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6,006 --> 00:00:08,007 [주제곡] 2 00:00:53,011 --> 00:00:55,346 [태식] 솔직히 말씀드려서 연배가 다른 동료들과 3 00:00:55,430 --> 00:00:57,974 {\an8}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겁니다 4 00:00:58,057 --> 00:01:00,351 {\an8}더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아시잖아요 5 00:01:00,435 --> 00:01:02,771 {\an8}- [차분한 음악] - 다들 싫어할 거라는 거 6 00:01:07,525 --> 00:01:10,820 {\an8}저는 의대에 입학하고 7 00:01:10,904 --> 00:01:13,865 {\an8}또 졸업하고 인턴을 마칠 때까지 8 00:01:13,948 --> 00:01:17,452 {\an8}[정숙] 부끄럽게도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9 00:01:17,535 --> 00:01:19,871 {\an8}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10 00:01:19,954 --> 00:01:22,207 {\an8}공부를 잘했기에 의대에 들어갔고 11 00:01:22,290 --> 00:01:25,460 {\an8}하루빨리 의사가 되어서 어려운 집안을 일으킬 12 00:01:25,543 --> 00:01:29,255 {\an8}잘난 딸이 되고 싶다는 열망밖에 없었습니다 13 00:01:29,923 --> 00:01:31,174 하지만 우습게도 14 00:01:31,257 --> 00:01:35,512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두 아이를 키워 내고 15 00:01:35,595 --> 00:01:38,640 간 이식이라는 대수술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16 00:01:38,723 --> 00:01:42,519 정말로 괜찮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17 00:01:43,144 --> 00:01:44,354 그 경험들이 18 00:01:44,437 --> 00:01:47,690 의사로서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는 확신도 있습니다 19 00:01:47,774 --> 00:01:50,276 하지만 이 모든 바람은 20 00:01:50,360 --> 00:01:54,030 제가 이 면접에서 뽑혀야 가능한 일입니다 21 00:01:54,114 --> 00:01:56,574 [면접관] 됐습니다 나가셔도 좋습니다 22 00:01:56,658 --> 00:01:58,451 감사합니다 23 00:02:04,666 --> 00:02:05,917 [면접관의 헛기침] 24 00:02:06,751 --> 00:02:07,961 [문소리] 25 00:02:10,171 --> 00:02:13,424 [태식] 그래도 용기가 가상하네 괜찮은 의사 같기도 하고 26 00:02:13,508 --> 00:02:15,802 FM에서는 어때요? 회의적인가? 27 00:02:15,885 --> 00:02:18,263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세요 28 00:02:18,346 --> 00:02:19,722 [종권] 당신이라면 뽑겠어요? 29 00:02:19,806 --> 00:02:21,933 [태식] 뽑을 수도 있고 안 뽑을 수도 있고 30 00:02:23,309 --> 00:02:24,519 [정숙의 한숨] 31 00:02:25,145 --> 00:02:26,271 [직원] 들어가세요 32 00:02:26,354 --> 00:02:27,897 - [정숙] 어, 정민아 - [익살스러운 음악] 33 00:02:27,981 --> 00:02:29,649 - 면접 잘 봤어? - [정민] 아… 34 00:02:37,991 --> 00:02:39,367 아버지는 아세요? 35 00:02:39,450 --> 00:02:42,537 [정숙] 모르지 알면 나 여기 면접 보게 놔뒀겠니? 36 00:02:42,620 --> 00:02:45,248 엄마, 엄마가 레지던트를 어떻게 해요? 37 00:02:45,331 --> 00:02:46,583 얘 봐라? 38 00:02:46,666 --> 00:02:48,710 [익살스럽게] 나 의대 나온 여자야 39 00:02:48,793 --> 00:02:50,420 - [정민의 한숨] - [정숙이 살짝 웃는다] 40 00:02:51,004 --> 00:02:54,382 [정숙] 너, 엄마가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자꾸 까먹나 본데 41 00:02:54,465 --> 00:02:57,218 엄마 학교 다닐 때 공부 꽤 잘했어 42 00:02:57,302 --> 00:03:00,096 이번 전공의 시험도 49점이나 받았는데? 43 00:03:00,179 --> 00:03:01,639 49점이요? 44 00:03:02,849 --> 00:03:05,977 와, 내가 45점인데 45 00:03:06,060 --> 00:03:09,647 아유, 너는 인턴 하면서 짬짬이 한 거고 46 00:03:09,731 --> 00:03:11,274 엄마는 완전 올인했잖아 47 00:03:11,357 --> 00:03:12,817 아, 아, 아 48 00:03:13,610 --> 00:03:16,738 [정민] 아니, 그래서 붙으면 여길 다닌다고요? 49 00:03:17,697 --> 00:03:19,282 아버지는 어떡하고? 50 00:03:19,866 --> 00:03:22,785 일단 다녀 보고, 에이, 뭐 51 00:03:23,328 --> 00:03:25,580 들키면 뭐 그때 알아서 수습해 봐야지 52 00:03:25,663 --> 00:03:29,208 엄마, 아이, 그렇게 대책 없는 소리를 하면 어떡해요 53 00:03:29,292 --> 00:03:31,210 아니, 그리고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54 00:03:31,294 --> 00:03:34,005 일하다가 병원에서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? 55 00:03:34,088 --> 00:03:37,008 [정민] 아, 수술받고 몸도 안 좋아진 상태인데 56 00:03:37,091 --> 00:03:40,094 이 힘든 일을 어떻게 한다고, 대체 57 00:03:42,555 --> 00:03:43,681 [정숙의 한숨] 58 00:03:44,182 --> 00:03:46,893 [정숙] 아들, 그 걱정은 59 00:03:47,602 --> 00:03:51,231 - 엄마 붙은 다음에 해 줘라, 응? - [정민의 한숨] 60 00:03:51,314 --> 00:03:53,399 걱정해 줘서 고마워 61 00:03:54,943 --> 00:03:56,861 오늘 면접이라 오프 받았어? 62 00:03:58,863 --> 00:04:00,865 엄마 어디 좀 들를 데 있는데 63 00:04:02,450 --> 00:04:04,661 [애교스럽게] 얼굴 펴 64 00:04:05,662 --> 00:04:06,829 [휴대전화 조작음] 65 00:04:06,913 --> 00:04:08,581 [승희] 66 00:04:08,665 --> 00:04:10,333 - [한숨] - [툭 놓는 소리] 67 00:04:11,334 --> 00:04:12,627 - 아… - [노크 소리] 68 00:04:13,378 --> 00:04:14,796 [한숨 쉬며] 네 69 00:04:17,924 --> 00:04:19,175 [정숙이 살짝 웃는다] 70 00:04:20,301 --> 00:04:21,886 맞구나, 여기 71 00:04:26,140 --> 00:04:28,434 혹시 나 기억해? 72 00:04:29,185 --> 00:04:31,980 구산의대 95학번 차정숙 73 00:04:33,314 --> 00:04:35,275 어, 기억하지 74 00:04:36,317 --> 00:04:37,902 저, 와서 앉아 75 00:04:38,444 --> 00:04:39,988 [한숨] 76 00:04:41,739 --> 00:04:43,408 [정숙의 옅은 웃음] 77 00:04:43,491 --> 00:04:44,951 [정숙] 너무 다행이다 78 00:04:45,034 --> 00:04:47,537 난 기억 못 하면 어쩌나 했는데 79 00:04:47,620 --> 00:04:49,289 정말 오랜만이다 80 00:04:50,164 --> 00:04:54,127 아니, 20년도 지났는데 넌 어쩜 이렇게 그대로야? 81 00:04:55,003 --> 00:04:56,254 그럴 리가 82 00:04:56,337 --> 00:04:57,588 [살짝 웃는다] 83 00:04:57,672 --> 00:04:59,590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84 00:04:59,674 --> 00:05:01,592 [정숙] 혹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85 00:05:01,676 --> 00:05:04,387 내가 여기 가정 의학과 전공의 지원했거든 86 00:05:05,263 --> 00:05:09,100 서류 제출 전에 홈페이지에서 널 봤어 87 00:05:09,600 --> 00:05:10,643 그랬구나 88 00:05:10,727 --> 00:05:14,147 [정숙] 아직 뭐, 붙을지 떨어질지 잘 모르겠지만 89 00:05:14,981 --> 00:05:17,358 혹시 나 여기 다니게 되면 90 00:05:17,442 --> 00:05:18,568 열심히 할게 91 00:05:18,651 --> 00:05:21,904 다른 전공의들 불편하지 않게 노력할 테니까 92 00:05:21,988 --> 00:05:23,197 잘 좀 봐 줘라 93 00:05:24,866 --> 00:05:28,578 근데 그게 너 혼자 노력한다고 될 일인지는 모르겠네 94 00:05:32,165 --> 00:05:33,458 - [정숙] 응 - [승희의 멋쩍은 숨소리] 95 00:05:33,541 --> 00:05:36,210 아무튼 반가웠어, 합격하길 빌게 96 00:05:36,294 --> 00:05:38,963 어, 그래, 고마워 97 00:05:39,047 --> 00:05:40,423 [정숙의 어색한 웃음] 98 00:05:40,506 --> 00:05:41,758 [승희] 근데 99 00:05:42,467 --> 00:05:44,969 남편은 아니? 100 00:05:45,053 --> 00:05:46,512 너 이 병원 지원한 거 101 00:05:47,430 --> 00:05:48,681 아… 102 00:05:49,390 --> 00:05:50,850 그래서 말인데 103 00:05:51,601 --> 00:05:54,687 혹시 우리 남편 보게 되면 104 00:05:55,354 --> 00:05:56,981 비밀로 좀 해 줄래? 105 00:05:58,107 --> 00:06:01,319 왜? 부부가 한 병원에서 일하게 되는 건데 106 00:06:01,402 --> 00:06:02,904 알아야 하지 않아? 107 00:06:02,987 --> 00:06:06,115 우리 남편도 너 여기 있는 거 108 00:06:06,866 --> 00:06:08,409 말 안 하던데? 109 00:06:09,118 --> 00:06:10,620 [무거운 음악] 110 00:06:14,665 --> 00:06:15,833 [문소리] 111 00:06:33,601 --> 00:06:34,644 [승희] 떨어질 거 같아 112 00:06:34,727 --> 00:06:35,812 [잔잔한 음악이 흐른다] 113 00:06:35,895 --> 00:06:36,854 뭐, 분위기가 그래? 114 00:06:36,938 --> 00:06:38,064 당연하지 115 00:06:38,147 --> 00:06:39,607 [승희] 젊고 팔팔한 애들 놔두고 116 00:06:39,690 --> 00:06:41,692 왜 하필 나이 많은 지원자를 뽑겠어 117 00:06:41,776 --> 00:06:43,986 더구나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을 118 00:06:44,070 --> 00:06:46,489 전공의 시험을 너무 잘 봐 갖고 혹시나 했지 119 00:06:46,572 --> 00:06:49,158 [승희] 와이프가 이런 짓까지 할 동안 뭘 한 거야? 120 00:06:49,242 --> 00:06:51,410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말렸어야지 121 00:06:51,494 --> 00:06:52,870 아, 미안하다 122 00:06:52,954 --> 00:06:54,413 [인호] '레지던트 해 볼까' 말은 했지만 123 00:06:54,497 --> 00:06:56,707 진짜 시험까지 볼 줄은 몰랐어 124 00:06:56,791 --> 00:06:59,919 더군다나 이 병원에 지원할 줄 누가 알았겠니 125 00:07:00,545 --> 00:07:02,171 [한숨] 126 00:07:03,131 --> 00:07:05,299 나 다음 주에 연차 이틀간 썼어 127 00:07:05,883 --> 00:07:08,344 제주도에 아버지 뵈러 가야 될 거 같아 128 00:07:08,427 --> 00:07:09,804 아버… 129 00:07:11,180 --> 00:07:13,266 - 연락이 왔어? - [승희] 어 130 00:07:13,349 --> 00:07:16,811 췌장암 4기 진단받으셨대 131 00:07:17,603 --> 00:07:18,563 아이고 132 00:07:19,147 --> 00:07:21,065 이제야 내친 딸이 생각나시나 봐 133 00:07:22,525 --> 00:07:24,527 다 내 탓이지, 뭐 134 00:07:28,239 --> 00:07:30,116 [휴대전화 진동음] 135 00:07:33,578 --> 00:07:34,829 [난감한 숨소리] 136 00:07:37,206 --> 00:07:38,207 [한숨] 137 00:07:38,291 --> 00:07:39,876 네, 여보세요 138 00:07:39,959 --> 00:07:43,171 아, 네, 제가 차정숙인데요 139 00:07:47,008 --> 00:07:48,217 저기 140 00:07:49,093 --> 00:07:50,678 외람되지만 141 00:07:51,429 --> 00:07:55,183 제가 불합격한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? 142 00:07:55,266 --> 00:07:56,684 [정숙] 저, 혹시 143 00:07:57,268 --> 00:07:58,978 나이 때문일까요? 