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2,000 --> 00:00:07,000 Downloaded from YTS.MX 2 00:00:06,715 --> 00:00:08,717 [경건한 음악] 3 00:00:08,000 --> 00:00:13,000 Official YIFY movies site: YTS.MX 4 00:00:10,552 --> 00:00:11,553 [여자] 그 영화는 5 00:00:14,514 --> 00:00:16,933 '룩킹 포 파라다이스'라는 6 00:00:18,518 --> 00:00:20,395 그, 짧은 5분짜리 7 00:00:20,895 --> 00:00:22,022 학생 작품이죠, 그러니까 8 00:00:22,105 --> 00:00:23,565 그때는 봉 감독이 9 00:00:24,107 --> 00:00:25,942 지금의 봉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10 00:00:26,693 --> 00:00:28,778 [남자] 언제 보셨어요, 그 영화를? 11 00:00:29,320 --> 00:00:31,406 그거는, 그러니까 '노란문'의 12 00:00:32,115 --> 00:00:35,118 그, 일생을 봤을 때 13 00:00:35,201 --> 00:00:37,871 한 초기나 중기쯤 아니었나 싶은데요? 14 00:00:37,954 --> 00:00:39,664 후기는 아니었고, 예 15 00:00:39,748 --> 00:00:40,582 [남자] 음 16 00:00:40,665 --> 00:00:43,376 어느 날 이제 봉 감독이 17 00:00:43,460 --> 00:00:45,462 그때는 다 '준호야, 준호야' 했으니까 18 00:00:46,004 --> 00:00:47,172 과외를 해서 19 00:00:48,006 --> 00:00:49,049 받은 돈이… 20 00:00:49,549 --> 00:00:52,093 한 달을 과외를 했나 두 달을 과외를 했나? 21 00:00:52,177 --> 00:00:54,387 그래서 받아서, 돈을 받아서 그걸로 22 00:00:54,471 --> 00:00:55,597 카메라를 사서 23 00:00:56,097 --> 00:00:59,142 자기네 거실을 배경으로 해서 24 00:00:59,225 --> 00:01:03,146 애벌레가 파라다이스를 찾아간다는 설정으로 25 00:01:04,189 --> 00:01:06,316 쪼끄만 애벌레를 만들어 가지고 26 00:01:06,816 --> 00:01:09,569 스톱 모션이니까 한 컷 찍고 움직이고 27 00:01:09,652 --> 00:01:12,113 한 컷 찍고 움직이고 그렇게 하는 거라 하더라고요 28 00:01:14,324 --> 00:01:15,784 그 애벌레가 결국은 29 00:01:15,867 --> 00:01:17,744 거실에 있는 원숭이 인형과 30 00:01:17,827 --> 00:01:19,037 [약간 웃으며] 사투를 벌이다가 31 00:01:20,705 --> 00:01:24,000 파라다이스를 향해서 간다는 내용이었거든요, 근데 32 00:01:25,710 --> 00:01:27,003 너무 훌륭했고 33 00:01:27,504 --> 00:01:28,505 어, 너무 경악했죠 34 00:01:28,588 --> 00:01:30,381 그때 너무 경악했어요, 그때 35 00:01:32,509 --> 00:01:35,261 제가 알던 준호가 아니었어요, 그때는 36 00:01:35,345 --> 00:01:36,679 근데 한 5분 정도 되나? 37 00:01:37,847 --> 00:01:38,890 - 그래요 - [음악이 멈춘다] 38 00:01:39,557 --> 00:01:40,892 [남자] 23분이더라고요 39 00:01:43,311 --> 00:01:45,480 [남자] 그리고 주인공과 40 00:01:45,563 --> 00:01:46,940 - [웃으며] 악당을 뒤바꿨… - [여자] 예 41 00:01:47,023 --> 00:01:49,025 - 아, 뒤바꿨어요? [웃음] - [남자의 웃음] 42 00:01:49,109 --> 00:01:50,401 주인공? 주인공이 애벌레 아니에요? 43 00:01:50,485 --> 00:01:52,278 - [영화 속 새소리] - [남자] 주인공이 고릴라 44 00:01:54,739 --> 00:01:56,699 주인공이 애벌레인 줄 알았어요 45 00:01:57,242 --> 00:01:59,035 아… 고릴라예요? 46 00:02:00,829 --> 00:02:02,664 - 그렇구나 - [경쾌한 재즈] 47 00:02:02,747 --> 00:02:03,790 - [준호] 내가 - [달그락거린다] 48 00:02:03,873 --> 00:02:05,166 되게 오랜만에, 한 이십몇 년 만에 49 00:02:05,250 --> 00:02:06,793 이 오동나무 상자를 찾았는데 50 00:02:06,876 --> 00:02:08,128 - [여자] 오! - 이게… 51 00:02:08,211 --> 00:02:09,420 - 여기에 내가 뭘 많이 - [달그락] 52 00:02:09,504 --> 00:02:11,214 - 옛날에 보관해 놨었거든 - [남자의 호응] 53 00:02:11,297 --> 00:02:13,258 근데 이제 결정적으로 여기 이게 있어 54 00:02:13,341 --> 00:02:14,801 [남자] 어, 8mm? 아… 55 00:02:14,884 --> 00:02:16,052 이게 '노란문'에서 우리가 했던 56 00:02:16,136 --> 00:02:17,804 8mm 워크숍 필름이야 57 00:02:17,887 --> 00:02:18,888 - [남자, 여자의 탄성] - 이게 58 00:02:18,972 --> 00:02:20,181 - [연신 달그락거린다] - [여자] 야 59 00:02:20,265 --> 00:02:21,558 - 있어, 다, 여기 - [남자] 죽인다 60 00:02:21,641 --> 00:02:23,143 - 이만큼이 다 있어 - [여자] 야, 야, 야 [웃음] 61 00:02:23,226 --> 00:02:24,519 뭐, 여러 가지가 있어 62 00:02:24,602 --> 00:02:26,813 뭘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63 00:02:26,896 --> 00:02:29,232 말도 안 되는 걸 막 찍었더라고, 근데 64 00:02:30,358 --> 00:02:32,485 - [연신 달그락거린다] - 이 집단 라쇼몽을 헤쳐 나가는데 65 00:02:32,569 --> 00:02:33,945 이제 이런 자료들이 66 00:02:34,571 --> 00:02:36,030 어,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67 00:02:36,114 --> 00:02:37,615 이게 다 있어 68 00:02:37,699 --> 00:02:39,701 [남자] 고릴라는 지금 갖고 계시죠? 69 00:02:39,784 --> 00:02:40,702 [여자] 그러니까, 고릴라 70 00:02:41,202 --> 00:02:42,287 갖고는 있지만 71 00:02:42,370 --> 00:02:44,372 [남자의 웃음] 72 00:02:46,040 --> 00:02:48,168 없어진, 없어진 것처럼 얘기해 줘 73 00:02:48,251 --> 00:02:49,711 [연신 소리가 뚝뚝 끊긴다] 74 00:02:50,295 --> 00:02:52,088 창피해서, 그거 어디… 75 00:02:52,172 --> 00:02:53,089 그… 76 00:02:53,798 --> 00:02:54,674 음… 77 00:03:09,480 --> 00:03:10,398 [고릴라 울음 효과음] 78 00:03:16,362 --> 00:03:17,572 [차르륵 영사기 효과음] 79 00:03:19,782 --> 00:03:20,867 [차르륵 영사기 효과음] 80 00:03:40,178 --> 00:03:41,012 [삐걱 문소리 효과음] 81 00:03:46,851 --> 00:03:47,852 [삐걱 문소리 효과음] 82 00:03:53,483 --> 00:03:55,485 [차분한 음악] 83 00:03:55,568 --> 00:03:57,028 [남자] '사실 어디서도 말하지 않은' 84 00:03:57,111 --> 00:03:59,322 '내 숨겨진 데뷔작이 떠오른다' 85 00:04:01,407 --> 00:04:03,618 '내 첫 번째 작품으로 얘기해 온 단편' 86 00:04:03,701 --> 00:04:06,913 ''백색인' 이전에 '룩킹 포 파라다이스'라는' 87 00:04:06,996 --> 00:04:08,998 '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 있다' 88 00:04:13,962 --> 00:04:15,088 [성철] 제가 '데뷔의 순간'에서 89 00:04:15,171 --> 00:04:17,590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진행을 했는데요 90 00:04:17,674 --> 00:04:19,592 마치 그, 스파이가 91 00:04:19,676 --> 00:04:21,427 몰래 비밀 얘기 하듯이 92 00:04:22,136 --> 00:04:24,681 '사실은 그전에 이런 작품이 있었다'라는 얘기를 93 00:04:24,764 --> 00:04:27,809 굉장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씀을 하시길래 94 00:04:27,892 --> 00:04:29,018 '빼야겠다' 95 00:04:29,102 --> 00:04:31,187 '아, 이거는 그냥 뭐 살리지 못하는 얘기가' 96 00:04:31,271 --> 00:04:33,147 '될 수도 있겠다'라는 생각을 했는데 97 00:04:33,231 --> 00:04:34,899 어, 들으면서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98 00:04:36,693 --> 00:04:38,987 ''노란문' 크리스마스 파티 때' 99 00:04:39,070 --> 00:04:41,072 '스무 명가량의 관객을 앉혀 놓고' 100 00:04:41,155 --> 00:04:43,074 '얼굴이 시뻘게져서는' 101 00:04:43,157 --> 00:04:45,368 '생애 첫 시사회를 열었었다' 102 00:04:49,163 --> 00:04:51,916 '아무튼 지구상에서 그 작품을 본 사람은' 103 00:04:52,000 --> 00:04:54,961 '바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뿐이다' 104 00:05:00,008 --> 00:05:01,009 [띠링 연결음] 105 00:05:06,556 --> 00:05:07,390 [마우스 클릭음] 106 00:05:07,974 --> 00:05:09,767 형, 들리세요? 종태 형 107 00:05:09,851 --> 00:05:11,394 [종태] 어이, '하이' 108 00:05:11,477 --> 00:05:12,770 [준호] 잘 보이세요? 109 00:05:13,313 --> 00:05:14,147 [종태] 어, 잘 보여 110 00:05:14,647 --> 00:05:15,815 [준호] 바쁘시죠, 요새? 111 00:05:15,898 --> 00:05:16,733 어, 뭐… 112 00:05:16,816 --> 00:05:18,234 [준호] 개봉 며칠 안 남았다, 형 그렇죠? 113 00:05:18,318 --> 00:05:20,320 뭐, 뭐, 그렇지 114 00:05:20,403 --> 00:05:21,904 영화가 쪼끄마하니까 더 바쁘네 115 00:05:23,156 --> 00:05:25,283 - [삐빅 연결음] - 뭘 좀 만들어야 되니까, 일을 116 00:05:25,366 --> 00:05:26,200 - [종태의 웃음] - [밝은 음악] 117 00:05:26,284 --> 00:05:28,578 [준호] 세범이 형 염색하신 거 같은데? [웃음] 118 00:05:31,247 --> 00:05:32,957 - [준호] 세범이 형 오랜만이에요 - [종태] 어, 반 119 00:05:33,041 --> 00:05:34,542 세범이 형, 혹시 염색하셨어요? 120 00:05:34,625 --> 00:05:36,461 - 머리가 진짜 완전… - [세범] 염색해야지 121 00:05:37,253 --> 00:05:39,130 염색하지 않으면 백발이야, 백발 122 00:05:39,213 --> 00:05:41,883 [준호] 오늘은 약간 무슨 장관님 느낌이야, 저기 123 00:05:41,966 --> 00:05:45,178 약간 국토 교통부 장관 약간 이런 느낌이야, 형이 124 00:05:45,261 --> 00:05:46,721 - [띠링 연결음] - [남자] 됐고 125 00:05:46,804 --> 00:05:47,889 [준호] 어, 병훈이 형 126 00:05:47,972 --> 00:05:49,557 - [병훈] 됐고 - [종태] 야! 127 00:05:49,640 --> 00:05:53,061 [세범] 아, 병훈이야? 이야 128 00:05:53,144 --> 00:05:54,228 [준호] 와, 병훈이 형 129 00:05:54,771 --> 00:05:56,522 - [준호] 보이세요? - [종태] 이거 병훈이 안 보이나? 130 00:05:56,606 --> 00:05:58,274 - [종태] 안 보이나 봐 - [세범] 보여, 보여, 보여 131 00:05:58,775 --> 00:05:59,609 [종태] 아 132 00:06:00,360 --> 00:06:01,611 - 야, 병훈아 - [준호] 형, 들리세요? 133 00:06:01,694 --> 00:06:03,112 - 아, 형, 보여요 - [세범] 오케이, 오케이 134 00:06:03,613 --> 00:06:04,530 [준호] 거기 몇 시예요, 형? 135 00:06:04,614 --> 00:06:07,909 - 거기 12시 넘었죠? - [병훈] 여기 지금 11시 다 돼 가 136 00:06:07,992 --> 00:06:08,826 [세범] 밤 11시? 137 00:06:09,369 --> 00:06:11,120 - 예 - [저마다 탄식한다] 138 00:06:11,204 --> 00:06:12,872 [종태] 야, 너 한국, 한국말이 139 00:06:12,955 --> 00:06:15,333 쪼끔 어눌해졌다? 어? 140 00:06:18,086 --> 00:06:19,337 [병훈] 아이, 아니 141 00:06:20,046 --> 00:06:22,799 [준호] 영어로 할까? 형, 영어로 할까요? 142 00:06:23,633 --> 00:06:24,926 [준호] '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?' 143 00:06:25,009 --> 00:06:26,260 - [여자1] 안녕 - [띠링 연결음] 144 00:06:26,344 --> 00:06:27,220 민향! 145 00:06:28,012 --> 00:06:29,055 [여자2] 언니 146 00:06:29,138 --> 00:06:30,181 - [민향] 언니 - [여자3] 야 147 00:06:30,264 --> 00:06:31,766 - [여자2] 언니 - [민향] 언니 148 00:06:45,113 --> 00:06:47,365 - [여자1] 어머, 이게 누구야? - [민향] 이거는 언제야? 149 00:06:47,448 --> 00:06:49,158 [여자2] 어머, 이게 누구야? 150 00:06:50,827 --> 00:06:52,703 - [남자1] 근데 왜 이렇게… - [준호가 웃으며] 포커스가… 151 00:06:52,787 --> 00:06:54,872 [남자1] 아, 이런 거 용납이 안 됐는데, 나 옛날에 152 00:06:56,666 --> 00:06:58,418 [남자2] 명색이 영화 모임인데 153 00:06:58,501 --> 00:06:59,502 [저마다 웃는다] 154 00:06:59,585 --> 00:07:01,462 - [준호] 포커스가 안 맞아 - [몇몇이 연신 웃는다] 155 00:07:01,546 --> 00:07:03,881 [여자3] 너무 웃겨 이거 누가 찍었지, 진짜? 156 00:07:03,965 --> 00:07:05,341 [민향] 범인을 찾아야지 157 00:07:05,425 --> 00:07:07,593 [준호] 제가 찍은 건 아닙니다 저는 나왔습니다 158 00:07:07,677 --> 00:07:08,845 [남자2] 저도 나왔어요 159 00:07:08,928 --> 00:07:11,806 - [남자1] 나네, 내가 없는데? - [함께 웃는다] 160 00:07:11,889 --> 00:07:12,807 [찰카닥] 161 00:07:14,851 --> 00:07:15,685 [준호] 저게 나인가? 162 00:07:16,602 --> 00:07:19,272 왜, 왜 껌을 왜 계속 찍었을까? 163 00:07:19,772 --> 00:07:20,606 [남자1] 아마… 164 00:07:20,690 --> 00:07:22,567 [준호, 남자1] 포커스 테스트 한 거네 165 00:07:23,609 --> 00:07:24,902 [찰카닥] 166 00:07:24,986 --> 00:07:26,821 [준호] 카메라의 작동 원리 같은 거 자체를 167 00:07:26,904 --> 00:07:28,239 모를 때여 가지고 168 00:07:28,322 --> 00:07:29,365 기본적으로 뭐 169 00:07:29,866 --> 00:07:31,284 노출, 뭐, 애퍼처, 뭐 170 00:07:31,367 --> 00:07:33,161 - [남자1] 그렇죠, 그렇죠, 응 - [준호] 셔터 스피드 171 00:07:33,244 --> 00:07:35,288 - [찰카닥] - 포커스, 이런 뭐 172 00:07:35,371 --> 00:07:37,540 - [남자1] 기본 개념이… - [준호] 기본적인 거를 한번 173 00:07:37,623 --> 00:07:38,958 익혀 보려고 한 워크숍이라 174 00:07:39,041 --> 00:07:41,377 - [찰카닥] - 너무나 예술적이지 않은 175 00:07:41,461 --> 00:07:42,837 - [웃으며] 그냥 막 - [남자1의 웃음] 176 00:07:42,920 --> 00:07:45,173 멋대가리 없는 사진들의 나열일 텐데 177 00:07:45,256 --> 00:07:46,549 [찰카닥] 178 00:07:46,632 --> 00:07:48,551 [종태의 놀란 탄성] 김혜자 씨 집 아니야? 179 00:07:48,634 --> 00:07:50,553 [준호가 웃으며] 어 김혜자 선생님 댁이야, 여기 180 00:07:50,636 --> 00:07:51,762 - [찰카닥] - 우리 사무실 앞에 181 00:07:51,846 --> 00:07:53,556 그 창문에서 이렇게 보면은 182 00:07:53,639 --> 00:07:55,016 - [종태의 호응] - [준호] 혜자 선생님 댁 183 00:07:55,099 --> 00:07:56,601 정원이 요렇게 보였잖아요 184 00:07:56,684 --> 00:07:58,394 - [종태] 어어, 대문이랑 보였잖아 - [찰카닥] 185 00:07:58,478 --> 00:07:59,479 [준호] 저 돌담이 이뻐 갖고 186 00:07:59,562 --> 00:08:01,731 저 앞에서 우리가 많이 사진 찍고 그랬었어요 187 00:08:01,814 --> 00:08:03,149 '노란문' 멤버들이 188 00:08:03,232 --> 00:08:04,650 [몇몇이 호응한다] 189 00:08:04,734 --> 00:08:06,986 야, 대엽이 형은 또 저런 섹시한 포즈를… 190 00:08:07,069 --> 00:08:09,071 - [종태의 옅은 웃음] - [경쾌한 음악] 191 00:08:12,283 --> 00:08:15,077 [혜자] 그때 거기 무슨 동아리가 있는 거 알면은 192 00:08:15,161 --> 00:08:17,622 쪼끔이라도 한 번 더 쳐다봤을 텐데 193 00:08:17,705 --> 00:08:20,166 그냥 '저 위층에서 우리 집 다 보이겠구나' 194 00:08:20,249 --> 00:08:22,043 그런 생각만 했던 집이지 195 00:08:23,794 --> 00:08:25,087 - 그러니까 - [부드러운 음악] 196 00:08:25,171 --> 00:08:27,673 어떻게 알겠어요, 그렇죠? 사람 일을 197 00:08:28,925 --> 00:08:31,636 [종태] 그, 준호 관련해서는 198 00:08:31,719 --> 00:08:33,679 내가 제일 애틋한 기억은 199 00:08:33,763 --> 00:08:35,640 이제 '살인의 추억' 개봉하고 200 00:08:35,723 --> 00:08:38,768 [씁 입소리] 한 9시쯤 밤 9시 넘었을 거야 201 00:08:38,851 --> 00:08:41,229 한 10시쯤에 전화를 했어, 전화를 202 00:08:41,312 --> 00:08:42,313 - 네 - [종태] 그래 갖고 203 00:08:43,356 --> 00:08:45,483 '어, 형, 형 여기 어디인지 알아요?' 204 00:08:45,566 --> 00:08:48,194 뭐, 이러더니 '경서빌딩 앞이에요' 막 그렇게… 205 00:08:48,277 --> 00:08:50,071 - 어? 전화가 온 거야 - 네 206 00:08:50,154 --> 00:08:51,155 [종태] 왜, 아마 207 00:08:51,239 --> 00:08:54,075 이제 흥행이 잘되고 기분이 좋아서 208 00:08:54,158 --> 00:08:56,869 뭔가 고생스러웠던 시절들, 뭐 209 00:08:56,953 --> 00:08:58,412 이렇게 추억을 했던 거 같아 210 00:08:58,496 --> 00:08:59,705 - [준호] 경서빌딩, 예 - [종태] 내 상상인데… 211 00:08:59,789 --> 00:09:01,082 [도로 소음] 212 00:09:01,165 --> 00:09:03,417 [준호] 여기, 여기도 아마 멀쩡한 단독 주택인데 213 00:09:03,501 --> 00:09:05,127 - 이렇게 했을 거야, 아마 - [남자] 맞아, 맞아 214 00:09:05,836 --> 00:09:07,129 [준호] 30년 됐으니까 215 00:09:07,213 --> 00:09:09,090 [뚜벅뚜벅 발소리] 216 00:09:09,715 --> 00:09:12,510 이제 여기가 코스지 '노란문' 출근 코스 217 00:09:13,302 --> 00:09:14,136 [남자] 그렇죠 218 00:09:15,137 --> 00:09:17,807 근데 사실 그때는 막 이렇게 219 00:09:18,307 --> 00:09:19,892 '노란문'에 와서 뭘 한다는 느낌보다는 220 00:09:19,976 --> 00:09:22,436 약간 소풍 오고, 놀러 오는 느낌이 훨씬 강하지 않았어요? 221 00:09:23,104 --> 00:09:24,855 [준호] 근데 왜, 왜 경서빌딩에… 222 00:09:25,481 --> 00:09:26,816 종태 형이 원래 거기 223 00:09:26,899 --> 00:09:28,401 - [남자] 어… - 사무실이 있었던 건가? 224 00:09:28,484 --> 00:09:32,989 [남자] 종태 형이 이제 동대 대학원을 약간 휴학하고 225 00:09:33,072 --> 00:09:34,365 - [흥미로운 음악] - 친구들이랑 같이 여기서 226 00:09:34,448 --> 00:09:36,033 모델 에이전시 비슷한 거를 227 00:09:36,117 --> 00:09:38,953 비즈니스로 약간 시작하려고 이 사무실을 얻었어요 228 00:09:40,288 --> 00:09:41,372 [종태] 그, 첫… 229 00:09:42,039 --> 00:09:45,126 첫 등교를 하고 나서 너무너무 실망을 했어요 230 00:09:45,209 --> 00:09:47,211 야, 이거 무슨 대학원이 231 00:09:49,046 --> 00:09:51,132 뭐, 별로 배우는 게 없어요 232 00:09:52,383 --> 00:09:53,676 아직도 기억나는 게 233 00:09:54,176 --> 00:09:56,721 학교에 16mm 카메라가 1대 있어요 234 00:09:56,804 --> 00:09:58,347 뭐, 카메라 작동법이라도 235 00:09:58,431 --> 00:10:00,266 [웃으며]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236 00:10:00,349 --> 00:10:03,936 '이게 16mm 카메라야' 하고 구경만 시켜 주는 거야 237 00:10:04,020 --> 00:10:05,688 - [남자] 아, 그러고 끝이에요? - [종태] 끝이에요 238 00:10:08,691 --> 00:10:09,650 그 무렵에 239 00:10:11,319 --> 00:10:13,696 그, 동훈이 240 00:10:13,779 --> 00:10:16,365 이동훈 씨를 만나게 된 거죠 241 00:10:17,033 --> 00:10:18,659 제가 이제 학교 앞에 있는 연대 앞에 있는 242 00:10:18,743 --> 00:10:22,580 그, '오늘의 책'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하고 있었는데 243 00:10:22,663 --> 00:10:24,832 그때는 핸드폰, 삐삐 이런 거 없을 때니까 244 00:10:24,915 --> 00:10:27,251 '오늘의 책' 거기 메모판에 보면은, 뭐 245 00:10:27,752 --> 00:10:31,088 '어디 있다', 뭐, '와라' 뭐, 이렇게 쫙 붙어 있고 246 00:10:31,172 --> 00:10:33,841 영화 하는 사람을 좀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247 00:10:34,342 --> 00:10:37,595 마침 동대 영화과 대학원 그, 휴학생이었던 248 00:10:37,678 --> 00:10:39,013 최종태 감독님 249 00:10:39,096 --> 00:10:40,431 소개해 줘 가지고 250 00:10:40,514 --> 00:10:42,516 '네가 한번 공부를 좀 시켜라' 251 00:10:43,434 --> 00:10:46,687 그냥 뭐, '보내 보세요' 그렇게 해 갖고 이제 252 00:10:46,771 --> 00:10:48,439 그게 다 신기한 거야 253 00:10:49,523 --> 00:10:51,651 아니,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사실 254 00:10:52,151 --> 00:10:55,655 내가 왜 남… 어? 