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1:06,846 --> 00:01:08,569 여기 오징엇국 더 주세요 2 00:01:08,652 --> 00:01:09,653 네 3 00:01:15,534 --> 00:01:16,577 읽을 거야, 말 거야? 4 00:01:18,829 --> 00:01:19,788 윗마을… 5 00:01:20,289 --> 00:01:21,206 어서 옵서 6 00:01:21,290 --> 00:01:22,374 어서 오세요 7 00:01:25,877 --> 00:01:27,045 나가 쪼금 기다려야 돼 8 00:01:27,129 --> 00:01:28,338 - 금방 부를게 - 네 9 00:01:31,049 --> 00:01:32,593 잠깐만 기다리세요 10 00:01:37,055 --> 00:01:39,391 내가 얘기했잖아 옛날에 진짜 엄청 줄 섰어 11 00:01:39,474 --> 00:01:42,561 드디어 숲속 종소리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 00:01:43,729 --> 00:01:44,730 카드 소리와 함께 13 00:01:46,523 --> 00:01:49,443 나 아주 애순이 땜에 은퇴를 못 허여 14 00:01:50,402 --> 00:01:53,905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손만둣집들까지 휘청거립니다 15 00:01:53,989 --> 00:01:56,450 조류 독감 때 치킨집들이 문 닫던 악몽이 16 00:01:56,533 --> 00:01:58,160 만둣집들에 재현되고 있습니다 17 00:01:58,243 --> 00:01:59,286 최지우도 왔잖아 18 00:01:59,369 --> 00:02:00,662 자, 요거 싸 줄게 19 00:02:00,746 --> 00:02:02,581 기가 막히게 하나 싸 줄게, 자 20 00:02:02,664 --> 00:02:04,166 자, 응, 자, 아 21 00:02:04,249 --> 00:02:05,250 - 앙 - 아유 22 00:02:05,334 --> 00:02:07,878 오징엇국 추가하는 손님들 째려보지 좀 마세요 23 00:02:07,961 --> 00:02:08,837 이제 요거 먹자 24 00:02:08,920 --> 00:02:09,963 고칠 건 고치셔야 돼 25 00:02:10,047 --> 00:02:12,466 니 며느리도 내 며느리보다는 위는 위다 26 00:02:12,549 --> 00:02:15,427 나 안 먹고 싶어, 하부지가 먹어 27 00:02:16,428 --> 00:02:17,721 우리 영원이 누구 줄 거야? 28 00:02:17,804 --> 00:02:20,599 외할아버지 줄 거야 친할아버지 줄 거야? 누구? 29 00:02:21,350 --> 00:02:22,893 아! 그렇지, 아 30 00:02:24,519 --> 00:02:25,479 아! 31 00:02:26,438 --> 00:02:27,689 아이 32 00:02:27,773 --> 00:02:29,524 입 벌리고 물어보는 게 어딨어요 33 00:02:30,192 --> 00:02:32,361 - 여기 오징엇국 좀 더 주세요 - 아, 네 34 00:02:32,444 --> 00:02:34,529 - 여기도 국 좀 더 주세요 - 저희도 오징엇국… 35 00:02:34,613 --> 00:02:35,906 예, 예, 예 36 00:02:35,989 --> 00:02:38,575 야, 너 오징어를 왜 그렇게 때려 넣어? 37 00:02:38,659 --> 00:02:39,701 그러니까 한 솥씩 퍼먹지 38 00:02:41,036 --> 00:02:44,331 오징엇국 메뉴에 올려야지, 안 돼 저러다 저, 다 거덜 나 39 00:02:47,668 --> 00:02:50,629 사람 더 써야 돼 당신 힘들어 안 돼 40 00:02:51,713 --> 00:02:53,465 누가 그래, 나 힘들다고? 41 00:02:54,883 --> 00:02:57,386 그놈의 돈이 엄마를 춤추게 했다 42 00:02:57,469 --> 00:03:00,555 '싱잉 인 더 레인' 43 00:03:02,099 --> 00:03:03,934 왜 계단을 그렇게 내려가? 44 00:03:04,893 --> 00:03:06,269 갱년기 다 끝났어? 45 00:03:08,021 --> 00:03:09,398 몰라, 이상해 46 00:03:09,981 --> 00:03:11,608 그렇게 신이 나 47 00:03:11,692 --> 00:03:12,734 이게 돈맛인가? 48 00:03:12,818 --> 00:03:15,195 새벽부터 밤까지 진짜 바쁘잖아 49 00:03:16,154 --> 00:03:20,659 근데 돈통이 막 쭉쭉쭉쭉 차니까 힘들지가 않어 50 00:03:22,244 --> 00:03:23,120 좋아? 51 00:03:23,203 --> 00:03:26,123 어, 나 진짜 너무 좋아 52 00:03:27,207 --> 00:03:29,584 하늘이 이렇게 몰빵으로 줄려고 53 00:03:29,668 --> 00:03:31,461 그렇게 짜게 굴었었나 봐 54 00:03:32,504 --> 00:03:35,924 월드컵에 배달했지 제주 면세 풀렸지 55 00:03:36,007 --> 00:03:38,176 제주에서 '올인' 찍었지 56 00:03:39,511 --> 00:03:42,305 중고나라가 철용이 잡아 줬지 57 00:03:42,389 --> 00:03:45,434 정미인이 광고해 줬지 어떻게 이래? 58 00:03:47,018 --> 00:03:51,022 아, 이제야 막 보너스를 때려 받는 거 같애 59 00:03:52,190 --> 00:03:53,316 여보, 우리 있잖아 60 00:03:53,400 --> 00:03:54,776 이제 막 여행도 가고 그러자 61 00:03:54,860 --> 00:03:57,237 괌도 가고 중국도 가자 62 00:03:57,320 --> 00:03:59,990 미숙이 년은 가는데 나는 왜 못 가? 63 00:04:02,659 --> 00:04:05,036 미숙이는 왜 맨날 미숙이 년이야? 64 00:04:07,622 --> 00:04:12,377 아, 요즘 같으면 막 천년만년 살고 싶어 65 00:04:16,298 --> 00:04:19,217 '싱잉 인 더 레인' 66 00:04:19,968 --> 00:04:22,512 '싱잉 인 더 레인' 67 00:04:23,805 --> 00:04:26,224 돌밭을 일구던 나의 성실한 부모는 68 00:04:27,893 --> 00:04:30,562 랜드마크를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었다 69 00:04:47,287 --> 00:04:49,247 저놈의 미숙이 년! 70 00:04:49,331 --> 00:04:51,708 누게가 원조냐, 누게가! 71 00:04:53,084 --> 00:04:56,671 제주 오징어 다 전세 냈대요? 오징어로 특허 냈대요? 72 00:04:57,255 --> 00:04:59,216 그러는 너는 뭐 남의 밥상에 73 00:04:59,299 --> 00:05:01,468 숟가락 대는 특허를 냈냐, 어? 74 00:05:01,968 --> 00:05:03,553 에잉, 아니다 75 00:05:03,637 --> 00:05:05,597 너는 발꼬락을 갖다 대나? 76 00:05:06,848 --> 00:05:08,099 그거는 77 00:05:08,683 --> 00:05:11,102 아, 발꼬락에 쥐가 났다고, 쥐가! 78 00:05:11,186 --> 00:05:12,521 간판 바꾸라! 79 00:05:12,604 --> 00:05:14,231 메뉴 바꾸라! 80 00:05:15,690 --> 00:05:16,650 냅둬 81 00:05:16,733 --> 00:05:18,610 오히려 땡큐야 82 00:05:18,693 --> 00:05:21,238 같은 오징어로 뎀비는 게 더 좋아 83 00:05:25,909 --> 00:05:27,452 왜? 왜? 84 00:05:28,203 --> 00:05:29,496 원래 85 00:05:29,579 --> 00:05:32,415 미란다 옆에 있어야 환타가 잘 팔려 86 00:05:36,378 --> 00:05:37,629 아오 87 00:05:37,712 --> 00:05:39,965 사장님, 여기 오징엇국 리필이요 88 00:05:40,048 --> 00:05:40,966 아, 네, 네 89 00:05:41,883 --> 00:05:43,844 여기다가 사인 90 00:05:46,012 --> 00:05:47,222 그런 엄마도 91 00:05:47,305 --> 00:05:49,558 백전백패하는 사람이 있었다 92 00:05:49,641 --> 00:05:50,851 어, 딸 93 00:05:51,351 --> 00:05:53,562 내가 먹는다고 했잖아! 94 00:05:54,604 --> 00:05:56,314 내가, 내가, 내가 95 00:05:56,398 --> 00:05:58,483 내가, 내가, 내가, 내가… 96 00:05:58,567 --> 00:06:00,944 그래, 나에게도 있었다 97 00:06:01,027 --> 00:06:01,903 엄마! 98 00:06:01,987 --> 00:06:04,322 내가, 어, 내가, 내가! 99 00:06:04,406 --> 00:06:07,742 미운 서른일곱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 100 00:06:08,410 --> 00:06:11,705 내가, 내가, 내가… 101 00:06:13,123 --> 00:06:14,499 - 오냐, 오냐, 어이구 - 내가, 내가 102 00:06:14,583 --> 00:06:17,836 아니, 아무리 미운 네 살이라도 어떻게 이래? 103 00:06:17,919 --> 00:06:20,046 - 아, 내가 지 밥 먹였다고 이래 - 내가, 내가… 104 00:06:20,130 --> 00:06:23,049 지가 떠먹을 건데 내가 떠먹였다고 105 00:06:27,888 --> 00:06:29,055 엄마, 빠빠이 106 00:06:29,139 --> 00:06:31,600 빠빠이, 빠빠이, 엄마 갔다 올게… 107 00:06:31,683 --> 00:06:34,519 나는 애만 보고 엄마는 나만 봤다 108 00:06:34,603 --> 00:06:36,521 더 말랐네, 더 말랐어 109 00:06:36,605 --> 00:06:37,564 갔다 올게 110 00:06:39,190 --> 00:06:41,818 아휴, 여시, 쑥스러워 가지고 111 00:06:41,902 --> 00:06:43,987 내 딸 표정은 천 개를 알면서 112 00:06:44,613 --> 00:06:47,574 엄마의 표정들은 많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113 00:06:49,451 --> 00:06:51,077 그때는 몰랐다 114 00:06:52,120 --> 00:06:54,372 사진에 남은 어색한 얼굴들로만 115 00:06:55,290 --> 00:06:58,627 엄마를 기억하게 될 날이 오는 줄은 몰랐다 116 00:07:05,467 --> 00:07:07,302 아이고, 똥고집 117 00:07:08,428 --> 00:07:10,472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? 118 00:07:13,308 --> 00:07:14,851 암만 손주여도 119 00:07:15,769 --> 00:07:17,854 내 딸 진을 너무 빼면 120 00:07:18,521 --> 00:07:19,856 밉지 121 00:07:20,732 --> 00:07:25,153 새봄이가 세상에서 제일 막 하는 사람이 122 00:07:26,780 --> 00:07:28,156 할머니한테는 123 00:07:29,699 --> 00:07:32,202 제일 아까운 사람인데 124 00:07:38,583 --> 00:07:41,002 할머니 딸 좀 봐줘 125 00:07:42,212 --> 00:07:43,421 할머니 딸 좀 126 00:07:44,464 --> 00:07:46,466 오래오래 지켜 줘 127 00:07:47,050 --> 00:07:47,968 응? 128 00:07:50,595 --> 00:07:55,934 자랑, 자랑, 웡이 자랑 129 00:07:56,768 --> 00:08:00,563 우리 애기 잘도… 130 00:08:00,647 --> 00:08:02,399 고맙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가면 131 00:08:03,692 --> 00:08:05,402 꼭 그렇게 촌스러워졌다 132 00:08:05,902 --> 00:08:07,821 아, 누가 청소해 달래? 133 00:08:07,904 --> 00:08:09,531 아, 화장실 청소는 왜 해? 134 00:08:09,614 --> 00:08:11,825 더 자, 쉬는 날이라매 135 00:08:11,908 --> 00:08:15,328 아, 엄마가 이러니까 내가 아주 부르기가 싫다고 136 00:08:15,412 --> 00:08:17,580 야, 미운 서른일곱! 137 00:08:18,164 --> 00:08:19,791 고마우면 그냥 고맙다 해 138 00:08:19,874 --> 00:08:22,585 나도 니 눈썹만 봐도 니 속 다 알아 139 00:08:24,254 --> 00:08:25,255 그럼 애 내려놔 140 00:08:26,256 --> 00:08:28,591 아, 허리 부항 뜬다매 141 00:08:32,512 --> 00:08:34,514 나는 진짜로 142 00:08:34,597 --> 00:08:36,599 이렇게 뜻대로 안 되는 건 143 00:08:36,683 --> 00:08:38,560 일생에 박새봄이가 처음이야 144 00:08:39,269 --> 00:08:41,855 어떻게 저렇게 말을 안 들어? 145 00:08:41,938 --> 00:08:43,857 어떻게 한 번에 '네'를 안 해 146 00:08:45,191 --> 00:08:46,192 아유, 꼬수워 147 00:08:47,152 --> 