144 00:08:00,688 --> 00:08:02,482 네, 알겠습니다 145 00:08:02,565 --> 00:08:03,858 [통화 종료음] 146 00:08:04,984 --> 00:08:07,028 [쓸쓸한 음악] 147 00:08:09,197 --> 00:08:10,865 [정민] 그래서 뭐래요? 148 00:08:10,948 --> 00:08:13,326 [정숙] 더 늦기 전에 딴 병원 알아보라지, 뭐 149 00:08:13,409 --> 00:08:15,369 그럼 규모가 좀 작은 병원에 한번 넣어 봐요 150 00:08:15,953 --> 00:08:18,498 [정민] 다른 데 가면 되지 뭘 그렇게 처져 계실까? 151 00:08:18,581 --> 00:08:19,832 그래도 152 00:08:19,916 --> 00:08:22,460 - [도어 록 작동음] - 실패는 쓰라린 법이니까 153 00:08:24,420 --> 00:08:25,671 [정숙] 이제 와요? 154 00:08:25,755 --> 00:08:26,881 다녀오셨어요 155 00:08:27,465 --> 00:08:29,175 당신 얼굴이 왜 그래? 156 00:08:30,510 --> 00:08:31,969 내 얼굴이 왜요? 157 00:08:32,053 --> 00:08:33,137 좀 안 좋아 보여서 158 00:08:33,221 --> 00:08:34,430 그런가? 159 00:08:35,431 --> 00:08:36,891 아무렇지도 않은데? 160 00:08:36,974 --> 00:08:38,643 그럼 다행이고 161 00:08:39,477 --> 00:08:43,231 [인호] 아, 당신 여행이라도 좀 다녀오지 그래? 162 00:08:43,314 --> 00:08:45,399 수술하면서 멘털도 많이 흔들렸잖아 163 00:08:45,483 --> 00:08:48,819 어디 좋은 데로 바람 쐬고 오면 이래저래 도움 되지 않겠어? 164 00:08:49,987 --> 00:08:51,364 [인호가 살짝 웃는다] 165 00:09:05,711 --> 00:09:07,797 [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른다] 166 00:09:13,970 --> 00:09:15,346 [개운한 숨소리] 167 00:09:22,603 --> 00:09:23,771 [한숨] 168 00:09:27,233 --> 00:09:29,860 [당찬 음악이 흐른다] 169 00:09:37,243 --> 00:09:38,703 [키보드 두드리는 소리] 170 00:09:38,786 --> 00:09:40,371 [인호가 흥얼거린다] 171 00:09:49,880 --> 00:09:51,549 [안내 방송 알림음] 172 00:09:51,632 --> 00:09:53,217 [안내 방송이 흐른다] 173 00:09:54,260 --> 00:09:58,514 내가 지금 뭐가 이렇게 신났다고 여행을 가는지 모르겠다 174 00:09:59,432 --> 00:10:00,766 [미희] 인간은 말이야 175 00:10:01,392 --> 00:10:05,396 삶이 위기를 맞이하면 어디론가 떠나야 돼 176 00:10:05,479 --> 00:10:09,358 떠나는 것으로 삶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177 00:10:09,442 --> 00:10:11,152 인간의 속성이거든 178 00:10:12,612 --> 00:10:14,780 [정숙] 내 삶의 돌파구는 179 00:10:16,115 --> 00:10:19,827 의사가 돼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였어 180 00:10:19,910 --> 00:10:22,747 보라카이 여행이 아니고 181 00:10:22,830 --> 00:10:23,748 [미희] 거참 182 00:10:23,831 --> 00:10:25,625 백 년 만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가면서 183 00:10:25,708 --> 00:10:29,253 좀 즐겁게 떠날 수 없냐? 하여간 184 00:10:29,337 --> 00:10:32,506 지 인생 지가 들볶는 것도 팔자고 재주다 185 00:10:32,590 --> 00:10:35,801 [정숙] 하, 속상해서 그러지 속상해서! 186 00:10:35,885 --> 00:10:37,136 [미희] 그만해, 그만해 187 00:10:37,219 --> 00:10:38,721 [정숙] 내 나이가 어때서 188 00:10:38,804 --> 00:10:40,723 나이 많으면 꿈도 못 꾸냐? 189 00:10:40,806 --> 00:10:43,559 참, 밥을 달래, 떡을 달래? 쯧 190 00:10:43,643 --> 00:10:46,812 [미희] 너 그렇게 속 끓이면 주름 생긴다 191 00:10:46,896 --> 00:10:50,191 이거 줄 테니까 갖고 다니면서 매일 발라 192 00:10:51,359 --> 00:10:53,027 [정숙] 응? 나 이거 알아 193 00:10:53,611 --> 00:10:54,862 이거지? 194 00:10:54,945 --> 00:10:56,322 [미희] 응 195 00:10:56,405 --> 00:10:57,573 어, 잘한다, 잘해 196 00:10:58,699 --> 00:11:01,786 목도, 그렇지 197 00:11:01,869 --> 00:11:03,412 아유, 훨씬 낫다, 야 198 00:11:03,496 --> 00:11:05,331 - 그래? - [미희] 그래 199 00:11:05,915 --> 00:11:08,668 거기 떨어지면 다른 병원 가면 되잖아 200 00:11:08,751 --> 00:11:10,169 지원서도 냈다며? 201 00:11:11,295 --> 00:11:13,714 [정숙] 응 다음 주에 또 면접 봐야 돼 202 00:11:15,257 --> 00:11:18,094 [미희] 원래 가정 의학과라는 데가 좀 온정적인 과잖니 203 00:11:18,177 --> 00:11:20,012 아마 널 받아 줄 곳이 204 00:11:20,096 --> 00:11:22,098 이 나라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 거야 205 00:11:22,181 --> 00:11:24,892 구산대병원에 집착하지 마 왜 하필 거기야 206 00:11:24,975 --> 00:11:26,894 니 남편 있어서 불편하기만 할 텐데 207 00:11:28,646 --> 00:11:30,064 최승희 말이야 208 00:11:31,148 --> 00:11:32,233 최승희? 209 00:11:32,817 --> 00:11:34,902 니 남편 첫사랑 최승희? 210 00:11:34,985 --> 00:11:36,278 [정숙] 응 211 00:11:37,405 --> 00:11:39,240 그 최승희가 212 00:11:40,950 --> 00:11:42,368 구산대병원에 있더라? 213 00:11:43,369 --> 00:11:45,746 - 어? - [정숙] 거기 가정 의학과 214 00:11:45,830 --> 00:11:47,957 교수로 와 있더라고 215 00:11:49,333 --> 00:11:51,252 안 들어온다고? 왜? 216 00:11:51,335 --> 00:11:54,463 여자 친구한테 차여서 그 충격으로 군에 입대한답니다 217 00:11:54,547 --> 00:11:56,549 뭐 그런 머저리 같은 놈이 다 있어? 218 00:11:56,632 --> 00:11:58,008 어떡할까요, 교수님? 219 00:11:58,092 --> 00:12:00,136 그럼 그 나이 많은 지원자 하나 남은 거야? 220 00:12:00,219 --> 00:12:02,221 - 네 - [종권] 아휴 221 00:12:02,304 --> 00:12:03,431 [의사] 전화 넣을까요? 222 00:12:03,514 --> 00:12:05,349 아, 몰라! 알아서들 해 223 00:12:07,810 --> 00:12:09,353 에헤 224 00:12:09,437 --> 00:12:10,438 [미희] 진짜야? 225 00:12:10,521 --> 00:12:14,150 뭐야, 그러면 면접 가서 마주친 거야? 226 00:12:14,233 --> 00:12:18,070 아니, 면접 때 만난 건 아니고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 227 00:12:18,154 --> 00:12:19,071 [미희의 어이없는 숨소리] 228 00:12:19,155 --> 00:12:20,990 니가 주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229 00:12:21,073 --> 00:12:24,910 참 묘하게 기분이 나쁘더라? 230 00:12:24,994 --> 00:12:27,913 기분이 좋으면 그게 미친년이지 231 00:12:27,997 --> 00:12:31,083 [미희] 아니, 남편이 죽고 못 살던 첫사랑이랑, 어? 232 00:12:31,167 --> 00:12:33,502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된 걸 숨겼는데 233 00:12:33,586 --> 00:12:34,920 기분이 좋… 234 00:12:36,172 --> 00:12:39,508 어, 그래서, 어, 일부러 235 00:12:39,592 --> 00:12:43,637 구산대병원만 고집한 거야? 둘 사이 감시하려고? 236 00:12:43,721 --> 00:12:45,681 [놀라며] 아니 237 00:12:45,764 --> 00:12:47,808 - 아유, 얘는, 참 - [익살스러운 음악] 238 00:12:48,726 --> 00:12:52,104 내 모교이기도 하고 일류 병원이니까 239 00:12:52,188 --> 00:12:55,733 거기서 배우면 뭐 한 가지라도 더 배우지 않을까 싶어서 240 00:12:55,816 --> 00:12:57,693 [정숙] 그래서 가고 싶은 거지 야, 내가 무슨! 241 00:12:57,776 --> 00:13:00,863 나이가 몇인데 그런 유치한 발상을 하냐? 242 00:13:01,739 --> 00:13:05,784 [미희] 니가 생각해도 참 구차한 변명이지? 243 00:13:16,504 --> 00:13:17,588 [미희의 한숨] 244 00:13:17,671 --> 00:13:19,757 - [휴대전화 진동음] - 그래그래 245 00:13:21,842 --> 00:13:23,219 [정숙] 어디야? 246 00:13:23,844 --> 00:13:25,387 여보세요? 247 00:13:26,055 --> 00:13:29,099 아, 예, 제가 차정숙인데요 248 00:13:31,936 --> 00:13:33,771 구산대병원이요? 249 00:13:36,941 --> 00:13:38,901 아, 네 250 00:13:40,694 --> 00:13:41,904 네 251 00:13:41,987 --> 00:13:43,197 [통화 종료음] 252 00:13:45,616 --> 00:13:48,702 왜, 왜? 병원에서 뭐래? 253 00:13:49,245 --> 00:13:50,538 어떡하냐? 254 00:13:51,163 --> 00:13:52,665 나 여행 못 가겠다 255 00:13:53,332 --> 00:13:54,667 나오래? 256 00:13:54,750 --> 00:13:55,668 [경쾌한 음악] 257 00:13:55,751 --> 00:13:57,044 나오래 258 00:13:57,878 --> 00:13:59,421 [함께 소리친다] 259 00:13:59,505 --> 00:14:00,589 [정숙의 웃음] 260 00:14:00,673 --> 00:14:02,758 [함께 환호한다] 261 00:14:03,467 --> 00:14:05,052 [미희] 안아 줄까? 262 00:14:13,769 --> 00:14:15,854 - [환자] 안녕하세요 - 아, 안녕하세요 263 00:14:17,565 --> 00:14:19,358 - [의사] 교수님, 안녕하세요 - [의사들] 안녕하세요 264 00:14:19,441 --> 00:14:22,069 [정숙] 아, 저 교수님 아닌, 아닌데 265 00:14:23,737 --> 00:14:27,199 저는 레지던트랍니다 [웃음] 266 00:14:36,500 --> 00:14:38,878 - 안녕하세요 [웃음] - [의사] 안녕하세요 267 00:14:38,961 --> 00:14:41,005 저는 이도겸이라고 합니다 268 00:14:41,088 --> 00:14:44,049 저는 문채윤이고요, 95년생이에요 269 00:14:44,133 --> 00:14:46,385 저는 차정숙이에요, 저도 95… 270 00:14:46,468 --> 00:14:47,845 [멀리 사이렌 소리] 271 00:14:48,554 --> 00:14:50,180 학번이랍니다 272 00:14:50,264 --> 00:14:51,682 [정숙의 웃음] 273 00:14:51,765 --> 00:14:53,684 [정숙] 동료 선후배님들께 274 00:14:53,767 --> 00:14:55,936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275 00:14:56,020 --> 00:14:57,855 절대로 불편해하지 마시고요 276 00:14:57,938 --> 00:15:00,566 다른 전공의들하고 똑같이 대해 주세요 277 00:15:00,649 --> 00:15:02,318 [채윤]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? 278 00:15:02,401 --> 00:15:04,403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나이 많다고 대접받으려는 거 279 00:15:04,486 --> 00:15:05,863 진짜 완전 극혐인데 280 00:15:05,946 --> 00:15:08,365 그렇죠, 그럼요, 당연하죠 281 00:15:08,449 --> 00:15:10,034 [정숙, 도겸의 웃음] 282 00:15:10,784 --> 00:15:14,330 [도겸] 저희가 일주일에 거의 80시간씩 일해야 되는데 283 00:15:14,413 --> 00:15:15,414 괜찮으시겠어요? 284 00:15:15,497 --> 00:15:16,957 [정숙의 놀란 숨소리] 285 00:15:17,917 --> 00:15:19,668 어머, 요즘 그거밖에 안 해요? 286 00:15:19,752 --> 00:15:22,421 [정숙이 놀라며] 아유 나 때는 말이지 287 00:15:22,504 --> 00:15:24,256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고 288 00:15:24,340 --> 00:15:28,469 2주 내내 풀당에다가 1년 차는 그, 뭐죠? 그… 289 00:15:28,552 --> 00:15:30,471 100일 동안 병원 밖으로 못 나가는 거 290 00:15:30,554 --> 00:15:31,472 [함께] 100일 당직 291 00:15:31,555 --> 00:15:34,767 어어! 100일 당직 그런 것도 있었거든요 292 00:15:34,850 --> 00:15:35,851 요즘 그런 거 없… 293 00:15:35,935 --> 00:15:36,894 없어졌죠 294 00:15:36,977 --> 00:15:38,520 없어졌죠 295 00:15:38,604 --> 00:15:39,855 [못마땅한 한숨] 296 00:15:40,481 --> 00:15:42,274 [정적이 흐른다] 297 00:15:42,358 --> 00:15:43,817 갑분싸 298 00:15:43,901 --> 00:15:45,611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[도겸의 웃음] 299 00:15:45,694 --> 00:15:48,322 [정숙] 요즘 이럴 때 갑분싸라고 하는 거 맞죠? 300 00:15:48,405 --> 00:15:49,865 - [도겸] 네, 갑분싸네요 - [문소리] 301 00:15:49,949 --> 00:15:50,950 [웃음] 302 00:15:51,033 --> 00:15:52,785 [정숙] 헐인가? 