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8,468 --> 00:00:12,180 "메이 마틴: 행복을 찾아서" 2 00:00:34,243 --> 00:00:36,329 - 깜짝 놀랐잖아요, 메이 - 미안해요 3 00:00:36,996 --> 00:00:37,872 놀라라 4 00:00:37,955 --> 00:00:39,665 - 마시멜로 먹을래요? - 아뇨, 괜찮아요 5 00:00:40,750 --> 00:00:42,335 - 고무줄은요? - 네, 주세요 6 00:00:42,418 --> 00:00:43,836 - 좋아요 - 고마워요 7 00:00:50,093 --> 00:00:52,095 이야기 시간이군요 8 00:00:52,178 --> 00:00:54,055 - 들을 준비 됐어요 - 좋아요 9 00:01:03,815 --> 00:01:05,483 메이, 얼마 전에 바꿨는데 10 00:01:13,324 --> 00:01:15,701 결혼식 사진은 백업해 뒀죠? 11 00:01:17,453 --> 00:01:19,497 - 내 소개 좀 해 줄래요? - 좋아요 12 00:01:19,580 --> 00:01:22,542 - '자' 하면서 멋들어지게요 - 멋들어지게요? 알았어요 13 00:01:22,625 --> 00:01:23,584 고마워요 14 00:01:24,460 --> 00:01:29,257 자, 여러분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15 00:01:30,133 --> 00:01:35,221 무대로 모셔 보겠습니다 대체 불가한 재능의 소유자 16 00:01:35,304 --> 00:01:38,933 메이 마틴! 17 00:01:48,734 --> 00:01:49,569 안녕하세요! 18 00:01:53,531 --> 00:01:54,657 별일 없으시죠? 19 00:02:00,079 --> 00:02:00,997 네 20 00:02:02,832 --> 00:02:03,791 안녕하세요 21 00:02:05,543 --> 00:02:06,919 반갑습니다 22 00:02:08,504 --> 00:02:11,257 세상에, 정말 최고네요 23 00:02:11,340 --> 00:02:13,759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4 00:02:13,843 --> 00:02:16,220 정말… 그래요 25 00:02:16,804 --> 00:02:19,015 정말 해 드릴 얘기가 많아요 26 00:02:19,515 --> 00:02:22,894 다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? 시작에 앞서서… 27 00:02:23,603 --> 00:02:26,480 셋에 이름을 말하기예요 아셨죠? 하나, 둘, 셋 28 00:02:28,357 --> 00:02:31,277 안녕하세요, 전 메이예요 29 00:02:31,903 --> 00:02:35,072 캐나다에 와서 너무나 신나요, 정말로… 30 00:02:38,409 --> 00:02:41,621 전 캐나다인이에요 뼛속까지 캐나다인이죠 31 00:02:41,704 --> 00:02:45,124 근데 지난 12년간은 영국에서 살았어요 32 00:02:45,208 --> 00:02:49,337 런던에서요 그래서 억양이 좀 재수 없죠 33 00:02:49,420 --> 00:02:51,339 아주 살짝… 34 00:02:52,006 --> 00:02:55,092 마돈나 억양 비슷한데 고치려고 엄청 노력 중이에요 35 00:02:55,176 --> 00:02:56,177 정말 죄송해요 36 00:02:56,260 --> 00:03:00,598 근데 우리 아빠가 영국인이세요 전형적인 영국인이죠 37 00:03:00,681 --> 00:03:04,810 아빠는 신비로운 매력의 영국 신사예요 38 00:03:04,894 --> 00:03:07,396 마법 같은 분이죠 39 00:03:07,480 --> 00:03:11,525 달의 주기에 심취해 계세요 달 인간이죠, 또… 40 00:03:12,652 --> 00:03:14,987 정원에 오는 새 이름을 다 아시고 41 00:03:15,071 --> 00:03:18,783 각각의 새와 독특한 관계를 맺고 계세요 42 00:03:19,659 --> 00:03:23,412 덕분에 전 어린 시절에 신기한 일이 많았죠 43 00:03:23,496 --> 00:03:25,790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… 44 00:03:25,873 --> 00:03:27,959 자, 제가 8살 때 45 00:03:28,042 --> 00:03:31,254 아빠가 오빠랑 저를 가라테 교실로 태워 주는 길이었는데 46 00:03:31,337 --> 00:03:33,089 전형적인 캐나다 풍경이었어요 47 00:03:33,172 --> 00:03:36,634 오후 5시에 해는 이미 저물고 있고 48 00:03:36,717 --> 00:03:40,054 눈 오는 고속 도로 위였어요 우린 가라테 도장에 가는 길이었죠 49 00:03:40,137 --> 00:03:43,474 저랑 오빠는 뒷좌석에 탔어요 저는 8살, 오빠는 12살이었죠 50 00:03:43,557 --> 00:03:46,978 저는 초록 띠였고 오빠는 노란 띠였어요 51 00:03:47,561 --> 00:03:50,231 오빠는 저보다 4살이나 많으면서 띠는 두 단계 낮았죠 52 00:03:52,233 --> 00:03:55,778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53 00:03:57,113 --> 00:04:00,408 고속 도로를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54 00:04:00,491 --> 00:04:05,037 아빠가 아연실색한 것처럼 길가로 핸들을 확 꺾으셨어요 55 00:04:05,121 --> 00:04:07,415 끼익하는 소리가 나고 뒤차들은 경적을 울려 댔죠 56 00:04:07,498 --> 00:04:10,501 위험천만했어요, 아빠는 차를 대고 떨면서 말씀하셨죠 57 00:04:10,584 --> 00:04:14,088 '얘들아, 정말 미안한데 내려야겠다' 58 00:04:14,171 --> 00:04:16,966 우리는 놀라서 차에서 내렸어요 59 00:04:17,049 --> 00:04:19,510 고속 도로 길가에 섰어요 눈을 맞으면서요 60 00:04:19,593 --> 00:04:22,596 12살 난 오빠는 엄청 부끄러워했어요 61 00:04:22,680 --> 00:04:24,890 도복 차림이었거든요 차들이 지나가면서 그랬죠 62 00:04:24,974 --> 00:04:26,684 '쟤, 노란띠야?' 63 00:04:28,019 --> 00:04:30,771 '잠깐만, 쟤가 오빠 같은데…' 64 00:04:32,273 --> 00:04:34,775 '차를 돌려서 확인해 보자' 65 00:04:34,859 --> 00:04:37,445 어리둥절한 우리에게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66 00:04:37,528 --> 00:04:40,323 '방금 창문으로 초승달을 봤어' 67 00:04:41,574 --> 00:04:46,120 그러니까 아빠는 앞 유리창으로 초승달을 보고 68 00:04:46,203 --> 00:04:47,913 차를 세워서 내린 다음 69 00:04:47,997 --> 00:04:50,750 우리에게 달을 향해 절을 세 번 시키셨어요 70 00:04:50,833 --> 00:04:53,252 꼭 해야 하는 의식이었어요 71 00:04:53,336 --> 00:04:56,005 인사도 해야 했죠 '안녕하세요, 달님' 72 00:04:57,173 --> 00:05:00,593 신비롭지 않나요? 아빠는 달에 정말 심취하셨죠 73 00:05:00,676 --> 00:05:05,222 그리고 최근에 부모님 댁에 갔는데 74 00:05:05,306 --> 00:05:07,641 제가 어릴 때 살던 집이고 75 00:05:07,725 --> 00:05:10,728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이 살던 곳이에요 76 00:05:10,811 --> 00:05:12,355 부모님과 부엌에 있는데 77 00:05:12,438 --> 00:05:16,442 아빠가 제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'해 질 녘에 서재에서 보자' 78 00:05:17,193 --> 00:05:19,362 당황한 저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79 00:05:19,445 --> 00:05:21,322 '해 질 녘이 몇 시야?' 80 00:05:21,405 --> 00:05:23,449 엄마도 모르겠다고 하셨죠 81 00:05:23,532 --> 00:05:26,077 어쨌든 서재로 갔어요 82 00:05:26,160 --> 00:05:29,288 거긴 옛날부터 여러 용도로 썼던 남는 방이었죠 83 00:05:29,372 --> 00:05:31,999 아빠는 와인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보고 계셨는데 84 00:05:32,083 --> 00:05:37,046 나무에 사는 라쿤 가족을 보여 주고 싶으셨던 거였어요 85 00:05:37,129 --> 00:05:38,464 옆집 마당에 있는 나무였죠 86 00:05:38,547 --> 00:05:43,552 매일 해 질 녘에 나오는데 아빠는 가족 모두와 친했죠 87 00:05:44,512 --> 00:05:46,806 그렇게 창가에서 라쿤을 기다리는데 88 00:05:47,306 --> 00:05:49,642 아빠가 갑자기 아련하게 말씀하셨어요 89 00:05:50,393 --> 00:05:53,062 '네가 이 방에서 생긴 거 아니?' 90 00:05:56,941 --> 00:05:58,275 전 짐짓 놀랐지만 91 00:05:58,359 --> 00:06:02,363 감상에 젖어 계시는데 무안 주기는 싫어서 이렇게 말했죠 92 00:06:03,197 --> 00:06:08,285 '잠깐만, 내가 생긴 날을 정확하게 기억해?' 93 00:06:08,369 --> 00:06:11,372 그때 아버지가 썼던 표현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94 00:06:12,331 --> 00:06:13,916 그 표현을 들은 이후로요 95 00:06:13,999 --> 00:06:17,461 '그럼, 당연히 기억하지 생생하단다' 96 00:06:19,338 --> 00:06:20,506 이제 그 표현이 나와요 97 00:06:20,589 --> 00:06:23,426 '달빛이 네 엄마 밑을 밝게 비췄어' 98 00:06:33,602 --> 00:06:35,479 엄마의… 99 00:06:35,563 --> 00:06:38,190 이해를 못 하신 것 같은데 100 00:06:39,650 --> 00:06:42,820 전 제가 생긴 체위를 알게 됐어요 101 00:06:43,362 --> 00:06:45,364 몸서리가 쳐졌죠 102 00:06:47,366 --> 00:06:50,744 대체 누가 강아지 체위로 생기길 원하냐고요 103 00:06:50,828 --> 00:06:53,122 너무 암울해요 104 00:06:54,415 --> 00:06:57,168 얼굴을 마주 보며 생기는 게 좋잖아요 105 00:06:57,751 --> 00:06:59,295 눈을 맞추면서요 106 00:06:59,378 --> 00:07:02,131 사정하는 순간… 107 00:07:02,673 --> 00:07:04,133 '우리가 선택한 거야' 108 00:07:04,758 --> 00:07:05,926 '생명을 만드는 거야' 109 00:07:07,344 --> 00:07:09,930 '베개를 물어!' 이건 아니죠, 끔찍해요 110 00:07:12,141 --> 00:07:13,809 너무 암울해요 111 00:07:14,310 --> 00:07:17,188 제 자아상이 달라져 버렸다고요 112 00:07:18,689 --> 00:07:20,608 전 강아지 체위 출신이에요 113 00:07:22,276 --> 00:07:24,111 그러고 보면 짚이는 데가 많죠 114 00:07:24,820 --> 00:07:25,863 많은 게 이해돼요 115 00:07:26,363 --> 00:07:29,033 제 자세만 해도 그래요 저는 좀… 116 00:07:29,575 --> 00:07:30,910 구부정하거든요 117 00:07:33,704 --> 00:07:36,832 강아지 자세 출신들은 보면 알아요 118 00:07:36,916 --> 00:07:40,211 밖에 나가 보면 100%로 있죠 119 00:07:40,753 --> 00:07:43,005 지하철에 타면 꼭 있어요 120 00:07:44,548 --> 00:07:46,967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면서요 전 인사를 하죠 121 00:07:48,844 --> 00:07:50,846 아니면 술집에서 바텐더가 그래요 122 00:07:50,930 --> 00:07:53,807 '저쪽에서 한 잔 보내셨어요' 그래서 쳐다보면… 123 00:07:55,017 --> 00:07:56,352 또 강아지 체위 출신이죠 124 00:07:56,435 --> 00:07:59,563 오늘 여기에도 있어요 보면 알아요, 몇 분 계시죠 125 00:08:03,400 --> 00:08:07,154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이런 일이 있어요 126 00:08:07,238 --> 00:08:10,574 현실 감각을 뺏기는 것 같죠 127 00:08:10,658 --> 00:08:14,161 자, 부모님에게 이런 일도 있었어요 128 00:08:14,245 --> 00:08:16,622 부모님께 평생 들은 이야기인데 129 00:08:16,705 --> 00:08:21,085 일 년에 한 번씩 저녁 모임에서 술을 드시면 들려주세요 130 00:08:21,710 --> 00:08:24,088 들을 때마다 정신 나갈 것 같은데 131 00:08:24,171 --> 00:08:26,799 진짜 말도 안 되거든요 132 00:08:26,882 --> 00:08:29,843 대체 왜 이러시나 싶어요 133 00:08:29,927 --> 00:08:32,179 오빠랑 저는 질색을 하죠 134 00:08:32,263 --> 00:08:34,265 그 이야기를 해 드릴 테니까 들어 보시고 135 00:08:34,348 --> 00:08:36,392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해 주세요, 아셨죠? 136 00:08:37,059 --> 00:08:40,896 좋아요, 우리 부모님의 실화예요 137 00:08:41,522 --> 00:08:45,693 두 분이 20대 후반일 때 차로 온타리오 북부를 지나고 있었어요 138 00:08:45,776 --> 00:08:48,279 숲속 구불구불한 도로였는데 139 00:08:48,362 --> 00:08:51,824 무스 밑을 통과하셨대요 140 00:08:57,788 --> 00:08:58,998 정말이래요 141 00:09:00,124 --> 00:09:01,083 실화래요 142 00:09:02,751 --> 00:09:05,921 엄마 말씀이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는데 143 00:09:06,005 --> 00:09:08,007 무스가 도로에 걸쳐 서 있었고 144 00:09:08,090 --> 00:09:10,092 그 녀석 배 밑을 통과하셨다는 거예요 145 00:09:11,260 --> 00:09:12,886 듣는데 정신이… 146 00:09:12,970 --> 00:09:15,055 '대체 무슨 소리야?' 147 00:09:15,598 --> 00:09:18,183 정말로… 148 00:09:18,267 --> 00:09:22,104 엄마는 털이 스치는 소리까지 흉내 냈어요 149 00:09:22,187 --> 00:09:24,773 차 지붕에 무스 배털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요 150 00:09:24,857 --> 00:09:25,733 이렇게요 151 00:09:26,775 --> 00:09:28,068 상상이 가세요? 152 00:09:28,861 --> 00:09:32,156 듣는데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미칠 것 같았죠 153 00:09:32,656 --> 00:09:35,492 오빠도 어이없어했어요 154 00:09:35,576 --> 00:09:38,329 그래서 지난번에 집에 갔을 때 오빠랑 둘이서 155 00:09:38,412 --> 00:09:40,205 진상을 밝혀 보기로 했어요 156 00:09:40,289 --> 00:09:42,750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확인하기로 했죠 157 00:09:42,833 --> 00:09:47,296 그래서 토요타 테르셀의 높이를 검색해서 알아냈어요 158 00:09:47,379 --> 00:09:49,256 당시에 부모님이 탄 차였거든요 159 00:09:49,340 --> 00:09:50,924 차 지붕까지 높이를 알아낸 다음 160 00:09:51,008 --> 00:09:54,178 역대 가장 큰 무스를 검색했어요 161 00:09:56,597 --> 00:09:58,766 근데 정말 열받는 건 162 00:09:59,850 --> 00:10:02,686 잘하면 가능할 법하다는 거였죠 163 00:10:07,858 --> 00:10:10,527 잘하면 가능할 법하다고요 164 00:10:11,236 --> 00:10:15,032 만약 역대 가장 큰 무스와 맞닥뜨린 거라면 165 00:10:15,699 --> 00:10:17,534 가능할지 몰라요 166 00:10:17,618 --> 00:10:18,869 그 점에 정신이 혼미해졌죠 167 00:10:21,455 --> 00:10:23,374 실화 같은 분은 환호를 보내 주세요 168 00:10:25,793 --> 00:10:26,794 정말요? 169 00:10:27,336 --> 00:10:29,213 헛소리 같은 분은 환호를 보내 주세요 170 00:10:30,130 --> 00:10:31,215 봤죠? 171 00:10:32,007 --> 00:10:33,008 모르겠네요 172 00:10:33,092 --> 00:10:35,552 여러분의 세계관을 알 것 같아요 173 00:10:35,636 --> 00:10:40,307 무스 얘기를 믿는 분은 동심을 간직하신 거예요 174 00:10:41,141 --> 00:10:45,396 어린아이 같은 열정을 지니고 계신 거죠 175 00:10:45,896 --> 00:10:46,855 삶에 관해서요 176 00:10:46,939 --> 00:10:50,943 믿지 않는 분은… 요 몇 년간 힘들었잖아요 177 00:10:52,236 --> 00:10:54,988 힘들었죠? 