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11,010 --> 00:00:14,014 "쿠이 료코 만화 원작" 2 00:00:14,681 --> 00:00:16,975 모든 건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3 00:00:18,268 --> 00:00:22,731 어느 날, 땅이 울리면서 지하 묘지의 바닥이 꺼지더니 4 00:00:22,814 --> 00:00:25,567 안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5 00:00:26,192 --> 00:00:30,321 남자는 자신이 천 년 전에 멸망한 황금 나라의 왕이라고 했다 6 00:00:31,531 --> 00:00:33,867 한때 번창했던 그 나라는 7 00:00:33,950 --> 00:00:36,786 지금도 지하 깊은 곳에서 8 00:00:36,870 --> 00:00:39,581 미치광이 마술사에게 붙잡혀 있다는 것이다 9 00:00:40,582 --> 00:00:42,500 '마술사를 쓰러트린 자에게는' 10 00:00:42,584 --> 00:00:44,753 '내 나라의 모든 것을 주겠다' 11 00:00:45,837 --> 00:00:49,674 남자는 그 말만 남기고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12 00:00:55,096 --> 00:00:58,975 "던전밥" 13 00:01:09,694 --> 00:01:11,196 모두 힘내 14 00:01:11,279 --> 00:01:13,114 이 드래곤만 쓰러트리면 곧 끝나 15 00:01:13,948 --> 00:01:15,116 가자! 16 00:01:15,825 --> 00:01:16,868 준비는 완벽하다 17 00:01:17,535 --> 00:01:19,120 패배할 리가 없어 18 00:01:24,459 --> 00:01:25,710 아니다 19 00:01:27,378 --> 00:01:28,463 배가 고프군 20 00:01:30,799 --> 00:01:33,218 모두 움직임에 생기가 없어 21 00:01:34,469 --> 00:01:38,056 이곳에 오기까지 지도의 오류로 하루를 허비했고 22 00:01:38,139 --> 00:01:41,351 함정에 빠져 사흘 치 식량까지 잃었다 23 00:01:46,564 --> 00:01:47,690 귀찮기는 하지만 24 00:01:47,774 --> 00:01:50,735 드래곤을 쓰러트리면 일단 돌아가야겠어 25 00:01:50,819 --> 00:01:51,945 오빠! 26 00:01:52,529 --> 00:01:53,696 왜 그래, 파린? 27 00:01:53,780 --> 00:01:55,949 착란 마법에라도 걸렸어? 28 00:02:04,457 --> 00:02:05,458 말도 안 돼 29 00:02:06,292 --> 00:02:09,212 전멸한다고? 심장부까지 들어왔는데? 30 00:02:10,130 --> 00:02:13,216 도… 도망쳐 31 00:02:25,061 --> 00:02:26,104 라이오스 32 00:02:30,441 --> 00:02:31,568 정신이 돌아왔구나 33 00:02:32,402 --> 00:02:36,156 우리는 마법으로 미궁에서 탈출한 것 같은데 34 00:02:36,948 --> 00:02:39,117 아무리 찾아도 파린이 보이지 않아 35 00:02:42,537 --> 00:02:43,955 잡아먹혔어 36 00:02:44,038 --> 00:02:44,956 응? 37 00:02:45,707 --> 00:02:48,168 드래곤의 배 속이라 마법이 안 통했나 봐 38 00:02:49,043 --> 00:02:50,086 어떡해 39 00:02:50,712 --> 00:02:52,338 아직 미궁 안에 있을 거야 40 00:02:52,922 --> 00:02:53,923 바로 구하러 가자 41 00:02:54,424 --> 00:02:55,925 잠깐만! 42 00:02:56,801 --> 00:03:01,806 사실 우리 짐을 거의 다 미궁에 놔두고 왔나 봐 43 00:03:02,599 --> 00:03:03,892 빈털터리라는 거지 44 00:03:04,392 --> 00:03:05,226 뭐라고? 45 00:03:05,310 --> 00:03:07,103 더 큰 문제가 있어 46 00:03:07,186 --> 00:03:08,229 칠책? 47 00:03:08,813 --> 00:03:11,232 방금 동료를 둘이나 잃었거든 48 00:03:11,316 --> 00:03:12,317 "사표" 49 00:03:12,400 --> 00:03:13,234 그건 뭐야? 50 00:03:13,818 --> 00:03:17,322 전부터 다른 파티에서 스카우트를 받았나 봐 51 00:03:19,490 --> 00:03:21,743 미궁을 탐색하려면 돈이 든다 52 00:03:21,826 --> 00:03:25,747 동료 채용비, 장비값 그리고 식비까지 53 00:03:26,331 --> 00:03:30,209 지금 쓰는 장비를 팔아서 당장 쓸 돈을 마련하고 54 00:03:30,293 --> 00:03:32,587 그 돈으로 저렴한 장비를 사고 55 00:03:32,670 --> 00:03:37,258 식량, 약, 일용품을 마련하고 새 동료를 고용한다 56 00:03:37,342 --> 00:03:39,302 - 돈이 충분할까? - 전혀 57 00:03:40,428 --> 00:03:43,890 떠날 준비를 하다가 여동생이 소화되게 생겼네 58 00:03:44,474 --> 00:03:47,227 다짐육처럼 썰렸다가 되살아난 녀석 있었지? 59 00:03:47,310 --> 00:03:49,395 똥이 됐다가 부활한 모험가는? 60 00:03:50,271 --> 00:03:51,648 처음 듣는 소리인데 61 00:03:55,735 --> 00:03:57,820 돈이 부족한 건 알지만 62 00:03:57,904 --> 00:03:59,614 일단 뭘 좀 먹지 않을래? 63 00:03:59,697 --> 00:04:02,659 우리는 애초에 배가 고파서 실패한 셈이잖아 64 00:04:03,993 --> 00:04:05,995 뭘 먹을까? 65 00:04:06,079 --> 00:04:09,499 싼 음식이라면 대로변의 대중식당도 좋고 66 00:04:09,582 --> 00:04:11,918 '웃는 늑대'도 양이 많아서 괜찮지 67 00:04:12,001 --> 00:04:14,921 하지만 저 술집도 포기하긴 아까워 68 00:04:15,004 --> 00:04:18,049 고기찐빵 수프가 정말 맛있거든 69 00:04:18,132 --> 00:04:19,676 - 안 돼 - 응? 70 00:04:20,260 --> 00:04:22,345 당장 미궁으로 돌아가야 해 71 00:04:22,428 --> 00:04:23,763 하지만 이대로는… 72 00:04:24,347 --> 00:04:25,556 좋은 생각이 있어 73 00:04:26,391 --> 00:04:28,810 너희 둘은 파티에서 나가 줘 74 00:04:28,893 --> 00:04:32,939 너희 장비를 팔아서 나 혼자 미궁에 내려갈게 75 00:04:33,022 --> 00:04:34,357 무모한 짓이야 76 00:04:34,440 --> 00:04:35,441 죽으려고 그래? 77 00:04:35,525 --> 00:04:39,237 아냐, 이러면 싸구려 장비로 바꿀 필요도 없고 78 00:04:39,320 --> 00:04:40,488 혼자라면 마물을 피해서 79 00:04:40,571 --> 00:04:42,699 전투를 최소화하며 최하층까지 갈 수 있어 80 00:04:43,283 --> 00:04:44,701 불가능하지는 않아 81 00:04:44,784 --> 00:04:46,953 전부 나 때문에 생긴 일인데 82 00:04:47,036 --> 00:04:49,747 너희까지 위험에 빠트릴 순 없어 83 00:04:52,750 --> 00:04:54,544 나도 무조건 따라갈 거야 84 00:04:54,627 --> 00:04:56,838 파린을 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 85 00:04:56,921 --> 00:04:59,048 나도 파린이 정말 소중한걸 86 00:05:00,383 --> 00:05:02,635 내가 방해된다는 소리는 못 할걸? 87 00:05:02,719 --> 00:05:05,138 내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잖아 88 00:05:05,638 --> 00:05:08,057 내 능력도 인정 안 해 주면 섭섭하지 89 00:05:08,641 --> 00:05:11,728 문을 따고 함정을 해체할 사람이 필요 없다고는 못 할걸? 90 00:05:12,270 --> 00:05:13,938 너희들… 91 00:05:16,774 --> 00:05:20,194 정말 날 따라올 의지는 있는 거지? 92 00:05:20,278 --> 00:05:22,196 무슨 일이 있어도? 93 00:05:23,531 --> 00:05:24,782 응… 94 00:05:26,409 --> 00:05:28,953 식량은 미궁에서 자급자족할 거야 95 00:05:29,037 --> 00:05:29,954 - 응? - 뭐? 96 00:05:30,038 --> 00:05:32,749 미궁 속에는 마물이 차고 넘쳐 97 00:05:32,832 --> 00:05:35,960 즉, 미궁 나름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거야 98 00:05:36,586 --> 00:05:40,006 육식 마물이 있다면 놈들의 먹이인 초식 마물이 있고 99 00:05:40,089 --> 00:05:42,216 초식 마물이 먹을 식물도 있고 100 00:05:42,300 --> 00:05:44,969 식물의 양분인 물, 빛, 흙도 있지 101 00:05:45,053 --> 00:05:49,223 그렇다면 인간도 미궁에서 먹고살 수 있단 거야 102 00:05:52,685 --> 00:05:53,853 정리하자면 103 00:05:54,437 --> 00:05:55,855 마물을 먹겠다는 거야? 104 00:05:56,439 --> 00:05:57,815 마물도 먹어야지 105 00:05:57,899 --> 00:06:00,109 지금까지의 모험을 떠올려 봐 106 00:06:00,693 --> 00:06:03,613 꽤 맛있어 보이는 마물이 있었을 거야 107 00:06:04,572 --> 00:06:06,991 무리야, 무리! 절대 못 먹어 108 00:06:07,075 --> 00:06:10,369 마물을 사냥해 먹고사는 사람은 의외로 많아 109 00:06:10,453 --> 00:06:13,664 땅 위로 못 돌아가는 범죄자들 말하는 거야? 110 00:06:13,748 --> 00:06:17,126 놈들조차 식중독에 걸려서 밖으로 끌려 나가곤 하잖아 111 00:06:17,835 --> 00:06:20,379 파린만 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잖아 112 00:06:20,463 --> 00:06:22,131 마물을 먹는다고 하진 않았어 113 00:06:22,215 --> 00:06:25,218 돈도 시간도 없어 다른 선택지가 있나? 114 00:06:25,301 --> 00:06:29,722 이상한 거 먹고 식중독으로 꼼짝 못 하게 되면 어쩔 건데? 115 00:06:30,848 --> 00:06:32,767 도망쳐! 116 00:06:34,060 --> 00:06:36,145 사람 살려! 117 00:06:38,773 --> 00:06:40,691 미궁 초보자들 같네 118 00:06:41,609 --> 00:06:44,737 이런 마물도 감당 못 하면 소질이 없는 건데 119 00:06:45,863 --> 00:06:47,782 잠깐, 라이오스? 120 00:06:48,783 --> 00:06:50,952 이걸로 오늘 점심밥을 만들자 121 00:06:51,035 --> 00:06:52,829 싫어! 122 00:06:52,912 --> 00:06:55,581 싫어, 싫다고! 