헐 303 00:15:52,868 --> 00:15:53,953 [종권의 헛기침] 304 00:15:56,121 --> 00:15:58,290 [긴장되는 음악] 305 00:16:03,462 --> 00:16:06,757 [종권] 아, 저 최 교수는 연차라 몰랐겠네 306 00:16:06,840 --> 00:16:10,260 우여곡절 끝에 우리 의국에 오게 된 차정숙 선생 307 00:16:10,344 --> 00:16:11,679 인사드려요 308 00:16:12,221 --> 00:16:13,931 안녕하세요, 교수님 309 00:16:16,183 --> 00:16:17,559 [당황한 웃음] 310 00:16:22,314 --> 00:16:23,273 [강조되는 효과음] 311 00:16:23,357 --> 00:16:24,775 [끼익 멈추는 효과음] 312 00:16:24,858 --> 00:16:26,193 [무거운 효과음] 313 00:16:26,276 --> 00:16:27,277 [놀란 숨소리] 314 00:16:27,361 --> 00:16:30,698 [승희] 아무리 검사법이 발전해도 그 점을 놓치면 안 돼 315 00:16:30,781 --> 00:16:32,032 [채윤, 도겸] 네, 알겠습니다 316 00:16:32,116 --> 00:16:33,784 [정숙] 네, 알겠습니다 317 00:16:36,829 --> 00:16:39,707 [숨을 헐떡인다] 318 00:16:42,418 --> 00:16:44,086 [힘겨운 신음] 319 00:16:45,254 --> 00:16:47,464 [거친 숨소리] 320 00:16:51,927 --> 00:16:53,721 [힘겨운 숨소리] 321 00:17:11,822 --> 00:17:13,323 [인호] 저기 322 00:17:13,407 --> 00:17:15,617 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수액 좀 323 00:17:15,701 --> 00:17:17,369 아, 수액이요? 324 00:17:17,453 --> 00:17:18,412 [간호사] 수납하셨어요? 325 00:17:18,495 --> 00:17:20,164 [익살스러운 효과음] 326 00:17:20,247 --> 00:17:21,165 수납? 327 00:17:21,248 --> 00:17:22,875 [간호사] 접수창구 가셔서 번호표 뽑고 328 00:17:22,958 --> 00:17:24,501 수납 먼저 해 주시고 오셔야 해요 329 00:17:24,585 --> 00:17:26,587 [인호] 아니, 그게 아니라 내가 좀 급해 가지고 그런데 330 00:17:26,670 --> 00:17:27,629 아니, 나 모르나? 331 00:17:27,713 --> 00:17:29,673 [이 간호사] 어머, 서 교수님이 ER엔 무슨 일이세요? 332 00:17:29,757 --> 00:17:31,008 [인호] 아, 이 선생 333 00:17:31,091 --> 00:17:33,302 아니, 내가 지금 컨디션이 몹시 안 좋아 가지고 334 00:17:33,385 --> 00:17:34,845 수액 좀 맞으려 그러는데 335 00:17:34,928 --> 00:17:37,931 이 간호사분께서 나더러 수납부터 하고 오라 그래 가지고 336 00:17:38,015 --> 00:17:40,976 이 친구 오늘 근무 첫날이라 눈에 뵈는 게 없어요 337 00:17:41,643 --> 00:17:42,895 [이 간호사] 수액 제가 놔 드릴게요 338 00:17:42,978 --> 00:17:44,563 - 이쪽으로, 네 - [인호] 아, 땡큐 339 00:17:44,646 --> 00:17:46,607 [이 간호사] 예, 아이고, 어쩌다가 340 00:17:49,109 --> 00:17:51,445 명이 짧아진다는 게 341 00:17:53,822 --> 00:17:54,948 이런 거였어 342 00:17:55,032 --> 00:17:56,325 [휴대전화 진동음] 343 00:18:03,290 --> 00:18:05,000 - [한숨] - [툭 떨구는 소리] 344 00:18:05,084 --> 00:18:06,585 '지저스' 345 00:18:09,755 --> 00:18:13,217 [인호] 당신이 문자했을 때만 해도 거짓말인 줄 알았어 346 00:18:13,300 --> 00:18:16,220 진짜, 나도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놀랐… 347 00:18:16,303 --> 00:18:17,429 [승희] 나보다 놀랐니? 348 00:18:17,513 --> 00:18:19,056 나보다 더 충격받았어? 349 00:18:19,139 --> 00:18:22,518 아침에 출근했는데 당신 와이프가 내 앞에 떡하니 서 있었어 350 00:18:22,601 --> 00:18:24,061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! 351 00:18:24,144 --> 00:18:25,229 미안하다 352 00:18:25,312 --> 00:18:27,064 이게 미안하다고 될 일이야? 353 00:18:27,147 --> 00:18:28,941 [승희] 대체 당신 집에서 어떤 위치야? 354 00:18:29,024 --> 00:18:31,360 와이프가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355 00:18:31,443 --> 00:18:34,113 그런 큰 결정을 내리는데 상의 한 번을 안 할 수가 있어? 356 00:18:34,196 --> 00:18:35,948 내 말이 그 말이다 357 00:18:36,031 --> 00:18:37,116 [한숨] 358 00:18:37,699 --> 00:18:38,867 [승희] 이제 어쩔 거야? 359 00:18:38,951 --> 00:18:41,703 물은 이미 쏟아졌고 어떻게 주워 담을 거냐고 360 00:18:42,412 --> 00:18:44,540 나 병원 옮겨? 사직서 쓸까? 361 00:18:44,623 --> 00:18:48,502 승희야, 우리 흥분하지 말고 좀, 진정 좀 하자, 응? 362 00:18:48,585 --> 00:18:50,295 내, 내가 생각 좀 해 볼게 363 00:18:50,379 --> 00:18:52,172 나 오래 못 기다려 364 00:18:54,341 --> 00:18:56,969 - [문 여닫히는 소리] - [한숨] 365 00:19:07,813 --> 00:19:08,689 [문 닫히는 소리] 366 00:19:12,234 --> 00:19:13,902 [통화 연결음] 367 00:19:13,986 --> 00:19:15,362 [한숨] 368 00:19:15,445 --> 00:19:17,114 [안내 음성]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369 00:19:17,197 --> 00:19:18,740 삐 소리 이후 음성 사서함… 370 00:19:18,824 --> 00:19:20,159 [통화 종료음] 371 00:19:22,286 --> 00:19:23,662 [메일 수신 알림음] 372 00:19:23,745 --> 00:19:25,289 - [인호의 한숨] - [마우스 클릭음] 373 00:19:29,418 --> 00:19:31,503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[인호] 이… 374 00:19:35,549 --> 00:19:36,550 [쿵 치는 소리] 375 00:19:45,809 --> 00:19:46,727 [로이] 네 376 00:19:48,729 --> 00:19:49,730 [태식] 어서 오세요 377 00:19:50,856 --> 00:19:53,400 안녕하세요, 그, 차정숙… 378 00:19:53,483 --> 00:19:55,068 - 아이고 - [흥미로운 음악] 379 00:19:55,152 --> 00:19:56,987 [인호] 훌륭한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380 00:19:57,070 --> 00:19:57,988 인사차 들렀습니다 381 00:19:58,071 --> 00:19:59,615 과장님 와 계셨네요, 예 382 00:19:59,698 --> 00:20:01,158 처음 뵙겠습니다 383 00:20:01,241 --> 00:20:02,367 [날카로운 효과음] 384 00:20:04,661 --> 00:20:05,787 서인호입니다 385 00:20:09,833 --> 00:20:12,461 [로이] 처음 뵙겠습니다 로이 킴벌리입니다 386 00:20:12,544 --> 00:20:14,379 편하게 로이라고 부르시죠 387 00:20:16,256 --> 00:20:17,299 예 388 00:20:19,176 --> 00:20:20,177 [로이] 잠시 앉으시죠 389 00:20:20,260 --> 00:20:21,970 [태식] 자, 이제 나는 막 가려던 참이니까 390 00:20:22,054 --> 00:20:23,388 두 사람 재밌게 이야기 나눠요 391 00:20:23,472 --> 00:20:25,891 이렇게 두 사람 놓고 보니까 내가 아주 든든합니다 392 00:20:25,974 --> 00:20:28,769 [태식] 우청룡, 좌백호 어, 좌청룡, 우백호 393 00:20:28,852 --> 00:20:30,520 [태식, 인호의 웃음] 394 00:20:30,604 --> 00:20:33,440 - [로이] 들어가십시오 - [인호] 아, 네, 들어가십시오 395 00:20:34,524 --> 00:20:35,817 - [인호의 한숨] - [문 닫히는 소리] 396 00:20:38,820 --> 00:20:40,322 [인호의 거친 숨소리] 397 00:20:41,490 --> 00:20:43,408 [인호의 후 내뱉는 소리] 398 00:20:45,744 --> 00:20:47,746 대체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? 399 00:20:49,039 --> 00:20:52,000 [승희] 잠은 잘 잤어요? 배 아픈 건 좀 어때요? 400 00:20:52,084 --> 00:20:54,002 [환자] 배 아픈 건 괜찮은데요 401 00:20:54,086 --> 00:20:55,754 혹시 이 수액에 뭐뭐 들어 있어요? 402 00:20:55,837 --> 00:20:57,047 포도당은 아니죠? 403 00:20:57,130 --> 00:20:58,882 [승희] 좋은 단백질로만 들어가 있어서 404 00:20:58,966 --> 00:21:00,300 근육을 키워 주는 거예요 405 00:21:00,384 --> 00:21:03,428 그리고 저희가 정신 건강 의학과에 연락해서 406 00:21:03,512 --> 00:21:05,597 심리 상담을 좀 받게 해 드리고 싶은데 407 00:21:05,681 --> 00:21:06,682 괜찮겠어요? 408 00:21:06,765 --> 00:21:09,351 정신과요? 제가 거길 왜요? 409 00:21:09,434 --> 00:21:12,020 그냥 편하게 생각이나 고민을 말하면 410 00:21:12,104 --> 00:21:13,522 마음도 편해지고 411 00:21:13,605 --> 00:21:15,524 그럼 퇴원도 앞당길 수 있거든요 412 00:21:16,984 --> 00:21:18,026 [환자가 한숨 쉬며] 알겠어요 413 00:21:18,110 --> 00:21:19,778 [승희] 정신과 협진 내고 414 00:21:19,861 --> 00:21:22,072 저, APCT 판독 좀 다시 받아 와요 415 00:21:22,155 --> 00:21:23,740 그리고 외과 연락해서 416 00:21:23,824 --> 00:21:26,827 혹시 복통 지속되면 수술 가능한지도 물어보고 417 00:21:26,910 --> 00:21:31,790 저, 'AP' 뭐라고 하셨는지… 418 00:21:33,083 --> 00:21:34,751 APCT 419 00:21:35,627 --> 00:21:36,920 복부 CT! 420 00:21:37,587 --> 00:21:38,755 네 421 00:21:40,007 --> 00:21:41,091 [승희의 한숨] 422 00:21:53,145 --> 00:21:55,522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와이프한테 겁을 좀 줘서 423 00:21:55,605 --> 00:21:57,983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도록 설득해 주셨으면 좋겠다 424 00:21:58,066 --> 00:21:59,985 [인호] 이 말이죠, 뭐 핑계야 많지 않습니까? 425 00:22:00,068 --> 00:22:02,487 감염이나 뭐, 재발의 위험 등등 426 00:22:02,988 --> 00:22:05,866 사람 심리가 가까운 사람 말은 안 들어도 427 00:22:05,949 --> 00:22:08,368 한 치 건너 사람 말은 또 듣기 마련이니까 428 00:22:08,452 --> 00:22:10,287 - [로이] 음 - [인호의 한숨] 429 00:22:11,163 --> 00:22:12,456 글쎄요 430 00:22:13,373 --> 00:22:14,583 어려움은 있겠지만 431 00:22:16,251 --> 00:22:19,755 개인적으로 환자분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긴 합니다 432 00:22:20,630 --> 00:22:22,466 의욕을 되찾으신 거 같아서요 433 00:22:25,844 --> 00:22:27,846 [인호] 아니, 선생님이 어렵게 수술해서 살려 놓은 환자가 434 00:22:27,929 --> 00:22:31,600 지금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데 보고만 계시겠다는 겁니까? 435 00:22:31,683 --> 00:22:33,060 보고만 있다니요 436 00:22:33,727 --> 00:22:35,812 수시로 컨디션 체크하겠습니다 437 00:22:35,896 --> 00:22:38,023 [익살스러운 음악] 438 00:22:39,691 --> 00:22:43,153 예, 뭐, 그러시다면, 알겠습니다 439 00:22:44,196 --> 00:22:45,739 또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440 00:22:46,364 --> 00:22:48,116 [인호] 아, 실은 441 00:22:48,825 --> 00:22:51,620 병원에서 저와 아들 관계는 알려져 있지만 442 00:22:51,703 --> 00:22:53,622 집사람과의 관계는 모르고 있습니다 443 00:22:53,705 --> 00:22:55,332 저희도 알리기 원치 않고요 444 00:22:56,208 --> 00:22:57,209 왜요? 445 00:22:58,919 --> 00:23:00,712 [꼴깍 삼키는 소리] 446 00:23:00,796 --> 00:23:03,799 [인호] '왜요'는, 이게 말끝마다 사람 속을 뒤집고 있어 447 00:23:05,008 --> 00:23:09,596 그렇지 않아도 동료들한테 미움받기 딱 좋은 조건인데 448 00:23:09,679 --> 00:23:11,681 제 아내라는 소문까지 나면 449 00:23:12,724 --> 00:23:14,601 주변 분들이 더 불편해할 테니까요 450 00:23:14,684 --> 00:23:16,895 그래도 교수님 와이프라고 하면 451 00:23:17,521 --> 00:23:19,397 구박하지 못할 텐데요? 452 00:23:20,273 --> 00:23:21,983 본인이 가장 원할 겁니다 453 00:23:26,029 --> 00:23:27,572 알겠습니다 454 00:23:28,073 --> 00:23:31,535 [로이] 온 가족이 의사시니 참 보기 좋네요 455 00:23:32,285 --> 00:23:35,247 예, 뭐, 저희 아버님도 서전이셨죠 456 00:23:35,330 --> 00:23:38,208 [인호] 우리나라에 복강경 수술을 처음 도입하셨을 정도로 457 00:23:38,291 --> 00:23:39,668 앞서 나가신 분이셨습니다 458 00:23:39,751 --> 00:23:41,795 - 아 - [흥미로운 음악] 459 00:23:41,878 --> 00:23:45,215 근데 뭐, 삼대째 의사 가문이 아주 드문 케이스는 아닙니다 460 00:23:46,133 --> 00:23:48,885 실례가 안 된다면 선생님 부친께선 어떤 일을 하셨는지? 461 00:23:50,011 --> 00:23:51,847 그, 한국에서 462 00:23:51,930 --> 00:23:54,474 '너희 아버지 뭐 하냐?'