세상에 178 00:10:55,614 --> 00:10:58,325 정말 힘들었어요 다들 어떻게든 버텨야 했죠 179 00:10:58,409 --> 00:11:00,619 뭐든 기운이 나도록요 180 00:11:00,703 --> 00:11:04,873 아빠가 최근에 신문 기사를 보내셨어요 181 00:11:04,957 --> 00:11:08,085 기사와 함께 이렇게 보내셨죠 '네가 좋아할 것 같다' 182 00:11:08,168 --> 00:11:10,921 '네가 공감할 것 같아서' 딱 이렇게 보내셨어요 183 00:11:11,004 --> 00:11:12,673 '네가 공감할 것 같아서' 184 00:11:12,756 --> 00:11:15,551 그 기사를 본 뒤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죠 185 00:11:15,634 --> 00:11:16,969 지금 들려 드릴게요 186 00:11:17,052 --> 00:11:19,221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187 00:11:19,304 --> 00:11:21,390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인데 188 00:11:21,473 --> 00:11:25,978 한 가족이 우편 메일이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189 00:11:26,061 --> 00:11:28,939 오랫동안 우편 메일이 한 통도 오지 않은 거죠 190 00:11:29,022 --> 00:11:30,691 몇 주째요 191 00:11:30,774 --> 00:11:33,110 심지어 각종 요금 고지서나 192 00:11:33,193 --> 00:11:35,779 광고지도 안 오는 게 이상했죠 193 00:11:35,863 --> 00:11:38,782 그래서 이웃집에 가서 우편 메일이 오는지 물었어요 194 00:11:38,866 --> 00:11:41,869 '아뇨, 이상해요 안 온 지 오래됐어요' 195 00:11:41,952 --> 00:11:46,081 그래서 우체국으로 가서 그곳 보스를 찾았어요 196 00:11:46,165 --> 00:11:47,791 우편 메일 보스요 197 00:11:48,292 --> 00:11:49,752 '메일' 보스, 아시죠? 198 00:11:50,586 --> 00:11:52,296 레벨 10을 넘기려면 199 00:11:53,881 --> 00:11:55,382 물리쳐야 하는 갑옷 보스요 200 00:11:56,675 --> 00:11:58,343 무시무시하잖아요 201 00:11:59,178 --> 00:12:01,764 우편 메일이 전혀 안 온다는 사람들 말에 202 00:12:01,847 --> 00:12:03,265 우체국장은 알아보겠다며 203 00:12:03,348 --> 00:12:06,602 그 구역 담당 우체부에게 찾아갔어요 204 00:12:06,685 --> 00:12:11,273 그 우체부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게리라고 할게요 205 00:12:11,940 --> 00:12:15,861 '게리, 이분들이 우편 메일이 안 온다고 하는데' 206 00:12:15,944 --> 00:12:16,945 '어떻게 된 건가?' 207 00:12:17,029 --> 00:12:19,740 게리는 수상쩍게 바로 정색하며 말했어요 208 00:12:19,823 --> 00:12:22,493 '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전 메일을 배달하는 사람이에요' 209 00:12:22,576 --> 00:12:25,579 '메일이 안 온다면 아무도 안 보낸 거죠' 210 00:12:25,662 --> 00:12:27,164 가족은 떨떠름하게 수긍했고 211 00:12:27,748 --> 00:12:29,750 우체국장은 알겠다고 한 뒤 212 00:12:29,833 --> 00:12:33,378 게리의 동료에게 몰래 가서 게리가 왜 저러는지 물었어요 213 00:12:33,462 --> 00:12:35,047 게리의 태도가 정말 이상했거든요 214 00:12:35,130 --> 00:12:38,967 그래서 게리를 감시하면서 진상을 파악하기로 했죠 215 00:12:39,051 --> 00:12:40,511 그다음 날 216 00:12:40,594 --> 00:12:43,555 게리가 출근했는데… 여기서 이상한 점이 나와요 217 00:12:43,639 --> 00:12:46,099 우편 메일을 챙긴 뒤 본인 차에 타는 거예요 218 00:12:46,183 --> 00:12:48,018 우편 메일 트럭 말고요 219 00:12:48,101 --> 00:12:50,479 그리고는 도시를 벗어났죠 220 00:12:51,688 --> 00:12:56,068 우체국 사람들은 경악하며 게리를 미행했고 221 00:12:56,151 --> 00:12:58,695 게리는 네덜란드 숲으로 갔어요 222 00:12:58,779 --> 00:13:00,989 우체국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따라갔고 223 00:13:01,073 --> 00:13:03,951 게리가 차를 세우자 차를 세우고 계속 지켜봤죠 224 00:13:04,034 --> 00:13:05,702 게리는 차에서 내리더니 225 00:13:05,786 --> 00:13:09,414 우편 메일 가방을 챙겨서 숲으로 들어가고 45분 뒤 226 00:13:09,498 --> 00:13:11,500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227 00:13:12,167 --> 00:13:13,961 차에 올라타 떠났어요 228 00:13:14,044 --> 00:13:17,339 우체국 사람들은 게리가 갔던 숲으로 들어갔죠 229 00:13:17,840 --> 00:13:20,759 자, 상상해 보세요 이런 광경이 펼쳐졌답니다 230 00:13:20,843 --> 00:13:23,804 햇살은 눈부시게 아른대고 231 00:13:23,887 --> 00:13:25,681 이끼에선 안개가 피어오르고 232 00:13:25,764 --> 00:13:29,601 뒤엔 거대한 무스 한 마리가 있는데 233 00:13:29,685 --> 00:13:31,854 무스 키가 나무들보다 컸죠 234 00:13:33,647 --> 00:13:36,275 그리고 우체국 직원들의 시선이 닿는 곳까지 235 00:13:36,358 --> 00:13:39,486 갓 쌓은 흙더미가 수백 개나 있었어요 236 00:13:39,570 --> 00:13:42,739 숲 저 끝까지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죠 237 00:13:42,823 --> 00:13:44,950 그 흙더미를 파 봤더니 238 00:13:45,033 --> 00:13:47,119 게리가 '메일'을 파묻고 있었던 거예요 239 00:13:48,787 --> 00:13:50,289 오랫동안 파묻어 왔던 거죠 240 00:13:50,372 --> 00:13:54,209 분명 옛날부터 한 짓인데 요즘 들어 더 심해진 거예요 241 00:13:54,293 --> 00:13:55,669 직원들은 막막해졌어요 242 00:13:56,253 --> 00:13:58,630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한 게리에게 다가갔죠 243 00:13:58,714 --> 00:13:59,840 부드럽게요 244 00:13:59,923 --> 00:14:02,259 평소처럼 말을 걸었죠 '안녕, 게리' 245 00:14:04,678 --> 00:14:07,180 '네가 '메일'을 파묻은 거 알고 있어' 246 00:14:09,266 --> 00:14:12,227 '궁금한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?' 247 00:14:12,311 --> 00:14:16,315 기사에는 우체부가 한 말이 직접 인용돼 있었어요 248 00:14:16,398 --> 00:14:19,067 우편물을 파묻은 이유에 대해서요 249 00:14:19,151 --> 00:14:21,528 우체부는 이렇게 말했어요 250 00:14:21,612 --> 00:14:24,323 '한 번 파묻어 봤는데 기분이 좋았다' 251 00:14:27,451 --> 00:14:30,621 '이젠 그게 내 일상이 됐다' 252 00:14:32,581 --> 00:14:34,708 게리 진짜 최고예요 253 00:14:35,626 --> 00:14:37,377 제 영웅이죠 254 00:14:37,461 --> 00:14:39,588 여러분, 게리는 감옥에 갔어요 255 00:14:39,671 --> 00:14:42,215 8개월간 감옥살이를 했죠 256 00:14:42,299 --> 00:14:45,344 '메일'을 건드리면 안 돼요 연방법 위반이죠 257 00:14:45,427 --> 00:14:48,680 게리는 감옥에 갔고 팬레터를 보내고 싶었지만 258 00:14:48,764 --> 00:14:50,265 스트레스를 주긴 싫었어요 259 00:14:50,349 --> 00:14:52,351 그것도 파묻고 싶어질 테니까요 260 00:14:57,147 --> 00:15:00,984 어쨌든 아빠가 날 정말 잘 아는구나 싶었어요 261 00:15:02,277 --> 00:15:03,111 참… 262 00:15:04,404 --> 00:15:07,866 어쨌든 힘들었잖아요 일상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이고 263 00:15:07,950 --> 00:15:11,078 코로나 이전 시절의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264 00:15:11,161 --> 00:15:16,124 특히 연애 열정을 되찾으려고 고군분투 중이죠 265 00:15:16,208 --> 00:15:18,418 공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266 00:15:18,502 --> 00:15:21,254 코로나 이후의 연애요 267 00:15:21,338 --> 00:15:24,007 전 35살이니까요 268 00:15:24,091 --> 00:15:26,677 20대 초반엔 낭만이 넘쳤어요 269 00:15:26,760 --> 00:15:28,637 운명의 상대를 찾느라 혈안이었죠 270 00:15:28,720 --> 00:15:32,015 부모님이 금실이 좋으셔서 제 롤 모델이었거든요 271 00:15:32,099 --> 00:15:35,519 누가 시간 있냐고만 물어도 '나도 사랑해요'가 나왔어요 272 00:15:36,520 --> 00:15:37,688 '그래서…' 273 00:15:38,271 --> 00:15:39,398 '나는…' 274 00:15:39,481 --> 00:15:41,233 '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' 275 00:15:42,859 --> 00:15:44,111 '근데 어디 가는데요?' 276 00:15:45,696 --> 00:15:48,365 그런데 지금은 좀 모르겠어요 277 00:15:48,448 --> 00:15:52,661 지난여름에 사랑스러운 남자를 만났어요 278 00:15:52,744 --> 00:15:54,788 잠깐만요, 설마… 279 00:15:55,956 --> 00:15:58,792 남자는 사랑스러울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? 280 00:15:58,875 --> 00:16:00,377 사랑스러울 수 있답니다 281 00:16:00,460 --> 00:16:02,295 하지만 여러분 생각에 제가… 282 00:16:03,839 --> 00:16:07,467 어쨌든 우린 6개월간 사귀었고 283 00:16:07,551 --> 00:16:10,762 정말 좋았지만, 전 35살이고 그 친구는 36살이었어요 284 00:16:10,846 --> 00:16:14,016 이 나이쯤 되면 둘 다 무시무시한 구 애인들이 있죠 285 00:16:14,099 --> 00:16:17,811 그 친구와는 헤어져 봤자 무시무시할 게 없었어요 286 00:16:17,894 --> 00:16:22,024 서로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는 아니라서… 287 00:16:22,524 --> 00:16:23,525 '뭔가?' 싶은 사이였죠 288 00:16:25,569 --> 00:16:26,445 그리고… 289 00:16:26,987 --> 00:16:30,240 하루는 같이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290 00:16:30,323 --> 00:16:34,244 편하게 대화 중이었는데 그 친구가 가볍게 말했죠 291 00:16:34,327 --> 00:16:37,330 '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?' 292 00:16:37,414 --> 00:16:38,707 저는 말문이 막혔어요 293 00:16:38,790 --> 00:16:40,751 모르겠더라고요 294 00:16:40,834 --> 00:16:44,463 이제는 그런 얘기를 나눈 상대가 너무 많았거든요 295 00:16:45,005 --> 00:16:47,382 전 말했죠, '글쎄' 296 00:16:48,091 --> 00:16:52,596 '일단 상상으로 낳았다가 죽은 아이들의 묘지부터 헤치고 나가서' 297 00:16:53,889 --> 00:16:56,475 '새로운 상상 속 아이를 만들어 보자' 298 00:16:56,558 --> 00:16:58,894 전 유령들을 지나쳤어요 '저기 봐' 299 00:16:58,977 --> 00:17:01,646 '쟤들은 올리버와 바질이야 쌍둥이지' 300 00:17:03,482 --> 00:17:06,610 걔들은 이러더라고요 '우리를 잊어버렸죠?' 301 00:17:07,694 --> 00:17:09,362 '야, 꺼져' 302 00:17:09,946 --> 00:17:14,117 사립 학교에 보냈던 클레먼타인도 있어요 303 00:17:14,785 --> 00:17:17,204 클라리넷이 머리에 꽂혀 있죠 304 00:17:17,287 --> 00:17:20,457 '나랑 놀아요' 전 뿌리쳤어요 305 00:17:21,291 --> 00:17:25,128 마침내 새로운 상상 속 아이들을 찾았고 306 00:17:25,212 --> 00:17:28,090 전 말했어요 '이젠 창의력이 다 떨어져서' 307 00:17:28,173 --> 00:17:31,843 '이름을 못 짓겠어 그냥 둘 다 이언이라고 할까?' 308 00:17:34,805 --> 00:17:37,766 그거 아세요? 