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1:19,615 --> 00:01:21,742 내 이름은 알리테아 2 00:01:22,242 --> 00:01:24,119 이 이야기는 실화다 3 00:01:25,079 --> 00:01:29,500 하지만 동화라고 해야 믿을 법한 이야기다 4 00:01:32,002 --> 00:01:34,922 그러니, 옛날 옛적에… 5 00:01:35,005 --> 00:01:38,634 인간이 금속 날개로 하늘을 가로지르고 6 00:01:39,635 --> 00:01:43,180 물갈퀴 발로 해저를 걸어 다니고 7 00:01:44,640 --> 00:01:47,392 손에 쥔 유리 타일이 8 00:01:47,476 --> 00:01:49,520 하늘에서 사랑 노래를 들려주던 시절 9 00:01:50,604 --> 00:01:54,399 적당히 행복하고 홀로인 한 여인이 있었다 10 00:01:54,983 --> 00:01:56,902 혼자인 것은 선택이었고 11 00:01:56,985 --> 00:01:59,696 지성을 발휘하여 12 00:01:59,780 --> 00:02:02,908 자립적으로 살았기에 행복했다 13 00:02:04,910 --> 00:02:06,495 그녀의 전공은 이야기였다 14 00:02:07,913 --> 00:02:09,581 그녀는 서사학자로 15 00:02:09,665 --> 00:02:14,211 인류의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된 진실을 찾고자 했다 16 00:02:15,546 --> 00:02:20,801 그래서 1년에 한두 번 낯선 땅을 여행했다 17 00:02:21,176 --> 00:02:23,846 중국, 남태평양 18 00:02:23,929 --> 00:02:26,056 레반트에 있는 시간을 잊은 도시들 19 00:02:30,185 --> 00:02:34,773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그와 같은 부류가 모이는 곳 20 00:02:37,317 --> 00:02:38,193 이쪽입니다 21 00:02:38,277 --> 00:02:40,279 - 왜 이러세요? - 이쪽입니다 22 00:02:40,362 --> 00:02:42,072 뭐 하는 거예요? 이거 놓으세요 23 00:02:42,156 --> 00:02:44,658 이스탄불의 미스터리 24 00:02:46,785 --> 00:02:48,162 알리테아! 25 00:02:48,954 --> 00:02:50,205 알리테아! 26 00:02:55,210 --> 00:02:56,628 어서 오세요 27 00:02:56,712 --> 00:02:58,463 - 잘 왔어요 - 귄한! 28 00:02:59,089 --> 00:03:00,549 어서 와요 29 00:03:00,632 --> 00:03:02,009 정말 반가워요 30 00:03:02,092 --> 00:03:03,719 - 이쪽은 아미나예요 - 아미나 31 00:03:03,802 --> 00:03:05,429 영국 문화원에 있어요 32 00:03:07,222 --> 00:03:11,018 공항에서 내 카트 낚아챘던 남자 봤어요? 33 00:03:11,101 --> 00:03:12,227 누구요? 34 00:03:13,604 --> 00:03:16,356 교수님이 오자마자 급히 가 버렸어요 35 00:03:16,982 --> 00:03:21,194 몸집은 작았고 핑크 양가죽 재킷 36 00:03:23,739 --> 00:03:24,990 희한하네요 37 00:03:25,866 --> 00:03:28,368 손이 뜨거웠어요 38 00:03:29,369 --> 00:03:30,495 사향 냄새가 났고 39 00:03:31,121 --> 00:03:32,664 정령이었나 보네 40 00:03:32,748 --> 00:03:35,292 불법 택시 기사겠죠 41 00:03:35,375 --> 00:03:37,169 향수를 많이 뿌렸겠죠 42 00:03:37,252 --> 00:03:41,131 교수님은 정령을 믿는다는 건가요? 43 00:03:41,506 --> 00:03:44,384 굳이 믿으려 드는 사람도 있긴 하죠 44 00:03:44,468 --> 00:03:45,677 날 포함해서요? 45 00:03:45,761 --> 00:03:49,640 정령, 유령, 외계인 도움되는 건 뭐든 46 00:03:56,396 --> 00:03:58,899 호텔에서 깜짝 선물을 준비했대요 47 00:04:04,404 --> 00:04:06,281 애거사 크리스티 룸이에요 48 00:04:06,365 --> 00:04:09,534 '오리엔트 특급 살인'을 집필했던 방이죠 49 00:04:20,545 --> 00:04:25,008 그러니 기상학 데이터를 분석할 수단이 없다면 50 00:04:25,509 --> 00:04:29,638 폭풍우의 위력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? 51 00:04:30,931 --> 00:04:33,100 계절은 어떻게 설명하죠? 52 00:04:33,183 --> 00:04:35,894 가을에서 겨울, 봄에서 여름 53 00:04:35,978 --> 00:04:41,066 지구의 공전을 모른다면 설명이 불가능하죠 54 00:04:41,942 --> 00:04:43,986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습니다 55 00:04:44,069 --> 00:04:48,991 계절, 쓰나미, 병균 56 00:04:49,074 --> 00:04:52,035 그저 이야기에 의지해야 했죠 57 00:04:53,203 --> 00:04:56,248 비니 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58 00:04:56,331 --> 00:04:58,333 '한때는 이야기가 우리의 존재를' 59 00:04:58,417 --> 00:05:00,836 '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' 60 00:05:00,919 --> 00:05:02,587 그렇습니다 61 00:05:02,671 --> 00:05:08,176 우린 불가사의와 재해 뒤에 있는 미지의 힘을 62 00:05:08,552 --> 00:05:10,679 서로 이야기하면서… 63 00:05:14,224 --> 00:05:16,977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름을 붙였죠 64 00:05:17,352 --> 00:05:18,603 예를 보여드리죠 65 00:05:19,104 --> 00:05:24,484 인류는 구체적이고 강력하고 친근한 신들을 66 00:05:24,943 --> 00:05:27,362 모든 문화의 신화 속에서 언급해 왔습니다 67 00:05:27,446 --> 00:05:31,533 그리스, 로마, 노르웨이 끝도 없죠 68 00:05:32,117 --> 00:05:37,998 제우스, 포세이돈, 아테나 토르와 그 자손들까지 69 00:05:38,081 --> 00:05:41,001 여전히 유명합니다 70 00:05:42,294 --> 00:05:44,963 이들이 신들의 흔적이죠 71 00:05:46,882 --> 00:05:50,177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뭘까? 72 00:05:55,891 --> 00:05:58,310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요구하는 건 뭘까? 73 00:05:59,978 --> 00:06:03,106 신화 체계가 있고 과학이란 게 있죠 74 00:06:05,776 --> 00:06:07,152 미안해요 75 00:06:07,736 --> 00:06:11,114 과거에 알던 것은 신화였습니다 76 00:06:11,990 --> 00:06:15,160 지금 아는 것은 과학이라고 하고요 77 00:06:19,831 --> 00:06:21,208 언제가 되건 78 00:06:22,292 --> 00:06:24,211 인류의 창조 이야기는 79 00:06:25,087 --> 00:06:27,172 과학적 서술로 교체될 것입니다 80 00:06:27,964 --> 00:06:29,716 공들인 과학으로 81 00:06:30,467 --> 00:06:32,302 모든 신과 괴물들은 82 00:06:33,470 --> 00:06:35,514 존재 이유를 다하고 83 00:06:36,681 --> 00:06:38,975 은유로 전락할 겁니다 84 00:06:39,059 --> 00:06:41,103 헛소리! 85 00:06:44,106 --> 00:06:45,107 알리테아! 86 00:06:49,736 --> 00:06:50,737 알리테아 87 00:06:51,947 --> 00:06:53,156 무슨 일이에요? 88 00:06:53,240 --> 00:06:54,866 모르겠어요, 갑자기 쓰러졌어요 89 00:06:54,950 --> 00:06:55,951 갑자기 그냥 90 00:07:02,833 --> 00:07:04,251 세상에 91 00:07:05,502 --> 00:07:06,628 괜찮아요? 92 00:07:17,139 --> 00:07:18,432 병원 안 가요? 93 00:07:18,515 --> 00:07:20,183 왜요? 멀쩡한데 94 00:07:20,267 --> 00:07:22,561 진짜 괜찮아요? 95 00:07:22,644 --> 00:07:26,314 살짝 쑤시다 뿐이지 별다른 거 없어요 96 00:07:26,398 --> 00:07:28,191 수선 떨지 말아요 97 00:07:28,275 --> 00:07:30,026 그럼 아까는 어떻게 된 거예요? 98 00:07:34,156 --> 00:07:37,909 요새 내 상상력이 점점 좋아져서 99 00:07:38,785 --> 00:07:40,162 날 기습하기도 해요 100 00:07:40,662 --> 00:07:43,081 - 경고 같아요 - 무슨 경고요? 101 00:07:44,624 --> 00:07:46,168 안주하지 말라고 102 00:07:46,877 --> 00:07:48,295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103 00:07:49,129 --> 00:07:51,715 상상이 가끔씩 무례하게 나타나지만 104 00:07:51,798 --> 00:07:53,884 애써 떨치려고 하진 않아요 105 00:07:55,010 --> 00:07:58,180 잠시 날 흔들다가 물러나니까 106 00:07:58,263 --> 00:07:59,681 뭐가 물러나요? 107 00:07:59,764 --> 00:08:02,893 그냥 하는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요 108 00:08:05,312 --> 00:08:06,938 애처럼 굴고 그래요 109 00:08:07,022 --> 00:08:09,191 애라서 그래요 110 00:08:13,195 --> 00:08:16,072 운명이 존재한다면 벗어날 순 있을까? 111 00:08:17,032 --> 00:08:18,200 아무도 모른다 112 00:08:19,034 --> 00:08:21,119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다 113 00:08:21,203 --> 00:08:23,205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엔 114 00:08:23,580 --> 00:08:27,334 거리가 62개, 점포가 4천 개다 115 00:08:28,293 --> 00:08:31,338 그중 한 점포엔 방이 3개다 116 00:08:32,547 --> 00:08:38,220 제일 작은 방엔 골동품 무더기가 있었다 117 00:08:39,721 --> 00:08:41,348 그 무더기 바닥에서 118 00:08:42,599 --> 00:08:44,351 기념품을 하나 골랐다 119 00:08:50,106 --> 00:08:51,608 이게 뭔지 아세요? 120 00:08:52,067 --> 00:08:56,279 '체슈미 뷜뷜' 같긴 하네요 '나이팅게일의 눈' 121 00:08:56,363 --> 00:08:59,741 1845년쯤 인지르쾨이에 유리 장인들이 있었죠 122 00:08:59,824 --> 00:09:02,786 이렇게 나선형 청백 패턴으로 유명했어요 123 00:09:02,869 --> 00:09:06,373 이거 선물로 드릴게요 청승맞은 거 내려놔요 124 00:09:09,626 --> 00:09:13,505 이 '체슈미 뷜뷜' 125 00:09:13,588 --> 00:09:16,049 진품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? 126 00:09:16,132 --> 00:09:17,676 진품이라면 127 00:09:17,759 --> 00:09:21,179 유리 부는 장인이 토해낸 핏방울이 있다고 하는데 128 00:09:21,263 --> 00:09:24,432 제가 보기엔 요즘 모조품 같네요 129 00:09:24,516 --> 00:09:27,143 불에 좀 그을렸네, 다른 거 골라요 130 00:09:27,894 --> 00:09:29,396 마음만 받을게요 131 00:09:30,397 --> 00:09:31,523 이게 좋네요 132 00:09:31,898 --> 00:09:34,776 뭐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예요 133 00:10:01,428 --> 00:10:02,262 여보세요 134 00:10:02,345 --> 00:10:03,847 - 안녕하십니까? - 안녕하세요 135 00:10:03,930 --> 00:10:05,599 - 룸서비스입니다 - 네 136 00:10:06,182 --> 00:10:08,184 - 달걀은 어떻게 드릴까요? - 반숙으로 주세요 137 00:10:08,560 --> 00:10:10,186 - 토스트도 드릴까요? - 네, 테두리 빼고요 138 00:10:10,270 --> 00:10:11,813 - 달걀은 2개 드릴까요? - 하나만요 139 00:10:12,314 --> 00:10:13,773 - 네, 감사합니다 - 감사합니다 140 00:11:43,405 --> 00:11:47,283 눈 감고 셋을 셀 테니까 141 00:11:48,034 --> 00:11:50,995 그 안에 나가 주면 고맙겠어요 142 00:11:54,040 --> 00:11:55,166 하나 143 00:11:55,792 --> 00:11:57,001 둘 144 00:11:58,002 --> 00:11:59,045 셋 145 00:12:04,050 --> 00:12:05,051 넷 146 00:12:05,760 --> 00:12:06,928 다섯 147 00:12:08,138 --> 00:12:09,347 여섯 148 00:12:09,431 --> 00:12:11,474 일곱, 여덟 149 00:12:11,558 --> 00:12:13,560 아홉, 열 150 00:12:34,414 --> 00:12:36,541 영어는 모르겠죠? 151 00:12:38,334 --> 00:12:39,461 독일어? 152 00:12:40,336 --> 00:12:41,671 에스파냐어? 