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1:14,476 --> 00:01:15,811 {\an8}흠 2 00:01:18,897 --> 00:01:21,233 {\an8}여기가 우리 집이다, 들어와 3 00:01:22,776 --> 00:01:25,154 {\an8} 4 00:01:51,055 --> 00:01:53,515 자 여기는 내 비밀 공간 5 00:01:59,104 --> 00:02:02,441 여기 손잡이를 돌리고 이 버튼을 누르면… 6 00:02:30,928 --> 00:02:33,097 자, 어떠냐? 7 00:02:43,065 --> 00:02:44,733 아무것도 없네 8 00:02:46,068 --> 00:02:47,069 이거 봐, 이거 9 00:02:47,152 --> 00:02:48,904 상자 같은 거 옮긴 자국이잖아요 10 00:02:50,030 --> 00:02:51,532 오래된 거 같진 않은데 11 00:02:52,574 --> 00:02:54,159 아이고, 우리 아버지 12 00:02:54,785 --> 00:02:56,954 머리 써서 여기 숨겨 놓은 것 같은데 13 00:02:57,037 --> 00:02:58,872 아무래도 그년한테 또 당했나 보네 14 00:02:59,790 --> 00:03:00,874 참… 15 00:03:00,958 --> 00:03:02,459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16 00:03:02,543 --> 00:03:04,962 자식들한테까지 숨기고 사셨구나 17 00:03:30,946 --> 00:03:32,906 회장님 인사 잘 시켜 드렸어? 18 00:03:33,490 --> 00:03:36,368 너지? 니가 죽였지, 우리 아버지 19 00:03:36,451 --> 00:03:38,036 - 내가 왜? - 돈 다 빼돌리고 20 00:03:38,120 --> 00:03:40,455 우리 아버지 필요 없어지니까 그런 거 아니야 21 00:03:40,539 --> 00:03:41,999 너 그 돈 다 얻다 놔뒀니? 22 00:03:42,082 --> 00:03:43,500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네 23 00:03:44,084 --> 00:03:46,378 아버지 돌아가신 마당에도 돈, 돈… 24 00:03:46,462 --> 00:03:47,838 가여워라, 우리 회장님 25 00:03:47,921 --> 00:03:49,214 개소리 그만하고! 26 00:03:50,382 --> 00:03:52,217 이 집에서 당장 나가 27 00:03:52,301 --> 00:03:54,303 이 집에 너 이제 아무 권한 없어 28 00:03:55,179 --> 00:03:57,347 법적인 거주자인 나를 쫓아내고 싶으면 29 00:03:57,431 --> 00:04:00,809 법원 가서 명도 집행 판결부터 받아 와야지 30 00:04:00,893 --> 00:04:02,853 백 변은 뭔 말인지 알지? 31 00:04:03,520 --> 00:04:04,354 매형, 맞아요? 32 00:04:04,438 --> 00:04:05,647 우리가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 거 아니고? 33 00:04:05,731 --> 00:04:08,692 절차는 필요하지만 어차피 나가셔야 합니다 34 00:04:08,775 --> 00:04:10,402 그건 해 봐야 아는 거고 35 00:04:11,904 --> 00:04:13,655 우리 이제 다 들어올 거예요, 이 집에 36 00:04:13,739 --> 00:04:15,073 - 그래도 있겠다고? - 왜? 37 00:04:15,157 --> 00:04:17,618 우리 한 지붕 아래서 20년 넘게 살았잖아 38 00:04:17,701 --> 00:04:18,952 그 정도면 한식구라며? 39 00:04:19,036 --> 00:04:20,412 - 아니… - 그러시죠 40 00:04:21,371 --> 00:04:23,123 저희 곧 돌아오겠습니다 41 00:04:23,207 --> 00:04:24,583 어디 한번 같이 살아 보시죠 42 00:04:57,950 --> 00:04:58,992 해인아 43 00:05:04,456 --> 00:05:05,332 할아버지… 44 00:05:05,999 --> 00:05:08,835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45 00:05:08,919 --> 00:05:10,420 더 좋았겠다만 46 00:05:11,880 --> 00:05:12,714 이렇게라도 47 00:05:13,382 --> 00:05:14,258 내 얘기를 48 00:05:14,341 --> 00:05:17,052 남길 수 있어 기쁘구나 49 00:05:18,220 --> 00:05:19,263 고맙다 50 00:05:25,143 --> 00:05:28,897 하루에 볕 잠깐 드는 지하방처럼 51 00:05:28,981 --> 00:05:32,734 내 정신이 아주 잠깐씩 돌아오는데 52 00:05:33,443 --> 00:05:37,281 그때마다 난 많은 걸 생각해 낼 수가 없구나 53 00:05:38,448 --> 00:05:43,245 기억나는 것도 없고 그냥 후회만 한다 54 00:05:44,246 --> 00:05:47,082 평생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55 00:05:47,165 --> 00:05:49,042 모은 돈 안 뺏기려고 56 00:05:49,126 --> 00:05:52,546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발악을 했지 57 00:05:52,629 --> 00:05:56,800 {\an8}그러느라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써 버렸어 58 00:06:00,012 --> 00:06:02,055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… 59 00:06:02,139 --> 00:06:03,640 나는 60 00:06:04,516 --> 00:06:07,519 내가 잘못 살았다는 이 고백을 61 00:06:08,145 --> 00:06:11,064 {\an8}너희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구나 62 00:06:11,148 --> 00:06:12,691 {\an8}"선대 회장 홍만대의 관" 63 00:06:12,774 --> 00:06:16,611 너희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기 바란다 64 00:06:18,155 --> 00:06:19,072 그리하여 65 00:06:20,073 --> 00:06:23,493 허무하지 않은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66 00:06:23,577 --> 00:06:25,412 진심으로 바란다 67 00:06:32,711 --> 00:06:34,254 아빠… 68 00:06:42,804 --> 00:06:44,473 아빠 69 00:06:49,144 --> 00:06:50,896 아빠… 70 00:07:16,004 --> 00:07:18,173 모두들 사랑한다 71 00:07:19,216 --> 00:07:20,050 그리고… 72 00:07:22,844 --> 00:07:24,012 {\an8}미안했다 73 00:07:34,147 --> 00:07:36,817 엄마, 입맛 없어도 이거 따듯할 때 좀 드셔야 돼요 74 00:07:58,338 --> 00:08:00,799 추우면 차에 들어가 있을래? 75 00:08:00,882 --> 00:08:01,717 아니 76 00:08:10,767 --> 00:08:11,935 나 지금 77 00:08:12,602 --> 00:08:14,020 기분이 되게 묘해 78 00:08:15,105 --> 00:08:17,858 무대 올라가기 전 리허설하는 느낌이랄까? 79 00:08:17,941 --> 00:08:19,234 리허설? 80 00:08:20,444 --> 00:08:21,445 죽음 리허설? 81 00:08:30,036 --> 00:08:31,037 죽음이라는 게 82 00:08:31,955 --> 00:08:33,373 참 구체적인 의식이네 83 00:08:34,249 --> 00:08:37,961 온 가족이 와서 땅 파고 거기 관 묻고 84 00:08:38,044 --> 00:08:41,923 간이 천막 아래서 국밥 먹거나 무덤가에서 울다가 85 00:08:42,841 --> 00:08:44,050 시간 되면 86 00:08:44,843 --> 00:08:47,220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87 00:08:49,806 --> 00:08:51,224 결국 나만 혼자 남겠지 88 00:08:56,271 --> 00:08:59,608 알잖아, 병원에서 선고했던 석 달 89 00:09:00,400 --> 00:09:01,401 벌써 지나간 거 90 00:09:04,863 --> 00:09:07,866 오늘 밤 당장 내가 죽어도 이상하진 않은데 91 00:09:08,700 --> 00:09:11,495 이 와중에 나까지 죽어 버리면 우리 집 줄초상이잖아 92 00:09:12,454 --> 00:09:13,288 그건 좀 93 00:09:13,955 --> 00:09:15,874 집안 이미지상 그렇지 않나? 94 00:09:16,875 --> 00:09:17,709 그래서 95 00:09:19,586 --> 00:09:21,046 그 걱정 하고 있었다고? 96 00:09:21,671 --> 00:09:23,715 줄초상 나면 어떡하나? 97 00:09:25,592 --> 00:09:26,426 아니지 98 00:09:30,138 --> 00:09:32,390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지 99 00:09:42,150 --> 00:09:43,944 이렇게 햇살도 눈부시고 100 00:09:44,611 --> 00:09:47,447 구름도 몽글몽글하고 새까지 막 이쁘게 지저귀고 101 00:09:49,366 --> 00:09:52,410 세상이 사람 약 올리는 것처럼 좋기만 한데… 102 00:09:57,040 --> 00:09:58,625 나도 살고 싶지 103 00:11:20,832 --> 00:11:21,708 {\an8} 104 00:11:44,606 --> 00:11:46,149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? 105 00:12:07,337 --> 00:12:10,090 {\an8}자 여기는 내 비밀 공간 106 00:12:12,050 --> 00:12:14,094 {\an8} 107 00:12:14,594 --> 00:12:17,806 여기 손잡이를 돌리고 이 버튼을 누르면… 108 00:12:24,354 --> 00:12:25,438 고마워요, 회장님 109 00:12:28,817 --> 00:12:30,151 말했지? 110 00:12:30,235 --> 00:12:32,445 난 내 방식으로 널 사랑했다고 111 00:12:38,868 --> 00:12:40,578 {\an8}이 돈이 널 지켜 줄 거다 112 00:12:49,421 --> 00:12:51,423 가뜩이나 해인이 몸도 안 좋은데 113 00:12:51,506 --> 00:12:53,049 아버지까지 그렇게 되시고 114 00:12:53,133 --> 00:12:56,636 우리 사돈 양반도 참 속이 속이 아니겄다 115 00:12:57,554 --> 00:12:59,264 예, 근데 116 00:12:59,347 --> 00:13:02,058 뭐, 어쨌든 그 홍 회장님 돌아가시면서 상황이 117 00:13:02,142 --> 00:13:04,144 사돈댁에 유리하게 돌아간 건 있어요 118 00:13:04,686 --> 00:13:06,229 - 아, 그랴? - 아… 119 00:13:06,896 --> 00:13:08,773 아버지, 봐 봐요 120 00:13:09,858 --> 00:13:10,900 봐 봐요, 이게 121 00:13:10,984 --> 00:13:13,653 홍 회장님 지분 21%가 원래는 그 122 00:13:13,737 --> 00:13:15,822 모슬희라는 여자한테 위임이 돼 있었거든요? 123 00:13:15,905 --> 00:13:17,699 근데 회장님이 돌아가시면서 그게 124 00:13:17,782 --> 00:13:20,660 - 우리 사돈댁으로 가게 된 거죠 - 아… 125 00:13:20,744 --> 00:13:24,789 그리고 현재 윤은성이네는 지분이 총 59.1%였다가 126 00:13:24,873 --> 00:13:27,751 이게 38.1% 정도로 줄어들었고요 127 00:13:27,834 --> 00:13:31,463 사돈댁은 연대 보증에 동결돼 있는 이 지분만 풀리면은 128 00:13:31,546 --> 00:13:33,757 지분이 총 34.7% 129 00:13:33,840 --> 00:13:35,049 - 오 - 그러면 130 00:13:35,133 --> 00:13:37,177 이 둘의 지분 차이는 3.4%? 131 00:13:37,260 --> 00:13:39,012 - 야, 이게 박빙이네? - 그렇죠 132 00:13:39,095 --> 00:13:40,847 아, 근데 넌 어떻게 이런 걸 이렇게 잘 아는 겨? 133 00:13:40,930 --> 00:13:42,515 - 아, 제가 그, 클럽 멤버라 - 뭔 클럽? 134 00:13:42,599 --> 00:13:44,976 퀸즈 소액 주주 클럽 저희 클럽 멤버들도 135 00:13:45,059 --> 00:13:47,645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136 00:13:47,729 --> 00:13:49,272 아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요 137 00:13:49,355 --> 00:13:50,899 뭔… 138 00:13:50,982 --> 00:13:52,567 곤두세울 것도 많다 139 00:13:52,650 --> 00:13:55,612 근데 이 시점에서 좀 세속적인 질문이긴 한데요 140 00:13:55,695 --> 00:13:56,780 우리 현우 141 00:13:56,863 --> 00:13:58,656 - 어떻게 될까요, 아버지? - 아, 뭐가 어떻게 돼야 142 00:13:58,740 --> 00:14:01,242 아이, 솔직히 그 집 망한 다음에 우리 현우가 143 00:14:01,326 --> 00:14:04,078 이렇게 헌신적으로다가 뒷바라지를 다 해 줬는데 144 00:14:04,162 --> 00:14:05,955 잘되고 나면은 뭐가 있지 않을까 145 00:14:06,039 --> 00:14:08,249 뭐, 지분이라든지 아니면 우리 현우 나중에 146 00:14:08,333 --> 00:14:10,710 이사 말고 뭐, 사장 자리 하나 떡, 응? 147 00:14:12,462 --> 00:14:13,630 아버지는 148 00:14:14,297 --> 00:14:17,717 너한테 크게 바라는 건 없고 하나만 해 줄 수 있겄냐? 149 00:14:18,301 --> 00:14:20,678 예, 뭐, 뭔데요? 150 00:14:21,387 --> 00:14:24,098 어디 가서 누가 니 아버지냐 그러면은 151 00:14:24,182 --> 00:14:26,476 내 이름만은 대지 말아 주라 152 00:14:27,477 --> 00:14:28,686 에이 153 00:14:28,770 --> 00:14:29,896 왜요? 154 00:14:30,647 --> 00:14:32,857 응? 