:38,280 --> 00:56:43,320 ‎껍데기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‎위치를 정확히 알아내야 460 00:56:43,400 --> 00:56:44,840 ‎먹이를 구할 수 있죠 461 00:56:48,760 --> 00:56:52,120 ‎지능이 높은 무척추동물이라 ‎가능한 일입니다 462 00:56:53,080 --> 00:56:58,120 ‎문어는 학습 능력과 ‎세밀한 기억력을 자랑하죠 463 00:57:01,360 --> 00:57:05,080 ‎제가 문어에게 큰 가르침을 ‎받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64 00:57:11,240 --> 00:57:15,520 ‎얼른 아침이 왔으면 했죠 ‎할 일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465 00:57:15,960 --> 00:57:21,240 ‎아주 작은 흔적 하나하나 ‎사소한 행동을 모두 살펴보고 466 00:57:21,320 --> 00:57:24,880 ‎다른 동물과의 소통 방식을 ‎전부 연구하고 싶었어요 467 00:57:33,400 --> 00:57:36,560 ‎매일 같은 장소에 ‎왜 가냐고들 묻는데 468 00:57:37,240 --> 00:57:40,240 ‎날마다 들여다보면 ‎미묘한 차이가 눈에 띄죠 469 00:57:40,960 --> 00:57:43,200 ‎그때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돼요 470 00:57:46,240 --> 00:57:49,920 ‎문어는 수천 종의 동물과 ‎관계를 맺고 살아가요 471 00:57:50,000 --> 00:57:52,520 ‎거기에는 천적과 먹이도 포함되죠 472 00:57:52,600 --> 00:57:54,840 ‎이 생태계 전체를 보살피는 게 473 00:57:55,920 --> 00:57:57,200 ‎바로 해조 숲입니다 474 00:58:01,840 --> 00:58:05,360 ‎이제 계란고둥과 성게의 관계를 ‎알게 됐어요 475 00:58:05,440 --> 00:58:08,040 ‎문어와 계란고둥의 관계도요 476 00:58:08,120 --> 00:58:10,760 ‎동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477 00:58:10,840 --> 00:58:13,440 ‎수많은 이야기와 마주하게 돼요 478 00:58:28,600 --> 00:58:30,360 ‎숲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479 00:58:32,080 --> 00:58:36,000 ‎거대한 생명체의 존재감이 ‎여실히 느껴졌어요 480 00:58:37,000 --> 00:58:40,680 ‎숲은 저보다 수천 배 ‎영민하고 지혜로웠죠 481 00:58:42,920 --> 00:58:47,800 ‎수백만 년간 물속에서 가동된 ‎거대한 두뇌 같았어요 482 00:58:51,040 --> 00:58:53,240 ‎그 두뇌가 균형을 유지하는 거죠 483 00:59:03,720 --> 00:59:04,720 ‎"304일째" 484 00:59:04,800 --> 00:59:07,720 ‎이때는 전부 완벽해 보였어요 485 00:59:08,560 --> 00:59:10,480 ‎숲은 평화로웠죠 486 00:59:16,160 --> 00:59:18,240 ‎물론 제 착각이었어요 487 00:59:19,280 --> 00:59:23,640 ‎천적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‎깜빡 잊은 거죠 488 01:00:06,120 --> 01:00:07,280 ‎지금도... 489 01:00:08,800 --> 01:00:13,240 ‎큰 상어가 문어에게 갑자기 ‎달려들던 장면이 생생해요 490 01:00:21,440 --> 01:00:24,000 ‎문어는 가만히 숨어 있으려 했죠 491 01:00:29,840 --> 01:00:34,320 ‎상어는 주변을 헤엄치며 ‎문어 냄새를 추적했어요 492 01:00:41,960 --> 01:00:44,760 ‎그 모습을 보니 불안감이 엄습했죠 493 01:00:46,360 --> 01:00:47,840 ‎'악몽이 또 시작됐구나' 494 01:01:46,000 --> 01:01:47,960 ‎문어는 재빨리 숲 지붕에 올라가 495 01:01:48,040 --> 01:01:53,320 ‎다시마 잎 여러 장으로 ‎온몸을 꽁꽁 감싸기 시작했어요 496 01:01:54,520 --> 01:01:55,960 ‎그리고 밖을 내다봤죠 497 01:02:21,520 --> 