153 00:12:42,714 --> 00:12:43,714 그리스어? 154 00:12:47,469 --> 00:12:51,097 호메로스 그리스어를 아십니까? 155 00:12:51,723 --> 00:12:54,767 수업을 듣긴 했어요 156 00:12:54,851 --> 00:12:56,311 대학에서 157 00:12:56,394 --> 00:12:58,021 두려워할 것도 158 00:12:58,104 --> 00:13:02,859 태연한 척 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159 00:13:03,610 --> 00:13:06,988 당신은 날 풀어준 은인이니까 160 00:13:07,071 --> 00:13:09,782 감사의 표시로 161 00:13:09,866 --> 00:13:13,161 세 가지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162 00:13:13,244 --> 00:13:17,248 세 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163 00:13:17,332 --> 00:13:19,375 셋은 셋입니다 164 00:13:19,459 --> 00:13:21,211 능력의 개수죠 165 00:13:22,086 --> 00:13:25,840 무한한 소원을 빌 순 없습니다 166 00:13:25,924 --> 00:13:26,758 네 167 00:13:26,841 --> 00:13:29,552 개념은 알아요 168 00:13:29,636 --> 00:13:32,514 영원한 생명을 빌 순 없습니다 169 00:13:32,597 --> 00:13:34,807 당신은 필멸의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170 00:13:34,891 --> 00:13:37,852 저는 불멸의 존재로 태어났죠 171 00:13:39,854 --> 00:13:42,690 죄를 없애 주거나 172 00:13:42,774 --> 00:13:45,527 모든 고통을 끝내 줄 순 없습니다 173 00:13:46,236 --> 00:13:48,571 난 일개 정령이니까 174 00:13:48,655 --> 00:13:50,323 합당하군요 175 00:13:50,406 --> 00:13:53,243 제약은 여기까지입니다 176 00:13:59,624 --> 00:14:03,086 이 작은 인간은 무엇입니까? 177 00:14:03,753 --> 00:14:07,799 그 사람은 마법사예요 178 00:14:08,424 --> 00:14:12,554 시간을 넘나들며 우릴 인도하는 분 179 00:14:14,305 --> 00:14:16,432 - 아인슈타인 - 아인슈타인 180 00:14:16,516 --> 00:14:19,978 당신은 저 사람을 상자에 가둔 마녀입니까? 181 00:14:20,061 --> 00:14:21,062 아뇨 182 00:14:21,521 --> 00:14:23,314 이건 과학이에요 183 00:14:23,898 --> 00:14:25,358 텔레비전 184 00:14:25,441 --> 00:14:26,651 '텔레비전' 185 00:14:26,734 --> 00:14:31,698 빛과 소리의 파형이죠 186 00:14:32,073 --> 00:14:34,951 - 송신기 - '송신기' 187 00:14:35,034 --> 00:14:37,662 작동 방식은 잘 몰라요 188 00:14:38,454 --> 00:14:41,082 난 문학 학자예요 189 00:14:41,457 --> 00:14:44,335 이런 건 모르죠 190 00:14:44,711 --> 00:14:50,842 전 한낱 정령이지만 송신기가 뭔지는 알겠군요 191 00:14:52,594 --> 00:14:54,470 우리 말을 금방 배웠네요 192 00:14:54,554 --> 00:14:57,348 이 영어라는 건 단순하군요 193 00:14:58,099 --> 00:15:00,351 규칙이 쉽습니다 194 00:15:05,982 --> 00:15:08,026 이 작은 아인슈타인 갖고 싶으십니까? 195 00:15:08,109 --> 00:15:09,360 아뇨, 아뇨 196 00:15:09,444 --> 00:15:11,029 저분에게 몹쓸 짓이죠 도로 넣어요 197 00:15:11,112 --> 00:15:13,656 크기를 키워서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198 00:15:13,740 --> 00:15:15,033 - 어떻게 이런 일이… - 아뇨, 도로 넣어요 199 00:15:15,116 --> 00:15:16,451 - 이건 불가능해 - 그게 소원입니까? 200 00:15:16,534 --> 00:15:18,786 아뇨, 당신이 마땅히 할 일이죠 201 00:15:24,250 --> 00:15:25,627 그럼 어떤 소원을 비시겠습니까? 202 00:15:28,004 --> 00:15:29,923 당신의 마음이 갈망하는 건 무엇입니까? 203 00:15:35,219 --> 00:15:39,390 일단 성급하게 굴진 말자고요 204 00:15:40,141 --> 00:15:42,727 천천히 생각해야겠어요 205 00:15:43,394 --> 00:15:46,022 저는 남는 게 시간입니다 206 00:15:46,648 --> 00:15:48,274 당신에 대해 말해 보세요 207 00:15:48,775 --> 00:15:50,818 이름은 알리테아 비니예요 208 00:15:50,902 --> 00:15:53,029 튀르키예엔 학회에 참석하러 왔고 209 00:15:53,363 --> 00:15:55,698 24시간 후엔 본국으로 돌아가요 210 00:15:55,782 --> 00:15:56,991 그리고? 211 00:15:59,494 --> 00:16:03,206 그리고 고백할 게 있어요 212 00:16:03,289 --> 00:16:05,041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는 거예요 213 00:16:05,416 --> 00:16:06,626 좋습니다 214 00:16:07,919 --> 00:16:10,254 어릴 때 알던 남자애가 있었어요 215 00:16:11,005 --> 00:16:12,298 첫사랑인가요? 216 00:16:12,382 --> 00:16:15,218 아뇨, 몸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어요 217 00:16:15,301 --> 00:16:16,427 정령인가요? 218 00:16:16,761 --> 00:16:17,762 아뇨 219 00:16:18,763 --> 00:16:22,141 당시엔 여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220 00:16:22,225 --> 00:16:24,185 늘 시끌벅적했지만 221 00:16:24,686 --> 00:16:28,940 나는 천성이 혼자인 걸 좋아했죠 222 00:16:29,315 --> 00:16:32,235 이 엔조라는 남자애는 223 00:16:32,318 --> 00:16:35,321 그 공허함에서 날 찾아왔어요 224 00:16:36,531 --> 00:16:38,700 상상 속 친구로 225 00:16:39,575 --> 00:16:43,454 걔는 둘만 아는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줬죠 226 00:16:45,081 --> 00:16:47,250 두통이 있을 때면 사라졌지만 227 00:16:47,333 --> 00:16:50,545 천식으로 꼼짝 못 할 땐 늘 곁에 있었어요 228 00:16:50,628 --> 00:16:54,382 아까 당신이 거부했던 작은 아인슈타인 같은 거군요 229 00:16:54,465 --> 00:16:55,842 뭔가의 산물? 230 00:16:56,300 --> 00:16:59,429 결핍의 산물이었죠 231 00:17:02,223 --> 00:17:06,019 걔가 떠날까 두려워 글로 적었어요 232 00:17:07,729 --> 00:17:12,233 일기장에 구체적으로 빼곡하게 적었죠 233 00:17:13,693 --> 00:17:17,363 하지만 사실성을 넣으려 할수록 234 00:17:17,947 --> 00:17:20,199 더 의심하게 됐고 235 00:17:20,867 --> 00:17:23,995 다 유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236 00:17:25,121 --> 00:17:26,706 너무 유치했죠 237 00:17:28,624 --> 00:17:33,504 그래서 얼마 후에 학교 난로에 태웠어요 238 00:17:36,007 --> 00:17:39,010 그랬더니 걔도 사라졌죠 239 00:17:40,011 --> 00:17:42,346 그런데 제가 나타난 거군요 240 00:17:44,891 --> 00:17:46,642 비이성적으로요 241 00:17:47,894 --> 00:17:51,481 저는 진짜로 존재합니다 함께 할 일이 있죠 242 00:17:54,358 --> 00:17:56,527 나중에 오시겠어요? 243 00:17:57,028 --> 00:18:00,114 룸서비스입니다 아침 가져왔습니다 244 00:18:00,990 --> 00:18:02,283 잠깐만요! 245 00:18:03,618 --> 00:18:05,036 문 꼭 닫으세요 246 00:18:19,342 --> 00:18:20,176 안녕하세요 247 00:18:20,259 --> 00:18:22,845 - 어디에 둘까요? - 저 주세요 248 00:18:22,929 --> 00:18:25,348 - 제가 할게요 - 아뇨, 괜찮아요 249 00:18:25,431 --> 00:18:27,600 그러시죠, 박사님, 편히 쉬셨어요? 250 00:18:27,683 --> 00:18:29,602 맛있어 보이네요, 푹 쉬었어요 251 00:18:29,685 --> 00:18:31,229 오늘 특별한 계획 있으신가요? 252 00:18:31,312 --> 00:18:33,523 글쎄요, 봐야죠 253 00:18:34,315 --> 00:18:36,692 아주 근사한 미술관이 있는데 254 00:18:36,776 --> 00:18:39,070 - 아뇨, 감사해요 - 오후에 모시겠습니다 255 00:18:39,153 --> 00:18:41,405 나중에 가죠, 좋은 하루 보내세요 256 00:18:42,448 --> 00:18:43,574 맛있게 드세요 257 00:18:43,658 --> 00:18:44,784 감사해요 258 00:19:00,341 --> 00:19:03,094 "방해하지 말아 주세요" 259 00:19:24,365 --> 00:19:26,492 더 편한 사이즈로 변했군요 260 00:19:26,993 --> 00:19:28,870 저를 환경에 잘 맞추는 편이죠 261 00:19:28,953 --> 00:19:30,705 드세요 262 00:19:31,372 --> 00:19:33,124 아침 괜히 주문했네요 263 00:19:33,708 --> 00:19:37,044 '난에 노코드치'입니다 병아리콩, 정향, 피스타치오 264 00:19:37,128 --> 00:19:38,754 입에서 녹을 겁니다 265 00:19:44,010 --> 00:19:45,928 뭐 물어봐도 돼요? 266 00:19:46,012 --> 00:19:47,013 뭐든지요 267 00:19:48,514 --> 00:19:51,267 어쩌다 저 병에 들어간 거죠? 268 00:19:52,518 --> 00:19:54,395 흥미로운 사연이 있죠 269 00:19:54,979 --> 00:19:56,939 이게 세 번째로 갇힌 거랍니다 270 00:19:57,023 --> 00:19:59,066 병에 세 번이나 갇혔어요? 271 00:19:59,150 --> 00:20:01,444 정령이긴 하지만 아주 어리석어서 272 00:20:01,527 --> 00:20:04,071 여인들과의 대화를 과하게 좋아하죠 273 00:20:04,155 --> 00:20:06,282 훗날엔 더욱 조심해야겠습니다 274 00:20:06,365 --> 00:20:07,700 애초에 어쩌다 잡혔어요? 275 00:20:08,659 --> 00:20:11,537 갈망 때문이지 뭐가 있겠습니까? 276 00:20:14,999 --> 00:20:16,292 어떤 여자였어요? 277 00:20:16,375 --> 00:20:17,501 시바 278 00:20:17,585 --> 00:20:20,504 - 시바 여왕 얘기예요? - 제 친족이었습니다 279 00:20:21,297 --> 00:20:23,382 - 시바도 정령이에요? - 정령의 딸이었죠 280 00:20:23,466 --> 00:20:24,967 그게 가능해요? 281 00:20:25,051 --> 00:20:27,345 인간과 정령은 함께할 수 있으나 282 00:20:27,428 --> 00:20:29,597 그 자식이 정령처럼 불멸하진 않습니다 283 00:20:29,680 --> 00:20:32,308 당나귀와 말이 씨 없는 노새만을 낳듯이 284 00:20:33,935 --> 00:20:36,687 그럼 어떻게 생긴 여자였어요? 