아버지, 같이 가 155 00:14:42,158 --> 00:14:43,785 그동안 신세를 너무 졌습니다 156 00:14:43,868 --> 00:14:46,037 아이고, 별말씀을요 157 00:14:47,539 --> 00:14:50,208 서울 가시면 좋은 일들만 생길 겁니다 158 00:14:51,751 --> 00:14:53,461 그럴까요? 159 00:15:04,764 --> 00:15:05,598 저기 160 00:15:06,724 --> 00:15:09,519 이 감 말입니다 161 00:15:09,602 --> 00:15:11,980 이게 원래 엄청 떫었거든요 162 00:15:12,063 --> 00:15:14,899 근디 떫어서 입도 못 대는 쓰디쓴 감을 163 00:15:14,983 --> 00:15:17,277 - 단감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어요 - 뭔데요? 164 00:15:17,360 --> 00:15:19,279 '땡감 우리기'라는 건데요 165 00:15:20,155 --> 00:15:22,949 이 감 꼭다리에다가 소주를 좀 부어 놓잖아요? 166 00:15:23,032 --> 00:15:26,744 그래 가지고 아랫목에 이불 딱 덮어 갖고 좀 놔두면은 167 00:15:26,828 --> 00:15:27,745 이렇게 달아져요 168 00:15:28,580 --> 00:15:29,414 어… 169 00:15:29,497 --> 00:15:30,623 아 170 00:15:30,707 --> 00:15:32,834 저기, 한번 드셔 보셔요 171 00:15:38,131 --> 00:15:38,965 다네요 172 00:15:41,968 --> 00:15:43,136 이놈의 인생도요 173 00:15:43,219 --> 00:15:46,055 이 땡감처럼 쓰고 떫고 그러죠 174 00:15:47,849 --> 00:15:49,392 아이,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겄는데 175 00:15:49,475 --> 00:15:51,769 거기에 쓴 쐬주까지 확 부어지면 뭐… 176 00:15:51,853 --> 00:15:54,606 아이고, 더는 못 살겄다 싶죠 177 00:15:54,689 --> 00:15:56,691 근디 걍 버티다 보믄 178 00:15:56,774 --> 00:16:00,570 어느 순간 또 달아지고 그 힘 받아서 또 살고 179 00:16:00,653 --> 00:16:01,946 뭐, 그런 거 아니겄습니까? 180 00:16:04,908 --> 00:16:06,242 - 네 - 예 181 00:16:07,994 --> 00:16:10,330 어? 야, 야, 야 너도 일로 와서 한잔해라 182 00:16:10,413 --> 00:16:11,623 아, 예 183 00:16:15,752 --> 00:16:17,378 독일에서 온 전화인데… 184 00:16:17,462 --> 00:16:18,504 잠시만요 185 00:16:20,506 --> 00:16:21,549 여보세요? 186 00:16:24,636 --> 00:16:27,555 이번 저희 연구 팀에서 개발한 종양 제거술은 187 00:16:27,639 --> 00:16:31,226 특수 초음파 C2R과 마이크로 버블을 이용하는데 188 00:16:31,309 --> 00:16:33,853 이는 홍해인 씨처럼 189 00:16:33,937 --> 00:16:35,855 종양이 광범위하게 퍼져서 190 00:16:35,939 --> 00:16:38,274 뇌를 여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적합합니다 191 00:16:38,358 --> 00:16:40,610 완치는 장담할 수 없지만 192 00:16:40,693 --> 00:16:43,154 최근에 비슷한 환자가 수술을 받았는데 193 00:16:43,238 --> 00:16:45,323 예후가 꽤 성공적입니다 194 00:16:45,406 --> 00:16:46,407 그런데… 195 00:16:49,577 --> 00:16:52,664 아이, 그러니께 수술을 받을 수 있다, 이 말이여? 196 00:16:52,747 --> 00:16:53,748 네 197 00:16:55,875 --> 00:16:56,876 아이고, 아버지 198 00:16:56,960 --> 00:16:59,045 해인이 케이스가 힘들었던 게 199 00:16:59,128 --> 00:17:02,048 뇌를 직접 열어서 하는 수술을 할 수가 없었던 건데요 200 00:17:02,131 --> 00:17:03,508 고강도 초음파로 201 00:17:03,591 --> 00:17:05,218 종양 세포를 파괴하는 202 00:17:05,885 --> 00:17:07,971 그런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해요 203 00:17:08,054 --> 00:17:09,889 최근 사례도 꽤 성공적이고요 204 00:17:09,973 --> 00:17:11,849 됐다, 됐어, 인자 되었다, 어 205 00:17:11,933 --> 00:17:14,394 고맙네, 백 서방, 해인이도 아나? 206 00:17:14,477 --> 00:17:15,979 - 해인이한테 얘기해야지 - 그런데 207 00:17:17,355 --> 00:17:18,356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208 00:17:21,442 --> 00:17:24,737 아우, 야, 해인아 이게 꿈이니, 생시니 209 00:17:24,821 --> 00:17:26,114 아우, 우리 아버지가 210 00:17:26,197 --> 00:17:29,075 하늘 가시자마자 이런 선물을 주시나 보다 211 00:17:29,158 --> 00:17:29,993 정말? 212 00:17:30,868 --> 00:17:31,786 수술할 수 있대? 213 00:17:31,869 --> 00:17:32,787 네 214 00:17:35,039 --> 00:17:36,207 아, 누나, 진짜 잘됐다 215 00:17:36,291 --> 00:17:37,417 시상에 216 00:17:37,500 --> 00:17:39,752 이라고 감사할 수가 있을까요이 217 00:17:39,836 --> 00:17:43,339 축하합니다 아가, 축하한다이 218 00:18:43,983 --> 00:18:46,027 연락을 어떻게 받은 거야? 이메일? 전화? 219 00:18:46,110 --> 00:18:47,278 화상 미팅 같은 걸로 했나? 220 00:18:47,362 --> 00:18:48,446 전화를 받았어 221 00:18:48,529 --> 00:18:49,364 전화? 222 00:18:51,032 --> 00:18:54,327 보이스 피싱 이런 건 아니겠지? 막 사기라든가 223 00:18:54,410 --> 00:18:55,244 그런 거 아니야 224 00:18:55,328 --> 00:18:56,245 음… 225 00:18:56,954 --> 00:18:58,039 알겠어, 자 226 00:18:59,957 --> 00:19:00,833 근데 227 00:19:00,917 --> 00:19:02,168 그 수술이라는 게 228 00:19:02,251 --> 00:19:04,504 나 같은 희귀 케이스에도 맞다는 게 확실한 거지? 229 00:19:04,587 --> 00:19:06,547 응, 맞아 230 00:19:07,215 --> 00:19:08,049 맞구나 231 00:19:11,719 --> 00:19:12,637 날짜는? 232 00:19:12,720 --> 00:19:14,222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하지 그랬어 233 00:19:14,305 --> 00:19:15,348 말했어 234 00:19:16,391 --> 00:19:17,392 됐네, 그럼 235 00:19:27,819 --> 00:19:29,070 그러니까 236 00:19:29,654 --> 00:19:31,239 수술받으면 237 00:19:33,116 --> 00:19:33,950 나 산다는 거지? 238 00:19:37,203 --> 00:19:38,538 해인이도 아나? 239 00:19:38,621 --> 00:19:40,039 해인이한테 얘기해야지 240 00:19:40,123 --> 00:19:40,957 그런데 241 00:19:42,166 --> 00:19:43,334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242 00:19:43,418 --> 00:19:45,670 종양 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243 00:19:45,753 --> 00:19:48,172 - 해마 일부의 손상이 불가피한데… - 그럼? 244 00:19:49,799 --> 00:19:51,217 장기 기억들이 245 00:19:53,469 --> 00:19:55,388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246 00:19:57,598 --> 00:19:58,724 야, 그게 247 00:19:59,392 --> 00:20:00,643 그, 뭔, 뭔 소리냐 248 00:20:01,269 --> 00:20:03,104 수술 전의 기억을 다 249 00:20:04,480 --> 00:20:05,815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250 00:20:13,698 --> 00:20:15,074 그렇지만 지금으로선 251 00:20:15,658 --> 00:20:16,784 해인이가 살려면 252 00:20:17,368 --> 00:20:18,744 이 수술밖에 답이 없어요 253 00:20:19,328 --> 00:20:21,414 해인이 백혈구 수치가 쉽게 올라오지 않아서 254 00:20:21,497 --> 00:20:23,833 원래 하려던 임상 치료도 불가능한데 255 00:20:24,792 --> 00:20:26,169 이제 정말 시간이 없거든요 256 00:20:26,252 --> 00:20:28,212 그런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면 257 00:20:29,755 --> 00:20:32,258 해인이는 수술받으러 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… 258 00:20:32,884 --> 00:20:33,801 아이, 그러다가 259 00:20:35,094 --> 00:20:37,221 시기 놓치면 안 되는 거 아니여? 260 00:20:38,306 --> 00:20:39,140 백 서방 261 00:20:40,266 --> 00:20:42,059 부작용까진 얘기하지 말고 262 00:20:42,143 --> 00:20:44,020 일단은 해인이랑 독일을 가서 263 00:20:44,604 --> 00:20:46,647 자네가 좀 설득을 해 보는 게 어떨까 264 00:20:47,899 --> 00:20:49,025 부탁하네 265 00:20:49,692 --> 00:20:53,362 일단은 수술받고 사는 게 먼저 아닌가 266 00:20:53,946 --> 00:20:55,615 살 수 있다는 거지? 그 수술 받으면 267 00:20:57,783 --> 00:20:59,076 왜? 268 00:21:02,663 --> 00:21:03,748 살 수 있어 269 00:21:05,249 --> 00:21:06,459 걱정 마 270 00:21:12,256 --> 00:21:13,299 그래, 알겠어 271 00:21:14,467 --> 00:21:15,301 잘 자 272 00:21:47,208 --> 00:21:48,334 해인아 273 00:22:04,141 --> 00:22:05,560 아니 274 00:22:06,852 --> 00:22:08,854 나 괜찮아, 괜찮은데 275 00:22:09,647 --> 00:22:12,400 이렇게 괜찮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 276 00:22:12,483 --> 00:22:15,361 우는 거야, 너무 좋아 가지고… 277 00:22:18,739 --> 00:22:19,865 그래, 알아 278 00:22:23,786 --> 00:22:25,538 나쁜 꿈을 279 00:22:27,081 --> 00:22:29,292 오래 꾸다 깬 거 같은 기분이야 280 00:22:38,551 --> 00:22:39,552 그래 281 00:22:43,306 --> 00:22:44,598 이제 괜찮아 282 00:23:12,752 --> 00:23:14,128 그만 들어가 자자 283 00:24:56,689 --> 00:24:57,857 굿 모닝 284 00:24:59,483 --> 00:25:00,401 굿 모닝 285 00:25:00,484 --> 00:25:02,319 오늘까지 회사 안 가도 되지? 286 00:25:05,364 --> 00:25:06,198 응 287 00:25:07,450 --> 00:25:08,617 그럼 나랑 놀자 288 00:25:13,205 --> 00:25:14,165 그래, 놀자 289 00:25:31,140 --> 00:25:32,016 두 명이요 290 00:25:34,435 --> 00:25:35,478 자… 291 00:25:42,985 --> 00:25:43,819 으흠 292 00:25:52,244 --> 00:25:54,288 {\an8}- 293 00:26:01,712 --> 00:26:03,631 - 좋았어, 좋았어 - 어? 294 00:26:25,069 --> 00:26:28,030 우리 신혼여행 말고 그냥 놀러 온 거 처음이지? 295 00:26:28,113 --> 00:26:29,990 그러네 296 00:26:30,074 --> 00:26:32,201 내가 너무 워라밸에 신경을 못 쓰고 살았어 297 00:26:32,785 --> 00:26:36,038 나 수술받고 오면 앞으로 우리 많이 놀러 다니자 298 00:26:37,122 --> 00:26:38,332 약속 299 00:26:40,668 --> 00:26:41,835 그래 300 00:27:11,740 --> 00:27:12,658 있잖아 301 00:27:12,741 --> 00:27:15,703 난 수술하러 갈 때 뭔가 걸리는 게 없었으면 좋겠거든 302 00:27:15,786 --> 00:27:16,829 알지? 303 00:27:16,912 --> 00:27:18,872 난 걸리는 게 싫어서 생과일주스도 착즙으로만 먹는 거 304 00:27:20,708 --> 00:27:22,876 알지, 뭐가 걸리는데? 305 00:27:24,003 --> 00:27:26,046 내가 작정하고 속인 건 아니지만 306 00:27:26,130 --> 00:27:28,173 어쩌다 보니 비밀이 된 게 세 가지가 있어 307 00:27:28,257 --> 00:27:29,300 세 가지나 있어? 308 00:27:29,383 --> 00:27:30,884 가기 전에 하나씩 털고 가려고 해 309 00:27:31,468 --> 00:27:33,220 일단 오늘은 한 개만 알려 줄게 310 00:27:34,638 --> 00:27:35,723 말해 봐, 뭔데? 311 00:27:36,307 --> 00:27:37,391 당신 312 00:27:38,601 --> 00:27:40,769 이 MP3 주웠다고 했잖아 313 00:27:41,353 --> 00:27:42,187 어 314 00:27:42,896 --> 00:27:43,731 내 거야 315 00:27:44,648 --> 00:27:45,482 어? 316 00:27:45,566 --> 00:27:47,860 여기 이 'H' 317 00:27:47,943 --> 00:27:49,403 해인의 'H'라고 318 00:27:49,486 --> 00:27:50,487 내가 유학 가던 날 319 00:27:50,571 --> 00:27:53,741 학교 운동장에서 잃어버렸던 MP3가, 어머! 320 00:27:53,824 --> 00:27:54,825 여기 있네 321 00:28:00,873 --> 00:28:01,707 설마! 322 00:28:01,790 --> 00:28:03,542 설마가 사람 잡았어 323 00:28:10,716 --> 00:28:11,884 말도 안 돼 324 00:28:11,967 --> 00:28:14,887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사이에 일어나 버렸다고 325 00:28:17,389 --> 00:28:19,224 당신에게 난 기억도 안 나는 326 00:28:19,308 --> 00:28:21,352 무수히 스쳐 간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327 00:28:21,435 --> 00:28:22,519 큰 의미는 없었겠지만 328 00:28:23,270 --> 00:28:24,980 아니, 그게 아니고 329 00:28:26,231 --> 00:28:27,066 내 말 들어 봐 330 00:28:27,149 --> 00:28:28,442 - 나 사실… - 으음 331 00:28:28,525 --> 00:28:29,735 쫄지 마 332 00:28:29,818 --> 00:28:31,403 혼내는 거 아니야, 왜? 333 00:28:31,487 --> 00:28:33,530 난 어제의 홍해인이 아니거든 334 00:28:34,823 --> 00:28:36,200 난 곧 다시 태어날 거잖아? 335 00:28:39,036 --> 00:28:43,415 앞으론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고 모든 일의 좋은 면만 보려고 336 00:28:46,585 --> 00:28:47,419 그래? 337 00:28:48,003 --> 00:28:48,879 응 338 00:28:48,963 --> 00:28:51,715 이 MP3는 우리 역사의 산증인 