이건 공식 기록인데 309 00:17:37,849 --> 00:17:41,603 2018년엔 이언이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어요 310 00:17:42,354 --> 00:17:46,233 진짜예요, 2018년에 이언으로 출생 신고된 아이는 311 00:17:46,316 --> 00:17:48,068 전 세계에 한 명도 없어요 사실이죠 312 00:17:49,486 --> 00:17:51,279 시청자 여러분들도 313 00:17:51,905 --> 00:17:54,491 제 쇼가 별로더라도 이것 하나는 배우신 거예요 314 00:17:55,909 --> 00:17:59,412 잠깐, 무시무시한 구 애인이 어떤 건지 아시죠? 315 00:17:59,496 --> 00:18:02,249 다들 연애하셨잖아요 316 00:18:02,332 --> 00:18:04,209 알겠어요 317 00:18:04,292 --> 00:18:06,002 너무 잘 아시는 것 같네요 318 00:18:08,171 --> 00:18:12,717 평범한 구 애인이 있고 무시무시한 구 애인이 있죠 319 00:18:13,969 --> 00:18:16,680 인생이라는 소설에서 어떤 페이지에 도달하면… 아뇨 320 00:18:18,098 --> 00:18:21,560 어떤 나이가 되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있어요 321 00:18:21,643 --> 00:18:24,146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이름들이 있고 322 00:18:24,229 --> 00:18:28,150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내장이 전부 녹아내려서 323 00:18:29,067 --> 00:18:32,487 질로 흘러나와 버리죠 324 00:18:33,864 --> 00:18:35,615 사람에 따라 항문일 수도 있고요 325 00:18:36,867 --> 00:18:41,580 항시 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뒤처리를 해야 하죠 326 00:18:43,540 --> 00:18:44,666 토 나오네요 327 00:18:46,209 --> 00:18:50,172 전 무시무시한 구 애인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은… 328 00:18:50,255 --> 00:18:52,090 이 얘기를 들려 드릴게요 329 00:18:52,174 --> 00:18:57,470 4년간 불같이 만난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330 00:18:57,554 --> 00:18:59,389 비밀 연애였는데 331 00:18:59,472 --> 00:19:02,475 그 친구에겐 처음으로 헤테로섹슈얼이 아닌 연애였거든요 332 00:19:02,559 --> 00:19:05,562 그 친구가 비밀로 하자고 했고 우린 동거도 했어요 333 00:19:05,645 --> 00:19:07,814 너무 힘들었죠 그 친구가 절 찼는데 334 00:19:07,898 --> 00:19:09,357 용납 못 할 일이에요 335 00:19:10,817 --> 00:19:13,904 분명히 제가 처음에 그건 안 된다고 했는데 336 00:19:17,532 --> 00:19:19,284 질질 끌다가 헤어졌죠 337 00:19:19,367 --> 00:19:21,995 어쨌든 문제의 날은 338 00:19:22,078 --> 00:19:24,706 만남도 연락도 안 한 지 1년 반이 된 시점이었어요 339 00:19:24,789 --> 00:19:29,794 런던 공연이 있었는데 그날 기분이 좋았어요 340 00:19:29,878 --> 00:19:32,255 머리를 새로 잘랐거든요 341 00:19:32,339 --> 00:19:34,341 머리 깎았을 때 상쾌한 기분 아시잖아요 342 00:19:35,175 --> 00:19:38,428 빳빳한 검은색 티셔츠도 입고… 343 00:19:40,096 --> 00:19:42,724 이것보다 더 빳빳했어요 죄송하네요 344 00:19:42,807 --> 00:19:45,644 이 티셔츠는… 쭈글쭈글해요 345 00:19:45,727 --> 00:19:47,729 쭈글쭈글한 도깨비 요정 같네요 346 00:19:51,233 --> 00:19:52,984 도깨비 요정 아시죠? 347 00:19:55,028 --> 00:19:57,822 어떻게 된 거래요? 전엔 없는 데가 없었는데 348 00:19:59,449 --> 00:20:02,160 어릴 땐 맨날 도깨비 요정 얘기를 했잖아요 349 00:20:02,244 --> 00:20:04,454 이것도 도깨비 요정 짓이고 저것도… 350 00:20:05,038 --> 00:20:07,040 이젠 아무도 얘기를 안 해요 351 00:20:08,625 --> 00:20:09,876 이해는 가요 352 00:20:11,002 --> 00:20:13,213 인연을 이어가는 건 어렵죠 353 00:20:13,296 --> 00:20:16,299 도깨비 요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354 00:20:17,342 --> 00:20:20,679 어쨌든 그날 기분이 상쾌했어요 355 00:20:20,762 --> 00:20:22,389 머리도 새로 깎고… 356 00:20:23,306 --> 00:20:25,976 그리고 제 절친 조도 그날 왔어요 357 00:20:26,059 --> 00:20:27,936 객석에 있었죠 358 00:20:28,019 --> 00:20:30,730 조가 오면 좋아요 잘 웃어 주거든요 359 00:20:30,814 --> 00:20:33,191 진짜 천사 같은 절친이죠 360 00:20:33,275 --> 00:20:35,485 어쨌든 공연을 잘 마치고 361 00:20:35,568 --> 00:20:39,656 대기실에서 쉬다가 문 앞에서 조를 만났어요 362 00:20:39,739 --> 00:20:42,534 적당히 인사를 하는데 363 00:20:42,617 --> 00:20:44,244 조가 사색이 됐더라고요 364 00:20:44,327 --> 00:20:47,038 허옇게 질려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365 00:20:47,122 --> 00:20:48,081 '걔가 있어' 366 00:20:48,999 --> 00:20:50,458 바로 욕이 나왔어요 367 00:20:50,542 --> 00:20:53,503 누구 얘기인지 바로 알았거든요 전 마음을 가다듬었죠 368 00:20:53,586 --> 00:20:55,171 조가 말했어요, '위층에 있어' 369 00:20:55,255 --> 00:20:58,508 '걔는 네가 있는지 몰라 바에서 한잔하고 있는데' 370 00:20:58,591 --> 00:21:00,343 '우리도 아는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' 371 00:21:00,427 --> 00:21:02,262 '우린 뒷문으로 나가자' 372 00:21:02,345 --> 00:21:05,807 '오늘 같은 날은 즐겨야지 다른 바에 가서 재밌게 놀자' 373 00:21:05,890 --> 00:21:07,600 생각해 봤어요 374 00:21:10,270 --> 00:21:12,522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죠, '아니' 375 00:21:15,150 --> 00:21:16,776 '재밌게 놀기 싫어' 376 00:21:22,407 --> 00:21:23,950 전 위층으로 가자고 했어요 377 00:21:24,034 --> 00:21:28,455 자신 있게 위층으로 올라갔더니 걔가 친구들과 있더라고요 378 00:21:28,538 --> 00:21:32,042 여러분이 절 봤다면 칭찬했을걸요 엄청 쿨하게 걸어갔거든요 379 00:21:32,584 --> 00:21:33,960 무슨 소리냐고요? 380 00:21:34,044 --> 00:21:35,086 이렇게 가는 거죠 381 00:21:38,089 --> 00:21:40,508 아뇨, 전 자신 있게 다가갔어요 382 00:21:40,592 --> 00:21:44,679 절 보면 깜짝 놀라겠죠 걔는 제가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383 00:21:44,763 --> 00:21:47,849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서 인사를 건넸어요 384 00:21:47,932 --> 00:21:49,351 우릴 둘 다 아는 친구들은 385 00:21:49,434 --> 00:21:52,437 안 좋게 헤어진 걸 다 아니까 제가 오는 걸 보고 난리였죠 386 00:21:55,273 --> 00:21:56,858 전 잘 지내냐고 인사했어요 387 00:21:56,941 --> 00:21:59,903 걔가 놀라면서 인사를 했고 일어서서 우린 포옹을 했어요 388 00:21:59,986 --> 00:22:02,864 분위기가 괜찮았죠 전 반갑다며 말을 이었어요 389 00:22:02,947 --> 00:22:05,533 '거기 됐다는 거 들었어 정말 잘됐다' 390 00:22:05,617 --> 00:22:08,745 '그래, 축하할 일이지' '그래, 잘됐어' 391 00:22:08,828 --> 00:22:11,081 대화는 잘 이어졌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392 00:22:11,164 --> 00:22:13,750 '내가 이 대화를 끝내야겠다' 393 00:22:13,833 --> 00:22:16,753 '상황의 주도권을 내가 계속 가져가야겠다' 394 00:22:16,836 --> 00:22:20,215 그래서 한참 얘기하다가 말했죠 '정말 반갑다' 395 00:22:20,298 --> 00:22:22,050 걔가 앉겠냐고 묻더군요 396 00:22:22,133 --> 00:22:24,260 '아니, 바에서 친구들이 기다려' 397 00:22:24,344 --> 00:22:27,472 '어쨌든 반가웠어' 우린 다시 포옹했고 걔는 앉았어요 398 00:22:27,555 --> 00:22:31,059 바 쪽으로 가는데 걔가 계속 쳐다보는 거예요 399 00:22:31,142 --> 00:22:33,436 제가 바 쪽으로 가는 동안 어깨너머로요 400 00:22:34,104 --> 00:22:37,232 그리고 바 쪽으로 가던 중에 불현듯 깨달았어요 401 00:22:37,899 --> 00:22:39,609 '바에 누가 있는데?' 402 00:22:41,736 --> 00:22:44,322 바엔 친구가 없었어요 403 00:22:45,407 --> 00:22:47,700 조는 걔 테이블에 앉아 버렸어요 404 00:22:49,077 --> 00:22:50,578 배신자 자식 405 00:22:51,496 --> 00:22:52,872 죽일 놈이에요 406 00:22:54,666 --> 00:22:56,459 걔가 계속 보고 있어서 전 어쩔 줄 몰랐지만 407 00:22:56,543 --> 00:22:57,961 바 쪽으로 걸어갔어요 408 00:22:58,044 --> 00:23:02,924 근데 다행히 공연에 왔던 여성 세 분이 있는 거예요 409 00:23:03,007 --> 00:23:04,968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죠 410 00:23:05,051 --> 00:23:06,636 그래서 바 쪽으로 가니까 411 00:23:06,719 --> 00:23:09,431 다행히 그중 한 분이 공연 좋았다고 하는 거예요 412 00:23:09,514 --> 00:23:10,390 지금 생각해 보면… 413 00:23:12,976 --> 00:23:16,146 아마 그분이 저한테 말을 걸면서 414 00:23:16,229 --> 00:23:19,190 저한테 기대했던 건 이 정도였겠죠 415 00:23:19,274 --> 00:23:22,068 '공연 좋았어요' '네, 와 주셔서 고마워요' 416 00:23:26,906 --> 00:23:31,119 하지만 현실은 제가 엄청 들이댔어요 417 00:23:32,245 --> 00:23:36,040 '안녕하세요 다들 성함은요? 무슨 일 하세요?' 418 00:23:36,541 --> 00:23:39,502 그러면서 어색하게 엉겨 붙었죠 419 00:23:39,586 --> 00:23:43,131 그분들 어깨에 팔을 두르고 머리까지 기댔어요 420 00:23:46,134 --> 00:23:48,970 그분들이 좀 놀라긴 했지만 대화를 나눴어요 421 00:23:49,053 --> 00:23:52,515 다행히 대화는 잘 흘러갔고 죽도 잘 맞아서 422 00:23:52,599 --> 00:23:53,892 위기를 모면했죠 423 00:23:53,975 --> 00:23:57,145 한잔하겠냐길래 전 좋다고 함께 술을 마셨어요 424 00:23:57,228 --> 00:24:01,774 그때 갑자기 누가 어깨를 두드렸고 돌아보니 구 여친이더라고요 425 00:24:01,858 --> 00:24:05,570 이번엔 제가 깜짝 놀랐어요 예상 못 했거든요 426 00:24:05,653 --> 00:24:10,074 '방해해서 미안 이제 갈 거라서 인사하려고' 427 00:24:10,158 --> 00:24:13,119 저는 담담한 척했고 우린 포옹했어요 428 00:24:13,703 --> 00:24:15,455 걔가 끔찍한 말을 했어요 429 00:24:16,915 --> 00:24:20,084 '언제 또 마주치면 좋겠다' 뭔지 아시죠? 430 00:24:20,168 --> 00:24:22,003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431 00:24:22,086 --> 00:24:25,381 제 내장은 전부 녹아내렸고 봉지를 꺼냈죠 432 00:24:28,009 --> 00:24:30,178 포옹하고 걔는 갔어요 433 00:24:30,261 --> 00:24:32,847 다른 사람들에게도 간다고 인사를 했고 434 00:24:32,931 --> 00:24:34,933 저는 '친구들'에게 돌아갔죠 435 00:24:36,267 --> 00:24:39,312 근데 갑자기 감정이 북받쳤나 봐요 436 00:24:39,395 --> 00:24:41,731 뭔가가 터져 버렸고 437 00:24:41,814 --> 00:24:43,316 전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438 00:24:43,900 --> 00:24:46,778 표정은 일그러졌고 어깨는… 439 00:24:46,861 --> 00:24:48,655 진짜 이렇게 들썩였어요 440 00:24:48,738 --> 00:24:51,699 그분들이 놀라서 괜찮냐고 물었고 저는 말했어요 441 00:24:51,783 --> 00:24:52,867 '웃어요, 웃어!' 442 00:24:55,286 --> 00:24:56,329 '웃어요!' 443 00:24:57,580 --> 00:25:01,668 진짜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죠 444 00:25:02,168 --> 00:25:04,420 진짜 이랬다니까요 '젠장, 웃으라고' 445 00:25:06,172 --> 00:25:07,173 그분들은 이랬죠 446 00:25:14,764 --> 00:25:17,267 이 이야기는 딱히 개그라기 보다 그냥… 447 00:25:18,142 --> 00:25:20,353 짧은 일화랄까요? 448 00:25:21,688 --> 00:25:25,024 제가 느끼는 감정의 강도를 보여 주는 거죠 449 00:25:25,608 --> 00:25:28,528 제겐 다양한 감정이 있어요 여러분도 그런가요? 450 00:25:31,364 --> 00:25:33,074 정말 피곤하죠 451 00:25:33,741 --> 00:25:36,786 감정들이 머리끝까지 꽉 들어찼어요 452 00:25:36,869 --> 00:25:38,871 이럴 때 늘 상상하는 게 453 00:25:39,664 --> 00:25:41,791 캠벨사의 토마토수프예요 454 00:25:41,874 --> 00:25:43,334 뭔지 아시죠? 455 00:25:43,418 --> 00:25:46,129 토마토수프가 머리끝까지 차 있는 거예요 456 00:25:46,212 --> 00:25:49,257 정수리 끝까지 꽉 찬 걸 쏟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죠 457 00:25:49,340 --> 00:25:52,051 제 구멍이란 구멍에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애쓰면서 458 00:25:52,135 --> 00:25:56,306 삶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감정 하면 떠올라요 459 00:25:56,389 --> 00:25:59,35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명이 어떠냐고 물어도 460 00:25:59,434 --> 00:26:01,394 귀에서 뿜어져 나오죠 461 00:26:01,477 --> 00:26:03,980 그럼 상대는 깜짝 놀라고 저는 사과하죠 462 00:26:05,356 --> 00:26:07,358 '너 때문이 아냐' 463 00:26:10,069 --> 00:26:12,530 전 괜찮아요 최근에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464 00:26:12,614 --> 00:26:14,365 네, 그래요 465 00:26:15,867 --> 00:26:18,995 여러분도 받아 보세요 466 00:26:20,455 --> 00:26:23,666 저만큼이나 불평이 많으시다면 467 00:26:23,750 --> 00:26:26,044 안타깝지만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468 00:26:26,669 --> 00:26:27,545 네 469 00:26:28,921 --> 00:26:31,174 그전에 제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470 00:26:31,257 --> 00:26:34,385 '우리한테 이러지 말고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가 봐' 471 00:26:35,428 --> 00:26:37,096 전 알겠다고 했죠 472 00:26:37,597 --> 00:26:41,809 굉장히 똑똑하신 선생님을 찾았고 원격 상담을 받는데 473 00:26:41,893 --> 00:26:45,772 이런 흥미로운 말씀을 하셨어요 '자신과 감정은 별개예요' 474 00:26:45,855 --> 00:26:49,901 '감정에 사로잡히는 것 같겠지만 나와 감정은 별개예요' 475 00:26:49,984 --> 00:26:52,445 '나를 포함 누구나 내면엔' 476 00:26:52,528 --> 00:26:56,282 '고요하고 중립적이며 변치 않는 자아가 있죠' 477 00:26:56,366 --> 00:27:00,536 감정을 경험하는 거지 사로잡히는 게 아니란 거죠 478 00:27:00,620 --> 00:27:03,956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479 00:27:04,040 --> 00:27:08,169 '난 불안해, 난 이래' 이러지 말고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라고요 480 00:27:08,252 --> 00:27:12,256 감정이 생기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래요 481 00:27:14,592 --> 00:27:17,387 그런 말 들어 보셨어요? 