라고 묻는 거는 463 00:23:55,517 --> 00:23:56,476 꼰대라던데요? 464 00:23:56,560 --> 00:23:57,978 - [익살스러운 효과음] - 예? 465 00:24:00,647 --> 00:24:02,315 [로이의 웃음] 466 00:24:02,399 --> 00:24:04,359 농담입니다, 조크 467 00:24:04,442 --> 00:24:05,610 [어색한 웃음] 468 00:24:05,694 --> 00:24:07,195 - [인호] 이런 개새 - [개 짖는 소리 효과음] 469 00:24:07,279 --> 00:24:10,615 [로이] 저희 아버지께선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 하십니다 470 00:24:10,699 --> 00:24:13,535 유망한 기업이나 호텔에 투자도 하시고요 471 00:24:18,915 --> 00:24:21,042 - 그러시군요 - [로이] 네 472 00:24:23,128 --> 00:24:24,754 [인호의 웃음] 473 00:24:36,433 --> 00:24:37,642 [긴장한 숨소리] 474 00:24:38,351 --> 00:24:39,811 [노크 소리] 475 00:24:46,526 --> 00:24:48,195 안녕하십니까 476 00:24:48,278 --> 00:24:52,240 오늘 할 검사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동의서 받으러 왔습니다 477 00:24:52,324 --> 00:24:55,243 교수님이 직접 설명을 다 하러 오시고 478 00:24:55,327 --> 00:24:57,787 [환자] 병원에 돈 쓴 보람이 있네요 [웃음] 479 00:24:57,871 --> 00:25:00,540 아, 제가 교수가 아니고 480 00:25:00,624 --> 00:25:02,083 전공의 1년 차입니다 481 00:25:02,167 --> 00:25:03,710 근데 왜 이렇게 늙었어? 482 00:25:03,793 --> 00:25:09,049 아, 제가 의대 졸업하고 오래 쉬었습니다 483 00:25:09,132 --> 00:25:12,093 아니, 뭐, 이런 조무래기한테 설명을 듣게 해? 나… 484 00:25:13,970 --> 00:25:15,513 [환자] 에이그 485 00:25:16,431 --> 00:25:17,849 [정숙의 멋쩍은 숨소리] 486 00:25:17,933 --> 00:25:21,144 [정숙] 저, 오늘 하실 검사는 위랑 장 내시경인데요 487 00:25:21,228 --> 00:25:24,439 위나 장 검사 중에 폴립이 발견되면은 488 00:25:24,522 --> 00:25:27,067 요게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서 489 00:25:27,150 --> 00:25:28,777 제거할 예정입니다 490 00:25:28,860 --> 00:25:31,863 그리고 요기 모든 시술이 그렇듯이 491 00:25:31,947 --> 00:25:37,786 어, 내시경 중에 출혈, 감염 등 합병증 가능성 있고요 492 00:25:37,869 --> 00:25:41,456 그리고 요 수면에 쓰이는 약물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는 493 00:25:41,539 --> 00:25:46,002 쇼크나 못 깨어나실 가능성이 드물지만 있을 수 있습니다 494 00:25:46,086 --> 00:25:48,797 사장님, 금식은 하셨을까요? 495 00:25:50,966 --> 00:25:52,092 [환자의 헛기침] 496 00:25:52,175 --> 00:25:55,178 사장님이 아니라 회장님이십니다 497 00:25:55,804 --> 00:25:57,514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[정숙] 아… 498 00:25:57,597 --> 00:26:00,475 아,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499 00:26:00,558 --> 00:26:03,603 회장님, 자정부터 금식은 하셨나요? 500 00:26:03,687 --> 00:26:04,938 했지 501 00:26:10,527 --> 00:26:13,530 그, 저, 내시경 많이 아픈가? 502 00:26:13,613 --> 00:26:16,741 [정숙] 보통은, 쓰읍, 그렇죠 503 00:26:16,825 --> 00:26:19,369 아이, 근데 아저씨 같은 경우는 수면 내시경이어서 504 00:26:19,452 --> 00:26:21,162 통증은 못 느끼실 거고요 505 00:26:21,246 --> 00:26:23,832 일어나신 후에 속은 좀 506 00:26:23,915 --> 00:26:27,002 쓰읍, 불편하실 순 있을 거예요 507 00:26:27,085 --> 00:26:29,379 - 이봐! - [정숙] 네, 회장님 508 00:26:31,381 --> 00:26:32,716 아니야, 쯧 509 00:26:32,799 --> 00:26:33,925 그럼 510 00:26:34,509 --> 00:26:37,762 30분 후에 내시경실로 모시겠습니다 [웃음] 511 00:26:38,388 --> 00:26:40,724 오늘 검사 잘 받으십시오, 회장님 512 00:26:47,647 --> 00:26:48,857 에휴 513 00:26:48,940 --> 00:26:49,899 [밝은 음악] 514 00:26:49,983 --> 00:26:53,445 [간호사1] 봤어요, 봤어요? 아, 진짜 잘생겼다 515 00:26:53,528 --> 00:26:54,404 [간호사2] 아, 진짜 516 00:26:54,487 --> 00:26:55,697 [로이, 간호사3의 놀란 소리] 517 00:26:55,780 --> 00:26:56,990 - 죄송합니다 - [로이] 아닙니다 518 00:26:57,073 --> 00:26:58,700 [간호사1] 진짜 미쳤나 봐 얼굴 진짜 대박이야 519 00:26:58,783 --> 00:26:59,909 [로이] 안녕하세요 520 00:27:12,964 --> 00:27:15,467 - [간호사4] 너무 잘생겼다, 진짜 - [간호사5] 야, 미쳤나 봐 521 00:27:15,550 --> 00:27:16,968 - [간호사6] 미쳤나 봐 - [웅성거린다] 522 00:27:28,313 --> 00:27:29,230 [승희] 과장님 523 00:27:29,314 --> 00:27:32,359 어떻게 지도 교수인 저도 모르게 합격시킬 수가 있으세요? 524 00:27:32,442 --> 00:27:34,986 [종권] 최 교수도 알다시피 법이 바뀌어서 525 00:27:35,570 --> 00:27:39,240 지원자가 있는데도 결원을 안 채우면 문제가 생겨요 526 00:27:39,324 --> 00:27:41,701 군대 가겠다는 놈 끌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527 00:27:41,785 --> 00:27:44,537 다른 병원 지원자를 훔쳐 올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? 528 00:27:44,621 --> 00:27:47,540 아니,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내일모레 50인 레지던트를 529 00:27:47,624 --> 00:27:50,752 우리 너무 그러진 맙시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530 00:27:50,835 --> 00:27:52,212 같이… 531 00:27:53,380 --> 00:27:54,798 - [어이없는 숨소리] - [의사] 과장님! 532 00:27:57,258 --> 00:27:58,301 [종권] 무슨 일이야? 533 00:27:58,385 --> 00:28:00,512 [의사] 저, 문제가 좀 생겼는데요 534 00:28:01,179 --> 00:28:02,389 [종권] 또 무슨 문제? 535 00:28:02,472 --> 00:28:05,225 요즘 우리 과에 왜 이렇게 문제가 자주 생겨? 536 00:28:05,308 --> 00:28:08,061 [의사] 외과에 파견 나갔던 2년 차 백이연 선생 말인데요 537 00:28:08,144 --> 00:28:09,187 [종권] 어 538 00:28:09,270 --> 00:28:10,563 임신이랍니다 539 00:28:10,647 --> 00:28:12,023 축하할 일이네 540 00:28:12,107 --> 00:28:14,401 [종권] 잠깐만, 그래서? 541 00:28:14,484 --> 00:28:16,486 그만둔답니다 542 00:28:16,569 --> 00:28:18,530 - 병원은 태교에 안 좋다고 - [승희의 한숨] 543 00:28:19,155 --> 00:28:21,908 [종권] 아이, 나 이거 참, 정말 544 00:28:21,991 --> 00:28:24,744 군대 간다고 관두고 임신했다고 관두고 545 00:28:24,828 --> 00:28:27,539 첫날부터 이게 무슨 생난리냐! 546 00:28:29,833 --> 00:28:31,167 과장님 547 00:28:34,129 --> 00:28:35,672 [익살스러운 음악] 548 00:28:39,342 --> 00:28:42,011 [소라] 그만둔 2년 차 대신 보내셨답니다 549 00:28:42,095 --> 00:28:44,097 가정 의학과에서 교수님께 정말 죄송하단 말씀도 550 00:28:44,180 --> 00:28:46,224 꼭 전해 드리라고 하셨고요 551 00:28:47,016 --> 00:28:48,476 아… 552 00:28:48,560 --> 00:28:49,894 [인호] 그… 553 00:28:51,146 --> 00:28:54,065 우린 뭐, 괜찮은데, 뭐 554 00:28:54,149 --> 00:28:55,400 그렇지? 555 00:28:55,483 --> 00:28:56,818 [정민] 예? 556 00:28:57,318 --> 00:29:00,613 아, 아, 예, 예, 예, 그렇죠 557 00:29:00,697 --> 00:29:02,782 [정민의 넋 나간 웃음] 558 00:29:04,159 --> 00:29:05,410 그래도 저희 과야 워낙 559 00:29:05,493 --> 00:29:07,620 [소라] 고사리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처지니까요 560 00:29:07,704 --> 00:29:09,164 제가 잘 컨트롤하겠습니다 561 00:29:09,247 --> 00:29:10,790 [익살스러운 효과음] 562 00:29:11,875 --> 00:29:13,418 잘 부탁드리겠습니다, 교수님 563 00:29:20,467 --> 00:29:21,885 [인호의 어색한 웃음] 564 00:29:23,678 --> 00:29:25,847 [소라] 그럼 저쪽으로 가실까요? 565 00:29:42,530 --> 00:29:43,364 [한숨] 566 00:29:43,448 --> 00:29:44,949 [경쾌한 음악] 567 00:29:48,787 --> 00:29:50,163 괜찮으시죠? 568 00:29:52,248 --> 00:29:53,500 [앙증맞은 효과음] 569 00:29:55,376 --> 00:29:57,420 - 어! 아픈 거 - [정숙의 놀란 소리] 570 00:29:57,504 --> 00:29:59,380 아, 아직 안 닿았어요 571 00:29:59,464 --> 00:30:01,174 [환자] 살살 좀 합시다 572 00:30:01,257 --> 00:30:03,176 - [정숙의 멋쩍은 소리] - 잠시만 573 00:30:03,259 --> 00:30:05,386 하나, 둘, 셋 하면 들어갑시다 574 00:30:05,470 --> 00:30:08,807 하나, 둘, 셋 575 00:30:09,307 --> 00:30:10,558 - [탁 자르는 소리] - [힘겨운 신음] 576 00:30:10,642 --> 00:30:12,310 [앙증맞은 효과음] 577 00:30:24,531 --> 00:30:26,407 - [심전도계 경고음] - [정숙] 악! 578 00:30:30,411 --> 00:30:31,538 아, 저기 579 00:30:31,621 --> 00:30:33,998 에피네프린이랑 인튜베이션 준비해 주시고요 580 00:30:34,082 --> 00:30:36,000 외과 당직 교수님한테 빨리 연락하세요 581 00:30:36,084 --> 00:30:37,252 [간호사] 네 582 00:30:37,335 --> 00:30:38,878 [지친 숨소리] 583 00:30:39,462 --> 00:30:40,880 [한숨] 584 00:30:42,966 --> 00:30:43,883 [탁 붙드는 소리] 585 00:30:43,967 --> 00:30:45,552 [익살스러운 효과음] 586 00:30:45,635 --> 00:30:48,054 [정숙] 아! 뭐 하는 짓이야, 이게? 587 00:30:48,137 --> 00:30:49,764 나야말로 묻고 싶다 588 00:30:49,848 --> 00:30:51,015 이게 대체 무슨 짓이니? 589 00:30:51,099 --> 00:30:52,267 보면 몰라? 590 00:30:53,059 --> 00:30:54,435 일하잖아 591 00:30:54,519 --> 00:30:56,271 어떻게 나한테 상의 한마디 없이 이럴 수가 있어? 592 00:30:56,354 --> 00:30:57,188 게다가 우리 과에… 593 00:30:57,272 --> 00:30:59,566 상의해 봤자 하지 말라고 할 게 뻔한데, 뭐 594 00:30:59,649 --> 00:31:02,110 그래, 그럴 걸 알면서 이런 일을 벌여? 595 00:31:04,821 --> 00:31:07,156 [인호] 아니 꼭 레지던트 해야 돼? 596 00:31:07,740 --> 00:31:09,534 지금처럼 가정생활에 충실하면서 살아도 597 00:31:09,617 --> 00:31:13,037 당신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인생 살 수 있잖아! 598 00:31:13,121 --> 00:31:14,539 아인슈타인이 그랬지 599 00:31:14,622 --> 00:31:17,417 [정숙]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600 00:31:17,500 --> 00:31:19,252 정신병 초기 증세라고 601 00:31:19,836 --> 00:31:21,170 지금 나더러 정신병이라는 거야? 602 00:31:21,254 --> 00:31:22,463 [답답한 숨소리] 603 00:31:22,547 --> 00:31:23,756 이렇게 무식해 가지고 604 00:31:23,840 --> 00:31:25,842 [정숙] 이 행간의 의미를 몰라? 605 00:31:25,925 --> 00:31:27,218 [가슴을 탁탁 치며] 내가 606 00:31:27,302 --> 00:31:30,096 다른 미래를 살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잖아! 607 00:31:30,179 --> 00:31:31,264 [기가 찬 숨소리] 608 00:31:31,347 --> 00:31:33,391 미안한데 나 바빠 609 00:31:35,018 --> 00:31:37,854 [정숙] 아, 그리고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래? 610 00:31:37,937 --> 00:31:40,899 내가 당신 와이프인 거 사람들이 알아도 되겠어? 611 00:31:47,864 --> 00:31:49,324 [문소리] 612 00:31:49,407 --> 00:31:50,700 [한숨] 613 00:31:53,786 --> 00:31:55,496 - [정민] 아이, 깜짝이야 - [정숙의 옅은 웃음] 614 00:31:56,456 --> 00:31:59,375 내가 자꾸 병원에서 헛걸 보는 기분이 들어 615 00:31:59,459 --> 00:32:01,794 [정숙] 그 기분 이제 익숙해져야 될걸? 616 00:32:03,171 --> 00:32:07,133 [애교스럽게] 뭐야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지 617 00:32:07,216 --> 00:32:10,094 [정민] 저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거든요 618 00:32:10,178 --> 00:32:12,180 [작게] 여긴 집이 아니에요 619 00:32:12,764 --> 00:32:14,182 [정숙] 네, 선생님 620 00:32:14,849 --> 00:32:16,267 밥 같이 먹어도 돼? 621 00:32:16,351 --> 00:32:17,435 [정민] 안 돼 622 00:32:19,687 --> 00:32:21,147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623 00:32:21,230 --> 00:32:24,400 진짜 일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624 00:32:24,484 --> 00:32:25,443 나도 이렇게 힘든데 625 00:32:25,526 --> 00:32:28,696 니들은 체력이 있고 엄마한테는 정신력이 있잖아 626 00:32:28,780 --> 00:32:31,032 아니, 아무리 정신력이 좋대도 627 00:32:31,115 --> 00:32:34,327 일은 몸이 하는 거예요 몸이 약하면… 628 00:32:34,410 --> 00:32:36,955 정민아, 잘 들어 629 00:32:37,038 --> 00:32:40,333 엄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해 630 00:32:40,416 --> 00:32:41,376 [잔잔한 음악] 631 00:32:41,459 --> 00:32:42,752 걱정하지 마 632 00:32:43,962 --> 00:32:45,046 [한숨] 633 00:32:45,672 --> 00:32:47,006 [정숙] 많이 먹어 634 00:32:49,050 --> 00:32:50,551 음! 콩나물 맛있다 635 00:32:51,386 --> 00:32:52,512 [휴대전화 진동음] 636 00:32:54,889 --> 00:32:57,266 [정민] 637 00:32:57,350 --> 00:32:59,185 [정민] 638 00:32:59,268 --> 00:33:01,437 [정민] 639 00:33:03,940 --> 00:33:06,859 [정숙] 640 00:33:17,078 --> 00:33:18,746 [로이] 이제야 만나네요 641 00:33:18,830 --> 00:33:20,748 [정숙이 놀라며] 어머, 교수님 642 00:33:20,832 --> 00:33:21,874 [정숙의 반가운 숨소리] 643 00:33:21,958 --> 00:33:23,001 여기 웬일이세요? 644 00:33:23,084 --> 00:33:26,295 저도 오늘 이 병원에 첫 출근 했거든요 645 00:33:31,467 --> 00:33:32,802 [정숙] 아, 맞다 646 00:33:32,885 --> 00:33:36,014 저 교수님한테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 647 00:33:37,265 --> 00:33:40,184 저희 남편이랑 아들 관계 648 00:33:40,977 --> 00:33:42,520 병원 사람들은 몰라요 649 00:33:43,187 --> 00:33:44,522 알고 있어요 650 00:33:44,605 --> 00:33:47,734 [로이] 남편분이 찾아오셔서 신신당부하더라고요 651 00:33:47,817 --> 00:33:49,819 아… [웃음] 652 00:33:50,695 --> 00:33:52,864 우리 남편 벌써 만나셨구나 653 00:33:52,947 --> 00:33:54,198 네 654 00:33:54,282 --> 00:33:55,867 근데 언제 이혼하실 거예요? 655 00:33:55,950 --> 00:33:57,076 [풉 뿜는 소리] 656 00:33:57,160 --> 00:33:58,327 [정숙의 기침] 657 00:33:59,579 --> 00:34:02,206 - [정숙] 네? - 이혼하실 줄 알았어요 658 00:34:02,290 --> 00:34:03,541 건강 회복되면요 659 00:34:03,624 --> 00:34:05,168 선생님 660 00:34:05,251 --> 00:34:08,421 아무리 농담이라도 말씀이 지나치세요 661 00:34:08,963 --> 00:34:10,089 그런가요? 662 00:34:10,173 --> 00:34:12,550 이혼이 말처럼 그렇게 쉽나요 663 00:34:13,342 --> 00:34:15,762 - 선생님 결혼 안 하셨죠? - [로이] 네 664 00:34:15,845 --> 00:34:17,388 [정숙] 왜 안 하셨어요? 665 00:34:18,389 --> 00:34:20,141 [피식하며] 자신 없어서요 666 00:34:20,725 --> 00:34:22,435 [로이] 한 여자만 사랑하고 667 00:34:23,394 --> 00:34:24,896 그 가정에 헌신할 자신이요 668 00:34:24,979 --> 00:34:27,190 이혼은요, 결혼하는 것보다 669 00:34:27,273 --> 00:34:29,984 백 배쯤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670 00:34:30,693 --> 00:34:33,488 - 아무튼 인내심이 대단하십니다 - [정숙의 옅은 웃음] 671 00:34:33,571 --> 00:34:35,615 이 나라는 국민성이 그런 건지, 뭔지 672 00:34:35,698 --> 00:34:36,949 아니, 무슨 673 00:34:37,033 --> 00:34:39,118 남의 나라 사람 말하듯이 그러시네요? 674 00:34:39,202 --> 00:34:41,204 저 한국 사람 아니에요 675 00:34:42,997 --> 00:34:44,665 저 미국 사람이에요 676 00:34:45,166 --> 00:34:46,751 [정숙이 풉 웃는다] 677 00:34:49,003 --> 00:34:52,090 어릴 적에 입양됐거든요 678 00:34:52,173 --> 00:34:53,341 [숨 들이켜는 소리] 679 00:34:57,011 --> 00:34:58,930 라고 말하면 여자들이 많이 넘어와요 680 00:34:59,013 --> 00:34:59,972 [한숨] 681 00:35:00,556 --> 00:35:02,266 - 넘어올 뻔했죠? - [정숙의 한숨] 682 00:35:03,184 --> 00:35:04,727 아, 설마요 683 00:35:05,269 --> 00:35:08,815 엄마랑 여자는 엄연히 종이 달라요 684 00:35:09,857 --> 00:35:11,109 [잔잔한 음악] 685 00:35:11,192 --> 00:35:13,903 [정숙] 아, 그럼 입양됐다는 건 686 00:35:14,737 --> 00:35:16,989 진짜예요? 거짓말이에요? 687 00:35:17,073 --> 00:35:18,658 말 안 해 줄 건데요? 688 00:35:19,200 --> 00:35:21,536 계속 궁금하게 말 안 해 줄 거예요 689 00:35:23,204 --> 00:35:24,122 [정숙의 헛웃음] 690 00:35:24,205 --> 00:35:26,582 [로이] 어서 집에 가요 눈이 다 풀렸어요 691 00:35:27,291 --> 00:35:28,751 아휴, 네 692 00:35:29,377 --> 00:35:31,796 저 진짜 너무너무 피곤해 가지고 693 00:35:31,879 --> 00:35:33,631 머리만 대면 잘 수 있을 거 같아요 694 00:35:33,714 --> 00:35:34,632 내일 봐요 695 00:35:34,715 --> 00:35:36,300 네, 갈게요 696 00:35:36,884 --> 00:35:38,511 [정숙이 살짝 웃는다] 697 00:35:38,594 --> 00:35:39,595 [정숙] 들어가세요 698 00:35:39,679 --> 00:35:41,305 [로이] 네, 들어가세요 699 00:35:53,818 --> 00:35:55,528 [감성적인 음악] 700 00:35:57,029 --> 00:35:59,282 [미희] 그래 나이 먹고 1년 차 생활 701 00:35:59,365 --> 00:36:01,367 - [하품] - 어떻게, 할 만하디? 702 00:36:01,450 --> 00:36:03,494 할 만하겠냐? 703 00:36:04,287 --> 00:36:06,497 1년 같은 하루가 지났다 704 00:36:07,415 --> 00:36:09,876 [정숙] 내가 망각하고 있었던 거지 705 00:36:09,959 --> 00:36:15,256 이 레지던트의 심히 고달픈 삶에 대해서 706 00:36:15,339 --> 00:36:17,925 내가 너 누구 말도 안 들을 거 같아서 707 00:36:18,009 --> 00:36:19,260 말리진 않았는데 708 00:36:19,343 --> 00:36:21,345 진짜 힘들긴 힘들 거다 709 00:36:21,429 --> 00:36:23,431 체면 차리지 말고 710 00:36:23,514 --> 00:36:26,225 [미희] 틈틈이 화장실에서라도 자고 711 00:36:26,309 --> 00:36:27,226 [정숙] 응 712 00:36:27,310 --> 00:36:28,853 밥도 잘 챙겨 먹어 713 00:36:28,936 --> 00:36:32,773 [미희] 홍삼이든 영양제든 닥치는 대로 먹어 714 00:36:32,857 --> 00:36:35,193 - 배부를 정도로 그렇게 먹어야 - [정숙이 웅얼거리며] 응 715 00:36:35,276 --> 00:36:38,237 [미희] 그게 니가 살길이야, 알겠어? 716 00:36:38,321 --> 00:36:41,407 [미희] 그냥 배부를 때까지 다 챙겨 먹어 717 00:36:41,490 --> 00:36:42,783 알겠냐고 718 00:36:43,784 --> 00:36:46,078 정숙아? 정숙아? 719 00:36:46,954 --> 00:36:49,707 정숙아, 차정숙이 720 00:36:49,790 --> 00:36:51,167 자는 거야? 721 00:36:51,834 --> 00:36:53,419 잘하고 있어, 그래그래 722 00:36:53,502 --> 00:36:56,964 정숙이 잘한다, 파이팅! 723 00:37:03,596 --> 00:37:05,097 [피곤한 한숨] 724 00:37:08,559 --> 00:37:09,477 늦었구나 725 00:37:10,144 --> 00:37:11,187 네, 어머니 726 00:37:11,270 --> 00:37:12,980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727 00:37:14,607 --> 00:37:15,900 [한숨] 728 00:37:17,193 --> 00:37:18,527 [지친 숨소리] 729 00:37:19,862 --> 00:37:22,990 [애심의 한숨] 뭣보다 니 건강이 우선 아니니? 730 00:37:23,074 --> 00:37:26,661 아니, 그리고 애비도 그렇고 정민이도 그 병원 근무하는데 731 00:37:26,744 --> 00:37:29,747 니가 거기서 왔다 갔다 해 봐라 오죽이나 불편스럽겠어 732 00:37:29,830 --> 00:37:31,123 그리고 이랑이도 그래 733 00:37:31,207 --> 00:37:32,792 아, 걔 고3인 거 잊었니? 734 00:37:33,918 --> 00:37:35,086 [탁탁 치는 소리] 735 00:37:35,711 --> 00:37:37,213 오늘도 당장에 봐라 736 00:37:37,296 --> 00:37:38,923 학원 갔다가 너 없으니까 737 00:37:39,006 --> 00:37:42,677 택시 타고 들어와 산 음식으로 저녁 때웠잖니, 어? 738 00:37:44,470 --> 00:37:46,138 어머니가 좀 챙겨 주시면… 739 00:37:46,222 --> 00:37:48,349 어머, 내가 이 나이에 살림까지 하리? [헛웃음] 740 00:37:48,432 --> 00:37:49,475 나 못 한다 741 00:37:49,558 --> 00:37:51,727 니 자식이니까 니가 신경 써 742 00:37:51,811 --> 00:37:53,271 [애심의 한숨] 743 00:37:54,355 --> 00:37:55,898 [애심] 얘! 744 00:37:59,527 --> 00:38:01,279 [다가오는 발소리] 745 00:38:03,614 --> 00:38:05,366 - [이랑] 엄마 - 응? 746 00:38:05,449 --> 00:38:06,951 오빠랑 나 왜 차별해? 747 00:38:09,412 --> 00:38:10,538 뭐라고? 748 00:38:10,621 --> 00:38:11,956 엄마, 오빠 고3 때 나한테 하는 것처럼 749 00:38:12,039 --> 00:38:13,416 방임 안 했잖아 750 00:38:13,499 --> 00:38:15,334 [이랑] 엄마 까먹었나 본데 나 고3이야 751 00:38:15,418 --> 00:38:18,629 남들은 고3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는 마당에 752 00:38:18,713 --> 00:38:20,256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? 753 00:38:20,339 --> 00:38:22,675 나 대학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? 