남 영화 공부를 가르쳐? 255 00:10:56,322 --> 00:10:58,449 그게 그, 그 당시 이제 256 00:10:58,532 --> 00:11:00,576 대학 문화, 동아리 문화라는 게 257 00:11:00,660 --> 00:11:01,494 아직 그… 258 00:11:01,994 --> 00:11:05,289 물이 안 빠져 가지고 그게 되게 자연스러웠어 259 00:11:05,790 --> 00:11:08,292 그러니까 '누군가가 영화 공부를 하고 싶다'라는 260 00:11:08,376 --> 00:11:10,252 - 제안이 없었으면 - [흥미로운 음악] 261 00:11:11,045 --> 00:11:12,755 내 삶은 좀 많이 262 00:11:13,422 --> 00:11:14,674 많이 바뀌었을 거 같아 263 00:11:14,757 --> 00:11:16,342 그러니까 이게 [씁 입소리] 264 00:11:16,842 --> 00:11:19,095 이게 좋은 의미로 바뀌었을 수도 있고 265 00:11:19,178 --> 00:11:21,138 아마 좋은 의미가 더 많을 수도 있는데 266 00:11:21,222 --> 00:11:22,348 [종태, 남자의 웃음] 267 00:11:22,431 --> 00:11:26,227 무언가를 만들고 구체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268 00:11:26,727 --> 00:11:30,106 제가 가서 들쑤셨죠 예, 들쑤셔 가지고… 269 00:11:30,189 --> 00:11:31,482 [종태] 동훈이, 그 친구가 270 00:11:32,024 --> 00:11:34,026 자기 선배가 1명 있는데 271 00:11:34,110 --> 00:11:35,736 [씁 입소리] 같이 와도 되겠냐고 272 00:11:35,820 --> 00:11:37,405 [웃으며] 아, 오라고 273 00:11:37,488 --> 00:11:39,281 [동훈] '나 혼자 당할 수 없다' 생각해서 274 00:11:39,365 --> 00:11:41,659 봉준호 감독을 끌어들인 거예요 275 00:11:46,747 --> 00:11:50,084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부터 이제 영화를 좋아했고 276 00:11:50,167 --> 00:11:53,713 그,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, 예 277 00:11:54,213 --> 00:11:55,506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78 00:11:56,424 --> 00:11:58,092 집에서 하도 텔레비전만 봐서 그랬던 거 같아요 279 00:11:58,175 --> 00:12:00,344 우리 집이 아무것도 안 하는 집이었어요 280 00:12:00,928 --> 00:12:02,930 여행도 가지 않고 스포츠도 하지 않고 281 00:12:03,431 --> 00:12:05,933 모든 식구들이 다 TV만 보고 이렇게, 예 282 00:12:06,016 --> 00:12:07,476 그런, 맥락 없이 딱 봤는데 283 00:12:07,560 --> 00:12:09,562 되게 충격적이었던 그런 것들 있잖아요 284 00:12:10,354 --> 00:12:12,314 초등학교 때 이제 '공포의 보수' 285 00:12:13,065 --> 00:12:13,941 [거친 숨소리] 286 00:12:14,024 --> 00:12:15,818 '자전거 도둑'도 되게 287 00:12:15,901 --> 00:12:17,361 - [잔잔한 음악] - 어릴 때 제가 자전거를 288 00:12:17,445 --> 00:12:18,612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가지고 289 00:12:18,696 --> 00:12:19,864 되게 몰입해서 290 00:12:19,947 --> 00:12:22,074 [웃으며] 과몰입 상태로 봤던 게 이제 291 00:12:22,158 --> 00:12:23,409 '자전거 도둑'인데 그게, 뭐 292 00:12:23,492 --> 00:12:25,953 비토리오 데 시카니 네오리얼리즘이니 이런 거는 293 00:12:26,454 --> 00:12:27,747 전혀 모르고 봐서 오히려 294 00:12:27,830 --> 00:12:29,832 - 원초적 충격이 더 셌던… - [흥미로운 음악] 295 00:12:29,915 --> 00:12:32,793 근데 최초로 그거를 본격적으로 296 00:12:32,877 --> 00:12:35,629 마음껏 영화 얘기 하고 영화 공부 하고 297 00:12:36,255 --> 00:12:37,673 반복해서 영화 보고 298 00:12:38,424 --> 00:12:40,217 영화과를 가지도 못했고 299 00:12:40,301 --> 00:12:42,970 또 영화 현장에서 일을 하지도 못한 상태였지만 300 00:12:43,637 --> 00:12:45,681 최초로 본격적으로 영화를 가지고 301 00:12:45,765 --> 00:12:47,683 뭔가를 막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302 00:12:48,267 --> 00:12:50,436 봉준호랑 이동훈 둘을 앉혀 놓고 303 00:12:50,978 --> 00:12:53,355 일단 '영화의 이해'부터 이제 시작을 했죠 304 00:12:54,315 --> 00:12:57,443 그때 영화 서적이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할 때였는데 305 00:12:57,526 --> 00:12:59,278 - [동훈] 그랬죠 - 지금이야 교보문고 가면 306 00:12:59,361 --> 00:13:00,863 한 섹션이 다 영화 서적이고 그렇지만 307 00:13:00,946 --> 00:13:02,072 - 옛날에는 - [동훈] 그때는 이제… 308 00:13:02,156 --> 00:13:05,034 영화에 대한 책이 나온다는 거 자체를 되게… 309 00:13:05,117 --> 00:13:06,702 - 사실은 - [준호] 생경스러웠던… 310 00:13:06,786 --> 00:13:09,830 이론 서적은 뭐, 루이스 자네티의 '영화의 이해' 비롯해서… 311 00:13:09,914 --> 00:13:11,123 - 잭 시 엘리스 '세계 영화사' - [동훈] 그렇죠 312 00:13:11,207 --> 00:13:13,375 그 두 권만 딱, 딸랑 있었어 313 00:13:13,459 --> 00:13:14,543 - [동훈] 아마 그때는… - 책 자체가 없었어 314 00:13:14,627 --> 00:13:17,421 편의점들이 생기기 막 시작했을 때였거든요 315 00:13:17,505 --> 00:13:19,465 - 응 - [동훈] 그래서 제가 이제 그때 316 00:13:19,548 --> 00:13:23,177 '편의점이 막 생길 때였다' 이런 얘기는 좀 잘라 주세요 317 00:13:23,260 --> 00:13:24,553 너무 완전… 318 00:13:24,637 --> 00:13:26,639 - [동훈의 웃음] - 진짜 완전히 이거 319 00:13:26,722 --> 00:13:28,766 정말 편의점이 없었니, 옛날에? 320 00:13:28,849 --> 00:13:30,476 - 없었죠 - [준호] 아… 321 00:13:30,559 --> 00:13:32,394 - 하긴 우리 무슨… - [동훈] 응 322 00:13:33,062 --> 00:13:35,731 도토, 도토루 같은 데서 커피 먹고 막 그랬지 323 00:13:35,815 --> 00:13:37,650 [동훈] 그렇죠, 그렇죠, 도토루 지금은 없어진… 324 00:13:37,733 --> 00:13:38,609 [밝은 음악] 325 00:13:38,692 --> 00:13:39,985 뭔가를 해 주긴 해 줘야 되는데 326 00:13:40,069 --> 00:13:42,446 뭐,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이제 327 00:13:42,530 --> 00:13:43,989 봉준호가 그때는 이제 328 00:13:44,073 --> 00:13:47,201 독서실에서 총무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329 00:13:47,284 --> 00:13:48,577 시간이 많잖아 330 00:13:48,661 --> 00:13:50,496 '그러면 너 그 시간에 그냥' 331 00:13:51,080 --> 00:13:55,417 '시간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'세계 영화사' 필사를 해라' 332 00:13:55,501 --> 00:13:58,337 [준호] 근데 내가 '세계 영화사'를 필사한 적은 없는데 333 00:13:58,420 --> 00:14:00,214 - [흥미로운 음악] - 봉 감독은 했을 거 같아 334 00:14:00,297 --> 00:14:02,883 아마 했을 거 같아 응, '세계 영화사' 335 00:14:02,967 --> 00:14:04,969 나는 안 했습니다, 나는 안 했고 336 00:14:05,052 --> 00:14:06,220 봉 감독은 했을 거 같아 337 00:14:06,303 --> 00:14:09,223 [준호] 이게 다 거대한 라쇼몽의 용광로야 338 00:14:09,306 --> 00:14:13,227 내가 그 두꺼운 책을 그걸 어떻게 필사를 해? 339 00:14:13,811 --> 00:14:16,313 [남자1이 일어로]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340 00:14:16,897 --> 00:14:19,733 [남자2]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소 341 00:14:20,401 --> 00:14:22,278 - [밝은 음악] - [한국어] 봉 감독, 기억 안 나? 342 00:14:22,361 --> 00:14:24,613 열심히 읽기는 읽었어요 형이 읽으라고 해서 343 00:14:24,697 --> 00:14:26,907 되게 열심히 읽었는데 쓰지는 않았어요 344 00:14:26,991 --> 00:14:29,702 네가 나한테 노트를 보여줬던 거 같거든 345 00:14:29,785 --> 00:14:30,995 아, 진짜? 346 00:14:31,078 --> 00:14:32,580 어, 내가 그 노트 기억이 나서 347 00:14:32,663 --> 00:14:34,039 - 잠깐만 - [종태] 네가 했다는 걸 알지 348 00:14:34,123 --> 00:14:35,583 뭐 어떻게 알아, 내가 349 00:14:42,256 --> 00:14:43,507 이거 아니야? 이거, 저기 350 00:14:45,092 --> 00:14:46,385 - [종태] 응, 응 - '세계 영화사' 351 00:14:46,468 --> 00:14:47,845 - [종태] 어 - 잭 시 엘리스 352 00:14:47,928 --> 00:14:49,013 하긴 했던 거야 353 00:14:49,096 --> 00:14:50,347 - 내가 노트를 봤던 기억이… - [준호] 부분적으로 354 00:14:50,431 --> 00:14:51,515 - 어, 어 - 예 355 00:14:51,599 --> 00:14:53,475 [종태가 웃으며] 초반에 좀 하다 말았겠지, 뭐 356 00:14:53,559 --> 00:14:56,270 '성문 종합 영어'의 'to 부정사' 같은 그런 거겠지 357 00:14:56,353 --> 00:14:58,606 - [저마다 웃는다] - [종태] 어, 'to 부정사' 같은 358 00:14:58,689 --> 00:15:00,399 그 정도, 그 정도인 거 같아, 어 359 00:15:00,482 --> 00:15:03,319 'to 부정사'는 다 잘 알잖아 대한민국 한국인들이 360 00:15:04,194 --> 00:15:05,487 약간의 씨앗 단계죠 361 00:15:05,571 --> 00:15:08,574 씨앗 단계에서 봉준호 감독, 저, 최종태 감독 362 00:15:08,657 --> 00:15:10,492 3명이 이렇게 뭔가 있다가 그다음에… 363 00:15:12,077 --> 00:15:15,623 [차분한 음악] 364 00:15:15,706 --> 00:15:18,125 [여자] 근데 어느 날 집에서 이렇게 누워 있는데 365 00:15:18,667 --> 00:15:21,795 갑자기 영화가 너무나 공부하고 싶다는 366 00:15:21,879 --> 00:15:24,298 불길에 사로잡힌 거예요, 제가 알 수 없는 불길에 367 00:15:24,381 --> 00:15:26,508 그래서 그날부터 잠이 안 오더라고요 368 00:15:26,592 --> 00:15:28,469 [준호] 아, 임훈아 누나가 되게 초기 멤버야 369 00:15:28,552 --> 00:15:29,386 [동훈] 맞아요, 맞아 370 00:15:29,470 --> 00:15:31,847 [훈아] 그때 이제 음악을 같이 좋아하던 371 00:15:31,931 --> 00:15:33,682 심리학과에 친구가 있었어요 372 00:15:33,766 --> 00:15:36,477 [약간 웃으며] '사회학과에 봉준호라는 사람이 있다더라' 373 00:15:36,560 --> 00:15:38,854 '그 사람이 영화를 좋아한다는데' 374 00:15:38,938 --> 00:15:41,065 '이 사람한테 한번 전화를 해 봐라' 375 00:15:41,148 --> 00:15:43,442 어, 봉준호? 이름 특이하다 376 00:15:43,525 --> 00:15:45,069 그래서 '봉주르'로 외워야 되겠다 377 00:15:45,152 --> 00:15:47,488 그래서 '봉주르'로 외워서 378 00:15:47,571 --> 00:15:49,865 전화를 했어요, 전화를 했더니만 379 00:15:49,949 --> 00:15:51,951 '홍대 앞의 어디로 와라' 380 00:15:52,034 --> 00:15:53,202 [준호] 종태 형님이랑 381 00:15:53,285 --> 00:15:55,621 - 너랑 나랑, 임훈아 누나 넷이서 - [동훈이 연신 호응한다] 382 00:15:55,704 --> 00:15:57,831 제일 처음 영화 보면서 했던 세미나 그거야, 기억나? 383 00:15:57,915 --> 00:15:59,750 - 각자 한 편씩 보고 싶은 영화 - [동훈] 맞아 384 00:15:59,833 --> 00:16:00,918 가져오자 그래 가지고 385 00:16:01,669 --> 00:16:02,670 그때 종태 형이 386 00:16:02,753 --> 00:16:04,296 -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- [동훈] 맞아 387 00:16:04,380 --> 00:16:05,798 - '안개 속의 풍경'을 했고 - [동훈] '안개 속의 풍경' 388 00:16:05,881 --> 00:16:07,383 내가 프랑수아 트뤼포 389 00:16:07,466 --> 00:16:08,717 - 저기, 저기 - [준호] 트뤼포 본인이 390 00:16:08,801 --> 00:16:10,219 - 감독으로 나온 거 - [동훈] 아, 저… 391 00:16:10,302 --> 00:16:11,804 [함께] '데이 포 나이트' 392 00:16:11,887 --> 00:16:13,472 - [준호] 네가 뭐였더라? - 저는 그다지 공부를 393 00:16:13,555 --> 00:16:15,057 안 했던 거 같아 [웃음] 394 00:16:15,140 --> 00:16:17,184 - 기억이 안 나는 거 보니까 - 그래서 영화 4편을 봤었어, 그때 395 00:16:17,267 --> 00:16:18,852 - [동훈] 맞아, 어어 - 그래서 그… 396 00:16:19,561 --> 00:16:21,563 돌아가면서 자기가 추천한 영화를 보고 397 00:16:22,189 --> 00:16:23,691 보고서 그냥 얘기했지, 막 398 00:16:23,774 --> 00:16:25,317 - 이러쿵저러쿵 - [동훈] 그렇죠, 그렇죠, 응 399 00:16:25,401 --> 00:16:27,403 [부드러운 음악] 400 00:16:30,906 --> 00:16:34,118 [민향] 어느 날 백양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401 00:16:34,660 --> 00:16:37,621 제가 우연히 계속 마주치던 제… 402 00:16:38,205 --> 00:16:40,165 다른 친구를 1명 맞은편에서 이제 403 00:16:40,249 --> 00:16:43,377 걸어 내려오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, 음 404 00:16:43,460 --> 00:16:44,628 영화 얘기를 하게 됐죠 405 00:16:44,712 --> 00:16:46,922 그때는 영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으니까, 그래서 406 00:16:47,423 --> 00:16:50,175 '나 요즘 영화에 관심이 생겼어' 그러니까 그 친구가 407 00:16:50,259 --> 00:16:52,011 '어? 나 영화 집단에 있는데' 408 00:16:52,094 --> 00:16:54,763 '오늘은 터키 영화 '욜'이라는 영화를 보는 날이야' 409 00:16:54,847 --> 00:16:56,724 '같이 가 볼래?' 그러더라고요, 그래서 410 00:16:56,807 --> 00:16:59,018 [영상 속 민향] '어, 그래 그러자' 그래서 같이 간 게 411 00:16:59,101 --> 00:17:00,394 [웃으며] 이제 '노란문'이에요 412 00:17:01,103 --> 00:17:03,772 그때 그 친구가 임훈아라는 친구였고 413 00:17:04,565 --> 00:17:06,066 음, 네 414 00:17:06,900 --> 00:17:08,110 얘기하니까 415 00:17:08,861 --> 00:17:09,945 기억이 좀 나려고 해요 416 00:17:10,446 --> 00:17:13,782 사실은 저는 민향이를 그보다 앞서서 알고 있었어요 417 00:17:13,866 --> 00:17:16,618 문과대에서 연극을 했는데 418 00:17:17,119 --> 00:17:18,746 너무 멋있는 419 00:17:19,580 --> 00:17:22,541 그 학생이 예수님 역할을 했어요 420 00:17:22,624 --> 00:17:25,294 '금관의 예수'라는 연극이었고 421 00:17:25,377 --> 00:17:27,963 너무나 그, 임팩트가 너무 강했는데 422 00:17:28,047 --> 00:17:30,591 그 역할을 한 배우가 민향이었어요 423 00:17:30,674 --> 00:17:32,676 [흥미로운 음악] 424 00:17:34,011 --> 00:17:35,429 [여자] 그 당시 사실 막 뭔가 425 00:17:35,512 --> 00:17:38,015 막 갖춰져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426 00:17:38,849 --> 00:17:40,809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공부 하겠다는 427 00:17:40,893 --> 00:17:42,186 그 일념 하나로들 428 00:17:42,269 --> 00:17:44,313 다들 들어왔던 거 같은데 그 기억으로 429 00:17:44,396 --> 00:17:46,815 [훈아] 저는 은심이 언니 하면 떠오르는 게 어느 날 430 00:17:46,899 --> 00:17:49,068 데생 할 때 쓰는 남성 흉상 431 00:17:50,069 --> 00:17:51,487 그거를 가져왔어요 432 00:17:51,570 --> 00:17:53,530 '자, 지금부터 우리가 데생을 하자' 그러면서 433 00:17:53,614 --> 00:17:55,741 그림을 그리자는 거예요, 거기서 434 00:17:55,824 --> 00:17:56,867 그러니까 너무 뜬금이 없잖아요 435 00:17:56,950 --> 00:18:00,496 '갑자기 저런 석고상을 왜 사 오지, 여기에?' 436 00:18:01,705 --> 00:18:03,832 근데 또 그걸 그리는 사람이 또 있어 437 00:18:03,916 --> 00:18:04,875 그러니까 좀 438 00:18:06,001 --> 00:18:07,544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죠 439 00:18:08,337 --> 00:18:09,296 작은 공간이에요 440 00:18:09,379 --> 00:18:12,591 작은 공간 하나가 있는데 거기 이제 원탁 하나 놓고 441 00:18:12,674 --> 00:18:14,760 한 7명 앉으면 딱 맞죠 442 00:18:14,843 --> 00:18:17,221 그냥, 그냥 떠드는 거야 443 00:18:17,304 --> 00:18:20,057 그냥 뭔 영화 하나 보면 자기 아는 거 떠드는 거야 444 00:18:20,766 --> 00:18:23,602 어디서 들은 얘기 있으면 그거 떠들고, 자기 생각 얘기하고 445 00:18:23,685 --> 00:18:26,105 - [경쾌한 음악] - 뭐, 그런 수준이지, 뭐 446 00:18:26,188 --> 00:18:29,525 [동훈] 우리의 우두머리였던 최종태 선배가 계획이 없었어요 447 00:18:29,608 --> 00:18:30,943 [웃으며] 계획이 없다 보니까 448 00:18:31,026 --> 00:18:33,403 그, 형식이 없었던 게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449 00:18:33,487 --> 00:18:35,322 다들 뭐랄까, 사회 부적응자? 450 00:18:35,405 --> 00:18:36,532 [동훈의 웃음] 451 00:18:37,574 --> 00:18:38,408 [준호] 네 452 00:18:39,201 --> 00:18:41,370 그룹사운드 '최종태와 다섯 어린이' 453 00:18:42,579 --> 00:18:45,332 [동훈] 뭔가 액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가지고 454 00:18:45,415 --> 00:18:48,919 뭔가 뭉실뭉실하면서 다 기체 같은 꿈을 꾸고 455 00:18:49,002 --> 00:18:50,003 [책장 넘기는 소리] 456 00:18:50,087 --> 00:18:52,798 [준호] 왜 그랬지? 90년대 초에 미친 듯이 다들 모여서 457 00:18:52,881 --> 00:18:54,341 - 영화 공부를 했었어요 - [동훈] 근데 458 00:18:54,424 --> 00:18:56,051 다들 느낌적으로 보면은 459 00:18:56,135 --> 00:18:58,554 그러니까 사회 운동이나 이런 게 되게 활발했던 시절인데 460 00:18:58,637 --> 00:19:00,222 벽에 약간 부딪쳤던 거 같아 461 00:19:00,305 --> 00:19:02,599 '페레스트로이카, 글라스노스트' 뭐, 이렇게 하면서 462 00:19:02,683 --> 00:19:04,143 