285 00:20:37,313 --> 00:20:41,734 다리에 길고 검은 털이 수북한 걸 빼고는 286 00:20:41,817 --> 00:20:44,779 여느 인간과 같았지만 그래도 시바니까요 287 00:20:44,862 --> 00:20:47,448 전설에 의하면 아주 아름다웠다던데 288 00:20:47,531 --> 00:20:50,576 아름다운 게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였죠 289 00:20:54,205 --> 00:20:56,207 그때 전 자유로운 몸이었습니다 290 00:20:56,958 --> 00:21:00,086 시바의 침소를 들락거리곤 했죠 291 00:21:01,212 --> 00:21:03,673 시바 292 00:21:07,301 --> 00:21:10,263 저는 그녀의 여자 노예들처럼 293 00:21:10,346 --> 00:21:13,099 그녀를 전율하게 하는 손길을 알고 있었죠 294 00:21:14,183 --> 00:21:16,686 내 그토록 원했던 존재는 없습니다 295 00:21:17,436 --> 00:21:19,105 시바도 당신을 원했나요? 296 00:21:19,188 --> 00:21:21,899 저는 그녀의 장난감이자 은밀한 친구였죠 297 00:21:21,983 --> 00:21:24,485 솔로몬이 아니었다면 관계가 깊어졌겠지만 298 00:21:24,568 --> 00:21:25,611 솔로몬 왕이요? 299 00:21:25,987 --> 00:21:27,738 하늘에서 평온하시길 300 00:21:27,822 --> 00:21:30,074 시바에게 구애하려고 사막을 건너왔었죠 301 00:21:30,157 --> 00:21:32,785 - 시바가 가지 않았어요? - 아닙니다 302 00:21:32,868 --> 00:21:36,289 성경엔 그렇게 나오던데 이야기나 그림도 그렇고 303 00:21:36,372 --> 00:21:37,790 헨델은 그 사건을 곡으로도 썼어요 304 00:21:37,873 --> 00:21:41,085 저는 직접 봤습니다 솔로몬이 왔습니다 305 00:21:43,879 --> 00:21:47,049 그대는 여왕이십니다 306 00:21:47,133 --> 00:21:49,969 공정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강대한 새처럼 자유로우시죠 307 00:21:50,511 --> 00:21:54,181 왜 한낱 남자에게 얽매이려 하십니까? 308 00:21:54,265 --> 00:21:55,683 나의 사촌 지니여 309 00:21:55,766 --> 00:21:58,728 내 마음을 뺏을 수 있는 남자는 없다 310 00:22:08,738 --> 00:22:10,531 그는 연주를 시작했죠 311 00:23:42,498 --> 00:23:45,084 어떻게든 시바를 단념시키려 했지만 312 00:23:45,793 --> 00:23:48,796 자바사 벌의 향 밀랍을 다리에 발라 313 00:23:48,879 --> 00:23:51,841 다리털을 없앨 때는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314 00:23:52,216 --> 00:23:55,136 하지만 전 어리석게도 315 00:23:55,219 --> 00:23:57,263 당신의 몸은 풍요롭고 사랑스러우나 316 00:23:57,596 --> 00:23:59,682 정신은 더욱 풍요롭고 사랑스러우며 317 00:23:59,765 --> 00:24:01,142 강인하다고 말했죠 318 00:24:01,892 --> 00:24:05,646 그녀도 동의하고는 뜨거운 눈물을 떨구며 319 00:24:06,772 --> 00:24:09,692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들을 솔로몬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320 00:24:09,775 --> 00:24:13,863 '방이 1천 개인 궁전에서 빨간 실크 한 올을 찾아라' 321 00:24:13,946 --> 00:24:16,532 '정령인 어머니의 비밀스러운 이름을 맞혀라' 322 00:24:17,533 --> 00:24:19,743 '여자가 가장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말해라' 323 00:24:19,827 --> 00:24:22,079 그건 불가능해 보이네요 324 00:24:22,163 --> 00:24:23,205 솔로몬에겐 아니었죠 325 00:24:23,289 --> 00:24:26,959 그는 땅 짐승, 불 정령과 대화를 할 수 있었죠 326 00:24:27,042 --> 00:24:30,504 개미들에게 실크 실을 찾아내도록 했고 327 00:24:30,588 --> 00:24:33,048 시바의 어머니 이름은 불 정령에게 들었습니다 328 00:24:37,386 --> 00:24:39,305 그리고 시바의 눈을 들여다보며 329 00:24:39,388 --> 00:24:42,558 여자가 가장 갈망하는 게 무언지 말했죠 330 00:24:44,685 --> 00:24:46,020 시바는 크게 놀라며 331 00:24:47,563 --> 00:24:49,315 옳은 답이라고 했습니다 332 00:24:53,569 --> 00:24:57,239 그래서 솔로몬이 가장 갈망하던 것 333 00:24:57,323 --> 00:25:00,075 혼인과 동침을 허락했습니다 334 00:25:20,179 --> 00:25:21,972 위대한 마법사였던 그는 335 00:25:22,348 --> 00:25:26,435 주문으로 저를 황동 병에 가뒀습니다 336 00:25:52,711 --> 00:25:54,755 시바는 절 풀어달라고 간청하지도 않았죠 337 00:25:55,881 --> 00:25:57,341 저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338 00:25:58,467 --> 00:26:00,219 병에 든 공기일 뿐 339 00:26:15,025 --> 00:26:17,653 저는 홍해에 던져져 340 00:26:17,736 --> 00:26:20,906 2500년 동안 버림받은 채 지냈죠 341 00:26:26,745 --> 00:26:28,080 자는 것 빼고 342 00:26:28,455 --> 00:26:31,250 2500년간 병 속에서 뭘 하며 지냈어요? 343 00:26:32,751 --> 00:26:34,336 정령은 자지 않습니다 344 00:26:40,092 --> 00:26:41,885 그럼 어떻게 버텼어요? 345 00:26:45,014 --> 00:26:49,101 처음 100년은 제 운명에 분노했죠 346 00:26:49,768 --> 00:26:52,855 보슈콜로께 풀어달라고 기도했고 기도가 통하지 않자 347 00:26:52,938 --> 00:26:56,317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348 00:26:56,400 --> 00:26:59,278 그래도 답이 없어서 349 00:27:00,154 --> 00:27:04,908 지나온 인생을 되짚으며 뜬눈으로 꿈꾸듯 지냈죠 350 00:27:04,992 --> 00:27:07,911 그러곤 수도 없이 지쳐버릴 때면 351 00:27:07,995 --> 00:27:11,999 또다시 기도하고 분노했습니다 352 00:27:12,916 --> 00:27:14,293 그러다 마침내… 353 00:27:15,377 --> 00:27:17,296 자신을 속이게 됐죠 354 00:27:18,756 --> 00:27:23,969 보슈콜로께 평생 병 속에 머물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355 00:27:24,053 --> 00:27:25,429 효과가 있었어요? 356 00:27:25,763 --> 00:27:27,097 헛된 것을 갈망하는 게? 357 00:27:27,181 --> 00:27:30,851 병에 갇혀 있기를 원하는 척하는 게? 358 00:27:30,934 --> 00:27:31,934 아뇨 359 00:27:32,561 --> 00:27:35,022 정령에겐 죽음과 가장 가까운 상태였죠 360 00:27:37,900 --> 00:27:39,485 시바가 한 질문의 답은 알아요? 361 00:27:39,568 --> 00:27:40,986 여자가 가장 갈망하는 것? 362 00:27:41,070 --> 00:27:42,070 네 363 00:27:42,279 --> 00:27:43,113 모르십니까? 364 00:27:43,197 --> 00:27:45,240 당신이 모른다면 저도 말할 수 없죠 365 00:27:45,324 --> 00:27:47,368 사람은 원하는 게 다 같지 않아요 366 00:27:47,451 --> 00:27:50,913 제겐 당신의 갈망이 명확하지 않군요 367 00:27:50,996 --> 00:27:54,458 나는 필요한 것들을 다 가진 나이예요 368 00:27:54,541 --> 00:27:57,002 만족스럽고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죠 369 00:27:57,086 --> 00:27:57,920 말씀해 보시죠 370 00:27:58,003 --> 00:28:00,214 결혼하셨나요? 사별했다거나? 371 00:28:01,340 --> 00:28:02,633 혹은 어머니라거나? 372 00:28:02,716 --> 00:28:05,260 자식도 형제도 부모도 없어요 373 00:28:06,804 --> 00:28:08,180 남편은 있었어요 374 00:28:09,515 --> 00:28:11,517 그 남편의 성격은 어땠죠? 375 00:28:12,351 --> 00:28:13,435 성격이요? 376 00:28:13,852 --> 00:28:16,730 처음엔 아주 밝았죠 377 00:28:16,814 --> 00:28:18,065 그럼 끝에는요? 378 00:28:18,148 --> 00:28:20,234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379 00:28:20,317 --> 00:28:23,487 그렇더라도 이야기고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380 00:28:23,570 --> 00:28:27,574 날 손에 쥔 사람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죠 381 00:28:30,119 --> 00:28:31,620 좋아요 382 00:28:34,832 --> 00:28:36,875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고 383 00:28:37,751 --> 00:28:39,044 일찍 결혼했어요 384 00:28:39,128 --> 00:28:43,715 처음엔 서로의 육체와 마음에 만족했어요 385 00:28:44,258 --> 00:28:45,592 꽤 오랜 시간 문제없이 지내다가 386 00:28:45,676 --> 00:28:46,927 "작은 엔조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미지" 387 00:28:47,010 --> 00:28:48,512 그 일을 겪고선 388 00:28:49,221 --> 00:28:51,890 다 사라져 버렸어요 389 00:28:51,974 --> 00:28:53,267 그리고 우린 점점… 390 00:28:54,601 --> 00:28:56,729 - 소원해졌죠 - 지금 어디 있죠? 391 00:28:58,272 --> 00:29:00,983 에멀라인 포터와 해크니에 살아요 392 00:29:03,902 --> 00:29:06,780 "잭" 393 00:29:06,864 --> 00:29:08,449 "예언자" 394 00:29:08,532 --> 00:29:09,867 그 사람 말이… 395 00:29:10,617 --> 00:29:12,911 저는 감정을 읽을 능력이 없다고 했어요 396 00:29:17,124 --> 00:29:19,501 그 사람 감정을 못 읽는다고 397 00:29:27,384 --> 00:29:30,596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… 398 00:29:31,180 --> 00:29:36,560 내 능력과 고독의 원천이에요 399 00:29:37,352 --> 00:29:39,938 그래서 이야기를 좋아하나 봐요 400 00:29:40,939 --> 00:29:43,525 이야기들을 보며 감정을 찾죠 401 00:29:47,196 --> 00:29:49,990 남편을 되찾는 걸 소원으로 비시죠 402 00:29:50,073 --> 00:29:52,409 아뇨, 아뇨, 아니에요 403 00:29:54,787 --> 00:29:57,206 그때는… 404 00:29:58,582 --> 00:30:02,544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꼈을지 몰라도 405 00:30:03,587 --> 00:30:05,422 실은 후련했어요 406 00:30:06,673 --> 00:30:08,550 무슨 죄수 같다고나 할까? 407 00:30:08,967 --> 00:30:11,845 지하 감옥에서 나와 햇볕을 쬔 죄수 408 00:30:12,721 --> 00:30:16,183 비로소 내 인생을 살게 된 거예요 409 00:30:16,850 --> 00:30:19,645 더 바랄 게 없죠 410 00:30:19,728 --> 00:30:23,232 정말 현명하고 신중한 분이시지만 411 00:30:23,982 --> 00:30:27,611 깊이 숨겨뒀을지언정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죠 412 00:30:29,238 --> 00:30:30,614 그럴 수도 있죠 413 00:30:30,989 --> 00:30:36,036 그런데 나는 서사학자이기도 해요 414 00:30:36,119 --> 00:30:37,704 그게 문제가 되죠 415 00:30:38,622 --> 00:30:40,582 아주 큰 문제 416 00:30:40,666 --> 00:30:44,002 사기꾼 정령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참 많은데 417 00:30:44,086 --> 00:30:46,338 결국엔 소원 비는 인간을 이용해 먹죠 418 00:30:46,421 --> 00:30:49,967 저는 다릅니다 신을 경외하고 영예로우며 419 00:30:50,050 --> 00:30:52,177 소원을 들어주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420 00:30:52,261 --> 00:30:53,846 그게 사실이라 쳐도 421 00:30:54,513 --> 00:30:57,516 소원 비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어요? 422 00:30:59,726 --> 00:31:02,312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요? 423 00:31:03,522 --> 00:31:04,982 그러길 빌어야죠 424 00:31:05,607 --> 00:31:07,776 그런 분이리라 믿고 있습니다 425 00:31:08,402 --> 00:31:09,653 한 가지… 426 00:31:10,529 --> 00:31:12,781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마 알 거예요 427 00:31:13,615 --> 00:31:15,450 친구 셋이서 바다에서 표류 중에 428 00:31:15,534 --> 00:31:19,037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법 물고기를 잡았어요 429 00:31:19,121 --> 00:31:21,832 첫 번째가 집에 가서 아내와 있고 싶다고 하자 430 00:31:21,915 --> 00:31:22,749 배에서 사라졌어요 431 00:31:22,833 --> 00:31:26,086 두 번째가 자식들과 뛰어놀고 싶다고 하자 432 00:31:26,169 --> 00:31:29,590 이번에도 사라졌죠 세 번째는 친구들이 그립다고 433 00:31:29,673 --> 00:31:31,091 - 여기 있으면 좋겠다 했죠 - 맞아요 434 00:31:31,174 --> 00:31:35,470 소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 경고성 이야기예요 435 00:31:35,554 --> 00:31:37,347 해피엔딩이 없죠 436 00:31:37,431 --> 00:31:39,266 웃긴 이야기마저 결말이 안 좋아요 437 00:31:39,349 --> 00:31:41,685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당신과 내가 저자니까 438 00:31:41,768 --> 00:31:43,896 함정들을 다 피할 수 있어요 439 00:31:45,898 --> 00:31:47,941 내가 소원을 하나도 안 빌면요? 440 00:31:50,235 --> 00:31:51,235 뭐라고요? 441 00:31:54,031 --> 00:31:55,449 소원을 안 빌면? 442 00:31:55,991 --> 00:31:57,409 그건… 443 00:31:59,703 --> 00:32:00,746 그건… 444 00:32:00,829 --> 00:32:03,206 재앙입니다! 