같은 거잖아 339 00:28:51,799 --> 00:28:54,635 바로 그 긍정적인 사실에만 집중하려고 해 340 00:29:00,391 --> 00:29:01,225 좋네 341 00:29:02,351 --> 00:29:04,561 솔직히 윤은성이 뭐, 옛날에 342 00:29:04,645 --> 00:29:06,230 지가 나를 구해 줬니 어쩌니 하면서 343 00:29:06,313 --> 00:29:08,816 자꾸만 운명적인 서사로 엮으려고 하기도 했었는데 344 00:29:08,899 --> 00:29:09,733 뭐, 운명? 345 00:29:11,193 --> 00:29:12,027 참… 346 00:29:12,111 --> 00:29:13,779 아이,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야? 347 00:29:13,862 --> 00:29:14,905 아, 얻다 대고, 참… 348 00:29:14,989 --> 00:29:18,659 왜, 이제 우리한테도 생겼잖아 영화 같은 서사 349 00:29:18,742 --> 00:29:21,370 나 그때 그 운동장에서 350 00:29:27,710 --> 00:29:30,254 '이렇게 잘생긴 애가 우리 학교에 있었나?' 351 00:29:31,255 --> 00:29:33,090 '이런 애를 두고 떠나야 하다니…' 352 00:29:33,841 --> 00:29:34,758 '원통하다' 353 00:29:35,300 --> 00:29:36,844 그런 생각 잠깐 했었단 말이야 354 00:29:38,095 --> 00:29:39,596 검정색 단화 355 00:29:39,680 --> 00:29:40,764 응? 356 00:29:40,848 --> 00:29:41,807 너 357 00:29:43,308 --> 00:29:44,643 검정색 단화 신고 있었어 358 00:29:45,602 --> 00:29:47,062 흰색 양말에 359 00:29:47,896 --> 00:29:49,690 피부는 엄청 하얬고 360 00:29:50,733 --> 00:29:54,570 머리는 요 정도 위로 묶고 있었고… 361 00:29:55,195 --> 00:29:58,365 그때 포니테일을 즐겨 하긴 했는데… 362 00:29:58,449 --> 00:30:00,242 내가 너 딱 보고 363 00:30:01,076 --> 00:30:02,119 '만났다' 364 00:30:02,786 --> 00:30:03,954 '천년의 이상형' 365 00:30:06,331 --> 00:30:09,084 그래 가지고 다음 날부터 너 찾으러 돌아다녔다고 366 00:30:10,085 --> 00:30:12,046 너무 순식간이라 명찰을 못 봐 가지고 367 00:30:13,005 --> 00:30:13,839 정말? 368 00:30:13,922 --> 00:30:15,090 응 369 00:30:15,174 --> 00:30:16,967 근데 무슨 신데렐라도 아니고 370 00:30:17,051 --> 00:30:20,345 MP3 하나만 달랑 놓고 사라졌으니 내가 돌아 버리지 371 00:30:21,430 --> 00:30:22,723 그랬던 우리가 372 00:30:22,806 --> 00:30:25,726 이렇게 다시 만나서 결혼도 하고 373 00:30:26,769 --> 00:30:29,521 물론 이혼도 했지만, 아무튼 374 00:30:30,189 --> 00:30:34,193 이런 게 진짜 역대급 운명 서사라고 375 00:30:34,276 --> 00:30:35,110 그래 376 00:30:35,778 --> 00:30:38,739 난 당신 천년의 이상형이기도 하고 377 00:30:38,822 --> 00:30:40,491 운명이기도 하니까 378 00:30:40,574 --> 00:30:41,575 앞으로… 379 00:30:47,331 --> 00:30:48,415 '앞으로' 380 00:30:50,459 --> 00:30:52,419 란 말이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 381 00:30:54,713 --> 00:30:55,798 아… 382 00:30:56,381 --> 00:30:57,549 아, 울컥하네 383 00:31:04,640 --> 00:31:07,601 당신의 '앞으로'에 내가 없을 예정이었는데 384 00:31:08,852 --> 00:31:10,479 이젠 우리의 '앞으로'가 생겼잖아 385 00:31:19,696 --> 00:31:20,531 그래서 말인데… 386 00:31:29,540 --> 00:31:31,458 당신의 이혼 취소 요청을 받아들일게 387 00:31:41,260 --> 00:31:42,636 뭐야, 표정이 왜 그래? 388 00:31:53,438 --> 00:31:54,439 무르기 없다 389 00:31:55,023 --> 00:31:56,441 나 백화점 사장이야 390 00:31:56,525 --> 00:31:58,193 무르기, 반품, 환불 391 00:31:58,277 --> 00:32:00,195 이런 거 제일 질색인 사람인 거 몰라? 392 00:32:02,614 --> 00:32:04,575 어느 날 니가 눈을 떴는데 393 00:32:05,826 --> 00:32:07,327 내가 그냥 싫어도 394 00:32:08,620 --> 00:32:10,581 이 약속은 무를 수가 없는 거라고 395 00:32:11,206 --> 00:32:15,002 단순 변심은 환불 사유가 안 돼요 그건 기본이지 396 00:32:19,423 --> 00:32:20,924 우리가 또 397 00:32:22,092 --> 00:32:24,094 죽기 살기로 싸워서 398 00:32:24,970 --> 00:32:26,221 꼴도 보기 싫어져도 399 00:32:27,139 --> 00:32:28,473 나중에 니가 400 00:32:28,557 --> 00:32:31,143 지금 이 약속이 기억이 나네 안 나네 해도 401 00:32:31,226 --> 00:32:32,394 소용없어 402 00:32:33,395 --> 00:32:34,855 내가 니 옆에 있기로 한 거야 403 00:32:34,938 --> 00:32:36,815 알겠다고, 좋다고, 그러겠다고 404 00:32:39,234 --> 00:32:40,152 그니까 그만 떠들어 405 00:32:50,621 --> 00:32:53,540 나 이렇게 가만히 406 00:32:54,708 --> 00:32:57,669 당신 심장 소리만 듣고 있을 때가 좋단 말이야 407 00:33:27,241 --> 00:33:29,243 제가 계산을 해 봤어요 408 00:33:29,326 --> 00:33:32,037 5%, 450억 정도 되더라고요 409 00:33:32,120 --> 00:33:33,747 우수리 떼고 400억 410 00:33:33,830 --> 00:33:36,625 현금으로 주실까 해서 밖에 차도 불러 놨고요 411 00:33:36,708 --> 00:33:38,252 - 큰 걸로 - 빚 받으러 왔어? 412 00:33:38,335 --> 00:33:39,294 음… 413 00:33:39,378 --> 00:33:42,089 이런 말씀 좀 싸가지 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414 00:33:42,172 --> 00:33:43,548 저희 히스토리가 415 00:33:43,632 --> 00:33:46,260 지금 제 태도를 만든 게 아닐까요? 416 00:33:46,343 --> 00:33:49,972 제가 일은 다 해 놓고 뒤통수를 몇 번 맞다 보니까 417 00:34:00,816 --> 00:34:01,775 확인해 418 00:34:09,950 --> 00:34:13,245 일, 십, 백, 천, 만 십만, 백만, 천만, 억, 십… 419 00:34:15,372 --> 00:34:17,207 여사님, 존경합니다 420 00:34:17,291 --> 00:34:20,294 공작 같은 미모에 뱀 같은 언변 사자의 카리스마 421 00:34:20,377 --> 00:34:22,754 그게 한 사람한테 다 있기가 어려운데 422 00:34:22,838 --> 00:34:26,258 저는 인생 여사님처럼 그렇게 똑 부러지게 살고 싶어요 423 00:34:26,341 --> 00:34:28,427 - 지급 정지 걸어 놨어 - 네? 424 00:34:28,510 --> 00:34:31,096 그 통장에 돈 말이야 내가 풀어 줘야 쓸 수 있다고 425 00:34:31,179 --> 00:34:32,180 여사님! 426 00:34:32,973 --> 00:34:35,600 우리의 히스토리가 지금의 내 태도를 만들었다 427 00:34:35,684 --> 00:34:38,854 그렇게 생각해 나도 뒤통수를 몇 번 맞아서 428 00:34:38,937 --> 00:34:41,023 - 아니… - 내가 '됐다' 할 때까지 429 00:34:41,106 --> 00:34:42,733 시키는 대로 잘해 주면 430 00:34:42,816 --> 00:34:44,693 그때 풀어 줄게, 다 가져 431 00:34:44,776 --> 00:34:45,777 어머… 432 00:34:46,570 --> 00:34:47,988 똑 부러진다, 진짜 433 00:34:50,240 --> 00:34:51,325 엄마! 434 00:34:51,408 --> 00:34:54,328 이게 웬 난리야 아직 김장 때도 아닌데! 435 00:34:54,411 --> 00:34:56,872 아, 해인이네 서울 간다는디 줄 거는 없고 436 00:34:56,955 --> 00:34:58,665 배즙 짠 거랑 김치 좀 줄라고 437 00:34:58,749 --> 00:35:00,584 이게 좀이 아닌데? 438 00:35:00,667 --> 00:35:03,211 아, 이왕 한 김에 이 집 저 집 노나 먹을라 그라제 439 00:35:03,295 --> 00:35:04,629 동네 할매들도 좀 갖다드리고 440 00:35:04,713 --> 00:35:06,340 아, 그렇다고 이걸 언제 다 해? 441 00:35:06,423 --> 00:35:08,467 아, 그럼 장갑을 끼든가! 442 00:35:08,550 --> 00:35:10,844 아니, 난 손이 재산이라서… 443 00:35:10,927 --> 00:35:13,138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444 00:35:13,221 --> 00:35:15,766 - 무채 썰까요? - 오, 그래 주면 고맙제 445 00:35:19,269 --> 00:35:21,313 왐마, 손이 겁나 빨라야 446 00:35:23,190 --> 00:35:24,941 연장 좀 쓸 줄 아는고마이 447 00:35:27,069 --> 00:35:30,697 암튼 칼질부터가 일반인하고는 좀 다르더라고 448 00:35:32,032 --> 00:35:33,867 그리고 깡도 보통이 아니야 449 00:35:33,950 --> 00:35:35,035 왜? 450 00:35:43,377 --> 00:35:44,378 얘 451 00:35:44,461 --> 00:35:46,755 니가 이러면 내가 다시 식구로 받을 거 같니? 452 00:35:47,297 --> 00:35:49,257 저도 식구로 눌러앉을 생각은 없고요 453 00:35:49,341 --> 00:35:51,343 제 할 일 하고 나면 갈 길 갈 거예요 454 00:35:52,052 --> 00:35:53,637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, 어머니 455 00:35:54,221 --> 00:35:56,473 눌러앉을 생각 없다면서 '어머니, 어머니' 456 00:35:56,556 --> 00:35:58,850 약 올리니? 그렇게 부르지 마 457 00:35:59,851 --> 00:36:00,727 그건 하고 싶은데… 458 00:36:02,437 --> 00:36:03,271 뭐? 459 00:36:04,606 --> 00:36:06,900 제가 '어머니'라고 불러 본 사람은 460 00:36:06,983 --> 00:36:09,820 어머니가 처음이거든요 그건 그냥 부르게 해 주세요 461 00:36:15,075 --> 00:36:16,159 무요 462 00:36:17,285 --> 00:36:19,037 - 어, 어, 다 했어? - 뭐 또 갖다드릴까요? 463 00:36:19,121 --> 00:36:19,955 아니야, 아니야, 아니야, 아니야 464 00:36:21,373 --> 00:36:22,207 파를 안 썰었네? 465 00:36:26,461 --> 00:36:28,004 대박 466 00:36:28,088 --> 00:36:30,841 - 난 좀 호감 - 왜요? 467 00:36:30,924 --> 00:36:33,969 아니, 시어머니한테 전혀 안 쫄고 한 방 날리는 468 00:36:34,052 --> 00:36:35,762 그 점이 난 참 맘에 드네 469 00:36:41,476 --> 00:36:42,894 아, 올케 470 00:36:42,978 --> 00:36:45,397 이리 와, 안 그래도 471 00:36:45,480 --> 00:36:48,024 수술 소식 듣고 다들 축하한다고… 472 00:36:48,108 --> 00:36:49,067 아유, 너무 잘됐다 473 00:36:49,151 --> 00:36:50,527 - 다행이야 - 잘됐어요 474 00:36:51,278 --> 00:36:52,112 감사합니다 475 00:36:52,863 --> 00:36:53,697 근데 476 00:36:55,240 --> 00:36:56,992 뭐 하세요? 477 00:36:57,075 --> 00:37:01,204 아, 이런 거 해 봤어? 봉숭아 물 들이는 거 478 00:37:02,038 --> 00:37:02,873 아니요 479 00:37:02,956 --> 00:37:04,458 아유, 왜 그런 말 있잖아요 480 00:37:04,541 --> 00:37:06,501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 물 남아 있으면 481 00:37:06,585 --> 00:37:07,544 첫사랑이 이뤄진다고 482 00:37:07,627 --> 00:37:09,963 그래서 방실이 얘는 꼭 이걸 483 00:37:10,046 --> 00:37:11,256 여름에 안 들이고 가을에 들이잖아 484 00:37:12,340 --> 00:37:13,216 낭만적이네요 485 00:37:13,300 --> 00:37:16,595 아이,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얘는 좀 검은 속내가 있지 486 00:37:17,179 --> 00:37:19,473 뭐, 그렇게 검다고 할 거까지 있나? 487 00:37:19,556 --> 00:37:21,808 그 사람이 때마침 돌싱이고… 488 00:37:21,892 --> 00:37:23,226 - 야 - 아니 489 00:37:23,310 --> 00:37:25,061 안 보일 때는 모르겠더니 490 00:37:25,145 --> 00:37:27,856 요새 또 자꾸 오다가다 마주치고 그러니까 491 00:37:27,939 --> 00:37:28,815 사람 맘이라는 게… 492 00:37:28,899 --> 00:37:30,400 야, 입 다물어, 입 다물어, 좀 493 00:37:30,484 --> 00:37:31,693 - 그만해, 그만해 - 그만해, 좀 494 00:37:31,776 --> 00:37:33,195 - 입 다물어 - 미안, 미안, 미안 495 00:37:33,278 --> 00:37:36,615 내가 너무 솔직했다, 그죠? 홍 사장, 너무 기분 상하지는 마요 496 00:37:37,866 --> 00:37:39,784 - 제가 왜요? - 아니 497 00:37:39,868 --> 00:37:43,371 사실은 옛날에 현우가 교회 고등부 때 498 00:37:43,455 --> 00:37:45,290 - 나한테 플러팅을 엄청 했어요 - 아유 499 00:37:45,373 --> 00:37:47,584 현우가 대체 언제 언니한테? 500 00:37:47,667 --> 00:37:51,588 몰랐어? 그, 교회에서 막 간식 나눠 주고 그러잖아 501 00:37:51,671 --> 00:37:53,548 그러면 현우가 꼭 나한테 502 00:37:53,632 --> 00:37:56,468 초코파이며 찐빵이며 막 두 개씩 챙겨 주고 503 00:37:56,551 --> 00:37:57,594 사람들 다 있는 데서 504 00:37:57,677 --> 00:38:00,597 그거는 니가 남의 거 뺏어 먹으니까 그런 거고 505 00:38:01,223 --> 00:38:03,350 아유, 올케, 그런 거 아니야 506 00:38:03,433 --> 00:38:06,102 방실이 너는 아무튼 말도 안 되는 소리를… 쯧 507 00:38:10,440 --> 00:38:12,359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돼요? 508 00:38:54,317 --> 00:38:55,986 - 이거 봐 - 봉숭아 물? 509 00:38:56,653 --> 00:38:58,488 단순한 봉숭아 물은 아니고 510 00:38:59,364 --> 00:39:01,575 - 아니고? -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511 00:39:01,658 --> 00:39:05,120 첫눈에 대한 나의 기대? 