소련도 무너지고 그러면서 463 00:19:04,226 --> 00:19:06,103 - 뭘 또 그렇게 거시적인… - [동훈] 그런가? [웃음] 464 00:19:06,186 --> 00:19:08,147 엄청 거시적인 분석을… 465 00:19:08,230 --> 00:19:09,982 - [동훈] 근데 이제… - 근데 되게 많았어, 이런 동활 466 00:19:10,065 --> 00:19:11,984 모여서 영화 공부 한 팀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467 00:19:12,067 --> 00:19:14,361 -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- [동훈] 그러니까 누가… 468 00:19:14,444 --> 00:19:15,571 모르겠어, 제 생각에는 그때 469 00:19:15,654 --> 00:19:17,990 저는 약간 영화로 뛰어든 게 470 00:19:18,073 --> 00:19:19,908 자아 찾기, 이런 거였고 그냥 이제 471 00:19:19,992 --> 00:19:20,993 - 뭔가… - 자아를 찾는다고? 472 00:19:21,076 --> 00:19:22,995 - [동훈] 그렇지, 뭔가, 뭔가… - [경쾌한 음악] 473 00:19:23,078 --> 00:19:24,037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474 00:19:24,121 --> 00:19:25,414 - 찾고 싶은 그런 마음? - [준호] 아… 475 00:19:25,998 --> 00:19:27,166 그때 사람들이 뭐 476 00:19:27,249 --> 00:19:28,709 '독재 타도', '호헌 철폐' 477 00:19:28,792 --> 00:19:30,836 막 이제 한참 그러면서 478 00:19:30,919 --> 00:19:34,506 마치 잔치가 끝나고 난 다음의 허탈감들이 479 00:19:34,590 --> 00:19:36,049 다들 있었던 거 같아요 480 00:19:36,133 --> 00:19:38,844 전 대단한 일을 한 건 당연히 아니기는 했지만 481 00:19:38,927 --> 00:19:42,890 [씁 입소리] 그래서 되게 갈 곳 몰라 했었고 482 00:19:43,599 --> 00:19:45,100 그냥 에너지는 넘치고 483 00:19:45,726 --> 00:19:46,768 어… 484 00:19:46,852 --> 00:19:48,228 뭘 해야 되는지는 모르겠고 485 00:19:48,312 --> 00:19:51,106 이미 학생 운동은 끝났고 486 00:19:51,190 --> 00:19:54,985 정말 이렇게 먼지가 이렇게 몽글몽글 뭉치듯이 487 00:19:55,652 --> 00:19:56,486 어… 488 00:19:56,570 --> 00:19:58,655 그렇게, 좋게 말하면은 489 00:19:58,739 --> 00:20:01,825 포도알이 영글듯이 그렇게 왔던 거 같아요 490 00:20:02,409 --> 00:20:04,828 2000년대 초중반에 해외 영화제 가면 491 00:20:04,912 --> 00:20:06,288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 492 00:20:06,371 --> 00:20:08,332 왜 한국 영화가 이렇게 갑자기… 493 00:20:08,415 --> 00:20:09,291 [동훈] 아, 떴느냐? 494 00:20:09,374 --> 00:20:10,417 - 2000년대에 작품들이 - [동훈] 응, 응 495 00:20:10,500 --> 00:20:11,835 - [준호] 쏟아져 나오고 - [연신 호응한다] 496 00:20:11,919 --> 00:20:13,670 영화제에서 각광받고 497 00:20:13,754 --> 00:20:16,006 어디 있다 이런 감독들이 한꺼번에 나온 거냐 498 00:20:16,506 --> 00:20:18,300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499 00:20:19,426 --> 00:20:21,386 그럼 난 뭐 '노란문' 얘기를 하고 그랬지 500 00:20:21,470 --> 00:20:23,722 - [동훈의 웃음] - 뭐, 예를 들면 나도 봐도… 501 00:20:23,805 --> 00:20:26,892 - [경쾌한 음악] - 우리 세대가 시네필 첫 세대다 502 00:20:26,975 --> 00:20:28,769 우리 세대가 어떻게 보면은 503 00:20:29,269 --> 00:20:31,230 영화를 의식적으로 공부해서 504 00:20:31,313 --> 00:20:32,439 - [동훈] 처음, 처음이죠 - 감독이 된 505 00:20:32,522 --> 00:20:34,274 - 시네필 세대가 이제 - [동훈이 연신 호응한다] 506 00:20:34,358 --> 00:20:37,194 인더스트리에 진출한 최초 세대가 아닐까? 507 00:20:38,070 --> 00:20:40,239 뭐, 이런 식으로 얘기해 주면은 508 00:20:40,322 --> 00:20:41,823 그들이 기사 정리하기가 쉬운가 봐 509 00:20:41,907 --> 00:20:44,076 [준호가 웃으며] 그래서 '아, 뭐, 이런 게 있다' 510 00:20:44,159 --> 00:20:46,703 - 이런 제너레이션이 있고 뭐… - [흥미로운 음악] 511 00:20:47,788 --> 00:20:50,916 정부 당국으로부터 상영이 금지된 16mm 소형 영화 512 00:20:50,999 --> 00:20:54,378 '파업전야' 탄압 저지 공동 투쟁 위원회는 오늘 513 00:20:54,878 --> 00:20:55,754 '파업전야'의 상영이… 514 00:20:55,837 --> 00:20:58,715 [준호가 웃으며] '장산곶매'는 완전 슈퍼스타였죠, 그때는 뭐 515 00:20:59,466 --> 00:21:00,300 그… 516 00:21:00,384 --> 00:21:03,679 매년 '장산곶매'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이 있었고 517 00:21:05,305 --> 00:21:07,015 또 '청년'도 아주 딴딴한 팀이었고 518 00:21:09,518 --> 00:21:11,061 '영화공간 1895'는 이제 519 00:21:11,144 --> 00:21:12,938 '씨앙씨에'로 이름이 바뀌면서 520 00:21:13,021 --> 00:21:15,983 가장 역사 깊은 민간 시네마테크처럼 521 00:21:16,066 --> 00:21:17,943 또 명성이 자자했고 522 00:21:18,026 --> 00:21:20,904 갑자기 숨겨져 있던 시네필들이 523 00:21:20,988 --> 00:21:22,906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 나온 느낌 같은 524 00:21:22,990 --> 00:21:24,074 이상한 느낌이 있었고 525 00:21:24,157 --> 00:21:26,159 [강렬한 음악] 526 00:21:30,163 --> 00:21:32,582 그게 90년대의 그런 어떤 527 00:21:33,166 --> 00:21:34,751 [웃으며] 미쳐 돌아가는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528 00:21:42,301 --> 00:21:43,593 저의 결론은 그거예요 529 00:21:43,677 --> 00:21:46,888 '그 당시 정부에서 수돗물에 약을 탔다' 530 00:21:47,472 --> 00:21:51,184 전 국민 시네필화 프로젝트의 어떤 그런… 531 00:21:51,268 --> 00:21:53,270 [꼬르륵 물 빠지는 효과음] 532 00:22:05,574 --> 00:22:07,409 [준호가 웃으며] 지금 나열한 이런 단체들에 비하면 533 00:22:07,492 --> 00:22:09,286 '노란문'은 정말 [헉헉 웃는 소리] 534 00:22:09,369 --> 00:22:11,371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정말… 535 00:22:11,872 --> 00:22:13,999 '장산곶매'가 프리미어리그고 536 00:22:14,082 --> 00:22:14,916 [남자] 그렇죠 537 00:22:15,792 --> 00:22:18,670 [준호] '청년', 정지우 '청년'이 분데스리가라면 538 00:22:18,754 --> 00:22:19,796 - 우리는 정말 - [여자] 맞아 539 00:22:19,880 --> 00:22:21,882 - [남자] 조기 축구, 그렇죠 - [준호가 웃으며] 조기 축구지 540 00:22:21,965 --> 00:22:23,258 저기에 비하면 541 00:22:23,842 --> 00:22:26,261 4학기 등록금을 내려고 하는데 542 00:22:27,262 --> 00:22:28,472 그게 너무 아까운 거야 543 00:22:29,097 --> 00:22:29,931 어? 544 00:22:30,682 --> 00:22:32,601 대학원 등록금이면 545 00:22:33,101 --> 00:22:35,437 아주 훌륭하게, 뭐 546 00:22:36,146 --> 00:22:38,065 자료를 구비를 하겠더라고요 547 00:22:38,148 --> 00:22:40,150 - [흥미로운 음악] - 이제 본격적으로 548 00:22:40,776 --> 00:22:43,111 사고를 치자, 그래서 549 00:22:45,864 --> 00:22:47,949 이제 영화 연구소를 시작을 했죠 550 00:22:50,994 --> 00:22:52,704 [웃으며] 물론 집에서는 모르죠 551 00:23:05,217 --> 00:23:07,928 [남자] 그때 노란문 연구소가 552 00:23:08,428 --> 00:23:10,847 서교동 2층에 있었는데 553 00:23:10,931 --> 00:23:12,557 [씁 입소리] 모양이 554 00:23:14,935 --> 00:23:16,937 직사각형 건물이었어요, 요렇게 555 00:23:17,020 --> 00:23:18,438 [차분한 음악] 556 00:23:18,522 --> 00:23:20,065 가운데가 복도거든요 557 00:23:21,441 --> 00:23:23,318 그리고 노란문 연구소가 558 00:23:23,402 --> 00:23:25,779 요렇게 문이 여기 있었죠 559 00:23:28,865 --> 00:23:30,826 [민향] 보통은 문을 딱 열면 560 00:23:31,701 --> 00:23:34,496 저 왼쪽에 원탁이 있었는데 561 00:23:34,996 --> 00:23:38,291 [웃으며] 주로 준호가 거기서 공부를 하거나 562 00:23:41,128 --> 00:23:42,754 그다음에 거의 정면에 563 00:23:43,255 --> 00:23:45,757 텔레비전이 작은 게 있었는데 564 00:23:45,841 --> 00:23:48,927 거기서 뮤직비디오나 그런 걸 많이 봤던 거 같고 565 00:23:50,137 --> 00:23:53,056 [준호] 저 가구를 다 노랗게 칠했잖아요 566 00:23:53,140 --> 00:23:55,517 그, 대엽이 형님이 그때 막 같이 칠하지 않았었어요? 567 00:23:55,600 --> 00:23:58,854 내 기억은 종태 형이랑 페인트 사 와 가지고 568 00:23:58,937 --> 00:24:00,730 원래 저런 가구가 아닌데 569 00:24:00,814 --> 00:24:02,774 '우리는 다 노랗게 간다' 하면서 막 570 00:24:03,275 --> 00:24:04,818 노랗게 칠하신 거 아니에요? 571 00:24:09,281 --> 00:24:10,740 [종태] 그 무렵에는 572 00:24:10,824 --> 00:24:12,367 이상하게 노란색이 좋았어요 573 00:24:12,451 --> 00:24:14,327 그것도 아주 진한 노란색 574 00:24:14,411 --> 00:24:16,621 - 노란색만 보면 너무 이쁜 거야 - [흥미로운 음악] 575 00:24:16,705 --> 00:24:20,375 제 기억으로는 갖고 있었던 페인트가 노란색이었었어요 576 00:24:20,459 --> 00:24:22,043 제가 딴 데서 공사를 하고 577 00:24:22,127 --> 00:24:24,087 [웃으며] 쪼끔 남아 있는 페인트가 578 00:24:25,130 --> 00:24:27,007 뭐, 공교롭게 노란색이어 가지고 579 00:24:27,090 --> 00:24:29,092 돈 주고 다른 데서 사 오지 말고 580 00:24:29,176 --> 00:24:31,136 뭐, 그래 가지고 그냥 노란색 칠했었던 581 00:24:31,219 --> 00:24:32,971 아무, 사실은 의미가 없었어 582 00:24:34,055 --> 00:24:36,057 처음에는 이름이 '노란문'이 아니었어요 583 00:24:36,141 --> 00:24:37,893 - [동훈이 호응한다] - 무슨 '영화 연구소' 584 00:24:37,976 --> 00:24:39,478 - [동훈] 영화 연구… - 뭐, 그러다가 585 00:24:40,228 --> 00:24:42,939 우리가 무슨 기호학 공부를 한답시고 막 하다가 586 00:24:43,023 --> 00:24:44,274 '노란문' 하게 된 거 아니야? 587 00:24:44,357 --> 00:24:45,192 - [잔잔한 음악] - 맞아요 588 00:24:45,275 --> 00:24:47,944 [동훈] 뭐, '시니피앙'이 어떻고 '시니피에'가 어떻니 589 00:24:48,028 --> 00:24:51,114 - 막 그러면서 이제 그… - [웃음] 정말 민망하다 590 00:24:51,198 --> 00:24:52,866 갖다가 막, 그런 걸 갖다 붙였지 591 00:24:52,949 --> 00:24:54,367 [저마다 웃는다] 592 00:24:54,451 --> 00:24:55,744 그냥 그렇게 포장을 한 거지 593 00:24:55,827 --> 00:24:56,786 그렇지, 그렇지 594 00:24:56,870 --> 00:24:59,873 [준호] 그, 수박 겉 핥기 식으로 공부한 주제에 595 00:24:59,956 --> 00:25:02,042 이제 괜히 막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, 뭐 596 00:25:02,125 --> 00:25:04,085 '기표와 기의가 일치하잖아요, 봐요' 597 00:25:04,169 --> 00:25:06,546 '실제 노란 문이 있지요?' 막 이러면서, 막 598 00:25:06,630 --> 00:25:09,049 - [저마다 와하하 웃는다] - [동훈이 웃으며] 그래 599 00:25:09,132 --> 00:25:11,468 그래서 비평분과 이름 '씨-씨'가 600 00:25:11,551 --> 00:25:12,969 그래서 진짜 그런가 보다 601 00:25:13,053 --> 00:25:14,471 - '시니피앙', '시니피에'인가 봐 - [남자가 호응한다] 602 00:25:14,554 --> 00:25:15,514 [준호] 네, 맞아요 그건 거 같아요 603 00:25:15,597 --> 00:25:17,224 [남자] 사실 '씨앙씨에'도 604 00:25:17,307 --> 00:25:18,725 - 그거잖아요 - [준호] 맞아요, 응 605 00:25:18,808 --> 00:25:19,726 [윤아] '시니피앙', '시니피에' 606 00:25:19,809 --> 00:25:22,479 [준호] 대학로에 있었던 유명한 시네마테크인데 607 00:25:22,562 --> 00:25:24,523 - 그쪽도 그 이름을 한 거였었죠 - [남자가 호응한다] 608 00:25:24,606 --> 00:25:26,525 그때는 거의 모든 거에 609 00:25:26,608 --> 00:25:28,109 '시니피앙', '시니피에' 얘기 하지 않았었어? 610 00:25:28,193 --> 00:25:29,402 - [몇몇이 웃는다] - 맞아요 611 00:25:29,486 --> 00:25:30,737 [민향] 왜냐하면 612 00:25:30,820 --> 00:25:33,156 그 '시니피앙', '시니피에'라는 단어도 사실 613 00:25:33,240 --> 00:25:35,283 - 너무 생소한 단어들인데 - 맞아, 맞아, 맞아요 614 00:25:35,367 --> 00:25:37,619 그 개념을 안 게 스스로 너무 기특했나 봐 615 00:25:37,702 --> 00:25:38,954 - 우리가, 그래서 - [몇몇이 웃는다] 616 00:25:39,037 --> 00:25:41,873 그때 진짜 왜 그렇게 기호학을 난리를 쳤지? 617 00:25:41,957 --> 00:25:44,584 기호학이랑 그때 뭐, 포스트모더니즘 618 00:25:44,668 --> 00:25:46,628 - [동훈] 포스트모더니즘 - 후기 구조주의 619 00:25:46,711 --> 00:25:47,796 - [윤아] 맞아, 맞아 - 그때 막… 620 00:25:47,879 --> 00:25:51,174 롤랑 바르트, 뭐 이런 거 엄청 막 붐이었었잖아요, 그때 621 00:25:52,092 --> 00:25:54,678 [웃으며] 잘 이해 못 하면서 막 억지로 앉아서 622 00:25:54,761 --> 00:25:56,471 세미나를 많이 했었어요, 그때 막 623 00:25:57,889 --> 00:25:59,140 요즘은 안 그러나 모르겠는데 624 00:25:59,724 --> 00:26:01,935 대학교 앞에 있는 그… 625 00:26:02,435 --> 00:26:04,354 유명한 복삿집이 있잖아요 626 00:26:04,437 --> 00:26:08,525 거기에 보면 이제 카피된 유명한 원서들이 쫙 있잖아요 627 00:26:08,608 --> 00:26:09,985 막 이제 그… 628 00:26:10,068 --> 00:26:11,945 앤솔러지류의 책들도 629 00:26:12,028 --> 00:26:14,155 그중에 종태 형이 '야, 이거, 이거, 이거' 630 00:26:14,239 --> 00:26:15,282 '뭘 해야 돼' 그러면 거기 가서… 631 00:26:15,365 --> 00:26:16,408 아니야, 아니야, 아니야 632 00:26:16,491 --> 00:26:18,243 '이거, 이거' 하지 않고 633 00:26:18,326 --> 00:26:19,160 '그냥 다 주세요' 634 00:26:19,244 --> 00:26:21,663 - 내가 뭐 내용을 모르니까 - [함께 웃는다] 635 00:26:21,746 --> 00:26:24,124 그냥 통으로 사 왔지 636 00:26:24,874 --> 00:26:26,793 그중에 막 골라 가지고 우리가 637 00:26:26,876 --> 00:26:29,004 뭐 막 했었어요, 그때 무슨 막, 그… 638 00:26:29,087 --> 00:26:32,424 [동훈] 우리가 이제 더들리 앤드류의 그, 책을 639 00:26:32,507 --> 00:26:34,134 같이 공부를 했어요, 그러니까… 640 00:26:34,217 --> 00:26:35,885 - [준호] 더들리 앤드류 - [저마다 호응한다] 641 00:26:35,969 --> 00:26:38,054 우리를, 우리를 힘들게 했던 642 00:26:38,138 --> 00:26:40,140 번역하느라고 아주 골치 아팠어 643 00:26:40,223 --> 00:26:41,308 [세범의 웃음] 644 00:26:41,391 --> 00:26:44,227 [동훈] 사실 민향 선배는 영어를 좀 잘했고 645 00:26:44,311 --> 00:26:45,854 영문과 출신이잖아, 또 646 00:26:45,937 --> 00:26:48,690 - 영문을 모르는 거지 - [동훈의 웃음] 647 00:26:48,773 --> 00:26:52,277 [동훈] 나머지 멤버들은 영어가 이제 그냥 보통이었는데 648 00:26:52,360 --> 00:26:55,363 [종태] 세범이는 그때 '노란문' 있을 때 649 00:26:55,447 --> 00:26:57,449 박사 과정 몇 년 차였지? 650 00:26:58,158 --> 00:27:00,535 '노란문' 있을 때가 박사 과정 들어가기 직전이었지 651 00:27:00,619 --> 00:27:02,203 - 아, 직전이었어? - [세범이 호응한다] 652 00:27:02,287 --> 00:27:03,872 그렇지만 우리는 다 박사라고 불렀는데 653 00:27:03,955 --> 00:27:05,582 - 반 박사, 반 박사 - [종태] 반 박사라고 654 00:27:06,291 --> 00:27:07,584 - 들어가기 전부터 - [종태] 왜 그랬지? 655 00:27:07,667 --> 00:27:10,003 - 박사 될 걸로 예상하고 - [종태의 웃음] 656 00:27:10,086 --> 00:27:12,422 우리가 그때 형한테 무슨 이상한 별명으로 뭐 657 00:27:12,505 --> 00:27:16,384 - 훈고학, 훈고학파 - [저마다 웃으며 호응한다] 658 00:27:16,468 --> 00:27:18,053 - [종태] 훈고학파 [웃음] - 우리가 이제 659 00:27:18,136 --> 00:27:20,764 맞아, 그거 기억나 세미나 할 때 막 이렇게 무슨 660 00:27:20,847 --> 00:27:24,434 번역, 각자 페이지 나눠 갖고 번역해 오거나 하면 661 00:27:24,517 --> 00:27:26,603 틀린 거 있으면 형이 다 짚고 막 '이거' 662 00:27:26,686 --> 00:27:28,438 - '야, 이거 번역 잘못됐고' - [세범] 단어 하나하나 663 00:27:28,521 --> 00:27:30,857 단어 하나 의미 막 짚어 가면서 뭐 664 00:27:30,940 --> 00:27:32,817 번역을 어떻게 해야 되는 둥 막 하다 보니까 665 00:27:32,901 --> 00:27:33,985 훈고학파가 돼 버렸네, 그냥 666 00:27:35,195 --> 00:27:38,573 이론 세미나는 보면은, 뭐 할 때는 뭔가 그럴듯해도 667 00:27:38,657 --> 00:27:41,660 막상 지나고 보면은 기억 남는 게 별로 없어 668 00:27:42,369 --> 00:27:46,164 네가 이미 그때 김성수 감독님 연출부 또는 669 00:27:46,247 --> 00:27:47,624 그쪽 일을 좀 했었던 거였니? 670 00:27:47,707 --> 00:27:49,292 그럼요, 예, 했었죠 671 00:27:49,376 --> 00:27:50,960 단편 영화는 굉장히 많이 하지 않았어요? 672 00:27:51,044 --> 00:27:53,546 16mm 단편 영화는 거의 다 그 당시 뭐… 673 00:27:54,130 --> 00:27:56,383 대엽이 형, '비트' 아시죠? '비트' 674 00:27:56,466 --> 00:27:58,718 - 정우성의 '비트' - [윤아] 네, 네, 알죠 675 00:27:58,802 --> 00:28:01,805 그거의 조감독이었어요, 석우가 676 00:28:01,888 --> 00:28:03,598 - 아, 그랬었구나 - [준호] 그때 김성수 감독 677 00:28:03,682 --> 00:28:06,559 연출부들은 다 명성이 자자했었어요 678 00:28:06,643 --> 00:28:08,645 왜, 진짜 빡세고 거기는 막… 679 00:28:09,229 --> 00:28:12,649 그 현장을 이겨 낸 자들은 다 이제 거의 680 00:28:13,149 --> 00:28:15,318 뭔가 이렇게 그… 681 00:28:15,402 --> 00:28:16,903 [대엽] 우리 아는 사람들 중에는 682 00:28:16,986 --> 00:28:19,406 석우가 그러면 현장을 제일 먼저 뛰었네 683 00:28:19,489 --> 00:28:21,908 그래서 네 입장에서는 약간 좀 684 00:28:22,617 --> 00:28:25,370 재밌… 웃기다? '웃기다'라고 하면 좀 그렇고 685 00:28:25,453 --> 00:28:28,081 약간 현장 그런 거 많이 하다가 686 00:28:28,164 --> 00:28:29,749 '노란문'에 딱 오면은 687 00:28:30,250 --> 00:28:32,127 - 막 사람들이 '야' 이러면서 막 - [윤아의 웃음] 688 00:28:32,711 --> 00:28:34,754 - [저마다 웃는다] - 원서 세미나 한다 그러고 막 689 00:28:34,838 --> 00:28:37,048 약간 좋게 말하면 학구적인데 690 00:28:37,132 --> 00:28:38,800 솔직히 말하면 약간 웃기지 않았니? 691 00:28:38,883 --> 00:28:40,051 네 입장에서 보면은? 692 00:28:40,135 --> 00:28:41,928 - [한숨] - 뭐, 이상한 세미나 하고 693 00:28:42,011 --> 00:28:43,138 - 영어 막… - [쯧 입소리] 694 00:28:43,221 --> 00:28:46,224 [웃으며] 세범이 형이랑 막 밑줄 치면서 막 공부… 695 00:28:46,307 --> 00:28:47,892 - 어땠어, 그때? - 그냥 뭐 696 00:28:47,976 --> 00:28:49,978 그때 봤을 때는 좀… [쯧 입소리] 697 00:28:50,603 --> 00:28:52,731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좀 들었죠 698 00:28:52,814 --> 00:28:53,940 - 그러니까, 그렇지? - [석우] 그래 가지고 699 00:28:54,524 --> 00:28:56,568 건방이 하늘을 찔렀었죠 마음속으로는 700 00:28:56,651 --> 00:28:58,486 - [준호의 웃음] - 제가 [웃음] 701 00:29:00,029 --> 00:29:02,031 내가 계속 얘기하지만 반성합니다 702 00:29:02,115 --> 00:29:04,534 - [차분한 음악] - [준호] 아니, 그게 아니라 그… 703 00:29:04,617 --> 00:29:08,663 나는 이제 단편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은데 704 00:29:08,747 --> 00:29:11,416 실제로 아는 건 없고 해 본 건 없고 하니까 이제 705 00:29:11,916 --> 00:29:14,419 '아, 석우한테 잘 빌붙어서' [씁 입소리] 706 00:29:14,502 --> 00:29:16,421 '석우한테 의지해서 하면은' 막 이렇게 707 00:29:16,504 --> 00:29:18,506 '진행이 되지 않을까?' 