00:08:49,154 딱 저 같은 딸을 낳았네 148 00:08:51,781 --> 00:08:54,492 솔직히 엄마도 짜증 났지? 149 00:08:55,368 --> 00:08:56,870 애 셋을 어떻게 키워? 150 00:08:57,579 --> 00:09:02,000 닭 다리도 니가 먹고 너 할 거 하면서 살아 151 00:09:02,083 --> 00:09:05,086 니 인생에 너도 있어야 부아도 안 나지 152 00:09:05,170 --> 00:09:08,798 자꾸 본전 생각나고 이게 맞나 싶잖아? 153 00:09:08,882 --> 00:09:10,258 그럼 애도 다 알아 154 00:09:10,341 --> 00:09:12,886 엄마 표정만 봐도 눈치가 빤해 155 00:09:13,720 --> 00:09:17,098 새봄이한테는 니가 지 우주라고, 지금 156 00:09:21,311 --> 00:09:22,187 근데 157 00:09:23,730 --> 00:09:25,482 어차피 그거 오래 안 가 158 00:09:26,483 --> 00:09:28,401 어차피 나중에는 159 00:09:29,152 --> 00:09:33,198 자식 인생에서 니가 제일 뒷방 차지 될 거니까 160 00:09:34,991 --> 00:09:36,576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161 00:09:37,118 --> 00:09:37,994 더 해 162 00:09:41,081 --> 00:09:42,624 엄마는 후회하지? 163 00:09:44,042 --> 00:09:46,044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못 해서 164 00:09:46,920 --> 00:09:48,838 나는 좋아서 했어 165 00:09:50,673 --> 00:09:52,467 천애 고아 오애순이 166 00:09:52,550 --> 00:09:56,721 식모살이 오애순이 여고 중퇴 오애순이 167 00:09:58,139 --> 00:10:00,141 내가 가져 본 타이틀 중에서 168 00:10:00,225 --> 00:10:03,561 금명이, 은명이 엄마가 제일로 근사했는데 169 00:10:04,938 --> 00:10:07,398 나는 나대로 기똥차게 산 거야 170 00:10:07,482 --> 00:10:09,776 내 인생 좀 깐히 보지 마 171 00:10:12,821 --> 00:10:13,822 아니 172 00:10:14,864 --> 00:10:16,324 나는 모성이 없나? 173 00:10:16,950 --> 00:10:18,701 어떨 때는 너무 화가 나고 174 00:10:20,912 --> 00:10:22,831 애한테 막 소리도 질러 175 00:10:22,914 --> 00:10:24,499 내가 미쳤나 봐 176 00:10:24,999 --> 00:10:27,168 처음부터 뚝 떨어진 엄마가 어딨냐? 177 00:10:27,752 --> 00:10:30,672 애도 크고 너도 크고 그러는 거지 178 00:10:33,007 --> 00:10:34,008 새봄아 179 00:10:34,092 --> 00:10:37,011 내일 아침에도 밥 백 번 씹을 거야? 180 00:10:37,095 --> 00:10:38,805 옷 열 번 갈아입을 거야? 181 00:10:39,556 --> 00:10:42,725 아침마다 왜 이렇게 땡깡 부려? 응? 182 00:10:43,726 --> 00:10:44,727 왜? 183 00:10:45,687 --> 00:10:49,816 내가 밥 빨리 먹으면 엄마 더 빨리 가 184 00:10:49,899 --> 00:10:51,192 내가 185 00:10:51,734 --> 00:10:53,486 밥 다 먹고 옷 다 입으면 186 00:10:54,571 --> 00:10:55,738 엄마 회사 가 187 00:10:57,740 --> 00:10:59,409 그래서 그랬던 거야? 188 00:11:00,034 --> 00:11:00,910 그게 싫어서? 189 00:11:05,081 --> 00:11:09,419 엄마가 저번 날에 막 소리 질러서 미안해, 어? 190 00:11:09,502 --> 00:11:10,962 엄마 잘못했어 191 00:11:11,713 --> 00:11:12,589 일루 와 192 00:11:14,048 --> 00:11:15,008 어이구 193 00:11:16,551 --> 00:11:18,553 엄마가 우리 새봄이 사랑해 194 00:11:19,137 --> 00:11:21,014 우리 새봄이 엄청 사랑해, 응? 195 00:11:22,807 --> 00:11:25,768 엄마의 딸이 또 엄마가 되어 갔다 196 00:11:26,436 --> 00:11:27,437 그랬져? 197 00:11:28,146 --> 00:11:31,608 아이를 품은 딸의 시간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198 00:11:36,821 --> 00:11:39,073 엄마는 사는 내내 199 00:11:39,157 --> 00:11:41,701 자기 시간을 잘라다 붙였다 200 00:11:47,957 --> 00:11:49,918 - 자기야 - 응? 201 00:11:50,001 --> 00:11:53,046 우리 새봄이 피아노 사기로 한 돈 202 00:11:53,796 --> 00:11:56,174 그거 우리 엄마, 아빠한테 좀 써도 돼? 203 00:11:58,384 --> 00:11:59,636 그냥 괜히 204 00:12:00,595 --> 00:12:02,847 지금 안 쓰면 좀 후회할 것 같애서 205 00:12:05,225 --> 00:12:06,142 자기야 206 00:12:06,809 --> 00:12:07,727 응 207 00:12:07,810 --> 00:12:08,978 뭘 물어? 208 00:12:09,562 --> 00:12:10,480 자기는 그냥 209 00:12:11,064 --> 00:12:12,732 결정만 하면 되는 사람이야 210 00:12:17,445 --> 00:12:18,696 어떻게 211 00:12:18,780 --> 00:12:20,031 나 양말 다시 벗어? 212 00:12:26,079 --> 00:12:29,415 109번 고객님 2번 창구로 와 주십시오 213 00:12:30,458 --> 00:12:31,459 그래서 얼마인데? 214 00:12:33,253 --> 00:12:35,046 서울은 건강 검진이 더 비싸지? 215 00:12:35,630 --> 00:12:38,925 내가 이렇게 결제를 해 버려야 고만 미루지 216 00:12:40,510 --> 00:12:42,303 부모도 자식한테 효도해야 돼 217 00:12:42,929 --> 00:12:44,681 건강해서 효도해, 어? 218 00:12:44,764 --> 00:12:46,099 나는 피검사만 해 219 00:12:46,933 --> 00:12:49,560 아빠 무릎도 그게 만성이고 220 00:12:49,644 --> 00:12:52,146 엄마는 무슨 부항이 만병통치인 줄 알아? 221 00:12:52,730 --> 00:12:55,191 - 그래서 둘이 합쳐 얼마인데? - 나는 피검사만 해 222 00:13:03,491 --> 00:13:04,909 어이, 용건이! 223 00:13:05,618 --> 00:13:06,661 나 서울 224 00:13:07,620 --> 00:13:09,080 아이, 나 못 가 225 00:13:12,000 --> 00:13:13,418 요새 좀 살 만하니까 226 00:13:13,501 --> 00:13:14,502 어, 어, 그렇지 227 00:13:14,585 --> 00:13:17,088 - 기타 배우러 다녀, 통기타 - 어, 어 228 00:13:17,964 --> 00:13:20,133 아빠가? 기타를? 229 00:13:20,800 --> 00:13:22,927 어, 어, 어 나 빼고 진도 나가 230 00:13:23,511 --> 00:13:25,471 남들 기타 치고 낭만 찾을 때 231 00:13:25,555 --> 00:13:27,724 아빠는 한 번을 못 해 봤잖아 232 00:13:28,599 --> 00:13:29,934 김광석이 그렇게 멋있대 233 00:13:30,601 --> 00:13:31,477 에이 234 00:13:31,978 --> 00:13:33,479 평생 처음으로 235 00:13:34,230 --> 00:13:35,440 취미 하나 생겼다 236 00:13:45,575 --> 00:13:48,077 에휴, 검버섯 좀 빼자니까 237 00:13:49,245 --> 00:13:50,913 언제 이렇게 늙었어? 238 00:13:53,082 --> 00:13:55,001 아니, 그게 아니고요 239 00:13:58,046 --> 00:13:59,464 저는 안 간다고요 240 00:14:02,717 --> 00:14:03,676 왜? 241 00:14:04,761 --> 00:14:06,179 누가 자꾸 어디를 오래? 242 00:14:08,097 --> 00:14:09,098 제가요 243 00:14:12,894 --> 00:14:15,063 축대를 쌓으러 가면 안 돼 244 00:14:18,483 --> 00:14:19,734 내가… 245 00:14:19,817 --> 00:14:22,695 축대를 쌓으러 가면 안 되는 거야 246 00:14:29,118 --> 00:14:30,286 동명이가… 247 00:14:32,789 --> 00:14:33,873 절대로… 248 00:14:36,334 --> 00:14:37,210 동명이가… 249 00:14:40,755 --> 00:14:41,756 동명아 250 00:14:44,258 --> 00:14:45,259 동명아 251 00:14:47,970 --> 00:14:49,222 아부지가… 252 00:14:51,391 --> 00:14:52,266 동명아 253 00:14:53,393 --> 00:14:54,394 동명아 254 00:14:55,186 --> 00:14:57,021 내놓지 못하던 그 이름을 255 00:14:57,105 --> 00:14:58,481 동명아! 256 00:15:00,191 --> 00:15:01,150 아빠는 257 00:15:02,110 --> 00:15:03,986 한참이나 불렀다고 했다 258 00:15:05,363 --> 00:15:08,157 동, 동, 동명아 259 00:15:13,913 --> 00:15:14,789 동명아 260 00:15:15,873 --> 00:15:16,958 엄마는 그날 261 00:15:17,500 --> 00:15:18,376 동명아 262 00:15:18,459 --> 00:15:21,295 아빠의 감옥을 처음 보았다 263 00:15:26,050 --> 00:15:26,926 축대? 264 00:15:28,428 --> 00:15:32,098 '그날 축대를 쌓으러 가지를 말걸' 265 00:15:33,349 --> 00:15:35,059 '가지를 말걸' 266 00:15:37,437 --> 00:15:38,354 그러더라 267 00:15:39,814 --> 00:15:43,818 아빠가 그러면서 '동명아, 동명아' 그러는데 268 00:15:44,694 --> 00:15:46,112 나 이제야 알겠데 269 00:15:47,155 --> 00:15:51,451 우리가 왜 동명이 얘기를 못 하고 살았는지 270 00:15:55,371 --> 00:15:56,330 아니 271 00:15:57,081 --> 00:15:58,958 나는 마취 언제 할 거냐 그랬더니 272 00:15:59,041 --> 00:16:01,043 나가래, 끝났대 273 00:16:02,628 --> 00:16:04,130 아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? 274 00:16:04,755 --> 00:16:05,715 내가 다 사 줄게 275 00:16:06,424 --> 00:16:08,301 - 삼겹살? - 삼겹살? 276 00:16:08,384 --> 00:16:09,343 응 277 00:16:09,927 --> 00:16:11,053 그들의 가슴에는 278 00:16:15,183 --> 00:16:16,476 아주 작고 279 00:16:17,643 --> 00:16:19,812 아주 커다란 무덤이 있었다 280 00:16:33,117 --> 00:16:35,286 붕 281 00:16:35,369 --> 00:16:36,871 빵빵 282 00:16:46,756 --> 00:16:47,882 미쳐 283 00:16:48,841 --> 00:16:50,384 계속 혼자 와서 그러고 있었어? 284 00:16:55,890 --> 00:16:58,309 나 내일 올 줄 알고 오늘 왔지? 285 00:16:58,935 --> 00:17:00,269 내일이 당일이니까 286 00:17:01,521 --> 00:17:04,273 당신 오늘 올 거 같애서 나 따라왔어 287 00:17:06,526 --> 00:17:09,904 동명이도 생일날은 엄마, 아빠 같이 보고 싶겠지 288 00:17:12,657 --> 00:17:13,866 참 다르네 289 00:17:15,910 --> 00:17:20,331 부모 누운 자리는 식구들 다 와서 잘만 보더만 290 00:17:21,457 --> 00:17:23,376 자식 누운 자리는 참… 291 00:17:26,963 --> 00:17:28,214 내가 당신 얼굴을 292 00:17:29,340 --> 00:17:30,383 못 보겠더라고 293 00:17:44,438 --> 00:17:46,649 애기가 혼자 어떡해? 294 00:17:54,907 --> 00:17:55,825 어떡해? 295 00:17:58,327 --> 00:18:00,538 또 무서워서 어떡해? 296 00:18:02,415 --> 00:18:04,458 무서워서 어떡해? 297 00:18:08,754 --> 00:18:10,381 반들반들한 길이 나고 298 00:18:11,841 --> 00:18:13,509 아이가 누운 자리는 299 00:18:14,594 --> 00:18:17,471 사시사철 가장 깨끗했다 300 00:18:44,874 --> 00:18:48,210 동명이 자리에는 더 귀엽고 301 00:18:49,712 --> 00:18:51,255 