그야말로… 482 00:27:17,470 --> 00:27:19,639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는 거죠 483 00:27:24,727 --> 00:27:26,187 '내가 경험하고 있는 건' 484 00:27:27,397 --> 00:27:28,272 '분노야' 485 00:27:31,609 --> 00:27:33,152 '호기심이 샘솟는구나' 486 00:27:34,904 --> 00:27:36,447 '호기심이 샘솟아' 487 00:27:42,120 --> 00:27:45,707 정말 별난 생각을 한 게 있어요 488 00:27:45,790 --> 00:27:48,793 코로나 시국 동안요 내내 영국에 있었죠 489 00:27:48,876 --> 00:27:53,131 몇 년이나 비 오는 런던에서 집에 박혀 있었어요 490 00:27:54,382 --> 00:27:58,678 그런데 뜻밖의 감정이 솟구치더라고요 491 00:27:58,761 --> 00:28:00,888 '왜 부끄럽지?' 492 00:28:00,972 --> 00:28:03,015 아침에 눈뜰 때부터 부끄러운 거예요 493 00:28:03,099 --> 00:28:06,811 당연한 말이지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494 00:28:06,894 --> 00:28:09,939 거실이나 특히 제 방에서요 495 00:28:10,022 --> 00:28:12,734 그러다 나름 결론을 내렸죠 496 00:28:13,317 --> 00:28:14,402 자, 잘 들어 보세요 497 00:28:14,485 --> 00:28:17,780 생각해 보면 부끄럽지 않나요? 우린 다 성인인데 498 00:28:17,864 --> 00:28:19,449 아직도 방이 있잖아요? 499 00:28:20,783 --> 00:28:22,577 자, 잠깐만요 500 00:28:22,660 --> 00:28:25,580 이런 식인 거죠 '여긴 내 방이야' 501 00:28:28,374 --> 00:28:29,751 '여긴 내 방이야' 502 00:28:31,127 --> 00:28:32,587 '내 방에 들어가지 마' 503 00:28:33,921 --> 00:28:37,216 부끄러워요 '내 방을 치워야겠어' 504 00:28:37,967 --> 00:28:42,930 잠깐만요, 물론 방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해요 505 00:28:43,014 --> 00:28:47,894 매일 밤 지친 머리를 누일 사방이 막힌 공간이 필요하죠 506 00:28:48,603 --> 00:28:51,355 제가 정말 부끄럽다고 생각한 건 507 00:28:51,439 --> 00:28:56,027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방을 꾸민다는 사실이에요 508 00:28:56,778 --> 00:28:58,780 이런 식인 거죠 '난 나야' 509 00:29:00,156 --> 00:29:02,492 '내 방에서 난 나야' 510 00:29:02,575 --> 00:29:04,577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? 511 00:29:05,119 --> 00:29:07,121 '난 히말라야 소금 램프가 있어' 512 00:29:08,206 --> 00:29:09,791 '맞아, 난 나야' 513 00:29:10,792 --> 00:29:13,252 '벽에 내 사진이 있고…' 514 00:29:13,336 --> 00:29:15,963 책을 다 읽어도 절대 버리지 않죠 515 00:29:16,047 --> 00:29:17,924 '책장에 꽂을 거야' 516 00:29:18,007 --> 00:29:21,177 '세상 사람이 다 보게 내 개성을 전시할 거야' 517 00:29:24,972 --> 00:29:26,349 '난 남들과 달라' 518 00:29:27,892 --> 00:29:31,020 그리고 생각한 게… 좀 추상적이긴 한데 519 00:29:31,103 --> 00:29:34,315 어떻게 보면 우리의 머리와 정신이 520 00:29:34,398 --> 00:29:35,817 일종의 방이고 521 00:29:35,900 --> 00:29:39,904 우리가 경험한 것으로 정신을 꾸며서 522 00:29:39,987 --> 00:29:42,865 정체성과 자아를 구축하는 게 아닐까요? 523 00:29:42,949 --> 00:29:44,283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524 00:29:44,367 --> 00:29:48,162 사냥꾼처럼 경험을 모아 머릿속 선반에 올려 두고 525 00:29:48,246 --> 00:29:49,914 이러는 거죠 '난 나야' 526 00:29:49,997 --> 00:29:53,209 저는 항상 우리가 모은 경험들을 527 00:29:53,292 --> 00:29:55,336 진귀한 스노 글로브라고 상상해요 528 00:29:55,419 --> 00:29:57,004 이런 식인 거죠 529 00:29:57,505 --> 00:30:00,883 '공항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본 적 있지, 맞아' 530 00:30:01,509 --> 00:30:03,719 '난 나야, 난 남들과 달라' 531 00:30:05,721 --> 00:30:06,556 그리고 532 00:30:07,306 --> 00:30:10,643 인간의 모든 상호 작용은 그야말로… 533 00:30:10,726 --> 00:30:14,730 코로나 시국에서 나온 생각인데 모든 상호 작용은 그저… 534 00:30:15,231 --> 00:30:18,609 서로 번갈아 가며 스노 글로브를 보여 주는 거예요 535 00:30:19,986 --> 00:30:23,030 한심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죠 536 00:30:23,114 --> 00:30:26,826 누가 스노 글로브를 보여 주면 537 00:30:26,909 --> 00:30:28,744 착실하게 들어 주려고 해요 538 00:30:28,828 --> 00:30:31,289 5년 전 갔던 파티 이야기를 하는데 539 00:30:31,372 --> 00:30:33,749 난 이렇게 반응해요 '그래, 넌 너야' 540 00:30:36,043 --> 00:30:38,087 '그래, 그렇지' 541 00:30:38,170 --> 00:30:40,548 '네가 너라서 참 멋지다' 542 00:30:41,257 --> 00:30:45,052 하지만 듣는 내내 내 눈은 내 선반에 꽂혀 있어요 543 00:30:45,136 --> 00:30:49,140 100%예요, 이런 식이죠 '그래, 아니, 맞아' 544 00:30:49,223 --> 00:30:50,766 차례를 기다리는 거예요 545 00:30:51,767 --> 00:30:54,061 '근데 나도 나야, 나는…' 546 00:30:57,648 --> 00:30:58,566 감사합니다 547 00:31:09,452 --> 00:31:11,746 정말 신나네요, 있잖아요? 548 00:31:12,496 --> 00:31:13,456 어떤 생각을 했는데 549 00:31:14,290 --> 00:31:16,417 전 스탠드업 공연을 많이 봐요 550 00:31:16,500 --> 00:31:18,544 제 친구의 공연이 최근에 나왔는데 551 00:31:18,628 --> 00:31:20,338 예고편이 있더라고요 552 00:31:20,421 --> 00:31:22,548 젠장, 진짜 역동적인 거예요 553 00:31:22,632 --> 00:31:24,884 친구가 무대를 휘젓더라고요 554 00:31:24,967 --> 00:31:27,887 저는 거의 안 움직이는데 555 00:31:27,970 --> 00:31:29,180 만약에… 556 00:31:29,263 --> 00:31:31,641 제 예고편도 역동적이면 좋겠거든요 557 00:31:31,724 --> 00:31:33,184 그래서 생각했죠 '만약 내가…' 558 00:31:33,726 --> 00:31:36,646 예고편에 나왔으면 하는 동작은 이미 있어요 559 00:31:36,729 --> 00:31:39,899 그 동작에 맞는 개그를 아직 못 짰을 뿐이죠 560 00:31:39,982 --> 00:31:42,360 전 생각했어요 '일단 동작만 하고 보자' 561 00:31:42,443 --> 00:31:45,237 그리고 그 동작을 예고편에 넣는 거죠 562 00:31:47,573 --> 00:31:50,618 이런 예고편 좋잖아요? 꼭 봐야지 싶죠 563 00:31:55,915 --> 00:31:59,752 훈련된 개를 100마리 구할까 봐요 564 00:31:59,835 --> 00:32:01,712 전부 이렇게 무대로 나오는 거죠 565 00:32:01,796 --> 00:32:06,509 뒷발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을 예고편에 넣고 566 00:32:06,592 --> 00:32:07,885 실제 공연엔 안 나오는 거예요 567 00:32:12,682 --> 00:32:14,558 네, 전 다양한 감정이 있어요 568 00:32:17,353 --> 00:32:20,940 분노, 창피함, 이런 감정도 있고 569 00:32:21,857 --> 00:32:23,484 또 어떤 감정은… 570 00:32:23,567 --> 00:32:26,612 제 삶에서 지배적인 감정인데 많은 분이 공감하실 거예요 571 00:32:26,696 --> 00:32:29,198 바로 그리움이에요 전 그리움을 잘 느끼죠 572 00:32:29,281 --> 00:32:31,450 뭔지 아시겠죠?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573 00:32:31,534 --> 00:32:33,035 참 쓸모없다는 걸 알아요 574 00:32:33,119 --> 00:32:36,789 전 코로나 전 시절이 그리워요 그땐 얼마나 좋은 건지 몰랐죠 575 00:32:36,872 --> 00:32:40,751 솔직히 사춘기가 오기 전 시절도 너무 그리워요 576 00:32:41,419 --> 00:32:43,838 사춘기 때 모든 게 꼬였거든요 577 00:32:44,463 --> 00:32:45,381 그러니까… 578 00:32:46,007 --> 00:32:49,176 친구들은 그래요 '넌 90년대가 그리운 거야' 579 00:32:49,260 --> 00:32:51,387 '그때가 진짜 좋았어' 580 00:32:51,470 --> 00:32:55,016 '부모님이 고무줄을 잔뜩 가지고 있던 거 그립지 않아?' 581 00:32:57,810 --> 00:32:59,854 누구나 고무줄이 있던 거 기억나요? 582 00:32:59,937 --> 00:33:01,897 서랍 손잡이에 걸어 놨잖아요 583 00:33:01,981 --> 00:33:04,608 뭉텅이로 있었는데 용도가 뭐였을까요? 584 00:33:04,692 --> 00:33:06,318 전 이제 고무줄이 없어요 585 00:33:09,989 --> 00:33:13,617 '부모님이 화장실에 큰 소라껍데기 뒀던 거 그립니?' 586 00:33:13,701 --> 00:33:15,494 '맞아, 그것도 그리워' 587 00:33:15,995 --> 00:33:16,954 그립죠 588 00:33:17,038 --> 00:33:20,958 낙태가 쉬웠던 거랑 포퓰리즘이 덜 판치던 것도요 589 00:33:21,042 --> 00:33:22,668 무슨 말인지 아시죠? 590 00:33:23,753 --> 00:33:24,879 정말 그리움을 느껴요 591 00:33:24,962 --> 00:33:28,632 저라는 사람은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592 00:33:28,716 --> 00:33:30,217 몇 가지 이유가 있죠 593 00:33:30,301 --> 00:33:33,012 전 사춘기가 엄청 세게 왔어요 594 00:33:33,095 --> 00:33:37,224 우선 인구 통계학적으로 보면 595 00:33:37,308 --> 00:33:41,228 제 사춘기는 인터넷이 도래하고 보급된 시기와 596 00:33:41,312 --> 00:33:43,105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져요 597 00:33:43,189 --> 00:33:45,483 운이 좋았죠 사춘기가 13살에 왔는데 598 00:33:45,566 --> 00:33:48,152 우리 교실에 컴퓨터가 한 대 있었고 599 00:33:48,235 --> 00:33:50,362 인터넷이 됐어요 600 00:33:50,446 --> 00:33:54,450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폭발하고 모든 게 달라졌죠 601 00:33:54,533 --> 00:33:57,036 다들 첫 이메일 주소를 만들었어요 602 00:33:57,119 --> 00:34:00,122 제 주소는 hot-mae-el@hotmail.com이었죠 603 00:34:02,291 --> 00:34:03,125 고마워요 604 00:34:03,626 --> 00:34:06,796 멋진 이메일 주소를 만들 수 있던 시절이었죠 605 00:34:07,630 --> 00:34:11,342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감당 못 하게 변했어요 606 00:34:11,425 --> 00:34:15,596 전엔 제게 필요한 지식이 부모님 댁 지하실에 있는 607 00:34:15,679 --> 00:34:17,014 백과사전에 다 있었어요 608 00:34:17,098 --> 00:34:20,684 정말 마음이 편했죠 지식의 양이 한정된 것 같았어요 609 00:34:20,768 --> 00:34:21,769 그거면 됐어요 610 00:34:21,852 --> 00:34:24,563 부드럽고 얇은 종이, 뭔지 아시죠? 611 00:34:24,647 --> 00:34:27,066 감당할 수 있었어요 612 00:34:27,149 --> 00:34:29,276 게다가 객관적인 진실 같았죠 613 00:34:29,360 --> 00:34:33,823 아무도 백과사전에 괜한 태클을 걸지 않았어요 614 00:34:33,906 --> 00:34:36,700 무슨 말인지 아시죠? 어디 보자는 식으로요 615 00:34:37,827 --> 00:34:40,329 '정말 페루의 수도가 리마 맞아?' 616 00:34:43,207 --> 00:34:45,334 근데 하룻밤 사이에… 617 00:34:45,417 --> 00:34:48,337 전 인터넷에 푹 빠졌어요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618 00:34:48,420 --> 00:34:51,048 같이 나가서 놀자고 하면 전 대답했어요 619 00:34:51,132 --> 00:34:54,718 '아니, 인터넷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아' 620 00:34:54,802 --> 00:34:57,429 '온갖 게 있어, 나 바빠' 621 00:34:58,305 --> 00:35:01,267 ''뱀파이어 해결사' 사진을 복사해서' 622 00:35:02,852 --> 00:35:04,562 '문서에 붙여야 해' 623 00:35:06,605 --> 00:35:09,150 그리고 그 문서를 인쇄하면 624 00:35:09,942 --> 00:35:12,444 종이가 잉크로 축축할 지경이었어요 625 00:35:13,737 --> 00:35:16,323 잉크 때문에 무거웠죠 626 00:35:17,950 --> 00:35:21,704 사진을 오리는데 젖은 화장지를 자르는 것 같았어요 627 00:35:22,204 --> 00:35:24,832 그리고 자른 사진을 알림장에 붙였죠 628 00:35:24,915 --> 00:35:26,083 전 바빴어요 629 00:35:27,835 --> 00:35:30,546 진짜 그렇게 바빴던 적이 없었어요 630 00:35:30,629 --> 00:35:31,672 피곤했죠 631 00:35:32,756 --> 00:35:36,802 사춘기가 세게 왔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… 632 00:35:36,886 --> 00:35:39,138 자, 평범한 사춘기가 왔는데 633 00:35:39,221 --> 00:35:42,600 인터넷이 생기면서 온갖 게 따라왔어요 634 00:35:42,683 --> 00:35:47,271 그리고 전 사춘기가 되면서 성별 불쾌감이 심하게 왔어요 635 00:35:47,354 --> 00:35:48,230 젠더 문제였죠 636 00:35:48,814 --> 00:35:50,316 - 뭔지 아시겠어요? - 네 637 00:35:53,068 --> 00:35:54,111 무거운 정적 638 00:35:56,614 --> 00:35:58,657 사춘기가 오기 전에 639 00:35:58,741 --> 00:36:01,243 저는 방방 뛰어다니는 선머슴 같은 애였고 640 00:36:01,327 --> 00:36:04,955 자신감 넘치고 '에이스 벤츄라' 흉내를 많이 냈죠 641 00:36:05,664 --> 00:36:08,459 근데 갑자기 사춘기가 오면서 몸이 달라졌어요 642 00:36:08,542 --> 00:36:10,878 그리고… 이것도 90년대 특징인데 643 00:36:10,961 --> 00:36:13,714 걸 그룹과 보이 그룹의 시대였잖아요? 