이러면서 이제 막… 708 00:29:19,090 --> 00:29:23,303 누나는 그때 대학원을 이미 다닐 때였나, 그때? 709 00:29:23,386 --> 00:29:27,474 나는 '노란문' 때가 대학원 2학기 때 710 00:29:27,557 --> 00:29:30,351 누나도 유학 가려고 하지 않았었어요, 그때? 711 00:29:30,435 --> 00:29:32,395 저는 그때 이미 유부녀였습니다 712 00:29:33,605 --> 00:29:35,648 - 아, 진짜? - [몇몇이 웃는다] 713 00:29:36,649 --> 00:29:37,484 [윤아] 그래 가지고 714 00:29:37,567 --> 00:29:40,445 사실 그때는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715 00:29:40,528 --> 00:29:42,947 '노란문' 너무 열심히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716 00:29:43,031 --> 00:29:44,365 더 열심히를 못 했지 717 00:29:44,449 --> 00:29:46,868 - 그러니까, 누나도… - [윤아] 내 삶이 정신없어서 718 00:29:46,951 --> 00:29:48,495 누나도 대엽이 형처럼 이렇게 719 00:29:49,037 --> 00:29:51,289 그거다, 어른 그룹이었다, 그때 720 00:29:51,372 --> 00:29:52,791 - [윤아] 그러니까 끝나고 나서… - 굳이 나누자면 721 00:29:52,874 --> 00:29:55,084 - 어른 그룹과 애들 학생 그룹이… - [윤아] 그렇지 722 00:29:55,168 --> 00:29:56,419 있었잖아, 두 그룹이 723 00:29:56,503 --> 00:29:58,755 [대엽] 그러니까 얘기를 할 때 724 00:29:58,838 --> 00:30:01,633 윤아 씨 같은 경우는 내가 말을 못 놨었어 725 00:30:01,716 --> 00:30:03,843 친하고 안 친하고를 떠나서 726 00:30:03,927 --> 00:30:06,346 유부녀인 줄 아니까, 나는 이제 727 00:30:06,429 --> 00:30:08,848 - 어른으로 대접을 한 거지 - [저마다 웃는다] 728 00:30:08,932 --> 00:30:11,059 - [석우] 뭐야! - [몇몇이 연신 웃는다] 729 00:30:11,601 --> 00:30:12,936 - [대엽] 그게 뭐야? - [남자] 말씀하세요 730 00:30:13,019 --> 00:30:14,896 근데 그전에 하나만 물어볼게 731 00:30:14,979 --> 00:30:16,648 나만 기억나나? 732 00:30:16,731 --> 00:30:19,859 우리가 점심이나 식사를 되게 많이 주문을 했는데 733 00:30:19,943 --> 00:30:22,320 - [몇몇이 호응한다] - 응응, 그러다가 이제 734 00:30:22,403 --> 00:30:25,907 '노란문'이라고 얘기하게 된 게 이제 중국집 735 00:30:25,990 --> 00:30:29,327 - [흥미로운 음악] - 공사하다가 배달시키면은 736 00:30:29,410 --> 00:30:31,412 '예, 2층의 그 노란 문 집' 737 00:30:31,496 --> 00:30:33,164 '그리로 들어오시면 돼요' 그래 가지고 738 00:30:33,248 --> 00:30:34,499 '노란문'이 된 거야 739 00:30:34,582 --> 00:30:36,251 [윤아] 아, 그래서 '노란문'이구나 740 00:30:36,334 --> 00:30:38,711 [대엽] 응, 누가 찾아오려 그러면은 741 00:30:38,795 --> 00:30:40,755 그냥 '아, 노란 문 있어요' 742 00:30:40,839 --> 00:30:43,758 '노랗게 된 문으로 들어오시면 돼요' 그러다가 743 00:30:43,842 --> 00:30:46,261 종태가 '아이, 야! 그러면 그냥 '노란문'으로 하자' 744 00:30:46,845 --> 00:30:48,638 그러면서 이제 의미를 부여한 거지 745 00:30:51,182 --> 00:30:52,934 - [흥미로운 음악] - [종태] 이제 영화라는 거는 746 00:30:53,017 --> 00:30:54,644 무슨 예를 들잖아요 747 00:30:54,727 --> 00:30:57,272 [웃으며] 그 예로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없으니 748 00:30:57,981 --> 00:30:59,858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야 749 00:31:00,358 --> 00:31:02,026 예를 들어서 독일 표현주의에 뭐 750 00:31:02,527 --> 00:31:04,779 '칼리가리 박사의 밀실' 그러면 영화사 책에 751 00:31:04,863 --> 00:31:06,781 한… 스틸 한 컷이 딱 있습니다 752 00:31:07,365 --> 00:31:08,741 그러면 이걸 볼 수가 없기 때문에 753 00:31:09,284 --> 00:31:11,578 막 그걸 상상하면서 공부를 하는 거죠 754 00:31:12,203 --> 00:31:15,582 하다못해 '열차의 도착'만 보려 그래도 유튜브 없을 때는 755 00:31:15,665 --> 00:31:17,375 그거 막 어떻게 카피 뭐, 비디오 뜬 거 756 00:31:17,458 --> 00:31:19,586 학생들 가서 보여 줘야 되고 이랬는데 757 00:31:19,669 --> 00:31:20,879 지금은 다 있죠 758 00:31:23,590 --> 00:31:26,676 [종태] 그러면 뭐야? 대부분 영화를 봐야 되는데 759 00:31:26,759 --> 00:31:29,429 영화를 조달을 해 오는 게 760 00:31:29,929 --> 00:31:32,640 이제 영화 연구소의 제일 큰 미션이에요 761 00:31:32,724 --> 00:31:35,143 사방에서 '영화 있다' 이러면 가서 762 00:31:35,935 --> 00:31:38,438 갖고 와서 카피하고 빌려와서 카피하고 763 00:31:38,938 --> 00:31:43,109 그게 뭐, 거의 가장 큰 연구소의 일이었는데 764 00:31:43,192 --> 00:31:46,404 그 일을 봉준호 감독이 했어요 765 00:31:46,905 --> 00:31:48,948 우리 당시에는 빌릴 수 있는 데가 766 00:31:49,032 --> 00:31:50,617 몇 군데 없었었어요, 그리고 767 00:31:50,700 --> 00:31:54,245 소위 말하는 예술 영화라고 하는 것들을 768 00:31:54,329 --> 00:31:57,415 봉 감독은 어디서 또 잘 빌려왔어요, 그렇게 769 00:31:57,498 --> 00:31:59,959 그럼 당연히 카피를 뜨면 그때는 뭐 770 00:32:00,043 --> 00:32:01,294 디지털이 아니니까 771 00:32:01,794 --> 00:32:04,505 카피가 다 완성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봐야 돼요 772 00:32:04,589 --> 00:32:06,090 무조건 볼 수밖에 없고 773 00:32:06,591 --> 00:32:08,968 카피를 두 번 뜨면 두 번 봐야 되는 거고 774 00:32:09,052 --> 00:32:11,346 그럼 이제 이게 쓰리 카피, 포 카피 막 되는데 775 00:32:11,429 --> 00:32:13,598 - [TV가 탁 켜진다] - 기본 비디오를 776 00:32:13,681 --> 00:32:15,350 [영상 속 윤아] 카피, 카피 한 거기 때문에 777 00:32:15,433 --> 00:32:16,935 [소리가 지직대며] 기본으로 다 비가 옵니다 778 00:32:17,518 --> 00:32:20,146 어, 미국에서 들어온 비디오를 카피를 하면 779 00:32:20,229 --> 00:32:21,230 - [영상 속 경고음] - 맨 앞에 경고가 780 00:32:21,314 --> 00:32:22,565 'FBI 워닝'이 뜹니다 781 00:32:22,649 --> 00:32:24,525 - [영상 속 경쾌한 음악] - 한국 비디오는 782 00:32:24,609 --> 00:32:25,985 [영상 속 성우] 옛날 어린이들은… 783 00:32:26,069 --> 00:32:29,614 [윤아] 호환, 마마 얘기를 하면서 불법 복제는 안 된다 784 00:32:29,697 --> 00:32:34,202 [영상 속 성우] 785 00:32:34,285 --> 00:32:36,579 근데 사실 불법 복제를 하지 않고서는 786 00:32:37,497 --> 00:32:39,165 - 볼 수가 없었죠 - [긴장되는 음악] 787 00:32:43,670 --> 00:32:46,339 [준호] 제목을 써넣잖아요, 테이프에 788 00:32:46,422 --> 00:32:48,383 스티커에 제목을 써서 이렇게 붙인단 말이에요 789 00:32:48,466 --> 00:32:51,344 그런데 이제 그거를 손으로 쓰면은 왠지 790 00:32:52,095 --> 00:32:53,388 - 멋있지가 않잖아요 - [긴장되는 음악] 791 00:32:56,265 --> 00:32:59,519 고다르 영화 제목을 또 일부러 괜히 막 불어로 써요 792 00:32:59,602 --> 00:33:01,104 한국말로 해도 되는데 793 00:33:01,604 --> 00:33:04,732 '네 멋대로 해라'로 하면 되는 것을 괜히 불어로 794 00:33:05,733 --> 00:33:06,985 - [밝은 음악] - 알파벳은 알아 795 00:33:07,068 --> 00:33:09,654 [준호가 철자를 하나하나 말한다] 796 00:33:09,737 --> 00:33:13,366 '어 부 디 소플'이라고 해야 되나? 뭐래, 발음은 아직도, 뭐 797 00:33:13,449 --> 00:33:15,535 - 불어 하시는 분들은 알겠지 - [프린터 작동음] 798 00:33:15,618 --> 00:33:18,246 프린터에 A4지 한번 출력을 하면 찍혀 나오잖아요 799 00:33:18,329 --> 00:33:20,707 그럼 이제 그걸 밝은 데 비춰 보고 그 위에 800 00:33:21,249 --> 00:33:23,251 비디오테이프 스티커를 붙이는 거죠 801 00:33:23,835 --> 00:33:26,212 그래서 다시 한번 넣어요 프린터에, 그럼 그 위치에 802 00:33:26,295 --> 00:33:28,256 제목이 깨끗하게 찍히잖아요 그걸로 붙이고 803 00:33:29,298 --> 00:33:31,718 그런 조잡한 기술들을 이제 시전을 한 거죠 804 00:33:31,801 --> 00:33:33,803 '노란문' 그 당시 테이프를 보면은 805 00:33:33,886 --> 00:33:35,888 손으로 막 썼던 게 있고 806 00:33:35,972 --> 00:33:37,974 이후의 어느 시점부터 보면 이제 다 이렇게 807 00:33:38,850 --> 00:33:41,060 깨끗하게 인쇄돼서 막 붙어 있어요 808 00:33:41,144 --> 00:33:43,479 복사를 떠서 809 00:33:43,563 --> 00:33:45,565 자료를 이렇게 1개, 2개씩 810 00:33:45,648 --> 00:33:47,859 이렇게 '늘려 나간다'라는 거에 더 811 00:33:47,942 --> 00:33:50,653 [웃으며] 나중에는 치중을 했었던 거 같아요, 예 812 00:33:50,737 --> 00:33:53,489 덕후의 원동력이 집착이거든, 사실 813 00:33:53,573 --> 00:33:55,324 - [경쾌한 재즈 음악] - 덕후가 아닌 사람 눈으로 814 00:33:55,408 --> 00:33:57,285 덕후의 행동을 보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815 00:33:57,368 --> 00:33:59,996 근데 본인은, 그 내적인 동력은 816 00:34:00,079 --> 00:34:02,540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제… 817 00:34:03,207 --> 00:34:06,419 자료에 대한 갈증이 많았기 때문에 집착도 많았던 거 같아요 818 00:34:07,628 --> 00:34:10,840 [훈아] 아,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엑셀 파일 하나면 될 것을 819 00:34:10,923 --> 00:34:12,800 이렇게 수기로 하나하나 820 00:34:14,218 --> 00:34:15,053 제가 821 00:34:15,803 --> 00:34:17,472 맞아요, 마우스 쓰는 방법을 822 00:34:17,555 --> 00:34:19,849 [웃으며] 준호한테 배운 거 같아요, 그때 823 00:34:20,933 --> 00:34:23,102 '누나, 이거는 쥐처럼 생겨서 마우스야' 824 00:34:23,186 --> 00:34:24,395 그러면서 가르쳐 줬어요 825 00:34:24,896 --> 00:34:26,981 - [준호] 1992년 - [동훈] 92년부터 826 00:34:27,065 --> 00:34:28,357 [준호] '비디오 라이브러리 목록' 827 00:34:28,441 --> 00:34:29,317 [동훈] 어 828 00:34:29,400 --> 00:34:30,234 '관리인 봉' 829 00:34:30,318 --> 00:34:32,236 [준호, 동훈의 웃음] 830 00:34:32,320 --> 00:34:34,072 - [동훈] 이게 있다 - [준호] 별표 한 건 뭘까? 831 00:34:35,323 --> 00:34:36,949 잃어버리면 안 되는 뭐, 그런 건가? 832 00:34:37,033 --> 00:34:39,827 [동훈]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은… 833 00:34:39,911 --> 00:34:41,245 [준호] '전함 포템킨' 834 00:34:42,038 --> 00:34:43,122 '혁명전야', 베르톨루치 835 00:34:43,206 --> 00:34:44,082 - [동훈의 탄성] - 다 있네 836 00:34:44,165 --> 00:34:46,375 별표 친 거는 저거 아닐까? 뭔가… 837 00:34:46,918 --> 00:34:48,086 대여 안 되는 거? 838 00:34:48,169 --> 00:34:50,797 [동훈] 그렇지, 그렇지 약간 그런 느낌의, 어 839 00:34:50,880 --> 00:34:53,091 [준호] 코폴라의 '컨버세이션' 이거 같이 봤던 기억 나지 않냐? 840 00:34:53,174 --> 00:34:54,509 - 봤죠, 봤죠, 예 - [준호] 되게 막… 841 00:34:55,551 --> 00:34:57,136 또 테이프를 산 것도 있었는데 842 00:34:57,220 --> 00:34:59,138 - 황학동이나 이런 데 가 가지고 - [준호] 맞아 843 00:34:59,222 --> 00:35:01,474 - 도매 숍들이 거기… - 도매 숍들이 쫙 있고 844 00:35:01,557 --> 00:35:04,185 저가로 막 길거리에서 파는 것들도 있고 845 00:35:04,894 --> 00:35:06,437 그때 처음에 2,500원이었어 846 00:35:06,521 --> 00:35:08,106 - 황학동의 비디오테이프가 - [동훈] 2,500원? 아… 847 00:35:08,189 --> 00:35:10,733 - 보물찾기 같은 건데 그… - [동훈] 그렇죠 848 00:35:10,817 --> 00:35:13,069 막 이상한 허접한 영화들 틈바구니에 849 00:35:13,736 --> 00:35:15,780 - 김기영 감독님 거 - [동훈] 맞아, 응 850 00:35:15,863 --> 00:35:18,157 - 두샨 마카베예프 게 있다거나 - [동훈이 연신 호응한다] 851 00:35:18,241 --> 00:35:20,952 - 갑자기 뭐, 아벨 페라라 거 - 안제이 바이다나 뭐, 이런 852 00:35:21,035 --> 00:35:23,287 [준호] '킹 오브 뉴욕' 안제이 바이다, 이런 게 막 853 00:35:23,371 --> 00:35:25,456 사이사이 있는데 그게 854 00:35:25,540 --> 00:35:27,834 이상한 출시 제목으로 바뀌어 있기 때문에 855 00:35:27,917 --> 00:35:29,335 - [동훈] 그러니까 - 정말 감이 좋아야 돼 856 00:35:29,418 --> 00:35:30,461 - 그걸 찾아내려면 - [동훈의 웃음] 857 00:35:30,545 --> 00:35:33,214 - [잔잔한 음악] - 그런 출시 목록을 858 00:35:33,923 --> 00:35:36,134 또 정보를, 팁을 인포메이션 많이 준 게 859 00:35:36,217 --> 00:35:37,802 - 김홍준 감독님 - [동훈] 아, 그렇구나 860 00:35:37,885 --> 00:35:39,345 [준호] 1세대 원조 영화 마니아 861 00:35:39,428 --> 00:35:41,472 지금은 이제 영상자료원장이 되셨는데 862 00:35:41,556 --> 00:35:42,390 [동훈이 연신 호응한다] 863 00:35:42,473 --> 00:35:44,350 그분이 냈었던 책이 있어 864 00:35:44,433 --> 00:35:46,269 문장으로 된 그 책 제목 뭐지? 865 00:35:46,352 --> 00:35:48,271 [남자] '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' 866 00:35:48,354 --> 00:35:50,022 [준호] 꽤 은근히 많이 팔린 책이야 867 00:35:50,106 --> 00:35:51,232 - 90년대 초반에 - [동훈이 연신 호응한다] 868 00:35:51,315 --> 00:35:53,734 우리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샀어, 그 책을, 그래서… 869 00:35:54,235 --> 00:35:55,778 [홍준] 사람들이 거기 나오는 영화들을 870 00:35:55,862 --> 00:35:57,405 정말 전혀 볼 수가 없는 871 00:35:57,488 --> 00:35:59,448 60년대나 70년대라면은 872 00:35:59,532 --> 00:36:02,201 아마도 그 책이 별로 효용 가치가 없었을 것이고 873 00:36:02,702 --> 00:36:04,537 또 요즘처럼 쉽게 볼 수 있는 때라면 874 00:36:04,620 --> 00:36:06,330 그 책에 있는 많은 정보들도 875 00:36:06,414 --> 00:36:09,208 별로 뭐, 썩 유용한 게 아니었겠죠, 그런데 876 00:36:09,292 --> 00:36:12,545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들은 극히 제한돼 있었지만 877 00:36:12,628 --> 00:36:15,590 이미 비디오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878 00:36:15,673 --> 00:36:16,883 굉장히 많은 영화들이 879 00:36:16,966 --> 00:36:20,011 옥석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왔던 시절이었거든요 880 00:36:20,094 --> 00:36:22,096 [감성적인 음악] 881 00:36:24,473 --> 00:36:25,558 [준호] 여러분들이 잘 모르지만 882 00:36:25,641 --> 00:36:27,268 - 사실 이 감독의 - [동훈] 맞아, 응 883 00:36:27,351 --> 00:36:30,188 이 거장의 이 작품이 이렇게 출시돼 있다 884 00:36:30,271 --> 00:36:32,273 - 출시 제목은 되게 황당하다 - [동훈이 호응한다] 885 00:36:32,356 --> 00:36:34,859 뭐, '사랑의 뭐뭐', 이런 건데 사실은 그게… 886 00:36:34,942 --> 00:36:37,987 그 책으로 미리 학습을 하면 887 00:36:38,070 --> 00:36:39,864 - [동훈] 기본, 기본, 그렇죠 - [준호가 웃으며] 황학동에 가서 888 00:36:39,947 --> 00:36:42,033 그거를 찾아낼 수가 있는 거지 889 00:36:42,116 --> 00:36:44,410 필명을 썼어요, 아마 김홍준 감독님이 890 00:36:44,493 --> 00:36:46,495 그, 김홍준이 아니야 그 책의 이름이… 891 00:36:46,579 --> 00:36:48,456 - [남자] 네, 그 이름 아니에요 - [준호] 구, 뭐야, 구 892 00:36:48,539 --> 00:36:49,874 - [남자] 구회영! - [동훈, 준호] 구회영, 맞아 893 00:36:49,957 --> 00:36:53,085 '90년대를 회고하는 영화광' 뭐, 이런 식의 거였어 894 00:36:53,169 --> 00:36:55,880 영화에 대한 글을 써서 대중 매체에 기고한 건 895 00:36:55,963 --> 00:36:57,590 그게 난생처음이었거든요 896 00:36:57,673 --> 00:36:59,008 그러니까 겁도 나고 해서 897 00:36:59,091 --> 00:37:01,677 왠지 제 본명을 쓰고 싶지 않아 가지고 898 00:37:02,178 --> 00:37:03,512 필명을 하나 만들어 놨었어요 899 00:37:03,596 --> 00:37:05,139 그게 '구회영'이었는데 900 00:37:05,223 --> 00:37:07,683 나중에 뭐 '90년대를 회고하는 영화광' 901 00:37:07,767 --> 00:37:09,602 이렇게 막 해석을 해 준 사람도 있어서 902 00:37:09,685 --> 00:37:12,480 되게 멋있게 들린다 싶었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903 00:37:12,980 --> 00:37:15,358 그냥 필명을 하나 정하려는데 904 00:37:15,441 --> 00:37:18,653 '뭘 할까?' 