아픈 것들이 놓였다 302 00:19:09,857 --> 00:19:10,816 가자 303 00:19:16,030 --> 00:19:17,239 집에 가자 304 00:19:18,991 --> 00:19:19,950 집에… 305 00:19:27,041 --> 00:19:29,502 우리가 왜 동명이를 306 00:19:29,585 --> 00:19:31,545 못 내놓고 살았는지 307 00:19:32,588 --> 00:19:34,382 나 이제야 알겠데 308 00:19:41,263 --> 00:19:44,058 그리움보다도 죄책감이 더 크면 309 00:19:44,684 --> 00:19:46,018 추억이 안 돼 310 00:19:49,355 --> 00:19:52,441 막내라 또 얼마나 예뻤는데 311 00:19:53,859 --> 00:19:55,736 그냥 천사였잖아 312 00:20:00,658 --> 00:20:03,828 천사를 4년은 안아 봤는걸 313 00:20:05,538 --> 00:20:09,083 그거 다 또 하래도 나는 또 해 314 00:20:10,167 --> 00:20:12,586 이제 또 올라가 보면 되지 315 00:20:13,379 --> 00:20:17,174 볼 날도 맨날맨날 가까워지잖아 316 00:20:23,055 --> 00:20:24,098 나는 싫어 317 00:20:24,598 --> 00:20:27,059 나 죽을 때 동명이 안 왔으면 좋겠어 318 00:20:28,060 --> 00:20:28,978 나는 그냥 319 00:20:30,604 --> 00:20:33,816 동명이가 우리 다 까먹게 해 달라고만 맨날 빌었어 320 00:20:34,400 --> 00:20:36,152 내가 애 보고 싶듯이 321 00:20:36,736 --> 00:20:37,653 애가 혼자 322 00:20:39,280 --> 00:20:40,906 엄마, 아빠 찾으면 참… 323 00:20:43,409 --> 00:20:44,577 애가 참겠나… 324 00:20:45,828 --> 00:20:47,413 애가 참겠나 싶어서 325 00:21:02,762 --> 00:21:04,680 그거 나 언제 보여줄 거야? 326 00:21:09,310 --> 00:21:10,936 오늘 시는 제목이 뭔데? 327 00:21:16,442 --> 00:21:18,903 '잘도 아꾸운 삼촌' 328 00:21:18,986 --> 00:21:20,571 동명이 삼촌 329 00:21:21,447 --> 00:21:24,909 애들한테 '동명이 삼촌이야' 하는데 330 00:21:25,993 --> 00:21:27,203 이상하데 331 00:21:28,370 --> 00:21:29,580 이상한데 332 00:21:31,582 --> 00:21:32,541 좋아 333 00:21:33,417 --> 00:21:36,128 우리 동명이가 덜 외롭겠어 334 00:21:36,670 --> 00:21:38,130 이상하게 있잖아 335 00:21:38,881 --> 00:21:42,259 내가 덜 나쁜 엄마가 된 거 같애 336 00:21:44,970 --> 00:21:47,348 이거 봐, 원칙적으로 당신이 337 00:21:47,431 --> 00:21:49,099 나쁜 놈일 수가 있어? 338 00:21:49,934 --> 00:21:51,936 개가 개를 낳지? 소가 소를 낳지? 339 00:21:52,019 --> 00:21:52,895 여보세요? 340 00:21:52,978 --> 00:21:53,938 천사를 누가 낳겠어? 341 00:21:54,021 --> 00:21:54,897 어, 왜? 342 00:21:54,980 --> 00:21:56,524 동명이 천사라매 343 00:21:56,607 --> 00:21:58,734 - 어, 잠깐만 - 내가 당신 잘 때마다 344 00:21:58,818 --> 00:22:01,779 당신 등때기 단속하느라고 무진장 애써 345 00:22:01,862 --> 00:22:04,949 그 등때기에서 날개 튀어나오는 거 쑤셔 넣느라고 346 00:22:05,032 --> 00:22:06,826 나 잠도 못 자 347 00:22:09,203 --> 00:22:10,204 아부지 348 00:22:10,788 --> 00:22:11,914 양 스타가 전화받으래요 349 00:22:13,165 --> 00:22:15,459 엄마 말고 아빠? 나 바꾸래? 350 00:22:15,543 --> 00:22:17,253 애들 깨워, 집에 가게 351 00:22:22,883 --> 00:22:23,926 어, 양 스타 352 00:22:24,009 --> 00:22:26,220 왜, 또 어디 신문에 난대? 353 00:22:26,804 --> 00:22:28,305 엄마? 옆에 있는데 354 00:22:28,889 --> 00:22:30,474 아빠 바꾸라매 355 00:22:31,725 --> 00:22:32,643 어 356 00:22:32,726 --> 00:22:34,436 나 바꾸래지, 어? 357 00:22:37,147 --> 00:22:38,023 어, 어 358 00:22:43,237 --> 00:22:44,113 뭐라는데? 359 00:22:44,613 --> 00:22:45,489 어 360 00:22:46,365 --> 00:22:48,367 반짝 더 살 만하게 361 00:22:49,034 --> 00:22:50,786 반짝 더 털어 내게 362 00:22:51,745 --> 00:22:52,663 그래? 363 00:22:54,081 --> 00:22:54,999 에이, 뭐야? 364 00:22:55,499 --> 00:22:58,002 밀린 임금을 몰아주는 것처럼 365 00:22:58,627 --> 00:23:00,963 천국에서 자꾸 소리를 냈다 366 00:23:01,714 --> 00:23:04,717 미안하다고, 미안하다고 367 00:23:05,342 --> 00:23:06,844 그냥 한 번 더 보는 거야, 그냥 368 00:23:07,970 --> 00:23:09,388 거의 아닐 거고 369 00:23:09,471 --> 00:23:12,808 맞다 쳐도 고치면 돼 요새 다 고쳐, 다 370 00:23:12,892 --> 00:23:14,768 - 양관식 님, 양관식 님 - 네, 네 371 00:23:14,852 --> 00:23:16,520 채혈실 앞에서 대기하세요 372 00:23:18,647 --> 00:23:20,691 이런 뒤통수가 어딨어? 373 00:23:21,191 --> 00:23:22,818 무쇠가 이러는 게 어딨어 374 00:23:25,529 --> 00:23:26,530 아빠 375 00:23:27,615 --> 00:23:28,490 걱정하지 마 376 00:23:29,241 --> 00:23:30,159 겁먹지 마 377 00:23:30,743 --> 00:23:33,412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을 거야, 알지? 378 00:23:34,330 --> 00:23:36,707 하나도, 하나도 걱정 안 돼 379 00:23:37,499 --> 00:23:38,876 내 몸을 내가 몰라? 380 00:23:41,795 --> 00:23:42,713 몰랐다 381 00:23:43,464 --> 00:23:44,882 무쇠가 얼마나 382 00:23:45,633 --> 00:23:46,675 얼마나 383 00:23:47,801 --> 00:23:49,178 약한 사람인지 384 00:23:56,518 --> 00:23:57,436 엄마 385 00:23:57,519 --> 00:23:58,479 응 386 00:23:59,104 --> 00:24:01,106 의사가 뭐라고 하든지 울지 마 387 00:24:02,650 --> 00:24:05,152 아빠 아니야, 아빠는 아니야 388 00:24:05,736 --> 00:24:08,238 아빠처럼 착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389 00:24:09,323 --> 00:24:10,741 엄마, 엄마? 390 00:24:10,824 --> 00:24:11,700 응? 391 00:24:11,784 --> 00:24:12,660 나 못 믿어? 392 00:24:13,452 --> 00:24:15,120 만약에 아프다고 해도 393 00:24:15,704 --> 00:24:17,247 그냥 내가 고친다니까? 394 00:24:17,915 --> 00:24:20,292 응, 믿어, 믿어 395 00:24:21,251 --> 00:24:22,920 그러니까 아빠 앞에서 울지 마 396 00:24:25,339 --> 00:24:27,007 아빠도 지금 놀랬어 397 00:24:30,469 --> 00:24:33,138 류마티스 관절염을 오래 앓으셨네요 398 00:24:33,847 --> 00:24:35,641 아픈 걸 너무 참으셨어요 399 00:24:37,017 --> 00:24:39,061 다발 골수종으로 인한 증상을 400 00:24:39,144 --> 00:24:41,563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으로 오인해서 401 00:24:42,147 --> 00:24:44,149 발견이 늦는 경우들이 더러 있어요 402 00:24:44,692 --> 00:24:45,901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게 403 00:24:47,027 --> 00:24:48,487 혈액암의 일종인데 404 00:24:48,570 --> 00:24:51,448 백혈병의 먼 친척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… 405 00:24:52,032 --> 00:24:54,326 아는 유행가 하나가 제대로 없고 406 00:24:54,827 --> 00:24:56,120 걸 그룹이 나오면 407 00:24:56,203 --> 00:24:59,915 맨날 '쟤가 성유리냐'고만 묻던 아빠가 답답했다 408 00:25:01,125 --> 00:25:04,169 아빠는 딸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는 걸 409 00:25:04,712 --> 00:25:07,506 아빠도 기타를 치고 싶어 한 사람이었다는 걸 410 00:25:08,048 --> 00:25:08,966 몰랐다 411 00:25:09,883 --> 00:25:11,010 모른 체했다 412 00:25:11,093 --> 00:25:14,054 잘 참는 분들이 오히려 병을 키워서 오세요 413 00:25:15,472 --> 00:25:19,351 이미 신장 장애까지 진행됐는데 인지를 못 하셨어요? 414 00:25:19,435 --> 00:25:21,478 굉장히 피곤하셨을 텐데 415 00:25:22,229 --> 00:25:23,230 그럼… 416 00:25:25,858 --> 00:25:26,900 어떡해요? 417 00:25:28,652 --> 00:25:29,862 지금 상태는 418 00:25:30,696 --> 00:25:32,322 당장 조치를 안 하면 419 00:25:33,615 --> 00:25:34,783 뭐, 위험한 정도로 420 00:25:36,410 --> 00:25:37,536 참 그렇습니다 421 00:25:41,540 --> 00:25:44,543 이제야 김광석을 좋아하게 된 내 아빠에게 422 00:25:45,586 --> 00:25:48,464 하늘은 그토록 야박하게 굴었다 423 00:25:51,425 --> 00:25:52,593 어, 어 424 00:25:54,011 --> 00:25:55,429 뭘 데리러 와? 425 00:25:56,221 --> 00:25:57,097 금명아 426 00:25:57,598 --> 00:25:59,600 하루이틀 다닐 것도 아닌데 427 00:25:59,683 --> 00:26:02,061 그러지 마, 지쳐 428 00:26:02,144 --> 00:26:03,228 너 지쳐 429 00:26:23,248 --> 00:26:24,166 봐 봐 430 00:26:28,295 --> 00:26:29,630 걱정도 하지 마 431 00:26:30,547 --> 00:26:33,175 내가 당신 고쳐 놓을 거야 432 00:26:34,259 --> 00:26:35,385 내가 고쳐 놓으믄 돼 433 00:26:37,763 --> 00:26:38,722 가 434 00:26:54,363 --> 00:26:55,614 스물네 번의 항암은 435 00:26:57,282 --> 00:26:58,450 무쇠를 녹였다 436 00:26:59,451 --> 00:27:02,121 엄마는 계절을 잊었다 437 00:27:02,621 --> 00:27:05,749 어이, 꽃순이, 꽃 좀 봐 438 00:27:08,836 --> 00:27:10,754 이런 걸 봐야 시도 나오지 439 00:27:12,047 --> 00:27:13,340 시는 쓰고 있는 거야? 440 00:27:14,424 --> 00:27:16,009 그거 나 언제 보여 주게? 441 00:27:17,636 --> 00:27:20,514 그렇게 꽃 좋아하는 사람이 내 발만 보고 가네 442 00:27:21,223 --> 00:27:23,934 당신 넘어지면 큰일 나 443 00:27:24,643 --> 00:27:27,646 좀 봐, 같이 좀 보게 444 00:27:44,454 --> 00:27:48,041 내년에는 단풍 보러 장가계 가자 445 00:27:48,625 --> 00:27:50,252 미숙이 년도 갔다 왔대 446 00:27:50,335 --> 00:27:51,545 엄청 자랑해 447 00:27:53,797 --> 00:27:56,383 손은 왜 이렇게 꼭 잡고 다녀 448 00:27:57,176 --> 00:27:58,468 누가 나 뺏어 갈까 봐? 449 00:27:59,428 --> 00:28:04,141 당신 없으믄 나 아무도 없어, 알지? 450 00:28:04,224 --> 00:28:05,934 왜 없어? 