644 00:36:13,797 --> 00:36:16,926 대중음악이 불붙인 이분법이었죠 645 00:36:17,009 --> 00:36:20,638 저는 여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는… 646 00:36:20,721 --> 00:36:25,184 반드시 답을 해야 했던 흔한 질문이 있었어요 647 00:36:25,267 --> 00:36:26,727 '넌 스파이스 걸스 중 누구니?' 648 00:36:26,810 --> 00:36:30,147 보기는 다섯 개뿐이었고 649 00:36:30,231 --> 00:36:33,108 반드시 대답해야 했어요 복도에 있으면 650 00:36:33,192 --> 00:36:35,861 여자애들이 절 몰아세우고 누구냐고 물었죠 651 00:36:36,362 --> 00:36:38,364 멤버를 모아서 립싱크를 하려고요 652 00:36:38,447 --> 00:36:41,951 따지려는 게 아니라 걔들은 알아야 했던 거예요 653 00:36:42,034 --> 00:36:44,453 날 어느 자리에 세울지요 654 00:36:45,621 --> 00:36:49,625 그러면 전 대답했어요 '저스틴 팀버레이크려나?' 655 00:36:50,960 --> 00:36:51,919 '닉 카터?' 656 00:36:54,255 --> 00:36:58,300 젠더 문제를 경험했든 안 했든 657 00:36:58,384 --> 00:37:02,137 어쨌든 사춘기는 악몽 같아요 내가 외계인 같고 658 00:37:02,221 --> 00:37:05,975 나의 멋진 점들이 하룻밤 사이에 쓸모없어져 버리죠 659 00:37:06,058 --> 00:37:09,186 전 개인기가 하나 있었어요 660 00:37:09,270 --> 00:37:12,523 손으로 내는 소리인데 661 00:37:12,606 --> 00:37:15,192 진짜 인기 만점이었어요 662 00:37:15,276 --> 00:37:18,362 그 개인기를 하면 다들 좋아했고 파티를 찢었죠 663 00:37:18,988 --> 00:37:20,823 지금 보여 드릴게요 664 00:37:21,448 --> 00:37:25,077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지 몰라요 이런 거예요 665 00:37:32,376 --> 00:37:33,419 기억나세요? 666 00:37:35,254 --> 00:37:38,090 진짜 그땐 파티를 찢었어요 667 00:37:38,173 --> 00:37:40,551 다들 해 달라고 난리였고 668 00:37:40,634 --> 00:37:41,677 전 기꺼이 나섰죠 669 00:37:42,469 --> 00:37:46,515 학교 조례에서도 한 적도 있어요 그건 좀 오버였죠 670 00:37:48,183 --> 00:37:51,061 정말 멋진 개인기였는데 갑자기 사춘기가 왔고 671 00:37:51,145 --> 00:37:53,689 어느 날 친구 집 파티에 갔다가 벽장 안에 들어갔어요 672 00:37:53,772 --> 00:37:56,608 반쯤 발기된 13살짜리 여드름 난 남자애랑 있었는데 전… 673 00:37:58,902 --> 00:38:00,904 걔는 황당해했죠 674 00:38:04,408 --> 00:38:07,745 '내 거 만져 주는 거 아니었어?' '아니거든' 675 00:38:09,038 --> 00:38:14,877 '손으로 멋진 걸 할 수 있다고만 했잖아' 676 00:38:17,588 --> 00:38:21,592 남자애는 벽장에서 나갔고 저는 혼자 그 깜깜한 데서… 677 00:38:32,144 --> 00:38:33,437 엄청 애절했어요 678 00:38:36,607 --> 00:38:39,276 그 나이의 삶이란 어렵죠 정말로… 679 00:38:40,694 --> 00:38:43,280 13살이 작업을 거는 유일한 방법은 680 00:38:43,364 --> 00:38:46,533 유일하게 건전한 방법은 손 크기를 묻는 거예요 681 00:38:46,617 --> 00:38:48,702 안 그래요? 기억나세요? 682 00:38:49,203 --> 00:38:52,998 '네 손 얼마나 커?' 지금 생각해 봐도 좋아하는 사람과 683 00:38:53,499 --> 00:38:55,793 신체적으로 접촉할 멋진 방법이죠 684 00:38:56,293 --> 00:38:58,379 다만 전 여학교에 다녔고 685 00:38:58,462 --> 00:39:01,965 살짝 변질되긴 했어요 '그래, 내 손이 좀 크지' 686 00:39:03,175 --> 00:39:05,219 '그래, 넌 작구나' 687 00:39:07,012 --> 00:39:10,099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이랬어요 '그 얘기 알지?' 688 00:39:17,606 --> 00:39:19,983 '손이 크면 음순도 크대' 689 00:39:27,658 --> 00:39:28,492 하지만… 690 00:39:29,159 --> 00:39:33,831 어쨌든 그런 일들이 있었고 제 생각엔 누구나 691 00:39:33,914 --> 00:39:35,499 사춘기가 오면 692 00:39:35,999 --> 00:39:38,752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되고 갑자기 693 00:39:38,836 --> 00:39:41,505 냉혹한 현실과 부딪히게 되죠 694 00:39:41,588 --> 00:39:44,174 만약 남다른 구석이 있다면… 695 00:39:44,258 --> 00:39:48,220 모두가 말하는 주류 담화가 696 00:39:48,303 --> 00:39:50,681 내가 실제로 겪는 것과 맞지 않는다면… 697 00:39:50,764 --> 00:39:53,934 젠더를 예로 들어서 '성별은 두 가지가 있고' 698 00:39:54,017 --> 00:39:57,521 '넌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 해' 그럼 수긍을 하면서도 699 00:39:57,604 --> 00:40:00,566 실제로는 전혀 다른 걸 경험하게 되죠 700 00:40:00,649 --> 00:40:02,401 그럼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701 00:40:02,484 --> 00:40:05,737 나와 내 경험이 옳은지를 의심하거나 702 00:40:05,821 --> 00:40:08,824 나를 제외한 모든 것과 체제 전체를 703 00:40:08,907 --> 00:40:10,659 의심하는 거죠 704 00:40:10,742 --> 00:40:13,454 그 실을 당기기 시작하면 망하는 거예요 705 00:40:14,121 --> 00:40:15,330 일부일처제를 예로 들면 706 00:40:15,414 --> 00:40:18,917 '댄스파티에 두 명을 데려가면 왜 안 돼? 이해가 안 돼' 707 00:40:20,002 --> 00:40:22,087 그리고 또… 708 00:40:22,171 --> 00:40:26,675 저는 13살에 코미디를 시작했고 709 00:40:26,758 --> 00:40:30,721 환각성 마약에 빠지게 됐어요 710 00:40:30,804 --> 00:40:34,433 그러면서 존재론적 기복이 전반적으로 심해졌죠 711 00:40:34,516 --> 00:40:38,228 마치 제가 현실의 벽지를 뜯어내고 712 00:40:38,312 --> 00:40:42,441 모든 걸 떠받치고 있는 조잡한 발판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713 00:40:42,524 --> 00:40:43,775 '대체 뭐지?' 714 00:40:43,859 --> 00:40:46,737 갑자기 부모님도 결점이 있고 715 00:40:46,820 --> 00:40:49,448 선생님도 외롭다는 걸 깨닫죠 716 00:40:50,574 --> 00:40:52,868 전 이랬어요 '뷰캐넌 선생님은 외로운 것 같아' 717 00:40:52,951 --> 00:40:56,580 '선생님 농담에 웃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어, 어쩌지?' 718 00:40:59,249 --> 00:41:02,794 그리고 엄청 스트레스 받았던 게 있었어요 719 00:41:02,878 --> 00:41:06,715 '우리 사회가 더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어' 720 00:41:06,798 --> 00:41:09,343 '영화 '개미'와 '벅스 라이프'가' 721 00:41:10,636 --> 00:41:12,638 '같은 해에 개봉했다는 거야' 722 00:41:15,015 --> 00:41:18,602 '분명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데' 723 00:41:19,228 --> 00:41:22,397 '우린 입 다물고 있는 거야? 대체…' 724 00:41:27,903 --> 00:41:28,737 그래요 725 00:41:30,113 --> 00:41:33,575 네, 전 스트레스가 심했고… 726 00:41:34,993 --> 00:41:38,247 마약은 제 신체에서 벗어날 수단이었어요 727 00:41:38,330 --> 00:41:41,833 전 제 몸이 너무 불편했고 마약은 탈출구였죠 728 00:41:41,917 --> 00:41:44,836 그래서 마약에 중독됐고 여기서 중요한 건 729 00:41:44,920 --> 00:41:47,714 점점 강한 마약에 빠져들었다는 거예요 730 00:41:47,798 --> 00:41:50,551 전 집에서 쫓겨났고 학교도 자퇴했어요 731 00:41:50,634 --> 00:41:53,220 여차저차 재활 센터에 가게 됐죠 732 00:41:53,303 --> 00:41:56,223 19살에 주간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733 00:41:56,306 --> 00:41:57,391 9개월간요 734 00:41:58,141 --> 00:42:01,019 10대를 위한 주간 재활 프로그램이라니 735 00:42:01,103 --> 00:42:02,771 객관적으로 나쁜 아이디어예요 736 00:42:02,854 --> 00:42:05,899 그렇잖아요? 10대들을 한곳에 모아 두다니 737 00:42:05,983 --> 00:42:08,068 공통점이라곤 마약을 좋아한다는 것뿐이죠 738 00:42:08,151 --> 00:42:11,280 매일 오후 3시에 프로그램이 마쳐요 739 00:42:11,363 --> 00:42:14,032 '자, 새 친구들과 가렴' 740 00:42:15,075 --> 00:42:17,953 '저리 가, 골목에서 같이 놀아' 741 00:42:18,579 --> 00:42:20,581 '너희가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' 742 00:42:22,124 --> 00:42:25,377 근데 전 눈이 번쩍 뜨였어요 큰 전환점이 됐죠 743 00:42:25,460 --> 00:42:28,922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엔 12명이 더 있었는데 744 00:42:29,006 --> 00:42:30,632 전 불현듯 깨달았어요 745 00:42:30,716 --> 00:42:33,385 이 아이들은 실제로 힘든 삶을 살았고 746 00:42:33,468 --> 00:42:36,221 힘든 가족 문제도 있는데 난 뭔가 싶었죠 747 00:42:36,305 --> 00:42:39,933 '난 부족함 없는 중산층 아이인데 뭐에 반항하는 거야?' 748 00:42:40,017 --> 00:42:42,603 어쨌든 거기에 다녀야 했고 좋았어요 749 00:42:42,686 --> 00:42:45,272 전 어울리고 싶었어요 그 애들은 그 전부터 다녔고 750 00:42:45,355 --> 00:42:46,773 서로 굉장히 친했죠 751 00:42:46,857 --> 00:42:48,859 서로 별명도 지어 주고요 752 00:42:48,942 --> 00:42:52,237 전 별명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무리에 끼고 싶었죠 753 00:42:52,321 --> 00:42:55,699 프로그램에 다닌 지 두 달 뒤 정말 신나는 일이 생겼어요 754 00:42:55,782 --> 00:42:59,161 어느 날 어떤 애가 그러는 거예요 '야, 목욕물, 안녕' 755 00:43:00,954 --> 00:43:03,040 목욕물이라니 뭔가 싶었죠 756 00:43:03,749 --> 00:43:06,627 그리고 애들이 절 목욕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757 00:43:07,419 --> 00:43:10,005 그러다가 선생님도 그렇게 부르고 다 퍼졌죠 758 00:43:10,088 --> 00:43:11,923 선생님들도, '안녕, 목욕물' 759 00:43:12,007 --> 00:43:13,467 전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760 00:43:13,967 --> 00:43:14,801 익숙해졌고 761 00:43:14,885 --> 00:43:17,679 목욕물인 이유를 모르는 걸 인정하기 싫었어요 762 00:43:17,763 --> 00:43:19,848 '됐어, 괜찮아' 763 00:43:19,931 --> 00:43:24,144 그리고 마침내 애들과 편해지고 764 00:43:24,227 --> 00:43:25,562 많이 친해졌어요 765 00:43:25,646 --> 00:43:28,398 '얘들아, 몇 달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' 766 00:43:28,482 --> 00:43:30,442 '왜 내가 목욕물이야?' 767 00:43:30,525 --> 00:43:35,072 '아, 네가 처음 왔을 때 우리끼리 얘기했는데' 768 00:43:35,155 --> 00:43:39,868 '네가 자기 목욕물을 마시는 애처럼 생겼다고 했거든' 769 00:43:41,453 --> 00:43:42,329 그것참… 770 00:43:43,955 --> 00:43:45,582 너무 구체적이잖아요? 771 00:43:47,250 --> 00:43:48,919 너무 굴욕적이고요 772 00:43:49,586 --> 00:43:51,171 창의적이긴 해요 773 00:43:52,422 --> 00:43:56,301 자기 목욕물을… 실제로 좀 마시긴 했어요 774 00:43:56,385 --> 00:43:57,302 물론이죠 775 00:43:58,011 --> 00:43:59,513 다 그러지 않나요? 776 00:44:01,598 --> 00:44:03,642 막 퍼마시는 건 아니지만… 777 00:44:05,268 --> 00:44:06,728 빨대를 쓰진 않지만… 778 00:44:09,064 --> 00:44:10,315 어쨌든 다들… 779 00:44:11,233 --> 00:44:13,110 다들 좀 마시지 않나요? 780 00:44:13,193 --> 00:44:15,278 잠깐만요, 목욕할 때 기억나죠? 781 00:44:15,779 --> 00:44:20,575 기억나세요? 혹시 목욕할 때 젖은 수건을… 782 00:44:20,659 --> 00:44:22,703 여긴 수건이 '플란넬'인가요? '페이스 클로스'? 783 00:44:22,786 --> 00:44:24,913 '플란넬'요? 캐나다니까요 784 00:44:25,789 --> 00:44:27,582 혹시 젖은 수건을 785 00:44:27,666 --> 00:44:30,460 얼굴에 덮고 숨을 쉬어 본 적 있나요? 786 00:44:30,544 --> 00:44:33,380 그럼 갑자기 셀프 물고문 느낌이잖아요? 