절대 안 먹어! 123 00:06:56,207 --> 00:06:58,709 아무 버섯이나 먹는 건 위험하지 않아? 124 00:06:58,793 --> 00:07:03,589 '미궁 미식 가이드'를 보면 초보자용 식재료라고는 하는데 125 00:07:03,673 --> 00:07:06,425 두툼하고 무난한 맛이래 126 00:07:06,509 --> 00:07:09,053 - 이 책 뭐야? - 꽤 낡아 보여 127 00:07:10,054 --> 00:07:12,348 좀 더 가서 넓은 곳에서 불을 피우자 128 00:07:12,849 --> 00:07:14,892 재료가 한두 가지 더 있으면 좋으련만 129 00:07:17,186 --> 00:07:20,189 이 발소리는 거대 전갈이다! 130 00:07:20,731 --> 00:07:22,150 저 녀석 설마… 131 00:07:22,692 --> 00:07:25,695 여기는 미궁이지만 사람의 왕래도 잦고 132 00:07:25,778 --> 00:07:28,197 모험가나 상인으로 늘 붐빈다 133 00:07:28,698 --> 00:07:30,283 원래는 묘소라서 134 00:07:30,366 --> 00:07:33,369 마을 사람들이 잠든 조용한 성역이었지만 135 00:07:33,453 --> 00:07:36,747 6년 전에 미궁과 이어져 버리면서 136 00:07:36,831 --> 00:07:39,834 마을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 돼 버렸다 137 00:07:40,460 --> 00:07:44,005 마물은 미궁 바닥에서 올라온다고 한다 138 00:07:44,088 --> 00:07:48,134 지상의 생물이 금기의 마법에 걸려 모습이 변한 건지 139 00:07:48,217 --> 00:07:51,512 마계에서 소환된 생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140 00:07:51,596 --> 00:07:54,432 모두 하나같이 형태가 기묘하고 141 00:07:54,515 --> 00:07:57,351 뭔가를 지키려는 것처럼 덤벼든다 142 00:07:58,102 --> 00:07:59,687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143 00:07:59,770 --> 00:08:02,565 저주에 걸린 황금 도시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144 00:08:02,648 --> 00:08:04,525 유일한 증거였다 145 00:08:06,402 --> 00:08:08,070 가재 잡듯 잡지 마 146 00:08:08,154 --> 00:08:11,157 이 마물은 이렇게 잡으면 되니까 가재보다 간단하지 147 00:08:11,699 --> 00:08:12,783 있잖아 148 00:08:13,367 --> 00:08:14,994 너, 사실 예전부터 149 00:08:15,077 --> 00:08:18,080 마물을 잡아먹을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? 150 00:08:20,249 --> 00:08:23,211 하지만 여동생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야 151 00:08:23,836 --> 00:08:24,670 그러시겠지 152 00:08:24,754 --> 00:08:28,299 이 얘기는 처음 하는 건데 난 마물이 좋아 153 00:08:28,382 --> 00:08:31,677 겉모습과 울음소리부터 마물의 생태까지 궁금해 154 00:08:31,761 --> 00:08:34,096 그러다 보니 맛도 알고 싶어졌어 155 00:08:34,180 --> 00:08:35,264 사이코패스네 156 00:08:40,770 --> 00:08:44,273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? 157 00:08:44,357 --> 00:08:47,568 물을 써야 하는데 몇 번씩 오가면 힘들잖아 158 00:08:48,653 --> 00:08:50,988 그래서 이건 어떻게 먹는 건데? 159 00:08:51,072 --> 00:08:53,074 정통 요리법을 써 볼까? 160 00:08:55,076 --> 00:08:56,327 왜 그래? 161 00:08:56,410 --> 00:08:59,830 세로로는 잘 썰리는데 가로로 썰면 뭔가 걸려 162 00:08:59,914 --> 00:09:02,041 버섯 계열 마물을 상대할 때는 163 00:09:02,124 --> 00:09:04,919 대각선이나 수평으로 베면 효과가 떨어지겠다 164 00:09:05,503 --> 00:09:06,837 좋은 걸 배웠네 165 00:09:06,921 --> 00:09:09,799 얇게 썰었더니 정말 음식 같아 166 00:09:09,882 --> 00:09:10,716 어딜 봐서? 167 00:09:13,302 --> 00:09:14,845 저기, 잠깐만! 168 00:09:14,929 --> 00:09:18,391 그대로 먹으려고? 