희망? 설렘? 512 00:39:05,954 --> 00:39:08,081 난 이제 겨울 못 볼 줄 알았거든 513 00:39:08,164 --> 00:39:10,792 당연히 첫눈도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514 00:39:10,875 --> 00:39:12,711 볼 수도 있게 된 거잖아 515 00:39:15,213 --> 00:39:16,047 그럼 516 00:39:17,507 --> 00:39:21,303 손톱에 요거 없어지기 전에 첫눈 딱 오면 이루는 거고 517 00:39:21,886 --> 00:39:23,722 - 뭘? - 첫사랑 518 00:39:25,098 --> 00:39:27,684 첫사랑이면 뭐… 519 00:39:28,351 --> 00:39:31,104 저번에 말한 버스맨인가, 택시맨인가… 520 00:39:31,187 --> 00:39:33,148 - 걔? -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고 521 00:39:33,231 --> 00:39:35,025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고 522 00:39:35,108 --> 00:39:37,444 괜히 얼굴 한 번 보려고 길도 막 돌아서 가고 523 00:39:37,569 --> 00:39:39,321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고 524 00:39:39,404 --> 00:39:41,156 생각 안 하려 그래도 생각나고 525 00:39:41,239 --> 00:39:43,783 괜히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길도 막 돌아가고 526 00:39:43,867 --> 00:39:45,577 그랬다던 그 자식? 527 00:39:45,660 --> 00:39:46,870 왜 멀쩡한 사람한테 욕을 해? 528 00:39:48,413 --> 00:39:50,290 그래 529 00:39:50,832 --> 00:39:52,083 - 그분? - 응 530 00:39:52,792 --> 00:39:54,377 아, 올해는 531 00:39:54,461 --> 00:39:57,422 첫눈이 좀 일찌감치 왔음 좋겠네 532 00:39:59,924 --> 00:40:02,844 해인아, 너 그, 반지까지 받아서 낀 이 와중에 533 00:40:02,927 --> 00:40:04,971 첫사랑 같은 거 이뤄지고 막 그럼 안 돼 534 00:40:05,055 --> 00:40:06,931 그거 상황 엄청 꼬이는 거야 535 00:40:07,891 --> 00:40:08,808 내 말 듣고 있어? 536 00:40:10,352 --> 00:40:11,353 해인아 537 00:40:19,653 --> 00:40:21,071 마이클이 홍범석을 만났다? 538 00:40:21,154 --> 00:40:23,657 네, 에버H의 대표 자격으로요 539 00:40:23,740 --> 00:40:26,201 퀸즈의 맏아들이 지 아버지 죽고 나니 540 00:40:26,284 --> 00:40:27,243 돌아오고 싶은가 보네? 541 00:40:27,327 --> 00:40:28,870 에버H는 얼마 전부터 542 00:40:28,953 --> 00:40:31,206 주주 명부에 기타 법인으로 등장하던 이름이에요 543 00:40:31,289 --> 00:40:34,042 홍범석이 주가 폭락 시점부터 지분을 모은 것 같습니다 544 00:40:34,125 --> 00:40:36,211 앵커 LP들한테 내 자리 달라고 설득하는 중이고 545 00:40:36,795 --> 00:40:38,463 많이 해 보라 그래 넌 내가 준 걸로 546 00:40:38,546 --> 00:40:39,464 니 자리 지키면 돼 547 00:40:39,547 --> 00:40:41,508 요청하신 대로 548 00:40:41,591 --> 00:40:44,177 {\an8}홍콩과 스위스에 셸 컴퍼니를 설립했고요 549 00:40:44,260 --> 00:40:47,597 법인 계좌는 저희 IEBC 측에 개설을 했고 550 00:40:47,681 --> 00:40:51,017 운영은 윤 회장님만 하실 수 있는 걸로 명시했습니다 551 00:40:55,563 --> 00:40:57,774 그럼 첫 거래는 어떻게 진행할까요? 552 00:40:57,857 --> 00:41:00,026 {\an8}CD 방식으로 2.1% 하죠 553 00:41:00,944 --> 00:41:02,487 {\an8}- 네 걸려들었어 554 00:41:02,570 --> 00:41:04,489 윤은성이 비자금을 세상에 꺼낸 거야 555 00:41:05,740 --> 00:41:06,741 초조했겠지 556 00:41:06,825 --> 00:41:08,993 큰아버지가 자기 자리를 위협할까 봐 557 00:41:09,744 --> 00:41:11,663 큰아버님은 아직 뉴욕에 계신 거죠? 558 00:41:11,746 --> 00:41:13,623 네, 계속해서 LP들 만나고 계십니다 559 00:41:13,707 --> 00:41:16,376 그 소식을 윤은성한테 계속 전해 주세요 560 00:41:16,459 --> 00:41:19,254 그래야 초조해져서 비자금으로 지분을 사 모을 거니까 561 00:41:19,337 --> 00:41:21,089 - 네 - 결정적인 증거만 잡으면 562 00:41:21,172 --> 00:41:24,217 윤은성은 횡령에 배임에 외환 거래법 위반까지 563 00:41:24,300 --> 00:41:25,427 다 엮어서 넣어 버릴 수 있어 564 00:41:26,428 --> 00:41:27,887 근데요, 그 565 00:41:27,971 --> 00:41:30,056 알아보라고 하셨던 편성욱이란 사람이요 566 00:41:30,140 --> 00:41:32,809 지난번에 너 막 납치하고 그랬다던 그 토지 중개업자? 567 00:41:32,892 --> 00:41:34,936 응, 이중 계약 증거랑 568 00:41:35,019 --> 00:41:37,689 조 이사 관련 자료랑 다 넘기기로 했는데 569 00:41:37,772 --> 00:41:39,065 약속 장소에 안 나왔어 570 00:41:39,149 --> 00:41:40,150 연락도 안 되고 571 00:41:40,233 --> 00:41:41,985 일주일 넘게 카드도 전혀 안 쓰고 있고 572 00:41:42,068 --> 00:41:43,653 핸드폰 사용 내역도 안 잡히고요 573 00:41:44,696 --> 00:41:46,030 밀항이라도 한 거 아닌지… 574 00:41:47,031 --> 00:41:48,825 음… 575 00:41:52,704 --> 00:41:54,164 어젯밤 경기도 576 00:41:54,247 --> 00:41:56,332 영진군의 삼방저수지 인근에서 577 00:41:56,416 --> 00:41:59,502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578 00:41:59,586 --> 00:42:01,504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 시신은 579 00:42:01,588 --> 00:42:03,590 부패가 심해 아직 신원 파악이 되… 580 00:42:13,516 --> 00:42:16,561 아… 그림 속의 떡이 이런 거니? 581 00:42:25,820 --> 00:42:27,113 사모님! 582 00:42:27,197 --> 00:42:29,699 어메이징 그레이스 왔어요! 583 00:42:29,783 --> 00:42:31,326 어우, 왜 또 왔어 584 00:42:31,951 --> 00:42:33,203 지금 뭐 하세요? 585 00:42:33,286 --> 00:42:35,163 보면 몰라? 곶감 만들잖아 586 00:42:35,246 --> 00:42:36,122 어머 587 00:42:37,123 --> 00:42:39,292 사모님 손도 꺼칠해지시고 588 00:42:40,001 --> 00:42:41,211 다크서클 어쩔 589 00:42:41,795 --> 00:42:44,380 기미도 내가 겨우 눌러놨더니 다 올라왔네 590 00:42:48,051 --> 00:42:52,055 이제 곧 퀸즈 컴백하실 텐데 거긴 전쟁터라고요 591 00:42:52,138 --> 00:42:54,474 모 여사 그 불여시랑 사모님 사이에서 아랫것들이 592 00:42:54,557 --> 00:42:56,184 줄타기하면서 왔다 갔다 할 텐데 593 00:42:56,267 --> 00:42:59,145 액면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가 뭘까요? 594 00:43:00,396 --> 00:43:02,774 피부입니다! 당장 누우세요 595 00:43:02,857 --> 00:43:05,276 땡기고 광내야죠 596 00:43:11,574 --> 00:43:13,993 워메, 나는 이런 거 처음 해 봐 갖고 597 00:43:14,077 --> 00:43:15,662 간지럽네요이 598 00:43:15,745 --> 00:43:19,249 웃지 마세요, 주름져요 속으로 따라 하세요 599 00:43:19,332 --> 00:43:22,293 미백, 탄력, 회복, 복귀 600 00:43:22,377 --> 00:43:24,254 뭐니 뭐니 해도 복귀에 가장 중요한 게 601 00:43:24,337 --> 00:43:25,505 회복 탄력성이죠 602 00:43:25,588 --> 00:43:28,424 걱정 마 탄력 있게 다 회복될 거니까 603 00:43:28,508 --> 00:43:30,510 우리도 퀸즈 돌아가고 604 00:43:30,593 --> 00:43:33,012 해인이도 수술받고 건강해지고 605 00:43:33,680 --> 00:43:35,473 홍 사장님 수술받아요? 606 00:43:35,557 --> 00:43:37,934 수술도 안 되는 상태라고 들었는데… 607 00:43:38,017 --> 00:43:40,186 해 볼 수 있다는 병원이 생겼어 608 00:43:40,270 --> 00:43:41,479 곧 독일 가잖아 609 00:43:42,272 --> 00:43:43,189 그래요? 610 00:43:43,898 --> 00:43:46,234 정말 잘됐다 611 00:43:46,317 --> 00:43:48,027 잘됐지 612 00:44:12,260 --> 00:44:14,304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뵙고 싶었는데… 613 00:44:14,971 --> 00:44:16,180 - 저를요? - 네 614 00:44:17,140 --> 00:44:18,933 - 드릴 게 있어요 - 뭐, 뭘요? 615 00:44:19,017 --> 00:44:21,811 근데 이렇게 만날 줄 모르고 집에 두고 와서 616 00:44:21,895 --> 00:44:23,062 이따 밤에 만날래요? 617 00:44:23,938 --> 00:44:25,315 - 밤에요? - 네 618 00:44:26,482 --> 00:44:27,442 뭐 619 00:44:27,525 --> 00:44:28,860 그러시죠 620 00:44:37,035 --> 00:44:39,120 아니, 왜 오밤중에 보재? 621 00:44:42,248 --> 00:44:44,125 이 남자 아주 너무 적극적이다 622 00:44:44,626 --> 00:44:45,710 위험하게 623 00:44:51,716 --> 00:44:53,384 아, 먼저 오셨네요 624 00:44:57,639 --> 00:44:58,473 네 625 00:45:00,475 --> 00:45:02,644 - 저, 드릴 말씀이… - 제가 먼저요 626 00:45:02,727 --> 00:45:03,770 네, 하세요 627 00:45:03,853 --> 00:45:04,771 저 628 00:45:05,938 --> 00:45:07,023 내일이면 떠나요 629 00:45:07,607 --> 00:45:10,193 서울 가면 여기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고요 630 00:45:10,276 --> 00:45:12,403 안 그래도 제가 그 얘기를 들어 가지고… 631 00:45:12,487 --> 00:45:14,113 무슨 얘기 하고 싶으신지는 알겠어요 632 00:45:14,197 --> 00:45:18,660 제가 저번에 그 오디 때부터 633 00:45:18,743 --> 00:45:21,454 눈치는 좀 채고 있기는 했는데… 634 00:45:22,622 --> 00:45:24,082 - 아, 안 돼요 - 예? 635 00:45:24,791 --> 00:45:26,334 - 뭐가… - 저 636 00:45:27,126 --> 00:45:28,461 가진 게 좀 많은 여자예요 637 00:45:28,544 --> 00:45:31,422 동산, 부동산, 주식에 채권만 있는 게 아니라 638 00:45:32,590 --> 00:45:34,008 전남편도 셋이나 돼요 639 00:45:36,010 --> 00:45:37,261 아, 몰랐습니다 640 00:45:37,970 --> 00:45:39,180 모르셨죠? 641 00:45:39,263 --> 00:45:40,598 암튼 642 00:45:40,682 --> 00:45:41,849 저란 여자는 643 00:45:42,975 --> 00:45:44,852 뭐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요 644 00:45:44,936 --> 00:45:46,688 그쪽 마음을 645 00:45:47,814 --> 00:45:48,815 받을 수가 없네요 646 00:45:48,898 --> 00:45:49,732 아… 647 00:45:50,692 --> 00:45:52,610 그, 그래도 받아 주시죠 648 00:45:54,278 --> 00:45:55,196 이게 뭐죠? 649 00:45:56,989 --> 00:45:58,324 편지를 쓰신 거예요? 나한테? 650 00:45:59,325 --> 00:46:00,159 아… 651 00:46:00,868 --> 00:46:02,912 아니, 정말 이러시면… 652 00:46:03,663 --> 00:46:04,497 {\an8}"부의" 653 00:46:04,580 --> 00:46:05,415 부의금이에요 654 00:46:05,998 --> 00:46:07,750 아버님 소식 들었습니다 655 00:46:13,005 --> 00:46:14,215 이, 이런 거 656 00:46:14,298 --> 00:46:15,133 - 안 주셔도 돼요 - 어… 657 00:46:15,216 --> 00:46:16,384 - 저 가 볼게요 - 어, 아니요, 아니요 658 00:46:16,467 --> 00:46:18,469 아유, 그러면 안 되죠 659 00:46:18,553 --> 00:46:20,430 이건 범자 씨한테 드리는 돈이 아니고요 660 00:46:20,513 --> 00:46:22,849 범자 씨 아버님께 드리는 돈이에요 661 00:46:23,433 --> 00:46:24,892 암만 부자라도요 662 00:46:24,976 --> 00:46:27,687 저승 가면 무일푼으로 시작한다던데요 663 00:46:31,399 --> 00:46:33,901 얼마 안 되지만 이거 받으시면 664 00:46:34,569 --> 00:46:37,405 오늘 밤에 아버님이 거기서 친구분들이랑 665 00:46:37,488 --> 00:46:38,990 국밥에 술 한잔 하실 겁니다 666 00:46:43,661 --> 00:46:45,997 {\an8}아버님은 이제 친구분들이랑 667 00:46:46,080 --> 00:46:49,375 맛있는 것도 드시고 편하게 지내실 테니까 668 00:46:49,459 --> 00:46:51,210 범자 씨는 너무 슬퍼하지 말고요 669 00:46:55,089 --> 00:46:56,215 고맙습니다 670 00:46:58,259 --> 00:46:59,802 잘 계시고요 671 00:47:12,023 --> 00:47:13,149 안녕히 가세요 672 00:47:32,251 --> 00:47:33,377 그게 무슨 소리냐? 673 00:47:33,461 --> 00:47:35,254 집엘 안 들어오고 여기 남겠다고? 674 00:47:36,631 --> 00:47:37,590 어이가 없네 675 00:47:37,673 --> 00:47:40,176 당분간은요 서울에 저희 집 구할 때까지만 676 00:47:40,259 --> 00:47:42,887 그러니까 왜 집을 구하냐는 거다 엄마 말씀은 677 00:47:42,970 --> 00:47:44,096 제 인생엔 678 00:47:45,264 --> 00:47:47,099 늘 보조 바퀴가 달려 있었거든요 679 00:47:47,183 --> 00:47:48,017 한쪽은 엄마 680 00:47:49,227 --> 00:47:50,978 다른 한쪽은 아빠 681 00:47:51,062 --> 00:47:52,396 뭐라니… 682 00:47:53,105 --> 00:47:54,273 그런데 저 이제 683 00:47:55,107 --> 00:47:58,027 이 보조 바퀴 떼고 혼자서 우뚝 서 보려고 해요 684 00:47:58,110 --> 00:48:00,404 우뚝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, 진짜… 685 00:48:00,988 --> 00:48:03,241 야, 니가 그러자 그랬니? 