754 00:38:25,928 --> 00:38:27,179 그래서? 755 00:38:27,972 --> 00:38:30,349 니가 고3이지 내가 고3이야? 756 00:38:30,433 --> 00:38:31,684 [정숙] 너 좋으라고 하는 대학 공부에 757 00:38:31,767 --> 00:38:33,561 왜 엄마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거야? 758 00:38:33,644 --> 00:38:35,396 너 좋으라고 대학 가는 거지 759 00:38:35,479 --> 00:38:36,939 엄마 좋으라고 대학 가는 거야? 760 00:38:37,023 --> 00:38:38,232 [한숨] 761 00:38:38,316 --> 00:38:39,650 - 그래 - [차분한 음악] 762 00:38:39,734 --> 00:38:41,569 한때는 그렇게 믿고 산 적도 있어 763 00:38:41,652 --> 00:38:43,029 그렇지만 엄마 생각 바꿨어 764 00:38:43,112 --> 00:38:45,656 니 오빠나 너 이렇게 다 키워 놨고 765 00:38:45,740 --> 00:38:49,535 이젠 내 도움 없이 너희들 인생 스스로 개척할 때 됐다고 생각해 766 00:38:51,329 --> 00:38:52,538 [한숨] 767 00:38:54,248 --> 00:38:57,001 엄마는 우리 딸 768 00:38:57,084 --> 00:38:59,545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할 거야 769 00:39:00,421 --> 00:39:02,506 힘닿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거고 770 00:39:03,549 --> 00:39:04,925 - 이랑… - [이랑] 엄마가 말하는 최선은 771 00:39:05,009 --> 00:39:07,261 그냥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772 00:39:10,139 --> 00:39:11,724 - [멀어지는 발소리] - [한숨] 773 00:39:15,394 --> 00:39:17,063 [쾅 문 닫히는 소리] 774 00:39:22,735 --> 00:39:24,070 [휴대전화 조작음] 775 00:39:24,653 --> 00:39:26,614 [이랑] 아, 울 엄마 이제 라이딩 못 해 준대 776 00:39:26,697 --> 00:39:29,325 택시 타고 다녀야 돼, 개짜증 777 00:39:29,408 --> 00:39:30,659 - [문소리] - [은서] 나도인데? 778 00:39:30,743 --> 00:39:33,079 난 한국 들어와서 쭉 그랬음 779 00:39:33,162 --> 00:39:34,413 [승희] 은서야 780 00:39:35,081 --> 00:39:36,165 일찍 왔네? 781 00:39:36,248 --> 00:39:37,666 누구랑 톡 하는 거야? 782 00:39:37,750 --> 00:39:38,918 학원 친구 783 00:39:39,001 --> 00:39:41,045 엄마가 일하게 돼서 너무 짜증 난대 784 00:39:41,128 --> 00:39:44,173 음, 우리 딸은 이렇게 엄마 이해해 주는데 785 00:39:44,757 --> 00:39:45,841 별일 없었어? 786 00:39:45,925 --> 00:39:47,385 별일? 787 00:39:49,053 --> 00:39:50,971 그런 게 어디 있어, 맨날 똑같지 788 00:39:51,639 --> 00:39:52,723 그럼 다행이고 789 00:39:53,307 --> 00:39:54,642 잠깐 나와서 간식 먹고 해 790 00:39:54,725 --> 00:39:57,103 우리 딸 좋아하는 당근케이크 사 왔다 791 00:39:57,186 --> 00:39:58,604 [승희가 살짝 웃는다] 792 00:40:02,274 --> 00:40:04,318 정신 승리 쩌네 793 00:40:04,902 --> 00:40:06,445 [정숙의 피곤한 신음] 794 00:40:08,864 --> 00:40:09,698 [한숨] 795 00:40:13,119 --> 00:40:14,078 [스위치 조작음] 796 00:40:14,161 --> 00:40:15,704 아휴 797 00:40:17,206 --> 00:40:20,209 [한숨 쉬며] 아, 제발 오늘은 좀 그만 좀 해 줘라 798 00:40:20,292 --> 00:40:22,044 병원이 의사 타이틀 갖고 싶은 사모님 799 00:40:22,128 --> 00:40:23,629 자아실현 시켜 주는 덴 줄 알아? 800 00:40:23,712 --> 00:40:25,214 [정숙] 그런 거 아니야 801 00:40:25,297 --> 00:40:28,592 일단 나는 뭐 사모님도 뭣도 아니니까 802 00:40:30,845 --> 00:40:32,888 나는 원래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어 803 00:40:32,972 --> 00:40:34,932 그런데 정민이 낳아 키우면서 804 00:40:35,015 --> 00:40:37,518 의사보다 엄마가 먼저라고 선택했을 뿐이야 805 00:40:37,601 --> 00:40:40,312 이제 그 엄마 노릇 할 만큼 했잖아 806 00:40:40,396 --> 00:40:41,730 아프고 나니까 807 00:40:42,231 --> 00:40:45,276 의사란 직업이 얼마나 고귀한 직업인지 808 00:40:45,359 --> 00:40:49,029 내가 얼마나 좋은 의사가 되고 싶어 했는지 생각났어 809 00:40:49,655 --> 00:40:51,031 너무 하고 싶어 810 00:40:51,115 --> 00:40:53,242 힘들어도 견뎌 낼 자신 있어 811 00:40:53,325 --> 00:40:56,036 자신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, 글쎄! 812 00:40:56,120 --> 00:40:57,746 근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해? 813 00:40:59,039 --> 00:41:02,376 혹시 뭐 다른 이유 있는 거 아니야? 814 00:41:02,460 --> 00:41:04,044 [긴장되는 음악] 815 00:41:04,128 --> 00:41:05,588 다른 이유? 816 00:41:06,380 --> 00:41:07,506 무슨 다른 이유? 817 00:41:07,590 --> 00:41:08,966 그거야 난 모르지 818 00:41:10,843 --> 00:41:12,052 당신이 알겠지 819 00:41:15,514 --> 00:41:16,807 그래 820 00:41:18,517 --> 00:41:20,478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봐 821 00:41:21,604 --> 00:41:23,397 더 안 말릴 테니까 한번 열심히 해 봐 822 00:41:24,148 --> 00:41:25,691 - 진짜야? - [인호] 그래 823 00:41:25,774 --> 00:41:28,235 당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알아서 해, 대신 824 00:41:28,861 --> 00:41:30,529 병원에서 알은척하지 마 825 00:41:30,613 --> 00:41:31,614 힘들다, 어쩐다 826 00:41:31,697 --> 00:41:34,116 나한테 그런 기색 내비칠 생각 꿈에도 하지 마 827 00:41:34,200 --> 00:41:35,534 도와 달란 말도 하지 마 828 00:41:35,618 --> 00:41:38,037 내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무슨 특별 대우 같은 거 829 00:41:38,120 --> 00:41:39,705 절대 받을 생각 하지 마 830 00:41:39,788 --> 00:41:43,083 앞으로 병원에서 우린 전혀 모르는 사이야 831 00:41:43,167 --> 00:41:45,920 당신, 철저하게 신입 레지던트로 대할 테니까 832 00:41:46,003 --> 00:41:47,046 그렇게 알고 있어 833 00:41:47,129 --> 00:41:49,173 내가 바라는 게 바로 그거야 834 00:41:49,256 --> 00:41:50,424 고마워, 여보 835 00:41:51,717 --> 00:41:53,344 [정숙] 저기, 근데 836 00:42:02,770 --> 00:42:04,188 아니야 837 00:42:07,608 --> 00:42:09,443 내일 회진 늦지 마 838 00:42:10,361 --> 00:42:11,403 [정숙] 어! 839 00:42:15,741 --> 00:42:16,867 [기쁜 숨소리] 840 00:42:16,951 --> 00:42:19,495 - 그래도 하라고 한 게 어디야 - [의미심장한 음악] 841 00:42:31,840 --> 00:42:33,133 [미심쩍은 소리] 842 00:42:42,351 --> 00:42:43,852 [잘그랑거리는 소리] 843 00:42:48,941 --> 00:42:50,025 [탁 놓는 소리] 844 00:42:50,109 --> 00:42:51,735 안녕하세요, 교수님 845 00:42:53,571 --> 00:42:54,905 [헛웃음] 846 00:42:55,739 --> 00:42:57,241 거지 같아 847 00:43:03,539 --> 00:43:05,874 [휴대전화 알림음] 848 00:43:10,546 --> 00:43:11,463 [발랄한 음악] 849 00:43:11,547 --> 00:43:13,424 [놀란 숨소리] 850 00:43:17,803 --> 00:43:19,930 [당황한 숨소리] 851 00:43:20,681 --> 00:43:22,933 [정숙] 저기, 여보 나 좀 태워다 주면 안 될까? 852 00:43:23,017 --> 00:43:24,351 응, 안 돼 853 00:43:24,435 --> 00:43:27,271 좀 멀리 떨어진 데다가 세워 주면 되잖아 854 00:43:27,354 --> 00:43:29,773 좀 떨어진 데는 병원 사람 없으란 법 있어? 855 00:43:31,442 --> 00:43:32,568 서두르지 그래? 856 00:43:32,651 --> 00:43:34,945 잘못하면 나보다 더 늦게 출근할 거 같은데 857 00:43:38,949 --> 00:43:40,534 [정숙의 다급한 숨소리] 858 00:43:41,285 --> 00:43:42,286 [문 닫히는 소리] 859 00:43:44,038 --> 00:43:45,205 [익살스러운 효과음] 860 00:43:45,289 --> 00:43:46,415 [인호] 으… 861 00:43:49,752 --> 00:43:50,711 [정숙] 예 862 00:43:51,503 --> 00:43:52,880 네, 감사합니다 863 00:43:54,340 --> 00:43:55,841 안녕히 가세요! 864 00:43:56,383 --> 00:43:57,426 [가쁜 숨소리] 865 00:44:07,728 --> 00:44:09,813 [정숙의 가쁜 숨소리] 866 00:44:12,191 --> 00:44:13,692 [정숙] 어, 잠깐만요! 867 00:44:16,487 --> 00:44:18,030 - [정숙의 힘겨운 숨소리] - [흥미로운 음악] 868 00:44:18,113 --> 00:44:20,491 어, 선생님, 감사합니다 869 00:44:24,161 --> 00:44:25,412 굿 모닝 870 00:44:34,213 --> 00:44:37,091 [인호] 안 놀라는 거 보니까 둘이 벌써 만난 모양이네 871 00:44:37,174 --> 00:44:40,052 [정숙] 닫힘 버튼 누르는 거 다 봤어 872 00:44:41,011 --> 00:44:43,847 [로이] 아, 선생님 외래 오실 때 다 됐죠? 873 00:44:43,931 --> 00:44:44,807 [정숙] 아, 네 874 00:44:44,890 --> 00:44:46,600 편한 시간에 저한테 오시면 되겠네요 875 00:44:46,684 --> 00:44:49,311 [로이] 주치의가 같은 병원에 있으니까 876 00:44:49,395 --> 00:44:50,813 이럴 땐 편리하고 참 좋네요 877 00:44:50,896 --> 00:44:52,815 아유, 그러게요 878 00:44:52,898 --> 00:44:55,818 [정숙] 제가 이렇게 운이 좋아요 [웃음] 879 00:44:55,901 --> 00:44:57,611 [익살스러운 음악] 880 00:44:57,694 --> 00:44:58,987 [인호] 웃기는 881 00:44:59,071 --> 00:45:00,155 [정숙의 웃음] 882 00:45:00,239 --> 00:45:01,448 [인호의 기가 찬 숨소리] 883 00:45:04,284 --> 00:45:05,911 [흥미진진한 음악] 884 00:45:05,994 --> 00:45:07,121 [띠링 울리는 효과음] 885 00:45:07,871 --> 00:45:08,831 [익살스러운 효과음] 886 00:45:09,748 --> 00:45:11,417 [정숙] 선생님, 식사하셨어요? 887 00:45:15,629 --> 00:45:17,214 [어이없는 숨소리] 888 00:45:21,969 --> 00:45:23,846 [안내 방송 알림음] 889 00:45:25,931 --> 00:45:27,975 - [순번 알림음] - [안내 방송이 흐른다] 890 00:45:30,894 --> 00:45:31,854 [정민의 헛기침] 891 00:45:31,937 --> 00:45:34,815 교수님, 어제 협진 난 환자분 노티드리겠습니다 892 00:45:34,898 --> 00:45:36,483 [정민] 53세 여자 환자분으로 893 00:45:36,567 --> 00:45:38,819 당뇨 및 고혈압 과거력 있는 분인데 894 00:45:38,902 --> 00:45:40,529 혈변 때문에 시행한 대장 내시경상 895 00:45:40,612 --> 00:45:42,614 미드 투 어퍼 렉탈 캔서 진단받아 896 00:45:42,698 --> 00:45:45,200 수술적 치료 여부 문의 위해 협진이 걸렸습니다 897 00:45:45,284 --> 00:45:47,536 [인호] 그래? 옵스트럭션은 없고? 898 00:45:47,619 --> 00:45:49,621 [정민] 배 사진상에서도 특이 소견 없었고 899 00:45:49,705 --> 00:45:52,749 복부 및 흉부 CT상에서도 원격 전이 소견 없었습니다 900 00:45:52,833 --> 00:45:55,836 MRI 찍었나? CRM은? 901 00:45:55,919 --> 00:45:57,296 [정민] 어… 902 00:45:57,379 --> 00:46:02,759 복, 복부 MRI는 안 찍었던 것 같습니다만 903 00:46:04,136 --> 00:46:06,430 - 아, 잠, 잠시만요 - [태블릿 조작음] 904 00:46:06,972 --> 00:46:11,101 어, 복부 MRI는 905 00:46:11,185 --> 00:46:13,187 필요 없어서 찍지 않았습니다 906 00:46:13,270 --> 00:46:14,521 그리고 CRM은… 907 00:46:14,605 --> 00:46:16,815 [인호] 직장암인데 직장 MRI 물어본 거지 908 00:46:16,899 --> 00:46:18,942 복부 MRI 물어봤겠어? 909 00:46:19,860 --> 00:46:22,112 [버럭 하며] 직장 MRI 없어? 910 00:46:22,821 --> 00:46:23,780 [익살스러운 음악] 911 00:46:23,864 --> 00:46:26,158 [정민] 아, 아, 아 912 00:46:26,241 --> 00:46:28,952 잠, 잠시만요, 어… 913 00:46:30,120 --> 00:46:32,498 아, 있습니다, 직장 MRI 914 00:46:32,581 --> 00:46:33,999 [인호] CRM 얘기는 없어? 915 00:46:34,082 --> 00:46:36,668 [정민] 예, 아, CRM… 916 00:46:37,252 --> 00:46:42,174 포지티브 의심된다고 리딩에 적혀 있습니다만… 917 00:46:42,257 --> 00:46:44,551 - [인호] CRM이 뭐지? - [정숙] 네? 918 00:46:44,635 --> 00:46:46,094 CRM이 뭐냐고 919 00:46:48,388 --> 00:46:50,474 [정숙] CRM은, 어… 920 00:46:53,810 --> 00:46:55,270 조, 조직 921 00:46:55,979 --> 00:46:57,439 C… 922 00:47:01,360 --> 00:47:03,403 모, 모르겠습니다 923 00:47:04,780 --> 00:47:09,159 CRM은 수술 시에 생각해야 하는 조직의 경계선을 의미하는 거야 924 00:47:09,243 --> 00:47:11,036 [인호]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? 