445 00:32:17,304 --> 00:32:18,305 알았어요 446 00:32:23,352 --> 00:32:26,104 두 번째 갇힌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447 00:32:26,188 --> 00:32:27,522 집중해서 들을게요 448 00:32:38,492 --> 00:32:39,492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449 00:32:40,494 --> 00:32:43,997 어쩌다 홍해 해저에서 450 00:32:44,081 --> 00:32:47,960 콘스탄티노플의 궁전으로 간 건지 451 00:32:49,002 --> 00:32:52,464 어느 오스만 전사의 죽음과 관련된 거라 상상할 뿐이죠 452 00:32:58,261 --> 00:32:59,972 제국의 패망 453 00:33:09,231 --> 00:33:10,774 그리고 사랑에 빠진 여자 454 00:33:43,932 --> 00:33:45,308 넌 누구니? 455 00:33:48,020 --> 00:33:52,691 "정령의 망각" 456 00:33:55,527 --> 00:33:57,988 걸텐은 노예였고 457 00:33:58,071 --> 00:34:01,283 하렘에 있는 후궁들의 집에서 살았습니다 458 00:34:20,719 --> 00:34:22,471 제가 나타나자 459 00:34:24,556 --> 00:34:25,849 기절해 버리더군요 460 00:34:26,558 --> 00:34:29,227 깨우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461 00:34:35,108 --> 00:34:39,571 저는 병에 매인 몸이라 해를 끼칠 수 없다고 했죠 462 00:34:39,654 --> 00:34:41,364 당신의 세 가지 소원을 이룰 때까지? 463 00:34:41,448 --> 00:34:44,034 그녀의 소원이죠, 앉으시죠 464 00:34:45,243 --> 00:34:50,624 그녀는 멋진 남자에게 빠져 버렸다면서 465 00:34:52,000 --> 00:34:55,504 그 남자가 자신에게 반하게 해 달라고 했죠 466 00:34:56,379 --> 00:34:58,381 널 위해 만들었다 467 00:35:09,017 --> 00:35:12,729 그녀가 갈망한 남자는 바로 무스타파였습니다 468 00:35:13,105 --> 00:35:14,648 무스타파 왕자 469 00:35:16,650 --> 00:35:22,405 술레이만 대제의 장남으로 왕좌를 계승할 자였죠 470 00:35:23,532 --> 00:35:27,452 닥쳐올 일을 알았다면 불 정령의 분노를 사더라도 471 00:35:28,286 --> 00:35:31,289 그 소원을 빌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472 00:35:32,874 --> 00:35:34,584 하지만 미련하게도 473 00:35:34,668 --> 00:35:38,004 제 병에 마법의 기름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474 00:35:40,423 --> 00:35:41,925 매혹의 기름 475 00:35:42,008 --> 00:35:44,553 한때 시바만이 사용했던 것이죠 476 00:35:49,891 --> 00:35:54,688 능력이 남에게 넘어갈까 병을 숨기라고 했죠 477 00:36:00,068 --> 00:36:01,611 제가 무스타파에게 가서 478 00:36:01,695 --> 00:36:03,488 걸텐 479 00:36:03,572 --> 00:36:04,906 그녀의 이름을 속삭이자 480 00:36:09,536 --> 00:36:11,079 그녀를 불러들였습니다 481 00:36:13,915 --> 00:36:15,584 너무 쉬웠죠 482 00:36:24,176 --> 00:36:28,221 저는 인간의 행동에 호기심이 많습니다 483 00:36:29,222 --> 00:36:30,473 그래서 시간이 나면 484 00:36:30,557 --> 00:36:34,477 궁전을 배회하면서 흥미로운 일을 찾았죠 485 00:36:35,312 --> 00:36:38,607 내관들과 왕비들과 후궁들 사이에서 486 00:36:38,690 --> 00:36:40,734 휘렘을 처음 봤습니다 487 00:36:41,860 --> 00:36:43,320 기쁨을 주는 자 488 00:36:51,995 --> 00:36:53,872 그녀도 노예 출신이었으나 489 00:36:53,955 --> 00:36:58,627 많은 역경을 뚫고 술탄의 총애를 받았죠 490 00:37:07,510 --> 00:37:10,764 술레이만 대제의 눈에는 오직 그녀만 보였습니다 491 00:37:11,223 --> 00:37:13,308 휘렘은 아들을 위해 492 00:37:13,391 --> 00:37:18,104 무스타파의 왕위 계승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죠 493 00:37:20,774 --> 00:37:24,778 그래서 왕자의 곁에 감시할 사람들을 두었습니다 494 00:37:34,913 --> 00:37:39,292 휘렘이 교활한 술수를 부리기 시작하자 495 00:37:40,043 --> 00:37:44,047 걸텐이 그 거미줄에 걸릴까 걱정됐죠 496 00:37:50,262 --> 00:37:52,681 그래서 조심하라고 경고하려 했습니다 497 00:37:54,307 --> 00:37:57,310 하지만 이미 두 번째 소원마저 결정했더군요 498 00:37:57,936 --> 00:37:59,604 임신하고 싶어 499 00:37:59,688 --> 00:38:02,357 무스타파의 아이요? 그건 안 됩니다 500 00:38:02,440 --> 00:38:04,484 그게 내 갈망이야 501 00:38:04,567 --> 00:38:06,486 소원을 들어줘 502 00:38:06,569 --> 00:38:07,696 당장 503 00:38:08,071 --> 00:38:09,656 잠깐만요, 잠깐 504 00:38:10,699 --> 00:38:12,534 큰 실수였습니다 505 00:38:13,827 --> 00:38:19,457 당시는 술레이만의 힘이 기울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506 00:38:21,167 --> 00:38:23,753 군부는 술레이만이 나약해졌다고 507 00:38:23,837 --> 00:38:28,842 강력한 통치보다 시에 몰두한다고 여겼죠 508 00:38:44,190 --> 00:38:47,861 휘렘은 술탄에게 군부가 반역을 일으켜서 509 00:38:47,944 --> 00:38:50,488 무스타파를 술탄으로 세울 거라고 말했죠 510 00:38:51,823 --> 00:38:56,244 왕자는 권력 다툼의 장기 말이 되었습니다 511 00:39:08,757 --> 00:39:10,633 술레이만 대제 512 00:39:10,717 --> 00:39:15,305 정복자 술레이만, 제국의 수호자 513 00:39:15,388 --> 00:39:16,931 아버지 술레이만은 514 00:39:17,015 --> 00:39:21,436 가슴 아픈 선택만을 남겨 놓고 있었죠 515 00:39:28,651 --> 00:39:34,115 그때 걸텐은 세상에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516 00:39:37,869 --> 00:39:42,040 차기 술탄의 아들을 잉태했으니까요 517 00:39:47,504 --> 00:39:49,547 제 경고를 무시하고 518 00:39:49,631 --> 00:39:52,884 부푼 가슴과 배를 자랑하며 다녔죠 519 00:39:54,010 --> 00:39:57,263 그 소식은 순식간에 하렘에게 퍼졌습니다 520 00:40:03,436 --> 00:40:06,898 잔혹한 음모는 늘 한발 빠르죠 521 00:40:33,091 --> 00:40:37,720 무스타파는 순진하게도 아버지를 찾아가 522 00:40:37,804 --> 00:40:40,098 충성심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523 00:40:40,598 --> 00:40:42,225 술탄이시여 524 00:40:46,396 --> 00:40:47,730 아버지 525 00:40:51,317 --> 00:40:53,361 그곳엔 자객들이 기다리고 있었죠 526 00:40:57,740 --> 00:41:00,743 충성스러운 근위대를 외쳐 불렀지만 527 00:41:00,827 --> 00:41:04,164 아버지의 활줄에 목소리가 뭉개지고 528 00:41:04,247 --> 00:41:07,000 숨이 막혀 버렸습니다 529 00:41:29,647 --> 00:41:31,399 이리로 몰려옵니다 530 00:41:31,774 --> 00:41:33,026 소원을 비세요 531 00:41:33,401 --> 00:41:35,236 하나만 더 비세요 532 00:41:35,320 --> 00:41:36,446 왜? 533 00:41:36,529 --> 00:41:37,947 걸텐 534 00:41:38,031 --> 00:41:40,241 저들이 당신을 죽일 거라고요! 535 00:41:41,951 --> 00:41:43,578 왕자께서 지켜 주실 거야 536 00:41:43,661 --> 00:41:45,288 그분은 아무것도 못 해요 537 00:41:45,371 --> 00:41:46,247 소원을 비세요! 538 00:41:46,331 --> 00:41:47,999 그분은 날 사랑해 539 00:41:48,583 --> 00:41:49,459 걸텐 540 00:41:49,542 --> 00:41:50,585 그분은 죽었어요! 541 00:41:51,669 --> 00:41:52,669 죽었어요! 542 00:41:53,505 --> 00:41:55,423 그분을 아끼던 사람들도 전부 543 00:41:56,007 --> 00:41:58,051 휘렘이 당신을 노릴 거예요 544 00:42:02,013 --> 00:42:03,515 소원을 비세요! 545 00:42:03,598 --> 00:42:06,059 살아야죠, 걸텐! 546 00:42:10,104 --> 00:42:12,857 몇 마디만 했어도 자유롭게 나가서 547 00:42:12,941 --> 00:42:15,193 안전하게 아이를 낳았을 거고 548 00:42:16,569 --> 00:42:19,739 저도 마침내 정령의 왕국으로 돌아갔을 텐데 549 00:42:19,822 --> 00:42:22,450 자객들을 향해 뛰어가고 말았죠 550 00:42:24,327 --> 00:42:26,496 힘으로 막으려 했지만 551 00:42:26,579 --> 00:42:28,873 악마 왕의 추종자가 막아섰습니다 552 00:42:36,673 --> 00:42:39,467 당장 물러서라 553 00:42:43,972 --> 00:42:47,850 그녀의 이야기를 바꿀 순 없다 554 00:42:49,727 --> 00:42:51,980 그녀가 소원을 빌지 않는다면 555 00:42:53,356 --> 00:42:56,401 너는 끝이다 556 00:43:11,332 --> 00:43:12,584 걸텐! 557 00:43:28,725 --> 00:43:31,394 자신을 구하기 위한 소원을 빌지 않았죠 558 00:43:32,895 --> 00:43:35,732 우리 둘 다 구할 수 있는 소원을 559 00:43:43,156 --> 00:43:47,327 그러니 제가 간섭했건 간섭하지 않았건 560 00:43:47,410 --> 00:43:50,830 세 번째 소원으로 속박이 풀리기 직전에 561 00:43:50,913 --> 00:43:52,915 다시 속박이 채워졌죠 562 00:43:52,999 --> 00:43:54,167 그런데 지금 나한테… 563 00:43:55,376 --> 00:43:59,464 소원 빌다가 파멸한 여자 얘기를 꺼내요? 564 00:43:59,547 --> 00:44:03,801 소원을 완성하지 못해 저도 파멸한 이야기죠 565 00:44:04,552 --> 00:44:06,596 소원을 완성해 줄 사람이 없었어요? 566 00:44:06,679 --> 00:44:07,805 나타났으면 했죠 567 00:44:08,514 --> 00:44:10,058 그래야 마침내 풀려날 테니까? 568 00:44:10,683 --> 00:44:12,018 그게 제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569 00:44:12,894 --> 00:44:14,812 그런데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았잖아요 570 00:44:15,188 --> 00:44:17,815 마치 유령처럼 배회할 뿐이었죠 571 00:44:18,191 --> 00:44:19,025 그리고 당신의 병은 572 00:44:19,108 --> 00:44:22,695 걸텐만 아는 석판 아래 숨겨져 있었어요 573 00:44:22,779 --> 00:44:24,906 곤란한 상황이었죠 574 00:44:26,199 --> 00:44:30,578 어떻게든 주의를 끌어 도움을 청하려고 했습니다 575 00:44:31,788 --> 00:44:33,373 어찌나 애를 썼던지 576 00:44:33,456 --> 00:44:35,875 그들의 냄새와 발걸음을 쫓으며 577 00:44:35,958 --> 00:44:38,127 바라고 빌고 소릴 지르고 578 00:44:38,211 --> 00:44:40,171 주의를 끌어 보려 했죠 579 00:45:09,117 --> 00:45:12,870 100년을 애처롭게 애썼지만 580 00:45:12,954 --> 00:45:16,124 결국은 의지가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581 00:45:22,338 --> 00:45:25,883 그러다 1620년, 희망이 찾아왔죠 582 00:45:25,967 --> 00:45:28,511 검을 든 소년의 모습으로 583 00:45:32,390 --> 00:45:35,393 "두 형제와 여자 거인" 584 00:45:35,476 --> 00:45:38,020 무라드! 