787 00:44:33,463 --> 00:44:34,881 바로 집어 던지죠 788 00:44:35,966 --> 00:44:38,677 수건의 물기를 빨아들인 적은요? 789 00:44:39,177 --> 00:44:40,011 있죠? 790 00:44:40,512 --> 00:44:43,640 쭙쭙 하는 느낌이잖아요 장난 아니죠 791 00:44:45,934 --> 00:44:46,852 목욕할 때요 792 00:44:47,561 --> 00:44:48,770 뭔지 아시겠어요? 793 00:44:49,896 --> 00:44:51,106 가장 그리운 건… 794 00:44:51,189 --> 00:44:55,068 이것만 빨리 말하고 목욕 얘기 끝낼게요 795 00:44:55,152 --> 00:44:57,154 목욕 하면 가장 그리운 건 796 00:44:57,237 --> 00:44:59,489 하루에 한 번씩 누가 목욕 시간이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797 00:45:00,657 --> 00:45:04,035 정말 좋지 않아요? 어릴 때는 그게 좋은 줄 모르죠 798 00:45:04,119 --> 00:45:06,663 하지만 상상해 봐요 소개팅 앱으로 꽝을 만났는데 799 00:45:06,747 --> 00:45:08,290 종업원이 와서 말해 주는 거예요 800 00:45:08,373 --> 00:45:12,586 '방해해서 죄송하지만 목욕하실 시간입니다' 801 00:45:13,295 --> 00:45:14,713 그럼 탈출하는 거죠 802 00:45:18,133 --> 00:45:20,385 어릴 땐 어린 게 좋은지 몰라요 803 00:45:21,720 --> 00:45:23,513 어린 게 좋은 건지 모르죠 804 00:45:25,390 --> 00:45:27,058 네, 그래서… 805 00:45:27,142 --> 00:45:30,645 제가 10대 시절에 집착하고 806 00:45:30,729 --> 00:45:35,942 끊임없이 곱씹는 이유는 이젠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807 00:45:36,026 --> 00:45:38,904 정말 혼돈의 청소년기를 보내긴 했어요 808 00:45:38,987 --> 00:45:41,239 진짜 어둡고 제정신이 아니었죠 809 00:45:41,323 --> 00:45:43,950 지금은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고 생각해요 810 00:45:44,034 --> 00:45:45,827 이젠 위험이라면 무조건 피하죠 811 00:45:45,911 --> 00:45:47,120 여러분은… 그래요 812 00:45:48,205 --> 00:45:51,082 제가 에스컬레이터 타는 거 보면 놀라실 거예요 813 00:45:51,166 --> 00:45:53,251 핸드레일을 꽉 잡고 814 00:45:53,335 --> 00:45:54,836 엄청… 815 00:45:54,920 --> 00:45:57,005 내릴 때가 다가오면 긴장해요 816 00:45:57,088 --> 00:45:59,049 '하나, 둘, 셋, 내려' 817 00:45:59,132 --> 00:46:00,258 기다렸다가 내리죠 818 00:46:02,427 --> 00:46:05,055 내릴 때가 됐는데 준비가 안 되면 뒷걸음질 쳐요 819 00:46:05,138 --> 00:46:06,264 마음을 가다듬죠 820 00:46:08,016 --> 00:46:10,018 네, 그래요 821 00:46:11,686 --> 00:46:13,688 어쨌든 달라졌다고 느끼는데 822 00:46:13,772 --> 00:46:17,442 자기 파괴적인 감정을 아직도 느끼긴 해요 823 00:46:17,526 --> 00:46:19,277 스트레스가 쌓이면요 824 00:46:19,361 --> 00:46:21,738 누구나 그런 충동이 있고 825 00:46:21,822 --> 00:46:25,116 그런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하죠 826 00:46:25,700 --> 00:46:27,702 전 방 탈출을 많이 해요 827 00:46:28,328 --> 00:46:30,580 항상 방을 탈출하고 있죠 828 00:46:31,456 --> 00:46:32,999 끊임없이요 829 00:46:33,583 --> 00:46:37,879 최근에 순회공연을 했는데 순회공연은 힘들어요 830 00:46:37,963 --> 00:46:40,924 게다가 저 혼자 하거든요 시작 무대도 따로 없고 831 00:46:41,007 --> 00:46:42,968 매니저도 따도 없죠 832 00:46:43,051 --> 00:46:44,427 그냥 혼자 다녀요 833 00:46:44,511 --> 00:46:47,514 영국에서 이런저런 도시에 오래 있었는데 834 00:46:47,597 --> 00:46:49,599 에든버러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835 00:46:49,683 --> 00:46:52,060 그날 에든버러에 혼자 갔는데 836 00:46:52,143 --> 00:46:55,564 스트레스가 쌓인 게 느껴지더라고요 837 00:46:55,647 --> 00:46:56,857 뭔지 아시죠? 838 00:46:56,940 --> 00:46:59,776 영화 '트레인스포팅'을 본 뒤라서 839 00:46:59,860 --> 00:47:01,194 위험한 상태였어요 840 00:47:01,278 --> 00:47:03,321 그래서 고민하다가 841 00:47:03,405 --> 00:47:06,616 인터넷에서 에든버러 지하 감옥을 알게 됐어요 842 00:47:06,700 --> 00:47:10,328 런던 지하 감옥 같은 곳인데 무섭게 꾸며서 843 00:47:10,412 --> 00:47:12,122 공포 체험을 하는 곳이죠 844 00:47:12,205 --> 00:47:15,125 배우들이 빅토리아 시대 의상을 입고 무섭게 하고 845 00:47:15,208 --> 00:47:18,295 지옥 같은 미로를 빠져나가는 건데 '이거다' 싶었어요 846 00:47:19,504 --> 00:47:23,550 전 VIP 패키지를 끊었어요 20달러를 더 내는 건데 847 00:47:23,633 --> 00:47:27,012 혜택이 뭐냐면 도착했을 때 그린 스크린 앞에서 848 00:47:27,095 --> 00:47:28,471 사진을 찍어 주는 거예요 849 00:47:28,555 --> 00:47:30,974 열쇠를 주는데… 스크린에 묘지 영상을 쏘고 850 00:47:31,057 --> 00:47:32,684 열쇠 꾸러미를 주는데… 851 00:47:32,767 --> 00:47:36,521 그때 생각했어요 '이건 친구랑 와서 해야겠구나' 852 00:47:38,607 --> 00:47:40,233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랑요 853 00:47:40,317 --> 00:47:43,236 저는 열쇠 꾸러미를 받아들고… 854 00:47:47,657 --> 00:47:48,533 어쨌든 855 00:47:49,534 --> 00:47:52,704 내려가니까 저와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고 856 00:47:52,787 --> 00:47:56,416 한 조가 돼서 공포 미로를 탐험하게 됐어요 857 00:47:56,499 --> 00:47:59,127 관광객과 가족까지 10명쯤 됐죠 858 00:47:59,669 --> 00:48:02,422 출발하려는데 한 남자가 나왔어요 859 00:48:02,505 --> 00:48:04,883 빅토리아 시대 도살자처럼 분장했더라고요 860 00:48:04,966 --> 00:48:07,510 피범벅에 큰 칼을 들고 861 00:48:07,594 --> 00:48:11,097 수염이 무성한 스코틀랜드인이었죠 '난 도살자다' 862 00:48:11,181 --> 00:48:13,391 그 억양을 잘 따라 하진 못 하겠어요 863 00:48:13,475 --> 00:48:15,518 '에든버러 지하 감옥에 잘 왔다' 864 00:48:15,602 --> 00:48:18,772 '너희는 다 뒈졌다' 저는 환호했죠 865 00:48:19,397 --> 00:48:21,358 '난 죽는 게 소원이었어!' 866 00:48:22,901 --> 00:48:26,446 그리곤 남자가 말했어요 '그 전에 안전 수칙을 알려 주지' 867 00:48:27,447 --> 00:48:31,785 '임산부나 뇌전증 환자는 지하 감옥에 들어가면 안 된다' 868 00:48:33,286 --> 00:48:35,288 전 수긍했고 남자는 말을 이어갔어요 869 00:48:35,789 --> 00:48:39,876 '지하 감옥의 배우들은 절대로 너희를 만지거나 붙잡지 않는다' 870 00:48:39,960 --> 00:48:41,878 전 잘됐다 싶었죠 871 00:48:41,962 --> 00:48:44,965 지하 감옥에서 붙잡히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872 00:48:45,507 --> 00:48:46,466 '좋네' 873 00:48:47,467 --> 00:48:51,388 그리고 출발했는데 여러분, 진짜 무서웠어요 874 00:48:51,471 --> 00:48:55,183 진짜 무서워서 벌벌 떨었죠 875 00:48:55,266 --> 00:48:56,977 모르는 사람들이랑 가는데 876 00:48:57,060 --> 00:49:00,730 다들 뭔지 아시죠? 불이 다 꺼져서 깜깜해졌다가 877 00:49:00,814 --> 00:49:04,484 불이 다시 켜지면 코앞에 여자가 서 있고 878 00:49:04,567 --> 00:49:05,819 무섭게 하잖아요 879 00:49:06,444 --> 00:49:09,072 너무 무서웠지만 좋았어요 880 00:49:09,155 --> 00:49:13,118 그리고 기승전결이 있었어요 시작할 때 도살자가 말했죠 881 00:49:13,201 --> 00:49:17,038 '전설의 식인귀 소니 빈을 만나게 될 거다' 882 00:49:17,122 --> 00:49:21,042 소니 빈 아시는 분? 전설적인 식인귀죠 883 00:49:21,960 --> 00:49:25,964 우리가 만나기 싫다고 무섭다고 하니까 884 00:49:26,047 --> 00:49:28,216 소니 빈이 우릴 좋아할 거라더군요 885 00:49:28,299 --> 00:49:30,093 서사를 쌓는 거죠 886 00:49:30,176 --> 00:49:35,015 가다 보니 지하에 배가 있었어요 887 00:49:35,098 --> 00:49:36,933 우린 에든버러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죠 888 00:49:37,017 --> 00:49:40,311 작은 배가 선로 위에 있었고 우린 올라탔어요 889 00:49:40,395 --> 00:49:44,024 저 앞 껌껌한 곳에서 소니 빈의 소리가 들렸어요 890 00:49:44,107 --> 00:49:46,609 '난 소니 빈이다' 우린 질겁했죠 891 00:49:47,110 --> 00:49:50,864 그때 도살자가 말했어요 '이제 너희끼리 가라, 난 간다' 892 00:49:50,947 --> 00:49:53,867 우린 가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막 붙잡았어요 893 00:49:54,367 --> 00:49:56,619 도살자는 중지를 날리며 사라졌죠 894 00:49:56,703 --> 00:49:59,372 이제 저랑 사람들만 배에 타고 있었어요 895 00:49:59,456 --> 00:50:02,042 그때 불이 꺼졌는데 엄청 깜깜했죠 896 00:50:02,125 --> 00:50:04,711 코앞의 손도 안 보였어요 완전 깜깜했고 897 00:50:04,794 --> 00:50:06,379 눅눅하고 추웠어요 898 00:50:06,463 --> 00:50:09,340 소니 빈의 목소리는 계속 들리고 미칠 것 같았죠 899 00:50:09,424 --> 00:50:13,928 그때 등허리에 손이 느껴졌어요 900 00:50:14,012 --> 00:50:16,222 손이 점점 올라오더니 901 00:50:16,306 --> 00:50:18,308 제 목을 감싸는 거예요 902 00:50:18,391 --> 00:50:21,019 완전 기겁했던 게 처음에 분명히 그랬거든요 903 00:50:21,102 --> 00:50:23,980 배우들은 절대 우릴 만지지 않는다고 했잖아요? 904 00:50:24,731 --> 00:50:27,859 뭔가 싶었는데 불이 켜지고 뒤를 돌아보니까 905 00:50:27,942 --> 00:50:32,238 같이 다니던 중년 여성분이었어요 906 00:50:35,325 --> 00:50:36,618 그분이 이러더라고요 907 00:50:39,162 --> 00:50:39,996 진짜… 908 00:50:41,289 --> 00:50:42,332 정신이 혼미해졌죠 909 00:50:46,419 --> 00:50:49,130 10대 딸 둘과 함께 오셨는데 910 00:50:49,214 --> 00:50:51,633 걔들이 아주머니 양옆에 앉아서 그러더라고요 911 00:50:51,716 --> 00:50:53,885 '엄마, 대체 뭐 하는 거야?' 912 00:50:54,886 --> 00:50:55,720 아주머니는 계속… 913 00:50:58,181 --> 00:51:00,558 늘 그분 생각을 해요 914 00:51:02,811 --> 00:51:05,605 그분도 우체부 게리처럼 영웅이에요 915 00:51:05,688 --> 00:51:06,773 모두의 영웅이죠 916 00:51:13,154 --> 00:51:17,575 전 살아 있음을 느끼려고 그런 것들을 하고 917 00:51:19,494 --> 00:51:23,915 생각에 휩쓸리는 걸 굉장히 경계하려고 해요 918 00:51:23,998 --> 00:51:26,876 10대 시절을 많이 후회하거든요 919 00:51:26,960 --> 00:51:31,339 그땐 엄청 불량했어요 되게 자기 파괴적이었죠 920 00:51:32,257 --> 00:51:36,177 희한한 게 그땐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921 00:51:36,678 --> 00:51:39,639 2016년 이후로… 922 00:51:39,722 --> 00:51:44,352 그때 트럼프가 당선되고 생각했죠 '그럼 이제 부정 못 하겠네' 923 00:51:44,435 --> 00:51:48,314 '세상은 좀 뒤틀렸어' 망한 거잖아요? 924 00:51:48,398 --> 00:51:51,276 이젠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워낙 많아서 925 00:51:51,359 --> 00:51:54,279 체제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란 걸 부정하기 힘들죠 926 00:51:54,821 --> 00:51:57,699 억만장자는 세금을 안 낸다거나 다 아는 것들 있잖아요 927 00:51:57,782 --> 00:52:00,910 전 제 분노가 정당했다고 생각해요 928 00:52:00,994 --> 00:52:04,789 10대들이 느끼는 분노는 대체로 옳은 것 같아요 929 00:52:04,873 --> 00:52:08,126 다만 제가 반항했던 방식이 완전히 틀렸던 거죠 930 00:52:08,209 --> 00:52:12,672 너무 자기 파괴적이고 나밖에 몰랐어요 931 00:52:12,755 --> 00:52:16,217 진짜 구제 불능이었어요 여기 문신이 있는데 932 00:52:16,301 --> 00:52:18,636 16살에 한 거예요 '오트밀'이라고 새겼죠 933 00:52:20,346 --> 00:52:22,015 '오트밀'이라고 두 번 새겼어요 934 00:52:23,349 --> 00:52:26,352 '남자들 다 좆까' 이런 심정이었죠 935 00:52:26,436 --> 00:52:28,229 이게 대체 뭐냐고요 936 00:52:36,946 --> 00:52:38,364 영원히 남아 있겠죠 937 00:52:43,578 --> 00:52:44,579 저는… 938 00:52:45,538 --> 00:52:47,207 그런 감정이 기억나요 939 00:52:47,916 --> 00:52:51,294 세상은 제가 산 집 같은 거예요 940 00:52:51,377 --> 00:52:55,006 너무 어려서 주택 대출 서명도 할 수 없을 때요 941 00:52:55,089 --> 00:52:57,759 집을 판 중개업자는 굉장히 수상한 인간이고요 942 00:52:57,842 --> 00:53:01,304 교활한 데다 강아지 체위 출신이죠 943 00:53:03,264 --> 00:53:05,433 '서명해라, 꼬마야' 전 얼렁뚱땅 서명해요 944 00:53:05,516 --> 00:53:08,937 '네 꿈이 이뤄질 거다' 그렇게 갑자기 집이 생기죠 945 00:53:09,020 --> 00:53:12,690 그러다 비판적 사고력이 생기고 10대 때 집에서 눈을 뜨면 946 00:53:12,774 --> 00:53:14,025 아차 싶어요 947 00:53:14,525 --> 00:53:16,903 집의 토대는 다 썩었고 948 00:53:16,986 --> 00:53:18,404 뒷마당엔 불이 났어요 949 00:53:18,488 --> 00:53:22,408 이전 집주인들이 화석 연료로만 계속 난방을 했으니까요 950 00:53:22,492 --> 00:53:27,747 그때 제 반응은 이랬어요 '내가 안에 있는 채로 집을 밀자' 951 00:53:28,498 --> 00:53:32,126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지 말고 952 00:53:32,627 --> 00:53:35,129 수고를 들여서 집을 고치는 게 답이죠 953 00:53:35,213 --> 00:53:36,589 그렇게 해야 하고 954 00:53:36,673 --> 00:53:39,717 다들 그러려고 애쓰잖아요? 