독 퍼지는 거 아냐? 169 00:09:18,474 --> 00:09:21,018 이 전갈의 독은 먹어도 해롭지 않아 170 00:09:22,812 --> 00:09:23,646 확실해? 171 00:09:23,729 --> 00:09:26,232 책에 그렇게 적혀 있어서 먹어 보고 싶어 172 00:09:30,611 --> 00:09:31,696 거봐 173 00:09:31,779 --> 00:09:32,863 잠깐 기다리게 174 00:09:34,198 --> 00:09:35,408 전갈 전골인가? 175 00:09:35,992 --> 00:09:38,869 하지만 그 조리법엔 문제가 많군 176 00:09:38,953 --> 00:09:40,079 누구야? 177 00:09:40,162 --> 00:09:42,540 이 녀석을 먹으려면 178 00:09:42,623 --> 00:09:46,877 집게, 대가리, 다리, 꼬리를 꼭 잘라야 하네 179 00:09:47,545 --> 00:09:49,380 꼬리를 먹으면 배탈 나 180 00:09:49,463 --> 00:09:52,341 책에서는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181 00:09:52,425 --> 00:09:54,385 먹어도 영 맛이 없어 182 00:09:54,468 --> 00:09:57,138 몸통에도 칼집을 내 둬야 해 183 00:09:57,221 --> 00:09:59,140 그러면 열이 잘 흡수되고 맛이 우러나서 184 00:09:59,223 --> 00:10:01,392 전골 자체가 맛있어지거든 185 00:10:01,475 --> 00:10:02,977 먹기도 편하지 186 00:10:03,477 --> 00:10:05,896 내장도 빼는 게 좋아 187 00:10:05,980 --> 00:10:07,898 씁쓸하고 씹는 맛이 별로야 188 00:10:07,982 --> 00:10:09,442 걷는 버섯은 189 00:10:09,525 --> 00:10:12,486 엉덩이랑 표면 3cm 정도를 잘라서 버리게 190 00:10:12,570 --> 00:10:14,530 발은 맛있으니까 전부 넣어 191 00:10:14,614 --> 00:10:15,990 발이 맛있다고요? 192 00:10:16,490 --> 00:10:19,619 그렇다네, 독특하면서도 좋은 향기가 나지? 193 00:10:19,702 --> 00:10:21,287 발냄새란 거잖아 194 00:10:21,370 --> 00:10:23,539 이 냄비는 좀 작군 195 00:10:24,123 --> 00:10:25,499 내 냄비를 쓰자 196 00:10:26,500 --> 00:10:28,044 준비 한번 철저하네 197 00:10:28,711 --> 00:10:31,881 전갈이랑 버섯만 넣으려니 뭔가 허전하군 198 00:10:37,637 --> 00:10:38,596 이걸… 199 00:10:38,679 --> 00:10:40,514 잠깐, 그건 안 돼! 200 00:10:40,598 --> 00:10:43,309 - 마르실? - 안 돼, 절대 못 먹어 201 00:10:43,392 --> 00:10:44,935 봐, 여기는 묘지잖아 202 00:10:45,019 --> 00:10:46,937 백번 양보해서 마물은 먹는다 쳐도 203 00:10:47,021 --> 00:10:49,190 뿌리를 내린 식물은 못 먹겠어 204 00:10:49,273 --> 00:10:51,651 이대로만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? 205 00:10:51,734 --> 00:10:53,861 - 마르실! - 당신 대체 누구야? 206 00:10:53,944 --> 00:10:55,488 - 위를 봐! - 위? 207 00:11:01,494 --> 00:11:02,411 슬라임이다! 208 00:11:02,495 --> 00:11:04,914 큰일이다, 얼굴이 다 덮였어 209 00:11:05,498 --> 00:11:07,917 안 돼, 주문도 못 외우겠어 210 00:11:08,000 --> 00:11:11,921 그러고 보니 처음 죽었을 때도 슬라임에 당했지 211 00:11:18,135 --> 00:11:20,012 - 괜찮아? - 괜찮아 212 00:11:20,096 --> 00:11:21,639 코에 좀 들어갔지만 213 00:11:21,722 --> 00:11:23,057 코 풀어 214 00:11:23,641 --> 00:11:25,851 슬라임을 나이프로 퇴치하다니 215 00:11:26,352 --> 00:11:28,813 구조를 알고 있으면 간단하거든 216 00:11:29,397 --> 00:11:31,107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217 00:11:31,190 --> 00:11:33,901 사실은 웬만한 인간들보다 형태가 일률적이지 218 00:11:34,902 --> 00:11:37,780 슬라임의 내장은 이렇게 생겼어 219 00:11:37,863 --> 00:11:40,408 인간으로 치면 위가 뒤집어지고 220 00:11:40,491 --> 00:11:44,078 소화액으로 내장과 머리를 감싼 구조라고 할까 221 00:11:44,161 --> 00:11:47,957 사냥감이 내쉰 입김을 감지하고 덤벼들지 222 00:11:48,040 --> 00:11:52,086 그래서 시끄럽게 떠들면 공격당하기 십상이네 223 00:11:52,795 --> 00:11:55,256 이대로는 먹을 게 못 되지만 224 00:11:55,339 --> 00:11:59,051 감귤류 과즙을 넣은 뜨거운 물로 잘 씻고 225 00:11:59,135 --> 00:12:00,761 물기를 잘 짜내거나 226 00:12:00,845 --> 00:12:04,473 소금에 절여서 햇볕에서 잘 말리면 227 00:12:04,557 --> 00:12:06,475 고급 식재료가 완성된다네 228 00:12:06,559 --> 00:12:10,020 웬만하면 2주간 굶기고 말리는 게 좋아 229 00:12:10,104 --> 00:12:12,064 건조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230 00:12:12,565 --> 00:12:15,985 이건 내가 만든 휴대용 슬라임 건조망일세 231 00:12:16,569 --> 00:12:17,987 이렇게 끼워서 232 00:12:18,070 --> 00:12:20,531 짊어지고 걷기만 해도 잘 마르지 233 00:12:21,073 --> 00:12:23,200 다 마르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234 