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14,055 --> 00:00:17,635 ‎'허트'는 제가 쓴 어떤 곡보다 2 00:00:18,143 --> 00:00:21,063 ‎외로울 때 썼어요 3 00:00:22,230 --> 00:00:23,110 ‎그거 있잖아요 4 00:00:24,149 --> 00:00:25,439 ‎상실감 5 00:00:25,525 --> 00:00:29,445 ‎그래도 다 괜찮아질 거고 6 00:00:30,780 --> 00:00:31,990 ‎괜찮아지죠 7 00:00:39,581 --> 00:00:43,291 ‎1988년, 트렌트 레즈너는 ‎나인 인치 네일스를 시작합니다 8 00:00:44,878 --> 00:00:48,048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은' 어두운 ‎콘셉트의 두 번째 음반으로 9 00:00:48,131 --> 00:00:51,051 ‎차트에서 2위를 기록하고 ‎수백만 장이 팔렸죠 10 00:00:52,761 --> 00:00:56,011 ‎'허트'는 그 음반에서 마지막으로 ‎쓰고 마지막에 수록된 곡입니다 11 00:00:57,974 --> 00:01:01,144 ‎누군가 폐허를 돌아다니며 12 00:01:01,227 --> 00:01:03,937 ‎과거를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죠 13 00:01:06,274 --> 00:01:10,614 ‎몇 년 후, 조니 캐시의 리메이크도 ‎멀티 플래티넘에 등극합니다 14 00:01:11,446 --> 00:01:15,656 ‎요즘 트렌트 레즈너는 밴드 동료 ‎애티커스 로스와 더불어 15 00:01:15,742 --> 00:01:17,792 ‎오스카상과 에미상을 수상한 ‎작곡가로 알려졌습니다 16 00:01:18,411 --> 00:01:20,251 ‎하지만 20년 전 17 00:01:20,330 --> 00:01:22,920 ‎트렌트 레즈너는 '더 다운워드 ‎스파이럴'을 쓰면서 18 00:01:22,999 --> 00:01:24,539 ‎인생의 암흑기를 헤매고 있었죠 19 00:01:28,379 --> 00:01:31,339 ‎리시케시 허웨이의 '송 익스플로더 ‎음악 완전 정복'입니다 20 00:01:32,342 --> 00:01:34,052 ‎"NETFLIX 오리지널 ‎다큐멘터리 시리즈" 21 00:01:45,396 --> 00:01:49,526 ‎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‎불행하진 않았지만 22 00:01:49,609 --> 00:01:52,319 ‎대부분 홀로 보냈어요 23 00:01:53,613 --> 00:01:57,413 ‎펜실베이니아 시골에 살았는데 ‎답답했죠 24 00:01:57,492 --> 00:01:59,742 ‎전 더 큰 세계가 있다는 걸 25 00:02:00,703 --> 00:02:01,873 ‎정확히 인지했기에 26 00:02:01,955 --> 00:02:05,875 ‎코드가 맞는 음악에서 ‎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어요 27 00:02:05,959 --> 00:02:07,789 ‎핑크 플로이드의 ‎'더 월' 같은 거요 28 00:02:07,877 --> 00:02:10,127 ‎음악은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29 00:02:10,213 --> 00:02:11,923 ‎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30 00:02:12,006 --> 00:02:14,796 ‎그래서 그 곡에 제 기분을 ‎투영할 수 있었죠 31 00:02:14,884 --> 00:02:18,304 ‎마치 저를 위해, 저에 대해 32 00:02:18,972 --> 00:02:20,562 ‎쓰인 곡 같았으니까요 33 00:02:22,767 --> 00:02:26,307 ‎그 외로움과 고통에 34 00:02:26,396 --> 00:02:28,106 ‎공감할 수 있었어요 35 00:02:28,857 --> 00:02:31,567 ‎그 암호를 해독하고 싶었죠 36 00:02:33,194 --> 00:02:38,204 ‎어렸을 때 피아노 앞에 앉으면 ‎클래식 곡을 연습했지만 37 00:02:38,283 --> 00:02:42,003 ‎혼자 있을 때는 ‎그냥 제가 치고 싶은 곡을 38 00:02:42,078 --> 00:02:43,788 ‎연주하곤 했어요 39 00:02:44,622 --> 00:02:48,252 ‎뭔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고 40 00:02:48,334 --> 00:02:51,054 ‎소통할 수 있는 ‎또 하나의 언어 같았으니까요 41 00:02:52,172 --> 00:02:56,222 ‎처음에는 당시 좋아했던 것들을 42 00:02:56,301 --> 00:02:57,761 ‎건들고 흉내 내 봤지만 43 00:02:57,844 --> 00:03:01,184 ‎집중하고 앉아서 44 00:03:02,223 --> 00:03:03,683 ‎작곡할 생각은 안 했어요 45 00:03:03,766 --> 00:03:04,766 ‎그건 피했죠 46 00:03:04,851 --> 00:03:08,231 ‎음악으로 전달할 얘기가 있는지를 47 00:03:08,313 --> 00:03:09,903 ‎우선 알아야 했거든요 48 00:03:10,982 --> 00:03:15,202 ‎"첫 나인 인치 네일스 쇼 ‎클리블랜드, 1989년" 49 00:03:15,278 --> 00:03:17,528 ‎음악은 제 안에 있는 여러 감정 50 00:03:17,614 --> 00:03:19,244 ‎슬픔과 절망 51 00:03:19,908 --> 00:03:21,988 ‎벽에 주먹질하고 ‎뭔가 표출하고 싶은 욕구를 52 00:03:22,076 --> 00:03:24,656 ‎아름다움이 있는 ‎무언가로 바꾸는 거잖아요 53 00:03:25,705 --> 00:03:29,785 ‎거칠었고 불편할 수 있는 감정들요 54 00:03:29,876 --> 00:03:32,796 ‎그냥 적나라한 감정이었죠 55 00:03:37,467 --> 00:03:40,887 ‎근데 의외로 사람들이 ‎좋아하더라고요 56 00:03:44,849 --> 00:03:48,229 ‎첫 음반 '프리티 헤이트 머신'으로 ‎순회도 꽤 했어요 57 00:03:50,647 --> 00:03:53,477 ‎그때는 주류가 되기 싫었어요 58 00:03:55,735 --> 00:03:57,565 ‎제가 굽히고 들어가기보다는 59 00:03:57,654 --> 00:03:59,954 ‎상대가 맞춰 주길 원했거든요 60 00:04:01,366 --> 00:04:03,486 ‎하지만 음반사와 문제가 있었고 61 00:04:03,576 --> 00:04:06,826 ‎두 번째 음반을 만들 때 62 00:04:06,913 --> 00:04:10,003 ‎인기를 전혀 ‎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? 63 00:04:10,083 --> 00:04:12,133 ‎안 그래요? ‎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하게 되죠 64 00:04:12,210 --> 00:04:15,590 ‎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65 00:04:15,672 --> 00:04:17,842 ‎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해요 66 00:04:19,759 --> 00:04:22,219 ‎저는 다음 음반을 ‎이미 생각해 뒀고 67 00:04:22,303 --> 00:04:24,313 ‎앨범 제목은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'로 정했죠 68 00:04:26,015 --> 00:04:28,635 ‎이미 생각해 둔 ‎디테일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69 00:04:28,726 --> 00:04:31,476 ‎공책에 타임라인까지 썼거든요 70 00:04:32,063 --> 00:04:33,983 ‎개요는 이래요 71 00:04:35,984 --> 00:04:41,324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'은 ‎섹스와 약물 72 00:04:41,406 --> 00:04:45,656 ‎자해와 자기혐오를 통해 ‎구원받고 73 00:04:45,743 --> 00:04:49,003 ‎삶의 목적과 이유를 찾으려 했던 ‎사람의 이야기로 74 00:04:51,374 --> 00:04:55,254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'이란 ‎결론처럼 75 