애들 있는데 451 00:28:06,018 --> 00:28:07,019 없어 452 00:28:08,187 --> 00:28:09,730 애들 다 지 식구 있잖아 453 00:28:12,816 --> 00:28:13,775 애물단지 454 00:28:14,776 --> 00:28:16,195 애물단지 애순이 455 00:28:16,737 --> 00:28:18,739 어려서도 작은아버지 집에서 456 00:28:19,531 --> 00:28:21,700 당신만 조구 못 먹고 잘 생각 하면 457 00:28:22,576 --> 00:28:24,620 나 승질이 나서 잠도 안 오데 458 00:28:26,163 --> 00:28:27,122 그때부터 459 00:28:28,790 --> 00:28:31,627 애물단지 하나가 속에 콕 박혀 가지고 460 00:28:34,546 --> 00:28:35,756 그러니까 461 00:28:36,632 --> 00:28:37,507 이겨 내 462 00:28:38,258 --> 00:28:40,844 홀엄마는 애들한테 또 애물단지야 463 00:28:42,346 --> 00:28:44,097 나 외롭게 늙게 하지 마 464 00:28:45,599 --> 00:28:46,516 그럼 465 00:28:47,100 --> 00:28:48,268 두고는 못 가지 466 00:28:52,397 --> 00:28:54,858 그놈의 애순이 두고는 못 가지 467 00:28:56,526 --> 00:29:00,280 아빠의 시간은 벚꽃같이 흘렀다 468 00:29:05,702 --> 00:29:07,996 힘들었지? 안 메슥거렸어? 469 00:29:08,497 --> 00:29:10,666 별로, 별로 안 아파 470 00:29:11,166 --> 00:29:12,584 아프지, 뭐가 안 아파 471 00:29:13,543 --> 00:29:15,087 아프지, 뭐가 안 아파? 472 00:29:15,170 --> 00:29:16,338 양관식 님 473 00:29:17,005 --> 00:29:17,923 아, 네, 네 474 00:29:19,466 --> 00:29:21,510 마시고 있어, 마셔, 이거, 어? 475 00:29:22,177 --> 00:29:23,971 - 허재욱 님 - 네 476 00:29:25,889 --> 00:29:27,391 피검사 하고 올라오셨냐고요 477 00:29:28,058 --> 00:29:29,309 아니… 478 00:29:29,393 --> 00:29:32,104 아까 밑에서 여기 먼저 가라고 해 가지고… 479 00:29:32,187 --> 00:29:34,064 여기 다 순서 써 있잖아요 480 00:29:35,065 --> 00:29:36,233 아이고 481 00:29:36,817 --> 00:29:38,151 - 나가세요 - 예? 482 00:29:38,235 --> 00:29:40,028 - 나가세요 - 아유, 이, 이게… 483 00:29:40,529 --> 00:29:42,906 들어오지 마시고 앞에 두시라고요, 앞에 484 00:29:43,699 --> 00:29:44,741 예, 제가 못 봐 가지고… 485 00:29:45,450 --> 00:29:47,244 써 있잖아요 486 00:29:49,913 --> 00:29:51,790 박정자 님, 들어가실게요 487 00:29:58,213 --> 00:29:59,131 아… 488 00:29:59,756 --> 00:30:02,009 그럼 고기는 상관이 없고요? 489 00:30:02,092 --> 00:30:03,635 누구는 또 490 00:30:03,719 --> 00:30:05,679 고기가 안 좋다고 해 가지고 491 00:30:05,762 --> 00:30:07,097 잘 드시면 좋죠 492 00:30:07,180 --> 00:30:08,223 아… 493 00:30:08,307 --> 00:30:09,349 그럼 다음 달에 뵐게요 494 00:30:09,433 --> 00:30:12,811 아, 저기, 저 그, 뜸은 떠도 되는지 495 00:30:13,562 --> 00:30:15,605 그, 뜸이 좋다고 하던데 496 00:30:16,857 --> 00:30:19,109 인터넷에서 찾은 거 여기 와서 다 물으시게요? 497 00:30:19,609 --> 00:30:20,485 아… 498 00:30:24,740 --> 00:30:27,492 832번 고객님 499 00:30:27,576 --> 00:30:32,122 이게 아니에요? 이게 번호가 832번 맞는데 500 00:30:32,205 --> 00:30:36,084 수납처에 접수처 번호표를 갖고 오시면 안 되는 거예요 501 00:30:37,085 --> 00:30:39,671 아, 그럼 이 번호는… 502 00:30:39,755 --> 00:30:41,214 저기 써 있잖아요 503 00:30:41,715 --> 00:30:42,674 아니, 이게… 504 00:30:47,512 --> 00:30:48,930 835번 안 계세요? 505 00:30:51,683 --> 00:30:52,934 해 줘요 506 00:30:53,293 --> 00:30:54,578 그냥 해 줘요! 507 00:30:55,020 --> 00:30:56,563 여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508 00:30:57,230 --> 00:30:59,733 모르는 사람은 그냥 좀 해 주면 되지, 왜? 509 00:31:00,609 --> 00:31:01,526 왜 그래? 510 00:31:02,235 --> 00:31:03,362 왜 한숨을 쉬어요? 511 00:31:03,445 --> 00:31:05,364 왜 사람 면전에다 한숨을 푹푹거려요 512 00:31:06,281 --> 00:31:07,991 - 여보 - 처음 하면 다 모르지 513 00:31:08,075 --> 00:31:10,410 왜 면박 주고 왜 하루 종일 혼만 내고 514 00:31:10,494 --> 00:31:11,995 자기들만 대장인가 515 00:31:12,496 --> 00:31:14,206 자기들 아는 것만 죄 만들어 놓고 516 00:31:14,289 --> 00:31:16,124 못 따라가면 다 등신 천치 만들고 517 00:31:16,958 --> 00:31:19,544 이 사람도 똑똑해요 더 똑똑해요, 더! 518 00:31:19,628 --> 00:31:20,921 왜, 왜, 엄마, 왜? 519 00:31:21,004 --> 00:31:22,297 - 금명아 - 뭐가 바빠서! 520 00:31:23,131 --> 00:31:24,299 뭐가 그렇게 바빠? 521 00:31:24,383 --> 00:31:26,301 병원 올 때는 꼭 같이 와, 꼭 522 00:31:26,885 --> 00:31:29,262 그건 이제 규칙이야, 규칙! 523 00:31:32,015 --> 00:31:33,475 아빠가 아파서 그래 524 00:31:34,309 --> 00:31:36,103 아프니까 짜증이 늘지 525 00:31:37,354 --> 00:31:40,649 편두통만 와도 사람이 짜증이 나는 건데 526 00:31:42,025 --> 00:31:44,319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, 알지? 527 00:31:46,154 --> 00:31:49,866 엄마는 아빠가 절대적으로 내 편인 거 같지? 528 00:31:50,742 --> 00:31:53,161 아니야, 엄마랑 나랑 붙잖아? 529 00:31:53,870 --> 00:31:55,789 아빠 백 프로 엄마 편이야 530 00:31:57,290 --> 00:32:00,252 내가 1번이면 엄마는 0번, 0번 531 00:32:01,378 --> 00:32:04,756 아빠한테 엄마는 절대 반지라고 본다 532 00:32:04,840 --> 00:32:06,133 건들면 죽어 533 00:32:08,802 --> 00:32:14,015 848번 고객님 4번 창구로 와 주십시오 534 00:32:17,477 --> 00:32:19,896 아빠 눈에는 엄마가 보였다 535 00:32:22,774 --> 00:32:23,733 먼 훗날 536 00:32:24,317 --> 00:32:26,319 여기 혼자 앉아 있을 537 00:32:27,487 --> 00:32:28,864 엄마가 보였다 538 00:32:37,998 --> 00:32:38,915 물러 539 00:32:40,167 --> 00:32:41,710 내일부터는 4인실로 해 540 00:32:42,961 --> 00:32:46,131 아빠 말고 엄마 불편할까 봐 잡았어 541 00:32:46,965 --> 00:32:47,841 됐지? 542 00:32:49,759 --> 00:32:52,387 아빠는 너 아파도 1인실 못 해 줬을 텐데 543 00:32:53,472 --> 00:32:55,557 나는 딸 하나는 땡잡았네 544 00:32:55,640 --> 00:32:58,018 그럼 빨리 나아서 갚어 545 00:32:59,160 --> 00:33:01,271 새봄이도 좀 봐 주고 546 00:33:01,354 --> 00:33:02,939 사위 군기도 잡고 해 547 00:33:05,775 --> 00:33:07,277 계속 잘하지? 너한테 548 00:33:08,445 --> 00:33:09,863 껌뻑 죽지 549 00:33:18,330 --> 00:33:20,999 내일은 오빠랑 일찍 와서 머리 감겨 드리고… 550 00:33:21,082 --> 00:33:22,000 가게? 551 00:33:23,001 --> 00:33:24,461 왜, 가지 마? 552 00:33:25,337 --> 00:33:27,255 맨날 빨리 가라고만 난리더니, 왜? 553 00:33:28,757 --> 00:33:30,467 자고 가, 1인실인데 554 00:33:37,390 --> 00:33:40,060 1인실은 보호자 베개도 준다 555 00:33:40,143 --> 00:33:41,311 아휴, 되게 좋아 556 00:33:42,479 --> 00:33:44,314 그래서 얼마인데? 557 00:33:44,397 --> 00:33:46,274 당신 금명이 집 가서 씻고 와 558 00:33:47,192 --> 00:33:48,818 오늘은 금명이가 있겠대 559 00:33:53,990 --> 00:33:57,160 미쳤다, 물심양면 땜에? 560 00:33:57,244 --> 00:33:59,496 아이, 그래서 진짜로 엄마 반장을 뺏었다고? 561 00:33:59,579 --> 00:34:01,957 - 그 담임 미친놈이네 - 개놈 562 00:34:02,791 --> 00:34:03,708 개놈! 563 00:34:08,713 --> 00:34:12,050 그래서 엄마가 박치기를 했다고? 564 00:34:13,176 --> 00:34:14,886 - 진짜… - 여인숙 여자 코를 565 00:34:15,720 --> 00:34:16,930 다이다이로 깼어 566 00:34:21,518 --> 00:34:23,103 그래서 아빠가 봤어? 567 00:34:24,062 --> 00:34:26,731 엄마가 동명이 산소 가서 누워 있는 거? 568 00:34:27,440 --> 00:34:28,358 봤지 569 00:34:29,276 --> 00:34:31,611 엄마가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까 봐 570 00:34:32,362 --> 00:34:33,697 몰래 쫓아다니다가 571 00:34:34,906 --> 00:34:36,199 어떻게 살아 572 00:34:36,950 --> 00:34:37,993 그때 엄마가 573 00:34:39,119 --> 00:34:40,745 스물여덟이었어 574 00:34:42,664 --> 00:34:43,707 스물여덟 575 00:34:46,751 --> 00:34:48,336 결혼하잘 때, 내가 576 00:34:49,296 --> 00:34:51,172 육지, 대학, 시인 중에 577 00:34:52,424 --> 00:34:54,509 하나는 꼭 해 주기로 했는데 578 00:34:56,803 --> 00:34:58,888 하나를 못 해 주고 가나 했더니 579 00:35:00,557 --> 00:35:02,392 그래도 요새는 뭘 쓰기는 써 580 00:35:03,310 --> 00:35:05,687 그것만 보면 나는 좋아 죽겠지 581 00:35:06,563 --> 00:35:07,856 엄마가 원래로는 582 00:35:08,940 --> 00:35:10,817 백일장 장원 출신인데 583 00:35:12,027 --> 00:35:13,653 여고 1등 출신인데 584 00:35:15,572 --> 00:35:17,741 엄마가 그렇게 근사한 사람이야 585 00:35:19,659 --> 00:35:21,786 말도 못 하게 아까운 사람이야 586 00:35:26,541 --> 00:35:27,417 잘해 줘 587 00:35:27,917 --> 00:35:29,544 잘 부탁해, 응? 588 00:35:32,547 --> 00:35:33,882 아빠 짜증 나 589 00:35:34,549 --> 00:35:36,593 그 말 할라고 나 붙들었지? 590 00:35:39,304 --> 00:35:41,389 아빠는 딸한테 끝까지 미안하네 591 00:35:42,349 --> 00:35:44,267 내 각시까지 떠넘기고 가고 592 00:35:45,477 --> 00:35:48,271 뭘 가, 가기는 593 00:35:48,355 --> 00:35:49,898 아, 내가 싫다고 594 00:35:50,565 --> 00:35:52,108 나 아직 다 안 컸어 595 00:35:53,193 --> 00:35:54,486 더 키워 놓고 가 596 00:35:55,362 --> 00:35:57,322 아, 왜 이렇게 빨리 갈라 그래 597 00:35:59,074 --> 00:36:00,367 금명이 너는 꼭 598 00:36:02,035 --> 00:36:03,912 내가 막 통통배로다가 599 00:36:05,497 --> 00:36:07,040 고래를 낚은 거 같았어 600 00:36:08,375 --> 00:36:10,168 구구단도 제일 먼저 띠고 601 00:36:10,752 --> 00:36:12,587 막 서울대를 가 버리는데 602 00:36:14,130 --> 00:36:15,131 참… 603 00:36:16,049 --> 00:36:17,717 벅차고도 미안했지 604 00:36:19,135 --> 00:36:20,720 맨날 미안했지 605 00:36:22,055 --> 00:36:24,557 그래도 딸한테는 그냥 미안한데 606 00:36:24,641 --> 00:36:25,934 엄마 생각하면 607 00:36:27,727 --> 00:36:29,270 미안하고 죽겠어 608 00:36:32,107 --> 00:36:33,233 잠이 안 와 609 00:36:34,317 --> 00:36:35,568 잠이 안 와 610 00:36:36,611 --> 00:36:38,863 아빠가 엄마 옆에 있어 주면 되지 611 00:36:39,989 --> 00:36:41,866 아, 그냥 쫌 더 있어, 쫌 612 00:36:43,451 --> 00:36:44,369 금명아 613 00:36:45,620 --> 00:36:47,455 아빠도 그러고 싶지 614 00:36:49,666 --> 00:36:51,334 너무 그러고 싶지 615 00:36:55,046 --> 00:36:56,172 아빠한테는 616 00:36:58,258 --> 00:37:00,093 엄마가 진짜 귀한 사람이거든? 