925 00:47:11,119 --> 00:47:12,454 [흥미로운 음악] 926 00:47:13,997 --> 00:47:15,332 [정숙] 어, 그… 927 00:47:18,252 --> 00:47:19,503 죄, 죄송합니다 928 00:47:20,337 --> 00:47:21,338 [인호] 그렇게 아는 게 없어서 929 00:47:21,421 --> 00:47:24,091 어떻게 환자 치료 플랜을 결정할 수 있겠나? 930 00:47:24,174 --> 00:47:26,885 그래 가지고 의사 흉내라도 낼 수 있겠어? 931 00:47:41,733 --> 00:47:44,278 너는 회진 준비를 그따위로 해 놓고 잠이 오디? 932 00:47:44,903 --> 00:47:47,406 [소라] 그리고 인턴 1년 동안 대체 뭘 했길래 933 00:47:47,489 --> 00:47:49,533 복부 MRI랑 직장 MRI도 구분을 못 해? 934 00:47:49,616 --> 00:47:51,410 무식하면 성실하기라도 하든가! 935 00:47:53,620 --> 00:47:54,538 죄송합니다 936 00:47:54,621 --> 00:47:57,291 내가 늘 얘기하잖아 죄송할 짓을 아예 하지 말라고 937 00:47:58,000 --> 00:47:59,459 [소라] 너 938 00:48:00,877 --> 00:48:03,797 내일 아침 회진 때 또 오늘처럼 버벅대거나 헛소리하면 939 00:48:03,880 --> 00:48:06,550 내 손에 죽는다, 알았어? 940 00:48:06,633 --> 00:48:08,302 - 예 - [소라의 못마땅한 한숨] 941 00:48:18,312 --> 00:48:19,938 [정숙이 작게] 정민아, 엄마 봐 942 00:48:20,022 --> 00:48:21,815 - 괜찮아, 괜찮아, 잘하고 있어 - [무거운 효과음] 943 00:48:21,898 --> 00:48:22,941 - 아, 왜… - [정숙] 파이팅 944 00:48:23,025 --> 00:48:24,860 - [정민] 아, 누가 보면 어떡하… - [익살스러운 음악] 945 00:48:26,612 --> 00:48:27,696 [잘그랑거리는 소리] 946 00:48:27,779 --> 00:48:29,364 저 아줌마… 947 00:48:32,993 --> 00:48:34,661 미친 거 아니야? 948 00:48:41,293 --> 00:48:44,129 [작게] 아, 여기서 이러면 어떡하냐고, 진짜! 949 00:48:45,297 --> 00:48:46,882 [정민의 한숨] 950 00:48:48,383 --> 00:48:50,093 아… 951 00:48:53,889 --> 00:48:55,015 '아줌마'? 952 00:48:55,098 --> 00:48:57,934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줌마가 뭐야, 아줌마가? 953 00:48:58,018 --> 00:49:01,772 [정숙] 아유, 그래 너는 어디 아줌마 안 되나 보자 954 00:49:01,855 --> 00:49:04,733 어떤 놈이랑 결혼할지 아주, 쯧쯧 955 00:49:04,816 --> 00:49:05,776 [날카로운 효과음] 956 00:49:05,859 --> 00:49:07,903 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거야, 아주 957 00:49:07,986 --> 00:49:08,820 [탁 치는 소리] 958 00:49:08,904 --> 00:49:12,074 그냥 하라고 했다고? 미쳤어? 959 00:49:12,157 --> 00:49:14,284 [승희] 이번에야 내가 우겨서 당신네 과에 보내 버렸지만 960 00:49:14,368 --> 00:49:15,744 세 달 후엔 우리 과 실습이야 961 00:49:15,827 --> 00:49:17,663 그것도 내가 지도 교수라고 962 00:49:17,746 --> 00:49:19,748 그 전에 그만두게 해야지 963 00:49:19,831 --> 00:49:21,792 - 무슨 수로? - [인호]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964 00:49:21,875 --> 00:49:24,294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견디기 힘든 일이야 965 00:49:24,378 --> 00:49:25,962 3년이나 이 힘든 일을 어떻게 해 966 00:49:26,046 --> 00:49:28,382 어째 와이프 걱정하는 말로 들리네? 967 00:49:28,465 --> 00:49:30,342 20년 동안 집에만 있던 사람이야 968 00:49:30,425 --> 00:49:34,137 그냥 놔둬도 못하는 거 천지에 허구한 날 구박당할 거고 969 00:49:34,221 --> 00:49:37,474 [인호] 그러다 보면 자괴감에 빠지는 거 시간문제야 970 00:49:37,557 --> 00:49:40,727 그럼 스스로 관둘 때까지 기다리란 소리야? 971 00:49:40,811 --> 00:49:42,479 [인호] 음… 972 00:49:42,562 --> 00:49:45,440 정 앞당기고 싶으면 푸시해 보든가 973 00:49:45,524 --> 00:49:48,068 푸시? 뭘 어떻게? 974 00:49:48,151 --> 00:49:50,320 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해 975 00:49:50,821 --> 00:49:52,572 지도 교수로서 976 00:49:53,615 --> 00:49:54,950 [어이없는 웃음] 977 00:49:55,033 --> 00:49:57,619 - 내가 별짓을 다 한다, 진짜 - [휴대전화 진동음] 978 00:49:59,830 --> 00:50:00,914 [한숨] 979 00:50:00,997 --> 00:50:02,249 과장님 호출이야 980 00:50:03,542 --> 00:50:05,127 - 가 볼게 - [승희] 응 981 00:50:09,881 --> 00:50:11,133 [한숨] 982 00:50:12,426 --> 00:50:13,343 회식이요? 983 00:50:13,427 --> 00:50:14,886 [태식] 새로 오신 로이 교수도 있고 984 00:50:14,970 --> 00:50:17,180 레지던트들도 새로 왔으니까 단합 차원에서 985 00:50:17,264 --> 00:50:19,015 [태식이 꼴꼴꼴 혀를 튕긴다] 986 00:50:19,099 --> 00:50:21,393 오늘은 적당히 그 가게에 있는 술만 다 마시자고 987 00:50:21,476 --> 00:50:22,894 두 사람, 괜찮지? 988 00:50:22,978 --> 00:50:24,146 저는 괜찮습니다 989 00:50:24,229 --> 00:50:25,772 - [태식] 응 - [익살스러운 효과음] 990 00:50:26,815 --> 00:50:28,483 - 아, 저는… - [꼴깍 삼키는 소리] 991 00:50:28,567 --> 00:50:30,777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[어색한 웃음] 992 00:50:34,531 --> 00:50:36,450 [로이] 교수님, 괜찮으세요? 993 00:50:36,992 --> 00:50:38,452 [인호] 예? 994 00:50:38,535 --> 00:50:40,162 [로이] 안색이 많이 안 좋으신데 995 00:50:40,245 --> 00:50:41,747 [인호가 웃으며] 아, 예 996 00:50:46,001 --> 00:50:47,502 [휴대전화 조작음] 997 00:50:49,463 --> 00:50:51,673 [통화 연결음] 998 00:50:53,133 --> 00:50:54,384 왜 이렇게 안 받아 999 00:50:54,468 --> 00:50:56,052 [로이] 1층에 다 모여 있다던데요? 1000 00:50:56,136 --> 00:50:57,512 [익살스러운 효과음] 1001 00:51:04,644 --> 00:51:05,520 [한숨] 1002 00:51:05,604 --> 00:51:07,856 - [의사1] 교수님, 여기요, 여기 - [의사2] 교수님, 여기입니다 1003 00:51:07,939 --> 00:51:10,025 - [의사1] 빨리요, 빨리빨리 - [의사2의 웃음] 1004 00:51:11,318 --> 00:51:13,862 [태식] 자, 술은 체력이야 술은 체력 1005 00:51:13,945 --> 00:51:15,280 [사람들의 대화 소리] 1006 00:51:15,363 --> 00:51:16,281 [소라, 의사3] 천 개? 1007 00:51:16,364 --> 00:51:18,617 [태식] 술 마신 다음 날은 한 2천 개는 더 하고 1008 00:51:19,367 --> 00:51:21,119 [의사3] 교수님 빨리 오세요, 빨리 1009 00:51:21,203 --> 00:51:22,412 - 빨리빨리, 빨리빨리 - [웃음] 1010 00:51:22,496 --> 00:51:23,455 [태식] 자, 어서 오게 1011 00:51:23,538 --> 00:51:24,790 자, 피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1012 00:51:24,873 --> 00:51:28,001 빨리 가서 혼을 실어서 한잔합시다 자, 출발! 1013 00:51:28,084 --> 00:51:29,878 [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] 1014 00:51:41,264 --> 00:51:42,599 정신 차려 1015 00:51:45,519 --> 00:51:47,062 - [잔잔한 음악이 흐른다] - [애심] 장소를 1016 00:51:47,145 --> 00:51:50,524 제가 잘 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할까 하다가 1017 00:51:50,607 --> 00:51:54,319 사부인 입맛에 안 맞으실까 봐 한식집으로 정했습니다 1018 00:51:54,402 --> 00:51:57,155 저도 파스타 먹을 줄 알아요 1019 00:51:57,239 --> 00:51:59,157 [덕례] 허구한 날 먹는 밥이야 뭐 1020 00:51:59,241 --> 00:52:01,034 내 손으로 해 먹는 게 더 낫지 1021 00:52:01,993 --> 00:52:05,121 제가 미처 몰랐네요 다음엔 거기로 모실게요 1022 00:52:05,205 --> 00:52:06,498 그러시든지요 1023 00:52:06,581 --> 00:52:09,292 그렇게 차려입으시니 귀부인 같으세요 1024 00:52:09,376 --> 00:52:12,462 제가 원래 인물은 좋았어요 1025 00:52:12,546 --> 00:52:15,757 [덕례] 보톡스 같은 걸 맞고 그러지 않아서 주름은 좀 있지만 1026 00:52:15,841 --> 00:52:19,761 그게 또 자연스러운 멋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1027 00:52:21,638 --> 00:52:23,098 [애심의 헛기침] 1028 00:52:25,225 --> 00:52:27,477 [웃으며] 에미 수술 앞두고 1029 00:52:27,561 --> 00:52:30,021 제가 사부인께 큰 잘못을 했습니다 1030 00:52:30,939 --> 00:52:33,233 [애심] 정민 에미도 그렇고 사부인께도 1031 00:52:33,316 --> 00:52:36,194 제가 얼마나 큰 상처를 드렸는지 모르겠어요 1032 00:52:36,778 --> 00:52:38,154 그때 1033 00:52:39,030 --> 00:52:42,325 서 서방이나 사부인께 느낀 섭섭함은 1034 00:52:42,409 --> 00:52:45,495 평생 못 잊겠다 생각했는데 1035 00:52:45,579 --> 00:52:48,290 [덕례] 그래도 사부인께서 이리 말씀해 주시니 1036 00:52:48,373 --> 00:52:50,876 한결 마음이 누그러지네요 1037 00:52:50,959 --> 00:52:54,212 [애심] 아, 저기, 근데, 음… 1038 00:52:55,046 --> 00:52:58,341 에미가 다시 병원 일 시작한 건 알고 계시죠? 1039 00:52:59,843 --> 00:53:03,388 [덕례] 흥, 본론은 이거구먼? 1040 00:53:04,055 --> 00:53:06,182 [정민] 아, 우리 외과의 자랑 1041 00:53:06,266 --> 00:53:09,811 소맥리에 전문가의 소맥 제조 시범이 있겠습니다! 1042 00:53:09,895 --> 00:53:11,938 - [사람들의 환호성] - 박수! 1043 00:53:12,981 --> 00:53:15,191 [휘파람 소리] 1044 00:53:16,192 --> 00:53:17,569 [흥미진진한 음악] 1045 00:53:17,652 --> 00:53:19,404 [의사1] 빨리 와, 빨리 와 빨리 와 1046 00:53:19,487 --> 00:53:21,656 [사람들의 탄성] 1047 00:53:23,783 --> 00:53:24,910 [경쾌한 효과음] 1048 00:53:24,993 --> 00:53:27,078 [태식] 소라 선생 아주 눈부시게 성장했어 1049 00:53:27,162 --> 00:53:28,038 [태식의 웃음] 1050 00:53:28,121 --> 00:53:30,290 - [의사2] 아유, 시원해 - [태식] 어, 순수한 알코올 1051 00:53:30,373 --> 00:53:32,083 [사람들의 웃음] 1052 00:53:32,167 --> 00:53:33,919 - [뻥] - [사람들의 감탄] 1053 00:53:34,836 --> 00:53:35,921 인간문화재급이야 1054 00:53:36,004 --> 00:53:38,131 [사람들의 탄성] 1055 00:53:42,135 --> 00:53:44,971 [정숙] 아주 그냥 술꾼이네 술꾼이야 1056 00:53:46,514 --> 00:53:48,141 [사람들의 감탄] 1057 00:53:48,224 --> 00:53:49,476 [태식의 헛기침] 1058 00:53:49,559 --> 00:53:51,561 [태식] 제가 건배 제의 한번 하겠습니다 1059 00:53:51,645 --> 00:53:54,022 아, '소맥으로' 하면 여러분들이 '죽여 버릴 거야' 해 주세요 1060 00:53:54,105 --> 00:53:55,649 [사람들의 웃음] 1061 00:53:55,732 --> 00:53:57,567 어, 할리우드에서 오신 로이 교수와 1062 00:53:57,651 --> 00:53:59,152 새로 오신 레지던트들이여 1063 00:53:59,235 --> 00:54:00,236 소맥으로 1064 00:54:00,320 --> 00:54:02,322 [함께] 죽여 버릴 거야! 1065 00:54:02,405 --> 00:54:04,574 [사람들의 신난 탄성] 1066 00:54:06,993 --> 00:54:08,244 [정숙의 개운한 탄성] 1067 00:54:08,328 --> 00:54:09,287 [로이] 진짜 잘 드시네요? 1068 00:54:09,371 --> 00:54:10,789 [민망한 웃음] 1069 00:54:12,374 --> 00:54:14,793 [정숙] 사실은요 제가 한 술 했었는데 1070 00:54:14,876 --> 00:54:16,670 그동안 절주했었거든요 1071 00:54:16,753 --> 00:54:19,965 아, 오랜만에 일하고 이렇게 한잔 마시니까 1072 00:54:20,048 --> 00:54:23,093 술이 이렇게 달고 맛있네요 [웃음] 1073 00:54:23,176 --> 00:54:24,970 [로이] 그래도 많이는 안 되는 거 아시죠? 1074 00:54:25,053 --> 00:54:26,721 [정숙] 그럼요 1075 00:54:26,805 --> 00:54:29,224 와, 근데 피곤한 데다가 한잔했더니 1076 00:54:29,307 --> 00:54:31,017 술이 그냥 확 올라오네요 [탄성] 1077 00:54:31,101 --> 00:54:32,185 큰일 났다 1078 00:54:32,268 --> 00:54:35,063 하긴 뭐, 이러라고 한잔하는 거죠 1079 00:54:35,146 --> 00:54:36,773 [정숙의 웃음] 1080 00:54:36,856 --> 00:54:37,857 [쨍 부딪는 소리] 1081 00:54:42,404 --> 00:54:43,321 [정숙의 시원한 숨소리] 1082 00:54:43,405 --> 00:54:45,156 - [잔잔한 음악이 흐른다] - [애심] 마음 같아서는 1083 00:54:45,240 --> 00:54:48,368 '아유, 그래 이제 애들도 웬만큼 컸으니' 1084 00:54:48,451 --> 00:54:49,953 '정 그렇게 일이 하고 싶거든' 1085 00:54:50,036 --> 00:54:53,540 '조그만 병원에서 월급 받으며 편하게 일하면 좋겠구나' 했는데 1086 00:54:53,623 --> 00:54:55,667 아니, 레지던트가 웬 말입니까? 1087 00:54:55,750 --> 00:54:57,836 그냥 몸도 약하디약한 애가 1088 00:54:57,919 --> 00:55:00,714 3년간 그 힘든 수련을 어떻게 견딜지 1089 00:55:00,797 --> 00:55:04,009 아, 제가 걱정이 돼서 밤에 잠이 오질 않아요 1090 00:55:04,092 --> 00:55:05,760 입맛도 없고 1091 00:55:05,844 --> 00:55:07,095 [애심의 한숨] 1092 00:55:08,763 --> 00:55:10,807 - 사부인 - [애심] 네 1093 00:55:11,641 --> 00:55:12,892 좀… 1094 00:55:13,768 --> 00:55:15,854 진실되게 살아 보세요 1095 00:55:16,896 --> 00:55:17,731 네? 1096 00:55:17,814 --> 00:55:19,858 참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1097 00:55:19,941 --> 00:55:23,111 속내는 우리 딸 걱정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? 