955 00:53:39,801 --> 00:53:42,595 수고를 들여서 집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야죠 956 00:53:42,679 --> 00:53:44,722 안 그러면… 그래요 957 00:53:47,350 --> 00:53:49,394 의식을 갖고 그렇게 해야 해요 958 00:53:49,477 --> 00:53:51,187 아니면 고쳐지지 않죠 959 00:53:51,813 --> 00:53:53,731 그래서 저는… 960 00:53:54,232 --> 00:53:56,734 Z 세대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961 00:53:56,818 --> 00:53:59,279 틱톡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Z 세대는 멋지고 962 00:53:59,362 --> 00:54:01,614 현실에서 여러 가지를 하거든요 963 00:54:02,240 --> 00:54:06,119 기후 변화 반대 시위를 하고 젠더의 이분법에 저항하죠 964 00:54:06,202 --> 00:54:07,120 전 뭘 했나요? 965 00:54:07,203 --> 00:54:10,873 뱀처럼 이리저리 다니며 마약이나 찾았죠 966 00:54:11,749 --> 00:54:14,043 정말 쓸데없는 짓만 했어요 967 00:54:16,838 --> 00:54:17,922 Z 세대는 멋져요 968 00:54:19,257 --> 00:54:20,800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969 00:54:20,883 --> 00:54:24,429 젠더 얘기를 잠시만 할게요 970 00:54:25,430 --> 00:54:26,264 자… 971 00:54:28,099 --> 00:54:31,686 전엔 영국에 있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지내는데 972 00:54:31,769 --> 00:54:35,815 지금 두 나라 다 젠더나 성 정체성 얘기만 나오면 973 00:54:35,898 --> 00:54:37,108 경기를 일으키죠 974 00:54:37,191 --> 00:54:40,570 그렇게 된 건 오해에서 일부 비롯된 것 같아요 975 00:54:40,653 --> 00:54:43,948 젠더를 가변적인 것으로 보는 게 976 00:54:44,032 --> 00:54:47,118 최근 MZ 세대가 만든 유행이라는 오해요 977 00:54:47,201 --> 00:54:50,455 하지만 인간 문명이 생겨난 이후로 978 00:54:50,538 --> 00:54:52,665 젠더엔 다양한 갈래가 존재했어요 979 00:54:52,749 --> 00:54:56,836 제3의, 제4의 성별을 인정하는 문화권이 있었죠 980 00:54:56,919 --> 00:54:58,921 인정하는 걸 넘어서 숭배했어요 981 00:54:59,589 --> 00:55:01,215 제가 숭배받을 수 있었던 거죠 982 00:55:02,091 --> 00:55:03,718 제가 숭배받을 수 있었다고요 983 00:55:04,260 --> 00:55:05,178 짜증 나요 984 00:55:05,261 --> 00:55:08,431 현실은 어느 화장실을 써도 될지 눈치 보는 신세죠 985 00:55:11,017 --> 00:55:16,064 엄격한 젠더 이분법이 보편화된 건 비교적 최근인 식민지 시대예요 986 00:55:16,147 --> 00:55:20,401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987 00:55:20,985 --> 00:55:22,612 다 밀어 버린 꼴이죠 988 00:55:22,695 --> 00:55:25,782 영국에 살 때 기억나는 게 989 00:55:25,865 --> 00:55:29,869 2018년에 인도가 동성애를 비범죄화했어요, 잘된 일이죠 990 00:55:29,952 --> 00:55:33,664 축제가 벌어지고 다들 기뻐했는데 기분이 확 상했던 게 991 00:55:33,748 --> 00:55:37,543 영국 뉴스에서 보도하는데 엄청 잘난 체하더라고요 992 00:55:38,086 --> 00:55:39,670 '때가 됐다, 인도' 993 00:55:39,754 --> 00:55:43,883 영국이 인도로 가서 동성애를 불법화한 거잖아요 994 00:55:44,425 --> 00:55:46,302 1896년에요 995 00:55:46,844 --> 00:55:49,305 가스라이팅의 끝판왕이죠 996 00:55:49,847 --> 00:55:52,683 남의 집에 불 질러 놓고 이러는 꼴이잖아요 997 00:55:52,767 --> 00:55:55,978 '불 끄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다니 진짜 이상하다' 998 00:55:56,646 --> 00:55:58,106 '내가 다 부끄럽네' 999 00:55:59,482 --> 00:56:00,900 네, 감사해요 1000 00:56:06,697 --> 00:56:07,532 그래요 1001 00:56:07,615 --> 00:56:09,617 짜증 나는 건 1002 00:56:10,576 --> 00:56:13,162 저도 젠더 얘기를 하기 싫다는 거예요 1003 00:56:13,246 --> 00:56:15,248 서로 좋을 게 없거든요 1004 00:56:15,331 --> 00:56:18,501 특히 내가 젠더 문제를 겪고 있고 신경 쓰고 있다면 1005 00:56:18,584 --> 00:56:20,002 논쟁하기가 어려워요 1006 00:56:20,086 --> 00:56:22,922 울컥하게 되는데 그럼 이미 진 거잖아요 1007 00:56:23,631 --> 00:56:26,759 힘들어요, 하지만 얘기를 해야겠죠 1008 00:56:26,843 --> 00:56:30,221 왜냐하면 다른 코미디언들은… 1009 00:56:30,304 --> 00:56:34,767 정상급 억만장자 코미디언들이 스탠드업 공연에서 1010 00:56:34,851 --> 00:56:36,853 비난하고 개그 소재로 삼잖아요 1011 00:56:36,936 --> 00:56:39,897 안 그래도 보잘것없는 트랜스의 권리가 1012 00:56:39,981 --> 00:56:43,067 뒤로 후퇴하고 있을 때 그러는 건… 1013 00:56:43,651 --> 00:56:45,653 아니에요, 그냥 제 느낌에… 1014 00:56:46,737 --> 00:56:48,739 '맞아, 후퇴하고 있지' 그런 반응이네요 1015 00:56:48,823 --> 00:56:50,074 아뇨, 농담이에요 1016 00:56:50,158 --> 00:56:51,868 갑자기 싸하더라고요 1017 00:56:54,078 --> 00:56:58,082 그런 공연들을 보는 건 대비하기 위해서예요 1018 00:56:58,166 --> 00:57:01,502 그런 공연들에 대한 의견을 인터뷰마다 질문받거든요 1019 00:57:01,586 --> 00:57:03,963 근데 그런 공연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 1020 00:57:04,464 --> 00:57:06,132 '젠더는 팩트다'예요 1021 00:57:06,215 --> 00:57:08,301 계속 반복되는 말이죠 '젠더는 팩트다' 1022 00:57:08,384 --> 00:57:12,388 그럼 카메라가 관객석을 비추는데 다들 좋아해요 1023 00:57:12,472 --> 00:57:15,558 이미 잘 아는 분들한테 설교하는 기분이긴 한데 1024 00:57:16,225 --> 00:57:21,731 빨리 끝낼게요 물론 생물학적 성별은 존재해요 1025 00:57:21,814 --> 00:57:25,067 그 안에 수없이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죠 1026 00:57:25,151 --> 00:57:27,361 과학적으로도 두 가지로만 나뉘지 않아요 1027 00:57:27,445 --> 00:57:29,280 간성도 있고 1028 00:57:29,363 --> 00:57:31,449 호르몬 차이도 있고 말하자면 끝도 없어요 1029 00:57:31,532 --> 00:57:34,494 어쨌든 생물학적 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1030 00:57:34,577 --> 00:57:36,996 젠더는 훨씬 덧없고 1031 00:57:37,079 --> 00:57:39,874 신체를 떠나서 머리와 가슴과 관련이 깊죠 1032 00:57:39,957 --> 00:57:42,627 사회적으로 구축되는 거예요 1033 00:57:42,710 --> 00:57:43,628 훨씬 유동적이죠 1034 00:57:43,711 --> 00:57:46,255 그리고 사람들이 제게 물어봤을 때 1035 00:57:46,339 --> 00:57:49,592 생물학적 성과 젠더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있는데 1036 00:57:49,675 --> 00:57:51,677 젠더 스펙트럼을 묘사하는 거예요 1037 00:57:52,470 --> 00:57:54,222 '미녀와 야수' 아시죠? 1038 00:57:55,014 --> 00:57:56,140 좋아요 1039 00:57:56,224 --> 00:58:00,061 자, 젠더 스펙트럼의 한쪽 끝엔 가스통이 있어요 1040 00:58:00,144 --> 00:58:02,563 누군지 아시죠? '누구도 가스통만큼…' 1041 00:58:02,647 --> 00:58:03,898 섹시하잖아요 1042 00:58:03,981 --> 00:58:06,651 남성성의 결정체죠 1043 00:58:06,734 --> 00:58:08,945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엔 벨이 있어요 1044 00:58:09,028 --> 00:58:11,072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친구죠 1045 00:58:11,697 --> 00:58:13,616 굉장히 어둡지만… 1046 00:58:14,367 --> 00:58:17,161 그래도 벨에겐 훌륭한 롤 모델이 있어요 1047 00:58:17,245 --> 00:58:18,788 책을 읽으니까요 1048 00:58:20,414 --> 00:58:21,666 벨은 독서를 좋아해요 1049 00:58:22,542 --> 00:58:24,001 그건 인정해 줘야죠 1050 00:58:25,086 --> 00:58:28,923 그리고 스펙트럼의 중간엔 촛대가 있어요 1051 00:58:29,715 --> 00:58:31,092 뤼미에르가 있죠 1052 00:58:31,717 --> 00:58:34,428 전 진짜 뤼미에르한테 공감해요 1053 00:58:34,512 --> 00:58:36,097 뤼미에르한테 이입하죠 1054 00:58:36,889 --> 00:58:39,559 우리가 뤼미에르에게 힘을 실을수록 1055 00:58:39,642 --> 00:58:41,644 벨과 가스통은 더 즐거워질 거예요 1056 00:58:41,727 --> 00:58:44,939 뤼미에르는 파티를 열잖아요 손님이 돼 달라면서요 1057 00:58:45,648 --> 00:58:46,482 네 1058 00:58:47,400 --> 00:58:48,609 전 환상이 하나 있어요 1059 00:58:49,318 --> 00:58:51,195 어떤 환상이냐 하면… 1060 00:58:52,071 --> 00:58:54,073 정확한 장면이 있는데 1061 00:58:54,156 --> 00:58:57,159 데이브 샤펠, 리키 저베이스 루이 C.K.가 있어요 1062 00:58:57,660 --> 00:59:01,414 조 로건도 끼워서 다 같이 돼지 통구이를 먹고 있어요 1063 00:59:01,497 --> 00:59:05,376 거대한 통돼지가 있고 다들 살점을 뜯어 먹죠 1064 00:59:05,459 --> 00:59:08,296 벌꿀 술도 들이켜고요 1065 00:59:08,379 --> 00:59:10,798 중세 술 아시죠? 돈도 펑펑 쓰고요 1066 00:59:10,881 --> 00:59:12,967 그리고 TV를 켜면 1067 00:59:13,050 --> 00:59:16,053 제가 '미녀와 야수' 젠더 얘기를 하는 게 나와요 1068 00:59:16,137 --> 00:59:17,680 '촛대가 있어요' 1069 00:59:19,015 --> 00:59:22,727 그들이 그걸 보고 말하는 거죠 '맙소사, 친구들' 1070 00:59:23,227 --> 00:59:24,228 '우리가 틀렸어' 1071 00:59:26,314 --> 00:59:28,649 그리고는… 그게 제 환상이에요 1072 00:59:29,150 --> 00:59:32,111 그리고는… 제가 바라는 그림은 1073 00:59:32,903 --> 00:59:34,405 그들이 서로 안아 주는 거예요 1074 00:59:34,488 --> 00:59:37,783 서로 따뜻하게 안고 둥개둥개하는 거죠 1075 00:59:38,326 --> 00:59:41,037 자기들끼리 아기 봐주듯 하면 좋겠어요 1076 00:59:41,579 --> 00:59:42,913 입도 맞춰 주고요 1077 00:59:43,497 --> 00:59:48,502 저도 이해는 해요 새로운 표현을 배우기란 힘들죠 1078 00:59:48,586 --> 00:59:50,588 근데 진짜 그런가요? 1079 00:59:51,213 --> 00:59:53,382 오미크론 아시죠? 1080 00:59:54,425 --> 00:59:56,218 그건 되게 빨리 배웠는데 1081 00:59:58,095 --> 00:59:59,430 하지만… 1082 01:00:00,264 --> 01:00:02,683 제가 옛날부터 듣던 개그가 있어요 1083 01:00:02,767 --> 01:00:04,810 90년대에 유행했던 개그였고 1084 01:00:04,894 --> 01:00:07,480 스탠드업 코미디 쪽에서 다시 잘 쓰이는 건데 1085 01:00:07,563 --> 01:00:09,649 '내 정체성은 선인장이야' 1086 01:00:09,732 --> 01:00:12,777 혹은 '내 정체성은 가로등 기둥이야' 1087 01:00:12,860 --> 01:00:15,154 이런 식으로 무생물을 붙이죠 1088 01:00:16,614 --> 01:00:20,242 트랜스 정체성 중에 저는 논 바이너리에 속해요 1089 01:00:20,326 --> 01:00:24,705 태어날 때 타고난 성별이 저한테는… 1090 01:00:26,082 --> 01:00:26,916 그리고… 1091 01:00:27,583 --> 01:00:31,921 근데 굳이 논 바이너리니 트랜스니 정체성을 정하기 싫어요 1092 01:00:32,004 --> 01:00:35,383 저는 그냥 저고 다르게 말하는 건 이상해요 1093 01:00:35,466 --> 01:00:37,843 저 자신에 대한 폭력 같죠 1094 01:00:37,927 --> 01:00:41,222 그런 기분이에요 뜨거운 토마토수프가 1095 01:00:41,305 --> 01:00:43,599 백 배로 많이 꽉 찬 기분이죠 1096 01:00:43,683 --> 01:00:45,518 까다로운 주제긴 해요 1097 01:00:46,227 --> 01:00:48,938 저는 정말로 제 정체성을 잘 알고 있어요 1098 01:00:49,021 --> 01:00:51,440 그걸 설명하자면 너무 어려운데 1099 01:00:51,524 --> 01:00:53,484 그냥 제 말을 믿어 주세요 1100 01:00:53,567 --> 01:00:55,569 전 확실히 알아요 1101 01:00:55,653 --> 01:00:59,865 토요타 테르셀이 무스 밑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어요 1102 01:01:00,991 --> 01:01:02,368 그건 진짜 모르겠어요 1103 01:01:03,744 --> 01:01:05,246 하지만 이건 확실히 알아요 1104 01:01:05,329 --> 01:01:08,958 게다가 이해하실 필요도 없어요 1105 01:01:09,041 --> 01:01:10,418 뭔지 아시겠어요? 