617 00:37:02,345 --> 00:37:03,722 성가셔하지 마 618 00:37:04,305 --> 00:37:05,515 답답해하지 마 619 00:37:06,433 --> 00:37:07,934 짜증 내지 말고 620 00:37:09,728 --> 00:37:10,770 다정해 줘 621 00:37:15,483 --> 00:37:16,443 다정해 줘 622 00:37:21,072 --> 00:37:22,073 내가… 623 00:37:25,535 --> 00:37:29,122 내가 아빠랑 어떻게 헤어져? 624 00:37:39,507 --> 00:37:40,425 아빠… 625 00:37:41,342 --> 00:37:42,802 아빠, 미안해 626 00:37:42,886 --> 00:37:44,179 미안해 627 00:37:45,805 --> 00:37:47,557 짜증 내서 미안해 628 00:37:48,600 --> 00:37:49,517 내가… 629 00:37:50,059 --> 00:37:53,104 맨날 전화 빨리 끊을라고만 해서 미안해 630 00:37:54,230 --> 00:37:55,148 근데 631 00:37:55,982 --> 00:37:59,986 근데 나 진짜 짜증 나서 그런 거 아니야 632 00:38:01,321 --> 00:38:03,448 진짜 아니야 633 00:38:09,329 --> 00:38:10,497 알지 634 00:38:12,165 --> 00:38:13,208 다 알지 635 00:38:14,667 --> 00:38:15,919 우리 딸 최고인데 636 00:38:20,131 --> 00:38:22,509 내게는 다정한 아빠가 있었다 637 00:38:23,635 --> 00:38:26,513 아, 그래서 아빠는 온다는 거야, 만다는 거야? 638 00:38:27,222 --> 00:38:30,683 아빠에게는 다정한 딸이 없었다 639 00:38:31,810 --> 00:38:33,561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소리 640 00:38:34,771 --> 00:38:36,564 나 왜 그렇게 듣기 싫지? 641 00:38:37,315 --> 00:38:40,193 개천에서 용이 나면 누구한테 좋은 거야? 642 00:38:41,277 --> 00:38:43,363 기둥, 누나, 장녀 아, 다 지긋지긋해! 643 00:38:43,905 --> 00:38:44,781 양금명! 644 00:38:45,698 --> 00:38:48,910 엄마에게 다정해 달라는 그 다정한 당부가 645 00:38:50,537 --> 00:38:51,704 - 아리게도 남았다 - 아이 646 00:38:52,539 --> 00:38:55,166 나보고 아부지처럼 살라고요? 진짜 원해요? 647 00:38:55,667 --> 00:38:57,460 아부지처럼 살기 싫어서 그랬어요 648 00:38:57,961 --> 00:39:00,672 '형편껏, 딱 가진 만큼' 그게 싫어서요 649 00:39:00,755 --> 00:39:02,799 아부지 맨날 파스 냄새 진동하고 살아서 650 00:39:02,882 --> 00:39:03,758 나한테 뭐 해 줬는데요? 651 00:39:05,009 --> 00:39:06,302 우리는 아빠를 652 00:39:07,762 --> 00:39:09,848 영원히 가진 것처럼 굴었다 653 00:39:11,432 --> 00:39:12,809 내려와 계셔도 되는 거죠? 654 00:39:14,227 --> 00:39:15,520 그렇게 원을 해 655 00:39:16,271 --> 00:39:18,773 얼마라도 집에 있고 싶다고 656 00:39:19,440 --> 00:39:20,984 바다 좀 보고 싶다고 657 00:39:21,985 --> 00:39:23,319 집에 계시면 뭐… 658 00:39:24,153 --> 00:39:26,281 더 좋아지시지, 더 659 00:39:39,586 --> 00:39:40,503 아부지 660 00:39:41,004 --> 00:39:42,463 이거는 앉, 앉아서 타는 거기 때문에 661 00:39:42,547 --> 00:39:43,506 허리가 일절 괜찮고 662 00:39:44,215 --> 00:39:47,051 이 의자에 앉아서 김광석이 들으면, 뭐 663 00:39:47,844 --> 00:39:50,972 내가 이거 LP들 구할라고 인터넷 뒤져 갖고… 664 00:39:51,055 --> 00:39:52,473 아부지 기타… 665 00:39:56,436 --> 00:39:58,438 아빠… 왜 666 00:39:59,772 --> 00:40:00,857 왜 그래? 667 00:40:02,108 --> 00:40:03,735 왜 그렇게 말랐어? 668 00:40:05,236 --> 00:40:06,362 아빠 669 00:40:07,780 --> 00:40:10,130 아빠, 아빠 왜… 670 00:40:10,325 --> 00:40:11,576 아이고, 이거 671 00:40:12,118 --> 00:40:13,828 애아부지가 창피하게 672 00:40:15,830 --> 00:40:17,165 아빠 왜 그래 673 00:40:19,292 --> 00:40:21,169 내가 나 좀 봐 주라고 했잖아 674 00:40:22,462 --> 00:40:23,922 내가 벤츠 사 준다고 675 00:40:24,672 --> 00:40:26,341 내가 배 사 준다고! 676 00:40:27,634 --> 00:40:28,843 다 봤어 677 00:40:29,427 --> 00:40:30,845 아부지 다 봤어 678 00:40:33,640 --> 00:40:34,849 너 효도 다 했어 679 00:40:38,269 --> 00:40:39,187 나 다 알아 680 00:40:39,896 --> 00:40:41,814 원래는 다 아는데, 내가 681 00:40:43,399 --> 00:40:44,317 내가… 682 00:40:45,860 --> 00:40:47,445 동생 간 날이 683 00:40:47,528 --> 00:40:49,614 느 생일 3일 뒤다 684 00:40:49,697 --> 00:40:51,324 생일 없다 하고 살라 685 00:40:51,407 --> 00:40:54,035 그런 게 어딨어! 686 00:40:54,744 --> 00:40:56,454 나 안 해 687 00:40:58,247 --> 00:40:59,999 나 안 할 거야! 688 00:41:02,251 --> 00:41:03,127 은명이 나와 689 00:41:12,470 --> 00:41:14,180 은명이, 너 택해 690 00:41:14,263 --> 00:41:16,099 생일 때 집에서 떡 하는 거랑 691 00:41:16,599 --> 00:41:18,059 중국집 탕수육 중에 뭐가 좋아? 692 00:41:18,142 --> 00:41:19,769 두 개는 못 해, 하나만 골라야 돼 693 00:41:20,812 --> 00:41:22,230 로봇이랑 탕수육 694 00:41:25,274 --> 00:41:28,027 그럼 아버지가 생일 때마다 몰래 계속 사 줘, 말아? 695 00:41:28,111 --> 00:41:28,987 사 줘 696 00:41:30,196 --> 00:41:32,365 대신 비밀 꼭 지켜 697 00:41:33,908 --> 00:41:35,493 근데 누나한테는 또 말할 거지? 698 00:41:36,703 --> 00:41:38,454 아이고, 촉새 699 00:41:39,998 --> 00:41:41,374 내가 볼 때는 아부지는 700 00:41:42,041 --> 00:41:43,710 누나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 701 00:41:47,005 --> 00:41:48,006 탕수육도 먹어 702 00:41:48,089 --> 00:41:49,465 나만 사 주고 703 00:41:50,091 --> 00:41:51,467 나만 몰래 주고 704 00:41:52,385 --> 00:41:54,220 나 사실 다 아는데 705 00:41:56,347 --> 00:41:58,599 내가 나 좋은 거만 기억하고 706 00:41:59,183 --> 00:42:00,685 촉새, 촉새 707 00:42:01,728 --> 00:42:03,021 또 다 말해 버리네 708 00:42:04,772 --> 00:42:06,107 나는 개새끼야 709 00:42:08,901 --> 00:42:10,987 너는 애비를 멕여 버리냐? 710 00:42:16,909 --> 00:42:18,619 이모들이 다 땄어 711 00:42:19,287 --> 00:42:20,204 그놈의 바당 712 00:42:20,705 --> 00:42:21,914 저도 속상했는지 713 00:42:21,998 --> 00:42:24,125 당신 아픈 거 알고 더 내 주더래 714 00:42:26,044 --> 00:42:29,714 평생을 퍼 써도 끝없이 내어 주는 바다 715 00:42:31,299 --> 00:42:32,925 엄마, 아들 왔네 716 00:42:33,843 --> 00:42:35,011 얼른 씻어 717 00:42:35,928 --> 00:42:37,138 씻고 와 밥 먹어 718 00:42:40,767 --> 00:42:43,853 우리에게는 아빠가 바다였다 719 00:42:46,564 --> 00:42:49,609 우리는 다 거기 기대 살고 있었다 720 00:42:55,281 --> 00:42:56,532 쪼만한 사람이 721 00:42:57,325 --> 00:42:59,911 그, 체리코크를 사 주면서 722 00:43:00,453 --> 00:43:02,246 계약을 하자는 거예요 723 00:43:02,705 --> 00:43:04,832 나를 스타 강사 만들어 준대요 724 00:43:05,333 --> 00:43:08,294 솔직히 기도 안 찼는데 725 00:43:08,377 --> 00:43:13,049 회사 이름 얘기를 듣고 그냥 해 보자 했던 기억이 납니다 726 00:43:13,800 --> 00:43:16,636 제가 지목할 다음 릴레이 명사는 727 00:43:16,969 --> 00:43:19,555 세상의 판을 바꾸는 사람 728 00:43:20,098 --> 00:43:23,559 에버스터디 양금명 대표입니다 729 00:43:27,730 --> 00:43:29,023 어머머머, 어머머 730 00:43:29,315 --> 00:43:31,275 금명이야, 금명이 731 00:43:32,401 --> 00:43:33,986 우리는 갚아야 했다 732 00:43:34,737 --> 00:43:37,615 별의 귀환 길을 팡파르로 밝혔다 733 00:43:38,366 --> 00:43:40,827 안녕하세요, 양금명입니다 734 00:43:41,786 --> 00:43:43,329 일본 유학 시절에는 735 00:43:43,996 --> 00:43:45,414 이걸로 강의를 녹음해서 736 00:43:45,915 --> 00:43:47,458 듣고 또 들었거든요 737 00:43:48,376 --> 00:43:49,919 일단 말이 안 되니까 738 00:43:50,795 --> 00:43:52,630 의지할 게 이거밖에 없더라고요 739 00:43:54,423 --> 00:43:57,760 '이렇게 손안에 선생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?' 