01:02:23,320 ‎문어 냄새가 진동하자 498 01:02:23,400 --> 01:02:26,200 ‎상어는 다시마를 ‎마구 물어뜯었어요 499 01:02:44,720 --> 01:02:46,160 ‎문어가 먹물을 뿜더군요 500 01:03:00,720 --> 01:03:04,200 ‎곧장 물 밖의 바위 위로 ‎올라가서 깜짝 놀랐죠 501 01:03:09,080 --> 01:03:10,560 ‎그때 저는 502 01:03:11,320 --> 01:03:12,680 ‎제 눈을 의심했어요 503 01:03:17,120 --> 01:03:20,320 ‎문제는 물속으로 ‎돌아가야 한다는 거였죠 504 01:03:29,240 --> 01:03:32,200 ‎상어는 문어 냄새를 ‎다시 쫓고 있었어요 505 01:03:33,320 --> 01:03:35,280 ‎끔찍한 추격전이 시작됐죠 506 01:04:07,840 --> 01:04:09,840 ‎그러다 문어를 봤는데 507 01:04:10,880 --> 01:04:13,600 ‎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508 01:04:14,080 --> 01:04:18,120 ‎조개껍데기와 돌을 ‎100개쯤 얼른 줍더니 509 01:04:20,920 --> 01:04:25,120 ‎공격에 취약한 머리를 ‎팔을 접어 감싸더군요 510 01:04:26,800 --> 01:04:27,960 ‎그때 알았죠 511 01:04:28,600 --> 01:04:31,560 ‎이 진기한 모습을 ‎본 적이 있다는 걸요 512 01:04:32,440 --> 01:04:33,320 ‎오래전에요 513 01:04:59,840 --> 01:05:01,960 ‎상어는 문어를 금세 붙잡았어요 514 01:05:24,520 --> 01:05:25,840 ‎저는 숨이 차서 515 01:05:26,880 --> 01:05:28,920 ‎되도록 빨리 수면으로 올라갔다가 516 01:05:31,760 --> 01:05:33,160 ‎곧장 내려왔어요 517 01:05:38,840 --> 01:05:41,600 ‎그때 기가 막힌 광경을 봤죠 518 01:05:42,480 --> 01:05:47,720 ‎문어가 위험이 제일 적은 곳으로 ‎교묘하게 자리를 옮겼더군요 519 01:05:47,800 --> 01:05:49,560 ‎상어의 등 위로요 520 01:06:01,240 --> 01:06:04,160 ‎상어는 몸을 흔들어 ‎문어를 떼어 내려 했죠 521 01:06:06,840 --> 01:06:08,600 ‎단 몇 초 만에 522 01:06:09,120 --> 01:06:10,760 ‎상황 파악이 됐어요 523 01:06:10,840 --> 01:06:14,840 ‎문어가 우위를 차지한 걸 ‎금세 알아차렸죠 524 01:06:27,920 --> 01:06:30,720 ‎상어가 무성한 다시마숲에 ‎가까이 가자 525 01:06:32,920 --> 01:06:34,640 ‎문어는 떨어져 나왔어요 526 01:06:46,400 --> 01:06:48,200 ‎남은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527 01:06:49,200 --> 01:06:50,400 ‎재빨리 사라졌죠 528 01:06:56,600 --> 01:06:59,600 ‎두뇌 싸움에서 ‎상어가 완전히 밀린 거예요 529 01:07:32,800 --> 01:07:37,560 ‎상어가 한 번 더 스쳐 갔지만 ‎문어를 건들진 못했어요 530 01:07:37,640 --> 01:07:38,760 ‎손쓸 방법이 없자 531 01:07:39,440 --> 01:07:40,680 ‎상어는 떠나 버렸죠 532 01:07:45,720 --> 01:07:51,000 ‎단시간에 기지를 발휘해 ‎생사가 걸린 결정을 내리다니 533 01:07:52,240 --> 01:07:55,080 ‎문어는 참 경이로운 동물이에요 534 01:08:18,360 --> 01:08:22,680 ‎저는 이 암컷 문어의 삶 80%를 ‎곁에서 지켜봤습니다 535 01:08:24,440 --> 01:08:27,440 ‎너무나 짧았기에 ‎매 순간이 소중했죠 536 01:08:31,280 --> 01:08:33,200 ‎이렇게 멋진 날도 있었어요 537 01:08:34,080 --> 01:08:35,960 ‎사르파 살파가 떼로 몰려 왔죠 538 01:08:37,720 --> 01:08:39,160 ‎아주 얕은 물에요 539 01:08:41,560 --> 01:08:43,040 ‎문어가 갑자기 540 01:08:43,840 --> 01:08:46,080 ‎수면으로 팔을 쫙 뻗더라고요 541 01:08:51,920 --> 01:08:53,240 ‎처음에는 542 01:08:54,120 --> 