하다가 옆에 있던 한겨레 신문이었던 거 같은데 905 00:37:18,736 --> 00:37:20,488 그걸 딱 보니까 부고란에 906 00:37:21,530 --> 00:37:24,325 '구영회'라는 이름이 있길래 그냥 '구회영'으로 907 00:37:24,408 --> 00:37:26,077 무심코 바꿨던 거죠 908 00:37:26,160 --> 00:37:28,371 영화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909 00:37:28,871 --> 00:37:31,249 문화적인 위상은 말할 것도 없고 910 00:37:31,958 --> 00:37:35,544 영화를 하나의 직업으로 가진다는 것 자체가 911 00:37:35,628 --> 00:37:39,131 거의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던 그런 시절이었거든요 912 00:37:41,259 --> 00:37:42,927 이게 어떻게 있었을까, 이게? 913 00:37:43,427 --> 00:37:45,721 세 보세요, 총 몇 개 라이브러리 한번… 914 00:37:45,805 --> 00:37:47,098 [동훈] 아… 915 00:37:47,181 --> 00:37:48,849 [준호] 잘 세잖아, 이런 거, 숫자 916 00:37:49,517 --> 00:37:51,352 [동훈] 네, 지금 얼핏 보니까 917 00:37:52,561 --> 00:37:53,771 [준호] 300, 400개? 918 00:37:53,854 --> 00:37:55,398 어, 427편 정도? 919 00:37:55,481 --> 00:37:57,191 - [준호] 얼마 안 되네, 생각보다 - [동훈] 응, 응 920 00:37:57,275 --> 00:37:58,609 [흥미로운 음악] 921 00:37:58,693 --> 00:38:00,111 [준호] 이게 한 페이지가 몇 줄이야, 이게? 922 00:38:00,194 --> 00:38:01,988 [동훈] 한 페이지가 30줄 정도 되죠 923 00:38:02,488 --> 00:38:04,031 [동훈] 알파벳이 26개니까 924 00:38:04,115 --> 00:38:05,783 세 봐야지 직성이 풀리지 925 00:38:05,866 --> 00:38:06,701 넷 926 00:38:07,535 --> 00:38:09,161 - [동훈] 약 20개로 보이고 - [준호] 다섯 927 00:38:09,245 --> 00:38:10,079 여덟 928 00:38:11,706 --> 00:38:12,581 아홉, 열 929 00:38:12,665 --> 00:38:14,000 [부스럭 책장 넘기는 소리] 930 00:38:14,083 --> 00:38:15,626 열하나, 반 931 00:38:15,710 --> 00:38:17,044 - [동훈] 내가 볼 때는… - 열일곱 정도다 932 00:38:17,128 --> 00:38:18,337 17 곱하기 3 933 00:38:18,421 --> 00:38:20,256 - 510이지, 그러면 - [준호] 30이면 510개 934 00:38:20,339 --> 00:38:22,967 - 한 500여 개의 테이프가 있었네 - [동훈] 500여 개, 응 935 00:38:23,050 --> 00:38:24,051 기록된 것만 해도 936 00:38:24,552 --> 00:38:25,803 여기 기록을 하다 말았을 거 아니야? 937 00:38:25,886 --> 00:38:26,887 [동훈] 그렇죠, 그렇죠 938 00:38:26,971 --> 00:38:29,640 [남자] 제가 처음 '노란문' 갔을 때 939 00:38:29,724 --> 00:38:30,933 - 전지에 - [준호가 호응한다] 940 00:38:31,017 --> 00:38:33,269 이렇게 표를 그리고 계셨어요 941 00:38:33,352 --> 00:38:34,562 - 표? - [남자] 네 942 00:38:34,645 --> 00:38:36,856 그래서 그 전지에 그런 거 잘하시잖아요 943 00:38:36,939 --> 00:38:38,149 연체료 명단 같은 건가? 944 00:38:38,232 --> 00:38:40,609 내가 이제 성격적으로 또 강박증이 있기 때문에 945 00:38:41,193 --> 00:38:43,529 그 역할을 하기에 되게 적격이었던 거 같아, 그러니까 946 00:38:43,612 --> 00:38:47,950 뭐지, 그럼? 옛날 교실로 치면 약간 주번 같은 건가? 응 947 00:38:48,034 --> 00:38:50,077 1년 내내 주번을 하는 그런 느낌? 948 00:38:50,161 --> 00:38:50,995 [남자] 약간 그런 느낌 949 00:38:51,078 --> 00:38:53,706 떠든 사람 적어서 내는 그런 거 있잖아요, 교실에서 950 00:38:53,789 --> 00:38:55,458 그런 거, 응 비디오 반납 안 한 사람 951 00:38:55,541 --> 00:38:58,002 - [불안한 음악] - 그거 열심히 관리 안 하면 952 00:38:58,919 --> 00:39:00,588 모으는 건 1년 걸려도 953 00:39:00,671 --> 00:39:02,798 그거 다 사라지는 데는 1달도 안 걸린다 954 00:39:02,882 --> 00:39:03,883 [웃으며] 그런 얘기를 듣고 955 00:39:03,966 --> 00:39:06,510 나는 더 쌍심지를 켜고 막 쫓아다니고 956 00:39:07,178 --> 00:39:08,721 되게 심각한 무서운 얼굴로 957 00:39:08,804 --> 00:39:12,099 '왜 그, 고다르 영화 그거 반납 안 하냐'고 해서 958 00:39:12,183 --> 00:39:14,226 - 자꾸 그래서… - [영화 속 긴장되는 음악] 959 00:39:17,855 --> 00:39:20,274 '반납해라' 뭐, '지지난 주에 가져갔지?' 960 00:39:20,858 --> 00:39:22,526 [남자가 나지막이 불어로] 당신은 정말 역겹군요 961 00:39:24,362 --> 00:39:25,863 [준호가 한국어로] 진심이었던 거지, 그… 962 00:39:25,946 --> 00:39:27,698 자료를 지키려는 그 마음이 963 00:39:28,199 --> 00:39:30,117 - [불어] 역겹다니 무슨 뜻이죠? - [차분한 음악] 964 00:39:38,918 --> 00:39:39,919 [은심이 한국어로] 뭔데? 965 00:39:42,505 --> 00:39:44,131 [잔잔한 음악] 966 00:39:44,215 --> 00:39:45,508 와우, 대박 967 00:39:45,591 --> 00:39:47,176 [은심의 웃음] 968 00:39:48,928 --> 00:39:50,596 이게 영화 각각 보고 969 00:39:51,597 --> 00:39:54,433 각자 이런 분석을 했던 그거네? 970 00:39:56,352 --> 00:39:58,354 '각 상황별 신의 분석' 971 00:39:58,854 --> 00:40:04,151 '그 밑에 장르, 작가 사조별 분석 틀을 작동시킨다' 972 00:40:05,152 --> 00:40:07,822 뭐, 이런 걸 마치 할 수 있는 것처럼 막 써놨네 973 00:40:07,905 --> 00:40:08,989 [팔락팔락 종이 소리] 974 00:40:09,073 --> 00:40:11,992 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 이렇게 해 놨네요, 응 975 00:40:12,076 --> 00:40:14,995 '분석 단위를 신으로 한다'라고 돼 있나요? 976 00:40:15,079 --> 00:40:16,789 [조그셔틀 조작음] 977 00:40:16,872 --> 00:40:18,624 [빠르게 재생되며] '분석 단위를 신으로 한다'라고 돼 있나요? 978 00:40:18,707 --> 00:40:20,000 [삐리릭 고속 역방향 재생 소리] 979 00:40:20,084 --> 00:40:21,252 [영상 속 성우] 조그셔틀 VTR 980 00:40:21,335 --> 00:40:22,711 - [관중들의 환호] - [심판] 세… 아웃! 981 00:40:23,212 --> 00:40:24,463 - [남자1] 세이프! - [여자] 아웃이에요! 982 00:40:24,547 --> 00:40:25,589 [남자2] 조그셔틀로 한번 확인해 봅시다 983 00:40:26,173 --> 00:40:28,134 [성우] 조그셔틀이 순간 동작까지 잡아낸다 984 00:40:28,217 --> 00:40:29,927 [조그셔틀 작동음] 985 00:40:30,428 --> 00:40:32,138 조그셔틀이란 게 처음 나왔어요 986 00:40:32,221 --> 00:40:33,305 [동훈] 맞아, 맞아, 맞아 987 00:40:33,389 --> 00:40:35,015 - 요즘에 이제 - [차분한 음악] 988 00:40:35,099 --> 00:40:37,726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슨 989 00:40:37,810 --> 00:40:39,812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집하고 무슨… 990 00:40:39,895 --> 00:40:40,729 [동훈이 호응한다] 991 00:40:40,813 --> 00:40:42,523 비주얼 이펙트까지 넣는 시대에 들으면 992 00:40:42,606 --> 00:40:44,400 참 너무 원시적인 얘기지만 993 00:40:44,483 --> 00:40:46,444 그때 처음 막 조그셔틀이 나와서 994 00:40:46,527 --> 00:40:48,195 - 우리가 환호했던 - [동훈] 맞아요, 맞아요, 응 995 00:40:48,279 --> 00:40:49,655 그러니까 영화를 막 996 00:40:49,738 --> 00:40:51,407 -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- [동훈] 뒤로 갔다 하면서 997 00:40:51,490 --> 00:40:53,742 -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보고 - [동훈] 프레임 단위로 보고 998 00:40:53,826 --> 00:40:55,411 - 편집을 어떻게 했는지 - [동훈의 호응] 999 00:40:55,494 --> 00:40:58,164 더블 액션을 어떻게 맞췄는지 이런 걸 막 우리가 보고 그랬잖아 1000 00:40:58,831 --> 00:41:00,958 [준호] 우리 위 세대 영화광분들 있잖아 1001 00:41:01,041 --> 00:41:03,919 정성일 선생님, 뭐 김홍준 감독님, 이런 분들은 1002 00:41:04,462 --> 00:41:06,964 그, 독일 문화원 프랑스 문화원 가서 그냥 1003 00:41:07,047 --> 00:41:08,382 - 마냥 보기만 한 거잖아 - [동훈] 그렇죠 1004 00:41:08,466 --> 00:41:10,801 그분들은 절대 영화를 리와인드를 못 했다고 1005 00:41:10,885 --> 00:41:12,178 - [동훈] 맞아요, 맞아 - 근데 우리는 1006 00:41:12,261 --> 00:41:13,679 - 처음으로 - [동훈의 웃음] 1007 00:41:13,762 --> 00:41:16,474 이 조그셔틀로 영화를 분석하면서… 1008 00:41:16,974 --> 00:41:18,392 [은심] 이걸 했던 거 같아 1009 00:41:18,476 --> 00:41:21,270 1차 텍스트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1010 00:41:21,353 --> 00:41:23,772 내가 '레이징 불'을 했다고? 1011 00:41:23,856 --> 00:41:25,399 [웃으며] '시티즌 케인'이랑? 1012 00:41:25,483 --> 00:41:26,859 다 보던 영화기는 한데 1013 00:41:26,942 --> 00:41:29,820 '시티 라이트', '새크리파이스' 1014 00:41:30,362 --> 00:41:31,614 어, 허 1015 00:41:32,198 --> 00:41:33,782 분석을 했긴 했을 거야 1016 00:41:34,325 --> 00:41:36,285 - 그 자료들이 있어? - [남자] 네, 있어요 1017 00:41:36,368 --> 00:41:37,411 - 정말? - [남자] 예 1018 00:41:37,495 --> 00:41:39,622 [윤아] 아, 그래서 이런 거를 냈습니다 1019 00:41:39,705 --> 00:41:41,707 [잔잔한 음악] 1020 00:41:42,833 --> 00:41:44,919 어, 저 혼자 낸 건 아니었고 같이 힘을 합쳐서 1021 00:41:45,002 --> 00:41:49,215 각각 분과가 일부분을 다 이렇게 모아 가지고 1022 00:41:49,298 --> 00:41:50,883 작지만 이런 걸 냈죠 1023 00:41:50,966 --> 00:41:54,220 사실 이게 1호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1024 00:41:54,303 --> 00:41:56,305 지속적으로 나오지는 좀 못했습니다 1025 00:41:56,847 --> 00:41:58,182 이야, 이게… 1026 00:41:59,892 --> 00:42:01,393 나도 이것들, 이거 찾느라고 한… 1027 00:42:01,936 --> 00:42:03,687 진짜 고생했는데 어디서 왔어요, 이거? 1028 00:42:03,771 --> 00:42:04,647 [남자] 김윤아 선배님 1029 00:42:04,730 --> 00:42:06,232 - 윤아 누나가 - 아, 윤아 누나가 갖고 있었구나 1030 00:42:06,315 --> 00:42:07,191 - [남자] 예, 예 - 역시 1031 00:42:07,274 --> 00:42:09,985 이 안에 그, 코폴라 '대부' 분석한 거 있잖아 1032 00:42:10,486 --> 00:42:12,029 요거는 내가 그린 거지 1033 00:42:13,113 --> 00:42:16,951 ''대부'는 '갓파더, 대부'는 형식적으로 엄격하고' 1034 00:42:17,034 --> 00:42:18,244 '교과서적인 영화이다' 1035 00:42:20,162 --> 00:42:21,747 뭐, 뭘 막 아는 것처럼 썼네 1036 00:42:21,830 --> 00:42:23,457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막… [웃는 숨소리] 1037 00:42:24,583 --> 00:42:25,501 아… 1038 00:42:26,085 --> 00:42:28,128 우리가 이게 세미나 한 내용이었죠, 이게? 1039 00:42:28,212 --> 00:42:29,380 - [남자] 예, 예 - [준호] 네 1040 00:42:30,214 --> 00:42:32,550 되게 열심히 했네요, 그래도 이거 1041 00:42:35,302 --> 00:42:36,887 "대부" 1042 00:42:50,442 --> 00:42:51,485 [탁 문 닫히는 소리] 1043 00:43:01,245 --> 00:43:02,329 [남자가 이탈리아어로] 고맙습니다 1044 00:43:03,747 --> 00:43:05,708 [남자의 비명] 1045 00:43:07,751 --> 00:43:10,838 [삐리릭 고속 역방향 재생 소리] 1046 00:43:14,592 --> 00:43:16,594 [길게 늘어지는 소리] 1047 00:43:17,219 --> 00:43:18,887 [준호가 한국어로] 이 서스펜스 1048 00:43:20,180 --> 00:43:23,100 이게 방금 이 감독이 얘기한 그거네요 1049 00:43:23,183 --> 00:43:25,352 인포메이션을 통제하는 거에 대해서 1050 00:43:25,436 --> 00:43:28,480 그 시선은 이제 관객만 보는 인포메이션이라는 거죠 1051 00:43:28,564 --> 00:43:29,648 그거 때문에 서스펜스가… 1052 00:43:29,732 --> 00:43:30,816 [이 감독] 서스펜스가 만들어지고 1053 00:43:30,899 --> 00:43:32,568 - [준호] 예, 형성되고 - [조그셔틀 작동음] 1054 00:43:32,651 --> 00:43:34,486 [길게 늘어지는 소리] 1055 00:43:38,699 --> 00:43:39,908 [연신 툭툭 두드리는 소리] 1056 00:43:41,410 --> 00:43:42,620 [남자의 비명] 1057 00:43:42,703 --> 00:43:45,414 [길게 늘어지는 소리] 1058 00:43:46,790 --> 00:43:48,792 [묵직한 음악] 1059 00:43:50,252 --> 00:43:52,379 코폴라 감독 만날 때 이걸 보여 줬어야 되는 건데 1060 00:43:52,463 --> 00:43:54,089 [흥 웃으며] 말로만 했어, 이거를 1061 00:43:58,677 --> 00:44:01,889 리옹에서 하는 영화제가 있어요 1062 00:44:02,556 --> 00:44:05,059 그러니까 되게 영화사의 어떤 1063 00:44:05,726 --> 00:44:08,145 상징적인 거장이나 이제 이런 분들을 초청해서 1064 00:44:08,228 --> 00:44:11,231 '트리뷰트' 하는… 매년 행사의 중심인데 1065 00:44:11,732 --> 00:44:13,484 주인공이 코폴라 감독님이었거든요 1066 00:44:13,567 --> 00:44:15,235 [사람들의 박수] 1067 00:44:15,319 --> 00:44:18,030 공로상, 무슨 상패 같은 걸 드리는 게 있는데 1068 00:44:18,113 --> 00:44:19,448 그거를 저보고 하라고 1069 00:44:20,866 --> 00:44:22,201 스테이지에 올라갔으니 그 얘기를 했죠 1070 00:44:22,868 --> 00:44:24,536 대학 학생 시절에 1071 00:44:24,620 --> 00:44:27,790 뭐, 나도 당신의 영화를 공부했었다 1072 00:44:28,457 --> 00:44:30,959 '대부'에서 어떤 신을 이렇게 분석했었고 1073 00:44:31,043 --> 00:44:32,670 뭐,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1074 00:44:32,753 --> 00:44:33,712 그러니까… 1075 00:44:34,213 --> 00:44:36,256 왜 카메라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1076 00:44:37,007 --> 00:44:38,717 왜 거기서 숏이 바뀌는지 1077 00:44:38,801 --> 00:44:41,595 [준호] 왜 이 장면 뒤에 이 장면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1078 00:44:41,679 --> 00:44:43,722 [여자가 불어로 통역한다] 1079 00:44:43,806 --> 00:44:46,392 왜 이때 배우는 저쪽을 보는 것인지 1080 00:44:46,475 --> 00:44:48,811 [여자가 불어로 통역한다] 1081 00:44:48,894 --> 00:44:52,564 그 모든 질문들을 하면서 스스로 한 장면, 한 장면을 1082 00:44:52,648 --> 00:44:54,900 '대부'의 그 장면을 그려 나갔었습니다 1083 00:44:55,401 --> 00:44:57,695 [여자가 불어로 통역한다] 1084 00:44:57,778 --> 00:45:00,030 여전히 너무나 떨리는 마음입니다 1085 00:45:01,532 --> 00:45:02,908 실제로 뵙고 1086 00:45:03,409 --> 00:45:06,286 같은 무대에서 이제 그런 얘기 할 수 있었으니까 되게 1087 00:45:06,912 --> 00:45:08,747 감회가 새로웠죠, 예 1088 00:45:08,831 --> 00:45:11,834 되게 느낌이 신기하더라고요 초현실적이고, 예 1089 00:45:12,501 --> 00:45:14,753 그 이후로는 지금도 영화를 보면 1090 00:45:15,254 --> 00:45:18,507 이게 컷 단위로 숏 단위로 보이고 1091 00:45:18,590 --> 00:45:21,218 그 숏에서 조명이 어디서 들어오고 1092 00:45:21,301 --> 00:45:22,845 미장센이 어떻고 1093 00:45:22,928 --> 00:45:25,764 이런 걸 다 보면서 보게 되거든요 1094 00:45:25,848 --> 00:45:28,225 사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1095 00:45:28,308 --> 00:45:30,269 나중에는 안 좋았던 게 1096 00:45:30,352 --> 00:45:31,937 '내가 이 언어를 공부하면서' 1097 00:45:32,020 --> 00:45:34,857 '영화 장면을 볼 때마다 저렇게 분석해야 돼?' 1098 00:45:34,940 --> 00:45:36,734 - [차분한 음악] - '싫어, 너무 재미없어' 1099 00:45:36,817 --> 00:45:38,026 그렇게 된 거야 1100 00:45:38,527 --> 00:45:42,114 '아, 저렇게 일일이 다 분석하고 막 하면서' 1101 00:45:42,197 --> 00:45:43,991 '내가 영화를 볼 거는 아니다' 1102 00:45:44,074 --> 00:45:48,162 영화가 주는 힘이 그거지 알게 모르게 잠식되는 거 1103 00:45:48,245 --> 00:45:51,665 같이 영화를 볼 때 좋았던 건 1104 00:45:51,749 --> 00:45:55,794 '나처럼 이런 영화들을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구나' 1105 00:45:55,878 --> 00:45:58,255 '노란문'이 그런 거였던 거지 모여서 얘기하면서 1106 00:45:58,338 --> 00:46:01,383 이제 서로가 몰랐던 거 알게 되고, 응 1107 00:46:01,467 --> 00:46:03,385 어, 지금 기억나는 게 1108 00:46:03,969 --> 00:46:07,181 그, 촛불을 하나 이렇게 딱 켜 갖고 1109 00:46:07,264 --> 00:46:09,850 영화배우가 꺼뜨리지 않으려고 이렇게 1110 00:46:10,350 --> 00:46:13,228 가리면서 저쪽으로 걸어가요 1111 00:46:13,812 --> 00:46:15,731 [조심스러운 숨소리] 1112 00:46:20,027 --> 00:46:21,737 [찰박거리는 물소리] 1113 00:46:26,366 --> 00:46:28,368 [연신 조심스러운 숨소리] 1114 00:46:31,663 --> 00:46:33,499 [윤아] 지금은 사실 지겨워서 못 볼 거 같은 1115 00:46:33,582 --> 00:46:35,083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였고 1116 00:46:35,584 --> 00:46:37,878 그게 왜 그렇게 꽂혔는지 모르겠어요 1117 00:46:38,670 --> 00:46:41,548 그걸 보면서 '아, 영화가 예술이구나' 1118 00:46:41,632 --> 00:46:43,175 '내가 생을 걸어도 되겠구나' 1119 00:46:43,258 --> 00:46:45,010 [힘주는 숨소리] 1120 00:46:49,515 --> 00:46:50,641 [조심스러운 숨소리] 1121 00:46:50,724 --> 00:46:53,727 [대엽] 그 신이 한 5분 이상 막 되는 거 같아요 1122 00:46:54,812 --> 00:46:58,023 '이야, 이게 무슨 영화의 세계가 뭐 이따위냐?' 1123 00:46:58,106 --> 00:47:00,400 그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1124 00:47:00,484 --> 00:47:02,402 [비장한 음악] 1125 00:47:03,153 --> 00:47:04,655 [민향] 준호가… 1126 00:47:05,322 --> 00:47:08,408 마틴 스코세이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1127 00:47:10,410 --> 00:47:12,704 [준호] 그러니까 원제 '레이징 불'인데 1128 00:47:12,788 --> 00:47:14,873 근데 비디오 출시사에서 이상하게 1129 00:47:15,374 --> 00:47:17,125 '분노의 주먹'이라고 해 가지고 1130 00:47:18,544 --> 00:47:21,380 한글 자막에 문제가 많았었어요 그 비디오테이프에, 되게 1131 00:47:21,463 --> 00:47:23,131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32 00:47:23,215 --> 00:47:25,843 그 권투 시퀀스나 이런 데는 뭐, 정말… 1133 00:47:26,677 --> 00:47:29,263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뭐, 완전히 다들 1134 00:47:29,346 --> 00:47:30,973 우리가 보면서 맛이 갔던 그런 기억이 있고 1135 00:47:31,056 --> 00:47:32,766 이 감독도 그때 그… 1136 00:47:32,850 --> 00:47:35,310 편집이나 카메라 워크에 대해서 얘기 많이 했었잖아요 1137 00:47:35,394 --> 00:47:38,355 [이 감독] 저도 이제 영화 공부 하는 초창기였으니까 1138 00:47:38,438 --> 00:47:41,608 좀 컷이 막 복잡하게 이렇게 진행이 되고 1139 00:47:41,692 --> 00:47:43,026 복잡한 카메라 워크가 있고 1140 00:47:43,110 --> 00:47:45,529 이런 장면들만 좋은 장면인 줄 알았어요 1141 00:47:47,155 --> 00:47:50,534 근데 그 장면 굉장히 단순하잖아요 1142 00:47:50,617 --> 00:47:51,493 [준호, 이 감독의 웃음] 1143 00:47:51,577 --> 00:47:52,411 [영어] 내 와이프랑 잤지? 1144 00:47:52,494 --> 00:47:55,080 - '유 삐 마이 와이프' - [이 감독이 웃으며] 'F' 1145 00:47:55,163 --> 00:47:56,915 - [영어] 내 와이프랑 잤지? - 뭐라고? 1146 00:47:56,999 --> 00:47:58,333 내 와이프랑 잤지? 1147 00:47:59,710 --> 00:48:01,253 [준호가 한국어로] 단순하면서 서늘하면서 1148 00:48:01,336 --> 00:48:02,421 - [이 감독] 그렇죠, 네 - [준호] 웃기면서 1149 00:48:02,504 --> 00:48:04,298 그 신이 끝나고 나면 되게 슬프죠 1150 00:48:04,381 --> 00:48:05,674 [영어] 어떻게 나한테 그래? 