니가 또 꼬셨어? 686 00:48:03,825 --> 00:48:05,493 자기야! 쉿,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687 00:48:06,327 --> 00:48:07,537 이제부터 묵비권이야 688 00:48:08,287 --> 00:48:10,748 엄마는 이제 다혜한테 다이렉트로 얘기하지 마시고 689 00:48:10,832 --> 00:48:12,041 변호사를 좀 통해 주세요 690 00:48:12,124 --> 00:48:13,334 - 뭐? - 매형, 부탁드려요 691 00:48:13,417 --> 00:48:14,377 미안한데 거절할게 692 00:48:16,170 --> 00:48:18,339 야, 너네 가정 문제는 니가 알아서 해결하고 693 00:48:18,422 --> 00:48:19,590 이왕 말 나온 김에 694 00:48:19,674 --> 00:48:20,633 얘기할게요 695 00:48:21,801 --> 00:48:23,010 저도 집엔 안 들어가려고요 696 00:48:23,094 --> 00:48:24,554 너도? 697 00:48:24,637 --> 00:48:27,223 이 사람 서울 오피스텔 있잖아요 거기로 들어가려고요 698 00:48:27,890 --> 00:48:30,601 곧 독일 갈 건데 아무래도 공항도 더 가깝기도 하고 699 00:48:30,726 --> 00:48:32,436 아닌데? 공항은 그쪽이 더 먼데? 700 00:48:32,520 --> 00:48:34,522 뭣보다 건물이 신축인 데다 풀 옵션이에요 701 00:48:34,647 --> 00:48:36,691 한 공간에 필요한 게 다 있으니까 효율적이고 702 00:48:36,774 --> 00:48:38,150 알잖아요, 우리 집은 703 00:48:38,234 --> 00:48:40,278 자다 깨서 냉장고 한번 가려면 엘리베이터 타야 되고 704 00:48:40,361 --> 00:48:42,905 동선이 너무 길어 705 00:48:42,989 --> 00:48:44,949 얘, 니 핑계가 더 길다 706 00:48:45,032 --> 00:48:46,367 그냥 너네 둘만 있고 싶다 707 00:48:46,450 --> 00:48:47,827 - 그거 아니야 - 네 708 00:48:48,870 --> 00:48:51,080 제가 해인이랑만 같이 있고 싶어서요 709 00:48:54,625 --> 00:48:55,459 허락해 주십시오 710 00:48:56,210 --> 00:48:58,379 그래, 뭐, 둘이 있는 게 더 편하면 그렇게 해 711 00:48:58,963 --> 00:49:00,548 그래, 그래라 712 00:49:00,631 --> 00:49:02,758 뭐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하고 713 00:49:03,301 --> 00:49:04,135 우와… 714 00:49:05,094 --> 00:49:07,305 이런 게 차별이라는 건가? 715 00:49:07,388 --> 00:49:09,724 나 진짜 태어나서 이런 거 처음 당해 봐 가지고… 716 00:49:09,807 --> 00:49:11,058 신선하긴 하다 717 00:49:11,642 --> 00:49:13,728 내일 짐 싸서 올 모양이에요 718 00:49:13,811 --> 00:49:15,438 대비를 하고 계셔야 할 거 같습니다 719 00:49:16,647 --> 00:49:18,774 그리고 천다혜도 만나 보고 왔는데요 720 00:49:21,319 --> 00:49:22,320 이게 뭐니, 대체 721 00:49:22,403 --> 00:49:23,571 잘 갔는데 왜 돌아와? 722 00:49:23,654 --> 00:49:25,448 모 여사한테는 당분간 비밀로 해요 723 00:49:25,531 --> 00:49:26,657 야, 이 등신아 724 00:49:26,741 --> 00:49:29,535 너 여기 있는 거 모 여사가 말해 줬어 725 00:49:29,619 --> 00:49:30,494 진짜? 726 00:49:30,578 --> 00:49:32,580 너 금불상 핸드 캐리 해서 727 00:49:32,663 --> 00:49:35,666 한밤중 택시 타고 들어온 것도 그쪽에서 벌써 다 안다고 728 00:49:35,750 --> 00:49:37,543 사람 풀어서 얼마나 감시를 하고 있는데 729 00:49:37,627 --> 00:49:39,503 뭐냐고, 왜 왔냐고 730 00:49:39,587 --> 00:49:41,130 양심이야? 아님 앙심이야? 731 00:49:42,256 --> 00:49:43,883 앙심 품을 게 뭐 있어 732 00:49:43,966 --> 00:49:45,092 양심상 돌아온 거지 733 00:49:45,176 --> 00:49:46,469 너 양심 있었니? 734 00:49:47,261 --> 00:49:48,095 있었더라고 735 00:49:48,679 --> 00:49:49,847 태어나서 처음으로 736 00:49:49,931 --> 00:49:52,558 날 진짜 좋아해 준 사람에 대한 양심 737 00:49:52,642 --> 00:49:54,352 어머, 얘 좀 봐 738 00:49:55,061 --> 00:49:56,437 정분났더라고요 739 00:49:56,520 --> 00:49:57,355 아시잖아요 740 00:49:57,438 --> 00:49:59,523 그게 한번 나면 누가 뜯어말려도 안 되는 거 741 00:50:00,566 --> 00:50:03,277 그렇게 잘해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? 742 00:50:03,361 --> 00:50:06,030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 믿으면 안 되는 거야 743 00:50:06,697 --> 00:50:08,824 그리고요, 홍해인이요 744 00:50:08,908 --> 00:50:11,285 어쩌면 시한부 딱지 뗄 거 같아요 745 00:50:11,369 --> 00:50:14,538 수술을 받는대요 백현우가 그렇게 찾아 헤매더니 746 00:50:14,622 --> 00:50:16,707 드디어 수술해 줄 병원을 찾았다나 봐요 747 00:50:16,791 --> 00:50:18,918 다음 주에 독일 간다고 748 00:50:25,049 --> 00:50:26,384 아, 깜짝이야 749 00:50:28,302 --> 00:50:30,096 해인이 가는 데가 어떤 병원인지 750 00:50:30,179 --> 00:50:31,430 어떤 수술인지 알아보세요 751 00:50:36,477 --> 00:50:37,311 뭐 해? 752 00:50:37,895 --> 00:50:38,729 그냥 753 00:50:39,605 --> 00:50:40,940 여기선 별이 엄청 잘 보여서… 754 00:50:49,699 --> 00:50:52,034 그저껜가? 별똥별도 봤어 755 00:50:53,536 --> 00:50:54,495 그래? 756 00:50:55,788 --> 00:50:58,749 니 태몽이 별똥별이었는데 757 00:50:59,542 --> 00:51:02,086 예쁜 딸이 갖고 싶었는데 758 00:51:02,670 --> 00:51:04,088 그 꿈 꾸고 759 00:51:06,382 --> 00:51:07,800 나 진짜 좋았다 760 00:51:17,518 --> 00:51:21,355 야, 나 요새 톤 잡기 너무 어렵다 761 00:51:22,481 --> 00:51:26,110 우리 20년을 넘게 싸우면서 지냈는데 762 00:51:26,193 --> 00:51:29,613 갑자기 너무 다정한 컨셉도 좀 어색하고… 763 00:51:30,948 --> 00:51:31,949 근데 마음은 764 00:51:34,201 --> 00:51:35,494 너무 미안하고 765 00:51:36,454 --> 00:51:37,913 후회되고 766 00:51:37,997 --> 00:51:39,165 잘해 주고 싶고… 767 00:51:41,292 --> 00:51:42,251 지금 딱 좋아 768 00:51:46,630 --> 00:51:47,465 딱 좋아? 769 00:51:47,548 --> 00:51:49,800 나도 갑자기 너무 다정한 건 좀 불편하거든 770 00:51:50,384 --> 00:51:53,012 앞으로 시간 많을 테니까 771 00:51:53,095 --> 00:51:54,472 천천히 다정해져요 772 00:51:57,183 --> 00:51:59,393 지금은 이 정도만 773 00:52:00,102 --> 00:52:02,146 그래 774 00:52:02,229 --> 00:52:03,689 너 수술받고 오면 775 00:52:03,773 --> 00:52:07,359 우리 그때 천천히 다정해지자 776 00:52:19,789 --> 00:52:21,791 아, 저는 고부 갈등이라는 게 777 00:52:21,874 --> 00:52:23,417 이렇게 사람 피 말리는 건지 저 몰랐습니다 778 00:52:24,043 --> 00:52:27,171 그러게, 남자한테는 군 입대만큼의 스트레스라잖아 779 00:52:27,254 --> 00:52:29,840 일단은 다혜를 엄마한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780 00:52:30,341 --> 00:52:31,967 분가는 꼭 필요할 거 같거든요 781 00:52:33,677 --> 00:52:35,930 아이, 왜 이렇게 안 나오셔 782 00:52:36,722 --> 00:52:37,723 엄마, 아버지 783 00:52:38,224 --> 00:52:39,433 짐 다 실었어요 784 00:52:39,517 --> 00:52:41,018 - 어, 그래? 어 - 네 785 00:52:42,478 --> 00:52:44,563 아이, 좀 있으면은 길 막혀요 지금 출발하셔야 돼요 786 00:52:44,647 --> 00:52:45,731 빨리빨리, 자 787 00:52:50,319 --> 00:52:52,196 제가 다 죄송한데요 788 00:52:52,279 --> 00:52:55,282 이 녀석을 두고 가는 게 가장 죄송합니다 789 00:52:55,366 --> 00:52:57,618 놀고 가면서 쓰레기봉투를 790 00:52:57,701 --> 00:53:00,079 안 치우고 가는 것 같은 찜찜함이랄까 791 00:53:00,162 --> 00:53:01,997 - 아버지! - 아이고, 별말씀을요 792 00:53:02,081 --> 00:53:03,499 아유, 글고 793 00:53:03,582 --> 00:53:05,000 왜 이렇게 서두르셔요 794 00:53:05,084 --> 00:53:06,961 점심은 자시고 가셔야지 795 00:53:07,044 --> 00:53:08,712 - 아, 그럴까요? - 아니… 796 00:53:08,796 --> 00:53:12,174 집을 한 달 이상 비워 두셨는데 얼른 가서 정리도 하시고 그래야죠 797 00:53:12,258 --> 00:53:13,717 아이, 나 김치전이나 798 00:53:13,801 --> 00:53:14,885 - 부칠까 그랬는데 - 아휴, 아니… 799 00:53:14,969 --> 00:53:17,429 - 김치전이요? - 바삭바삭 김치전에 800 00:53:17,513 --> 00:53:19,640 시원허고 달달한 막걸리 어떠십니까? 801 00:53:19,723 --> 00:53:21,934 아유, 막걸리라니요 운전하실 분이! 802 00:53:22,017 --> 00:53:24,436 운전 내가 하면 되지 803 00:53:24,520 --> 00:53:25,896 아이, 봐서 804 00:53:25,980 --> 00:53:27,690 하루 더 주무시고 가도 되고요 805 00:53:27,773 --> 00:53:29,859 - 아유, 그러세요 - 하긴… 806 00:53:29,942 --> 00:53:31,152 두 분… 807 00:53:31,235 --> 00:53:33,529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808 00:53:33,612 --> 00:53:35,573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십니까? 809 00:53:35,656 --> 00:53:36,991 알아야 되냐? 810 00:53:37,658 --> 00:53:39,743 - 저희 먼저 가 볼게요 - 그려 811 00:53:39,827 --> 00:53:41,287 더 늦어지면 차 막혀서 812 00:53:41,370 --> 00:53:43,747 그래 차 막히기 전에 얼른 가야지 813 00:53:44,331 --> 00:53:45,624 그동안 감사했어요 814 00:53:46,417 --> 00:53:47,251 저 갈게요 815 00:53:48,878 --> 00:53:50,963 수술 씩씩하게 잘 받고이… 816 00:53:52,423 --> 00:53:53,424 해인아 817 00:53:54,049 --> 00:53:55,134 우리 또 보자이 818 00:54:07,605 --> 00:54:08,439 백 서방 819 00:54:09,231 --> 00:54:10,191 부탁하네 820 00:54:11,609 --> 00:54:12,443 걱정 마십시오 821 00:54:13,152 --> 00:54:13,986 저기 822 00:54:14,987 --> 00:54:18,115 니 엄마가 김치하고 배즙 좀 했다 823 00:54:18,199 --> 00:54:19,200 당신이 좀 들어 824 00:54:19,283 --> 00:54:20,868 아, 그럴까? 응, 줘, 줘 825 00:54:20,951 --> 00:54:22,077 가 볼게요 826 00:54:31,879 --> 00:54:32,880 이거 가… 827 00:54:47,144 --> 00:54:48,938 어? 11층 총각이네? 828 00:54:49,021 --> 00:54:50,147 - 안녕하세요 - 응 829 00:54:54,318 --> 00:54:55,736 총각 아닌데 830 00:54:55,819 --> 00:54:57,029 응? 831 00:54:58,072 --> 00:54:59,156 제가 이 사람 아내거든요 832 00:54:59,990 --> 00:55:02,701 어, 아니, 이사 들어올 때 833 00:55:02,785 --> 00:55:04,703 그 집에 혼자 산다 하지 않았어? 834 00:55:04,787 --> 00:55:06,997 그새 결혼을 한 거야? 835 00:55:08,874 --> 00:55:10,668 - 네 - 아이고! 836 00:55:10,751 --> 00:55:13,587 신혼부부구나, 신혼부부 837 00:55:14,171 --> 00:55:16,924 한참 좋을 때네, 좋을 때야 838 00:55:17,007 --> 00:55:18,676 네, 좋아요 839 00:55:38,362 --> 00:55:39,196 우리 이제 840 00:55:39,780 --> 00:55:41,907 신혼부부인 게 공식적으로 선언됐잖아? 