01:08:55,640 ‎물고기를 잡는 줄 알았죠 543 01:09:02,240 --> 01:09:03,880 ‎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544 01:09:04,360 --> 01:09:07,240 ‎문어는 전략적으로 사냥하거든요 545 01:09:07,840 --> 01:09:09,200 ‎목표가 분명하죠 546 01:09:14,920 --> 01:09:17,600 ‎이건 포식 활동 같지가 않았어요 547 01:09:21,640 --> 01:09:24,520 ‎문어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‎한참 걸렸죠 548 01:09:26,520 --> 01:09:29,880 ‎그런데 아무리 봐도 ‎물고기와 장난치는 것 같았어요 549 01:09:45,040 --> 01:09:47,960 ‎사회적 동물은 ‎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550 01:09:48,040 --> 01:09:53,000 ‎지극히 반사회적 동물인 문어가 ‎물고기와 장난을 치다니 551 01:09:56,480 --> 01:09:58,640 ‎문어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죠 552 01:10:10,400 --> 01:10:12,880 ‎문어는 물고기에게 ‎흥미가 떨어지자 553 01:10:13,960 --> 01:10:15,160 ‎휙 다가와 554 01:10:18,000 --> 01:10:19,200 ‎저를 붙잡더군요 555 01:10:30,920 --> 01:10:34,400 ‎문어와 몸을 맞댄 건 ‎그때가 마지막이었죠 556 01:10:55,560 --> 01:11:01,760 ‎"324일째" 557 01:11:05,000 --> 01:11:06,360 ‎돌이켜 보니 558 01:11:07,440 --> 01:11:10,520 ‎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궂었어요 ‎물살이 거셌죠 559 01:11:17,720 --> 01:11:19,240 ‎사방에 찌꺼기가 떠다녔어요 560 01:11:22,440 --> 01:11:23,680 ‎내려가 보니 561 01:11:24,560 --> 01:11:27,200 ‎암컷 문어 옆에 ‎큰 문어가 있었어요 562 01:11:34,520 --> 01:11:38,000 ‎문어 두 마리가 붙어 있는 건 ‎보기 드물어요 563 01:11:40,560 --> 01:11:42,200 ‎이게 웬일인가 싶었죠 564 01:11:48,360 --> 01:11:51,800 ‎그런데 두 마리 모두 ‎아주 느긋하더라고요 565 01:11:51,880 --> 01:11:55,160 ‎그래서 짝짓기가 ‎시작되리라는 걸 알았죠 566 01:12:07,080 --> 01:12:12,280 ‎이때 저는 문어의 생활상을 ‎단계별로 잘 파악하고 있었어요 567 01:12:12,840 --> 01:12:16,800 ‎그래서 짝짓기가 시작되자 ‎설레기도 했지만 568 01:12:17,400 --> 01:12:18,520 ‎한편으로는 569 01:12:19,360 --> 01:12:22,200 ‎두려운 마음이 꿈틀댔어요 570 01:12:31,400 --> 01:12:33,120 ‎암컷 문어는 굴에만 있었죠 571 01:12:33,600 --> 01:12:37,480 ‎나와서 배를 채우지도 ‎사냥하지도 않았어요 572 01:12:39,120 --> 01:12:43,280 ‎알을 돌보는 일에 ‎온몸을 바치다시피 했죠 573 01:12:43,360 --> 01:12:48,160 ‎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확 줄고 ‎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어요 574 01:12:53,040 --> 01:12:55,720 ‎알은 어두운 굴 뒤편에 있어서 575 01:12:56,280 --> 01:12:57,760 ‎볼 수가 없었죠 576 01:13:04,560 --> 01:13:06,920 ‎저는 날마다 문어를 들여다봤어요 577 01:13:09,120 --> 01:13:13,200 ‎사이펀으로 산소를 공급하며 ‎암컷이 알을 보살피고 있었어요 578 01:13:14,440 --> 01:13:16,320 ‎그리고 서서히 죽어 갔죠 579 01:13:16,400 --> 01:13:21,000 ‎알이 부화하는 날에 맞춰 ‎죽음을 맞이한 겁니다 580 01:13:27,040 --> 01:13:29,680 ‎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‎기분이었어요 581 