00:12:24,076 --> 00:12:25,619 완성품을 준비해 뒀다네 235 00:12:26,370 --> 00:12:28,122 오늘은 이걸 넣어 보지 236 00:12:28,706 --> 00:12:31,500 - 고급 식재료라고 하셨잖아요 - 괜찮아 237 00:12:32,084 --> 00:12:36,714 난 이 미궁에서 10년 넘게 마물식 연구를 하고 있네 238 00:12:37,214 --> 00:12:41,260 마물식에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면 그게 그렇게 기쁘더군 239 00:12:41,343 --> 00:12:42,636 10년? 240 00:12:42,720 --> 00:12:44,847 미궁이 그렇게 오래전부터 있었나? 241 00:12:45,931 --> 00:12:47,516 잠깐 기다리게 242 00:13:06,160 --> 00:13:07,495 완성됐네 243 00:13:07,578 --> 00:13:09,288 "거대 전갈과 걷는 버섯 전골" 244 00:13:13,000 --> 00:13:15,169 거대 전갈은 삶으면 빨개지네? 245 00:13:15,711 --> 00:13:18,088 역시 책만 볼 때랑은 전혀 달라 246 00:13:19,131 --> 00:13:21,175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? 247 00:13:21,258 --> 00:13:24,011 열을 가하면 살이 살짝 쪼그라들어서 248 00:13:24,094 --> 00:13:25,804 쉽게 발라 먹을 수 있지 249 00:13:26,680 --> 00:13:27,806 진짜네 250 00:13:30,976 --> 00:13:31,810 맛있어! 251 00:13:32,520 --> 00:13:33,938 거봐, 맛있지? 252 00:13:34,021 --> 00:13:36,315 조리법에 따라 맛이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253 00:13:36,398 --> 00:13:38,359 그렇지? 254 00:13:38,442 --> 00:13:40,319 완전 맛있어! 뭐야, 이거? 255 00:13:40,402 --> 00:13:42,321 그렇지? 256 00:13:45,407 --> 00:13:47,159 나도 좀 줘 봐 257 00:13:49,161 --> 00:13:50,704 이건 뭐지? 258 00:13:50,788 --> 00:13:52,706 말린 슬라임 내장일세 259 00:13:56,210 --> 00:13:57,336 맛있어! 260 00:13:57,419 --> 00:14:00,464 슬라임은 이렇게 조리해서 먹는 거군요 261 00:14:00,548 --> 00:14:02,967 과즙에 재워 먹어도 맛있지 262 00:14:03,467 --> 00:14:06,428 이 나무뿌리도 부드럽고 맛있네요 263 00:14:06,512 --> 00:14:08,264 엄밀히 따지면 뿌리가 아니라 264 00:14:08,347 --> 00:14:11,600 미궁에서 위아래가 거꾸로 자라는 나무의 줄기야 265 00:14:11,684 --> 00:14:14,103 이 이끼도 부드럽고 맛있어 266 00:14:14,186 --> 00:14:16,355 이것도 미궁에서 자라는 식물이야? 267 00:14:16,897 --> 00:14:20,234 그건 그냥 눅눅한 곳에 자라는 평범한 이끼일세 268 00:14:20,317 --> 00:14:22,736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오가던 미궁에 269 00:14:22,820 --> 00:14:24,238 이런 식재료가 있었다니 270 00:14:28,826 --> 00:14:30,244 진짜 잘 먹었다 271 00:14:31,203 --> 00:14:32,830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도 안 했네요 272 00:14:33,831 --> 00:14:35,416 내 이름은 센시 273 00:14:35,499 --> 00:14:37,835 드워프어로 '탐구자'라는 뜻이지 274 00:14:38,836 --> 00:14:39,837 나는 라이오스 275 00:14:39,920 --> 00:14:42,756 저기는 마법사 마르실이랑 열쇠공 칠책이에요 276 00:14:43,340 --> 00:14:45,843 뭔가 사연이 있는 여정 같은데? 277 00:14:45,926 --> 00:14:47,386 네, 맞아요 278 00:14:48,095 --> 00:14:51,599 동료 한 명이 미궁 아래층에서 마물에게 잡아먹혀서 279 00:14:52,391 --> 00:14:54,268 소화되기 전에 구하고 싶어요 280 00:14:55,352 --> 00:14:57,646 마물에게 잡아먹혔다고? 어떤 마물이지? 281 00:14:58,230 --> 00:14:59,982 용이에요, 비늘이 새빨간 용 282 00:15:00,858 --> 00:15:02,943 새빨간 비늘? 아래층? 283 00:15:03,652 --> 00:15:05,154 레드 드래곤인가? 284 00:15:05,738 --> 00:15:07,865 용은 거대한 몸을 유지하려고 285 00:15:07,948 --> 00:15:09,783 거의 종일 잔다고 하더군 286 00:15:09,867 --> 00:15:12,912 소화 속도도 다른 마물보다 훨씬 느릴 거야 287 00:15:13,996 --> 00:15:15,164 그러면 좋겠네요 288 00:15:15,748 --> 00:15:16,665 부탁이 있네 289 00:15:16,749 --> 00:15:19,335 나도 데려가 주지 않겠나? 290 00:15:19,877 --> 00:15:21,670 그래 주시면 좋죠 291 00:15:21,754 --> 00:15:24,173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292 00:15:24,256 --> 00:15:25,549 정말인가? 293 00:15:27,384 --> 00:15:29,428 - 고맙네 - 저야말로 고맙죠 294 00:15:29,511 --> 00:15:33,432 레드 드래곤을 요리하는 게 나의 오랜 꿈이었네 295 00:15:34,016 --> 00:15:35,476 레드 드래곤이라면 296 00:15:35,559 --> 00:15:39,063 정통 스테이크가 좋으려나? 