841 00:55:42,866 --> 00:55:44,910 왜 공식 선언이지? 842 00:55:44,994 --> 00:55:46,120 아까 그 아주머니 843 00:55:46,662 --> 00:55:48,580 동네에서 그런 분 하나 딱 알게 되면 844 00:55:48,664 --> 00:55:51,875 다음 날 1층 편의점 알바까지 싹 다 알게 돼 있다고 845 00:55:51,959 --> 00:55:57,256 '11층 총각이 아주 어마무시 예쁜 여자랑 결혼을 했다더라' 846 00:56:00,217 --> 00:56:02,094 응, 그래서? 847 00:56:03,304 --> 00:56:08,350 한창 좋을 때인 신혼부부답게 굴어야지 848 00:56:13,480 --> 00:56:14,523 어떻게? 849 00:56:37,254 --> 00:56:39,673 일반적으로 꿀 떨어지는 신혼부부들은 850 00:56:39,757 --> 00:56:42,134 일단 어디 한 군데는 딱 붙어 있는 법이라고 851 00:56:56,065 --> 00:56:57,524 손이든 852 00:56:57,608 --> 00:56:58,484 발이든 853 00:57:07,993 --> 00:57:08,827 어깨든 854 00:57:11,622 --> 00:57:12,539 뭐든 855 00:57:15,834 --> 00:57:17,878 그렇게 매일매일 꼭 붙어서 856 00:57:18,462 --> 00:57:21,006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을 함께하는 거라고 857 00:57:21,924 --> 00:57:23,759 {\an8}지금은 좋지만 살다 보면 또 고비가 올 거 아니야 858 00:57:23,842 --> 00:57:24,676 {\an8}긴장… 오 859 00:57:24,760 --> 00:57:25,594 {\an8}웃었어? 860 00:57:25,761 --> 00:57:27,471 {\an8}그럼 그 달콤했던 기억들을 861 00:57:27,554 --> 00:57:29,390 {\an8}유리병에서 사탕 꺼내 먹는 것처럼 862 00:57:29,473 --> 00:57:31,350 {\an8}- 하나씩 까먹으면서 863 00:57:32,059 --> 00:57:34,353 힘들고 쓴 시간들을 견디는 거지 864 00:57:35,229 --> 00:57:37,189 그러니까 우린 좋을 때 865 00:57:37,272 --> 00:57:39,316 그걸 잔뜩 모아 둬야 하는 거라고… 866 00:57:49,243 --> 00:57:50,786 - 자 - 맛있겠다 867 00:58:11,974 --> 00:58:15,269 나 이제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 868 00:58:15,352 --> 00:58:18,147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869 00:58:18,230 --> 00:58:20,274 나한텐 이제 그 유리병을 채우는 일이 870 00:58:21,233 --> 00:58:22,067 제일 중요해 871 00:58:22,860 --> 00:58:23,694 응 872 00:58:28,866 --> 00:58:30,868 근데 여긴 왜 그렇게 자주 온 거야? 873 00:58:30,951 --> 00:58:31,910 야구가 그렇게 재밌어? 874 00:58:34,329 --> 00:58:35,748 아, 재밌다기보단 875 00:58:36,373 --> 00:58:40,043 여기선 저 구멍 안에서 나오는 공만 치면 되잖아 876 00:58:40,127 --> 00:58:41,003 그게 좋았어 877 00:58:44,047 --> 00:58:45,215 그러고 나면 878 00:58:46,508 --> 00:58:47,676 마음이 나아지나? 879 00:58:47,760 --> 00:58:49,887 음, 그냥 880 00:58:51,430 --> 00:58:53,891 복잡할 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게 좋더라고 881 00:58:55,100 --> 00:58:57,936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거 882 00:58:59,146 --> 00:59:00,063 딱 하나만 보는 거지 883 00:59:00,731 --> 00:59:02,316 지금 당신한테 884 00:59:03,066 --> 00:59:04,610 제일 중요한 게 뭐야? 885 00:59:09,198 --> 00:59:10,824 당연히 너 살리는 거지 886 00:59:14,661 --> 00:59:16,079 난 그것만 중요해 887 00:59:18,582 --> 00:59:19,625 난 그것만 볼 거야 888 00:59:38,644 --> 00:59:41,355 {\an8}홍수철이는 거기 좀 더 있기로 한 모양이고요 889 00:59:41,438 --> 00:59:44,399 홍해인도 백현우랑 같이 있겠다고 했대요 890 00:59:44,483 --> 00:59:47,736 지금은 부회장네 부부만 들어오는 모양이고요 891 00:59:47,820 --> 00:59:48,654 누가 부회장이야? 892 00:59:50,030 --> 00:59:50,864 죄송합니다 893 00:59:51,615 --> 00:59:54,451 근데 저쪽도 지분 가지고 들어오면 894 00:59:54,535 --> 00:59:57,621 부회장 자리는 다시 찾으려고 하지 않을지… 895 00:59:59,748 --> 01:00:00,582 누구 맘대로? 896 01:00:01,750 --> 01:00:04,670 쟤넨 여기 다시 기어들어 오는 거 후회하게 될 거야 897 01:00:15,973 --> 01:00:16,807 "퀸즈" 898 01:00:16,890 --> 01:00:18,100 안 그래도 보러 가던 길인데 899 01:00:19,101 --> 01:00:20,269 나 잠깐 볼까요? 900 01:00:21,728 --> 01:00:23,689 해인이가 독일에서 수술받게 됐다면서요 901 01:00:24,273 --> 01:00:25,858 긴장하지 마요 902 01:00:26,483 --> 01:00:27,901 잘됐다는 말 하려는 거니까 903 01:00:28,485 --> 01:00:31,154 아, 그래요? 904 01:00:31,238 --> 01:00:32,072 당연하죠 905 01:00:32,155 --> 01:00:34,074 해인이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예요 906 01:00:34,157 --> 01:00:36,326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데 907 01:00:36,410 --> 01:00:37,286 당연히 잘된 일이죠 908 01:00:38,871 --> 01:00:39,997 같이 독일 간다면서요? 909 01:00:40,080 --> 01:00:41,206 잘 부탁합니다 910 01:00:42,958 --> 01:00:44,042 알겠습니다 911 01:00:45,836 --> 01:00:47,045 얘기 끝났으면 가 봐도 될까요? 912 01:00:48,672 --> 01:00:50,215 근데 알아보니까 913 01:00:50,299 --> 01:00:53,302 해인이가 받는다는 그 수술 부작용이 있다던데 914 01:00:59,266 --> 01:01:00,183 해인이도 알고 있습니까? 915 01:01:01,977 --> 01:01:03,186 "퀸즈" 916 01:01:05,272 --> 01:01:06,315 하긴 917 01:01:06,398 --> 01:01:09,693 알면 걔 성격에 수술 안 받겠다고 할 테니 918 01:01:11,737 --> 01:01:12,571 아직 말 안 했겠죠? 919 01:01:13,405 --> 01:01:14,615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? 920 01:01:15,407 --> 01:01:18,118 끝까지 비밀 잘 지켜서 꼭 921 01:01:20,495 --> 01:01:21,330 수술받게 하라고요 922 01:01:23,206 --> 01:01:24,499 말했잖아요, 난 923 01:01:25,292 --> 01:01:26,209 해인이 살리고 싶다고 924 01:01:37,012 --> 01:01:38,680 두 사람 관련된 물건은 다 치워요 925 01:01:38,764 --> 01:01:40,474 백현우 씨 물건은 따로 전달해 주고 926 01:02:05,123 --> 01:02:08,418 오늘은 사장님 아니고 손님으로 백화점 오는 거라면서요 927 01:02:08,502 --> 01:02:09,962 그래서 저도 휴가 내고 온 건데요 928 01:02:10,045 --> 01:02:11,296 맞아, 손님으로 온 거 929 01:02:12,089 --> 01:02:14,049 - 뭐 사실 건데요? - 그냥 보는 거지, 뭐 930 01:02:14,132 --> 01:02:16,885 안 사고 보기만 하는 손님 극혐이라면서요 931 01:02:19,137 --> 01:02:20,430 여기가 찜질방이야? 932 01:02:20,514 --> 01:02:21,807 돈 내고 물건 사는 델 와서 933 01:02:21,890 --> 01:02:23,809 왜 돈 안 쓰고 앉아서 수다 떨고 있냐고 934 01:02:23,892 --> 01:02:25,102 - 의자 다 없애 - 엄마! 935 01:02:25,185 --> 01:02:26,812 엄마! 936 01:02:28,480 --> 01:02:30,399 애들을 여기 왜 풀어놔 937 01:02:30,482 --> 01:02:33,151 놀고 싶으면 놀이동산을 가지 왜 백화점을 오냐고! 938 01:02:33,235 --> 01:02:35,570 그래서 휴게 공간들 다 없앴잖아요 939 01:02:35,654 --> 01:02:36,488 그래 940 01:02:37,072 --> 01:02:38,824 손님답게 돈 쓰지, 뭐 941 01:02:40,867 --> 01:02:41,702 뭐 사 줄까? 942 01:02:42,911 --> 01:02:44,496 - 필요한 거 있어? - 저 립밤이요 943 01:02:45,414 --> 01:02:46,248 입술 텄어 944 01:02:54,006 --> 01:02:55,966 내 돈 쓰고 왜 이렇게 피곤하지? 945 01:02:56,758 --> 01:02:57,759 피곤하세요? 946 01:02:58,301 --> 01:02:59,386 안 되는데… 947 01:02:59,469 --> 01:03:00,470 어디 가서 쉬시죠 948 01:03:01,054 --> 01:03:01,930 아니야 949 01:03:03,849 --> 01:03:04,933 잘 만들어 놨네 950 01:03:05,017 --> 01:03:07,978 동선 전략이 기가 막혀 쉴 틈이 없잖아 951 01:03:08,061 --> 01:03:10,564 립밤만 사려고 했는데 수분 크림도 사게 되고 952 01:03:10,647 --> 01:03:12,315 니트 보러 갔다 코트도 사 버렸고 953 01:03:12,399 --> 01:03:14,317 옷만 사려고 했는데 머플러가 보이고 954 01:03:14,401 --> 01:03:16,069 그 옆에 깔 맞춤 할 장갑도 보이고 955 01:03:16,153 --> 01:03:18,905 막판엔 지나칠 수 없는 향수 냄새가 나고 956 01:03:18,989 --> 01:03:20,615 그게 대표님 전략이었잖아요 957 01:03:20,699 --> 01:03:23,243 '고객들의 눈과 코를 쉬지 않게 해야 한다' 958 01:03:23,368 --> 01:03:25,704 그래서 모든 공간을 팝업으로 채우셨고 959 01:03:26,580 --> 01:03:27,998 나 컴백하면 말이야 960 01:03:28,081 --> 01:03:29,458 팝업들부터 다 없앨 거야 961 01:03:29,541 --> 01:03:30,667 - 왜요? - 피곤해 962 01:03:31,626 --> 01:03:33,587 내 돈 쓰고 내가 좀 한심하단 느낌이 든다고 963 01:03:33,670 --> 01:03:34,504 속은 거 같고 964 01:03:34,588 --> 01:03:36,256 그럼 다음에 또 오고 싶겠어? 965 01:03:36,339 --> 01:03:38,300 이거 싹 다 없애고 966 01:03:38,383 --> 01:03:40,594 의자들 싹 다 다시 깔 거라고 967 01:03:40,677 --> 01:03:42,095 비싸고 편안한 걸로 968 01:03:42,888 --> 01:03:46,558 1층 광장도 다 리모델링해서 콘서트도 하고 969 01:03:46,641 --> 01:03:49,436 애들 그냥 좀 뛰어놀고 그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거고… 970 01:03:49,519 --> 01:03:50,645 에? 971 01:03:50,729 --> 01:03:51,813 데이트도 하고 972 01:03:52,397 --> 01:03:53,899 춥거나 더울 때 973 01:03:54,441 --> 01:03:56,651 그냥 애들이랑 예쁜 거 구경하러 오고 974 01:03:57,319 --> 01:03:58,153 좋잖아? 975 01:03:59,237 --> 01:04:00,864 오면 행복해지는 공간으로 만들 거야 976 01:04:00,947 --> 01:04:02,282 진심? 977 01:04:03,075 --> 01:04:04,117 진심 978 01:04:04,201 --> 01:04:06,119 수술받고 와서 막 딴소리하시는 건 아니고요? 979 01:04:06,203 --> 01:04:07,037 딴소릴 왜 해 980 01:04:07,120 --> 01:04:08,663 영화나 드라마 보면 그러더만 981 01:04:08,747 --> 01:04:11,625 뇌 수술 같은 거 받고 나면 막 인격이 변한다든가 982 01:04:11,708 --> 01:04:13,043 기억이 싹 다 사라지든가… 983 01:04:13,126 --> 01:04:15,003 아니고, 난 그냥 984 01:04:15,087 --> 01:04:17,130 덤으로 받게 될 앞으로의 내 삶을 985 01:04:17,672 --> 01:04:18,673 아주 쪼끔만 986 01:04:19,382 --> 01:04:21,718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을 뿐이라고 987 01:04:25,263 --> 01:04:27,390 어머니 988 01:04:33,271 --> 01:04:35,107 저거 호열이 엄마 목소리 아니여? 989 01:04:43,156 --> 01:04:44,074 저 왔습니다 990 01:04:44,157 --> 01:04:47,744 애미야, 니는 눈을 어짠다고 그라고 조신하게 깔아 부냐 991 01:04:47,828 --> 01:04:49,121 나 불안하다 992 01:04:50,580 --> 01:04:52,165 - 어머니 - AS 안 된다이! 993 01:04:52,249 --> 01:04:53,708 아, 반품도 안 받아! 994 01:04:53,792 --> 01:04:54,960 죄송해요 995 01:04:55,043 --> 01:04:56,962 저도 약속을 지켜 보려고 했는데요 996 01:04:57,045 --> 01:04:59,214 이젠 정말 때가 온 것 같습니다 997 01:05:03,135 --> 01:05:04,344 그래 998 01:05:04,928 --> 01:05:06,513 반품 사유를 들어나 보자 999 01:05:06,596 --> 01:05:07,889 - 당신이 말해 - 내가? 1000 01:05:11,434 --> 01:05:14,062 아! 그, 내가 상갓집 간다 그러고 애들이랑 피시방 가서 1001 01:05:14,146 --> 01:05:15,313 밤새운 거 때문에 그러는구나? 1002 01:05:19,276 --> 01:05:20,819 아니구나? 아니래, 엄마 1003 01:05:23,864 --> 01:05:24,698 아! 1004 01:05:24,781 --> 01:05:27,242 자기 내 게임기 찾았어? 그거 중고로 산 거야, 안 비싸 1005 01:05:27,325 --> 01:05:28,869 이 와중에 게임기도 샀구나 1006 01:05:33,039 --> 01:05:34,833 그냥 말해 주면 안 돼? 