01:13:32,000 --> 01:13:35,920 ‎무척추동물이 ‎다름 아닌 연체동물이 582 01:13:36,000 --> 01:13:38,080 ‎제 목숨을 희생했잖아요 583 01:13:38,720 --> 01:13:39,800 ‎새끼를 위해서요 584 01:13:52,400 --> 01:13:54,720 ‎알은 전부 부화했습니다 585 01:13:55,240 --> 01:13:59,120 ‎그 작은 알들이 ‎물기둥에 실려 들어갔죠 586 01:13:59,760 --> 01:14:01,360 ‎수십만 개가요 587 01:14:07,720 --> 01:14:12,600 ‎겨우 숨만 붙어 있던 암컷 문어는 ‎굴 밖에 쓸려 나와 있었어요 588 01:14:19,040 --> 01:14:21,240 ‎문어는 물고기 먹이가 됐죠 589 01:14:21,320 --> 01:14:24,000 ‎수많은 청소동물이 와서 ‎뜯어 먹었어요 590 01:14:27,080 --> 01:14:28,640 ‎마음이 아팠어요 591 01:14:35,520 --> 01:14:38,520 ‎문어를 안아 들어 ‎보호하고도 싶었지만 592 01:14:40,200 --> 01:14:41,520 ‎꾹 참았죠 593 01:14:55,320 --> 01:14:56,480 ‎다음 날 594 01:14:58,200 --> 01:14:59,360 ‎큰 상어가 나타났어요 595 01:15:12,040 --> 01:15:16,960 ‎상어는 문어를 낚아채서 ‎뿌연 숲으로 사라지더군요 596 01:15:30,600 --> 01:15:34,160 ‎문어의 굴이 있는 곳에 ‎지금도 자주 갑니다 597 01:15:39,600 --> 01:15:42,520 ‎그 위에 둥둥 떠서 ‎문어의 존재를 느껴요 598 01:15:44,640 --> 01:15:46,040 ‎당연히 그립죠 599 01:15:58,960 --> 01:16:00,000 ‎하지만 600 01:16:05,040 --> 01:16:07,560 ‎마음이 놓인 것도 사실이에요 601 01:16:10,840 --> 01:16:16,040 ‎날마다 바다에 들어가서 ‎열성적으로 문어를 찾아다니며 602 01:16:18,200 --> 01:16:20,640 ‎촬영하려고 노력하느라 603 01:16:22,360 --> 01:16:23,480 ‎좀 힘들었거든요 604 01:16:23,560 --> 01:16:25,760 ‎꿈에서도 떨칠 수가 없었어요 605 01:16:27,560 --> 01:16:28,520 ‎문어 생각뿐이었죠 606 01:16:28,600 --> 01:16:30,440 ‎그 당시 저는 607 01:16:32,840 --> 01:16:35,080 ‎문어처럼 생각하고 움직였어요 608 01:16:35,160 --> 01:16:38,320 ‎그래서 한편으로는 ‎부담감이 어마어마했죠 609 01:16:51,720 --> 01:16:53,200 ‎하지만 속으로는 610 01:16:53,760 --> 01:16:56,560 ‎이 암컷 문어가 ‎무척 자랑스러웠어요 611 01:16:56,640 --> 01:17:01,120 ‎불가능한 확률을 이겨내고 ‎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612 01:17:03,920 --> 01:17:06,000 ‎상상도 못 할 삶이죠 613 01:17:31,120 --> 01:17:36,160 ‎살면서 제일 가슴 설렜던 일은 ‎아들인 톰과 함께하는 614 01:17:37,160 --> 01:17:38,960 ‎바닷가 산책이었어요 615 01:17:39,040 --> 01:17:42,200 ‎경이로운 자연을 ‎아들에게 보여 줬죠 616 01:17:42,280 --> 01:17:45,240 ‎세밀하고 복잡한 부분까지 ‎속속들이요 617 01:17:50,560 --> 01:17:54,280 ‎저는 자연에서 많은 걸 받았기에 ‎베풀 수 있었어요 618 01:17:56,880 --> 01:17:59,240 ‎자연에 환원할 에너지가 넘쳐 났죠 619 01:18:06,320 --> 01:18:10,560 ‎톰은 꼬마 해양 생물학자예요 ‎아는 게 제법 많죠 620 01:18:16,160 --> 01:18:18,040 ‎수영 실력도 아주 뛰어나요 621 01:18:21,640 --> 01:18:25,280 ‎톰은 나이가 들수록 ‎더 적극적으로 변해 가요 622 01:18:35,520 --> 01:18:37,240 ‎성장하는 게 보이죠 623 01:18:37,600 --> 01:18:42,520 ‎자기 정체성에 대한 ‎인식이 뚜렷해지고 624 01:18:45,920 --> 01:18:47,720 ‎자신감이 높아졌어요 625 01:18:49,280 --> 01:18:51,040 ‎그리고 무엇보다도 626 01:18:51,600 --> 