햄버그가 좋으려나? 297 00:15:39,772 --> 00:15:41,941 샤부샤부도 나쁘지 않은데 298 00:15:42,024 --> 00:15:45,444 아냐, 알도 있다면 고기랑 같이 덮밥을 만들어서… 299 00:15:48,906 --> 00:15:51,200 '그거, 먹어도 괜찮을까?' 300 00:15:52,534 --> 00:15:56,497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01 00:16:00,376 --> 00:16:01,543 지하 2층 302 00:16:02,544 --> 00:16:05,464 마을 묘지가 있는 지하 1층과 달리 303 00:16:05,547 --> 00:16:08,467 평범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304 00:16:09,051 --> 00:16:10,302 학자들에 따르면 305 00:16:10,386 --> 00:16:14,515 지하 깊은 곳에 잠든 황금성의 첨탑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306 00:16:15,057 --> 00:16:17,685 예전부터 쭉 궁금했던 건데 307 00:16:17,768 --> 00:16:20,980 어떻게 저렇게 큰 나무가 땅 위로 뚫고 나가지 않을까? 308 00:16:21,063 --> 00:16:23,565 저주로 생겨난 던전이라 그렇겠지 309 00:16:25,317 --> 00:16:27,069 마르실, 괜찮아? 310 00:16:27,569 --> 00:16:30,447 다리 틈에 발이 걸려서 311 00:16:30,531 --> 00:16:31,991 꽤 걸었으니까 312 00:16:32,074 --> 00:16:33,409 피로가 쌓였나 보다 313 00:16:34,118 --> 00:16:36,662 오늘은 야영지를 찾아서 일찌감치 쉬자 314 00:16:38,122 --> 00:16:41,625 예전에 근처의 나무 구멍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지? 315 00:16:41,709 --> 00:16:42,751 응, 그랬지 316 00:16:43,335 --> 00:16:45,963 돼지고기 수프를 만들려다가 데기도 하고 317 00:16:47,339 --> 00:16:48,173 수프 318 00:16:48,257 --> 00:16:49,883 배고픈가? 319 00:16:49,967 --> 00:16:53,012 점심에 먹고 남은 전갈 육수가 좀 있는데 320 00:16:53,095 --> 00:16:54,263 됐거든? 321 00:16:54,346 --> 00:16:55,931 맞다 322 00:16:56,015 --> 00:16:58,017 저녁에 먹을 마물을 잡으러 가자 323 00:17:00,686 --> 00:17:03,147 - 마르실은 뭘 먹고 싶어? - 응? 324 00:17:03,230 --> 00:17:05,858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최대한 찾아 볼게 325 00:17:06,358 --> 00:17:08,152 말은 그렇게 해도… 326 00:17:10,404 --> 00:17:12,197 어차피 마물을 먹을 거잖아 327 00:17:14,283 --> 00:17:17,161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상관없어 328 00:17:17,745 --> 00:17:20,039 이 주변엔 어떤 마물이 나오지? 329 00:17:20,706 --> 00:17:22,041 어디 보자 330 00:17:22,624 --> 00:17:24,543 거대 박쥐랑 거대 쥐 331 00:17:24,626 --> 00:17:26,670 비위생적인 건 절대 안 먹어 332 00:17:26,754 --> 00:17:29,298 - 숲 고블린 - 아인종은 절대 싫어 333 00:17:29,381 --> 00:17:30,424 움직이는 갑옷 334 00:17:31,008 --> 00:17:32,009 금속? 335 00:17:32,551 --> 00:17:36,305 좀 평범한 건 없어? 새나 열매 같은 거 336 00:17:36,388 --> 00:17:37,931 저런 애 꼭 있지 337 00:17:38,015 --> 00:17:41,977 뭐든 좋다고 했으면서 꼬치꼬치 트집 잡는 녀석 338 00:17:42,061 --> 00:17:44,313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잖아 339 00:17:44,980 --> 00:17:47,566 평범한 마물은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으니 340 00:17:47,649 --> 00:17:49,318 사냥하려면 준비가 필요해 341 00:17:49,985 --> 00:17:52,488 닭이 알아서 인삼 물고 냄비에 누울 리는 없잖아 342 00:17:53,113 --> 00:17:55,074 미안, 그렇긴 하지 343 00:17:55,157 --> 00:17:56,200 하지만! 344 00:17:56,283 --> 00:17:59,661 식인 인삼을 문 괴물 닭이 돌아다니는 곳이 미궁이지 345 00:17:59,745 --> 00:18:02,081 좀 더 기대해 보자고! 346 00:18:02,164 --> 00:18:04,458 큰 기대는 안 된다 347 00:18:04,541 --> 00:18:08,462 아니, 이 시기에는 열매와 과일이 사방에 널려 있다네 348 00:18:09,588 --> 00:18:10,464 정말? 349 00:18:11,423 --> 00:18:12,466 응 350 00:18:15,552 --> 00:18:18,472 거봐! 