왜 그러는데? 1007 01:05:35,792 --> 01:05:36,626 어머니, 이이가요 1008 01:05:37,419 --> 01:05:39,129 저 몰래 적금 깨서 주식을 했네요 1009 01:05:42,090 --> 01:05:43,091 반토막 1010 01:05:43,758 --> 01:05:44,676 야! 1011 01:05:45,343 --> 01:05:46,178 아, 아… 1012 01:05:46,261 --> 01:05:47,679 코인도 했대요, 어머니 1013 01:05:47,762 --> 01:05:49,890 상투 잡고 들어가서 지금은 마이너스 90% 1014 01:05:49,973 --> 01:05:51,141 이런 미친… 1015 01:05:52,893 --> 01:05:54,561 잘못했어 잘못했어, 잘못했어 1016 01:05:57,480 --> 01:05:58,315 현숙아 1017 01:05:58,857 --> 01:05:59,941 내가 면목이 없다야 1018 01:06:00,525 --> 01:06:04,070 이놈은 내가 반품받아 갖고 걍 확 폐기 처분 해 불라니까 1019 01:06:04,154 --> 01:06:05,530 니는 더 늦기 전에 1020 01:06:05,614 --> 01:06:07,449 - 니 갈 길을 가라 - 엄마… 1021 01:06:07,532 --> 01:06:08,533 그래도 1022 01:06:09,451 --> 01:06:12,204 김치 담으믄 문자할라니까 꼭 와라이 1023 01:06:12,287 --> 01:06:13,580 내가 봐도 1024 01:06:13,663 --> 01:06:16,625 너처럼 야무지고 이쁜 여자한테 이놈은 너무 과분하다 1025 01:06:16,708 --> 01:06:19,252 숙아, 진짜 내가 미안하다 1026 01:06:19,336 --> 01:06:21,922 어머니… 1027 01:06:27,010 --> 01:06:27,844 마늘 먹고 1028 01:06:27,928 --> 01:06:29,387 인간이 되거라! 1029 01:06:36,353 --> 01:06:37,187 여보, 여보, 나 진짜… 1030 01:06:37,270 --> 01:06:38,271 놔라이! 1031 01:06:43,193 --> 01:06:44,778 아, 굿 뉴스! 1032 01:06:44,861 --> 01:06:48,573 여보, 나 지금 신분이 좀 상승할 것 같단 말이야 1033 01:06:49,199 --> 01:06:52,869 해인이가 뭘 하나 사 두곤 들여다보지도 못했다고 하던데 1034 01:06:53,662 --> 01:06:55,038 이 건물이군요 1035 01:06:55,121 --> 01:06:57,958 예, 근데 그 제가 아침저녁 쓸고 닦고 1036 01:06:58,041 --> 01:07:00,710 왁스 칠에 간판도 물청소 싹 하고 1037 01:07:00,794 --> 01:07:02,379 정화조도 소독하고 1038 01:07:02,462 --> 01:07:04,756 예, 이참에 도색도 하려고요 1039 01:07:04,839 --> 01:07:05,674 예 1040 01:07:06,258 --> 01:07:07,634 근처 유동 인구도 많고 1041 01:07:07,717 --> 01:07:10,262 2차선 도로를 접하고 있어서 가시성도 높고 1042 01:07:10,345 --> 01:07:11,721 이 정도면 임대도 잘되겠는데요 1043 01:07:11,805 --> 01:07:12,931 - 예 - 아, 예, 그죠 1044 01:07:13,014 --> 01:07:14,391 괜찮은 편이죠 1045 01:07:14,474 --> 01:07:15,475 아, 근디 왜요? 1046 01:07:15,558 --> 01:07:17,269 저, 건물 내놓으시게요? 1047 01:07:18,812 --> 01:07:20,730 해인이랑 상의했는데요 1048 01:07:21,356 --> 01:07:22,190 이 건물 1049 01:07:23,149 --> 01:07:24,734 사돈께 저희가 드리려고 합니다 1050 01:07:29,447 --> 01:07:30,532 예, 예? 1051 01:07:31,574 --> 01:07:34,619 저 서울 가고 나면 저희 세무사가 연락드려서 1052 01:07:34,703 --> 01:07:36,329 필요한 서류 알려 드리게 하겠습니다 1053 01:07:36,913 --> 01:07:40,166 아니, 그래도 어떻게 건물을 선물로… 1054 01:07:40,250 --> 01:07:41,584 제 마음입니다 1055 01:07:43,503 --> 01:07:46,965 아, 마음이 너무 큼지막한디… 1056 01:07:48,341 --> 01:07:50,093 나 건물주 아들 된다고! 1057 01:07:50,176 --> 01:07:51,177 그래도 반품할 거야? 1058 01:07:55,098 --> 01:07:55,932 여보 1059 01:07:56,683 --> 01:07:58,476 - 지금 나 따라올 때야? - 어? 1060 01:08:01,062 --> 01:08:02,731 건물주님께 가 봐야지 1061 01:08:07,736 --> 01:08:08,653 어서 1062 01:08:09,946 --> 01:08:12,324 1층을 싹 리모델링을 해 가지고 1063 01:08:12,407 --> 01:08:14,743 헬스 센터를 한번 쫙 만들어 볼까 그러는데요 1064 01:08:14,826 --> 01:08:17,454 야, 넌 하던 도장이나 잘해 1065 01:08:18,496 --> 01:08:21,916 엄마, 나 안 그래도 미용실 옮기고 싶다 그랬잖아 1066 01:08:22,000 --> 01:08:23,626 그 건물 1층이 딱 미용실 자리야 1067 01:08:23,710 --> 01:08:25,837 누나가 왜 껴들어, 내가 1068 01:08:25,920 --> 01:08:28,506 얼마나 거길, 어? 쓸고 닦고 얼마나 애지중지하고… 1069 01:08:28,590 --> 01:08:30,842 야! 계단 스티커 다 떼 준 건 나야 1070 01:08:30,967 --> 01:08:32,469 - 그리고 넌 3층 쓰잖아! - 현태야 1071 01:08:32,552 --> 01:08:34,721 - 예, 엄마 - 니는 하루빨리 도장을 빼 1072 01:08:35,305 --> 01:08:38,266 아, 엄마는 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 1073 01:08:38,391 --> 01:08:39,225 농담 아닌디? 1074 01:08:39,309 --> 01:08:41,102 월세가 너무 밀렸더만 1075 01:08:41,186 --> 01:08:42,312 아, 엄마! 1076 01:08:42,896 --> 01:08:44,105 - 아부지 - 아들아 1077 01:08:44,189 --> 01:08:45,065 예 1078 01:08:50,612 --> 01:08:53,782 이럴 때 보라고 계약서라는 것이 있는 거더라 1079 01:08:53,907 --> 01:08:55,617 에 1080 01:08:55,700 --> 01:08:58,995 {\an8}'임차인이 월세를 2번 이상 연체할 시' 1081 01:08:59,079 --> 01:09:01,539 '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' 너도 볼랴? 1082 01:09:01,623 --> 01:09:03,291 아, 그래서 뭐, 나 진짜 나가라고? 1083 01:09:03,375 --> 01:09:04,751 아니지 1084 01:09:05,377 --> 01:09:07,462 밀린 월세 완납하라 이 말이지 1085 01:09:07,545 --> 01:09:09,381 앞으론 매달 10일 늦지 말고 1086 01:09:09,464 --> 01:09:11,299 아빠 1087 01:09:11,383 --> 01:09:12,592 나는 1088 01:09:12,675 --> 01:09:14,386 응? 나는? 1089 01:09:14,469 --> 01:09:16,304 어, 1층 시세는 100이니께 1090 01:09:17,222 --> 01:09:18,515 그 정도 맞출 수 있으면 들어오고 1091 01:09:18,598 --> 01:09:20,642 아, 그건 지금 자리보다 비싸잖아요 1092 01:09:20,725 --> 01:09:22,644 아, 자리 자체가 더 좋으니께 1093 01:09:22,727 --> 01:09:25,313 암튼 우리는 이 건물을 기점으로다가 1094 01:09:25,397 --> 01:09:29,401 너네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1095 01:09:29,484 --> 01:09:30,402 기대가 크다 1096 01:09:30,485 --> 01:09:31,569 아유, 아부지 1097 01:09:31,653 --> 01:09:34,114 무슨 부모 자식 간에 왜 긴장감이 필요해요 1098 01:09:34,197 --> 01:09:35,365 난 필요햐! 1099 01:09:35,448 --> 01:09:36,825 그동안 니네들한테 묘하게 1100 01:09:36,908 --> 01:09:39,160 어? 하극상의 기운을 느낄 때도 많았고 1101 01:09:39,244 --> 01:09:42,789 이 건물을 니네들의 충성심을 볼 수 있는 1102 01:09:42,872 --> 01:09:44,999 매개로 삼겄다, 그 야그지 1103 01:09:46,751 --> 01:09:47,585 아닌디? 1104 01:09:47,669 --> 01:09:48,628 응? 1105 01:09:48,711 --> 01:09:51,423 나는 그냥 진짜 월세를 받고 싶은 건디? 1106 01:09:51,506 --> 01:09:52,924 아, 그랬어, 봉애? 1107 01:09:53,425 --> 01:09:55,009 아이고, 말을 허지 1108 01:09:55,677 --> 01:09:56,803 암튼 1109 01:09:56,886 --> 01:09:58,054 - 우리 두봉빌딩은… - 에? 1110 01:09:58,138 --> 01:10:00,432 - 두봉빌딩이 뭐야? - 두관 봉애의 빌딩 1111 01:10:01,224 --> 01:10:03,393 - 오 마이 갓 - 아오, 촌스러워 1112 01:10:03,476 --> 01:10:06,646 앞으로 혈연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1113 01:10:06,729 --> 01:10:09,899 철저히 월세에 의해 움직이는 공간이여 1114 01:10:10,775 --> 01:10:11,609 명심들 햐 1115 01:10:11,693 --> 01:10:13,278 아… 1116 01:10:13,361 --> 01:10:14,737 아직 10월인데 1117 01:10:14,821 --> 01:10:16,406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하네? 1118 01:10:16,489 --> 01:10:18,324 사장님이 그러라고 하셨잖아요 1119 01:10:19,409 --> 01:10:20,243 내가? 1120 01:10:21,369 --> 01:10:23,037 추석 끝났다고 손 놓고 놀고 있을까요? 1121 01:10:23,121 --> 01:10:24,581 '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' 1122 01:10:24,664 --> 01:10:25,623 '겨울이 온다' 1123 01:10:25,707 --> 01:10:27,917 들썩들썩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1124 01:10:28,001 --> 01:10:29,878 고객들이 패딩 쇼핑 할 맛이 나겠죠? 1125 01:10:29,961 --> 01:10:32,172 남들 다 불 켤 때 같이 켜면 늦습니다 1126 01:10:32,255 --> 01:10:33,715 미리미리 준비했다가 1127 01:10:33,798 --> 01:10:35,383 할로윈 끝나자마자 1128 01:10:35,467 --> 01:10:37,927 우리가 제일 먼저 불 켜고 겨울 장사 시작해야 한다고요 1129 01:10:39,220 --> 01:10:40,430 아 1130 01:10:41,431 --> 01:10:43,725 - 그래서 오늘 점등 리허설 하나? - 네 1131 01:10:43,808 --> 01:10:46,811 아까부터 시설 팀이랑 마케팅 팀이랑 바쁘더라고요 1132 01:11:14,214 --> 01:11:15,882 지금 저 눈이 1133 01:11:17,258 --> 01:11:19,052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? 1134 01:11:19,135 --> 01:11:20,345 제 눈에도 보이는데요 1135 01:11:21,638 --> 01:11:24,724 아니, 근데 리허설 때 눈까지 뿌리나? 1136 01:11:24,807 --> 01:11:25,892 잠시만요 1137 01:11:25,975 --> 01:11:26,809 응 1138 01:12:26,494 --> 01:12:29,163 가을에 눈을 다 보네? 1139 01:12:30,915 --> 01:12:32,417 첫눈 일찍 보고 싶다더니 1140 01:12:33,501 --> 01:12:34,419 원하던 대로 됐잖아 1141 01:12:35,712 --> 01:12:36,754 그러게 1142 01:12:37,422 --> 01:12:40,174 나 이제 뭐 좀 풀리려나 봐 원하면 다 이뤄지네? 1143 01:12:40,925 --> 01:12:42,427 이제 아주 1144 01:12:42,510 --> 01:12:44,220 첫사랑까지 이뤄지게 생겼잖아? 1145 01:12:47,181 --> 01:12:48,016 아니 1146 01:12:49,601 --> 01:12:51,811 그러라고 내리는 눈이 아닐 텐데? 1147 01:12:51,894 --> 01:12:53,104 왜 아니야 1148 01:12:53,730 --> 01:12:55,106 난 완전 이뤄질 거 같은데 1149 01:12:55,898 --> 01:12:57,233 저, 진짜 어떤 놈이길래 1150 01:12:58,568 --> 01:12:59,402 자꾸 1151 01:13:00,153 --> 01:13:00,987 이러냐? 1152 01:13:04,324 --> 01:13:06,075 사실 이거 얘기해 주고 나면 1153 01:13:06,159 --> 01:13:08,369 당신 너무 의기양양해질까 봐 1154 01:13:08,453 --> 01:13:10,455 원래 평생 얘기 안 하려고 그랬는데 1155 01:13:10,538 --> 01:13:12,332 말해 줄게, 내 두 번째 비밀이야 1156 01:13:14,292 --> 01:13:16,544 - 뭔데? - 372번 버스였지? 1157 01:13:16,628 --> 01:13:17,629 뭐가 1158 01:13:17,712 --> 01:13:18,630 예전에 1159 01:13:19,213 --> 01:13:20,840 당신 퇴근할 때 타던 버스 1160 01:13:23,760 --> 01:13:24,969 아, 어, 어 1161 01:13:25,053 --> 01:13:26,179 어, 맞아 1162 01:13:26,262 --> 01:13:28,848 항상 맨 뒤에 창가 자리에 앉았고 1163 01:13:29,682 --> 01:13:32,143 어, 그랬지, 어떻게 알아? 1164 01:13:32,226 --> 01:13:33,519 어떻게 알까? 1165 01:13:40,568 --> 01:13:44,030 내가 당신 퇴근하는 버스 따라서 한강을 아주 1166 01:13:44,113 --> 01:13:45,657 여러 번 건넜다고… 1167 01:13:46,366 --> 01:13:49,702 그 막히는 시간에 왕복 막 한 시간 반씩 걸려서 1168 01:13:50,703 --> 01:13:51,537 왜? 1169 01:14:01,464 --> 01:14:05,760 내가 말한 버스맨의 버스가 372번 버스고 1170 01:14:06,344 --> 01:14:07,428 맨은 당신이야 1171 01:14:08,721 --> 01:14:09,555 어 1172 01:14:12,475 --> 01:14:13,643 아니, 서울대는 어떻게 간 거야? 1173 01:14:19,357 --> 01:14:20,358 어? 1174 01:14:20,441 --> 01:14:21,442 나야? 1175 01:14:23,069 --> 01:14:24,904 나야? 