01:18:52,920 ‎성정이 온화해졌습니다 627 01:18:53,920 --> 01:18:55,400 ‎이것이야말로 628 01:18:55,480 --> 01:18:59,160 ‎자연에서 수천 시간을 보낸 ‎아이가 배운 교훈이겠죠 629 01:19:08,040 --> 01:19:10,320 ‎암컷 문어가 죽고 몇 개월 후 630 01:19:10,400 --> 01:19:15,080 ‎톰이 아주 작은 문어를 ‎찾아냈어요 631 01:19:20,520 --> 01:19:23,160 ‎이렇게 작은 동물은 보기 드물죠 632 01:19:27,640 --> 01:19:31,880 ‎최대 50만 마리의 새끼 중에 ‎살아남는 건 극소수입니다 633 01:19:32,560 --> 01:19:36,800 ‎그러니 새끼들은 앞으로 ‎험난한 길을 헤쳐 가야 하죠 634 01:19:36,880 --> 01:19:39,480 ‎이들 신조는 ‎짧고 굵게 살다 가는 거지만요 635 01:19:45,480 --> 01:19:48,880 ‎죽은 암컷의 새끼일 수도 ‎있겠다고 생각했어요 636 01:19:50,120 --> 01:19:52,600 ‎크기나 발견 시점을 보면 ‎그럴 법했죠 637 01:19:56,920 --> 01:20:00,120 ‎암컷 문어를 ‎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습니다 638 01:20:25,240 --> 01:20:27,120 ‎저는 암컷 문어 덕분에 639 01:20:27,880 --> 01:20:30,480 ‎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640 01:20:40,320 --> 01:20:42,120 ‎바다에 들어가면 641 01:20:44,520 --> 01:20:46,760 ‎놀라우리만큼 자유로워지죠 642 01:20:46,840 --> 01:20:47,800 ‎날 짓누르던 643 01:20:48,320 --> 01:20:52,360 ‎온갖 걱정, 근심이 사라지고 ‎갈등이 해소됩니다 644 01:21:02,680 --> 01:21:06,120 ‎모든 동물에게 ‎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게 되죠 645 01:21:06,200 --> 01:21:08,440 ‎아주 작은 동물에게도요 646 01:21:13,400 --> 01:21:17,040 ‎모든 생명이 가치 있다는 ‎사실을 깨닫습니다 647 01:21:21,800 --> 01:21:25,280 ‎야생 동물의 삶이 ‎얼마나 유약한지 이해함으로써 648 01:21:26,840 --> 01:21:30,400 ‎이 땅에 사는 인간의 삶이 ‎얼마나 유약한지 알 수 있죠 649 01:21:36,640 --> 01:21:42,080 ‎해조 숲은 물론 그 안의 생물과 ‎점점 더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650 01:21:44,880 --> 01:21:47,320 ‎달이 지나고 해가 갈수록 ‎돈독해졌죠 651 01:21:52,400 --> 01:21:55,840 ‎야생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 ‎이야기가 들려옵니다 652 01:21:57,600 --> 01:21:59,320 ‎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지죠 653 01:22:14,040 --> 01:22:16,360 ‎저는 문어에게 ‎매료됐을 뿐만 아니라 654 01:22:16,440 --> 01:22:20,720 ‎문어가 상징하는 ‎야생의 세계를 사랑하게 됐고 655 01:22:20,800 --> 01:22:23,080 ‎달라진 나 자신을 ‎사랑하게 됐습니다 656 01:22:37,840 --> 01:22:40,680 ‎문어 덕분에 ‎온전히 느낄 수 있었죠 657 01:22:41,320 --> 01:22:44,640 ‎저도 자연의 일원이라는 ‎소속감이 생겼어요 658 01:22:45,320 --> 01:22:47,040 ‎실로 엄청난 변화죠 659 01:23:01,200 --> 01:23:05,240 ‎"크레이그는 매일 잠수하지만 ‎이제 홀로 헤엄치지 않는다" 660 01:23:05,320 --> 01:23:07,480 ‎"그가 공동 설립한 ‎'시 체인지 프로젝트'는" 661 01:23:07,560 --> 01:23:09,920 ‎"성장 가도의 잠수부 단체로" 662 01:23:10,000 --> 01:23:12,600 ‎"다시마숲 평생 보호 활동에 ‎헌신하고 있다" 663 01:24:48,920 --> 01:24:51,920 ‎자막: 최윤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