역시 식인 식물의 열매잖아 351 00:18:18,555 --> 00:18:20,516 마르실, 틀렸어 352 00:18:20,599 --> 00:18:22,476 '식인 식물'은 속칭이거든 353 00:18:22,559 --> 00:18:25,979 예를 들어서 저 꽃은 바라셀리아가 정식 명칭이야 354 00:18:26,647 --> 00:18:28,482 짐승이 오가는 길에 자생하고 355 00:18:28,565 --> 00:18:30,609 거미줄 같은 점액을 분비해서 356 00:18:30,692 --> 00:18:33,237 생물이 닿으면 반사적으로 끌어당기지 357 00:18:35,322 --> 00:18:37,741 움직이는 생물을 감아 버리지만 소화하진 못해 358 00:18:38,283 --> 00:18:40,285 대신 생물로 비료를 만들지 359 00:18:40,786 --> 00:18:43,747 그러면 인간을 양분으로 삼기도 하는 거잖아 360 00:18:43,831 --> 00:18:46,458 네가 평소에 먹는 채소도 361 00:18:46,542 --> 00:18:50,129 따지고 보면 생물의 똥이나 시체를 양분 삼아 자란 거야 362 00:18:50,212 --> 00:18:52,756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… 363 00:18:52,840 --> 00:18:54,133 괜찮아 364 00:18:54,216 --> 00:18:55,968 아직 지하 2층이잖아 365 00:18:56,051 --> 00:18:59,096 이 근처에 시체가 뒹굴고 있으면 누군가 금방 알아볼 거야 366 00:18:59,763 --> 00:19:01,682 시체 회수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고 367 00:19:01,765 --> 00:19:03,225 심층부라면 모를까 368 00:19:03,308 --> 00:19:06,228 이런 데서 마물의 먹이가 되는 사람이 있겠어? 369 00:19:06,770 --> 00:19:08,397 그런가? 370 00:19:08,480 --> 00:19:10,732 몰래 뽑기는 힘들겠어 371 00:19:11,817 --> 00:19:13,652 싸울 수밖에 없겠군 372 00:19:15,237 --> 00:19:16,613 비켜 봐 373 00:19:17,614 --> 00:19:19,950 이 몸이 한 방에 정리해 줄게 374 00:19:21,076 --> 00:19:23,453 스페라에 옙툼 루페르무스 375 00:19:23,996 --> 00:19:26,415 알라만드라스 프로주 376 00:19:26,498 --> 00:19:28,542 넥산트 아슬람! 377 00:19:28,625 --> 00:19:30,169 멈춰, 이 바보야! 378 00:19:31,170 --> 00:19:32,087 왜? 379 00:19:36,049 --> 00:19:38,719 열매까지 마법으로 날려 버리려고? 380 00:19:38,802 --> 00:19:42,222 먹을 만큼만 가져간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381 00:19:42,306 --> 00:19:43,849 그런 소리 할 때야? 382 00:19:45,184 --> 00:19:47,477 싫어, 이거 놔! 383 00:19:52,816 --> 00:19:54,693 소화를 못 하긴 뭘 못 해? 384 00:19:54,776 --> 00:19:56,612 완전 잡아먹혔잖아! 385 00:19:56,695 --> 00:19:59,281 응? 아냐, 소화 능력이 있는 녀석도 있어 386 00:19:59,781 --> 00:20:01,241 종류마다 달라 387 00:20:01,825 --> 00:20:03,952 참고로 지금 너를 잡고 있는 녀석은 388 00:20:04,036 --> 00:20:06,246 피부밑에 씨를 심는 기생식물이야 389 00:20:06,330 --> 00:20:08,123 그런 거 질색이야! 390 00:20:09,208 --> 00:20:10,751 가만있어, 마르실 391 00:20:11,835 --> 00:20:14,838 식물형 마물은 팔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392 00:20:14,922 --> 00:20:17,132 일일이 상대하다간 날이 저물지 393 00:20:17,633 --> 00:20:19,551 칼을 꽂을 곳은 한 곳뿐이야 394 00:20:20,344 --> 00:20:21,511 뿌리! 395 00:20:25,349 --> 00:20:26,892 아프다 396 00:20:27,517 --> 00:20:28,727 괜찮아? 397 00:20:28,810 --> 00:20:30,896 응, 고마워, 라이오스 398 00:20:31,647 --> 00:20:33,273 - 어땠어? - 응? 399 00:20:33,941 --> 00:20:35,359 이건 섀도테일이야 400 00:20:35,442 --> 00:20:38,779 생물의 피부밑에 씨를 심는 포식 기생식물이지 401 00:20:38,862 --> 00:20:41,198 뼈가 부러질 정도로 넝쿨을 세게 조일 수 있는 402 00:20:41,281 --> 00:20:42,908 바라셀리아와 달리 403 00:20:42,991 --> 00:20:45,869 사냥감을 놓치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고 붙잡아야 해 404 00:20:46,370 --> 00:20:50,249 사냥감을 못 움직이게 하면서도 불쾌하지는 않게 하는 405 00:20:50,332 --> 00:20:52,292 절묘한 강도로 넝쿨을 조이지 406 00:20:52,376 --> 00:20:55,796 느낌이 엄청 좋을 것 같은데 어땠어? 407 00:20:58,382 --> 00:20:59,925 마르실한테 또 혼났어 408 00:21:00,008 --> 00:21:02,803 방금 건 나도 좀 그랬어 409 00:21:14,022 --> 00:21:15,941 우선 살짝 찌겠네 410 00:21:16,650 --> 00:21:18,944 꼭지를 따라서 둥글게 자르고 411 00:21:19,653 --> 00:21:23,282 살짝 비틀어서 당기면 씨를 깔끔하게 뺄 수 있지 412 00:21:24,700 --> 00:21:28,453 껍질을 벗겨서 잘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어 413 00:21:29,204 --> 00:21:30,956 프라이팬에 눌러 담고 414 00:21:31,540 --> 00:21:36,295 덜 익은 과육을 으깨서 슬라임과 전갈 육수를 넣고 415 00:21:36,378 --> 00:21:38,046 찰기가 생길 때까지 섞네 416 00:21:38,547 --> 00:21:41,675 부드러워지면 남은 전갈 육수를 붓고 417 00:21:41,758 --> 00:21:44,386 적당히 썬 열매를 넣지 418 00:21:44,469 --> 00:21:47,472 잘 섞은 다음 프라이팬에 부어서 419 00:21:47,556 --> 00:21:49,349 그대로 잠깐 익히겠네 420 00:21:49,433 --> 00:21:51,727 지상에서 재배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볼래 421 00:21:51,810 --> 00:21:53,228 꿈도 꾸지 마 422 00:21:55,856 --> 00:21:59,735 표면에 거품이 올라오면 남은 열매를 올리면 돼 423 00:22:01,403 --> 00:22:02,237 좋았어 424 00:22:02,904 --> 00:22:04,114 완성일세 425 00:22:04,197 --> 00:22:06,241 "식인 식물 타르트" 426 00:22:06,325 --> 00:22:07,659 타르트? 427 00:22:07,743 --> 00:22:09,244 생긴 것만 타르트지 428 00:22:09,828 --> 00:22:12,289 크러스트는 눌어붙지 말라고 깐 거니까 남겨도 돼 429 00:22:13,498 --> 00:22:16,460 짭짤해, 생각했던 거랑 다른 맛이야 430 00:22:16,543 --> 00:22:18,003 응, 맛있네 431 00:22:18,628 --> 00:22:21,965 먹어 봐, 마르실 네가 좋아할 맛이야 432 00:22:22,758 --> 00:22:25,677 시체가 들어 있던 식물은 정말 안 넣은 거겠지? 433 00:22:26,261 --> 00:22:30,098 안 넣었네, 그 식물에 고인 젤라틴을 쓰면 434 00:22:30,182 --> 00:22:32,309 더 깔끔하게 굳힐 수 있는데 435 00:22:32,809 --> 00:22:34,770 슬라임을 썼더니 잘 안 굳는구먼 436 00:22:41,276 --> 00:22:43,278 이거 맛있네 437 00:22:43,361 --> 00:22:46,114 퇴비형 식물은 탱탱하고 달콤한데 438 00:22:46,198 --> 00:22:48,283 소화형 식물은 과육이 꽉 차서 맛이 진해 439 00:22:48,867 --> 00:22:50,744 하지만 정말 이래도 괜찮나? 440 00:22:50,827 --> 00:22:53,789 이렇게 맛있으면 다른 동물들 배만 불리겠다 441 00:22:53,872 --> 00:22:56,708 기껏 열매를 맺어도 다 먹혀 버릴 텐데 442 00:22:57,375 --> 00:22:59,461 육식 식물이니까 그렇지 443 00:22:59,544 --> 00:23:02,464 열매를 노리는 동물을 잡아서 양분으로 삼는 거야 444 00:23:02,547 --> 00:23:03,673 그렇구나 445 00:23:04,758 --> 00:23:07,427 이렇게 맛있는 것도 다 전략이라는 거네? 446 00:23:08,011 --> 00:23:09,513 그렇구나 447 00:23:11,890 --> 00:23:15,018 네가 관심을 가져 주니까 정말 기쁘다 448 00:23:15,102 --> 00:23:16,186 그만해! 449 00:23:24,027 --> 00:23:26,404 그런데 저 시체는 어떡하지? 450 00:23:26,488 --> 00:23:28,698 지금 마을까지 돌아가는 건 무리야 451 00:23:29,282 --> 00:23:31,451 내가 마법으로 살려 낼까? 452 00:23:31,952 --> 00:23:34,663 관두자, 실패할 수도 있잖아 453 00:23:35,247 --> 00:23:38,583 잘 보이는 곳에 두면 누군가 데려가겠지 454 00:23:39,084 --> 00:23:40,210 그렇겠네 455 00:23:41,169 --> 00:23:43,088 최대한 눈에 띄게 하자 456 00:23:44,923 --> 00:23:47,217 처형장에서 본 풍경 같은데 457 00:23:50,720 --> 00:23:53,557 마르실은 그날 밤 살짝 악몽을 꿨다 458 00:23:55,225 --> 00:23:56,643 던전밥 459 00:23:56,726 --> 00:23:58,562 먹느냐 먹히느냐 460 00:23:59,563 --> 00:24:01,398 위아래도 없는 세계 461 00:24:01,481 --> 00:24:04,818 뭔가를 먹는다는 건 살아 있는 자의 특권이로다 462 00:24:05,694 --> 00:24:06,987 던전밥 463 00:24:08,029 --> 00:24:09,489 던전밥 464 00:25:33,615 --> 00:25:37,911 "던전밥" 465 00:25:37,994 --> 00:25:41,998 자막: 이창섭