버스맨 나야? 1176 01:14:25,530 --> 01:14:26,364 그래, 너야 1177 01:14:26,948 --> 01:14:28,866 엄청 달달하네 1178 01:14:29,409 --> 01:14:30,368 근데 1179 01:14:30,451 --> 01:14:32,412 갑자기 시설 팀에서 눈은 왜 뿌린 거예요? 1180 01:14:32,495 --> 01:14:34,205 아까 오후에 백 이사님이… 1181 01:14:34,288 --> 01:14:35,248 팀장님 1182 01:14:35,331 --> 01:14:37,792 리허설 때 스노우 메이커 작동도 같이 좀 하시죠 1183 01:14:38,376 --> 01:14:42,046 아, 리허설 때 그거까진 굳이 안 해도 되는데… 1184 01:14:42,130 --> 01:14:45,883 아, 이, 법무 팀에선 또 대비를 해야 되거든요 1185 01:14:45,967 --> 01:14:48,219 아시잖아요 미끄럼 사고 나면 복잡한 거 1186 01:14:48,302 --> 01:14:50,304 얼마만큼의 미끄러움인지 1187 01:14:50,388 --> 01:14:51,931 예, 제가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1188 01:14:52,014 --> 01:14:54,392 예, 뭐, 그러시다면… 1189 01:14:54,475 --> 01:14:57,186 예쁜 함박눈으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1190 01:14:57,270 --> 01:14:59,272 예, 알겠습니다 1191 01:14:59,355 --> 01:15:00,898 - 예, 감사합니다, 팀장님 - 예 1192 01:15:02,775 --> 01:15:03,943 어쩐지 1193 01:15:04,026 --> 01:15:06,195 사랑의 이벤트 냄새가 좀 나는데요? 1194 01:15:06,279 --> 01:15:07,196 그죠? 1195 01:15:07,280 --> 01:15:09,991 이혼했다가 재혼 1196 01:15:11,242 --> 01:15:12,076 할 만한데? 1197 01:15:12,160 --> 01:15:13,619 나였어, 진짜? 1198 01:15:14,412 --> 01:15:16,164 니 첫사랑이 나였어? 1199 01:15:20,418 --> 01:15:21,669 비행기 떴겄지? 1200 01:15:21,753 --> 01:15:23,546 몇 시에나 도착할라나? 1201 01:15:28,968 --> 01:15:31,053 아직 좀 더 가야지 1202 01:15:31,137 --> 01:15:33,139 그래도 새벽마다 기도한 보람이 있네이 1203 01:15:33,723 --> 01:15:37,268 우리 해인이도 인자 수술하면은 좋아질 것이고 1204 01:15:38,019 --> 01:15:39,312 현우랑도 잘 살 것이고 1205 01:15:41,314 --> 01:15:42,565 그, 그것이 말이여 1206 01:15:45,026 --> 01:15:46,110 문제가 하나 있어 1207 01:15:47,987 --> 01:15:48,821 응? 뭔 문제? 1208 01:15:48,905 --> 01:15:50,823 수술받고 나면 해인이가 1209 01:15:52,450 --> 01:15:53,367 하이고… 1210 01:15:54,368 --> 01:15:56,871 기억이 싹 다 없어질 수도 있댜 1211 01:15:58,790 --> 01:16:00,208 먼 소리대, 그것이? 1212 01:16:01,083 --> 01:16:02,585 아이, 그런 부작용이 있다는 거여 1213 01:16:03,961 --> 01:16:05,421 근데 어떡하냐고 1214 01:16:06,047 --> 01:16:07,173 살고 봐야제 1215 01:16:23,523 --> 01:16:25,316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1216 01:16:25,399 --> 01:16:27,068 내가 백 서방한테 1217 01:16:27,151 --> 01:16:29,111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 1218 01:16:32,365 --> 01:16:33,366 그거는… 1219 01:16:35,368 --> 01:16:36,702 잘했어, 여보 1220 01:16:38,120 --> 01:16:41,332 그 기지배 날 닮아 성격 더러워서 그거 알곤 1221 01:16:42,250 --> 01:16:44,544 독일 안 간다고 난리 쳤을지도 몰라 1222 01:16:45,169 --> 01:16:46,963 근데… 1223 01:16:47,046 --> 01:16:48,256 그래도… 1224 01:16:49,090 --> 01:16:51,968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딸… 1225 01:17:05,731 --> 01:17:08,234 우리 딸 어떡해 1226 01:17:25,668 --> 01:17:26,502 괜찮아? 1227 01:17:29,255 --> 01:17:30,089 그럼 괜찮지 1228 01:17:31,799 --> 01:17:32,633 걱정 마 1229 01:17:55,865 --> 01:17:57,783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십니까? 1230 01:17:57,867 --> 01:17:58,701 네 1231 01:18:40,493 --> 01:18:41,327 세 번째는 뭐야? 1232 01:18:42,912 --> 01:18:43,746 뭐가? 1233 01:18:45,122 --> 01:18:46,499 수술 전에 1234 01:18:46,582 --> 01:18:48,125 나한테 해 줄 얘기가 세 가지라며 1235 01:18:48,834 --> 01:18:50,211 두 가지밖에 말 안 했는데? 1236 01:18:50,294 --> 01:18:51,504 아, 그거… 1237 01:18:55,383 --> 01:18:56,342 세 번째는 1238 01:18:58,678 --> 01:19:00,513 - 영숙이 - 영숙이? 1239 01:19:01,389 --> 01:19:02,390 옥상에 너구리 영숙이? 1240 01:19:02,473 --> 01:19:03,307 응 1241 01:19:04,809 --> 01:19:05,643 아… 1242 01:19:06,477 --> 01:19:08,354 나 걔 한 번도 못 봤어 1243 01:19:08,437 --> 01:19:10,940 아, 진짜 한 번도 못 봤어 1244 01:19:12,191 --> 01:19:13,150 근데 영숙이 왜? 1245 01:19:13,234 --> 01:19:14,068 뻥이야 1246 01:19:19,865 --> 01:19:22,243 옥상에 너구리가 어떻게 살아 그걸 믿냐? 1247 01:19:22,910 --> 01:19:24,495 아이참… 1248 01:19:26,872 --> 01:19:28,290 와… 1249 01:19:29,792 --> 01:19:31,585 나 4년 속았어 1250 01:19:32,837 --> 01:19:35,047 아, 맨날 옥상 갈 때마다 영숙이 불렀는데… 1251 01:19:35,673 --> 01:19:36,674 바보 1252 01:19:36,757 --> 01:19:38,467 아… 1253 01:19:56,110 --> 01:19:57,153 "그룬왈드병원" 1254 01:20:02,575 --> 01:20:03,659 여기 맞지? 1255 01:20:05,911 --> 01:20:06,746 해인아 1256 01:20:07,329 --> 01:20:08,164 왜? 1257 01:20:09,665 --> 01:20:10,499 나도 1258 01:20:11,333 --> 01:20:12,752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어 1259 01:20:14,045 --> 01:20:14,879 뭔데? 1260 01:20:20,259 --> 01:20:21,135 왜 1261 01:20:22,678 --> 01:20:24,138 무슨 문제 생겼어? 1262 01:20:27,058 --> 01:20:28,100 수술 1263 01:20:29,060 --> 01:20:29,894 안 된대? 1264 01:20:32,229 --> 01:20:33,189 그게 아니라… 1265 01:20:37,359 --> 01:20:38,194 수술 1266 01:20:39,737 --> 01:20:40,571 받고 나면 1267 01:20:42,323 --> 01:20:43,491 니가 1268 01:20:43,574 --> 01:20:46,535 기억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아 1269 01:20:47,787 --> 01:20:48,913 그게 무슨 소리야? 1270 01:20:50,664 --> 01:20:51,499 무슨 기억? 1271 01:20:53,959 --> 01:20:54,794 아마도 1272 01:20:56,045 --> 01:20:57,171 모든 기억 1273 01:20:58,422 --> 01:21:00,007 니가 아는 사람들 1274 01:21:00,091 --> 01:21:04,053 장소들, 겪어 온 모든 일들, 다 1275 01:21:05,763 --> 01:21:07,556 잊어버리게 될 거란 얘기야 1276 01:21:16,357 --> 01:21:19,068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77 01:21:20,111 --> 01:21:21,612 이 수술만이 유일하게 1278 01:21:21,695 --> 01:21:23,280 니가 살 수 있는 방법이야 1279 01:21:30,788 --> 01:21:31,622 그래서? 1280 01:21:34,083 --> 01:21:34,917 나더러 1281 01:21:37,419 --> 01:21:38,838 선택을 하라고? 1282 01:21:41,048 --> 01:21:43,008 수술하면 기억 따위 다 잃어버릴 거고 1283 01:21:43,092 --> 01:21:44,510 안 하면 죽을 건데 1284 01:21:45,386 --> 01:21:47,596 뭐가 덜 나쁜지 어디 한번 선택해 보라는 거냐고 1285 01:21:50,307 --> 01:21:51,142 아니 1286 01:21:51,225 --> 01:21:52,351 아니면 어쩌라고! 1287 01:21:54,478 --> 01:21:55,479 됐어, 그냥 1288 01:21:57,982 --> 01:21:59,650 며칠 좋은 꿈 꿨다 칠게 1289 01:22:16,834 --> 01:22:17,960 이거 놔, 이거 놓으라고 1290 01:22:20,546 --> 01:22:21,714 선택하지 마 1291 01:22:22,631 --> 01:22:23,966 생각도 하지 마 1292 01:22:25,509 --> 01:22:26,510 그냥 내 말 들어 1293 01:22:27,803 --> 01:22:28,971 너는 1294 01:22:29,555 --> 01:22:30,389 살아 1295 01:22:33,184 --> 01:22:34,310 사는 거야 1296 01:22:36,312 --> 01:22:37,438 제발 1297 01:22:38,355 --> 01:22:39,440 살자 1298 01:22:41,150 --> 01:22:42,026 응? 1299 01:23:21,065 --> 01:23:25,277 "에필로그" 1300 01:23:48,842 --> 01:23:50,219 안녕, 홍해인 1301 01:23:52,763 --> 01:23:55,808 나는 백현우라고 해 1302 01:23:58,227 --> 01:24:01,730 나는 니 남편이야 1303 01:24:02,314 --> 01:24:05,442 지금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지 1304 01:24:05,526 --> 01:24:06,443 나도 그래 1305 01:24:07,027 --> 01:24:08,570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데 1306 01:24:08,654 --> 01:24:12,157 처음 보는 사람이 남편이라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지 1307 01:24:24,962 --> 01:24:26,088 근데 이거 1308 01:24:27,589 --> 01:24:28,716 좋은 일이야 1309 01:24:29,383 --> 01:24:30,509 너가… 1310 01:24:30,592 --> 01:24:32,386 너가 많이 아팠었는데 1311 01:24:32,469 --> 01:24:33,846 다시 살아난 거거든 1312 01:24:35,556 --> 01:24:37,641 어… 1313 01:24:39,059 --> 01:24:42,271 예전의 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겠지만 1314 01:24:44,398 --> 01:24:45,691 생각이 안 나는 게 1315 01:24:46,775 --> 01:24:48,027 속상하겠지만 1316 01:24:50,279 --> 01:24:51,405 걱정하지 마 1317 01:24:52,948 --> 01:24:54,074 내가 다 1318 01:24:56,702 --> 01:24:58,329 내가 다 기억하고 있어 1319 01:25:00,205 --> 01:25:01,749 내가 아는 모든 걸 1320 01:25:04,251 --> 01:25:05,627 너한테 말해 줄게 1321 01:25:08,339 --> 01:25:10,049 아… 1322 01:25:10,132 --> 01:25:12,051 아, 울면 안 되는데 1323 01:25:14,636 --> 01:25:17,222 이게, 니가 보는 1324 01:25:18,223 --> 01:25:19,808 내 첫 모습일 텐데 1325 01:25:25,814 --> 01:25:27,274 그리고 미리 말해 두는데 1326 01:25:28,734 --> 01:25:32,863 혹시라도 내가 지금 니 취향의 남자가 아니어도 1327 01:25:32,946 --> 01:25:36,241 미안하지만 나는 너랑 헤어질 수는 없어 1328 01:25:37,076 --> 01:25:38,077 너랑 나는 1329 01:25:39,745 --> 01:25:42,164 단순 변심으로는 무를 수 없는 1330 01:25:42,748 --> 01:25:43,999 그런 약속을 했거든? 1331 01:25:45,000 --> 01:25:46,668 니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1332 01:25:48,921 --> 01:25:50,297 어떤 일이 있어도 1333 01:25:51,965 --> 01:25:52,800 니가 1334 01:25:58,138 --> 01:25:59,515 나와 한 약속을 1335 01:26:00,808 --> 01:26:01,975 기억 못 해도 1336 01:26:03,894 --> 01:26:04,728 나는 1337 01:26:06,313 --> 01:26:07,648 니 옆에 있기로 1338 01:26:10,025 --> 01:26:11,360 우린 약속했어 1339 01:26:16,490 --> 01:26:17,991 진짜 첫눈도 같이 보고 1340 01:26:18,659 --> 01:26:19,827 매일매일 1341 01:26:19,910 --> 01:26:23,372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같이 하면서 1342 01:26:24,998 --> 01:26:26,667 비어 버린 니 유리병에 1343 01:26:28,377 --> 01:26:29,837 더 좋은 기억들을 1344 01:26:31,422 --> 01:26:32,714 다시 모아 갈 거야 1345 01:26:36,260 --> 01:26:37,261 할 수 있어 1346 01:26:37,928 --> 01:26:40,848 우린 역대급 운명이라서 1347 01:26:45,561 --> 01:26:46,895 사랑… 1348 01:26:51,191 --> 01:26:52,526 사랑해, 해인아 1349 01:26:55,988 --> 01:26:57,072 사랑했고 1350 01:27:00,617 --> 01:27:01,743 사랑할게 1351 01:27:43,744 --> 01:27:45,120 {\an8}다 또렷해 1352 01:27:45,204 --> 01:27:46,997 {\an8}그날 밤의 향기 1353 01:27:47,080 --> 01:27:49,082 {\an8}달, 바람 1354 01:27:49,166 --> 01:27:52,336 {\an8}'떠나겠다' 그런 기도 좀 하지 마 1355 01:27:52,419 --> 01:27:54,713 {\an8}니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이 다칠 거거든 1356 01:27:55,380 --> 01:27:56,215 {\an8}다혜야 1357 01:27:56,924 --> 01:27:58,425 {\an8}나로 살았으니까 1358 01:27:58,509 --> 01:27:59,843 {\an8}나로 죽을래 1359 01:27:59,927 --> 01:28:01,470 {\an8}내가 그렇게 안 둬 1360 01:28:01,553 --> 01:28:04,598 {\an8}그렇게 찾아낸 거야 너 수술해 줄 병원을 1361 01:28:04,681 --> 01:28:05,599 {\an8}내가 지켜 줄게 1362 01:28:05,682 --> 01:28:07,434 {\an8}나한테 이러지 마 1363 01:28:07,518 --> 01:28:10,062 {\an8}자꾸만 살고 싶게 하지 말라고 1364 01:28:11,313 --> 01:28:12,231 {\an8}해인아!