무라드! 585 00:45:51,659 --> 00:45:52,910 무라드! 586 00:46:01,544 --> 00:46:04,839 어째서인지 그 소년은 저를 느낄 수 있어서 587 00:46:04,922 --> 00:46:07,383 그 석판까지 불러들일 수 있었죠 588 00:46:56,224 --> 00:46:57,725 이브라힘! 589 00:47:01,729 --> 00:47:02,730 무라드! 590 00:47:04,232 --> 00:47:05,107 이브라힘! 591 00:47:05,191 --> 00:47:08,319 그렇게 그들의 손에 넘어가기 직전에 592 00:47:08,736 --> 00:47:10,112 그들의 어머니가 찾아왔습니다 593 00:47:12,573 --> 00:47:16,285 그는 아흐메드 1세의 미망인 퀘셈이었고 594 00:47:16,369 --> 00:47:18,955 소년들은 다음번 왕위 계승자들이었죠 595 00:47:21,707 --> 00:47:23,876 그 소년의 다리털을 보고는 596 00:47:23,960 --> 00:47:28,506 정령의 힘이 있는 혈통임을 알았습니다 597 00:47:29,840 --> 00:47:33,928 그 후로도 쫓아다니며 다시 불러들이려 했으나 598 00:47:34,011 --> 00:47:39,392 11살에 왕좌를 계승하고 무라드 4세가 되자 599 00:47:39,475 --> 00:47:41,769 다른 것들에 흥미를 빼앗겨 600 00:47:42,395 --> 00:47:44,647 더욱 다가서기 힘들어졌죠 601 00:47:45,606 --> 00:47:48,150 20살엔 전쟁을 지휘했고 602 00:47:48,776 --> 00:47:52,280 코카서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전장을 누볐습니다 603 00:47:54,031 --> 00:47:58,119 죽음도 불사하는 무모한 왕이었죠 604 00:48:04,417 --> 00:48:07,628 다신 못 볼 것 같아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605 00:48:08,921 --> 00:48:13,050 희망은 괴물이며 저는 희망의 노리개입니다 606 00:48:13,884 --> 00:48:14,969 결국 죽었어요? 607 00:48:15,052 --> 00:48:16,262 전쟁터에선 아니었죠 608 00:48:17,179 --> 00:48:20,683 이스탄불에선 퀘셈이 왕좌를 지켜야 했고 609 00:48:20,766 --> 00:48:22,226 이브라힘을 지켜야 했습니다 610 00:48:22,310 --> 00:48:24,061 - 동생이요? - 네 611 00:48:27,940 --> 00:48:30,151 오스만 혈통 최후의 생존자였죠 612 00:48:31,277 --> 00:48:33,529 그는 아들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613 00:48:35,948 --> 00:48:40,411 그래서 퀘셈은 흑담비 모피로 감싼 방에 이브라힘을 가뒀죠 614 00:48:48,210 --> 00:48:49,211 호화로운 감옥이네요 615 00:48:49,295 --> 00:48:52,048 나갈 마음이 안 드는 곳이었죠 616 00:49:07,938 --> 00:49:09,815 그 색욕의 낙원에서 617 00:49:10,316 --> 00:49:14,612 그는 살집이 커다랄수록 쾌락도 커진다고 믿었습니다 618 00:49:14,695 --> 00:49:18,491 그래서 퀘셈은 음탕하고 거대한 미인들을 찾아 619 00:49:18,574 --> 00:49:20,493 방으로 들여보냈죠 620 00:49:21,410 --> 00:49:25,331 그 취향 덕에 제 운명도 뒤바뀌었습니다 621 00:49:25,873 --> 00:49:27,249 어떻게요? 622 00:49:28,209 --> 00:49:29,209 보시면 압니다 623 00:49:59,782 --> 00:50:01,659 무라드가 돌아왔습니다 624 00:50:01,742 --> 00:50:06,163 이제 그의 옷은 피로 찌들어 있었죠 625 00:50:07,039 --> 00:50:09,917 전쟁으로 영혼마저 타락해 버렸습니다 626 00:50:29,395 --> 00:50:31,230 저는 그가 혼자되길 기다렸죠 627 00:50:31,313 --> 00:50:34,233 어떻게든 그 석판으로 불러들일 작정이었습니다 628 00:50:34,316 --> 00:50:37,445 말을 끊긴 싫지만 궁금한 게 있어요 629 00:50:37,778 --> 00:50:41,157 그런 사람이 어떤 소원을 빌지는 걱정 안 됐어요? 630 00:50:41,782 --> 00:50:43,492 탐욕스러운 사람인데 631 00:50:43,576 --> 00:50:44,576 네 632 00:50:45,327 --> 00:50:47,246 사악한 소원이라도? 633 00:50:47,329 --> 00:50:48,914 저만 자유로워진다면 상관없죠 634 00:50:48,998 --> 00:50:52,209 그런데 그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635 00:50:54,462 --> 00:50:56,464 자신을 무적이라 믿었고 636 00:50:56,797 --> 00:51:00,926 평생 통치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죽이려 했죠 637 00:51:06,557 --> 00:51:09,185 왜 검을 낭비하느냐? 나의 사자여 638 00:51:14,106 --> 00:51:15,232 이브라힘 639 00:51:18,611 --> 00:51:20,196 이브라힘 640 00:51:45,137 --> 00:51:46,137 형님 641 00:51:56,398 --> 00:51:58,150 네 동생은 아직도 어린애야 642 00:51:59,235 --> 00:52:01,237 어찌 군주가 되겠느냐? 643 00:52:21,632 --> 00:52:24,093 퀘셈은 무라드를 막아야 했습니다 644 00:52:24,176 --> 00:52:29,640 살육에서 다른 무언가로 관심을 돌려야 했죠 645 00:52:33,310 --> 00:52:37,189 처음엔 끊임없이 술을 먹였습니다 646 00:52:39,233 --> 00:52:42,778 그 후엔 교활하게도 즐길 거리를 준비했죠 647 00:52:49,159 --> 00:52:52,830 제국을 구석구석 뒤져 648 00:52:53,706 --> 00:52:55,958 최고의 이야기꾼들을 찾아왔습니다 649 00:53:14,977 --> 00:53:16,854 재미없는 이야기꾼은 650 00:53:17,313 --> 00:53:20,232 두려움에 도망치거나 그의 손에 죽었죠 651 00:53:30,784 --> 00:53:31,784 오직 한 명… 652 00:53:32,578 --> 00:53:34,830 그를 사로잡을 이야기꾼이 있었습니다 653 00:53:36,040 --> 00:53:38,626 이야기로 마음을 달래고 654 00:53:39,335 --> 00:53:42,004 그 흥미진진함으로 무라드를 사로잡았던 655 00:54:03,275 --> 00:54:05,194 무라드의 유일한 친구였죠 656 00:54:07,613 --> 00:54:10,449 그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했습니다 657 00:54:12,868 --> 00:54:16,080 저도 할 게 없어서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658 00:54:16,163 --> 00:54:19,667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659 00:54:24,922 --> 00:54:26,799 그 노인이 죽자 660 00:54:26,882 --> 00:54:29,218 궁전 사람 모두가 밖으로 도망쳤죠 661 00:54:29,301 --> 00:54:33,430 무라드의 슬픔으로 대살육이 벌어질 거라며 662 00:54:37,810 --> 00:54:42,815 하지만 그는 가만히 앉아 울며 술만 마셔댔습니다 663 00:55:08,841 --> 00:55:11,176 그리고 제 인내심이 보상을 받았죠 664 00:55:12,469 --> 00:55:16,140 이런 상태에서는 주의를 끌어 665 00:55:16,223 --> 00:55:19,268 그 석판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습니다 666 00:55:19,351 --> 00:55:20,769 뒷얘기는 알겠네요 667 00:55:20,853 --> 00:55:23,522 몸이 너무 약해져서 석판을 못 들었죠? 668 00:55:23,605 --> 00:55:26,734 걸쇠를 돌릴 힘도 없었습니다 669 00:55:28,694 --> 00:55:32,114 그래서 다시 술을 마시다 영원한 잠이 들었죠 670 00:55:33,991 --> 00:55:35,951 그래서 저는 671 00:55:36,035 --> 00:55:37,995 다시 망각 속에 남겨졌습니다 672 00:55:38,495 --> 00:55:40,289 아무도 제 목소릴 들을 수 없고 673 00:55:40,956 --> 00:55:43,667 아무도 절 알거나 느끼지 못하는 세상에 674 00:55:43,751 --> 00:55:46,503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겁니다 675 00:55:49,506 --> 00:55:51,508 상상은 돼요 676 00:55:52,593 --> 00:55:55,095 그 외로움이 상상된다고요? 677 00:55:55,721 --> 00:55:57,473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지? 678 00:55:58,098 --> 00:55:59,098 네 679 00:56:00,267 --> 00:56:02,686 우린 누군가에게 진짜일 때만 존재합니다 680 00:56:02,770 --> 00:56:03,937 동의하십니까? 681 00:56:04,021 --> 00:56:05,021 네 682 00:56:05,397 --> 00:56:07,066 이게 우리 운명입니다 683 00:56:07,149 --> 00:56:10,027 당신이 소원을 빌지 않으면 684 00:56:10,986 --> 00:56:15,532 두 세상의 틈에 갇혀 외롭게 있어야 하죠 685 00:56:18,243 --> 00:56:20,037 소원을 비세요 686 00:56:20,788 --> 00:56:22,664 마음이 갈망하는 바를 687 00:56:30,380 --> 00:56:33,217 이제 아주 노골적이네요 688 00:56:34,635 --> 00:56:36,595 어떻든 거기서 나올 방법을 찾아냈네요? 689 00:56:36,678 --> 00:56:37,846 가까스로 찾았죠 690 00:56:37,930 --> 00:56:40,641 사기꾼 정령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요 691 00:56:42,142 --> 00:56:44,728 그럼 차라리 나았겠죠 692 00:56:44,812 --> 00:56:46,814 훨씬 편했을 겁니다 693 00:56:46,897 --> 00:56:49,274 저는 오히려 멍청하고 694 00:56:49,358 --> 00:56:52,319 지나치게 운이 없는 정령일 뿐입니다 695 00:56:52,402 --> 00:56:55,280 그렇게 말하면 믿는 수밖에요 696 00:57:04,832 --> 00:57:05,916 그래서요? 697 00:57:08,710 --> 00:57:11,046 이브라힘이 술탄이 됐겠죠? 698 00:57:11,964 --> 00:57:15,968 이브라힘을 억지로 왕좌에 앉혔죠 699 00:57:16,969 --> 00:57:18,220 어머니! 700 00:57:19,096 --> 00:57:20,430 어머니! 701 00:57:33,735 --> 00:57:37,364 그는 후궁 한 명을 다마스쿠스 총독으로 삼았죠 702 00:57:37,448 --> 00:57:39,241 그녀의 이름은 슈거 럼프 703 00:57:39,950 --> 00:57:41,994 그의 총애를 받는 여인이었습니다 704 00:57:44,329 --> 00:57:48,459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면 그 목욕탕을 발견 못 했고 705 00:57:49,126 --> 00:57:53,422 목욕할 생각이 없었다면 탕이 넘치지도 않았고 706 00:57:53,505 --> 00:57:56,383 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더라면 707 00:57:56,467 --> 00:57:59,011 미끄러져서 그 석판을 뭉개고 708 00:57:59,845 --> 00:58:02,181 제 병을 발견 못 했겠죠 709 00:58:19,865 --> 00:58:22,784 솔직히 위엄 있게 등장해야 했으나 710 00:58:23,118 --> 00:58:25,579 수치도 모르고 애걸하기 시작했습니다 711 00:58:25,662 --> 00:58:26,914 주인이시여 712 00:58:26,997 --> 00:58:29,416 제 상황이 아주 절박합니다 713 00:58:29,500 --> 00:58:30,834 제발 도와주십시오 714 00:58:30,918 --> 00:58:32,252 냄새가 안 좋군 715 00:58:32,336 --> 00:58:33,170 소원 716 00:58:33,253 --> 00:58:34,713 소원을 비십시오 717 00:58:34,796 --> 00:58:36,340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718 00:58:36,423 --> 00:58:39,051 난 정령 따위에게 바라는 거 없어! 719 00:58:39,134 --> 00:58:40,928 갈망하시는 게 없습니까? 720 00:58:41,011 --> 00:58:43,055 그럴 리가요! 721 00:58:43,138 --> 00:58:44,598 소원을 비세요, 말하세요! 722 00:58:44,681 --> 00:58:45,766 말하세요, 당장! 723 00:58:45,849 --> 00:58:46,683 당장! 724 00:58:46,767 --> 00:58:49,561 다시 병 속으로 들어가 보스포루스 해저에 처박혀라! 725 00:58:53,065 --> 00:58:57,361 '다시 병 속으로 들어가 보스포루스 해저에 처박혀라' 726 00:59:00,197 --> 00:59:03,659 그러다 당신의 신중한 손에 안기게 된 겁니다 727 00:59:06,537 --> 00:59:08,330 서로 난감한 처지가 돼 버렸네요 728 00:59:08,413 --> 00:59:10,457 제 운명이 당신 손에 달린 거죠 729 00:59:16,964 --> 00:59:18,215 소원 빌기라는 건… 730 00:59:20,050 --> 00:59:21,301 도박 같은 짓이에요 731 00:59:22,219 --> 00:59:24,888 끝없이 사건이 얽히고설킨다고요 732 00:59:24,972 --> 00:59:27,266 - 꼭 그렇진 않습니다 - 당신 얘긴 그렇잖아요 733 00:59:27,349 --> 00:59:29,851 - 그렇긴 하지만… - 사기꾼 정령도 아니고 734 00:59:29,935 --> 00:59:33,146 우리가 이 이야기의 작가라고 했죠? 735 00:59:33,230 --> 00:59:36,358 그런데 내 이야기를 마음대로 못 쓴다? 736 00:59:36,441 --> 00:59:40,946 - 그건 그렇지만… - 병 속으로 들어가 주면 737 00:59:41,446 --> 00:59:42,864 잘 속는 사람에게 전해 줄게요 738 00:59:42,948 --> 00:59:45,909 더 절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한테 739 00:59:45,993 --> 00:59:47,327 그 병 속으론 안 들어갑니다 740 00:59:47,411 --> 00:59:49,997 - 왜요? - 안 들어갈 겁니다 741 00:59:50,080 --> 00:59:52,040 난 세 가지 소원 안 빌 거예요 742 00:59:52,124 --> 00:59:54,293 그럼 저를 망각으로 돌려보내시는 겁니다 743 00:59:54,376 --> 00:59:57,004 - 정말 억지도… - 머리가 지끈대는군요 744 00:59:57,629 --> 00:59:59,256 좋아요, 좋아요 745 00:59:59,590 --> 01:00:01,925 그렇게 하죠, 소원 세 개 빌게요 746 01:00:02,009 --> 01:00:03,051 - 정말로 - 죽기 전에? 747 01:00:03,135 --> 01:00:04,845 당장 하나씩 빌게요 748 01:00:04,928 --> 01:00:05,804 준비됐어요? 