00:04:55,837 --> 00:05:01,377 ‎음반은 정신없고 추상적이며 ‎환각과도 비슷해져요 76 00:05:01,467 --> 00:05:04,297 ‎광기가 찾아오는데 ‎스스로 해소가 안 되는 거죠 77 00:05:09,434 --> 00:05:12,234 ‎'허트'는 나중에 덧붙인 거예요 78 00:05:12,312 --> 00:05:16,232 ‎음반 끝에 종지부처럼 넣어 79 00:05:16,316 --> 00:05:20,026 ‎상실감과 후회 80 00:05:20,111 --> 00:05:22,821 ‎갈망을 돌아보면 81 00:05:22,905 --> 00:05:26,865 ‎더 강렬하고 흥미로운 ‎음반이 될 것 같았어요 82 00:05:27,827 --> 00:05:30,747 ‎원곡을 가져왔는데 83 00:05:30,830 --> 00:05:33,960 ‎실제 완성본과는 ‎굉장히 다르더군요 84 00:05:34,542 --> 00:05:37,252 ‎완성본에는 없는 피아노 연주가 85 00:05:37,337 --> 00:05:39,547 ‎주를 이루더라고요 86 00:05:43,885 --> 00:05:47,845 ‎"오리지널 피아노 데모" 87 00:05:52,685 --> 00:05:54,055 ‎피아노로 작곡하셨나요? 88 00:05:54,687 --> 00:05:57,567 ‎저한테는 피아노가 ‎제일 친숙한 악기예요 89 00:05:59,359 --> 00:06:03,109 ‎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는데 ‎어쩌다 보니 90 00:06:03,196 --> 00:06:04,986 ‎자연스레 흘러나왔어요 91 00:06:05,990 --> 00:06:08,330 ‎하지만 피아노 발라드가 아닌 92 00:06:09,035 --> 00:06:11,995 ‎어쿠스틱 기반의 93 00:06:12,080 --> 00:06:15,580 ‎약간 망가진 게 특징으로 나타나는 ‎느낌을 원했죠 94 00:06:18,836 --> 00:06:21,456 ‎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려요 95 00:06:23,633 --> 00:06:27,013 ‎노력해야만 들린다는 게 ‎마음에 들죠 96 00:06:30,556 --> 00:06:33,386 ‎곡 전체에 중얼거림 같은 게 ‎섞여 있어서 97 00:06:33,476 --> 00:06:35,306 ‎그걸 듣는 사람에게 98 00:06:35,395 --> 00:06:37,185 ‎연결되는 느낌을 더해 주죠 99 00:06:37,772 --> 00:06:42,242 ‎먼지투성이의 망가진 폐허와 100 00:06:42,318 --> 00:06:44,278 ‎좌절감 같은 것도 있고요 101 00:06:45,029 --> 00:06:50,619 ‎고통에 집중해 102 00:06:52,912 --> 00:06:57,252 ‎실재하는 유일한 것 103 00:06:57,333 --> 00:07:00,713 ‎이 곡은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104 00:07:00,795 --> 00:07:05,045 ‎바늘이 구멍을 내고 105 00:07:06,134 --> 00:07:07,554 ‎자신의 목소리에서 ‎무엇이 들리나요? 106 00:07:07,635 --> 00:07:09,545 ‎음정이 많이 틀리고 107 00:07:10,263 --> 00:07:12,433 ‎아주 조용히 노래하고 있어요 108 00:07:12,515 --> 00:07:15,845 ‎감정 표현이 생각대로 안 돼서 109 00:07:15,935 --> 00:07:19,145 ‎여러 번 재녹음했으니 그랬겠죠 110 00:07:20,022 --> 00:07:24,652 ‎조용하고 진지하게 ‎노래하려는 거예요 111 00:07:25,403 --> 00:07:28,533 ‎내밀한 감정을 ‎세상에 드러내면서 느끼는 112 00:07:28,614 --> 00:07:30,624 ‎어색한 부끄러움이 느껴져서 113 00:07:31,117 --> 00:07:34,197 ‎생각만큼 잘 안 됐거든요 114 00:07:35,204 --> 00:07:38,544 ‎보위처럼 노래하고 싶어서 ‎답답했던 게 기억나요 115 00:07:38,624 --> 00:07:40,424 ‎그런 소리를 내고 싶었거든요 116 00:07:40,960 --> 00:07:45,050 ‎더 닫힌 느낌을 원했어요 117 00:07:45,131 --> 00:07:47,881 ‎음악 속에 숨고 싶었죠 118 00:07:47,967 --> 00:07:52,677 ‎어차피 내가 제작자니까 ‎보컬 소리를 줄이자고 했죠 119 00:07:52,763 --> 00:07:56,143 ‎일하는 방식은 비슷했어도 ‎성격은 지금과 매우 달랐어요 120 00:07:57,143 --> 00:07:58,233 ‎그리고 가사도... 121 00:08:00,062 --> 00:08:01,982 ‎- 꽤 가슴 저몄죠 ‎- 네 122 00:08:03,107 --> 00:08:07,197 ‎그의 취약함이 ‎조금 드러난 부분이랄까요 123 00:08:07,278 --> 00:08:10,868 ‎하지만 진짜 취약한 상태였기에 ‎정말 대단한 거예요 124 00:08:10,948 --> 00:08:11,778 ‎해냈으니까요 125 00:08:11,866 --> 00:08:14,156 ‎그걸 딛고 해낸 거예요 126 00:08:14,243 --> 00:08:18,333 ‎트렌트에게 가사가 얼마나 ‎중요한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127 00:08:18,414 --> 00:08:20,634 ‎제일 소중한 거죠 128 00:08:20,708 --> 00:08:24,458 ‎곡을 들려줄 때면 ‎항상 가사도 보여 주거든요 129 00:08:24,545 --> 00:08:27,255 ‎트렌트에게 가사는 ‎노래의 이유예요 130 00:08:28,591 --> 00:08:34,851 ‎고통에 집중해 131 00:08:36,349 --> 00:08:40,439 ‎실재하는 유일한 것 132 00:08:41,020 --> 00:08:44,190 ‎양쪽에서 들리지도 않네요 ‎약간 치우쳐서 들려요 133 00:08:44,273 --> 00:08:46,983 ‎네, 말했듯이 ‎노래 안에 숨고 싶었거든요 134 00:08:47,068 --> 00:08:52,778 ‎넌 전부 가질 수 있어 135 00:08:52,865 --> 00:08:58,285 ‎내 먼지의 왕국 136 00:08:58,371 --> 00:09:00,501 ‎소리를 완전히 망가트리셨어요 137 00:09:01,249 --> 00:09:03,629 ‎듣는 방식에 따라 ‎괴롭게도 들리죠 138 00:09:03,709 --> 00:09:08,419 ‎듣고 싶다면 ‎집중해야 하는 거예요 139 00:09:08,506 --> 00:09:13,886 ‎이 노래에서 오늘 특히 ‎와닿는 가사가 있나요? 140 00:09:15,471 --> 00:09:19,641 ‎제가 가사 얘기를 ‎별로 안 하는 이유는 141 00:09:19,725 --> 00:09:23,345 ‎제 의도만 ‎강조될 수 있기 때문이죠 142 00:09:23,437 --> 00:09:26,727 ‎저에게는 이 노래에 대한 ‎듣는 이의 경험과 의미 143 00:09:26,816 --> 00:09:28,066 ‎느낌이 중요하거든요 144 00:09:28,150 --> 00:09:29,900 ‎작사가가 의미를 공개하거나 145 00:09:29,986 --> 00:09:32,356 ‎제가 예상했던 좋은 의미를 ‎정정해 줘서 146 00:09:32,446 --> 00:09:35,656 ‎망친 노래가 여럿 있거든요 147 00:09:35,741 --> 00:09:39,451 ‎그 가사를 어떻게 부를지 ‎정하는 건 어려웠나요? 148 00:09:40,454 --> 00:09:41,834 ‎의도가 뭐예요? 149 00:09:41,914 --> 00:09:43,874 ‎이거 무슨 함정 질문인가요? 150 00:09:44,709 --> 00:09:45,879 ‎가사 얘기예요 151 00:09:50,423 --> 00:09:54,553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'을 ‎쓴 시기는 152 00:09:54,635 --> 00:09:57,555 ‎제 정체성을 잃었던 때예요 153 00:09:59,932 --> 00:10:03,272 ‎전 절 방에서 음악을 듣는 ‎어린아이로 생각하는데 154 00:10:03,853 --> 00:10:06,903 ‎무대에 선 남자는 ‎누군지 모르겠더라고요 155 00:10:07,398 --> 00:10:08,978 ‎망할 놈들! 156 00:10:11,861 --> 00:10:15,871 ‎그게 왜곡되고 강조돼서 157 00:10:15,948 --> 00:10:18,118 ‎한 자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158 00:10:18,868 --> 00:10:20,948 ‎그걸 명성이나 관심을 다루기에 159 00:10:21,037 --> 00:10:23,997 ‎부적합한 사람에게 더해 보세요 160 00:10:24,624 --> 00:10:29,844 ‎저는 항상 버려진 느낌에 슬펐고 161 00:10:29,920 --> 00:10:35,180 ‎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‎외부인 같다고 생각했어요 162 00:10:35,259 --> 00:10:38,299 ‎이성적 생각은 아니지만 ‎자주 그랬어요 163 00:10:38,387 --> 00:10:41,347 ‎맥주 한두 잔이든 뭐든 있어야... 164 00:10:41,432 --> 00:10:42,352 ‎상관없어 165 00:10:42,433 --> 00:10:45,653 ‎자신을 이해할 수 있나 봐요 166 00:10:45,728 --> 00:10:47,478 ‎그러고는 '이제 좀 낫네' ‎하는 거죠 167 00:10:47,563 --> 00:10:50,823 ‎'이제야 이 새 모습에 ‎좀 더 자신감이 생겼어' 168 00:10:51,776 --> 00:10:56,736 ‎성격이 뒤틀리기에 ‎딱 좋은 상황이었죠 169 00:10:56,822 --> 00:10:59,952 ‎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어요 170 00:11:00,034 --> 00:11:02,244 ‎마음대로 써 봐요, 신경 안 쓰니까 171 00:11:05,748 --> 00:11:08,328 ‎목적과 구원 172 00:11:08,417 --> 00:11:11,417 ‎소속감을 찾고 ‎그냥 기분이 나아지기 바랐어요 173 00:11:13,547 --> 00:11:17,677 ‎엿 같은 왕관을 쓰고 174 00:11:19,762 --> 00:11:23,932 ‎거짓말쟁이의 자리에 앉아 175 00:11:26,060 --> 00:11:29,520 ‎망가진 생각으로 가득한데 176 00:11:31,857 --> 00:11:35,487 ‎고칠 수 없어 177 00:11:38,447 --> 00:11:41,617 ‎이게 노래의 시작에 ‎나오는 소리예요 178 00:11:42,284 --> 00:11:43,794 ‎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소리죠 179 00:11:43,869 --> 00:11:44,949 ‎그게 뭐죠? 180 00:11:45,037 --> 00:11:47,787 ‎스튜디오에서 조율을 담당하는 ‎코코라는 남자가 있었어요 181 00:11:47,873 --> 00:11:49,963 ‎방을 조율할 때 쓰는 ‎기계 중 하나는 182 00:11:50,042 --> 00:11:52,802 ‎고대 공상 과학 소설에 ‎나올 것 같은 상자로 183 00:11:52,878 --> 00:11:55,878 ‎서로 다른 주파수에서 ‎다른 소리를 내는데 184 00:11:55,965 --> 00:11:58,295 ‎그 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요 185 00:11:58,384 --> 00:12:00,894 ‎우린 그 소리를 녹음했고 186 00:12:00,970 --> 00:12:02,390 ‎아직도 잘 쓴답니다 187 00:12:04,724 --> 00:12:06,484 ‎그리고 또 하나의 층이 있죠 188 00:12:09,395 --> 00:12:11,475 ‎영화의 음향 디자인을 ‎생각해 봤어요 189 00:12:11,564 --> 00:12:13,364 ‎소리 안에 무언가 숨겨서 190 00:12:13,441 --> 00:12:15,031 ‎불편한 느낌을 자아내고 191 00:12:15,109 --> 00:12:17,529 ‎무의식적으로 ‎특정 감정을 느끼게 하죠 192 00:12:17,611 --> 00:12:19,911 ‎이 음반이 노린 게 ‎바로 그거였거든요 193 00:12:24,034 --> 00:12:27,834 ‎데이비드 린치의 ‎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194 00:12:29,248 --> 00:12:31,458 ‎음악 자체보다는 195 00:12:32,126 --> 00:12:33,876 ‎주변 소리에요 196 00:12:34,920 --> 00:12:37,260 ‎라디에이터 소리에 ‎미칠 것 같았어요 197 00:12:37,339 --> 00:12:40,929 ‎방에서 윙윙대는 소리가 ‎엄청 크게 들리거든요 198 00:12:41,010 --> 00:12:44,930 ‎상당히 불편한 기분을 자아내요 199 00:12:45,723 --> 00:12:48,483 ‎혐오감을 주는 게 아니라 200 00:12:48,559 --> 00:12:50,939 ‎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201 00:12:51,020 --> 00:12:53,230 ‎감정적으로 준비를 시키는 거예요 202 00:12:53,731 --> 00:12:57,321 ‎그래서 음반 전체에 ‎무의식적인 소리를 더했어요 203 00:13:04,408 --> 00:13:07,948 ‎코러스가 시작할 때 ‎여러 대의 기타로 204 00:13:08,037 --> 00:13:09,327 ‎같은 걸 연주하는데요 205 00:13:09,413 --> 00:13:13,503 ‎그냥 개방 현에 맞추고 206 00:13:14,043 --> 00:13:16,963 ‎소리를 여러 번 겹친 거예요 207 00:13:17,046 --> 00:13:21,796 ‎순진하고 부정확한 느낌으로 208 00:13:21,884 --> 00:13:25,394 ‎노래에 불안한 감정을 209 00:13:25,471 --> 00:13:28,641 ‎보태는 게 목적이었어요 210 00:13:41,487 --> 00:13:43,987 ‎이 소리를 정말 좋아했는데 211 00:13:44,073 --> 00:13:46,913 ‎대체 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212 00:13:49,245 --> 00:13:51,205 ‎사실 이 소리를 ‎생각하고 있었어요 213 00:13:52,498 --> 00:13:55,538 ‎어떤 악기든 상관없이 214 00:13:56,126 --> 00:13:57,496 ‎한 음만 사용하는 묘책을 ‎생각해냈죠 215 00:13:57,586 --> 00:14:00,206 ‎현악기 같지만 216 00:14:00,297 --> 00:14:02,087 ‎바이올린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217 00:14:02,174 --> 00:14:05,554 ‎짧게 넣어서 ‎무한한 리버브를 주면 218 00:14:06,095 --> 00:14:07,885 ‎거의 파이프오르간 같은 219 00:14:07,972 --> 00:14:11,312 ‎음색을 내죠 220 00:14:11,976 --> 00:14:17,186 ‎신시사이저로 만든 게 아니니까 ‎음정은 잘 안 맞아요 221 00:14:17,273 --> 00:14:18,693 ‎잘 맞지 않죠 222 00:14:18,774 --> 00:14:22,784 ‎인간적인 느낌이에요 223 00:14:23,362 --> 00:14:25,952 ‎점화되는 순간이죠 224 00:14:26,657 --> 00:14:28,327 ‎몰 속에 있다가 225 00:14:29,201 --> 00:14:33,371 ‎강조된 노래의 절정에 ‎깨어나는 거예요 226 00:14:36,709 --> 00:14:40,419 ‎내가 어떻게 된 거지? 227 00:14:43,507 --> 00:14:46,587 ‎내 다정한 친구 228 00:14:47,303 --> 00:14:49,143 ‎피아노 앞에 앉아서 229 00:14:49,221 --> 00:14:53,481 ‎'내가 어떻게 된 거지' 하는 ‎코러스를 들었는데 230 00:14:54,101 --> 00:14:56,351 ‎적절하게 느껴졌어요 231 00:14:56,437 --> 00:14:58,767 ‎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네요 232 00:15:00,691 --> 00:15:05,201 ‎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233 00:15:06,280 --> 00:15:07,990 ‎특정 감정이 느껴지길 원했어요 234 00:15:08,073 --> 00:15:11,243 ‎멋진 기타 솔로나 235 00:15:12,494 --> 00:15:13,954 ‎환상적인 리듬이 아니라 236 00:15:14,496 --> 00:15:18,786 ‎소름이죠 ‎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237 00:15:18,876 --> 00:15:22,456 ‎널 아프게 할 거야 238 00:15:23,672 --> 00:15:26,552 ‎곡을 완성했을 땐 앨범 디자인이고 ‎뭐고 전부 완성됐었죠 239 00:15:27,051 --> 00:15:28,181 ‎음반이 완성된 거예요 240 00:15:28,969 --> 00:15:32,059 ‎싱글 곡은 하나도 없어서 ‎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아요 241 00:15:32,139 --> 00:15:35,309 ‎라디오에서 틀 만한 것도 없고요 242 00:15:35,392 --> 00:15:40,062 ‎그냥 자기만족의 ‎안 팔리는 음반이 될 줄 알았는데 243 00:15:40,147 --> 00:15:43,067 ‎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어요 244 00:15:45,069 --> 00:15:48,609 ‎'더 다운워드 스파이럴'은 ‎1994년 3월에 발매됐습니다 245 00:15:48,697 --> 00:15:50,407 ‎평론가들에게도 대중에게도 ‎히트작이 됐죠 246 00:15:50,491 --> 00:15:52,791 ‎발매 직후 빌보드 차트 ‎2위에 올랐을 정도니까요 247 00:15:53,911 --> 00:15:57,751 ‎좋은 곡들을 썼지만 ‎너무 뻔하지 않길 원했어요 248 00:15:58,415 --> 00:16:01,495 ‎후렴이 있긴 한데 ‎처음에는 잘 안 들리죠 249 00:16:01,585 --> 00:16:03,835 ‎더 노력해야 들려요 250 00:16:05,214 --> 00:16:07,554 ‎보위처럼 노래하고 싶다고 ‎하셨는데 251 00:16:08,300 --> 00:16:11,800 ‎실제로 데이비드 보위와 ‎이 노래를 같이 부르셨죠 252 00:16:11,887 --> 00:16:13,307 ‎네 253 00:16:14,932 --> 00:16:18,772 ‎"아웃사이드 순회 ‎1995년" 254 00:16:29,863 --> 00:16:31,413 ‎정말 믿을 수 없었죠 255 00:16:31,490 --> 00:16:32,660 ‎더 이상 256 00:16:33,909 --> 00:16:35,909 ‎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257 00:16:41,709 --> 00:16:44,459 ‎그 사람과 무대에 나란히 서다니요 258 00:16:44,545 --> 00:16:46,165 ‎보위는 제 영웅이거든요 259 00:16:47,089 --> 00:16:49,429 ‎그 목소리로 ‎제가 제 방에서 쓴 노래에 260 00:16:49,508 --> 00:16:52,008 ‎화음을 넣다니 261 00:16:53,262 --> 00:16:54,142 ‎정말... 262 00:16:55,139 --> 00:16:56,309 ‎믿을 수가 없었죠 263 00:17:10,696 --> 00:17:13,566 ‎그 버전을 한동안 못 들었네요 264 00:17:13,657 --> 00:17:15,327 ‎뭐랄까... 265 00:17:16,994 --> 00:17:17,914 ‎인정받는 기분이었어요 266 00:17:21,874 --> 00:17:26,004 ‎"셀프 디스트럭트 순회 ‎(1994년~1996년)" 267 00:17:27,755 --> 00:17:30,085 ‎이 모든 목표를 성취하면 268 00:17:30,174 --> 00:17:31,474 ‎평온해질 줄 알았어요 269 00:17:31,967 --> 00:17:35,007 ‎아니에요, 이젠 전보다 ‎훨씬 더 비참해요 270 00:17:35,763 --> 00:17:37,933 ‎제 가장 큰 적은 ‎제 머릿속이에요 271 00:17:38,015 --> 00:17:40,845 ‎몇 가지 문제를 ‎해결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272 00:17:40,934 --> 00:17:43,774 ‎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게 ‎특기라고 생각하지만 273 00:17:43,854 --> 00:17:46,484 ‎동시에 수많은 상처가 ‎다시 벌어지고 274 00:17:46,565 --> 00:17:50,525 ‎손에 잡힐 듯한 ‎행복이나 만족감은 275 00:17:50,611 --> 00:17:53,951 ‎항상 몇 발자국 ‎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276 00:17:57,242 --> 00:18:00,582 ‎저는 그 음반을 통해 ‎고통을 없앨 방법을 277 00:18:00,662 --> 00:18:03,622 ‎찾고 있었어요 278 00:18:05,709 --> 00:18:07,169 ‎그 음반이 발매된 후 279 00:18:07,252 --> 00:18:11,592 ‎수년간 중독자로 살던 저에게 ‎깨달음이 있었죠 280 00:18:16,178 --> 00:18:18,718 ‎어떻게... 