난 친동생이야 1151 00:48:06,216 --> 00:48:08,093 그런데 그런 말을 해? 1152 00:48:08,176 --> 00:48:10,137 [한국어] 조 페시 얼굴 뜩 나오고 1153 00:48:10,220 --> 00:48:12,097 그냥 이렇게 뜩뜩 찍다가 1154 00:48:12,180 --> 00:48:14,057 딱 한 번 패닝이 있어요, 이렇게 1155 00:48:14,141 --> 00:48:16,226 계단 쓱 올라갈 때, 드 니로가 1156 00:48:16,727 --> 00:48:19,021 되게 무섭죠, 그때 그리고 올라가면서 이제 1157 00:48:19,605 --> 00:48:23,567 어마무시한, 막 무지막지한 폭력이 막 펼쳐지잖아요 1158 00:48:24,985 --> 00:48:26,194 - 무시무시하지 - [이 감독] 그때 또 1159 00:48:26,278 --> 00:48:27,988 얘기하셨던 것 중에 기억나는 게 1160 00:48:28,780 --> 00:48:30,115 고장 난 TV로 시작하잖아요, 그 장면이 1161 00:48:30,198 --> 00:48:32,159 [준호] 그렇죠, 그걸 고치고 있죠 드 니로가, 예 1162 00:48:32,659 --> 00:48:33,911 [이 감독] 그게 그… 1163 00:48:33,994 --> 00:48:36,788 '이 장면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 준다'라고 얘기를 했을 때 1164 00:48:36,872 --> 00:48:39,666 '아, 이런 부분이 있구나' 하고 그걸 느꼈던 기억이 나요 1165 00:48:39,750 --> 00:48:41,501 - 그런 말 했었어요, 우리가? 아… - [이 감독] 네, 그거를 1166 00:48:41,585 --> 00:48:42,920 [이 감독이 웃으며] 감독님이… 1167 00:48:43,003 --> 00:48:44,463 -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- [이 감독의 웃음] 1168 00:48:44,546 --> 00:48:46,173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, 뭐 1169 00:48:50,469 --> 00:48:52,888 [종태] 그, 애니메이션 '나무를 심은 사람'이라는 1170 00:48:52,971 --> 00:48:54,514 그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1171 00:48:55,724 --> 00:48:57,142 내가 하도 이렇게 1172 00:48:57,893 --> 00:49:00,562 어? 무기력하게 이렇게 있으니까 1173 00:49:00,646 --> 00:49:02,564 - [잔잔한 음악] - 이제 훈아가 1174 00:49:03,273 --> 00:49:05,692 '형, 그, 힘들 때' 1175 00:49:05,776 --> 00:49:07,402 '절망스러울 때' 1176 00:49:08,528 --> 00:49:10,072 '이런 영화를 좀 봐라' 1177 00:49:11,114 --> 00:49:12,783 '참 도움이 될 거다' 1178 00:49:13,492 --> 00:49:14,826 참 좋더라고 1179 00:49:17,329 --> 00:49:18,163 아, 제가 1180 00:49:18,789 --> 00:49:20,499 주제넘은 말을 많이 했네요 1181 00:49:20,582 --> 00:49:23,710 아니, 저는 오히려 종태 형이 저한테 보라고 한 거 같은데? 1182 00:49:27,005 --> 00:49:30,425 너무 좋은 영화를 저한테 소개를 해 줬구나 1183 00:49:30,509 --> 00:49:32,886 그래서 그 영화는 사실 참 좋아해요 1184 00:49:32,970 --> 00:49:35,097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봤고 1185 00:49:36,056 --> 00:49:37,849 - 베스트야, 베스트, 저한테는, 네 - [이 감독] 아… 1186 00:49:37,933 --> 00:49:39,059 아, 이건 지금 제가 노… 1187 00:49:39,142 --> 00:49:41,186 - 노안이 와서 우는 거지, 그냥 - [이 감독의 웃음] 1188 00:49:41,269 --> 00:49:42,104 네 1189 00:49:42,187 --> 00:49:43,855 [이 감독이 웃으며] 기억이 다 엇갈리네요, 두 사람이? 1190 00:49:43,939 --> 00:49:45,607 네, 이거 완전 '라쇼몽'이네요 1191 00:49:47,109 --> 00:49:49,111 - [경쾌한 음악] - [차르륵 영사기 소리] 1192 00:49:51,613 --> 00:49:52,656 [동훈] 노란 문이 보이네요 노란 문 1193 00:49:52,739 --> 00:49:53,782 [준호] 저, 저 노란색 문이다 1194 00:49:53,865 --> 00:49:55,117 [동훈] 그러네, 진짜 1195 00:49:56,284 --> 00:49:58,286 - [준호] 이거 디렉팅을 하고 있네 - [동훈] 뭔가 하고 있네 1196 00:49:58,787 --> 00:50:00,706 [준호] 뻣뻣한 액팅을 막 반복하고 있는데 1197 00:50:02,708 --> 00:50:04,459 - 이게 8mm 필름, 이게 - [동훈] 와 1198 00:50:05,210 --> 00:50:06,753 [준호] 내 집에 있는 오동나무 박스에 1199 00:50:06,837 --> 00:50:08,714 - 이게 30년간 있었어, 그대로 - [동훈이 호응한다] 1200 00:50:08,797 --> 00:50:10,382 이렇게 보면 다 보이지 1201 00:50:11,758 --> 00:50:13,927 저 때는 진짜 카메라를 손에 만지기가 너무 어려웠어 1202 00:50:14,011 --> 00:50:15,137 [동훈] 그렇죠, 예 1203 00:50:15,220 --> 00:50:16,555 [준호] 특히 동영상은 1204 00:50:17,139 --> 00:50:19,182 - 필름이 너무 비싸고 - [동훈] 그렇죠, 응 1205 00:50:19,266 --> 00:50:20,767 - [준호] 달달달달 떨면서 찍었지 - [동훈] 응 1206 00:50:20,851 --> 00:50:22,936 [준호] 1초에 24프레임 돌아가는 거 자체가 1207 00:50:23,020 --> 00:50:25,022 되게 공포스러웠었으니까 1208 00:50:28,608 --> 00:50:30,610 [웅장한 음악] 1209 00:50:34,489 --> 00:50:35,323 [준호] 그게 내가 1210 00:50:36,992 --> 00:50:41,163 92년일 거야, 아마 그 돈을 모으느라고, 응 1211 00:50:45,542 --> 00:50:48,253 [동훈]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진짜 1212 00:50:48,754 --> 00:50:52,507 한 달에 한 30만 원인가? 그거 월급 받아 가지고 1213 00:50:54,009 --> 00:50:55,761 [세범] '형, 이걸 가지고 좀…' 1214 00:50:55,844 --> 00:50:57,846 '제대로 된 카메라를 살 수 있을까요?' 해서 1215 00:50:58,430 --> 00:51:01,767 당시 뭐, 아무래도 이제 세운상가, 청계천 가면은 1216 00:51:01,850 --> 00:51:03,602 많은 전자 제품이 있으니까 1217 00:51:04,102 --> 00:51:05,812 [준호] 그 당시로써는 되게 고가의 장비였어요 1218 00:51:05,896 --> 00:51:08,106 '히타치 8200' 그게 슈퍼 VHS였어 1219 00:51:09,024 --> 00:51:10,358 그걸 사 갖고 1220 00:51:10,442 --> 00:51:12,444 다음 날 아예 그걸 내가 '노란문'에 들고 와 가지고 1221 00:51:13,612 --> 00:51:16,406 세미나를 하면서 계속 이렇게 안고 있었다고, 이렇게 1222 00:51:16,907 --> 00:51:18,575 이게 덩치가 큰데, 카메라가 1223 00:51:19,076 --> 00:51:19,910 [쩝 입소리] 1224 00:51:19,993 --> 00:51:22,537 괜히 이제 그거 안은 상태에서 이렇게 책 넘기고 1225 00:51:22,621 --> 00:51:25,040 이렇게 막 쓰다듬으면서 1226 00:51:25,749 --> 00:51:27,542 [종태] 그, 뭐라고 하나 그 긴장감? 1227 00:51:28,168 --> 00:51:31,505 첫 장비잖아 첫 장비에 대한 어떤 그 긴장감 1228 00:51:32,547 --> 00:51:34,549 [고조되는 웅장한 음악] 1229 00:51:41,890 --> 00:51:43,892 [경쾌한 왈츠] 1230 00:51:49,564 --> 00:51:50,899 [준호] 저는 결혼식 비디오 등등 1231 00:51:50,982 --> 00:51:53,610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그걸로 했어요, '8200'으로 1232 00:51:54,486 --> 00:51:56,947 이런저런 일감을 따 와서 아르바이트를 1233 00:51:57,030 --> 00:51:59,991 회갑 잔치, 돌잔치, 결혼식 비디오 이런 거 많이 찍고 1234 00:52:10,001 --> 00:52:11,670 [흥미로운 음악] 1235 00:52:11,753 --> 00:52:13,380 - [준호가 놀라며] 여기 다 있다 - [동훈] 이거, 이거 1236 00:52:13,463 --> 00:52:15,340 [병훈] 이야, 이 사진 잘 나왔다, 좋다 1237 00:52:16,174 --> 00:52:18,593 [준호] 병훈이 형이랑 석우랑 딱 붙어 있다, 저기 1238 00:52:19,970 --> 00:52:21,471 [석우] 병훈이 형이 나 때문에 영화를 1239 00:52:21,555 --> 00:52:23,014 - 그만뒀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- [몇몇이 웃는다] 1240 00:52:24,182 --> 00:52:26,059 [준호] 석우가 형한테 좀 미안하대요 1241 00:52:26,143 --> 00:52:27,435 왜, 왜 미안해? 1242 00:52:27,519 --> 00:52:30,021 단편 영화 찍을 때 너무 막 소리 지르고 그래서 1243 00:52:30,105 --> 00:52:31,898 - 미안하다고, 막 - [몇몇이 웃는다] 1244 00:52:31,982 --> 00:52:33,400 [밝은 음악] 1245 00:52:33,483 --> 00:52:35,026 [동훈] 준호 형은 여기 뒤에 숨어 있고 1246 00:52:35,110 --> 00:52:37,487 - [병훈의 웃음] - [은심] 뭐야, 저… [웃음] 1247 00:52:39,072 --> 00:52:40,991 [이 감독] 근데 이게 언제 찍은 건지 모르겠어요 1248 00:52:41,074 --> 00:52:42,284 [종태] 그거 잘 모르겠어 1249 00:52:42,367 --> 00:52:44,703 이날 뭐, 어떻게 왜 찍게 됐지? 1250 00:52:44,786 --> 00:52:47,205 [웃으며] 그냥 우발적으로 찍은 거 아니야? 1251 00:52:47,289 --> 00:52:50,292 [이 감독] 근데 그러기에는 너무 다 좀 차려입었는데? 1252 00:52:50,375 --> 00:52:51,293 [웃음소리] 1253 00:52:51,376 --> 00:52:53,545 - [은심] 이야, 훈아야 - [몇몇이 웃는다] 1254 00:52:54,296 --> 00:52:56,047 - [훈아] 맞아요, 같은 날 - [은심] 그러네, 그러네 1255 00:52:56,840 --> 00:52:58,925 [종태] 지금 뭐 절하는 자세 아닌가, 이게? 1256 00:52:59,009 --> 00:53:00,844 - [은심] 고사 지내는 거 같은데? - [종태] 그러니까 1257 00:53:00,927 --> 00:53:04,014 [준호] '히타치 8200'의 앞머리가 쪼끔 보이네, 저기 1258 00:53:04,097 --> 00:53:04,973 [세범의 웃음] 1259 00:53:06,183 --> 00:53:08,018 - [석우] 개소식이네 - [저마다 호응한다] 1260 00:53:08,101 --> 00:53:09,603 [준호] 여기 쓰여 있잖아요 '개소식' 1261 00:53:11,313 --> 00:53:13,565 - [이 감독] 그런 거 같아요 - 아, 나 저거 돼지머리 기억난다 1262 00:53:13,648 --> 00:53:15,025 [은심] 음 1263 00:53:15,525 --> 00:53:18,028 - 돼지머리를 살 돈이 없어서 - [훈아의 웃음] 1264 00:53:18,111 --> 00:53:20,238 - 이제 종이에 저거 내가 그렸네 - [동훈이 호응한다] 1265 00:53:20,322 --> 00:53:23,033 - [준호] 그림체가 내 그림인데 - 그래, 준호가 그렸다, 저거 1266 00:53:23,116 --> 00:53:26,119 아까 개소식 식순 내가 쓴 거야 저거, 대자보 글씨 1267 00:53:26,203 --> 00:53:28,205 - [이 감독] 진짜요? - [준호] 석우 글씨구나? 1268 00:53:28,288 --> 00:53:31,041 - [석우] 어어, 내 글씨야 - 저건 내 글씨가 아니야 1269 00:53:31,124 --> 00:53:33,543 저기 쓰여 있다, '고릴라', 뭐… 1270 00:53:33,627 --> 00:53:34,836 [석우] '투', 그래 '고릴라2', 이거 1271 00:53:34,920 --> 00:53:35,754 [종태] '고릴라2' 1272 00:53:35,837 --> 00:53:37,172 - 이게 '고릴라2'야? - [사람들] 응 1273 00:53:37,255 --> 00:53:38,798 그 '2'가 '룩킹 포 파라다이스'인 거죠? 1274 00:53:38,882 --> 00:53:40,091 [종태] 어, '룩킹 포 파라다이스' 1275 00:53:40,675 --> 00:53:42,469 무슨 시리즈라도 되는 양 1276 00:53:42,552 --> 00:53:44,930 저렇게 '고릴라2'라고 또 해 놨네, 민망하게 1277 00:53:48,516 --> 00:53:52,187 [남자] 최종태 감독이 만든 그리고 몇몇 영화에 열정 있는 1278 00:53:52,270 --> 00:53:53,688 뭐,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1279 00:53:54,773 --> 00:53:57,067 연말쯤에 뭔 상영회를 한다 그래 가지고… 1280 00:53:59,653 --> 00:54:01,905 [준호] 최종태, 우현 그다음에 안내상 1281 00:54:01,988 --> 00:54:05,033 지금은 두 분 다 이제 너무 바쁜 배우가 되셨는데 1282 00:54:05,909 --> 00:54:07,494 그 세 분이 삼총사셨고 1283 00:54:08,370 --> 00:54:11,248 그래서 우현, 안내상 선배가 자주 왔었어요, '노란문'에 1284 00:54:12,040 --> 00:54:13,875 같이 술자리도 많이 했었고 1285 00:54:14,793 --> 00:54:15,627 [현] 응 1286 00:54:16,670 --> 00:54:17,671 뭐, 상영회? 1287 00:54:17,754 --> 00:54:20,465 상영회면 좀 거창하게 할 줄 알았어요, 거창하게 좀 1288 00:54:20,548 --> 00:54:22,676 근데 조그만 룸에서 1289 00:54:22,759 --> 00:54:25,637 조그만 사무실에서 이렇게 했던 1290 00:54:25,720 --> 00:54:27,305 그걸 보러 갔던 기억이 나요 1291 00:54:27,389 --> 00:54:29,641 좀 지루했어, 이게 아유, 좀, 아, 따분하고 1292 00:54:29,724 --> 00:54:32,060 '그렇지, 뭐, 너희들이 하는 게' 이렇게 거의 이제 1293 00:54:32,852 --> 00:54:34,896 거의 흥미 자체를 안 갖고 있다가 1294 00:54:34,980 --> 00:54:36,982 [묵직한 음악] 1295 00:54:38,441 --> 00:54:39,276 "각본 준호" 1296 00:54:39,359 --> 00:54:41,111 봉준호 작품을 딱 트는데 1297 00:54:41,194 --> 00:54:42,320 이건 초반부터가 막… 1298 00:54:42,904 --> 00:54:45,323 '뭐야, 이거?'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보게 되는… 1299 00:54:45,407 --> 00:54:46,366 "감독 봉" 1300 00:54:46,449 --> 00:54:48,994 [현] 진짜야, 아, 진짜 보고 싶어요, 진짜 다시 1301 00:54:50,370 --> 00:54:51,830 "동훈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합니다" 1302 00:54:51,913 --> 00:54:53,873 [준호] 너는 애니메이션 때 네가 뭘 한 거지? 1303 00:54:54,624 --> 00:54:55,667 어떤, '고릴라' 때? 1304 00:54:56,251 --> 00:54:58,295 네가 인형을 컨트롤한 건가? 1305 00:54:58,378 --> 00:54:59,337 [동훈] 섞어서 했던 것 같아 1306 00:54:59,421 --> 00:55:00,297 네가 카메라 쪽에 있고 1307 00:55:00,380 --> 00:55:01,798 - 내가 인형 쪽에 있었나? - [동훈] 아니야 1308 00:55:01,881 --> 00:55:03,633 - [준호] 이리 갔다 저리 갔다? - 체력이 되게 떨어지는 사람이 1309 00:55:03,717 --> 00:55:06,303 [웃으며] 일단 카메라를 누르고 있었고 1310 00:55:06,386 --> 00:55:08,346 - 체력이 좀 괜찮은 사람이 - [준호] 네가 체력이 좋았지? 1311 00:55:08,430 --> 00:55:10,140 인형을 계속 움직였죠 그리고 이제 뭐 1312 00:55:10,223 --> 00:55:11,599 이렇게 높은 데 매달고 이런 것들 있잖아 1313 00:55:11,683 --> 00:55:12,934 - 사다리 갖고 올라가고 이런 거 - [준호] 맞아 1314 00:55:13,018 --> 00:55:14,769 - 위험한 걸 네가 하고 - 그런 것들을 주로 제가 하고 1315 00:55:14,853 --> 00:55:15,687 [함께 웃는다] 1316 00:55:15,770 --> 00:55:17,480 - 파이프에 매달고 막… - [동훈] 예 1317 00:55:17,564 --> 00:55:20,317 되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1318 00:55:20,400 --> 00:55:21,985 - 처음에는? - [동훈] 응, 처음에는 1319 00:55:22,068 --> 00:55:24,863 근데 저희가 이제 이틀 정도 1320 00:55:24,946 --> 00:55:26,740 대림 아파트 지하실 1321 00:55:26,823 --> 00:55:29,492 '플란다스의 개'에서 나오는 그 파이프 관 있는 거기에서 1322 00:55:29,576 --> 00:55:31,202 이틀 정도 찍었는데 1323 00:55:31,286 --> 00:55:33,371 [준호] 거기서 이제 고릴라 인형을 1324 00:55:33,455 --> 00:55:35,457 조금씩 움직이면서 찍었는데 너무 힘들었지 1325 00:55:35,540 --> 00:55:36,499 [감성적인 음악] 1326 00:55:36,583 --> 00:55:40,712 "하늘이 보고 싶어… 그리고" 1327 00:55:41,671 --> 00:55:47,344 "푸른 숲도 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" 1328 00:55:47,427 --> 00:55:49,554 [준호]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능이 많았었어요 1329 00:55:49,637 --> 00:55:50,972 '히타치 8200' 그게 1330 00:55:51,056 --> 00:55:53,266 그걸로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뭐… 1331 00:55:53,767 --> 00:55:56,102 거기 또 자막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어요, 카메라에 1332 00:55:56,770 --> 00:55:58,646 한글 자막은 아니고 영어로 1333 00:55:58,730 --> 00:56:00,732 서브타이틀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1334 00:56:01,399 --> 00:56:04,277 무성 영화 형식을 취하고 밑에 영어 자막을 넣는 형식으로 1335 00:56:04,361 --> 00:56:06,279 어쩔 수 없이 했었던 거 같고 그래서… 1336 00:56:06,363 --> 00:56:08,573 "그리고 나는 매일 바나나를 먹고 싶어" 1337 00:56:14,496 --> 00:56:16,331 [이 감독] 고릴라 그 주인공 고릴라가 1338 00:56:16,831 --> 00:56:19,626 - 돌 위에 올라가서 똥을 싸잖아요 - [영화 속 힘주는 소리] 1339 00:56:20,460 --> 00:56:22,128 - [준호] 아, 돌! 예, 돌 있었다 - [이 감독] 그렇죠? 