1098 00:55:23,737 --> 00:55:26,489 [덕례] 서 서방하고 같은 병원에 근무하게 되니 1099 00:55:26,573 --> 00:55:28,908 서 서방한테 무슨 피해라도 갈까 1100 00:55:28,992 --> 00:55:31,619 그럴싸한 말로 위장하시는 거 아니에요? 1101 00:55:32,454 --> 00:55:33,413 [한숨] 1102 00:55:37,167 --> 00:55:39,753 네, 잘 아시네요 1103 00:55:40,378 --> 00:55:41,629 [애심] 우리 아들은 1104 00:55:41,713 --> 00:55:43,923 대학 병원 교수로 끝날 인물이 아닙니다 1105 00:55:44,007 --> 00:55:46,926 얼마 전에 우리 서 교수가 쓴 논문이 그… 1106 00:55:48,011 --> 00:55:49,888 - 어디야? 유명한 데 - [익살스러운 음악] 1107 00:55:49,971 --> 00:55:51,097 '네이처'지요 1108 00:55:51,181 --> 00:55:53,016 네, '네이처'지에… 1109 00:55:54,434 --> 00:55:57,562 [애심] 최고 논문으로 뽑혀서 표지에도 실렸잖습니까? 1110 00:55:57,645 --> 00:55:59,355 우리 서 교수는요 1111 00:55:59,439 --> 00:56:00,690 병원장은 물론이고 1112 00:56:00,774 --> 00:56:03,610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는 실력이 되는 애예요 1113 00:56:03,693 --> 00:56:04,903 그런데 안사람이 돼서는 1114 00:56:04,986 --> 00:56:07,739 그런 비단 꽃길에 자갈을 깔아서야 되겠습니까? 1115 00:56:08,615 --> 00:56:10,366 - 사부인 - [애심] 네 1116 00:56:10,450 --> 00:56:11,743 원래 1117 00:56:12,368 --> 00:56:15,205 공부는 우리 딸이 더 잘했습니다 1118 00:56:16,289 --> 00:56:20,293 [덕례] 그 댁 아드님께서 부부간의 협조만 잘해 줬더라면 1119 00:56:20,376 --> 00:56:22,837 '네이처'지에 최고 논문을 쓴 사람은 1120 00:56:22,921 --> 00:56:26,800 그 댁 아드님이 아니라 우리 딸이 됐을 거예요 1121 00:56:28,468 --> 00:56:30,136 - [한숨] - 그러니까 1122 00:56:30,220 --> 00:56:34,390 이번엔 아무 말 마시고 방해도 마시고 1123 00:56:34,974 --> 00:56:38,645 가만히 계세요, 가만히 1124 00:56:43,775 --> 00:56:44,692 [소라] 이모님 1125 00:56:44,776 --> 00:56:46,653 - 여기 맥주 네 병만 주세요 - [종업원1] 네 1126 00:56:46,736 --> 00:56:48,196 교수님,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1127 00:56:48,279 --> 00:56:50,615 아, 괜찮아, 지금 딱 좋아 1128 00:56:50,698 --> 00:56:52,283 [소라] 지금까지 교수님 취하신 모습 1129 00:56:52,367 --> 00:56:54,369 한 번도 못 뵀던 거 같아요 1130 00:56:54,452 --> 00:56:56,788 뭐,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게 내 신조라서 1131 00:56:56,871 --> 00:56:59,374 [사람들의 탄성] 1132 00:56:59,457 --> 00:57:01,876 [태식] 내 신조는 그 가게에 있는 술 다 마시는 건데 1133 00:57:01,960 --> 00:57:03,086 내가 아주 부끄럽구먼 1134 00:57:03,169 --> 00:57:04,295 [태식의 웃음] 1135 00:57:04,379 --> 00:57:06,756 [의사] 세상 남편들이 교수님 반만 돼도 1136 00:57:06,840 --> 00:57:08,925 우리나라 이혼율 반으로 뚝 떨어질 텐데 1137 00:57:09,008 --> 00:57:12,554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은 진짜 노벨 평화상 받으셔야 된다니까요 1138 00:57:12,637 --> 00:57:14,055 [인호가 웃으며] 됐어 1139 00:57:14,139 --> 00:57:18,309 무슨 노벨 평화상은 노벨 평화상… 1140 00:57:18,393 --> 00:57:21,479 [태식] 맞아, 서 교수 와이프 아플 때 간도 떼 줬잖아 1141 00:57:21,563 --> 00:57:23,815 아니, 떼 주려고 했잖아, 안 그래? 1142 00:57:23,898 --> 00:57:25,233 [흥미로운 음악] 1143 00:57:27,026 --> 00:57:30,071 그야 뭐,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1144 00:57:30,780 --> 00:57:34,826 [의사] 부럽다 사모님은 진짜 좋으시겠어요 1145 00:57:34,909 --> 00:57:36,911 [정숙의 웃음] 1146 00:57:38,079 --> 00:57:40,415 [정숙이 요란하게 웃는다] 1147 00:57:42,709 --> 00:57:43,710 [유쾌한 음악] 1148 00:57:43,793 --> 00:57:45,587 [정숙] 아유, 배야 1149 00:57:47,714 --> 00:57:49,424 [정숙이 깔깔 웃는다] 1150 00:57:50,300 --> 00:57:51,926 [태식] 어느 부분이 웃긴 걸까? 1151 00:57:52,010 --> 00:57:52,886 [정숙] 아, 배야 1152 00:57:55,638 --> 00:57:57,140 [태식] 캐릭터 참 독특하네 1153 00:57:58,475 --> 00:57:59,934 [정숙의 헛기침] 1154 00:58:01,436 --> 00:58:02,812 [정숙] 죄송합니다 1155 00:58:02,896 --> 00:58:05,231 제가 오랜만에 술을 마셔 가지고 1156 00:58:05,315 --> 00:58:07,108 기분이 주체가 안 돼서 1157 00:58:07,692 --> 00:58:09,027 죄송합니다 1158 00:58:09,611 --> 00:58:12,155 아줌마! 여기 맥주 두 병 더 주세요 1159 00:58:12,238 --> 00:58:14,365 - [정숙이 큭 웃는다] - [종업원2] 네 1160 00:58:14,449 --> 00:58:16,659 [소라] 교수님 저기 맥주 많은데요 1161 00:58:18,244 --> 00:58:19,287 [숨 들이켜는 소리] 1162 00:58:20,455 --> 00:58:21,998 갑자기 취하고 싶어서 그런다 1163 00:58:22,081 --> 00:58:23,291 [풉 웃는다] 1164 00:58:23,374 --> 00:58:25,168 [사람들의 웃음] 1165 00:58:30,089 --> 00:58:32,467 어, 정민아, 잠깐 얘기 좀 하자 1166 00:58:36,387 --> 00:58:38,389 니 엄마 빨리 집에 보내 1167 00:58:40,600 --> 00:58:42,852 [정민] 아, 왜, 왜 왜 그러시는데요? 1168 00:58:44,687 --> 00:58:45,605 몰라서 물어? 1169 00:58:45,688 --> 00:58:47,649 - [익살스러운 음악] - 지금 술이 꽐라가 돼 가지고! 1170 00:58:47,732 --> 00:58:49,817 [인호] 새로 온 교수하고 시시덕거리질 않나 1171 00:58:49,901 --> 00:58:51,402 사람들 얘기하는데, 뭐 1172 00:58:51,486 --> 00:58:53,696 난데없이 미친 사람마냥 웃어 제껴 가지고 1173 00:58:53,780 --> 00:58:55,406 분위기 싸하게 만들질 않나 1174 00:58:55,490 --> 00:58:57,200 너는 그 꼴을 보고도 1175 00:58:57,283 --> 00:59:00,954 왜 그러시냐는 말이 나와, 인마! 1176 00:59:02,247 --> 00:59:04,290 니 엄마 LT 수술 받은 사람이야 1177 00:59:04,874 --> 00:59:06,751 [인호] 레지던트 하는 것만도 벅찰 텐데 1178 00:59:06,834 --> 00:59:09,879 술까지 마셔서 간 또 망가지면 어떡하려 그래 1179 00:59:09,963 --> 00:59:12,382 [정민] 아, 전 이런 분위기 오랜만이라 1180 00:59:12,465 --> 00:59:15,176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… 1181 00:59:18,012 --> 00:59:21,099 좀 취한 거 같으니까 실수 안 하게 니가 눈치껏 챙겨 1182 00:59:21,182 --> 00:59:22,475 예 1183 00:59:22,559 --> 00:59:24,060 [정민] 먼저… 1184 00:59:27,981 --> 00:59:29,440 [후 내뱉는 소리] 1185 00:59:30,775 --> 00:59:32,902 [북적거리는 소리] 1186 00:59:41,452 --> 00:59:42,370 [정숙의 놀란 숨소리] 1187 00:59:42,453 --> 00:59:45,206 - [정숙] 안녕, 정민아 - [정민의 어색한 웃음] 1188 00:59:47,917 --> 00:59:48,793 [인호] 한잔할까? 1189 00:59:48,876 --> 00:59:50,461 물 좀 드세요 1190 00:59:50,545 --> 00:59:52,380 고마워용 1191 00:59:53,298 --> 00:59:55,466 [정민] 물 많이 드시고 1192 00:59:55,550 --> 00:59:57,135 [작게] 정신 차리세요 1193 00:59:57,218 --> 01:00:00,096 [정숙] 정신 차리라고? 나 멀쩡해 1194 01:00:00,179 --> 01:00:01,514 [정민] 아니, 취하셨잖아요 1195 01:00:01,598 --> 01:00:03,057 [정숙] 안 취했어 1196 01:00:03,141 --> 01:00:04,142 [정민] 아, 술 좀 그만 드세요 1197 01:00:04,225 --> 01:00:06,394 - [소라] 야, 서정민 - [정민] 예 1198 01:00:06,894 --> 01:00:07,895 [소라] 불판 비었잖아 1199 01:00:07,979 --> 01:00:09,105 [흥미로운 음악] 1200 01:00:09,188 --> 01:00:10,607 고기 구워야지 뭐 해? 1201 01:00:13,484 --> 01:00:14,819 [정민] 예 1202 01:00:17,155 --> 01:00:18,906 [정숙] 아니, 선생님 1203 01:00:18,990 --> 01:00:22,035 아니, 고기를 드시고 싶으면 직접 구워 드시지 1204 01:00:22,118 --> 01:00:24,120 - 왜 우리 아… - [정민] 저, 저, 저, 저, 저기요! 1205 01:00:24,203 --> 01:00:26,831 저기요, 예, 예 제가 구울게요, 네 1206 01:00:27,665 --> 01:00:31,586 괜찮습니다, 아, 제가 구울게요 괜찮아요, 예 1207 01:00:31,669 --> 01:00:33,671 제가 잘 구워요, 예 1208 01:00:34,631 --> 01:00:36,507 이, 이모님! 1209 01:00:36,591 --> 01:00:39,344 저, 삼겹살 4인분 추가요 1210 01:00:39,427 --> 01:00:40,845 [종업원] 네 1211 01:00:41,679 --> 01:00:42,597 [코웃음] 1212 01:00:42,680 --> 01:00:46,434 [태식] 근데 차 선생은 일 안 하는 동안 전업주부셨나요? 1213 01:00:47,268 --> 01:00:48,311 아, 네 1214 01:00:48,394 --> 01:00:50,396 [태식] 집에 여유가 있으시네 [웃음] 1215 01:00:50,480 --> 01:00:51,856 남편분은 어떤 일을 하시고? 1216 01:00:51,939 --> 01:00:53,399 [흥미진진한 음악] 1217 01:00:53,483 --> 01:00:55,234 남, 남편이요? 1218 01:00:55,318 --> 01:00:56,277 남편 1219 01:01:09,374 --> 01:01:10,208 죽었어요 1220 01:01:10,291 --> 01:01:11,584 [강렬한 효과음] 1221 01:01:11,668 --> 01:01:13,836 [경쾌한 음악] 1222 01:01:16,214 --> 01:01:18,424 [인호가 쿨럭거린다] 1223 01:01:22,261 --> 01:01:23,763 - 아, 뜨거워 - [정숙] 어, 정민아! 1224 01:02:04,971 --> 01:02:06,264 {\an8}[정숙] 남편이요? 죽었어요 1225 01:02:06,347 --> 01:02:09,016 {\an8}아주 그냥 한참 됐어요 [웃음] 1226 01:02:09,100 --> 01:02:10,685 {\an8}[인호] 정신이 나갔구먼 1227 01:02:10,768 --> 01:02:11,936 {\an8}[애원하며] 여보 1228 01:02:12,019 --> 01:02:14,355 {\an8}[인호] 뻔뻔하게 남편 죽었다고 거짓말 칠 땐 언제고 1229 01:02:14,439 --> 01:02:15,773 {\an8}이럴 때만 뭐, 아쉬운 척이야? 1230 01:02:15,857 --> 01:02:18,735 {\an8}[은서] 요즘 스크린 골프장이 불륜의 온상이라던데 1231 01:02:18,818 --> 01:02:21,320 {\an8}[정숙] 근데 당신, 팔찌 샀어? 1232 01:02:21,404 --> 01:02:24,115 {\an8}[승희] 내가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해서 1233 01:02:24,198 --> 01:02:26,659 {\an8}우리가 친구가 될 순 없잖니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