740 00:43:57,844 --> 00:43:59,262 생각만 하다가 741 00:43:59,929 --> 00:44:02,765 고향 집에 내려가서 책장을 보고 742 00:44:02,849 --> 00:44:05,852 머리를 한 대 탁 맞은 느낌이었어요 743 00:44:07,770 --> 00:44:10,481 거기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744 00:44:12,316 --> 00:44:14,318 엄마의 대입 문제집이 있었습니다 745 00:44:14,402 --> 00:44:15,361 아휴 746 00:44:15,862 --> 00:44:18,114 쟤가 내 얘기를 해 747 00:44:18,197 --> 00:44:19,323 저희 어머니는 748 00:44:19,407 --> 00:44:22,076 정말 근사한 사람이었습니다 749 00:44:22,160 --> 00:44:23,995 정말 명석하고 750 00:44:24,745 --> 00:44:26,622 성실하고 그리고 정말로 751 00:44:27,623 --> 00:44:29,083 공부를 하고 싶어 하던 사람 752 00:44:30,126 --> 00:44:31,294 저희 엄마에게 753 00:44:31,794 --> 00:44:33,629 그때 손안의 교실이 있었더라면 754 00:44:34,172 --> 00:44:36,215 여한 없이 공부했을 텐데 755 00:44:37,091 --> 00:44:38,843 분명히 날아올랐을 텐데 756 00:44:39,594 --> 00:44:42,847 대치동에 안 살아도 고액 과외 못 받아도 757 00:44:43,431 --> 00:44:44,974 섬에 사는 문학소녀도 758 00:44:45,683 --> 00:44:47,602 공부하고 싶으면 해야 한다 759 00:44:48,936 --> 00:44:50,021 저는 760 00:44:50,605 --> 00:44:53,357 누구든, 언제든, 어디서든 761 00:44:53,858 --> 00:44:57,945 공부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762 00:44:59,322 --> 00:45:00,364 에버스터디는 763 00:45:01,657 --> 00:45:02,617 그렇게 764 00:45:04,202 --> 00:45:06,871 저희 어머니의 꿈에서 시작됐습니다 765 00:45:13,127 --> 00:45:14,253 난 몰라 766 00:45:15,338 --> 00:45:16,297 쟤 왜 저래? 767 00:45:17,590 --> 00:45:19,548 언니는 약도 잘 파신다 768 00:45:22,595 --> 00:45:23,554 그런데 때마침 769 00:45:24,472 --> 00:45:27,683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하고 770 00:45:27,767 --> 00:45:29,644 또 때마침 PMP가 나오더라고요 771 00:45:30,436 --> 00:45:32,813 이산가족도 화상으로 만난다는 거예요 772 00:45:33,981 --> 00:45:36,734 인터넷 강의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했고 773 00:45:36,817 --> 00:45:40,279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무자비한 성실함으로 774 00:45:40,863 --> 00:45:42,865 - 밀어붙였습니다 - 내 얘기도 했다, 내 얘기 775 00:45:44,450 --> 00:45:45,952 우리는 아빠에게 776 00:45:46,452 --> 00:45:48,871 반드시 보여 줄 것들이 있었다 777 00:45:49,497 --> 00:45:52,041 제주 해녀의 자존과 역사를 기록한 778 00:45:52,124 --> 00:45:54,752 해녀 박물관이 오늘 개관했습니다 779 00:45:55,544 --> 00:46:00,007 제주 해녀의 자존, 역사를 담은 780 00:46:00,091 --> 00:46:02,176 박물관 개관을 통하여 781 00:46:02,677 --> 00:46:05,429 우리는 해녀의 세계화 782 00:46:05,513 --> 00:46:09,016 나아가 세계 문화재 등재를 위하여 783 00:46:09,100 --> 00:46:10,226 살아 있고 784 00:46:10,309 --> 00:46:12,645 살아 있는 문화로서… 785 00:46:14,063 --> 00:46:15,064 살아 있고! 786 00:46:15,606 --> 00:46:16,816 우리 살아 있어 787 00:46:17,566 --> 00:46:19,402 우리는 살아 있고 788 00:46:20,111 --> 00:46:23,698 제주 해녀의 강인한 개척 정신을… 789 00:46:23,781 --> 00:46:24,699 이게 맞아? 790 00:46:24,782 --> 00:46:26,742 니가 이러고도 효자가 될 수 있겠어? 791 00:46:26,826 --> 00:46:29,829 어떻게 아빠 지갑을 털어서 아름이 머리띠를, 마, 어? 792 00:46:29,912 --> 00:46:32,248 아름이가 아니고, 정아람 793 00:46:33,791 --> 00:46:36,544 그리고 애 브리지 이거 당신이 넣어 줬어? 794 00:46:38,004 --> 00:46:39,213 - '아' 하세요 - 꼬락서니가 795 00:46:41,257 --> 00:46:44,176 너 브리지 넣고 아름이랑 연애할라고 학원 댕기지? 796 00:46:44,260 --> 00:46:45,303 아빠 다 알아 797 00:46:45,386 --> 00:46:47,430 아빠는 다 알아, 박사, 박사 798 00:46:49,098 --> 00:46:51,600 근데 아부지는 왜 자꾸 웃는 거 같지? 799 00:46:51,684 --> 00:46:54,228 내가 애랑 싸울 때마다 자꾸 웃는다는 느낌이 드네? 800 00:46:55,062 --> 00:46:56,897 인생이 공수 교대다, 그렇지? 801 00:46:57,565 --> 00:46:59,900 반드시 뿌린 대로 와, 꼬숩게시리 802 00:47:05,323 --> 00:47:06,240 뭐요? 803 00:47:08,743 --> 00:47:09,618 어휴 804 00:47:11,871 --> 00:47:12,788 여보! 805 00:47:14,290 --> 00:47:15,499 왜! 806 00:47:15,583 --> 00:47:16,584 왜, 또 뭐? 807 00:47:16,667 --> 00:47:17,877 아, 어떡해 808 00:47:19,128 --> 00:47:22,006 아니, 이놈의 집구석은 뭐, 바람 잘 날이 없어 809 00:47:22,089 --> 00:47:23,883 왜, 또 뭐? 810 00:47:24,592 --> 00:47:26,302 당신 약속 지켰어 811 00:47:26,844 --> 00:47:28,137 셋 중의 하나 812 00:47:28,888 --> 00:47:30,139 지켰어 813 00:48:37,331 --> 00:48:40,000 하여튼 눈물만 늘어 가지고 814 00:48:44,171 --> 00:48:45,047 아유… 815 00:48:47,925 --> 00:48:51,053 거봐, 당신 약속 하나 지켰지? 816 00:48:52,555 --> 00:48:55,224 나도 책에 났으믄 시인이지 817 00:48:56,600 --> 00:48:57,935 나만 안 만났으믄 818 00:48:58,686 --> 00:49:00,062 진즉에 됐지 819 00:49:00,646 --> 00:49:02,898 당신 없었으믄 못 썼어 820 00:49:02,982 --> 00:49:05,109 그런 거 쓰지도 못했어 821 00:49:06,610 --> 00:49:09,113 아이고, 저놈의 애순이 822 00:49:10,322 --> 00:49:11,449 저놈의 애순이 823 00:49:14,535 --> 00:49:15,411 좋아? 824 00:49:17,288 --> 00:49:18,164 좋아 825 00:49:20,207 --> 00:49:22,626 나… 너무 좋아 826 00:49:29,596 --> 00:49:31,581 할머니 뽀뽀한다 827 00:49:32,720 --> 00:49:33,596 업혀? 828 00:49:34,555 --> 00:49:35,514 무거운데 829 00:49:35,598 --> 00:49:37,850 아, 참, 거 애들 보는데, 진짜 830 00:49:37,933 --> 00:49:39,393 자중 좀 해요 831 00:49:39,477 --> 00:49:41,562 아부지, 엄마가 그러니까 애들이 연애가 최고인 줄 알지 832 00:49:42,271 --> 00:49:44,523 엄마 책 100권 사서 어촌계에 돌려 833 00:49:44,607 --> 00:49:46,817 반드시 돌려, 알아들어? 834 00:49:52,239 --> 00:49:54,408 시간이 그날에 멈추기를 835 00:49:54,492 --> 00:49:56,911 보너스 트랙이 끝나지 않기를 836 00:49:57,995 --> 00:50:01,749 엄마는 그 밤이 새도록 바랐다 837 00:50:07,421 --> 00:50:08,547 여보 838 00:50:10,090 --> 00:50:11,634 이렇게만 살자 839 00:50:13,552 --> 00:50:18,224 나 딱 이렇게 5년만 더 살고 싶어 840 00:50:22,269 --> 00:50:23,145 아니 841 00:50:24,647 --> 00:50:26,148 우리 한 계절씩만 842 00:50:27,566 --> 00:50:29,443 더 보자, 어? 843 00:50:29,985 --> 00:50:32,488 셋 중 하나도 못 보고 갈까 봐 844 00:50:33,364 --> 00:50:34,698 미치겠더니 845 00:50:35,866 --> 00:50:38,035 그래도 시 쓰는 건 보고 가서 846 00:50:39,245 --> 00:50:41,288 내 마음이 훨씬 낫네 847 00:50:41,872 --> 00:50:42,915 훨씬 나아 848 00:50:44,208 --> 00:50:45,834 다음 세상에는 849 00:50:47,586 --> 00:50:50,506 다섯 개, 열 개 들어줄게 850 00:50:52,925 --> 00:50:54,468 다음에도 넘어올래? 851 00:51:01,642 --> 00:51:02,768 다음에도 852 00:51:04,770 --> 00:51:06,438 만날 수 있을까? 853 00:51:07,273 --> 00:51:08,190 왜? 854 00:51:09,316 --> 00:51:10,859 안 만나고 싶어서? 855 00:51:16,365 --> 00:51:19,702 그런 복은 내리 안 와 856 00:51:22,162 --> 00:51:24,498 어떻게 나만 꽃동산에 살아? 857 00:51:28,043 --> 00:51:30,588 나 만나 고생만 직싸게 했지 858 00:51:32,423 --> 00:51:33,966 나 당신 덕에 859 00:51:35,467 --> 00:51:37,636 하루도 안 외로웠어 860 00:51:39,722 --> 00:51:40,681 하루도 861 00:51:43,601 --> 00:51:45,561 그런 인생 또 어딨어 862 00:51:47,980 --> 00:51:48,939 애순아 863 00:51:49,815 --> 00:51:50,733 응? 864 00:51:51,317 --> 00:51:52,985 나 부탁 하나 있는데 865 00:51:56,739 --> 00:51:57,906 나 막판에 866 00:51:59,867 --> 00:52:01,035 너무 울지 마 867 00:52:03,579 --> 00:52:05,122 오애순이가 울면 868 00:52:06,373 --> 00:52:08,459 나는 그렇게 죽을 맛이데 869 00:52:11,045 --> 00:52:13,005 그럼 나 너울너울 못 가 870 00:52:15,591 --> 00:52:16,842 내가 막판에 871 00:52:19,136 --> 00:52:21,639 정말로 보고 가고 싶은 거는 872 00:52:24,892 --> 00:52:26,310 당신 웃는 거 873 00:52:28,854 --> 00:52:30,189 당신 그, 웃는 통에 874 00:52:31,315 --> 00:52:33,859 내가 얼마나 한평생 신이 났는데 875 00:52:44,745 --> 00:52:45,871 아이고 876 00:52:47,122 --> 00:52:48,415 말도 안 들어 877 00:52:50,751 --> 00:52:51,877 두드려 878 00:53:06,809 --> 00:53:09,978 자랑, 자랑 879 00:53:12,690 --> 00:53:14,942 웡이 자랑 880 00:53:16,694 --> 00:53:19,655 자랑, 자랑 881 00:53:20,155 --> 00:53:22,741 웡이 자랑 882 00:53:25,369 --> 00:53:26,704 우리 애기 883 00:53:26,787 --> 00:53:28,038 엄마 너무 보고 싶어 884 00:53:28,122 --> 00:53:30,916 잘도 잔다 885 00:53:32,960 --> 00:53:37,798 어서 자랑, 어서 자랑 886 00:53:39,591 --> 00:53:45,347 저래 가는 검둥개야 887 00:53:46,640 --> 00:53:52,187 이래 오는 검둥개야 888 00:53:53,439 --> 00:53:58,777 우리 애기 재와 주라 889 00:54:00,195 --> 00:54:05,451 느네 애기 재와 주마 890 00:54:07,286 --> 00:54:08,704 힘든 날은 있었어도 891 00:54:09,705 --> 00:54:12,291 외로운 날은 없었다는 엄마의 인생은 892 00:54:12,374 --> 00:54:14,710 - 양금명! - 돌아보니 낙원이었다 893 00:54:14,793 --> 00:54:17,004 아이고, 아이고, 참 894 00:54:18,255 --> 00:54:20,758 사는 내내 우리 등만 두드려 준 아빠는 895 00:54:22,217 --> 00:54:26,096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주었다 896 00:54:26,180 --> 00:54:27,681 자기야, 사고 나, 사고 897 00:54:28,599 --> 00:54:31,351 운전하지 말고 일단 차 세워 내가 지금 거기로 갈 테니까 898 00:54:31,435 --> 00:54:32,311 아니야 899 00:54:33,604 --> 00:54:34,646 차 없어 900 00:54:35,439 --> 00:54:36,857 길에 차가 없어 901 00:54:36,940 --> 00:54:37,858 차가 없다고? 902 00:54:38,901 --> 00:54:41,737 아빠 나 보고 가, 아빠 903 00:54:42,863 --> 00:54:44,990 하늘이 마지막 인심을 써 줬다 904 00:54:45,532 --> 00:54:47,534 - 마지막 에스코트를 할 수 있게 - 아빠 905 00:54:48,035 --> 00:54:50,037 아빠, 나 왔어 아빠, 나 여기 있어 906 00:54:50,537 --> 00:54:53,081 아빠, 아빠, 나 여기 있을게 907 00:54:53,165 --> 00:54:56,043 아빠, 겁먹지 마, 너무 겁먹지 마 908 00:54:56,585 --> 00:54:58,962 아빠, 미안해요 909 00:54:59,922 --> 00:55:02,299 아빠, 아빠, 사랑해 910 00:55:02,382 --> 00:55:03,759 아빠, 미안해 911 00:55:04,551 --> 00:55:05,469 아빠… 912 00:55:06,386 --> 00:55:07,554 - 아빠 - 여보 913 00:55:08,096 --> 00:55:09,348 