예 1340 00:56:22,212 --> 00:56:24,130 - 돌 위에 올라가서 똥을 싸면은 - [영화 속 힘주는 소리] 1341 00:56:24,214 --> 00:56:25,215 "음, 음… 오, 똥…" 1342 00:56:25,298 --> 00:56:27,384 [동훈] 그 목소리가 봉준호 감독이거든요 1343 00:56:27,467 --> 00:56:28,968 - 그 응가하는 목소리 - [차분한 음악] 1344 00:56:29,052 --> 00:56:30,095 [힘주는 소리] 1345 00:56:37,143 --> 00:56:38,728 [이 감독] 그 똥이 똥벌레가 돼 가지고 1346 00:56:38,812 --> 00:56:40,355 - 고릴라를 공격을 하잖아 - [준호의 웃음] 1347 00:56:40,438 --> 00:56:42,148 [이 감독의 웃음] 1348 00:56:42,232 --> 00:56:43,358 그러면서 이제 그… 1349 00:56:43,441 --> 00:56:44,859 [준호] 말로만 설명해도 창피해, 지금 1350 00:56:44,943 --> 00:56:46,277 - [이 감독의 웃음] - 진짜, 아휴 1351 00:56:51,491 --> 00:56:54,077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제 일종의 그것도 몬스터 영화네 1352 00:56:54,160 --> 00:56:55,954 크리처가 나온 거였고 그… 1353 00:56:56,037 --> 00:56:57,664 그 벌레 몬스터를 1354 00:56:58,998 --> 00:57:01,251 흰색 찰흙 같은 걸로 만들었어요 1355 00:57:01,793 --> 00:57:03,378 황토색 찰흙으로 만들면 1356 00:57:03,461 --> 00:57:05,171 너무 비위가 상할 거 같아서 1357 00:57:05,255 --> 00:57:06,256 더 너무 징그럽고 1358 00:57:06,381 --> 00:57:07,590 "맙소사, 똥벌레다!" 1359 00:57:07,674 --> 00:57:09,634 그렇게 해서 걔네들이 고릴라 주인공을 공격하고 싸우고 1360 00:57:14,305 --> 00:57:16,975 그래서 이제 그런 애들이 없는 곳으로 가는 스토리였죠 1361 00:57:17,058 --> 00:57:18,685 "내 생선 건드리지 마!" 1362 00:57:18,768 --> 00:57:20,770 [잔잔한 음악] 1363 00:57:21,688 --> 00:57:25,150 그 약간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에 있는 그 고릴라가 1364 00:57:25,233 --> 00:57:27,694 이제 그곳을 탈출하여 어디 이제 1365 00:57:28,445 --> 00:57:31,573 낙원 같은, 그래서 제목도 유치찬란하게 1366 00:57:31,656 --> 00:57:32,949 '룩킹 포 파라다이스'인데… 1367 00:57:33,032 --> 00:57:35,243 [서정적인 음악] 1368 00:57:35,326 --> 00:57:38,204 [민향] 벌판에 파란 나무가 서 있고 1369 00:57:38,288 --> 00:57:41,708 그 나무에 열려 있는 싱싱한 바나나 열매를 1370 00:57:41,791 --> 00:57:43,918 따서 먹는 꿈을 꾸기 시작한 거예요 1371 00:57:45,044 --> 00:57:47,422 [웃으며] 원래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 되는 고릴라가 1372 00:57:47,505 --> 00:57:52,635 지하실의 위에 막 드러나 있는 회색 쇠로 된 파이프를 1373 00:57:52,719 --> 00:57:55,805 막 타고 올라가서 탈출을 꿈꿨는데… 1374 00:57:59,184 --> 00:58:01,227 [세범] 야, 이 고릴라가 막 움직이면서 뭔가 1375 00:58:01,311 --> 00:58:03,897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뭔가 이렇게 1376 00:58:03,980 --> 00:58:04,814 노력을 하는 부분이 보이면서 1377 00:58:04,898 --> 00:58:05,732 "저거다, 까만 상자!" 1378 00:58:05,815 --> 00:58:07,525 '야, 이상하게 이렇게 요런' 1379 00:58:07,609 --> 00:58:10,862 '아주 단순한 줄거리와 스토리를 가지고' 1380 00:58:10,945 --> 00:58:12,739 '이게 연결돼 가지고 이렇게' 1381 00:58:12,822 --> 00:58:15,074 '어떤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하니까' 1382 00:58:15,158 --> 00:58:18,495 '뭔가 멋진 모습이 나오는구나' 이런 것을 느꼈고 1383 00:58:29,339 --> 00:58:31,799 - [흥미로운 음악] - [대엽] 글쎄, 그, 제작에 직접 1384 00:58:31,883 --> 00:58:33,426 참여를 안 해서 그런지 1385 00:58:33,510 --> 00:58:35,386 그렇게 찍는 그 작업이 1386 00:58:35,470 --> 00:58:38,556 그렇게 힘들거나 이런 거에 대한 상식이 저는 별로 없었어요 1387 00:58:38,640 --> 00:58:42,227 '아, 이거 별로인데?'라고 얘기하기가, 어? 1388 00:58:42,310 --> 00:58:45,813 영화를 공부했다는 친구들의 평들이 다 좋은데 1389 00:58:46,439 --> 00:58:48,691 뭐라고 제가 평하기가 뭐해서 1390 00:58:48,775 --> 00:58:50,610 '음, 잘 찍었네' 1391 00:58:50,693 --> 00:58:55,281 아마 요런 정도의 평으로 넘어갔었던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1392 00:58:55,365 --> 00:58:57,116 '제가 건방졌다'라는 1393 00:58:58,576 --> 00:58:59,536 전제하에 1394 00:59:00,495 --> 00:59:02,205 별로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1395 00:59:02,288 --> 00:59:04,290 - [흥미로운 음악] - 뭐, 그… 1396 00:59:04,374 --> 00:59:06,417 스톱 모션이라 그러지 않습니까? 1397 00:59:06,501 --> 00:59:07,961 릴리즈 촬영이라고도 하는데 1398 00:59:08,586 --> 00:59:10,046 그런 기능을 갖고 있는 1399 00:59:11,047 --> 00:59:12,507 그, 카메라면 1400 00:59:12,590 --> 00:59:15,301 '뭐, 다 찍을 수 있지' 하고 넘어갔던 것 같은데 1401 00:59:15,385 --> 00:59:16,886 되게 창피했었어요, 그… 1402 00:59:16,970 --> 00:59:18,930 송년회 때 틀면서 1403 00:59:19,472 --> 00:59:21,975 제가 완전 귀밑에까지 새빨개져 갖고, 얼굴이 1404 00:59:22,559 --> 00:59:25,144 그, 내러티브 있는 뭘 만들어 본 것도 1405 00:59:25,228 --> 00:59:26,354 최초였던 거 같고 1406 00:59:26,437 --> 00:59:27,981 - 그거를 - [잔잔한 음악] 1407 00:59:28,064 --> 00:59:31,067 나름 한 15명, 20명 정도 있었던 거 아니에요? 1408 00:59:31,150 --> 00:59:33,486 나름 관객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1409 00:59:33,570 --> 00:59:36,114 그냥 송년회였고 다들 이제 1410 00:59:36,197 --> 00:59:39,075 [웃으며] '빨리 이거 다 보고 끝나고 빨리 술 마시자' 1411 00:59:39,158 --> 00:59:40,618 뭐, 이런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1412 00:59:40,702 --> 00:59:43,079 괜히 저 혼자 막 너무 긴장이 돼 가지고 1413 00:59:43,580 --> 00:59:46,457 귀밑에까지 새빨개졌던 기억이 나요, 응 1414 00:59:47,750 --> 00:59:49,627 그때 내가 실사 영화 쪽으로 1415 00:59:49,711 --> 00:59:52,505 실사, 애니메이션을 포기하고 실사를 하게 된 계기였어 1416 00:59:52,589 --> 00:59:54,048 - 그 애니메이션이 - [동훈] 아 1417 00:59:54,132 --> 00:59:55,008 요만큼씩 움직이면서 1418 00:59:55,091 --> 00:59:57,135 찍고 찍고 하는 인형 애니메이션이니까 1419 00:59:57,218 --> 01:00:00,221 나중에 그 인형에 대한 1420 01:00:00,305 --> 01:00:02,223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 되게 안 좋아지더라고 1421 01:00:02,307 --> 01:00:03,474 [준호, 동훈의 웃음] 1422 01:00:03,558 --> 01:00:05,268 '네가 알아서 한 발자국이라도 좀 움직여 봐라' 1423 01:00:05,351 --> 01:00:06,227 이런 감정이 드니까 1424 01:00:06,311 --> 01:00:08,146 -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실사 영화 - [동훈] 응 1425 01:00:08,229 --> 01:00:09,689 배우가 막 움직여 주잖아 1426 01:00:09,772 --> 01:00:10,857 - [동훈] 그렇죠 - 그러다 보니까 1427 01:00:10,940 --> 01:00:13,318 근데 지금도 어떻게 보면은 [씁 입소리] 1428 01:00:13,401 --> 01:00:15,820 '아, 우리 약간 미쳤지 않았나' 그 당시에 살짝… 1429 01:00:15,903 --> 01:00:17,447 - [준호] 그거를 밤새도록 - [동훈] 예 1430 01:00:17,530 --> 01:00:19,115 - 거기서 찍었다는 게 참… - [동훈] 거의 1431 01:00:19,198 --> 01:00:21,326 8시 정도에 가서 세팅을 하고 1432 01:00:21,409 --> 01:00:22,869 추울 때였나, 더울 때였나? 1433 01:00:23,870 --> 01:00:24,746 그거는 기억 안 나요 1434 01:00:24,829 --> 01:00:27,624 그거를 잊을 정도로 되게 몰입했었어요 [웃음] 1435 01:00:27,707 --> 01:00:29,667 - [준호] 아이, 추웠던 거 같아 - 추웠죠, 약간 추웠고 1436 01:00:29,751 --> 01:00:31,461 [준호] 코트 같은 걸 입고 찍었던 거 같아 1437 01:00:31,544 --> 01:00:33,838 [동훈] 그때 이제 어머님께서 1438 01:00:33,921 --> 01:00:36,049 - 어, 엄마가 내려와서… - [동훈] 새벽에 내려오셔 가지고 1439 01:00:36,132 --> 01:00:38,593 '이 인간들이…' 측은한 눈빛으로 싹 바라보면서 1440 01:00:38,676 --> 01:00:40,511 - 아직도 안 끝났냐고 - [동훈이 맞장구친다] 1441 01:00:41,220 --> 01:00:43,014 나름 우리가 그때 1442 01:00:43,097 --> 01:00:45,516 - 나는 군대도 다녀온 상태였고 - [동훈] 맞아요, 응 1443 01:00:46,100 --> 01:00:47,852 장성한 아들이 지하실에서 1444 01:00:47,935 --> 01:00:50,855 고릴라, 고릴라 인형을 붙들고 새벽에 그러고 있으니까 1445 01:00:50,938 --> 01:00:53,149 - [동훈] 그렇죠 - 얼마나 진짜 속이 터지… 1446 01:00:54,067 --> 01:00:56,194 정말 얼마나 답답했을까, 진짜 1447 01:00:57,236 --> 01:01:00,782 [종태] 나는 그때 '고릴라'에서 나는 1448 01:01:00,865 --> 01:01:03,701 지금 봉준호 감독 영화의 1449 01:01:04,410 --> 01:01:06,537 거의 에센스는 거기서 다 나왔다고 봐 1450 01:01:06,621 --> 01:01:07,997 [어두운 음악] 1451 01:01:08,956 --> 01:01:12,585 봉 감독 영화 보면 항상 상당 부분이 지하가 나와요 1452 01:01:13,628 --> 01:01:16,756 [남자1] 어, 그 밑에 지하실로 들어가서 1453 01:01:16,839 --> 01:01:18,383 일 보드라고잉 1454 01:01:24,722 --> 01:01:29,185 관리실 변소는 여그서 한참 머니께 1455 01:01:32,647 --> 01:01:34,565 [남자2가 나지막이] 요 아파트 지을 당시 얘기인디요 1456 01:01:35,441 --> 01:01:37,235 - [보글보글 끓는 소리] - 그릉게 쩌그 88년 1457 01:01:37,318 --> 01:01:39,529 아파트 건축 붐이 한창 있었을 때… 1458 01:01:40,029 --> 01:01:42,240 [남자3] 그러니까 네가 군대 제대하고 1459 01:01:42,323 --> 01:01:44,117 이 동네 공장으로 온 뒤부터 1460 01:01:44,909 --> 01:01:47,370 여기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난 셈이란 말이야 1461 01:01:47,870 --> 01:01:50,581 [남자4]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1462 01:01:51,207 --> 01:01:52,875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1463 01:01:53,376 --> 01:01:54,460 [남자5의 탄성] 1464 01:01:54,961 --> 01:01:56,379 [남자5]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1465 01:01:59,257 --> 01:02:01,384 - 이거 '되겠다' - [내상] 응 1466 01:02:01,884 --> 01:02:03,344 는 이제 알았는데 1467 01:02:03,845 --> 01:02:06,264 - 이렇게까지 될지는 몰랐지 - [흥미로운 음악] 1468 01:02:07,014 --> 01:02:09,517 그래 갖고 자기가, 걔가 아주 1469 01:02:09,600 --> 01:02:11,728 계산이 빠른 애거든 1470 01:02:11,811 --> 01:02:13,521 허튼 데 돈 쓰는 애가 아닌데 1471 01:02:13,604 --> 01:02:17,108 얘는 봉준호 감독이 처음 저기… 1472 01:02:17,650 --> 01:02:20,278 '백색인'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을 때 1473 01:02:20,862 --> 01:02:22,071 자본을 댔죠 1474 01:02:22,155 --> 01:02:24,949 [씁 입소리] 난 그때 한 300만 원 지원해 줬다고 생각을 했는데? 1475 01:02:25,032 --> 01:02:26,451 - 아니야, 아니야 - [내상] 그럼 얼마야? 1476 01:02:26,534 --> 01:02:28,703 아니야, 난 뭐 기억이 거의 없는데 1477 01:02:28,786 --> 01:02:30,204 - [내상] 기억 없어? - 일부 1478 01:02:30,872 --> 01:02:32,165 일부라고 기억했는데 정확하게 1479 01:02:32,248 --> 01:02:34,167 뭐, 기록이 돼 있대, 50만 원 1480 01:02:34,250 --> 01:02:36,002 - [내상] 50만 원 확실하대? - [현] 응, 50만 원 1481 01:02:36,085 --> 01:02:37,587 네가 나한테 얘기하기로 300이라 그랬는데 1482 01:02:37,670 --> 01:02:39,172 - [현] 그래? - 네가 뻥친 거구만 1483 01:02:39,255 --> 01:02:41,299 우현 선배가 있었죠, 송년회 때 1484 01:02:41,799 --> 01:02:44,260 그래서 그 애니메이션을 보셨죠 1485 01:02:44,886 --> 01:02:47,305 그 덕분에 이제 '백색인' 찍을 때 그… 1486 01:02:47,388 --> 01:02:49,474 - [잔잔한 음악] - [웃으며] 부분 투자 비슷하게 1487 01:02:51,517 --> 01:02:52,852 돈을 이렇게 주셨어요 1488 01:02:52,935 --> 01:02:54,020 단편 영화 찍을 때 1489 01:02:56,481 --> 01:02:58,232 [테이프 늘어지는 효과음] 1490 01:02:58,316 --> 01:02:59,525 [현] '우현희'? 1491 01:02:59,609 --> 01:03:00,693 - [밝은 음악] - 봉준호가 내 이름을 1492 01:03:00,777 --> 01:03:01,861 정확히 몰랐네 1493 01:03:01,944 --> 01:03:03,321 - [내상] 아… - [현의 탄식] 1494 01:03:03,404 --> 01:03:04,280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… 1495 01:03:04,363 --> 01:03:05,865 아, 지금은 제대로 알고 있겠구나 1496 01:03:06,449 --> 01:03:08,951 아, 또 이런 말 하는 게 좀 뭐할지 모르겠지만 1497 01:03:09,452 --> 01:03:12,830 내가 지금까지 도움을 주고 나서 이렇게 그… 1498 01:03:12,914 --> 01:03:14,999 후회를 해 본 적이 내 처음이에요 1499 01:03:15,082 --> 01:03:17,168 [쩝 입소리] 그때는 후회를 안 했어 1500 01:03:18,419 --> 01:03:20,171 근데 이제 몇 년 지나서 1501 01:03:20,254 --> 01:03:22,256 [서늘한 음악] 1502 01:03:23,090 --> 01:03:24,175 '살인의 추억'을 찍었잖아요 1503 01:03:25,802 --> 01:03:27,470 딱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1504 01:03:28,179 --> 01:03:30,181 - 가슴이, 와… - [영화 속 울음소리] 1505 01:03:30,264 --> 01:03:32,099 무겁고 먹먹하고 1506 01:03:32,183 --> 01:03:35,311 막, 그 감동이 쫙 오고 할 때 1507 01:03:36,562 --> 01:03:37,396 속으로 1508 01:03:39,106 --> 01:03:39,941 '다 댈걸' 1509 01:03:41,192 --> 01:03:43,194 [경쾌한 음악] 1510 01:03:44,278 --> 01:03:45,446 '제작비 다 댈걸' 1511 01:03:46,239 --> 01:03:50,201 '왜 내가 쫀쫀하게, 쪼잔하게 고것만 댔을까, 어?' 1512 01:03:50,284 --> 01:03:51,702 이런 생각을 했어요, 진짜 1513 01:03:52,870 --> 01:03:54,872 [잔잔한 음악] 1514 01:03:56,123 --> 01:03:57,166 [새가 지저귄다] 1515 01:04:02,463 --> 01:04:04,423 [훈아] 그 맨 마지막에 나무가 나오는데 1516 01:04:04,507 --> 01:04:06,342 한 그루의 나무가 나오는데 1517 01:04:06,425 --> 01:04:08,761 [씁 입소리] 근데 제목도 '룩킹 포 파라다이스' 1518 01:04:09,512 --> 01:04:10,888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1519 01:04:11,931 --> 01:04:15,268 다들 뭔가를 찾고 싶어 하는 게 있었나 보다, 어 1520 01:04:15,351 --> 01:04:16,394 그런 생각이 들어요 1521 01:04:19,856 --> 01:04:22,483 [민향] 결국은 나무에 도달을 딱 한 거예요 1522 01:04:22,567 --> 01:04:24,360 나무 앞에 고릴라가 서 있어요 1523 01:04:24,443 --> 01:04:26,195 고릴라의 뒷모습을 우리가 보고 있어요 1524 01:04:26,279 --> 01:04:29,073 근데 카메라가 서서히 빠지면서 보니까 1525 01:04:31,409 --> 01:04:33,119 [영화 속 잔잔한 음악] 1526 01:04:33,202 --> 01:04:34,745 그 바나나 나무는 1527 01:04:34,829 --> 01:04:38,624 텔레비전 속에 있는 나무였던 거예요 1528 01:04:44,964 --> 01:04:47,633 나중에는 눈물이 핑 돌았을 거예요 1529 01:04:48,342 --> 01:04:51,095 이게 고릴라한테 감정 이입이 되게 1530 01:04:51,178 --> 01:04:53,681 너무 잘 만들었거든요 1531 01:04:54,307 --> 01:04:58,019 "끝" 1532 01:04:58,102 --> 01:05:02,565 그때는 그렇게 학교 주변이나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1533 01:05:03,774 --> 01:05:05,735 - [부드러운 음악] - 뭐, 돈도 벌지 못하고 있었던 1534 01:05:05,818 --> 01:05:06,944 백수 시절인데 1535 01:05:08,154 --> 01:05:11,532 뭘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1536 01:05:11,616 --> 01:05:14,827 뭘 해야 될지도 사실 정확히 알지 못했고 1537 01:05:14,911 --> 01:05:18,456 근데 어디로 가고 싶지 않은지는 확실히 알았고 1538 01:05:21,459 --> 01:05:23,127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1539 01:05:24,670 --> 01:05:26,297 고릴라랑 비슷한 거 같아요 1540 01:05:27,340 --> 01:05:28,174 그랬죠 1541 01:05:29,800 --> 01:05:31,135 [철컥 작동음] 1542 01:05:31,218 --> 01:05:32,887 "룩킹 포 파라다이스" 1543 01:05:32,970 --> 01:05:34,180 [달칵 소리가 울린다] 1544 01:05:37,141 --> 01:05:39,393 [여자] 내일 개관하는 한 극장은 1545 01:05:39,477 --> 01:05:41,395 이런 영상 문화를 생각해 볼 때 1546 01:05:41,479 --> 01:05:44,065 참 장엄한 혁명이라고도 생각이 드는데요 1547 01:05:44,148 --> 01:05:45,858 - 제가 미리 한번 가 봤습니다 - [경쾌한 음악] 1548 01:05:46,484 --> 01:05:48,736 [준호] 그게 95년도쯤에 폭발을 하잖아요 1549 01:05:48,819 --> 01:05:50,321 뭐, '영화 100주년' 할 때 1550 01:05:50,404 --> 01:05:52,156 [은임] 내일 우리나라 최초로 1551 01:05:52,239 --> 01:05:54,742 예술 영화 전용관이 생깁니다 1552 01:05:55,326 --> 01:05:56,369 [영화 속 조심스러운 숨소리] 1553 01:05:57,787 --> 01:05:58,621 [영화 속 힘주는 숨소리] 1554 01:05:58,704 --> 01:06:00,247 [준호] 타르코프스키의 '노스탤지어'가 아마 1555 01:06:00,831 --> 01:06:03,042 [웃으며] 전 세계 박스 오피스 기록 중에 한국이 아마 1556 01:06:03,125 --> 01:06:04,627 러시아 다음으로 높을걸? 1557 01:06:04,710 --> 01:06:07,213 '희생'을 뭐, 6만 명이 보고 1558 01:06:08,255 --> 01:06:10,341 다들 가서 막 그런 걸 보고 막… 1559 01:06:10,424 --> 01:06:11,425 보고 와서 막… 1560 01:06:12,677 --> 01:06:14,804 막 이렇게 머리 아파하면서 그… 1561 01:06:15,972 --> 01:06:17,723 '씨네21', '키노' 뭐, 이런 것들이 1562 01:06:17,807 --> 01:06:19,809 무더기로 창간될 그 시점에 1563 01:06:20,893 --> 01:06:23,354 잡지를 보면서 정성일 선생님 글을 읽고 막 이럴… 1564 01:06:23,437 --> 01:06:25,773 다들 막 난리가 아니었었으니까 1565 01:06:25,856 --> 01:06:29,318 [남자 앵커] 몇 년 전에 미국 영화 '쥬라기 공원' 한 편이 1566 01:06:29,402 --> 01:06:32,321 벌어들인 액수가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 1567 01:06:32,405 --> 01:06:34,031 총액보다 크다는 통계가… 1568 01:06:34,115 --> 01:06:37,785 [여자] 제가 볼 때는 90년대 중후반을 넘기면서 1569 01:06:37,868 --> 01:06:41,288 영화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1570 01:06:41,372 --> 01:06:43,165 갑자기 어떤 사람이 유명해지고 1571 01:06:43,249 --> 01:06:46,335 어떤 잡지의 뭐, 편집장이 되기도 하고 이런 걸 보면서 1572 01:06:46,419 --> 01:06:48,004 국내 영화 산업에 대기업이… 1573 01:06:48,087 --> 01:06:50,965 [형옥] 약간 저희들도 그 모습을 보면서 1574 01:06:51,048 --> 01:06:53,134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요 1575 01:06:54,260 --> 01:06:56,095 [홍준] 70년대, 80년대에 1576 01:06:56,178 --> 01:06:59,515 저희 세대에 영화를 좋아했던 청년들이 모여서 1577 01:06:59,598 --> 01:07:01,058 한탄들을 했던 것 같아요 1578 01:07:01,684 --> 01:07:04,687 '한국에는 왜 영화제가 없을까?' 1579 01:07:04,770 --> 01:07:07,356 '한국에는 왜 영화 학교가 없을까?' 1580 01:07:09,108 --> 01:07:12,194 '한국에는 왜 단편 영화 제작 지원 이런 거 없을까?' 1581 01:07:13,738 --> 01:07:16,574 '저런 영화의 낙원은' 1582 01:07:16,657 --> 01:07:18,325 '이 나라 바깥 어딘가에 있을 거야' 1583 01:07:18,409 --> 01:07:20,286 '거기에 한번 가 봤으면 좋겠어' 1584 01:07:20,369 --> 01:07:22,747 [여자 앵커] 국내 최초로 열리는 국제 영화제인 1585 01:07:22,830 --> 01:07:24,248 부산 국제 영화제가 1586 01:07:24,331 --> 01:07:27,209 9일간의 일정으로 오늘 밤 화려하게 막을 올립니다 1587 01:07:35,509 --> 01:07:36,469 [훈아] 근데 어느 날 1588 01:07:37,511 --> 01:07:41,640 어, 저는 그때 이제 대학원 논문 쓴다고 왔다 갔다 하고 1589 01:07:41,724 --> 01:07:43,726 영화 쪽으로 논문을 쓰기는 했어요 1590 01:07:44,518 --> 01:07:47,021 근데 강남역에서 만났어요, 그래서 1591 01:07:47,104 --> 01:07:48,773 '어? 