어떻게 이렇게 됐지? 281 00:18:23,894 --> 00:18:28,574 ‎누군가의 자멸에 관한 ‎이야기를 썼는데 282 00:18:28,649 --> 00:18:32,189 ‎저 자신도 그런 일들을 ‎하고 있더라고요 283 00:18:33,445 --> 00:18:36,115 ‎제 경험을 요약한 것 같았죠 284 00:18:38,617 --> 00:18:41,247 ‎그리고 몇 년 후 ‎조니 캐시가 리메이크해 285 00:18:41,328 --> 00:18:43,248 ‎'허트'는 재조명받았어요 286 00:18:45,666 --> 00:18:49,916 ‎"조니 캐시 - '허트' ‎마크 로마네크 감독 (2002년)" 287 00:18:55,342 --> 00:18:57,142 ‎조니 캐시의 리메이크가 나왔을 때 288 00:18:57,761 --> 00:18:59,931 ‎그 가사와의 관계가 변했나요? 289 00:19:00,013 --> 00:19:01,273 ‎어느 정도는요 290 00:19:01,348 --> 00:19:05,848 ‎위대한 인물의 인생에서 ‎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에 291 00:19:05,936 --> 00:19:10,726 ‎그분이 불러 주신 걸 들으니 292 00:19:11,692 --> 00:19:13,242 ‎굉장히 의미심장했어요 293 00:19:34,965 --> 00:19:38,545 ‎당시에는 제 작사 실력과 294 00:19:38,635 --> 00:19:42,345 ‎음악성에 확신이 없어서 ‎방황했거든요 295 00:19:43,682 --> 00:19:48,152 ‎그 곡은 저에게 다 괜찮을 거라고 296 00:19:48,228 --> 00:19:49,398 ‎다시 알려 주는 것 같았어요 297 00:19:50,647 --> 00:19:53,147 ‎마치 친구와 포옹하는 느낌이었죠 298 00:19:56,820 --> 00:19:59,110 ‎제가 20대였을 때, 50대가 되어도 299 00:19:59,198 --> 00:20:03,238 ‎나인 인치 네일스로 라이브나 ‎활동을 할 거냐고 물어보셨다면 300 00:20:03,327 --> 00:20:05,657 ‎아마 '물론이죠'라는 대답은 301 00:20:07,206 --> 00:20:09,246 ‎듣지 못했을 거예요 302 00:20:10,959 --> 00:20:12,749 ‎우리는 보통 콘서트 마지막에 ‎'허트'를 부르고 303 00:20:12,836 --> 00:20:16,046 ‎활동하는 내내 그렇게 했어요 304 00:20:19,134 --> 00:20:21,474 ‎셀 수 없이 많이 불렀고 305 00:20:22,471 --> 00:20:24,811 ‎나이와 경험도 쌓였으니 ‎이젠 다른 식으로 부르죠 306 00:20:29,978 --> 00:20:32,518 ‎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‎돌아볼 수 있는 307 00:20:33,523 --> 00:20:34,823 ‎연륜이 쌓였으니까요 308 00:20:56,880 --> 00:21:00,300 ‎그 곡을 셀 수 없을 만큼 ‎라이브로 불렀는데 309 00:21:01,635 --> 00:21:03,635 ‎늘 그 순간으로 돌아가요 310 00:21:03,720 --> 00:21:05,010 ‎그때의 기분이 기억나고 311 00:21:06,723 --> 00:21:11,733 ‎차분해지고 ‎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기분이 들죠 312 00:21:12,521 --> 00:21:16,021 ‎사람들을 불편해하는 저에게는 313 00:21:17,943 --> 00:21:19,363 ‎굉장히 긍정적으로 강렬합니다 314 00:21:23,782 --> 00:21:26,122 ‎이제 나인 인치 네일스의 ‎'허트'를 감상하시죠 315 00:26:28,587 --> 00:26:33,587 ‎자막: 김지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