749 01:00:05,887 --> 01:00:08,640 하나, 당신의 두통이 사라졌으면 해요 750 01:00:12,019 --> 01:00:13,019 둘 751 01:00:13,645 --> 01:00:15,731 차 한 모금 마시고 싶어요 752 01:00:17,899 --> 01:00:20,569 마지막은 이거 하나 먹는 거로 753 01:00:20,652 --> 01:00:22,279 절 농락하시는군요 754 01:00:22,362 --> 01:00:24,948 단순하고 안전한 세 가지 소원이에요 755 01:00:25,032 --> 01:00:29,703 저는 제 갈망을 부르짖다 솔로몬에게 갇혔습니다 756 01:00:29,786 --> 01:00:32,623 당신의 갈망을 빌어야 풀려날 수 있습니다 757 01:00:32,706 --> 01:00:35,334 조건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758 01:00:35,417 --> 01:00:38,587 평생소원 하나 떠올리기 힘든데 759 01:00:38,670 --> 01:00:39,838 세 개씩이나… 760 01:00:39,921 --> 01:00:42,299 삶이란 게 있긴 합니까? 살아있는 분 맞아요? 761 01:00:42,382 --> 01:00:45,802 어느 나라에선 욕심이 없어야 깨달은 사람으로 여겨져요 762 01:00:45,886 --> 01:00:48,013 경건한 척하는 바보일 뿐이죠 763 01:00:48,096 --> 01:00:50,349 내가 만족한다는데 왜 운명을 시험해요? 764 01:00:50,432 --> 01:00:51,516 그럼 겁쟁이죠 765 01:00:51,600 --> 01:00:53,143 자극하지 말아요 766 01:00:53,226 --> 01:00:59,441 인간도 천사도 정령도 소원을 마다할 존재는 없죠 767 01:00:59,524 --> 01:01:00,984 그런데 원하는 게 전혀 없다니 768 01:01:01,068 --> 01:01:02,402 알리테아 비니 당신은 거짓말쟁이예요! 769 01:01:02,486 --> 01:01:05,739 우리가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빌고 싶어지네요 770 01:01:05,822 --> 01:01:06,822 안 돼! 771 01:01:07,407 --> 01:01:08,407 그 말만은! 772 01:01:39,564 --> 01:01:40,857 그래요 773 01:01:42,192 --> 01:01:44,111 그때 겪은 일 774 01:01:45,612 --> 01:01:47,239 끔찍했나 보네요 775 01:01:48,198 --> 01:01:49,366 끔찍했죠 776 01:01:50,742 --> 01:01:52,244 가혹했고 777 01:01:52,869 --> 01:01:55,205 가장 잔인한 소원이었습니다 778 01:01:56,623 --> 01:01:59,376 어리석은 자 때문에 또 갇히고 말았으니 779 01:02:01,169 --> 01:02:03,630 이곳에 있게 된 건 한 천재 덕입니다 780 01:02:04,256 --> 01:02:05,757 이번엔 누구죠? 781 01:02:06,967 --> 01:02:08,510 제피르라는 여자였죠 782 01:02:10,637 --> 01:02:14,516 인류를 통틀어서도 드물게 훌륭하던 인간 783 01:02:15,225 --> 01:02:18,395 하지만 그녀의 어리석음으로 여기 오게 된 거잖아요 784 01:02:21,106 --> 01:02:25,110 이 병엔 제피르 덕에 들어가게 됐죠 785 01:02:27,529 --> 01:02:30,782 내내 숨기려 하던 그 이야기네요 786 01:02:32,033 --> 01:02:35,787 나 자신에게도 말하기 싫어 숨기던 이야기죠 787 01:02:40,417 --> 01:02:45,505 "제피르로 인한 결과" 788 01:02:47,632 --> 01:02:49,885 제피르는 버려진 아이였고 789 01:02:49,968 --> 01:02:52,763 12살에 부유한 상인과 결혼했습니다 790 01:02:54,222 --> 01:02:56,016 그녀보다 훨씬 늙었고 791 01:02:56,099 --> 01:03:00,812 여자를 철장 속 새로 여기는 사람이었죠 792 01:03:01,772 --> 01:03:04,524 나이 든 부인 둘은 제피르를 싫어했고 793 01:03:04,608 --> 01:03:06,485 아예 말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794 01:03:24,294 --> 01:03:27,881 심지어 시종들까지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죠 795 01:03:41,061 --> 01:03:43,814 그녀는 예절도 몰랐고 배움도 없었습니다 796 01:03:44,189 --> 01:03:48,652 이유도 없이 늘 화가 날 뿐이었죠 797 01:04:03,458 --> 01:04:06,378 그러다 운명처럼 제 병을 만났습니다 798 01:04:06,461 --> 01:04:09,714 남편이 정표로 가져다준 것이었죠 799 01:04:14,719 --> 01:04:19,224 남편을 만족시킨 후 마침내 혼자가 되자 800 01:04:19,307 --> 01:04:21,226 뚜껑을 비틀어 병을 열었습니다 801 01:04:30,443 --> 01:04:35,365 "1단계 전자기파" 802 01:04:35,448 --> 01:04:39,035 "2단계 증기" 803 01:04:39,119 --> 01:04:42,664 "3단계 유기체 입자" 804 01:04:42,747 --> 01:04:46,459 "4단계 장기 형성" 805 01:04:52,507 --> 01:04:55,051 마치 저를 기다린 것 같았죠 806 01:04:55,135 --> 01:04:59,556 영리한 사람답게 순식간에 간파하더군요 807 01:04:59,639 --> 01:05:04,436 제가 자유와 대화를 간절히 원한다는 걸 808 01:05:04,519 --> 01:05:06,938 당신에게 했듯이 제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809 01:05:07,022 --> 01:05:11,192 자기가 만든 것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810 01:05:11,276 --> 01:05:13,236 이리 와 봐요 811 01:05:21,995 --> 01:05:23,204 손 줘 봐요 812 01:05:41,431 --> 01:05:42,682 맙소사! 813 01:05:45,644 --> 01:05:47,187 이것도 보여 줄게요 814 01:05:48,772 --> 01:05:49,940 와 봐요 815 01:06:01,076 --> 01:06:04,204 다빈치 같은 천재처럼 역사에 남아 816 01:06:04,287 --> 01:06:07,958 비행 이론의 선구자로 기억될 사람이었죠 817 01:06:10,085 --> 01:06:13,463 숙련된 아티스트였지만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818 01:06:19,844 --> 01:06:24,224 발휘하지 못한 능력들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819 01:06:24,724 --> 01:06:26,559 자기가 마녀일지도 모르겠다고 했죠 820 01:06:27,435 --> 01:06:29,604 자신이 남자였다면 821 01:06:29,688 --> 01:06:32,857 진작 이런 지식을 인정받았을 거라로 했습니다 822 01:06:33,191 --> 01:06:35,610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했기에 823 01:06:35,694 --> 01:06:38,613 첫 소원은 짐작하기 쉬웠죠 824 01:06:39,948 --> 01:06:42,075 지식을 갖고 싶어 825 01:06:43,118 --> 01:06:44,411 모든 지식을 826 01:06:44,494 --> 01:06:45,745 갖고 싶어 827 01:06:46,204 --> 01:06:48,373 유용하고 828 01:06:49,082 --> 01:06:53,128 아름답고 진실한 지식 829 01:06:55,880 --> 01:06:59,634 저는 기쁜 마음으로 소원을 들어줬습니다 830 01:07:28,788 --> 01:07:33,835 저는 역사와 철학과 언어와 시를 가르쳤고 831 01:07:33,918 --> 01:07:36,463 천문학과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832 01:07:36,546 --> 01:07:38,256 그녀는 더없이 행복해했죠 833 01:07:38,757 --> 01:07:41,009 저는 책과 문헌을 가져와 834 01:07:41,092 --> 01:07:44,220 병에 숨기도록 도와주었습니다 835 01:08:05,033 --> 01:08:06,951 오전 공부 836 01:08:07,035 --> 01:08:08,328 '오전 공부' 837 01:08:26,346 --> 01:08:29,933 아리스토텔레스는 붉은 유리 단지에 838 01:08:30,558 --> 01:08:32,602 유클리드는 녹색 병에 839 01:08:33,311 --> 01:08:35,647 피타고라스, 스피노자… 840 01:08:35,730 --> 01:08:38,608 저 없이도 지식을 쉽게 꺼내어 봤죠 841 01:08:48,827 --> 01:08:51,037 우린 온 세상을 방 안에 두었고 842 01:08:51,121 --> 01:08:54,082 저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843 01:08:58,002 --> 01:09:01,965 그녀의 행복은 저의 기쁨이었죠 844 01:09:03,758 --> 01:09:05,051 그녀의 성장을 보는 것도 845 01:09:06,970 --> 01:09:10,723 그녀는 모든 면에서 성장했습니다 846 01:09:22,360 --> 01:09:27,407 그러다 남편의 요구에도 반항하기 시작했습니다 847 01:09:27,490 --> 01:09:30,577 그녀는 정령과 사랑을 나눈 적 없는 사람은 848 01:09:30,660 --> 01:09:34,414 절대 이를 수 없는 사랑의 기술에 통달했죠 849 01:09:52,557 --> 01:09:55,852 남편의 갈망은 집착이 되었습니다 850 01:09:55,935 --> 01:09:57,270 너도 좋았느냐? 851 01:10:05,820 --> 01:10:07,488 남편이 찾아오면 852 01:10:07,572 --> 01:10:10,909 저는 방을 떠나 하늘을 여행했죠 853 01:10:11,910 --> 01:10:15,163 산과 바다를 보고 854 01:10:16,581 --> 01:10:20,460 인적 없는 숲의 짐승들을 보았습니다 855 01:10:21,211 --> 01:10:24,339 제가 돌아오면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죠 856 01:10:25,215 --> 01:10:28,843 제 하루를 이야기해 주면 별 의욕 없이 듣다가 857 01:10:29,177 --> 01:10:30,595 실망했습니다 858 01:10:31,221 --> 01:10:33,806 왜 자유를 달라는 소원을 안 빌었을까요? 