준호야, 너 여기 웬일이니?' 1592 01:07:48,856 --> 01:07:50,274 이게 맨날 홍대 앞에서만 만나다가 1593 01:07:50,357 --> 01:07:52,693 강남역에서 만나니까 너무 신기한 거예요, 그때 1594 01:07:52,777 --> 01:07:55,446 자기는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려고 한다 1595 01:07:56,155 --> 01:07:56,989 어, 근데 1596 01:07:57,656 --> 01:08:00,534 거기를 하려면은 영어 시험을 봐야 되는데 1597 01:08:00,618 --> 01:08:03,204 이익훈 어학원을 다닌다 그래서… 1598 01:08:03,287 --> 01:08:05,706 영어 공부 하려고 다니더라고요 1599 01:08:06,207 --> 01:08:08,292 그래서 그때도 좀 놀랐어요, 저는 1600 01:08:08,375 --> 01:08:09,502 그때 어린 마음에 1601 01:08:09,585 --> 01:08:13,881 '아, 정말 준호는 영화를 진짜로 현실로 생각하는구나' 1602 01:08:13,964 --> 01:08:15,424 '나한테는 영화는 그냥' 1603 01:08:15,508 --> 01:08:17,843 - [진중한 음악] - '낭만이었는데' 1604 01:08:18,636 --> 01:08:20,846 '직업으로 정말 생각하는구나' 1605 01:08:20,930 --> 01:08:23,766 지금 돌이켜 생각해서 알게 된 건데 1606 01:08:23,849 --> 01:08:27,937 그때는 노란문 연구소에서 영화를 같이 보고 1607 01:08:28,020 --> 01:08:29,772 뭐, 이야기를 하고 1608 01:08:30,272 --> 01:08:33,651 난 그걸로 됐다고 생각을 한 거야 1609 01:08:33,734 --> 01:08:36,403 그, 회원들의 마음을 잘 몰랐어요 1610 01:08:36,904 --> 01:08:38,197 제일 큰 게 1611 01:08:38,280 --> 01:08:40,783 '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' 1612 01:08:40,866 --> 01:08:43,202 '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구나' 1613 01:08:43,786 --> 01:08:47,289 구성원으로 있었던 사람들끼리의 1614 01:08:47,373 --> 01:08:49,875 어떤 의견의 대립이라고 할까나? 1615 01:08:49,959 --> 01:08:53,587 그, 교육 과정이라든지 서로 나가려는 방향들에 1616 01:08:53,671 --> 01:08:55,923 서로 의견들이 좀 있었어요, 그래서 1617 01:08:56,423 --> 01:08:58,008 서로 뜻이 안 맞으니까 1618 01:08:58,092 --> 01:09:02,179 나중에는 조금 서로에게 어떤 불편함이 있었죠 1619 01:09:02,263 --> 01:09:04,473 뭐든지 간에 이렇게 1620 01:09:05,307 --> 01:09:07,768 전성기가 지난 대상을 보는 건 1621 01:09:07,852 --> 01:09:09,687 뭐든지 간에 마음이 아프잖아요 1622 01:09:10,521 --> 01:09:12,731 그러니까 '노란문'이 하나의 생명체도 아니었는데 1623 01:09:13,899 --> 01:09:15,359 그게 마치 생물처럼 1624 01:09:15,442 --> 01:09:16,819 쇠락이 있었어요 1625 01:09:17,319 --> 01:09:19,029 그거를 저도 지켜봤거든요 1626 01:09:19,947 --> 01:09:23,159 그러니까 다 기호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1627 01:09:23,242 --> 01:09:25,244 이게 '노란문'이지만 1628 01:09:25,327 --> 01:09:27,746 사실은 다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1629 01:09:27,830 --> 01:09:29,331 사실인 거 같아요 1630 01:09:29,415 --> 01:09:32,710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1631 01:09:44,805 --> 01:09:49,310 "네 멋대로 해라" 1632 01:09:49,393 --> 01:09:50,895 [종태] 이제, 그… 1633 01:09:50,978 --> 01:09:53,647 그만하는 걸로 그렇게 정리를 하고 1634 01:09:54,857 --> 01:09:56,483 근데 그다음에 1635 01:09:56,567 --> 01:09:57,401 [숨을 씁 들이켠다] 1636 01:09:58,277 --> 01:09:59,570 좀 쓸쓸했죠 1637 01:09:59,653 --> 01:10:04,283 참 뜨겁게 꿈을 키우고 또 성과도 많이 내고 1638 01:10:05,075 --> 01:10:06,035 뭐, 이랬는데 1639 01:10:06,535 --> 01:10:09,371 이렇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더라고요 1640 01:10:09,455 --> 01:10:11,457 그리고 무너지자 1641 01:10:12,666 --> 01:10:14,960 그냥 썰물 빠지듯이 싹 빠졌어요 1642 01:10:18,714 --> 01:10:19,548 우리 이제… 1643 01:10:20,633 --> 01:10:21,467 엠티 1644 01:10:22,343 --> 01:10:24,637 '우리 엠티 한번 가자' 그래 갖고 1645 01:10:24,720 --> 01:10:27,014 - ['월광 소나타'가 흐른다] - 강원도 저기, 동해안 1646 01:10:28,682 --> 01:10:30,809 갈 사람들 이제 모였죠 1647 01:10:30,893 --> 01:10:32,519 [웃으며] 청량리역에 이제 1648 01:10:33,187 --> 01:10:34,521 모여 가지고 1649 01:10:34,605 --> 01:10:37,149 근사했어요, 참, 그 여행이 1650 01:10:38,317 --> 01:10:39,235 아직도 이… 1651 01:10:39,318 --> 01:10:41,612 아직도 너무 기억이 선명해 이게 이제 1652 01:10:41,695 --> 01:10:45,407 정동진을 지날 즈음 새벽에 동이 터올 무렵에 1653 01:10:45,950 --> 01:10:49,203 열차에서 '월광 소나타'가 나와요 1654 01:10:49,703 --> 01:10:50,913 참 근사해요 1655 01:10:51,413 --> 01:10:54,208 이제 종착지가 다가오는 걸 안내하는데 1656 01:10:54,291 --> 01:10:56,669 '월광 소나타'가 촥 나오는데 1657 01:10:56,752 --> 01:10:59,505 기차는 바닷가를 계속 가는 거지 1658 01:11:03,634 --> 01:11:06,178 이 노란문 연구소의 그 기간은 1659 01:11:06,971 --> 01:11:09,974 연극으로 치면 하나의 막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1660 01:11:10,599 --> 01:11:11,850 그러니까 이게, 이거는 1661 01:11:11,934 --> 01:11:15,646 어떻게든지 그 막이 내려져야만 1662 01:11:16,313 --> 01:11:19,483 그리고 그래야만 그다음 막이 진행되는 1663 01:11:19,566 --> 01:11:21,944 2막, 3막, 4막, 이렇게 1664 01:11:22,027 --> 01:11:24,780 인생과 함께 그 30년의 세월 속에서 1665 01:11:25,281 --> 01:11:28,951 계속 그 인생들이 삶이 진행되면서 1666 01:11:29,535 --> 01:11:32,955 1막에서 부족했던 것들 1막에서 배운 것들이 1667 01:11:33,580 --> 01:11:35,457 뭐, 새롭게 활용이 되고 1668 01:11:35,541 --> 01:11:38,377 또 앞으로 이렇게 나가게 되지 않았나 1669 01:11:38,961 --> 01:11:40,421 내 삶도 그렇고 1670 01:11:43,424 --> 01:11:45,551 [훈아] 그런 거 아세요? 뭐, 친하게 1671 01:11:45,634 --> 01:11:47,428 너무 좋았던 거예요 누구를 만나서 1672 01:11:47,928 --> 01:11:48,887 너무 좋았는데 1673 01:11:49,388 --> 01:11:51,223 막 손잡고 같이 가다가 1674 01:11:51,807 --> 01:11:53,058 계속 손잡을 수는 없잖아요 1675 01:11:53,142 --> 01:11:54,643 [웃으며] 언젠가 손을 놔야 되는데 1676 01:11:54,727 --> 01:11:56,478 그 손 놓을 때 되게 뻘쭘한 느낌 1677 01:11:56,979 --> 01:11:58,939 그런 것도 좀 있었던 거 같아요 1678 01:11:59,440 --> 01:12:00,649 [동훈] 제 개인적으로는 1679 01:12:01,442 --> 01:12:03,986 어, 우리가 순수한 사람들이 모였다가 그렇게 1680 01:12:04,486 --> 01:12:06,405 해체된 게 되게 오히려 좋지 않나 1681 01:12:06,905 --> 01:12:08,991 이게 만약에 어떤 경제적 목적이라든가 1682 01:12:09,074 --> 01:12:10,784 목표 의식이 분명했다고 하면은 1683 01:12:11,869 --> 01:12:13,746 뭔가 또 새로운 걸 추구하기 위해서 1684 01:12:13,829 --> 01:12:15,748 형식과 이런 걸 계속 만들었을 거 같아요 1685 01:12:26,759 --> 01:12:27,718 [훈아] 영화를 1686 01:12:28,218 --> 01:12:29,511 금세 안 봤어요 1687 01:12:30,763 --> 01:12:33,098 '노란문'에서 봤을 때의 영화와 1688 01:12:33,182 --> 01:12:36,226 제가 나왔을 때의 영화는 너무나 다른 거였어요 1689 01:12:37,061 --> 01:12:39,897 '어, 내가 이런 걸 좋아했던가?' 할 정도로 1690 01:12:40,397 --> 01:12:42,399 이상하게 '노란문'에서의 영화는 1691 01:12:42,941 --> 01:12:45,778 뭔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은데 1692 01:12:46,528 --> 01:12:48,989 현실에 와서 내가 돈을 내고 티켓을 사서 1693 01:12:49,073 --> 01:12:50,908 영화관에 들어가서 보는 영화는 1694 01:12:50,991 --> 01:12:53,202 그런 느낌의 영화가 아니었어요, 더 이상 1695 01:12:53,285 --> 01:12:54,495 [잔잔한 음악] 1696 01:12:54,578 --> 01:12:58,332 음, 그래서 그때 당시 초기에는 되게 아쉬워했지 1697 01:12:58,415 --> 01:13:02,920 계속하고 싶어 했던 그런 마음이 좀 오래 있었지만 1698 01:13:03,003 --> 01:13:06,840 그냥 어, 오래된 추억 좋았던 추억으로 이제 1699 01:13:06,924 --> 01:13:08,884 남게 된 것 같고, 음 1700 01:13:10,302 --> 01:13:12,554 나이가 40, 50 되면서 1701 01:13:13,222 --> 01:13:15,849 그게 무척 속상했어요, 응 1702 01:13:17,184 --> 01:13:18,769 그 시간들이 1703 01:13:19,520 --> 01:13:21,814 그렇게 사라진 시간들이 1704 01:13:23,065 --> 01:13:24,108 [민향] 영화라는 길을 1705 01:13:24,691 --> 01:13:26,693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요 1706 01:13:27,236 --> 01:13:29,696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1707 01:13:31,990 --> 01:13:33,992 [내상] 그래도 길을 찾아가는 건 의미 있는 거 같아 1708 01:13:34,827 --> 01:13:37,871 그게 TV 브라운관 안에 있는 바나나일지라도 1709 01:13:37,955 --> 01:13:40,040 그걸 한번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1710 01:13:40,624 --> 01:13:43,502 깨닫는 어떤 과정 이런 거지 않을까 1711 01:13:43,585 --> 01:13:46,213 근데 그런 거에도 가 보지 않은 사람은 1712 01:13:47,047 --> 01:13:49,675 믿고 있는 거지, 밑에서 '저 위에 바나나 있다' 1713 01:13:49,758 --> 01:13:52,636 그래서 어떻게 보면 어느 순간에 1714 01:13:54,054 --> 01:13:57,057 화면의 나무가 이제 저 앞에 보이는 거 같아요 1715 01:13:57,724 --> 01:13:59,726 - [우르릉 천둥소리] - [새소리] 1716 01:14:00,394 --> 01:14:03,939 [민향] 그래서 마지막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1717 01:14:04,022 --> 01:14:06,775 그 나무에게로 다가가서 1718 01:14:06,859 --> 01:14:08,986 그 나무를 만질 수 있을 거 같은 1719 01:14:09,069 --> 01:14:10,821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거 같은 1720 01:14:10,904 --> 01:14:13,949 뭐, 부끄럽지만 이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1721 01:14:14,450 --> 01:14:17,453 나도 모르게 그려진 이미지가 1722 01:14:17,953 --> 01:14:21,081 그 '룩킹 포 파라다이스'의 마지막 장면 같은 1723 01:14:21,832 --> 01:14:24,251 그런 이미지를 제가 그렸는데 1724 01:14:25,085 --> 01:14:28,672 한 소녀가 무엇을 찾아가는 장면을 제가 그렸거든요 1725 01:14:28,755 --> 01:14:31,717 사실은 '노란문'을 의식하고 그린 거는 아닌데 1726 01:14:32,885 --> 01:14:34,595 오늘 와서 생각해 보니 1727 01:14:34,678 --> 01:14:36,680 '나 또한 뭔가를' 1728 01:14:37,389 --> 01:14:40,100 '찾고 싶은 마음을 내가 그림으로 그렸구나' 1729 01:14:40,642 --> 01:14:41,560 싶기도 해요 1730 01:14:42,060 --> 01:14:44,062 우리가 그런, 30년 전에 그런 1731 01:14:44,730 --> 01:14:47,107 '원스 어폰 어 타임'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 1732 01:14:47,691 --> 01:14:49,818 진짜 한때 우리가 1733 01:14:50,444 --> 01:14:53,780 그렇게 이제 아무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1734 01:14:53,864 --> 01:14:55,657 그냥 그 놀이 자체로 즐거웠던 거 1735 01:14:55,741 --> 01:14:57,784 약간 퍼즐 한 조각인 거 같아요 1736 01:14:58,285 --> 01:15:01,413 지금까지 내가 했던 얘기들이 1737 01:15:01,497 --> 01:15:02,331 [씁 입소리] 1738 01:15:02,414 --> 01:15:04,875 얼추 30년 전 얘기란 말이에요 1739 01:15:05,501 --> 01:15:10,380 아, 근데 이게 이 30년이라는 그 단위가 1740 01:15:11,423 --> 01:15:13,717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아요, 응 1741 01:15:16,178 --> 01:15:18,472 불꽃처럼 이렇게 타올랐던 거 같아요 1742 01:15:18,555 --> 01:15:20,015 92년, 93년에 1743 01:15:20,516 --> 01:15:21,517 예, 근데 1744 01:15:21,600 --> 01:15:24,186 모두에게 좀 다른 버전으로 기억이 되고 있겠죠 1745 01:15:24,269 --> 01:15:26,188 거기 잠깐 있었던 사람도 있고 1746 01:15:26,939 --> 01:15:28,857 또 좀 길게 있었던 사람도 있고 1747 01:15:28,941 --> 01:15:30,484 또 종태 형처럼 이렇게 1748 01:15:30,567 --> 01:15:32,486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던 분도 있는데 1749 01:15:33,195 --> 01:15:35,614 모두에게 다른 기억으로 있겠죠 1750 01:15:37,199 --> 01:15:39,910 그때만큼 열심히 또 1751 01:15:41,161 --> 01:15:42,412 열정적으로 1752 01:15:43,497 --> 01:15:46,792 영화에 미쳐 있었던 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1753 01:15:46,875 --> 01:15:47,918 돌이켜 보면, 예 1754 01:15:48,418 --> 01:15:51,547 음, 저에게 시작이 되어 준 시절 1755 01:15:52,214 --> 01:15:54,007 기억하고 싶은 시절 1756 01:15:54,800 --> 01:15:56,927 그리고 그곳을 떠났어도 1757 01:15:58,220 --> 01:16:01,932 거기서 계속 이어지는 길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 준 곳 1758 01:16:02,516 --> 01:16:03,517 시작이 되어 준 곳 1759 01:16:04,935 --> 01:16:05,769 '노란문' 1760 01:16:06,687 --> 01:16:08,689 [잔잔한 음악] 1761 01:16:14,278 --> 01:16:16,905 근데 우리 그러면 지금 다시 하면 잘하려나? 1762 01:16:19,283 --> 01:16:22,286 [소리 없이 잔잔한 음악만 흐른다] 1763 01:16:53,942 --> 01:16:55,569 [세범] '노란문 영화 연구소 안내' 1764 01:16:56,820 --> 01:16:58,238 '노란문 영화 연구소는' 1765 01:16:58,322 --> 01:17:00,574 '영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' 1766 01:17:01,074 --> 01:17:02,701 '영화를 공부한다는 것은' 1767 01:17:02,784 --> 01:17:05,537 '워낙에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닌 거 같습니다' 1768 01:17:06,163 --> 01:17:08,165 '서로의 정보와 자료를 주고받으며' 1769 01:17:08,248 --> 01:17:12,377 '두세 명씩 모이다 보니 어느덧 30명이 넘게 되었고' 1770 01:17:12,461 --> 01:17:14,546 '이제는 어설프나마' 1771 01:17:15,047 --> 01:17:17,966 '영화 연구소라는 이름까지 붙여 보았습니다' 1772 01:17:18,884 --> 01:17:21,470 '연구소는 자신이 원하는 영화적 진로에 따라' 1773 01:17:21,553 --> 01:17:24,973 '비평분과, 연출분과 시나리오분과' 1774 01:17:25,057 --> 01:17:27,434 '이렇게 나누어 각각이 나름대로' 1775 01:17:27,517 --> 01:17:30,020 '여러 가지 활동들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' 1776 01:17:30,103 --> 01:17:32,773 '연구소의 회원은 영화에 있어서만큼은' 1777 01:17:32,856 --> 01:17:35,150 '개론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' 1778 01:17:35,233 --> 01:17:37,235 '영화 전공 대학원생 및' 1779 01:17:37,736 --> 01:17:39,988 '여타 인문학 석박사 과정에 이르기까지' 1780 01:17:40,072 --> 01:17:41,573 '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' 1781 01:17:42,157 --> 01:17:44,076 '하지만 자신의 인생을' 1782 01:17:44,576 --> 01:17:47,371 '영화라는 매체와 함께 풀어 나가겠다는' 1783 01:17:47,454 --> 01:17:49,289 '의지만은 공통적입니다' 1784 01:17:50,040 --> 01:17:51,291 [은심] '다양한 수준들의' 1785 01:17:51,375 --> 01:17:53,418 '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기 위하여' 1786 01:17:53,502 --> 01:17:56,838 '연구소에서는 각각 적합한 프로그램들을' 1787 01:17:56,922 --> 01:17:58,048 '준비하고 있습니다' 1788 01:17:58,715 --> 01:18:00,300 '어찌 되었든 영화에 대하여' 1789 01:18:00,384 --> 01:18:02,886 '이론적 접근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' 1790 01:18:02,969 --> 01:18:05,180 '적합한 공간이라 생각 듭니다' 1791 01:18:05,263 --> 01:18:08,350 '물론 각 분과 학습 프로그램에서' 1792 01:18:08,433 --> 01:18:12,854 '실질적인 창작의 부분 또한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' 1793 01:18:12,938 --> 01:18:14,815 '노란문 영화 연구소는' 1794 01:18:15,315 --> 01:18:18,735 '의욕 있고 재기 넘치는 젊은 영화 학도들을' 1795 01:18:18,819 --> 01:18:19,903 '기다리고 있습니다' 1796 01:18:20,862 --> 01:18:24,116 '연구소의 노란 문을 노크하면서' 1797 01:18:24,616 --> 01:18:28,120 '자신의 영화 인생과 한국 영화계의' 1798 01:18:28,203 --> 01:18:31,248 '육중한 문을 힘차게 열어 봅시다' 1799 01:18:33,291 --> 01:18:34,126 와우 1800 01:18:36,670 --> 01:18:37,796 와, 거창하네요 1801 01:18:38,380 --> 01:18:39,715 아, 거창하네요 1802 01:18:41,591 --> 01:18:42,509 이야, 잘 썼다 1803 01:18:45,053 --> 01:18:46,304 우와, 멋진데 1804 01:18:50,726 --> 01:18:52,728 [잔잔한 음악이 잦아든다] 1805 01:18:59,526 --> 01:19:01,528 [부드러운 음악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