1106 01:01:10,918 --> 01:01:13,587 전 와이파이를 이해 못 해요 그게 뭐고 어떻게 작동하죠? 1107 01:01:13,671 --> 01:01:16,674 하지만 있다는 건 알아요 여기에 존재하는 걸 알죠 1108 01:01:17,299 --> 01:01:19,635 있다는 걸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1109 01:01:20,428 --> 01:01:22,388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치지 않죠 1110 01:01:24,014 --> 01:01:25,015 저는… 1111 01:01:25,599 --> 01:01:26,475 그래요 1112 01:01:27,935 --> 01:01:32,022 전 지난 12월에 가슴 수술을 받았고 1113 01:01:32,106 --> 01:01:35,609 작년부터 테스토스테론을 저용량으로 맞고 있는데 1114 01:01:35,693 --> 01:01:38,696 진심으로 제 생애 최고의 한 해였어요 1115 01:01:38,779 --> 01:01:42,241 35년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였죠 1116 01:01:42,908 --> 01:01:43,826 감사해요 1117 01:01:44,994 --> 01:01:46,245 그리고… 1118 01:01:48,164 --> 01:01:50,958 희한한 건 엄청 행복하진 않다는 거예요 1119 01:01:51,041 --> 01:01:55,087 좋아서 방방 뛰는 게 아니라 그냥 고뇌가 사라진 거죠 1120 01:01:55,171 --> 01:01:56,297 그게 다예요 1121 01:01:56,380 --> 01:01:58,382 기준이 참 낮긴 한데 1122 01:01:58,466 --> 01:02:01,969 아무도 부정할 수 없잖아요 고뇌의 부재라니 1123 01:02:02,052 --> 01:02:05,055 앨범 제목으로 써야겠어요 1124 01:02:08,476 --> 01:02:09,477 자, 좋아요 1125 01:02:10,060 --> 01:02:12,062 그리고 전… 1126 01:02:13,063 --> 01:02:16,233 이런 표현들이 생겼음에 정말 감사해요 1127 01:02:16,317 --> 01:02:18,944 어릴 땐 이런 표현이 없었거든요 1128 01:02:19,028 --> 01:02:21,447 제가 옛날부터 느꼈고 기억나는 게 있는데… 1129 01:02:21,530 --> 01:02:25,993 네댓 살쯤 되면 어떻게 태어났는지 부모님이 말해 주잖아요? 1130 01:02:26,076 --> 01:02:27,745 우리 부모님은… 1131 01:02:27,828 --> 01:02:31,457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맨날 말하는 것처럼 됐는데 1132 01:02:31,540 --> 01:02:34,001 당연히 평범한 대화도 했어요 1133 01:02:34,084 --> 01:02:36,420 어쨌든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1134 01:02:36,504 --> 01:02:39,548 '엄마가 진통이 시작돼서 병원에 갔어' 1135 01:02:39,632 --> 01:02:42,092 '언젠간 너도 아이를 낳을지 몰라' 1136 01:02:42,176 --> 01:02:43,969 전 아이 낳는 걸 상상해 봤어요 1137 01:02:44,053 --> 01:02:48,724 그 상상 속의 저는 출산하는 쪽이었던 적이 없어요 1138 01:02:49,225 --> 01:02:54,522 진짜 구체적으로 전 1950년대 사업가 아빠였죠 1139 01:02:54,605 --> 01:02:57,274 병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1140 01:02:59,276 --> 01:03:01,529 '101마리의 달마시안 개'에 나오는 것처럼요 1141 01:03:01,612 --> 01:03:03,906 그러다 간호사가 나와서 아들이라고 하면 1142 01:03:03,989 --> 01:03:05,783 전 주변 사람과 축하하는 거죠 1143 01:03:07,451 --> 01:03:08,994 '이름은 버스터라고 짓겠어' 1144 01:03:10,204 --> 01:03:12,039 '광산으로 보내 버려' 1145 01:03:13,165 --> 01:03:15,376 네, 끝이 다가오네요 1146 01:03:15,459 --> 01:03:18,462 한 가지만 더 얘기할 건데 마이크 스탠드를 가져올게요 1147 01:03:18,546 --> 01:03:21,006 혹시 잃어버린 줄 아셨나요? 1148 01:03:23,008 --> 01:03:24,468 지금까지… 1149 01:03:24,552 --> 01:03:28,556 참, 감사해요 여러분은 멋진 관객이에요 1150 01:03:32,643 --> 01:03:35,145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보면… 1151 01:03:35,229 --> 01:03:39,066 세계관 관점에서 비관과 낙관을 오갔죠 1152 01:03:39,149 --> 01:03:41,151 마지막은 긍정적인 얘기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1153 01:03:41,235 --> 01:03:44,655 제가 좋아하는 불교 우화를 들려 드릴게요 1154 01:03:44,738 --> 01:03:46,740 잘 들어 주세요 1155 01:03:47,616 --> 01:03:49,118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1156 01:03:49,869 --> 01:03:51,203 그리고 마칠게요 1157 01:03:51,287 --> 01:03:54,373 배경은 숲이에요 다시 숲으로 돌아왔어요 1158 01:03:54,456 --> 01:03:58,502 이 우화에서는 한 남자가 쫓기고 있어요 1159 01:03:58,586 --> 01:04:00,629 숲에서 무엇에 쫓기고 있냐면 1160 01:04:00,713 --> 01:04:03,549 지옥에서 온 괴물이라고밖에 설명 못 하겠네요 1161 01:04:03,632 --> 01:04:06,135 정말 무서운 괴물이에요 1162 01:04:06,218 --> 01:04:09,972 사자의 아가리에 괴물의 몸을 하고 있죠 1163 01:04:10,055 --> 01:04:13,183 굶주림밖에 몰라서 이 남자를 잡아먹으려고 1164 01:04:13,267 --> 01:04:16,145 며칠째 남자를 쫓고 있고 남자는 도망치는데 1165 01:04:16,228 --> 01:04:18,105 남자가 지치기 시작했어요 1166 01:04:18,188 --> 01:04:20,608 어느 순간 괴물에게 당할 게 분명했죠 1167 01:04:20,691 --> 01:04:24,486 정신을 잃고 괴물에게 잡히겠다고 생각한 순간 1168 01:04:24,570 --> 01:04:27,823 숲 한가운데서 돌우물을 발견해요 1169 01:04:27,907 --> 01:04:28,949 동그란 우물이었죠 1170 01:04:29,033 --> 01:04:31,535 남자는 괴물을 피해 우물에 숨기로 해요 1171 01:04:31,619 --> 01:04:34,204 남자는 뛰어들었고 당연히 괴물은 쫓아오지 못하고 1172 01:04:34,288 --> 01:04:36,206 우물 위에서 울부짖었죠 1173 01:04:36,290 --> 01:04:39,752 남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떨어지는데 1174 01:04:39,835 --> 01:04:43,339 발에 물이 튀기는 거예요 1175 01:04:43,422 --> 01:04:45,633 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내려다봤죠 1176 01:04:46,133 --> 01:04:48,427 남자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엔 1177 01:04:48,510 --> 01:04:50,304 물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고 1178 01:04:50,387 --> 01:04:53,098 남자는 깨달았어요 우물 바닥에 뭐가 있었게요? 1179 01:04:53,682 --> 01:04:54,558 또 다른 괴물이었어요 1180 01:04:54,642 --> 01:04:56,936 네, 괴물들에게 끼인 상황인 거죠 1181 01:04:57,686 --> 01:04:59,772 큰일 난 거예요 1182 01:04:59,855 --> 01:05:01,440 위에도 괴물, 아래에도 괴물 1183 01:05:03,317 --> 01:05:07,112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나뭇가지를 발견해요 1184 01:05:07,196 --> 01:05:09,698 우물 벽에서 구불구불 자라난 가지였죠 1185 01:05:09,782 --> 01:05:13,535 남자는 그 가지를 붙잡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1186 01:05:13,619 --> 01:05:16,413 겨우겨우 나무에 몸을 걸쳤어요 1187 01:05:16,497 --> 01:05:18,707 근육이 덜덜 떨렸죠 1188 01:05:18,791 --> 01:05:21,335 남자는 안도했어요 괴물은 여전히 위아래에 있었죠 1189 01:05:21,418 --> 01:05:24,338 나뭇가지는 남자의 무게에 뿌드득 소리가 났어요 1190 01:05:24,421 --> 01:05:27,049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던 거죠 1191 01:05:27,132 --> 01:05:29,969 때가 되면 가지는 부러지고 말 거예요 1192 01:05:30,052 --> 01:05:33,555 남자는 팔이 접힌 곳에 땀이 찼어요 1193 01:05:35,182 --> 01:05:38,727 여기에 땀이 차면 큰일 난 거거든요 1194 01:05:40,020 --> 01:05:43,482 그러다 문득 가지 끝을 쳐다봤는데 1195 01:05:43,565 --> 01:05:45,693 뭔가 반짝이고 있었어요 1196 01:05:45,776 --> 01:05:48,153 뭔지 궁금해진 남자는 균형을 잡은 다음 1197 01:05:48,237 --> 01:05:51,448 가지 끝으로 손가락을 뻗어서 1198 01:05:51,532 --> 01:05:55,411 찍어 보니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수액이었죠 1199 01:05:55,494 --> 01:05:56,412 나무 수액요 1200 01:05:56,495 --> 01:05:59,248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어요 1201 01:06:00,416 --> 01:06:01,625 '맛있다' 1202 01:06:04,378 --> 01:06:06,797 여러분, 긍정적인 얘기예요 잠깐만요 1203 01:06:07,339 --> 01:06:09,341 이게… 이게 끝이에요 1204 01:06:11,260 --> 01:06:12,136 저기요? 1205 01:06:14,013 --> 01:06:14,847 좋아요 1206 01:06:18,225 --> 01:06:19,268 좋아요 1207 01:06:20,686 --> 01:06:23,355 진짜 저한텐 굉장히 긍정적인 얘기예요 1208 01:06:24,064 --> 01:06:26,984 제발 공감해 주세요 공연 제목도 여기서 나온 거라고요 1209 01:06:27,067 --> 01:06:28,819 꼭 공감해 주셔야 해요 1210 01:06:29,319 --> 01:06:32,698 무대에도 돈 많이 들었어요 1211 01:06:36,035 --> 01:06:39,288 진짜 긍정적인 얘기예요 들어 보세요 1212 01:06:39,371 --> 01:06:42,583 인생은 괴물들에게 끼인 상황일지 몰라요 1213 01:06:42,666 --> 01:06:46,378 인생이라는 게 어떤 면에서 그렇지 않나요? 1214 01:06:46,462 --> 01:06:48,338 하지만 다행히도 수액이 잔뜩 있어서 1215 01:06:48,422 --> 01:06:52,301 우린 잠시 멈춰 수액의 맛을 음미하고 1216 01:06:52,384 --> 01:06:54,219 그 나무를 심으면 돼요 1217 01:06:54,303 --> 01:06:57,139 다행인 건 수액이 넘쳐난다는 거죠 1218 01:06:57,222 --> 01:07:00,100 어디든 잘 살펴보면 있어요 1219 01:07:00,184 --> 01:07:01,477 개도 있고요 1220 01:07:03,687 --> 01:07:06,857 지구상의 모든 개요 1221 01:07:06,940 --> 01:07:09,902 마음에 드는 청바지도 수액일 수 있죠 1222 01:07:09,985 --> 01:07:12,237 저한테는 비틀스가 수액이에요 1223 01:07:12,863 --> 01:07:16,533 친구들, 시트콤 '프렌즈'나… 아뇨, 현실 친구들요 1224 01:07:17,576 --> 01:07:19,953 섹스도 좋죠 친구와 섹스하는 것도 좋고요 1225 01:07:21,538 --> 01:07:23,832 남을 놀라게 하는 것도 따지자면… 1226 01:07:25,751 --> 01:07:28,962 전 모닥불과 마시멜로 굽기를 좋아하고 1227 01:07:29,046 --> 01:07:31,465 엘튼 존의 노래 '베니 앤드 더 제츠'도 좋아해요 1228 01:07:33,509 --> 01:07:38,806 포옹, 스파클러, 크리스마스 조명 그런 것들도 전부 1229 01:07:38,889 --> 01:07:39,890 수액이죠 1230 01:07:39,973 --> 01:07:41,934 모든 게 수액이 될 수 있어요 1231 01:07:42,017 --> 01:07:44,019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1232 01:07:44,103 --> 01:07:48,690 제겐 지금 이 자리도 수액이에요 공연을 하면 행복해져요 1233 01:07:48,774 --> 01:07:50,400 달콤한 수액이죠 1234 01:07:50,484 --> 01:07:52,694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해요 1235 01:07:54,029 --> 01:07:55,155 정말 고맙습니다 1236 01:08:16,385 --> 01:08:19,221 정말 고맙습니다, 감사해요 1237 01:08:21,640 --> 01:08:22,599 젠장 1238 01:08:24,643 --> 01:08:27,437 세상에 1239 01:08:27,521 --> 01:08:29,648 잠깐만요, 울어요? 1240 01:08:30,607 --> 01:08:32,901 네, 너무 슬펐어요 1241 01:08:34,736 --> 01:08:36,155 재밌으라고 한 건데요 1242 01:08:36,738 --> 01:08:40,033 - 아닌데요 - 맞아요, 처음부터 끝까지요 1243 01:08:40,784 --> 01:08:41,994 정말요? 1244 01:08:45,414 --> 01:08:47,583 우린 유머 감각이 다른가 보네요 1245 01:08:48,417 --> 01:08:50,294 어쨌든 들어 줘서 고마워요 1246 01:08:51,253 --> 01:08:53,255 털어놓으니 시원하네요 1247 01:08:56,383 --> 01:08:57,968 아뇨, 이건… 1248 01:08:59,178 --> 01:09:01,305 나예요, 난 나예요 1249 01:09:04,391 --> 01:09:05,392 당신은 당신이에요 1250 01:09:06,185 --> 01:09:07,311 멋진 일이죠 1251 01:09:10,689 --> 01:09:13,317 - 그럼 시작해 볼까요? - 네 1252 01:09:15,360 --> 01:09:18,197 - 기대돼요? - 네, 긴장도 되면서 기대돼요 1253 01:09:18,280 --> 01:09:19,781 원래 그래요, 좀 무거워요 1254 01:09:19,865 --> 01:09:21,825 이번에 뷰캐넌 씨 집에 우편 메일이 많이 왔어요 1255 01:09:21,909 --> 01:09:23,911 - 정말요? 인기 많네요 - 재미있을 거예요 1256 01:09:23,994 --> 01:09:25,370 - 알았어요 - 삽 줘요? 1257 01:09:25,454 --> 01:09:26,371 네 1258 01:09:28,790 --> 01:09:31,168 - 메이가 와서 기뻐요 - 네, 불러 줘서 고마워요 1259 01:09:31,251 --> 01:09:33,253 재밌으라고 한 얘기였다니 1260 01:09:33,337 --> 01:09:34,546 - 그거야… - 말이 안 돼요 1261 01:09:34,630 --> 01:09:36,632 슬픈 부분이 있었겠죠 1262 01:09:36,715 --> 01:09:40,093 자, 시작하죠 여기에 작게 구멍을 파요 1263 01:09:40,177 --> 01:09:43,597 그렇죠, 쑥 넣어요 좋아하게 될 거예요, 메이 1264 01:09:43,680 --> 01:09:45,015 - 네 - 어깨너머로 뿌릴까요? 1265 01:09:45,098 --> 01:09:48,101 - 네, 준비됐어요 - 하나, 둘, 셋, 그렇죠! 1266 01:09:48,727 --> 01:09:50,020 - 기분 좋죠? - 죽이네요 1267 01:09:50,604 --> 01:09:52,064 자, 우편물 꺼내요 1268 01:09:53,148 --> 01:09:55,192 보통 얼마나… 이 정도면 될까요? 1269 01:10:01,073 --> 01:10:02,741 자막: 이한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