859 01:10:34,682 --> 01:10:37,727 그녀에겐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죠 860 01:10:38,353 --> 01:10:40,521 매스매티카라는 것을 고안해 냈는데 861 01:10:40,605 --> 01:10:44,150 시간과 공간과 물질을 이루는 862 01:10:44,234 --> 01:10:47,028 모든 힘을 설명하는 언어였습니다 863 01:10:47,111 --> 01:10:48,488 그녀는 용감한 프로메테우스였죠 864 01:10:48,571 --> 01:10:50,907 하지만 그 퍼즐을 풀 순 없었고 865 01:10:50,990 --> 01:10:52,617 열쇠가 필요했습니다 866 01:10:52,992 --> 01:10:55,995 머릿속 닫힌 문을 열어 줄 열쇠 867 01:11:06,297 --> 01:11:09,634 그래서 두 번째 소원을 빌었습니다 868 01:11:10,635 --> 01:11:14,264 정령처럼 꿈꾸는 법 깨어있기를 가르쳤죠 869 01:11:45,795 --> 01:11:49,132 그 방식으로 해답을 발견했고 870 01:11:49,674 --> 01:11:53,177 보이지 않는 힘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871 01:11:53,261 --> 01:11:56,431 전자기장과 여러 힘들 872 01:11:56,514 --> 01:11:59,350 정령을 구성하고 있는 바로 그 물질이죠 873 01:11:59,434 --> 01:12:01,311 당신이 전자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요? 874 01:12:01,394 --> 01:12:05,440 당신이 흙으로 만들어졌듯 저는 불로 만들어졌죠 875 01:12:06,441 --> 01:12:08,318 그녀가 아이를 가졌을 때는 876 01:12:08,943 --> 01:12:11,237 정말이지 행복했습니다 877 01:12:11,321 --> 01:12:13,489 우리 관계가 견고해질 기회였으니까요 878 01:12:13,573 --> 01:12:15,033 당신 아이를 가졌던 거예요? 879 01:12:15,825 --> 01:12:18,745 불과 흙의 아이였죠 880 01:12:20,705 --> 01:12:22,623 그런데 어디서 잘못된 거예요? 881 01:12:22,707 --> 01:12:24,709 전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882 01:12:25,710 --> 01:12:28,629 그녀의 열정, 그녀의 분노 883 01:12:28,713 --> 01:12:32,717 그녀를 웃게 만드는 제 능력을 사랑했죠 884 01:12:34,552 --> 01:12:36,637 시바보다 사랑했습니다 885 01:12:36,721 --> 01:12:39,557 - 당신의 자유보다 더? - 네 886 01:12:40,058 --> 01:12:44,979 그녀의 포로가 되어서라도 그녀를 갖고 싶었습니다 887 01:12:45,730 --> 01:12:49,942 자유를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아려왔죠 888 01:12:50,026 --> 01:12:54,197 소원컨대 내 발견들과 훗날 발견할 것들을… 889 01:12:55,531 --> 01:12:59,410 저도 모르게 세 번째 소원을 막았죠 890 01:12:59,494 --> 01:13:01,245 맙소사 891 01:13:04,957 --> 01:13:06,459 큰 실수였죠 892 01:13:07,835 --> 01:13:11,297 그녀는 제가 남편처럼 자기를 구속한다며 893 01:13:11,381 --> 01:13:12,924 저를 욕했습니다 894 01:13:15,134 --> 01:13:16,886 저는 화해하려 애썼죠 895 01:13:18,096 --> 01:13:21,724 결국 속죄하기 위해 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896 01:13:22,767 --> 01:13:24,477 봉인되려고 897 01:13:24,560 --> 01:13:26,604 그래야 제가 그녀를 막지 못할 테니까 898 01:13:39,283 --> 01:13:41,619 병 속에 들어가 사라져 주는 것 899 01:13:42,036 --> 01:13:43,621 그녀를 위해선 그럴 수 있었죠 900 01:13:45,415 --> 01:13:48,334 매번 그런 식으로 달래곤 했습니다 901 01:13:48,418 --> 01:13:51,212 매번 효과가 있었지만 마지막은 아니었죠 902 01:13:51,921 --> 01:13:56,884 돌풍과 천둥, 번개처럼 903 01:13:56,968 --> 01:13:59,595 울고 소리치면서 말하기를 904 01:13:59,679 --> 01:14:03,057 '당신을 만났던 걸 잊어버리면 좋겠어' 905 01:14:08,312 --> 01:14:10,773 그 말과 동시에 그렇게 됐습니다 906 01:14:16,070 --> 01:14:18,448 그녀는 바깥에 저는 안에 있었고 907 01:14:19,031 --> 01:14:20,324 그녀는 절 잊었죠 908 01:14:22,076 --> 01:14:25,037 알리테아, 어떻게 누군가를… 909 01:14:27,290 --> 01:14:30,501 영원히 사랑하는 게 실수일 수 있죠? 910 01:14:56,110 --> 01:14:57,403 소원이 있어요 911 01:15:01,741 --> 01:15:05,828 그런데 과한 부탁일까 봐 걱정돼요 912 01:15:10,082 --> 01:15:12,126 제 능력 안의 소원입니까? 913 01:15:12,210 --> 01:15:15,338 그러길 빌어야죠 914 01:15:18,466 --> 01:15:20,510 당신의 마음이 갈망하는 건가요? 915 01:15:21,219 --> 01:15:23,137 네, 확실히요 916 01:15:39,904 --> 01:15:41,989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917 01:15:47,620 --> 01:15:51,165 그러니까 당신도 날 사랑해 줬으면 해요 918 01:15:53,042 --> 01:15:55,920 사랑의 행위를 나누고 싶은 건가요? 919 01:15:56,671 --> 01:15:58,172 네, 그것도요 920 01:15:58,756 --> 01:15:59,799 전부 다 921 01:15:59,882 --> 01:16:03,928 여기에 자신을 온전히 던지려는 건가요? 922 01:16:05,680 --> 01:16:06,889 네 923 01:16:07,640 --> 01:16:09,016 네 924 01:16:10,518 --> 01:16:14,146 우리의 고독이 하나가 됐으면 해요 925 01:16:14,230 --> 01:16:18,818 영원한 이야기 속에서 고백한 그 사랑을 원해요 926 01:16:19,402 --> 01:16:23,739 당신이 시바 여왕에게 느꼈던 갈망 927 01:16:23,823 --> 01:16:27,034 당신의 천재 제피르에게 줬던 그 사랑 928 01:16:27,702 --> 01:16:28,953 그걸 원해요 929 01:16:42,425 --> 01:16:43,551 저를? 930 01:16:45,845 --> 01:16:46,971 당신 931 01:16:54,103 --> 01:16:55,354 당신을? 932 01:16:57,189 --> 01:16:58,566 나를 933 01:17:06,073 --> 01:17:07,617 너무 과한가요? 934 01:17:08,492 --> 01:17:10,494 과한 부탁인가요? 935 01:17:30,306 --> 01:17:31,306 이리 와요 936 01:17:44,612 --> 01:17:47,365 깨어난 갈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? 937 01:17:48,074 --> 01:17:51,952 정령과 사랑에 빠졌던 걸 어떻게 설명할까? 938 01:17:53,788 --> 01:17:56,791 어찌 됐건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939 01:17:58,292 --> 01:18:01,754 사랑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 940 01:18:04,173 --> 01:18:08,344 그것은 증기나 꿈에 가까우며 941 01:18:08,427 --> 01:18:12,390 우릴 우리만의 이야기 속 마법으로 끌어들인다 942 01:18:13,557 --> 01:18:17,561 그렇다면 그게 진짜라는 건 어떻게 알 것인가? 943 01:18:19,397 --> 01:18:23,067 그것은 진실인가? 혹은 그저 광기인가? 944 01:19:09,947 --> 01:19:11,824 오늘 런던으로 떠나요 945 01:19:12,450 --> 01:19:13,993 집에 같이 가 줄래요? 946 01:19:16,370 --> 01:19:19,248 요즘 세상에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947 01:19:20,374 --> 01:19:22,460 당신이 있다면 한결 나을 것 같아요 948 01:19:32,553 --> 01:19:33,929 이쪽으로 와 주세요 949 01:19:36,307 --> 01:19:37,433 손 들어 주세요 950 01:19:45,024 --> 01:19:45,858 "주의" 951 01:19:45,941 --> 01:19:46,942 나와 주세요 952 01:19:47,818 --> 01:19:49,195 주머니에 있는 게 뭐죠? 953 01:19:52,823 --> 01:19:55,701 빈 병이랑 뚜껑이요 954 01:19:56,285 --> 01:19:57,620 검열대에 올려 주세요 955 01:19:57,703 --> 01:20:00,206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 걱정돼서요 956 01:20:00,289 --> 01:20:02,249 망가지지 않으니까 검열대에 올려 주세요 957 01:20:02,333 --> 01:20:04,710 - 그래도 이건… - 여권, 탑승권 부탁드립니다 958 01:20:17,723 --> 01:20:18,766 잘 깨지는 거예요 959 01:20:18,849 --> 01:20:19,850 압니다 960 01:20:24,230 --> 01:20:25,731 소금통이에요 961 01:20:35,491 --> 01:20:37,326 안 돼요! 엑스레이는 안 돼요! 962 01:20:37,409 --> 01:20:39,161 - 제발요! - 가만히 계세요 963 01:20:50,631 --> 01:20:51,757 아무것도 없는데요 964 01:20:56,387 --> 01:20:57,596 승객분 965 01:21:39,889 --> 01:21:41,307 편할 때 나와요 966 01:22:37,988 --> 01:22:40,199 공기가 탁하군요 967 01:22:41,367 --> 01:22:45,245 강렬한 소리가 가득하고 얼굴들이 스쳐 가고 968 01:22:47,748 --> 01:22:49,625 작은 아인슈타인 같은? 969 01:22:50,459 --> 01:22:52,544 텔레비전, 통신탑, 이런 거요? 970 01:22:52,628 --> 01:22:53,628 네 971 01:22:54,254 --> 01:22:59,927 이 놀라운 장치들이 한꺼번에 떠드는군요 972 01:23:00,010 --> 01:23:01,261 머리 숙여 봐요 973 01:23:08,519 --> 01:23:10,104 이걸 다 들어요? 974 01:23:13,273 --> 01:23:16,235 보고 느끼기도 하죠 975 01:23:16,318 --> 01:23:18,654 나는 송신체니까 976 01:23:19,363 --> 01:23:21,156 버겁지 않아요? 977 01:23:22,282 --> 01:23:24,994 저는 정령입니다 적응할 수 있어요 978 01:23:26,787 --> 01:23:28,539 곧 익숙해질 겁니다 979 01:23:28,622 --> 01:23:29,915 돌아왔네 980 01:23:30,374 --> 01:23:31,834 돌아온 거 같아 981 01:23:31,917 --> 01:23:33,419 누구랑 같이 있어? 982 01:23:34,128 --> 01:23:35,713 아니, 또 혼잣말하는 거 같아 983 01:23:35,796 --> 01:23:37,339 안녕하세요, 클레멘타인 984 01:23:37,423 --> 01:23:39,591 패니, 잘 지냈어요? 985 01:23:39,675 --> 01:23:41,218 무슨 문제 있었어? 986 01:23:41,552 --> 01:23:43,929 문제요? 어떤 문제요? 987 01:23:44,013 --> 01:23:45,681 외국 친구들이랑 988 01:23:45,764 --> 01:23:47,474 가끔 궁금하더라고 989 01:23:47,558 --> 01:23:50,227 왜 남의 나라 문화 공부하느라고 990 01:23:50,310 --> 01:23:52,980 시간과 머리를 낭비하는 건지 991 01:23:53,063 --> 01:23:55,482 영국 문화가 창피한 거야? 992 01:23:55,566 --> 01:23:59,111 아뇨, 자신과 다른 사람만 보면 993 01:23:59,194 --> 01:24:01,530 겁내는 사람들 볼 때 창피해지죠 994 01:24:01,613 --> 01:24:02,740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? 995 01:24:02,823 --> 01:24:04,074 우리가 속 좁단 소리야 996 01:24:04,658 --> 01:24:06,577 - 그런 말 안 했어요 - 오해하지 마 997 01:24:07,411 --> 01:24:08,495 생김새가 아니라 998 01:24:08,579 --> 01:24:09,872 어떻게 사는지 뭘 믿는지가 중요해 999 01:24:09,955 --> 01:24:11,623 - 뭘 먹는지도 -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? 1000 01:24:11,707 --> 01:24:14,001 어딜 가도 외국인들 판이야 1001 01:24:14,084 --> 01:24:16,295 우리가 우리 무덤을 파고 있는 거지 1002 01:24:16,378 --> 01:24:17,629 정상이 아니야 1003 01:24:17,713 --> 01:24:20,007 새는 하늘에 살고 물고기는 바다에 살아야지 1004 01:24:20,090 --> 01:24:22,134 주님께서 그렇게 만드셨으니까 1005 01:24:22,217 --> 01:24:24,178 무슨 얼토당토않은… 1006 01:24:24,261 --> 01:24:26,764 - 이건 과학적 사실이야 - 비유가 틀렸잖아요 1007 01:24:26,972 --> 01:24:29,266 동물들이야 서식지가 있겠지만 1008 01:24:29,349 --> 01:24:33,687 인간은 자기가 택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어요 1009 01:24:33,771 --> 01:24:35,689 - 그건 사실이 아니야 - 뭐라고요? 1010 01:24:35,773 --> 01:24:37,608 - 그저 의견이지 - 틀린 의견 1011 01:24:37,691 --> 01:24:38,901 더 못 들어 주겠네요 1012 01:24:38,984 --> 01:24:41,487 놔둬, 클렘, 미친 생각 하든 말든 1013 01:24:41,570 --> 01:24:43,405 말이 통하겠어? 1014 01:24:43,489 --> 01:24:45,657 지금껏 이런 말 안 했는데요 1015 01:24:46,241 --> 01:24:48,827 두 분 다 한심해요 1016 01:24:48,911 --> 01:24:49,745 주둥이 다물어! 1017 01:24:49,828 --> 01:24:52,206 멍청하고 한심하고 1018 01:24:52,748 --> 01:24:55,542 저 염병할 것이! 1019 01:24:55,626 --> 01:24:58,879 담쟁이나 우리 담장에 못 넘어오게 해! 1020 01:25:00,547 --> 01:25:02,841 뭐 한다고 듣고 있었지? 1021 01:25:02,925 --> 01:25:04,885 딱한 인간들 1022 01:25:04,968 --> 01:25:07,763 근데 여긴 내 집이잖아 내 안식처라고 1023 01:25:12,267 --> 01:25:13,727 부디 저 인간들을… 1024 01:25:15,354 --> 01:25:17,147 이건 소원 아니에요 1025 01:25:17,773 --> 01:25:19,024 알아요 1026 01:27:22,856 --> 01:27:24,149 나의 정령 1027 01:27:25,025 --> 01:27:26,276 오늘 어떠셨습니까? 