아빠, 미안해 914 00:55:10,933 --> 00:55:13,519 아빠가 본 우리의 마지막 얼굴은 915 00:55:14,937 --> 00:55:16,480 생전 본 적 없이 916 00:55:17,314 --> 00:55:18,899 슬픈 얼굴들이었다 917 00:55:52,057 --> 00:55:56,478 몸 좀 아껴서 살지 왜 그렇게 빨리 늙었어 918 00:55:58,939 --> 00:56:00,566 당신은 똑같다 919 00:56:04,027 --> 00:56:05,612 나도 늙었지 920 00:56:08,240 --> 00:56:09,157 아니 921 00:56:10,284 --> 00:56:11,326 똑같아 922 00:56:13,161 --> 00:56:15,122 내 눈에는 오십 년 내내 923 00:56:16,415 --> 00:56:17,457 똑같았어 924 00:56:30,512 --> 00:56:34,057 소년의 일생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925 00:56:36,643 --> 00:56:41,356 소년은 일평생 그 소녀의 세상을 지켰다 926 00:56:43,984 --> 00:56:46,653 여보, 고마워 927 00:56:48,030 --> 00:56:49,990 당신 정말 잘 살았어 928 00:56:51,742 --> 00:56:52,993 잘 살았어 929 00:56:57,706 --> 00:56:58,832 괜찮았어? 930 00:57:01,793 --> 00:57:05,172 나랑 산 세월이 괜찮았어? 931 00:57:07,257 --> 00:57:08,967 더할 나위 없이 932 00:57:17,851 --> 00:57:21,438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 933 00:57:24,066 --> 00:57:28,570 일생에 각인한 한 사람을 그렇게 담고서 934 00:57:34,701 --> 00:57:35,619 아빠는 935 00:57:36,870 --> 00:57:38,997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936 00:57:49,216 --> 00:57:51,468 마지막 선물들을 남기고 937 00:57:54,346 --> 00:57:55,472 아부지가 너 주래 938 00:57:56,556 --> 00:57:57,766 꼭 너 주래 939 00:58:02,145 --> 00:58:03,063 아빠는 940 00:58:04,022 --> 00:58:06,066 내가 보낸 그 알량한 돈들을 941 00:58:06,608 --> 00:58:08,360 한 번도 출금하지 않았다 942 00:58:08,902 --> 00:58:10,070 빼 쓰지도 않는 놈의 거 943 00:58:11,029 --> 00:58:13,365 통장 정리는 꼭꼭 하길래 물었더니 944 00:58:14,032 --> 00:58:16,118 딸내미가 보내는 10만 원, 15만 원 945 00:58:16,201 --> 00:58:17,786 그 마음이 그렇게 좋더래 946 00:58:19,538 --> 00:58:20,914 아니, 왜 안 써 947 00:58:21,581 --> 00:58:23,083 니가 10만 원을 보내면 948 00:58:23,166 --> 00:58:25,919 니 애비는 100만 원어치 행복하더란다 949 00:58:28,964 --> 00:58:30,257 그래 놓고 지 거는 950 00:58:31,091 --> 00:58:33,051 농 한 칸이 다네, 농 한 칸이 951 00:58:35,303 --> 00:58:36,972 아, 아빠 진짜 짜증 나 952 00:58:38,265 --> 00:58:40,183 아빠의 짝사랑이 끝나고 953 00:58:41,018 --> 00:58:42,978 나의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954 00:58:48,066 --> 00:58:49,443 그놈의 벤츠 955 00:58:50,444 --> 00:58:51,945 아부지가 사 준다고 956 00:58:53,447 --> 00:58:55,198 너는 멋있게 살으래 957 00:58:55,866 --> 00:58:56,742 너는… 958 00:58:58,827 --> 00:59:00,245 몇 킬로 탄 거래요? 959 00:59:02,873 --> 00:59:03,874 너는 진짜 960 00:59:04,916 --> 00:59:07,669 내 딸이랑 참 많이 닮었다 961 00:59:23,268 --> 00:59:25,729 이놈의 삔 맨날 쓰고 맨날 찾아 962 00:59:26,521 --> 00:59:29,149 사 주면 뭐 해? 맨날 잃어버리는걸 963 00:59:57,677 --> 00:59:59,012 엄마의 보물섬에는 964 00:59:59,554 --> 01:00:01,556 50년의 다정이 들어 있었다 965 01:00:17,906 --> 01:00:21,618 영영 그치지 않을 마음이 들어 있었다 966 01:00:34,631 --> 01:00:36,216 여보, 나 어떡해 967 01:00:40,846 --> 01:00:42,180 어떻게 살아? 968 01:01:05,245 --> 01:01:06,997 계란말이 고만해 969 01:01:10,083 --> 01:01:12,460 동명이 가고 나서 수제비도 못 먹는 사람이 970 01:01:13,044 --> 01:01:15,255 나 없으면 계란말이만 봐도 울겠네 971 01:01:35,859 --> 01:01:38,069 애들이 나중에 같이 살자거든 972 01:01:38,904 --> 01:01:40,739 못 이기는 척 따라가, 어? 973 01:01:41,740 --> 01:01:43,116 당신 혼자 여기 있으면 974 01:01:43,992 --> 01:01:44,868 나 울어 975 01:02:18,902 --> 01:02:19,778 참… 976 01:02:21,154 --> 01:02:23,365 이걸 언제 다 내려놨어 977 01:02:40,340 --> 01:02:41,258 바빴네 978 01:02:42,634 --> 01:02:44,261 바빴네, 우리 신랑 979 01:02:46,012 --> 01:02:48,556 낮에도 달 떠 있는 것 아는 듯이 980 01:02:49,099 --> 01:02:50,016 엄마는 981 01:02:50,892 --> 01:02:52,852 그저 아빠와 함께 살았다 982 01:03:22,674 --> 01:03:23,925 많이 왔네 983 01:03:26,052 --> 01:03:27,345 많이 왔어 984 01:03:33,018 --> 01:03:35,645 또 잘… 가 보자 985 01:03:44,487 --> 01:03:46,448 흰 눈이 세상을 덮듯이 986 01:03:47,782 --> 01:03:50,118 세월이 소란한 슬픔을 덮고 987 01:03:53,788 --> 01:03:55,206 완연한 겨울이 왔다 988 01:03:58,168 --> 01:03:59,711 나 갔다 올게 989 01:04:00,462 --> 01:04:02,255 갔다 올게 990 01:04:12,223 --> 01:04:13,183 아니 991 01:04:13,975 --> 01:04:17,312 우리 아저씨가 저기 계셔서 992 01:04:28,073 --> 01:04:29,074 봐 봐 993 01:04:29,741 --> 01:04:31,743 나 한 권 다 썼어 994 01:04:32,327 --> 01:04:33,453 다 썼어 995 01:04:38,792 --> 01:04:41,252 잊혀지면 안 될 이야기라는 생각에 996 01:04:41,336 --> 01:04:43,880 저희 부모님의 칠십 년을 보냅니다 997 01:04:44,464 --> 01:04:48,218 양관식, 오애순의 장녀 양금명 올림 998 01:04:48,301 --> 01:04:55,100 "클로이 H. 리" 999 01:05:00,146 --> 01:05:03,191 살면서 제일 마음에 담아 둔 말 있잖아요 1000 01:05:03,691 --> 01:05:05,652 그런 거 쓰시면 인생 시지 1001 01:05:21,960 --> 01:05:24,587 내 것 좀 칠해 주라 애순이 선생님이 1002 01:05:26,047 --> 01:05:29,384 아유, 뭘 맨날 다 해 달래 1003 01:05:30,218 --> 01:05:32,053 혼자 해 버릇 좀 하셔야지 1004 01:05:33,721 --> 01:05:36,307 혼자 그림도 그리고 1005 01:05:36,391 --> 01:05:40,478 혼잣말도 좀 하고, 화투도 치고 1006 01:05:41,396 --> 01:05:43,440 그래야 다들 안 아프시지 1007 01:05:44,315 --> 01:05:46,234 외로우면 병나요 1008 01:05:47,277 --> 01:05:48,153 아유 1009 01:05:48,653 --> 01:05:50,530 왜 자꾸 나를 주셔? 1010 01:05:50,613 --> 01:05:53,825 나 어제 똘, 사위랑 식당 갔쩌 1011 01:05:54,325 --> 01:05:55,994 나 먹을 거 나가 시켰다 1012 01:05:56,494 --> 01:05:57,954 너 덕이다, 너 덕 1013 01:05:58,538 --> 01:05:59,956 애순이 선생님 덕 1014 01:06:21,102 --> 01:06:23,062 특 초밥 시켰다 1015 01:06:23,146 --> 01:06:25,773 꿀거치 맛났다 1016 01:06:26,566 --> 01:06:27,692 우리 선생님 1017 01:06:29,319 --> 01:06:30,820 먹어라, 선생님 1018 01:06:30,904 --> 01:06:33,198 아휴, 왜들 자꾸 나를 주셔요? 1019 01:06:33,823 --> 01:06:36,034 예뻐, 예뻐 1020 01:06:36,117 --> 01:06:37,619 또 따님 생각나셔서? 1021 01:06:39,370 --> 01:06:41,247 우리 똘도 선생님추룩 1022 01:06:41,331 --> 01:06:44,542 책상에 앉아가 살믄 얼마나 좋았겄나? 1023 01:06:45,210 --> 01:06:46,544 너도 선생님처럼 1024 01:06:46,628 --> 01:06:49,255 문자 쓰고 책상에 앉아서 살면 얼마나 좋아? 1025 01:06:55,845 --> 01:06:58,640 나도 귤 까 주는 엄마 좀 있었으면 1026 01:06:59,224 --> 01:07:01,893 나도 특 초밥 좀 먹여 주고 싶네 1027 01:07:03,269 --> 01:07:05,939 살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말 1028 01:07:07,941 --> 01:07:08,942 …마 1029 01:07:11,069 --> 01:07:12,320 엄마 1030 01:07:12,946 --> 01:07:14,364 엄마 1031 01:07:16,324 --> 01:07:18,326 엄마! 1032 01:07:21,371 --> 01:07:23,873 남들은 90살, 100살까지 잘도 사는데 1033 01:07:24,499 --> 01:07:26,125 뭐가 그렇게 바빠서 1034 01:07:26,793 --> 01:07:29,504 이 좋은 세상, 다시 좀 태어났어? 1035 01:07:30,505 --> 01:07:32,674 그 원하던 책상에 좀 앉아서 1036 01:07:32,757 --> 01:07:34,926 '여봐라' 좀 하고 살지 1037 01:07:45,812 --> 01:07:47,981 어, 엄마, 왜? 1038 01:07:49,524 --> 01:07:52,944 맨날 그냥 있지, 별일이 뭐 있어 1039 01:07:54,195 --> 01:07:55,154 어? 1040 01:07:56,948 --> 01:07:58,032 갑자기? 1041 01:08:01,202 --> 01:08:03,079 이번 달도 못 온다더니 1042 01:08:03,162 --> 01:08:07,417 아유, 아휴, 묵은지를 고모네 주지를 말걸 1043 01:08:08,251 --> 01:08:11,963 엄마, 고만 내놓고 좀 앉으셔, 앉아 1044 01:08:12,547 --> 01:08:17,051 너는 신 걸 좋아하고 은명이는 생 거 좋아하고 1045 01:08:17,135 --> 01:08:19,470 아휴, 꼭 따로 해야 돼, 꼭 1046 01:08:20,054 --> 01:08:21,222 내가 못 살아 1047 01:08:22,056 --> 01:08:23,975 어제까지 외로웠던 엄마는 1048 01:08:24,559 --> 01:08:26,894 금세 다시 소녀가 된다 1049 01:08:28,730 --> 01:08:31,399 그들의 배가 만선이 됐다 1050 01:08:35,445 --> 01:08:37,864 어머니, 임영웅 나오네, 임영웅 1051 01:08:41,492 --> 01:08:42,493 어머머 1052 01:08:47,206 --> 01:08:50,293 아니, 임영웅을 왜 그렇게 좋아해? 1053 01:08:51,794 --> 01:08:54,047 아부지 김광석 좋아했어 1054 01:08:54,839 --> 01:08:56,591 저 노래 칠려고 기타 배웠대 1055 01:08:57,675 --> 01:09:00,386 근데 노래는 영 안 불러 줬어 1056 01:09:01,304 --> 01:09:02,555 나 운다고 1057 01:09:03,139 --> 01:09:06,643 근데 영웅이가 저 노래를 하는 거야 1058 01:09:07,852 --> 01:09:09,145 아유 1059 01:09:09,228 --> 01:09:10,563 나 막 눈물 났어 1060 01:09:12,357 --> 01:09:15,526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영원히 소녀야? 1061 01:09:16,527 --> 01:09:18,237 여전히 꽃잎 같고 1062 01:09:25,995 --> 01:09:27,455 여전히 꿈을 꾸고 1063 01:09:29,499 --> 01:09:31,292 그, 병원은 나랑 