1028 01:27:26,360 --> 01:27:28,570 내 모든 말을 당신이 듣는 듯했고 1029 01:27:28,654 --> 01:27:31,323 모든 목소리, 향기, 손길까지 1030 01:27:31,406 --> 01:27:33,283 온통 당신이었어요 1031 01:27:37,996 --> 01:27:39,748 조금 있다가 나와요 1032 01:27:58,934 --> 01:28:00,811 이 시간에 누구지? 1033 01:28:01,395 --> 01:28:02,395 그 여자겠지 1034 01:28:05,816 --> 01:28:08,193 클렘, 패니 1035 01:28:10,445 --> 01:28:13,573 병아리콩, 정향, 피스타치오예요 1036 01:28:14,783 --> 01:28:16,576 입에서 녹아요 1037 01:28:34,678 --> 01:28:39,182 이쪽은 내 친구예요 당분간 있을 거예요 1038 01:28:40,309 --> 01:28:41,309 안녕하십니까? 1039 01:28:44,187 --> 01:28:45,814 - 안녕하세요 - 안녕하세요 1040 01:28:49,985 --> 01:28:51,737 나의 정령이 말하길 1041 01:28:51,820 --> 01:28:54,323 정령의 왕국에서 정령들이 모이면 1042 01:28:54,740 --> 01:28:56,742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1043 01:28:57,743 --> 01:28:59,745 그들에겐 이야기가 호흡과 같다고 1044 01:28:59,828 --> 01:29:00,912 이야기가 의미를 만든다고 했다 1045 01:29:02,831 --> 01:29:05,917 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046 01:29:06,877 --> 01:29:11,256 이야기는 무한하게 변화하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다 1047 01:29:12,716 --> 01:29:17,012 이 조각도 여느 이야기처럼 반드시 끝나야 한다 1048 01:29:18,764 --> 01:29:22,392 소원에 관한 이야기라면 교훈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1049 01:29:23,018 --> 01:29:25,645 그러니 어떻게 잘못될 수 있을까? 1050 01:29:26,146 --> 01:29:28,231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1051 01:29:32,027 --> 01:29:34,529 진실이 벌거벗은 채 그들 앞에 섰으나 1052 01:29:34,613 --> 01:29:36,198 그들은 등을 돌렸죠 1053 01:29:36,281 --> 01:29:40,452 그래서 진실은 옆으로 비켜 그림자 속에서 기다렸습니다 1054 01:29:40,535 --> 01:29:42,079 그 후로 1055 01:29:42,162 --> 01:29:45,415 정령은 서사학자의 직장에 따라가곤 했다 1056 01:29:45,749 --> 01:29:47,209 그녀와 따로 있을 땐 1057 01:29:47,292 --> 01:29:50,670 이 세상을 열정적으로 탐험했다 1058 01:29:53,548 --> 01:29:56,676 오늘은 정말로 놀라운 날이었습니다 1059 01:29:57,803 --> 01:29:59,805 많은 것을 보았죠 1060 01:30:00,889 --> 01:30:04,935 인간이 다른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면서 1061 01:30:05,018 --> 01:30:07,562 치명적인 출혈을 멈추는 걸 봤습니다 1062 01:30:12,067 --> 01:30:14,152 입자 가속기도 보고 왔습니다 1063 01:30:15,278 --> 01:30:19,449 물질의 본질을 탐구하는 거대한 장치였죠 1064 01:30:22,702 --> 01:30:26,081 그리고 보게 된 커다란 접시는 1065 01:30:26,164 --> 01:30:29,793 오래전 죽은 별들의 속삭임을 듣고 있었습니다 1066 01:30:31,628 --> 01:30:33,880 인류는 1067 01:30:33,964 --> 01:30:35,590 놀라운 존재입니다 1068 01:30:36,675 --> 01:30:38,718 그렇게 생각해 주니 기쁜데요 1069 01:30:39,219 --> 01:30:42,347 제피르의 병에 갇히고 1070 01:30:42,430 --> 01:30:46,726 200년도 안 됐는데 이런 발전이라니 1071 01:30:47,060 --> 01:30:48,060 그렇긴 하지만… 1072 01:30:48,103 --> 01:30:52,482 그건 그저 공학과 기술이에요 1073 01:30:53,024 --> 01:30:55,485 그 대단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1074 01:30:56,069 --> 01:30:58,238 우린 여전히 무지해요 1075 01:31:00,949 --> 01:31:03,577 혼란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땐 1076 01:31:04,744 --> 01:31:07,372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1077 01:31:08,582 --> 01:31:11,877 - 서로에게 등을 돌리죠 - 그야 인간이니까요 1078 01:31:12,377 --> 01:31:14,379 그건 본성입니다 1079 01:31:16,631 --> 01:31:20,218 그러니까 이야기는 영영 달라지지 않아요 1080 01:31:21,011 --> 01:31:22,888 증오가 승리하죠 1081 01:31:23,847 --> 01:31:28,351 증오는 널리 퍼지고 사랑보다 오래가요 1082 01:31:30,020 --> 01:31:32,230 나는 사랑 얘기만 하고 싶은데 1083 01:31:32,772 --> 01:31:36,359 인간은 정말이지 모순덩어리군요 1084 01:31:36,443 --> 01:31:38,069 고마워요 1085 01:31:38,153 --> 01:31:41,239 인류는 수수께끼입니다 1086 01:31:41,323 --> 01:31:43,617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면서도 1087 01:31:44,117 --> 01:31:47,162 최선을 다해 지능을 발휘하죠 1088 01:31:47,245 --> 01:31:48,788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1089 01:31:50,165 --> 01:31:52,250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군요 1090 01:31:52,918 --> 01:31:54,836 결말도 그렇고요 1091 01:31:54,920 --> 01:31:56,254 그것도요 1092 01:31:56,922 --> 01:31:59,799 인간은 모르더라도 정령은 알지 모르죠 1093 01:32:00,926 --> 01:32:03,428 정령에게 남는 건 시간뿐이니까 1094 01:32:05,430 --> 01:32:07,224 참 운도 좋네요 1095 01:32:07,307 --> 01:32:08,934 그럴 수도 있고요 1096 01:32:10,185 --> 01:32:12,771 하지만 흙의 피조물들은 1097 01:32:13,438 --> 01:32:17,567 정령과 천사의 힘과 목적조차 무색하게 하는 존재죠 1098 01:32:18,318 --> 01:32:20,111 당신들은 우리가 필요 없습니다 1099 01:32:20,695 --> 01:32:21,863 우리는 소멸하거나… 1100 01:32:21,947 --> 01:32:23,490 - 사라질 거다? - 네 1101 01:32:23,573 --> 01:32:27,994 그 주제로 강의도 하고 논문도 많이 썼어요 1102 01:32:28,078 --> 01:32:29,079 압니다 1103 01:32:31,456 --> 01:32:33,792 그런데 당신이 여기 있잖아요 1104 01:32:35,335 --> 01:32:37,379 내겐 불가능한 존재 1105 01:32:39,339 --> 01:32:40,465 네 1106 01:32:52,560 --> 01:32:54,104 집에 있어요? 1107 01:32:59,359 --> 01:33:00,860 나 왔어요 1108 01:33:10,870 --> 01:33:12,247 여기 있어요? 1109 01:33:38,148 --> 01:33:39,566 지니? 1110 01:33:43,653 --> 01:33:44,779 내 사랑? 1111 01:33:49,034 --> 01:33:50,035 지니? 1112 01:33:54,414 --> 01:33:55,749 왜 이래요? 1113 01:33:58,001 --> 01:33:59,669 내 말 들려요? 1114 01:33:59,753 --> 01:34:01,546 지니, 말해 봐요 1115 01:34:02,297 --> 01:34:03,757 말을 해 봐요 1116 01:34:05,633 --> 01:34:07,802 소원이니까 말해요 1117 01:34:28,198 --> 01:34:29,949 자고 있었습니다 1118 01:34:31,201 --> 01:34:32,535 잠을… 1119 01:34:33,953 --> 01:34:35,705 정령은 자지 않아요 1120 01:34:35,789 --> 01:34:37,457 산책 나가죠 1121 01:34:37,540 --> 01:34:40,293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준비한 게 있어요 1122 01:34:40,377 --> 01:34:44,130 아주 근사한 밤을 계획해 뒀습니다 1123 01:34:44,214 --> 01:34:46,049 정말 멋질 거예요 1124 01:34:46,591 --> 01:34:49,010 - 인생 최고의 시간이… - 멈춰요! 1125 01:34:49,094 --> 01:34:53,848 이 전자기장들은 머릿속에서 밀어낼 수 있습니다 1126 01:34:53,932 --> 01:34:55,350 밀어낼 수 있어요 1127 01:34:55,809 --> 01:34:57,310 소풍을 가시죠 1128 01:35:02,357 --> 01:35:03,858 우쿨렐레도 치고 1129 01:35:06,861 --> 01:35:10,156 알리테아, 좋은 곳을 알아요 1130 01:35:10,240 --> 01:35:13,034 이 힘들은 이 세상에선 없앨 수가 없어요 1131 01:35:13,118 --> 01:35:15,286 극복할 수 있어요 당신을 위해 할게요 1132 01:35:15,370 --> 01:35:17,497 - 알리테아, 사랑해요 - 고마워요 1133 01:35:17,580 --> 01:35:19,290 애써 줘서 고마워요 1134 01:35:19,374 --> 01:35:21,251 제가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? 1135 01:35:21,709 --> 01:35:23,628 사랑은 선물이에요 1136 01:35:23,711 --> 01:35:25,880 대가 없이 주는 선물 1137 01:35:26,256 --> 01:35:28,425 누가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1138 01:35:29,843 --> 01:35:30,969 내가 우릴 속였어요 1139 01:35:31,052 --> 01:35:33,179 그 소원을 말한 순간 1140 01:35:33,263 --> 01:35:35,390 소원을 들어줄 능력을 빼앗은 거예요 1141 01:35:35,849 --> 01:35:39,936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알았어야 했는데 1142 01:35:40,019 --> 01:35:42,188 또 실수할 순 없어요 1143 01:35:42,272 --> 01:35:45,900 나의 정령, 이 세계가 버겁다면 1144 01:35:46,651 --> 01:35:49,612 소원컨대 당신이 있을 자리로 돌아가세요 1145 01:35:50,280 --> 01:35:52,157 어디가 되든 간에 1146 01:37:13,988 --> 01:37:17,158 "유리, 취급 주의" 1147 01:37:30,964 --> 01:37:36,636 "3년 후" 1148 01:37:40,014 --> 01:37:43,393 "정령의 왕국에선 서로 이야기를 해 준다" 1149 01:37:43,476 --> 01:37:47,105 "그들에게 이야기는 호흡과 같아서…" 1150 01:38:13,673 --> 01:38:17,594 "전자기장 정령 1단계 전자기파…" 1151 01:38:19,804 --> 01:38:21,055 엄마! 1152 01:38:24,142 --> 01:38:27,687 이리 온, 이 장난꾸러기 엄마 아니야 1153 01:38:34,527 --> 01:38:38,865 "3000년의 기다림" 1154 01:40:07,036 --> 01:40:08,413 방금 봤어? 1155 01:40:11,374 --> 01:40:13,668 그는 가끔씩 찾아왔고 1156 01:40:14,043 --> 01:40:16,796 둘은 그 순간순간을 만끽했다 1157 01:40:17,547 --> 01:40:20,174 시끌벅적한 하늘의 고통에도 1158 01:40:20,508 --> 01:40:23,094 그는 최대한 오랜 시간을 버티다가 1159 01:40:23,177 --> 01:40:25,680 그녀가 가라고 애걸하고 나서야 갔다 1160 01:40:26,681 --> 01:40:29,517 그는 그녀가 죽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1161 01:40:29,892 --> 01:40:32,812 그녀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1162 01:48:21,197 --> 01:48:23,073 자막: 황석희