꼭 같이 다녀 1064 01:09:31,876 --> 01:09:33,586 애들한테 아쉬운 소리 말고 1065 01:09:34,128 --> 01:09:36,506 당신 아프면 내가 책임져 1066 01:09:37,674 --> 01:09:40,385 본인이나 책임지셔, 본인이나 1067 01:09:41,135 --> 01:09:42,387 저 배를 어쩔 거야 1068 01:09:43,638 --> 01:09:45,390 사위, 며느리가 욕해 1069 01:09:45,473 --> 01:09:48,559 그, 염색도 좀 허고, 어휴 1070 01:09:50,269 --> 01:09:51,396 해 줘 1071 01:09:52,480 --> 01:09:53,648 나 해 줘 1072 01:09:56,150 --> 01:09:58,027 저, 첫사랑 1073 01:09:59,320 --> 01:10:01,322 - 나이 제한이 있대? - 더 떠들지도 마! 1074 01:10:03,116 --> 01:10:04,534 없으면은 이제부터… 1075 01:10:04,617 --> 01:10:06,119 아, 나 내려, 내려! 1076 01:10:06,202 --> 01:10:08,788 뭘 달리는 차에서 내릴라 그래? 1077 01:10:08,871 --> 01:10:10,665 앞만 봐, 운전해! 1078 01:10:11,958 --> 01:10:13,418 내가 니 기사냐? 1079 01:10:15,002 --> 01:10:17,380 여전히 아이 같은 계절에 1080 01:10:19,048 --> 01:10:22,593 여전히 꽃물 든 엄마가 있었다 1081 01:10:25,555 --> 01:10:27,473 우리 엄마 참 늙지도 않아 1082 01:10:29,809 --> 01:10:31,602 늙는 게 뭐 별거냐 1083 01:10:31,686 --> 01:10:35,648 너는 삼십, 사십, 많이 다르던? 1084 01:10:36,149 --> 01:10:37,525 일흔 돼도 똑같애? 1085 01:10:38,151 --> 01:10:39,318 어휴, 지겨워 1086 01:10:41,112 --> 01:10:42,196 똑같아 1087 01:10:43,072 --> 01:10:45,700 그냥 똑같아 1088 01:10:47,118 --> 01:10:48,619 속은 똑같은데 1089 01:10:50,496 --> 01:10:52,206 어느 날 거울을 보면 1090 01:10:53,541 --> 01:10:55,543 웬 노인네가 들어앉아 있어 1091 01:10:55,626 --> 01:10:57,879 그게 늙는 거더라 1092 01:10:57,962 --> 01:11:00,339 엄마, 왔어, 왔어! 1093 01:11:01,215 --> 01:11:02,633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네 1094 01:11:05,386 --> 01:11:06,763 난 분명히 말했어 1095 01:11:06,846 --> 01:11:09,766 우리 누나 잘나간다고 나 체인점 사장이라고 1096 01:11:09,849 --> 01:11:12,185 이 출판사 놈들이 막판에 가면은 1097 01:11:12,268 --> 01:11:14,812 시집을 낼라거든 돈을 좀 보태라, 어? 1098 01:11:14,896 --> 01:11:16,272 난 막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1099 01:11:16,939 --> 01:11:19,025 근데 이게 피싱이 아니었네 1100 01:11:20,109 --> 01:11:21,944 나 진짜 미쳤나 봐 1101 01:11:23,863 --> 01:11:26,532 오애순 시집이래 1102 01:11:27,116 --> 01:11:28,034 엄마 1103 01:11:29,368 --> 01:11:30,620 아빠가 1104 01:11:30,703 --> 01:11:32,997 이제야 빵빵 웃겠다, 그렇지? 1105 01:11:36,793 --> 01:11:39,378 어? 할머니 또 치트키 쓰신다 1106 01:11:53,351 --> 01:11:55,917 "편집장 클로이 H. 리" 1107 01:12:10,576 --> 01:12:12,411 오늘 이렇게 꽃 보러 나오셨는데 1108 01:12:12,495 --> 01:12:13,955 소감이 어떠세요? 1109 01:12:14,038 --> 01:12:16,833 어, 꽃 보면 첫사랑이 생각나죠 1110 01:12:16,916 --> 01:12:18,835 아, 첫사랑, 예, 그렇죠 1111 01:12:18,918 --> 01:12:19,836 가 살아 1112 01:12:21,754 --> 01:12:23,422 어, 혜란아, 지지, 지지 1113 01:12:29,720 --> 01:12:32,014 애기 엄마, 왜 거기 서 있어? 1114 01:12:32,098 --> 01:12:33,266 나 여기야, 여기 1115 01:12:34,100 --> 01:12:36,185 누구 쫓아왔어요? 누구? 1116 01:12:36,269 --> 01:12:39,522 아니, 우리 어머님이 예쁜 아줌마 쫓아가라고 1117 01:12:39,605 --> 01:12:41,399 아휴, 그럼 누구야? 1118 01:12:42,358 --> 01:12:43,442 누구겠어? 1119 01:13:50,051 --> 01:13:50,927 뭐야? 1120 01:13:51,802 --> 01:13:52,720 우세요? 1121 01:13:57,767 --> 01:13:58,976 아니, 나 왜 이래? 1122 01:14:00,603 --> 01:14:01,979 왜 막 눈물이 나지? 1123 01:14:04,023 --> 01:14:04,899 그렇게 좋아요? 1124 01:14:06,817 --> 01:14:07,735 그냥 1125 01:14:09,236 --> 01:14:10,112 너무… 1126 01:14:11,656 --> 01:14:12,573 너무… 1127 01:14:16,577 --> 01:14:17,912 이걸 뭐라 그래야 되지? 1128 01:14:20,665 --> 01:14:21,582 장해 1129 01:14:23,125 --> 01:14:24,168 너무 장해 1130 01:14:33,177 --> 01:14:35,805 데뷔 기념으로 뭘 해 줘야 되나? 1131 01:14:37,390 --> 01:14:39,517 못 이기는 척 말이나 해 봐 1132 01:14:39,600 --> 01:14:41,227 엄마 딸 잘나가 1133 01:14:41,811 --> 01:14:43,729 막, 집도 사 주는 딸인데 1134 01:14:44,355 --> 01:14:46,941 자주 와, 자주 좀 1135 01:14:47,692 --> 01:14:49,360 나 죽기 전의 소원이 1136 01:14:49,443 --> 01:14:51,862 바쁜 딸 백 번만 더 보는 거니까 1137 01:14:54,573 --> 01:14:56,951 또 뭔 쓸데없는 소리를 해 1138 01:14:58,244 --> 01:15:02,415 바빠서 일 년에 열 번도 못 보잖아 1139 01:15:04,458 --> 01:15:07,044 백 번 보면 너무 좋지 1140 01:15:11,173 --> 01:15:13,467 그럼 나 따라서 그냥 서울 가재니까 1141 01:15:13,968 --> 01:15:16,470 요양원은 뭘 그렇게 열심히 다녀? 1142 01:15:18,764 --> 01:15:22,643 늙어도 세상에서 한자리 좀 하고 싶지 1143 01:15:23,352 --> 01:15:25,896 깍두기 취급만 하면 더 싫어 1144 01:15:26,772 --> 01:15:29,358 나 같으면 그냥 냅다 놀겠네 1145 01:15:30,026 --> 01:15:33,029 평생을 그렇게 종종종 바빴으면서 1146 01:15:34,071 --> 01:15:35,364 근데 나 사실은 1147 01:15:35,948 --> 01:15:37,658 신나서 가는 거야 1148 01:15:39,744 --> 01:15:42,955 가면 나보고 다 애순이 선생님이래 1149 01:15:43,831 --> 01:15:48,127 말하자면 내가 지금 인생 엄청 승진한 거잖아 1150 01:15:52,590 --> 01:15:55,885 바당 나가 맨날 울던 해녀 딸에서 1151 01:15:56,719 --> 01:16:01,348 세상 챙피한 것도 그렇게 많던 문학소녀에 1152 01:16:01,432 --> 01:16:04,602 이제 집도 있고 배도 있다 1153 01:16:05,102 --> 01:16:08,606 미치고 팔짝 뛰게 좋던 선장 마누라에 1154 01:16:08,689 --> 01:16:11,358 오 계장! 오 계장! 1155 01:16:11,442 --> 01:16:12,651 오 계장에 1156 01:16:13,694 --> 01:16:16,197 시장통 생선 아줌마에다 1157 01:16:16,989 --> 01:16:20,367 나이 일흔에 선생님 소리를 다 듣고 1158 01:16:20,451 --> 01:16:22,912 이제 오애순 시인까지 해 1159 01:16:24,121 --> 01:16:27,625 인생 진짜 '고' 해 봐야 아는 거지 1160 01:16:29,001 --> 01:16:32,088 중간에 때려쳤으면 어쩔 뻔했어 1161 01:16:33,297 --> 01:16:36,509 살아 보기를 천만 잘했지 1162 01:16:37,593 --> 01:16:38,469 그래서 1163 01:16:39,720 --> 01:16:41,597 엄마는 지금 또 봄이야? 1164 01:16:42,681 --> 01:16:43,599 응 1165 01:16:44,183 --> 01:16:46,811 또 봄이지, 봄 1166 01:16:48,813 --> 01:16:50,064 인생이 1167 01:16:50,147 --> 01:16:55,444 봄, 여름, 가을, 겨울로 가는 줄 알았더니 1168 01:16:57,196 --> 01:16:58,072 아니야 1169 01:17:00,199 --> 01:17:02,660 그냥 때때로 겨울이고 1170 01:17:04,203 --> 01:17:06,497 때때로 봄이었던 거 같애 1171 01:17:10,376 --> 01:17:13,921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 1172 01:17:17,466 --> 01:17:20,886 칠십 년의 별들이 모여 은하수가 되었다 1173 01:17:21,595 --> 01:17:24,140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1174 01:17:24,640 --> 01:17:27,935 너무 많았어, 너무 1175 01:17:33,649 --> 01:17:38,070 칠십 년짜리 꽃동산이 여기 다 들었다 1176 01:17:39,196 --> 01:17:41,448 가슴에 묻어 온 무수한 것들이 1177 01:17:42,241 --> 01:17:43,742 비로소 만개했다 1178 01:17:44,451 --> 01:17:45,369 그래서 1179 01:17:47,037 --> 01:17:47,913 또 좋아? 1180 01:17:51,041 --> 01:17:51,917 응 1181 01:17:53,043 --> 01:17:53,919 좋아 1182 01:17:54,795 --> 01:17:58,174 나 너무 좋아 1183 01:17:59,800 --> 01:18:03,304 엄마는 지금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있다 1184 01:18:06,640 --> 01:18:08,726 오로지 당신께 1185 01:18:09,852 --> 01:18:12,188 아홉 살 적부터 여적지 1186 01:18:13,397 --> 01:18:14,773 당신 덕에 1187 01:18:15,316 --> 01:18:18,485 나 인생이 만날 봄이었습니다 1188 01:18:21,155 --> 01:18:25,075 당신 없었으면 없었을 책입니다 1189 01:18:26,243 --> 01:18:28,537 다시 만날 봄까지 1190 01:18:29,705 --> 01:18:33,667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1191 01:18:33,751 --> 01:18:34,627 이리 와 봐 1192 01:18:37,963 --> 01:18:40,132 나는 나중에 시인 되면 1193 01:18:40,216 --> 01:18:42,301 엄앵란이 같은 투피스도 사 입을 거야 1194 01:18:42,885 --> 01:18:44,136 그리고 부자 되면 1195 01:18:44,220 --> 01:18:47,890 이층집 양옥집에다가 뽀삐 같은 강아지도 키울 거야 1196 01:18:47,973 --> 01:18:50,309 아, 애들 피아노도 가르칠 거야 1197 01:18:50,976 --> 01:18:53,020 그리고 외식도 거의 자주 할 거야 1198 01:18:54,188 --> 01:18:56,148 나는 지프차 탈 거야 1199 01:18:56,982 --> 01:18:58,400 라이방도 낄 거야 1200 01:18:58,484 --> 01:18:59,360 차를 좋아해? 1201 01:19:00,319 --> 01:19:01,278 어 1202 01:19:02,154 --> 01:19:03,447 좋아하는 것도 있었네? 1203 01:19:03,530 --> 01:19:06,992 너랑 그거 타고 천지사방 다 놀러 다닐 거야 1204 01:19:07,576 --> 01:19:08,452 미국도 갈 거야 1205 01:19:09,495 --> 01:19:10,412 좋아! 1206 01:19:12,456 --> 01:19:15,292 도란도란 가면서 다 하면 되지 1207 01:19:15,793 --> 01:19:17,962 좋아, 나도 좋아 1208 01:19:19,546 --> 01:19:22,549 우리 사는 내내 진짜 별거, 별거 다 하자 1209 01:19:22,633 --> 01:19:24,134 하고 싶은 거 막 다 하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